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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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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大배우 김태희 마트로 호출한 이유 [유통설명서]

유통

유통(流通)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산업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합니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무수히 많은 일들이 펼쳐집니다. 실생활과 밀접해 사소한 사건·사고도 크게 와닿을 때가 많습니다. 취재 중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매주 하나씩 전합니다. 식품 전문업체 오뚜기가 ‘서울대 미녀’ 등의 수식어를 가진 배우 김태희를 대형마트로 불러들인다. 자사 브랜드 X.O. 만두를 홍보하기 위함이다. 김태희는 이달 총 두 차례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 팬들과 소통한다.4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이달 이마트 스타필드마켓 죽전점(10일)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17일)에서 ‘X.O. 만두’ 홍보 모델 김태희의 팬사인회를 진행한다.오뚜기가 제품 홍보 모델과 팬사인회를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당시(2016년) 진짬뽕 홍보 모델이던 배우 황정민과 팬사인회를 진행한 바 있다.오뚜기는 지난달부터 X.O. 만두 구매 고객에게 김태희 팬사인회 참가 응모권을 증정하고 있다. 오뚜기는 추첨을 통해 각각 30명씩 총 60명을 초청할 계획이다.김태희는 지난 2022년부터 오뚜기 X.O. 만두와 함께하고 있다. 그동안 김태희는 제품 하나도 꼼꼼하게 따지며 신중히 구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오뚜기와 김태희는 ‘가족을 생각하는 엄마 눈에는 X.O. 만두만 보인다’라는 콘셉트의 TV CF를 제작하기도 했다.1980년생인 김태희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미녀 배우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의류학과 출신으로 ‘서울대 미녀’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2017년에는 가수 겸 배우 비와 결혼했으며,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X.O. 만두는 오뚜기가 지난 2019년 처음 출시한 만두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eXtra Ordinary’(비범한)라는 뜻이다. 당면 대신 고기·야채·해산물 등으로 속을 꽉 채워 풍부한 식감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제품 종류는 교자·굴림만두·슈마이·손만두·물만두·감자떡만두·딤섬 등 다양하다.이번 김태희 팬사인회는 오뚜기의 X.O. 만두 마케팅 강화 활동의 일환이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 침체와 CJ제일제당 등 경쟁자의 강세 속에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최근 3년(2021~2023년)간 지속 하락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aT FIS)에 따르면 2020년 5427억원 규모였던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2023년 4416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시장 규모는 줄고 있지만, 비비고를 앞세운 CJ제일제당은 4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오뚜기의 시장 점유율은 7% 수준으로 해태· 풀무원·동원F&B 등을 추격 중이다.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HMR)이 다양해지고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냉동만두 시장이 정체되는 모습”이라며 “현재 소비자 트렌드를 보면 단기간에 냉동만두 시장이 반등할 것 같지는 않지만, 기업 입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25.01.04 07:00

2분 소요
오뚜기·삼양라면이 ‘문화 만들기’ 나선 이유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전문가 칼럼

오뚜기는 바르고 정직한 브랜드 이미지로 별명이 ‘갓뚜기’다. 이 회사는 브랜드로 만드는 콘텐츠, 이른바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호평받았다. 오뚜기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유통한 ‘국물의 나라’ 이야기다.오뚜기의 무모하지만 참신한 시도국물의 나라는 넷플릭스를 통해 160여 개 국가에 15개 언어로 제작 배포됐다. 브랜디드 콘텐츠이지만 콘텐츠를 선정하는 기준이 높다고 알려진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았다. 배포 이후 성적도 좋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10주 연속 ‘인기 콘텐츠’와 ‘지금 뜨는 콘텐츠’ 순위에 올랐다. 푸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역대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K-푸드를 향한 관심이 높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더 성과가 좋다. 이 지역 내 푸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역대 조회수 3위에 오르면서다. 오뚜기는 이런 결과를 발판 삼아 후속편인 ‘김치의 나라’와 ‘반찬의 나라’도 제작해 넷플릭스를 통해 배포했다. 국물의 나라는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한 그릇의 국물 요리를 찾아 전국을 여행하는 로드 트립 형태의 푸드 다큐멘터리다. 미식가로 알려진 만화가 허영만, 요리 솜씨가 뛰어난 배우 류수영, 뮤지컬 배우이자 유튜버인 함연지가 참여한다. 이들은 전국 10개 도시에서 40여 개의 국물 요리를 찾아 50회에 걸친 촬영을 통해 담아냈다.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오뚜기가 브랜디드 콘텐츠로 제작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뚜기가 식품 기업으로서 브랜드 인식을 제고하면서도 K-푸드의 우수함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국물의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는 오뚜기의 브랜드가 직접적으로 노출되거나 콘텐츠에 삽입되는 간접광고(PPL)도 없다.이런 시도는 브랜드 강화나 마케팅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의 지역별 국물 요리에 얽힌 역사와 재료를 알게 된다. 국물 요리의 ‘독창성’(originality)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일부 소비자들은 오뚜기에 대한 브랜드 호감도와 충성도가 높아졌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문화’ 만들어야광고의 독창성을 통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은 다른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광고회사 아이디엇은 삼양라면의 라면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라면 냄비를 닦는 초고압 냄비 세척기를 만들어 브랜딩에 성공했다. 광고회사가 광고 대신 제품을 발명해 브랜딩에 활용한 것이다. 이 냄비 세척기는 고압 컵 세척기를 개량한 것으로, 세계 최초의 라면 냄비 전용 세척기이기도 하다.삼양라면은 소비자들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 라면을 끓이는 것보다 식사 후 설거지의 번거로움이 라면을 먹지 않게 되는 요인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라면 소비가 억제되는 문화와 환경에 주목해 만들어진 브랜딩 사례다.실제 아이디엇은 삼양라면 홍보 동영상을 만들거나 광고 캠페인을 구상하지 않았다. 냄비 세척기라는 아이디어를 제품화했고, 제품을 만들면서도 물이 닿지 않는 영역을 줄이거나 수압을 높이는 노즐을 적용하는 디테일도 살렸다. 아이디엇이 내놓은 라면 냄비 고압 세척기는 지난해 11월 750여 명의 소비자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모든 과정은 “귀찮음 한 그릇 덜어드립니다”라는 주제의 캠페인으로 제작됐다.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사연 5000여건이 접수됐다.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도 이 캠페인이 확산했다.소비자는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브랜드를 만난다. SNS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변화는 광고회사의 고민이 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아이디엇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시대의 광고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한 편의 영상을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정답일까? 어쩌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을까? 사람들의 일상 접점으로 다가가 그들이 마주한 고충을 직접 해결할 수 있다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광고의 소재이자 브랜드의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삼양라면 초고압 세척기’도 이런 철학에 바탕을 두고 탄생한 제품입니다. 앞으로도 시대에 발맞춰 사람들의 일상 접점에서 내면 깊이 원했던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요.”오뚜기와 삼양라면은 ‘디지털 시대의 광고는 무엇일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은 제품 구매 과정에서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를 둘러싼 삶의 모든 접점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브랜드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뚜기는 식품을 향한 바르고 정직한 문화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배포한 푸드 다큐멘터리도 이런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삼양라면의 초고압 냄비 세척기도 소비자가 라면을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주목한 결과다. 공감(sympathy)이라는 브랜드 문화를 소비자와의 모든 삶의 접점에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라는 뜻이다.좋은 라면은 너무 많다. 소비자들의 경험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그리고 브랜드 경험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것인지가 핵심이다. 삼양라면은 새로운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소비자는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최대 16%까지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출할 의향이 있다. 이런 선호가 높은 브랜드에는 더 높은 충성도도 보였다.디지털 시대에는 브랜드의 성패가 제품 판매가 아닌 브랜드가 제공하는 고객 경험에 달려 있다. 브랜드는 물건을 팔기보다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2024.01.20 08:00

4분 소요
국물이 진~한 ‘국민라면’...1위 넘보는 갓뚜기표 ‘진라면’ [1000억 식품의 비밀]

유통

35년간 막힘없이 사랑받은 ‘국민라면’. 1988년 출시된 오뚜기 ‘진라면’은 진하고 깊은 국물맛의 라면시대를 활짝 열었다. 잘 퍼지지 않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을 특징으로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으며 입지를 다져오며 한국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진라면은 현재 연간 매출 약 2000억원을 올리는 ‘메가 브랜드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뚜기에 따르면 진라면의 최근 3개년 매출은 2020년 2430억원, 2021년 2350억원, 2022년 2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라면 시장 10% 가량을 차지, 판매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상도에서 부동의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라면 판매 순위(개별제품 매출액, 4사 기준)는 농심 신라면(10.7%),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 순핫맛 합산(9.2%), 짜파게티(6.2%), 안성탕면(6.1%), 육개장(4.6%) 순이다. 특히 지역별 판매량에서 경상북도 대구에서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 대구에서 10.4% 점유율을 차지해 신라면(8.1%)과 2.3%포인트(p) 차이를 보였다. 또 경상남도에서는 신라면(8.25)을 제치고 8.6%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 안성탕면(11.4%)의 뒤를 이었다. 순한맛, 매운맛 두가지 버전...소비자 선택 폭 넓혔다깊고 진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에 소구점을 맞춘 것은 물론,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해왔다는 점이 진라면의 오랜 인기 비결로 꼽힌다. 오뚜기는 진라면 맛을 개선하기 위해 건더기 양을 늘리거나 라면스프 소재를 다양화하는 등 리뉴얼을 통해 제품을 업그레이드 했고 물류센터 신축, 생산설비 교체 등 라면의 생산성 향상에도 집중해왔다.여기에 제품 다양화와 맛 개선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2003년과 2005년 각각 진라면 ‘작은 컵’, ‘큰 컵’을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고, 2005년 이후 수 차례 리뉴얼을 진행하며 진라면 맛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했다. 그 결과 오뚜기 라면은 2012년 10월, 국내 라면시장 2위를 차지했으며, 2019년 12월 수량 기준 진라면 점유율은 14.6%로 1위 신라면(15.5%)의 턱 밑까지 추격한 바 있다. 이후에도 오뚜기는 물류센터 신축, 생산설비 교체를 통해 라면의 생산성 및 품질 향상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라면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도 돋보였다. 첫 시작은 스포츠 마케팅 전략으로, 메이저리그 스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라면”이라는 징글송은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회자되는 유명한 징글송이 됐고 2013년 류현진 선수의 모델 기용을 통해 진라면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여기에 2016년 리우올림픽 펜싱 경기 중 ‘할 수 있다’며 스스로 다독이는 모습이 화제가 된 펜싱선수 박상영 선수를 모델로 발탁했고 2017년,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서포터로 선정된 바 있다.최근에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넥슨의 모바일 레이싱 게임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이하 키러플)’와 제휴를 맺고 ‘진라면·카러플’ 용기면과 컵면을 선보였다. 기존의 진라면 패키지 디자인에 카러플 인기 캐릭터를 적용한 것으로 매운맛에서는 ‘배찌’를, 순한맛에서는 ‘다오’가 새겨졌다. 지난해에도 두 번째 협업을 진행해 카트라이더 캐릭터 다오와 배찌가 새겨진 진라면 용기면, 컵면 출시는 물론 다양한 진라면 아이템이 카트라이더에 추가돼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최근 라면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로 지난해 오뚜기 진라면이 전국 판매 2위를 차지하는 등 오랜기간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임을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맛과 품질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07.26 07:00

3분 소요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의 시대는 끝났는가?

전문가 칼럼

애플과 나이키에서 전환기의 브랜드 전략을 생각한다 혹자는 이제 브랜드의 시대는 끝났다고 이야기한다. 기술혁신에 의한 ‘성능 편익’의 비중이 브랜드의 감성적 편익을 밀어 내고 있는 현상이 곳곳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패스트 패션은 물론이고 패스트 리빙, 인터넷쇼핑몰에서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가성비 높은 수많은 제품들. 제품의 수명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심지어 브랜드가 없음을 브랜드로 내세운 ‘노브랜드’라는 브랜드도 생겨났다.한편으로 우리는 비슷비슷한 상품이 넘쳐나고, SNS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거기에 과장된 이용경험을 자발성인 것처럼 포장한 채 전달하는 유튜버와 불로거들의 ‘뒷광고’까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브랜드 시대는 끝났는가? 이 시대의 아이코닉 브랜드인 애플과 나이키의 이야기에서 전환기의 브랜딩에 대한 인사이트를 구해보자.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애플은 시가총액이 1조6000억 달러에 달해 세계 최대의 기업이 되었다.(지금은 2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7월 발표한 애플의 3분기(2020 회계연도 4~6월) 매출 597억 달러 역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팬데믹의 장기화에도 애플은 전년 동기대비 11%가 증가한 매출을 기록하고 이익도 더 늘어 난 것이다. 같은 기간 세계 1위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삼성 갤럭시는 전년 동기대비는 물론 전 분기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전 세계가 팬데믹이라는 똑같은 형벌의 시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다른 산업도 아닌, 같은 산업에서 어떤 브랜드는 성장을 하고 어떤 브랜드는 역성장을 하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렇다면 위기의 상황에도 빛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 애플이 가장 혐오하는 두 단어 ‘브랜딩’ ‘마케팅’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격 혹은 제품이 주는 편익, 그리고 품질 때문이다. 그러나 판매량에서 세계 1위를 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끊임없이 제안하는 삼성보다도 애플의 주가 총액이 6배 이상이 되는 현상을 보면 브랜드의 힘 이외에 무엇으로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지 찾을 도리가 없다. 워런 버핏은 “수영장에 물이 가득 차 있을 땐 다들 멋지게 수영하고 있어 그 속을 알 수 없지만 물이 빠진 다음에는 누가 벌거벗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브랜드의 힘은 위기의 시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애플은 충성도 높은 팬덤이 전 세계 도처에 깔려 있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면 애플의 팬들이 애플다움과 애플답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를 고객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고객들은 애플과 나를 동일시하며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애플의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다시 망설임 없이 재구매를 한다.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애플의 팬덤은 그 질과 양에서 어떤 브랜드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이러한 강한 팬덤을 형성한 애플의 브랜드 전략은 매우 단순하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잡스와 직접적인 보고 라인을 가지고 일했던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로, 월드와이드 마케팅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던 앨리슨 존스의 인터뷰를 들어 보면 애플 브랜드 전략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스티브잡스의 애플에는 가장 혐오하고 싫어했던 단어 두 개가 있었는데 바로 ‘브랜딩’과 ‘마케팅’이었다.”세계에서 가장 마케팅을 잘하고 브랜딩을 통해 광팬을 만들고 있는 기업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이 가장 혐오하는 단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확히는 브랜딩과 마케팅이란 단어를 경계했다고 하는 편이 옳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본질인데, 그 중요성을 간과하면 마케팅과 브랜딩에 목을 매게 되고 그 순간 기업은 발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브랜드의 가치와 마케팅은 그들이 만드는 제품 자체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렇게 애플은 먼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이후 정말 센스 있고 멋진 소개를 했다. 그 멋진 소개가 그들의 마케팅이자 브랜딩이었다.대개의 기업들은 제품과 마케팅을 별개로 생각하고 제품이 개발된 후 마케팅을 관여시키거나 혹은 외부 팀을 통해 마케팅을 시작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접근을 최악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애플의 마케팅팀은 엔지니어링팀 바로 옆에 있었다.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서 제품의 기능, 디자인, 마케팅이 한 몸처럼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된 ‘좋은 제품’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한 것이다. 제품이 좋으니 사람들이 절로 관심을 가졌고, 그저 제품 자체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세계가 열광했다. 그리고 멋진 캠페인이 끝나도 관심은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제품자체에 열광을 한 것이지 캠페인에 반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렇게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갈수록 높아졌고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마다 팬덤은 두터워지고 넓어졌으며 그들은 망설임 없이 다시 애플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소비자들을 실망 시키지 않고 아이팟 이후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애플다움’을 유지한 결과가 어떤 상황에서도 묻지 않고 애플을 신뢰하는 팬덤을 만든 것이다.지난 5월 25일 미국의 미네아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한 체포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과격한 시위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이키가 보여준 태도는 심지어 경쟁사인 아디다스도 동조를 할 만큼 시의적절하면서도 용기 있는 것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나흘 후 나이키는 자사가 30년간 지켜온 슬로건 ‘Just Do It’을 뒤집은 ‘For once, Don’t Do It(이번만은 그렇게 하지말자)‘이란 새로운 슬로건을 걸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을 통해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 나이키의 문화 브랜딩(cultural branding) “이번만은 그러지 말자.” “미국에 문제가 없는 척 하지말자. 변명 하지말자.” “이 문제가 당신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 하지말자...(하략)”1분 동안 검은 바탕에 ‘Don’t...’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하나씩 차례로 나온다. 총 9문장 안에 담긴 나이키의 메시지는 즉각적으로 1주일 만에 인스타그램 조회수 1500만회를 넘었고 4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영상을 발표한 직후 나이키는 향후 4년간 미국 흑인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해 4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진정성에 힘을 실었다.미국의 광고효과조사 전문 업체인 에이스 매트릭스가 나이키의 이 영상 메시지에 대해 16~49세 미국인에게 조사한 바에 따르면, 98%의 다른 광고에 비해 ‘힘을 얻게 한다(empowering)’는 반응이 나왔다. 또 소비자들은 불의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보여주는 광고에 보다 더 연결된다는 인사이트를 보여주었다.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이슈에 대해 이념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반대 입장을 가진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외면하지 않는다. 2018년 ‘저스트 두잇’ 론칭 30주년 기념 광고에는 미식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을 모델로 세워 스스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미국 국가가 울릴 때 기립 대신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로 사회적 논란을 제공한 당사자다.당시 에이스 메트릭스 조사에 따르면 광고 이후 매출이 동기 대비 31% 상승했고, 젊은 세대들의 56%가 구매의향을 보였다. 나이키는 이 같은 사회문화적 이슈를 브랜드에 접목하는 문화 혁신 이론(cultural innovation theory)을 배경으로 한 문화 브랜딩(cultural branding)으로 팬덤을 쌓아 온 것으로 유명하다. 브랜드 슬로건 ‘저스트 두 잇’의 이념 실현을 위해 나이키는 인종차별, 성차별 그리고 빈곤의 세계화라는 삶의 도전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그것이 농구일 경우 게토에서 꿈을 키우는 흑인 청소년 속에서 자라난 마이클 조던의 신화로, 그것이 골프일 경우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종목에서 꿈을 이뤄낸 타이거 우즈를 마이너리티의 승리로 조명하는 식이다. 단순히 스타선수들의 초인적 운동능력을 상투적인 방식으로 증명하는 대신, 유명선수들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이키의 브랜드 이념을 동조하는 사람들을 모아 왔다.‘이번만은 그러지 말자(For Once Don’t Do It)‘ 캠페인은 나이키가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해온 브랜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해온 브랜드 이념에 방점을 찍은 것이지 새로운 시도가 아니다. 그들에게 다가온 이념적 기회(ideological opportunity)를 용기 있게 잡았을 뿐이다. ━ 브랜드 액티비즘의 시대 우리 소비자들도 이제 브랜드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부합할 때 그 제품을 기꺼이 이용한다. 기능적으로 크게 차별화 되지 않는 비슷한 제품이 양산되는 오늘날은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브랜드 혹은 오너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건강하고 정의로운지를 구매의 기준으로 삼는 가치 소비의 시대다. 비정규직이 없는 기업이라는 것이 밝혀져 식품회사 오뚜기는 ‘갓뚜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팬덤이 생겼다. 반면 오너 일가의 부도덕성으로 인해 이 나라의 최대 항공회사는 존립위기를 맞기도 했다.지난해 세계 크리에이티브 축제인 칸느 라이언즈에서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이제 브랜드는 인격체처럼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제품을 파는 시대를 넘어 소비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관계의 형성은 브랜드가치를 손상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필자는 제일기획과 공기업에서 30년간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제일기획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미주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공기업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공공부문에 민간의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접목시키는데 기여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2020.09.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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