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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공정위 심사…메가스터디, ‘공단기’ 인수 연내 결론 지을까

증권 일반

#메가스터디교육의 공무원 교육업체 ‘공단기’ 운영사 에스티유니타스(ST유니타스)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가 이달 마무리된다. 지난해 10월 최초 인수가 추진된 지 1년 2개월만이다. 메가스터디와 에스티유니타스 합병 시 입시와 공무원 시험을 아우르는 ‘공룡’이 탄생하는 만큼 독과점 가능성을 고려한 공정위도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양 사 결합을 승인하되, 여러 조건을 내거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거란 관측이 나온다. 12일 교육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메가스터디교육의 에스티유니타스 인수 관련 기업결합 심사를 이달 중 마무리 짓는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에스티유니타스 양수 예정일자를 기존 10월 21일에서 12월 29일로 정정했다. 오는 29일은 올해의 마지막 영업일로, 12월 중 공정위 심사가 마무리될 것을 감안해 양수 일자를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해 10월 에스티유니타스 최대주주인 베인캐피탈 보유지분 50.32%를 포함해 지분 95.88%(303만5309주)를 1718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이투스에서 근무하던 서울대 출신 윤성혁 대표가 2010년 독립해 세운 입시 회사로 ‘영단기’ ‘공단기’ 등 브랜드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두 기업의 합병 심사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했지만 1년 2개월째 결론내지 못 하고 있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 기업결합 심사는 30일 이내에 심사를 개시하고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필요에 따라 심사 기한은 늘어날 수 있다. 통상적인 기업결합 심사에 반년 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의 장고가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 심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가스터디가 에스티유니타스를 인수할 경우 입시와 공무원시험, 영유아에서 초·중·고·재수까지 모두 보유해 독과점 논란이 불가피한 탓으로 보인다. 공시 시장 점유율을 보면 2021년 기준 공단기(에스티유니타스)의 점유율은 44%, 에듀윌 18%, 박문각 17%, 윌비스 15%, 메가스터디 6% 등이다. 공단기와 메가스터디를 합치면 50%가 넘는다. 메가스터디는 중등 시장 점유율 70%로 업계 1위이며 초등 시장에서도 후발주자인 ‘엘리하이’가 2021년 기준 점유율 20%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 ‘조건부 승인’ 결론 나오나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결합하는 기업이 점유하는 시장 범위 획정 △경쟁사업자 간 공동행위 가능성 △신규 사업자 진입 등 경쟁 제한 가능성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확대 여부 등을 살펴본다. 합병으로 인해 소비자 혜택이 감소하고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양 사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 당시 합병 후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99.2%에 달했지만 6개월 내 요기요 매각을 전제로 승인을 내린 바 있다. 2019년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3년동안 케이블TV 수신료를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상하지 말라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올해 6월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직접 언급한 점은 변수다. 최근 공정위는 메가스터디, 대성, 이투스 등 대형 입시 사교육업체들의 허위·과장 광고 행위를 적발해 18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메가스터디는 집필진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 모의고사에 참여한 경력만 있어도 수능·평가원 모의고사 경력이 있다고 표기했고, 검토위원 경력만 있어도 출제위원 경력이 있다고 거짓 광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스터디교육 측은 “(에스티유니타스) 양수예정일자는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등의 모든 절차가 완료돼 주식 양수도 및 매매대급 지급절차가 완료되는 거래종결일을 의미한다”며 “정확한 양수일자는 관계기관 일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완료시점에 정정공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12.12 17:25

3분 소요
메가스터디, “투자 강화” 한 달 만에 산하 투자사 팔았다

IT 일반

메가스터디가 산하 벤처캐피털 메가인베스트먼트를 480억원에 매각했다. 3일 공시에 따르면, 메가스터디는 메가인베스트먼트 보유주식 전량인 396만주 전량을 JB금융지주에 넘겼다. 매각가액은 480억1500만원이다. 메가스터디는 지난달 30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JB금융지주와 매매계약을 맺었다. 메가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메가스터디에서 자본금 200억원 중 198억원(지분 99%)을 출자해 설립했다. 수익보단 신사업을 찾는 데 목적이 있었다. 설립 당시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현 대표)는 “메가인베스트먼트의 첫 번째 설립 목표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설립 의도대로 메가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0년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투자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교육은 물론, 농·식품산업과 여성기업 등을 대상으로 13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메가-HGI더블임팩트 투자조합(205억원)과 메가농식품벤처투자조합3호(125억원)을 각각 결성했다. 손 대표는 최근까지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었다. 지난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손 대표는 “메가인베스트먼트와 협업해 인공지능 전문기업, 차세대 베이커리 업체, 아동 액티비티 플랫폼 기업, 종이 가구업체 등에 직·간접적인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손 대표는 “메가스터디와 JB금융지주 양사 모두 필요를 충족한 딜”이라며 “지난 10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기 기업 발굴 및 육성 등 우리 회사의 강점을 더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 사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향을 튼 배경을 놓고 투자업계에선 높은 매각 가격을 들었다. JB금융지주 측에서 시장에서 보는 적정 가격보다 높은 액수를 제안한 것이 계기일 수 있단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메가인베스트먼트의 자산총액은 약 345억원이었다. 매각가액은 그보다 135억원 정도 많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면 투자시장에도 2~3년간 불황이 올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1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을 받고 팔았다면 성공적인 딜”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공단기 인수대금을 마련하려는 취지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교육업계에선 메가스터디가 공무원 수험시장 브랜드 1위인 공단기를 인수하기 위해 공단기 측과 물밑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015년 교육 사업을 독립 법인(메가스터디교육)으로 분할한 상황에서 메가스터디 본사가 인수대금 마련에 나섰을 가능성을 크지 않다. 법인 분할 이후 본사는 투자와 출판·급식사업 부문만을 맡아 왔다. 게다가 이미 공무원 사업을 하고 있는 메가스터디교육 실적도 매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으로만 전년 동기보다 98.1% 는 225억원을 거뒀다. 매각 이후 행보와 관련해 메가스터디 측은 “새로운 투자 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2.06.08 07:00

2분 소요
[단독] 메가스터디, ‘공무원 1위’ 공단기까지 인수?…업계 공룡 탄생하나

IT 일반

메가스터디교육이 공무원 수험시장 1위 브랜드 ‘공단기’를 인수한다는 전망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초·중등과 대입 교육시장에서와 달리, 공무원 부문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메가스터디가 공단기까지 인수하게 되면 초·중등과 대입 그리고 공무원 시험 교육 시장까지 선점하는 공룡이 되는 셈이다. 에스티유니타스의 전직 관계자는 본지 기자에게 “두 회사 간 협상이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인 상황”며 “예상 가격은 800억원에서 1000억원 안팎”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해 말부터 공단기 매각을 위해 본격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메가스터디교육 측에서 먼저 인수를 제안했다. 단숨에 공무원 시장 1위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자회사 ‘메가씨에스티’를 설립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초·중등과 고등(대입), 대학(편입학) 부문에선 1~2위 브랜드를 바탕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공무원이 마지막으로 남은 퍼즐 조각인 셈이다. 에스티유니타스 쪽도 매각 의사가 없지 않았다. 2020년 미국계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으면서 사업부 정리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11월 대입 인터넷강의 사이트 ‘스카이에듀’를 폐쇄했다. 올해 초 불거졌던 유학·입시교육 자회사였던 프린스턴리뷰의 매각설은 현재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고, 공단기까지 매각하면 주력 사업은 모두 정리하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단 반응도 나온다. 거론되는 매각 가격이 너무 작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적정 가격을 2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00억원 정도의 매각 금액은 양사 간의 소송 금액까지 산정해서 나온 수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가스터디교육은 2020년 5월 에스티유니타스와 자회사 현현교육(‘스카이에듀’ 운영사)을 상대로 37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냈다. 당시 메가스터디교육은 피고 측이 계약이 끝나지 않은 소속 강사를 빼갔다며 소송을 걸었다. 에스티유니타스 내부 관계자도 “소송에 합의하는 조건을 가격에 반영했을 수 있다”라고 본지에 확인을 해줬다. 공단기 매각 협상에 대해 양사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인 ‘메가공무원’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스티유니타스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소문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며 “성인교육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2.03.08 18:31

2분 소요
온라인 교육업계, 메가스터디 천하되나?…ST유니타스, 스카이에듀 폐쇄 이어 공단기 매각설까지

IT 일반

대입·성인교육업계가 투자 관련 풍문에 들썩이고 있다. 진원지는 공단기(공무원시험)·스카이에듀(대입교육) 등 브랜드를 지닌 교육업체 ST유니타스(이하 ST)다. 경쟁사 메가스터디가 공단기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ST 전직 관계자들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실이라면 교육업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국내 K12(초등·중등·고등) 교육은 물론, 대학편입·로스쿨 등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있는 메가스터디그룹에 공무원시험은 ‘마지막 퍼즐’로 여겨져 왔다. 업계에선 공단기의 공무원 수험시장 점유율이 70% 안팎인 것으로 추정한다. ST 측이 내놓는 수치와 엇비슷하다. ST는 2019년 기준 9급 공무원 최종합격자 10명 중 8명이 공단기 수업을 들었다고 밝혔다. 메가스터디는 2018년 ‘메가공무원’ 브랜드를 선보이고 인기강사를 공격적으로 영입했지만, 결과는 아직까지 신통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초 ST 측에 공단기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인수가액은 약 800억원이다. 당시 ST는 상장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위약금만 200억원을 물었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상장 전 회사 덩치를 키우려 공격적으로 투자한 것도 어려움을 키웠다. 2017년 미국 입시업체 프린스턴리뷰를 인수하는 데만 1500억원을 들였다. 하지만 ST는 지난해 6월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에서 13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 업체 전직 임원인 A씨는 “윤성혁 전 ST유니타스 대표(현 이사회 의장)도 베인 출신”이라며 “친정에 SOS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인캐피털은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고도 창업자 윤 대표의 경영권을 1년여 동안 보장했다. ━ 300억원대 강사 빼가기 소송, 인수 전략? 그러나 지난 9월 베인캐피탈은 외부 인사를 새 대표로 선임했다. 윤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만을 맡게 됐다. 윤 의장이 회사의 중장기 전략 개발에 주력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사모펀드로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대입 온라인교육 사이트인 스카이에듀가 지난 18일 문을 닫았다. 스카이에듀는 지난해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 사모펀드 입장으로선 ‘알짜’ 공단기 매각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크다. A씨는 “공단기만 해도 적정가격이 최소 2000억원”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베인캐피털에서 ST를 싼값에 샀다는 뜻이다. 메가스터디가 지난해 5월 ST를 상대로 37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도 이런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메가스터디는 ST가 계약이 끝나지 않은 소속 강사를 빼갔다며 소송을 걸었었다. ST가 패소하면 그만큼 기업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A씨는 “지난해 ST가 베인캐피털과 투자 협상할 때도 패소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공단기 인수 가능성에 대해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자사 브랜드인) 메가공무원도 순항하고 있다”며 배경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11.30 20:00

2분 소요
[개성공단 ‘그렇게 속고 또 찾을’ 매력 있나] 낮은 임금, 국내 내수시장 접근성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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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기업 96% “재입주 의향 있다” … “국내 중소기업 발전 돌파구 될 수 있어” ‘그렇게 속고 또 가냐’. 개성공단의 재가동 추진 소식에 대한 인터넷 댓글이다.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1년여 간 공단 입주기업들은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이번 남북 화해무드를 타고 공단이 다시 가동되더라도 정치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성공단은 언제든 남북 관계의 볼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다수가 재입주 의향을 나타냈다. 무엇이 국내 중소기업을 개성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일까.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6%가 재입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발표한 ‘개성공단기업 최근 경영상황 조사’에 따르면 26.7%가 ‘개성공단 재개 시 무조건 재입주’한다고 답변했다. 69.3%는 ‘정부와 북측의 재개 조건 및 상황 판단 후 재입주’라는 입장이었다. 아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고 또 다른 돌출 악재에 따라 공단 폐쇄가 반복될 위험성이 크지만, 정부의 대책을 확인한 후 입주할 생각이 있다는 얘기다. 재입주 의향 없음은 4%에 그쳤다. ━ “재입주 의향 없다” 4% 불과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 경제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2004년 가동을 시작한 개성공단은 남북 관계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북한이 핵실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 행동을 할 때마다 개성공단은 남북 양측에서 ‘지렛대’가 되어 최소 인원 체류, 잠정 중단, 재가동 등을 반복했다. 2016년 2월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결국 전면 중단에 처해지는 운명을 맞았다. 반복되는 정치 리스크에 입주기업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봐야 했다. 앞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은 2016년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업체당 약 2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환산하면 입주기업 전체 2500억원 규모다. 96%의 업체가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14%는 ‘생산 중단 혹은 급격한 매출 감소로 사실상 폐업 상태’라고 밝혔다.이 같은 경험과 상존하는 리스크에도 업체들이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가려는 이유는 생산입지로서의 이점 때문이다.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입주기업들은 재입주 희망 이유로 ‘개성공단이 국내외 공단과 비교해 경쟁력이 높다’(79.4%)라고 답했다. 이 밖에 ‘투자 여력 고갈 등으로 대안이 없어서’(10.3%), ‘시설 매각 등 정부 피해 지원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5.2%) 등의 의견이 있었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남겨진 시설이나 원자재 때문에, 또는 딱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울자 겨자 먹기로 가는 게 아니라 개성공단의 사업환경이 좋아서 입주한다는 의미다.객관적으로 봤을 때 개성공단이 중국·베트남 등 주변의 다른 생산입지에 비해 가지는 장점은 많지 않다. 북한은 무역자유도가 낮고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 접근성도 좋지 않다. 만든 물건을 가져다 팔 시장이 제한적이란 뜻이다. 북한의 경제 성장, 또는 중국 시장 등 대외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잠재적 시장의 기회도 크지 않다. 현지에서 저렴한 원자재 조달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무역 경로가 막힌 만큼 원자재 투입 및 비용 여건도 좋지 못하다.노동력도 공급 측면에서 보면 조건이 나쁘다. 인구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개성 인근 인구는 약 30만명, 폐쇄 전 개성공단 인력은 약 5만명으로 이미 인력수급이 한계에 다다른 수준이다. 기업의 필요에 맞는 자율적 채용 및 관리도 불가능하다. 개성공단의 북한 인력 채용은 간접 채용 원칙에 따라 북한 측 알선기관을 통해서 이뤄진다.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에서 북한의 2018년 ‘노동 자유도’는 186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0~100점 중 5점)으로 나타났다.재입주하는 데 들어가는 경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년2개월 간 폐쇄된 공단을 재개하기까지 많은 수리비용과 해외 바이어 설득, 북한 근로자 임금 처리 등이 남아 있다. 남북경제협력보험(경협보험)과 지원금을 반납해야 하는 자금 마련도 숙제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기업들은 지급받았던 경협보험금을 반환해야 한다. 2013년 개성공단이 6개월 간 중단됐을 때도 정부는 기업에 지급했던 보험금을 전액 돌려받았다. 입주기업들이 보험금을 이미 대체투자에 사용한 경우가 많아 유동성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그러나 개성공단의 낮은 임금은 이런 많은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앞의 설문조사에서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저렴한 인건비(80.3%)를 꼽았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의 법정 최저임금은 74달러, 평균임금은 180~190달러 수준이다. 경쟁 지역이라 할 수 있는 중국(824달러)이나 베트남(241달러)보다도 낮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60%가 노동집약적 업종(섬유봉제·가죽·가방·신발)임을 감안하면 낮은 임금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또 임금에 비해 생산성이 높다. 산업부·한국무역협회의 ‘개성공단과 주요 해외 공단과의 경쟁력 비교연구’ 보고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생산성을 한국 평균의 71% 수준으로,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각각 60% 및 40% 수준으로 평가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2008년 중국과 개성공단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생산성 수준을 평가한 결과에서는 본사(한국) 대비 개성공단의 노동생산성은 약 77%, 중국은 69% 수준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의 경쟁력 우위요소로 꼽은 ‘언어 소통’(3.9%)이나 낮은 이직률도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 해외 지역에 비해 세금 부담 적어 일부 품목으로 한정하면 시장 접근성도 무시할 수 없다. 주요 시장이 국내 내수시장인 경우다. 어차피 서울에서 팔 물건이라면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만드는 것보다 개성에서 만드는 게 효율적이란 얘기다. 실제로 입주기업의 28%는 개성공단의 장점으로 물류 여건을 꼽는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의 이동시간이 절약되고(14.5%), 이에 따라 물류비용을 아낄 수 있다(13.2%)는 것이다. 더불어 다른 해외 지역에 비해 기업들이 내야 할 세금의 숫자도 적고 세율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 세제도 비교적 단순하다. 생산품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관세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해외 생산지에 대한 대안으로서 국내 기업들의 선택권을 넓혀준다고 설명한다. 임금 수준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중국·베트남·인도 등지의 생산지로부터 리쇼어링를 결정한 기업들이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김상훈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중소기업이 중심 되어야’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은 남북 경협 재개 단계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며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경제 주체”라며 “남북 경협사업이 경영난 해소와 성장동력을 찾는 국내 중소기업 발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8.05.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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