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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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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시공단, 공사비 1조1000억원 증액 청구…공사중단 '후폭풍'

부동산 일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중단 여파로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조합에 1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를 청구했다. 공사 중단으로 인해 조합원 1인당 추가로 분담해야 하는 금액이 추가로 약 1억8000만원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업단은 최근 조합에 총 4조3600억원 규모의 변경 공사도급금액을 요청했다. 이는 둔촌주공 재건축 최초 공사비 2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60%가 오른 것이다. 앞서 2020년 6월 설계 변경 등으로 공사비가 3조2000억원으로 1조원 늘어난 뒤 지난 4월부터 공사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4조원대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전체 조합원이 약 6100명임을 감안하면 공사중단 사태때문에 조합원 한 명당 1억8000만원의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셈이다. 이로써 2조6000억원의 최초 공사비와 비교할 경우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은 2억70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조합원들은 사업비 대출비용도 추가로 내야 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을 단기 유동화증권 발행으로 상환했다. 내달 증권 만기가 다가오기 전 새 대주단을 꾸려 약 2000억원 증액한 9000억원 규모 사업비 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조합원 1인당 사업비 대출 부담액은 약 32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 일반분양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 가능성은 열려있다. 해당 기준은 3.3㎡당 분양가격을 3220만원으로 산정한 부담금으로, 현재 조합이 추진하는 3.3㎡당 3500만원 이상의 분양가 상향이 성공할 경우 조합원 부담금은 이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조합은 기대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과 함께 공사 기간도 중단 기간을 포함해 총 58.5개월로 늘어났다. 조합은 오는 10월 15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업단 요청안에 대한 결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한국부동산원 검증 결과에 따라 조합원 1인당 분담금과 준공예정일을 확정할 방침이다. 절차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이르면 다음달 17일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통해 "합의문에 따르면 조합은 시공단이 작성한 공사 손실 보상금, 공사 기간 연장에 대한 내용을 검증 기관에 그대로 제출해야 한다"며 "조합은 시공단이 작성한 손실 보상금액, 공사 기간 연장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규모의 새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지난 4월 15일 공정률 52% 수준에서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2022.09.20 18:47

2분 소요
美 연준 ‘빅스텝’에 전 세계 덮친 부동산 위기설

부동산 일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 경기 역시 침체기에 돌입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위기설’이 퍼지던 중국에선 개발업체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공사중단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7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1%p 인상하는 일명 ‘울트라 스텝’을 밟으리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주택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미국에선 금융위기 이후 수년째 주택공급 부족이 적체되고 자재비, 인건비 등 물가가 급등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워낙 급등한 데다 올해 3월부터 금리 인상이 겹치며 매수세가 다소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가 집계하는 주택구매력지수는 102.5로 금융위기 전인 2006년 7월 100.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축 주택 매매 건수 역시 541만 건으로 전월 대비 3.4% 줄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다른 영미권 국가들 사정도 비슷하다. 캐나다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캐나다 주택거래 건수는 4만8716건을 기록하며 전월보다 5.6% 줄었다. 이 또한 3개월 연속 감소한 수치다. 미국에선 당장 집값 하락이 나타나지 않은 데 비해 캐나다에선 주택가격 역시 확연히 내려가고 있다. 6월 캐나다 주택의 평균거래 가격은 지난 2월보다 15.4% 하락했다. 호주에선 시드니와 맬버른을 비롯한 대도시 부동산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뉴질랜드 집값이 지난해 최고점보다 8% 하락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발맞춰 각국 역시 자국 기준금리를 대폭 끌어올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은 지난 13일 자국 기준금리를 24년 만에 최대치인 1%p 인상한 바 있다. 캐나다, 호주 같은 국가들도 미국처럼 그동안 주택공급 부족에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수급보다 금리 인상 여파가 최근 시장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요자 입장에서 주택구매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단기간에 올리면서 대출 비용이 급등해 자산 구매자들이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면서 “이 같은 효과는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같은 나라에서 한때 뜨겁게 달궈졌던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일찍이 부동산 위기가 표면화됐던 중국에선 대규모 프로젝트의 공사 중단으로 인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인해 불거진 ‘헝다’ 사태가 다른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5월 모기지 기준금리인 5년 물 대출우대금리(LPR)을 0.15%p 인하하는 등 글로벌 기조를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공사중단 사태는 여전하다. 지난달부터 헝다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운동에 들어갔으며 현재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전역의 아파트 공사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4일엔 시안시에 위치한 안시성 은행감독국 건물 앞에서 1000명의 시위대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7.17 15:19

3분 소요
'대책 없는 해외현장'…플랜트‧토목 인력 구조조정 가속

건설

델타변이 등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건설현장의 공기지연 및 손실 위험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수년간 플랜트 저가수주 여파 및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미 건설업계에 손실을 안겨준 해외현장의 리스크가 또다시 부상하고 있다. 13일 취재 결과 국내 건설사들은 아직 해외현장에 대한 델타변이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본사에선 교차·재택근무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업종 특성상 현장에선 이 같은 대응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외현장에 대해서도 체온측정, 마스크 착용, 손세척 등 외에 뚜렷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중동·아시아 현장, 코로나19 피해 가장 커 코로나19 확산 이후 건설업계에서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는 다름 아닌 해외사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지난 4월 시공능력평가 1위~100위 업체에게 코로나19로 인한 분야별 영향 정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외현장의 타격이 컸다”는 응답이 71.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중 절반 이상인 37.1%가 “매우 타격이 컸다”고 답했다. 최은정 건산연 연구원은 “설문조사 대상인 상위 100위 이내 건설 업체의 경우 해외 공사와 건축공사 수주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 대한 코로나19 타격이 타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십 년간 우리 건설업을 먹여 살린 중동·동남아시아 지역이 전염병 대응 및 백신 확보 측면에서 취약함을 나타내면서 피해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SK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말레이시아·UAE·이라크·베트남에서 현장폐쇄로 인한 공사중단 사태를 겪어야 했다. 올해에도 상반기 수주액에서 중동 대비 선방했던 아시아 지역에 델타변이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면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에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플랜트 및 토목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공시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과 올해 들어 단 3개월 만에 건설사별 플랜트 사업본부 인력은 감소했다. 업체에 따라 많게는 300명에서 적게는 수십명 수준으로 줄었다. 일부 인력은 타 사업부로 옮기며 업무를 전환했다. 일각에선 “자체 인력은 줄이고 필요하면 하청을 주면 된다는 식”이라는 말도 나온다. ━ "집값 거품 꺼질라" 주택사업 쏠림 우려도 대형 건설사의 해외사업 손실을 메운 공신은 몇 년 새 호황기를 맞이한 주택사업이다. 부동산114와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현 정부 4년간 주택 청약 경쟁률이 15.1대1에서 94.1대1로 6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분양은 ‘하면 되는’ 사업이 됐다는 의미다. 해외사업 비중이 컸던 건설사조차 지난해 연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주택사업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를 피한 리모델링 사업까지 뜨면서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집중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에서 이어 올해 DL이앤씨·대우건설·GS건설이 전담조직까지 꾸리며 리모델링 사업 수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 주택경기가 불황이던 시절에는 너도나도 플랜트 수주에 나서면서 인력난을 겪었다”면서 “지금 주택분양이 잘 된다고 해서 해외사업 인력을 축소하는 것 역시 집값 거품을 생각하면 리스크가 큰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07.14 14:20

3분 소요
사정 칼날에 움츠러든 중국 경제

국제 이슈

정부의 부패척결 운동에 관료사회가 납작 엎드리면서 경기가 더 얼어붙는다 지난 3월 중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커다란 몽둥이로 부패 관료들을 두들겨 패는 만평이 관영매체에 실렸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가 3년 전 착수한 부패척결 캠페인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시 주석은 공직자 비리 척결이 인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산당의 정통성을 재천명하는 열쇠라고 본다.그동안 정부 부처 또는 지방의 고위급 부패 관료(일명 ‘호랑이’) 약 100명 그리고 하급 관료(‘파리’) 수만 명이 체포됐다. 이 같은 대대적인 부패척결 운동은 인민에게는 인기가 있었지만 부패단속이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고 신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통한 경기부양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시 주석은 이 같은 우려를 가라앉히려 애써 왔다. 지난 3월 초 연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선 이례적으로 민간 기업 대표단을 만나 국가경제에 대한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그것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그는 또한 정부 당국자들에게 재계와의 관계를 유지하라고 촉구하면서 “민간기업과 꾸준히 접촉하며 그들의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그런 교류가 “깨끗해야” 하며 양쪽 모두 뇌물수수는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부패척결 캠페인 그리고 그에 따르는 엄격한 공직자 윤리 규정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타격을 받은 중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시 주석의 관료들을 향한 이례적인 독려는 그런 점을 암묵적으로 시인하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관측통들은 평했다. 특히 중국 언론과 분석가들은 기업과의 유착 혐의로 지방 관리들을 계속 체포하면 그들이 겁먹고 기업·기업인과 접촉을 피하면서 투자 사업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일례로 상하이에 있는 뉴스 사이트 ‘페이퍼’에 따르면 정부 관료들은 기업가들을 만나거나 식사조차 하지 않고 ‘그들을 피해 숨어 다닌다.’ 일부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으며 공사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사이트는 보도했다. 그 결과 “일부 투자자는 부지 확보에 자금 조달을 끝내고도 사업을 진척시킬 수 없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다년간의 경력을 가진 한 도시개발 사업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중국의 한 지방 도시에서 자신이 설계했던 한 공공 건물의 건축이 갑자기 취소됐다고 IB타임스에 털어놓았다. “그들은 우리의 설계를 좋아했다. 고령자용 주택, 유치원, 여가시설, 상점, 음식점, 소규모 호텔, 옥외 공용구역을 갖춘 면적 6만㎡의 건물이었다. 많은 주택이 자리 잡은 신개발지구의 지역사회 중심지로 만들어 각종 편의시설과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구상이었다. 우리가 입찰에서 시공사로 선정됐고 곧 공사를 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세부 작업에 착수했는데 갑자기 전화로 공사가 연기됐다고 알렸다.”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부지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연기사유였다. 그러나 약 2년이 지난 뒤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도시개발 사업자는 공사중단이 분명 부패단속의 결과라고 확신한다.“전에는 지구 계획당국이나 지역 투자회사 책임자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공사를 진행시켰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신중을 기하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요즘엔 책임자들이 우리 같은 기업과 너무 유착됐다고 비난받을까봐 결정을 계속 미룬다. 정부 부처들이 신속히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모두가 안전하게 다수결로 정하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일을 추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또 다른 사례에선 공사 입찰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에 당국자들이 그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중앙정부 반부패 감사팀이 돌아갈 때까지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모든 업무가 올스톱 됐다. 그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았다.”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2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리커창 총리가 올해 인프라 사업 등 새로운 부양책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그런 문제들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문제를 확인이라도 하듯 리 총리는 지난 3월 전인대 개막식 때 업무 보고에서 “나태한 관료”를 비판하며 직무 유기를 거듭 경고했다. 중국 어느 동부 도시의 당서기도 이 문제에 크게 불만을 표하며 실적이 부진한 지방 행정부서에 채찍질을 가한다는 취지로 ‘굼벵이’상을 수여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부패척결 캠페인이 유발하는 불안감은 중국 관료체제 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부패가 만연한 사업환경의 개선에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부패단속 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해 가을 시 주석이 미국 방문 중 주장했듯이 중국에 권력 암투는 없을지 모르지만 공산당 내 여러 파벌이 관련된 권력투쟁이나 불화를 근거로 몇몇 경우 부패단속에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는다.투자자들은 친분을 쌓았던 관료와 기업가들의 갑작스런 실종으로 당혹감을 느껴 왔다. 세계적인 유명 기업인인 푸선그룹 궈광창 회장이 지난해 말 부패와 관련해 며칠 동안 당국에 조사를 받던 중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져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그 직후 중국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미터스 본위의 억만장자 창업자 저우청젠 회장도 경찰에 연행돼 심문을 받았다.왕바오안 국가통계국장은 지난 1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발표하면서 중국경제에 관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안심시킨 며칠 뒤 돌연 구속돼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기업 대상으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컨설턴트는 고객이었던 현지 기업의 고위 간부가 공안에 연행된 일도 있었다고 돌이켰다. “거래 업체 경영자의 구속 뉴스가 보도된 날 사람들은 정말 어리둥절했고 아무도 영문을 몰랐다”고 컨설턴트는 익명을 조건으로 말했다. “모두가 무슨 일인지,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될지 내게 물었다.”베이징대학 HSBC 비즈니스 스쿨 정치학과 크리스토퍼 볼딩 부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폭되는 불안감을 이렇게 요약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특히 외국인의 우려가 크다. 자신은 잘못한 일도 없는데 부조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건 아닌지, 사업 분위기를 걱정한다.”실제로 중국 체제 내에 만연한 부패의 끊임없는 폭로로 인해 일부 투자자가 이 나라에서 사업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회의를 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의 사정기관조차 부패단속으로 “당의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시인했다. 공직자 비리 사정과 규율 강화 캠페인뿐 아니라 이 같은 분위기는 당내 그리고 경제에 파장을 미친다. 그런 추이를 보며 일부 관측통은 시 주석이 이끄는 지도부가 더 광범위한 경제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상황에서 정치·이념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 외국인 투자자는 “부패보다 정책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부패단속이 시장기반 개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사정 운동이 어떤 측면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환영받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거 중국 특히 지방 차원에선 사업을 하려면 뇌물수수가 불가피했던 환경 탓이다.주중 EU 상공회의소(EUCCC) 조르그 우트케 회장은 IB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더 투명하고 공정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우리 회원사 중 약 80%는 부패 척결 캠페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중국이 고속 성장하는 동안 공사 승인과정에서 생긴 부패로 인한 사고들이 잇따랐다. 예컨대 2011년 발생한 중국 고속철도의 대형 사고는 전 철도부 장관에게 일부 책임이 돌아갔다. 그는 그 뒤 거액의 수뢰와 수십 개 사업 입찰과정 개입 혐의로 수감됐다. 그뿐 아니라 검찰은 최근의 여러 사건에서 관료들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톈진항의 불법 독성 폐기물 저장시설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로 173명이 사망하고, 지난해 12월 선전에서 불법 건설 폐기물 매립지의 산사태로 최소 69명 이상이 숨진 사건이 대표적이다.앞서 인터뷰한 도시개발 사업자도 비리 사정 캠페인에 일부 긍정적인 요소가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건설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전에는 당국자들이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기업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참여를 원하는 모든 기업에 입찰 절차를 개방하라는 압력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승인 과정이 더 느려져 중국이 자랑하는 빠른 시공 능력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더 커졌을 뿐 아니라 다른 부조리가 발생할 위험성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그는 “서방처럼 민주화되면서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젠 몇몇 당국자가 앙갚음을 하거나 사리를 취할 목적으로 부패 방지 절차를 내세워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입찰자를 탈락시킬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부패 방지 명분으로 공사를 중단시키는 관료도 있는 것 같다. 전에는 우리 설계가 몇몇 정치인의 마음에 들어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속임수를 쓰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걸 인정해줬다. 그러나 뻔한 일이지만 정부나 현지 투자기업의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족·친지를 참여시키고 싶어 한다. 따라서 책임자가 ‘마음에 드니 진행하라’고 말할 수 없게 되면 우리는 필시 기회를 잃게 될 성싶다.”그가 IB타임스에 말한 바에 따르면 전에는 부하가 책임자의 결정에 이견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부패방지를 내세워 공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이는 “회사 경영자가 선의를 갖고 있다 해도 좋은 일을 못하게 사람들이 막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정확히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공사연기 발표가 다반사가 됐다. EU 상공회의소의 우트케 회장에 따르면 회원사들이 전반적으로 반부패 캠페인을 지지하지만 특히 남서부 쓰촨성 같은 지역에서 그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 쓰촨성 서기이자 석유업계 실력자였던 저우융캉은 반부패 캠페인에서 지금껏 가장 최고위급 희생자였다. 그와 관련된 상당수 관료의 체포로 인해 “의사결정자들이 투자계약을 연기함에 따라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에너지 업계에선 관련 공직자들의 체포로 공사가 지연됐다.”중국 남서부에서 사업을 해온 한 서방 사업가는 “위험 소지가 있거나 확실치 않은 공사는 지방 정부의 승인을 받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충칭시에서 “더 심각했다.” 2012년 충칭시 당서기이자 전 정치국 위원이던 보시라이가 부패 혐의로 체포되고 그의 부인이 영국인 사업가 살해 혐의로 수감된 결과였다.“충칭은 플러스 요인이 없을 때는 상당히 소극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 주석이 주도하고 지원하면서 싱가포르와 합작으로 진행하는 산업단지 건설 같은 대형 투자는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융통성이 필요한 다른 투자 사업은 어렵다.”상하이에 있는 중국 유럽 국제비즈니스스쿨(CEIBS)의 금융 전문가 게리 류 교수에 따르면 그런 무기력증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반부패 캠페인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자기나 동료가 언제 구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책임질 일을 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에 따르면 관료들이 양질의 사업을 지지하더라도 동료가 불쾌하게 여길 경우 앙갚음으로 사정 단속반에 나쁘게 말할 가능성을 우려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면 곧바로 보복을 받게 된다. 완전히 깨끗한 관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은 공연히 일을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고 느낀다.” 볼딩 교수는 법규가 끊임없이 바뀌면서 그런 불안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전에는 합법적이던 일로 잡혀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겁을 집어먹고 바짝 엎드려 있다. 그들은 ‘이젠 게임 규칙을 모르겠다. 내일 규칙이 또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그는 지난해 여름 주가폭락 이후 주식 공매도에 대한 정부의 단속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지난해 5월 중국증권감독위원회에서 ‘중국 증시에서 공매도를 장려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2개월도 안돼 공매도한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그러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사람들이 감을 못 잡는다.”CEIBS의 류 교수에 따르면 또 다른 부정적인 요인은 뇌물이나 리베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일부 관료들이 공사 집행에 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그는 “전에는 생기는 게 있어 사업가들을 만나는 게 유리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그런 혜택을 볼 수 없으니 기업인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여긴다”고 말했다.그런 태도가 경제에 어느 정도 손실을 입히는지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 린치’는 2014년 보고서에서 그해 부패척결 캠페인으로 중국 경제가 1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BNP 파리바 은행의 이코노미스트는 부패단속으로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1.5%가 증발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 수치는 다른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그러나 더 많은 인프라 공사의 집행과 자금조달에서 민간 투자자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제조업 둔화를 보완하려는 중국의 계획에는 그런 태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중국 심계서(감사원)의 지난해 발표는 그런 어려움을 뒷받침한다. 그해 승인된 전체 프로젝트 중 금액 기준으로 6분의 1 선인 450억 달러의 공사가 지연됐다. 몇몇 경우 중앙정부가 그런 지방 정부에 지원했던 예산을 환수해 다른 지역에 배정했다. 그리고 약 250명의 관료가 “정부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공사를 지연하거나 개발용지를 놀렸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고 일부 중앙 관료들도 근무태만으로 비판받았다.그러나 부패 단속이 장기적으로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한 법률 전문가는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거래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베이징대학 국가발전연구원 야오양 원장은 부패 단속으로 더 공정한 사업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썼다. 비리 사업가들이 관료들과의 유착을 통해 불공정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기가 어려워지고, 무능한 관료들이 연줄 또는 매관매직으로 임명되는 사례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뇌물공여를 중국에 만연한 관료적 형식주의를 우회하는 실용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보는 사업가도 있다고 야오양 원장은 시인했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다. “중국에선 뇌물 수수가 어느 정도 성장을 촉진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사업환경 조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에서 관료적 형식주의를 타파하면 성장이 촉진된다. 그러나 부패는 무엇보다도 관료들의 형식주의를 조장함으로써 기업들에 무차별적이고 어마어마한 세금을 물린다.”부패를 줄이면 경제 왜곡이 시정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일부 경제에서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의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적응기를 거친 뒤 새 고객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부패단속 캠페인이 부패·뇌물과 밀접하게 연관된 경제 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예컨대 중국의 명품 시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 최고의 성장률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권 청탁 목적으로 관료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상납하는 관행이 부패 단속으로 줄어든 뒤 명품시장도 빛을 잃었다.“명품 구입의 약 20%가 선물용이라는 추산이 있다. 부패단속이 시작되자마자 매출이 감소했다”고 상하이에서 명품업계 고객을 대상으로 자문하는 프랑스 홍보 대행사 마자린 아시아 퍼시픽의 얀 조소 부장이 말했다. 세계 명품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1%에서 2014년 10%로 축소됐다고 전해진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중국 내 명품 판매는 11% 감소했다.중국 내 패션 브랜드 매장의 80% 이상이 문을 닫았으며 앞으로 더 많은 폐점이 예상된다. 한때 관료들에게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종종 부패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고가 시계 판매도 큰 타격을 받았다. 과거 관료들에게 제공하는 선물로 인기가 높았던 중국의 일부 고급 명차 가격도 근년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큰 타격을 받은 또 다른 업종은 과거 고위 관료들의 미술품과 골동품 선호로 급성장했던 경매다. “지방의 한 성에선 과거 관료의 도움을 원한다면 그림을 선물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고위 관료에게는 고가의 그림, 변두리 관료에는 몇백 달러짜리를 안겨줘야 했다”고 베이징의 한 경매업체 베테랑 관계자가 익명으로 말했다.지금은 상당수 중소 경매업체가 문을 닫았으며 일부 작품 가격은 40% 하락했다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의 구입 동기가 더 순수해졌다. 진짜 수집가들의 수요가 아직 있다. 그들도 부자 사업가지만 예술에 정말 관심 있는 사람들이며 짝퉁 판매가 줄고 있다.”브랜드들도 적응하고 있다. 프랑스 코냑 제조업체 그랑 마니에 리큐르의 피에르-앙리 페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우리는 이제 중산층을 겨냥한다”며 고가 주류 브랜드들이 판매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고 시인했다. 마자린의 얀 조소 부장은 중산층의 증가와 관료에게 바치는 선물 또는 뇌물 구입이 감소하면서 직접 사용하려고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했다.그는 “요즘 중국인 고객은 남에게 줄 선물보다는 자신을 더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품 소비자가 더 까다롭게 제품을 고르고 무차별적으로 돈을 뿌릴 가능성은 줄었지만 그는 그래도 중국 시장이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고품질을 원하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따라서 여전히 향후 5~10년 사이 시장이 크게 성장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렴한 경제에 적응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큰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전에는 관료들을 식사 대접하면서 사업을 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응하지 않는다”며 광둥성에서의 사업이 부진에 빠진 한 사업가가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사업가는 광둥성의 고급 음식점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진 찍히기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도시개발 사업자는 그런 채널이 없으면 중국인 사업가와 관료들은 어떻게 거래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적절한 절차가 구축될 때까지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중국의 많은 사람이 정상적인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관료와 어떻게 접촉할지, 어디로 찾아갈지 모른다. 지금껏 모두 저녁 식사 자리에서 처리하던 일이니까!”- 던컨 휴이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 비리는 이제 발도 못 붙인다 - 지난해 30만 명 가까운 중국 관료가 부패 혐의로 처벌 받아 지난 3월 초 중국 공산당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광범위한 부패단속으로 처벌 받은 관료가 30만 명에 육박했다. 중국의 연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중 중국 공산당의 공식 부패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가 발표한 통계다.CCDI 웹사이트에 실린 성명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패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당원은 20만 명, ‘무거운 처벌’ 대상자는 8만2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비공개 자료에 기초해 내사를 실시하는 CCDI는 어떤 기준으로 처벌의 경중을 가리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CCDI는 또한 관료들에게 5만4000통의 경고 서한을 발송했다.시진핑 중국 주석은 2012년 취임 이후 대대적인 부패척결 캠페인에 착수했다. 부패단속에 정부 관료, 국유기업, 군부가 걸려들면서 홍콩의 명품 가격으로부터 마카오의 도박 수입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그 여파가 미쳤다. 그러나 지난해 부패로 처벌받은 관료 수는 중국 공산당의 8800만 당원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호랑이(고위급 부패 관료)’ 26명이 구속돼 부패 혐의로 조사받았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 6월 종신형을 선고 받은 저우융캉 전 중국 공안부 부장, ‘막대한’ 뇌물을 받았다고 CCDI가 비판한 랴오용위안 전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 총경리도 포함됐다.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월 “공산당 지도부의 단호한 부패척결 의지와 부패확산을 차단하려는 목표는 변함없다”며 “중국을 비리의 꿈도 꾸지 못하는 곳으로 만들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바니시 판데이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6.05.1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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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흉물’이 최첨단 금융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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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임자는 따로 있었다. 무려 10년 동안 공사중단, 설계변경을 거듭하며 철골만 앙상하게 드러낸 채 도심의 흉물로 방치돼 있다 93년 3월 사업주가 바뀌면서 공사가 재개됐던 서울 무교동 유진관광빌딩이 오는 6월 말 최첨단 국제금융센터로 모습을 드러낸다. 무려 14년간에 걸친 건축기간이 말해주듯 이 빌딩이 들어서기까지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건물의 건축주인 유진관광㈜은 당초 재일교포 사업가인 곽유지씨가 75년 당시 지금의 빌딩 건축부지에 개업한 엠파이어관광호텔(10층)이 모체. 일제 때 일본으로 건너가 빠친코와 부동산을 통해 돈을 모은 곽씨는 80년대 초 서울에 올림픽이 유치되자 엠파이어호텔 자리에 초대형 관광호텔을 건립할 계획을 추진, 84년 7월 서울시로부터 도심재개발사업(무교 3지구) 시행인가를 받아 냈다. 이 과정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특혜시비를 낳기도 했다. 어쨌든 곽씨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자마자 엠파이어호텔을 휴업하고 철거했다. 87년에는 싱가포르·홍콩의 샹그리라호텔체인과 합작계약을 체결, 호텔 이름도 유진샹그리라호텔로 명명했다. 88년 초에는 인접 무교 12지구 재개발사업지구를 인수, 사업부지를 2천6백평으로 늘려 지하 8층·지상 34층 객실 5백6실의 특급호텔 건립계획을 확정했다. 12지구 인수과정에 다소 진통은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은 잘 진행돼 나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업실무를 맡겼던 조카 곽모씨가 50억원을 횡령하고 해외로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업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뱅커전용 마케팅전략 맞아 떨어져 당초 올림픽 이전에 완공하기로 했던 호텔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샹그리라측이 합작계약을 해지, 철수했고 90년 5월에는 지하주차장 불법 증축을 둘러싸고 서울시 공무원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준 사실이 발각돼 당시 서울시 종합건설본부장을 비롯한 국장급 공무원 4명이 구속되고 1명이 면직되는 파문이 일어났다. 이 여파로 사건 당시 7층까지 골조공사만 일부 진행된 상태에서 1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됐고 다시 공사가 재개돼 25층까지 골조공사가 진행됐으나 92년에 8층 부분의 불법증축 사실이 드러나 또 중단되면서 도심의 흉물로 방치돼 왔다. 유진관광빌딩이 이렇게 홍역을 치르고 있을 때 바로 맞은편 국제극장 자리에는 비슷한 시기에 롯데관광그룹이 추진한 광화문빌딩이 들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롯데관광은 김기병 회장이 71년 롯데 이름만 빌려 창업한 회사로 동화면세점·태흥건설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 김회장 부인이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정희씨여서 창업 때 롯데 이름을 따왔다. 김회장은 태흥건설을 통한 광화문빌딩 건설 경험을 살려 지지부진하던 유진관광호텔 건설사업에 뛰어 들기로 하고 93년 3월 곽씨로부터 유진관광㈜을 계열사 명의로 인수했다. 김회장은 당초 땅을 인수하기로 했다가 세제상의 걸림돌 때문에 법인을 그대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이 바뀌면서 이 빌딩에도 행운이 뒤따랐다. 95년 건축법 규정의 개정으로 건물용적률 기준이 크게 완화되자 유진관광측은 설계를 변경, 건물 연면적을 20.8% 늘려 허가를 받았다. 건물 높이는 34층에서 30층으로 줄어 들었지만 연면적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투자효율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와 함께 당초 호텔 건립 목적의 건물 용도를 업무시설로 변경, 95년 11월 서울시로부터 재허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9∼25층까지 골조를 모두 철거하고 재시공해야 했다. 8층까지는 층고가 3.8m로 업무시설 전용에 문제가 없었지만 객실용으로 지어진 9층 이상은 3.5m에 불과했기 때문. 이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어진 이 빌딩은 시기적으로 국내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불황의 늪에 빠져 도심 빌딩의 사무실이 남아 돌아가는 시점에 완공돼 분양에 상당한 고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서울파이낸스센터로 명명된 이 빌딩은 처음부터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를 목적으로 지어진데다 IMF사태의 여파로 국내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외환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호기를 맞고 있다. IMF 特需로 외국계은행 속속 입주 국내에 이미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들이 늘어나는 업무수요에 맞춰 사무실을 확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신규 진출하는 은행들도 사무실을 찾고 있지만 이들의 입맛에 맞는 첨단빌딩이 4대문 안에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본점이 밀집한 우리나라 금융의 총본산 명동에 인접한 입지적 강점에다 처음부터 뱅커 전용으로 지어진 인텔리전트빌딩이라는 점이 부각돼 결과적으로 IMF사태의 덕을 보게 된 것이다. 유진관광(주) 이재평 상무는 “파이낸스센터라는 개념은 2년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세계화될 것에 대비해 설정했는데 IMF사태로 국내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예상보다 빨리 현실과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파이낸스센터 마케팅을 맡고 있는 한국부동산컨설팅 정광영 사장은 “환차익을 겨냥해 임대가 아니라 1개 층을 아예 매입하겠다는 외국계 은행도 있다”고 귀띔한다. 달러를 들여와 원화로 계약하는 이들 외국은행은 달러당 환율 1천5백원대에 매입하기 때문에 만약 환율이 1천2백원대의 안정권에 진입하면 건물 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25%의 달러를 더 가져갈 수 있다. 게다가 이 건물이 4대문 안에 들어서는 가장 최첨단 건물로 외국은행들이 요구하는 설비수준을 만족시켜 주는 거의 유일한 빌딩이라는 점 때문에 분양은 예상외로 순조롭다. 모든 빌딩이 임대료를 내리고 있는 시점에 인접한 기존 빌딩보다 20∼25% 비싼 조건을 내걸고 분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자신감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분양가 구조도 국내 다른 빌딩과는 다르다. 지상층인 1, 2층을 제외한 3∼29층까지는 고층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임대료는 평당 8백50만(3층)∼9백50만원(29층), 매매가는 1천9백만(3층)∼2천1백만원(29층). 건물 1∼5층은 이미 동화은행 본점이 입주하기로 돼 있고 계열사인 동화면세점 본사가 입주할 27층을 제외한 다른 층도 외국계 은행·펀드·컨설팅사들이 입주 예약을 해 둔 상태다. 이들이 모두 입주하게 되면 연간 5천만 달러의 외화유입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4년간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공무원 여러명이 다쳐 서울시 공무원들에게는 쳐다보기조차 싫은 ‘5공의 망령’으로 낙인 찍혀 있지만, 시청에서 고개만 돌리면 바로 쳐다 보이는 자리에 들어선 이 건물이 외화벌이의 효자가 될 줄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199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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