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한국 경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이 역대 처음으로 1년여 동안 0.1%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잠재성장률 자체가 2% 안팎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출이 휘청일 때 경기를 대신 받쳐줄 소비·투자 등 내수 체력도 취약하다. 정치 불안과 재정 건전성 이슈로 인해 충분한 재정정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한국은행은 최근 공개한 '올해 1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이대로라면 이달 24일 공개될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를 밑돌거나, 플러스(+)를 유지한다고 해도 0.1%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분기 -0.228%, 3분기 0.1%, 4분기 0.066%에 이어 네 분기째 0.1%를 넘지 못하는 성장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봐도 통계가 존재하는 1960년 이후 한국 경제의 분기 성장률이 이렇게 오랜 기간 0.1% 이하에 머문 적은 없었다. 2022년 4분기 성장률은 -0.452%로 민간 소비 감소와 수출 증가세 둔화가 겹쳐 역성장했지만, 곧바로 2023년 1분기 0.44%로 반등하며 지난해 1월 1.3%까지 플러스 성장세를 유지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충격으로 2020년 1분기 성장률 -1.286%, 2분기 성장률 -2.74%를 기록하며 뒷걸음쳤지만, 3분기 성장률 2.209%로 성장세를 회복한 뒤 4분기 성장률 1.574%, 2021년 1분기 성장률 1.543%, 2분기 성장률 1.344%로 이후 1∼2%대를 이어갔다.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때조차 경제 충격의 골은 깊었지만, 반등과 회복을 이어갔다. 1997년 4분기 성장률은 -0.611%, 1998년 1분기 성장률 -6.714%, 2분기 성장률 -0.78%로 역성장을 지속하다 3분기 성장률 1.957%, 4분기 성장률 2.493%, 1999년 1분기 성장률 3.106%, 2분기 성장률 4.338% 등 높은 분기 성장률이 이어졌다.한국경제가 저조한 성장률에 머무는 이유는 여러 요인 때문이다. 먼저 저출생·고령화와 혁신 부족에 따른 생산성·효율성 저하 등으로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5% 안팎에 이르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연평균 3% 초중반, 2016∼2020년 2% 중반을 거쳐 최근 2%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가계부채로 인해 소비가 위축됐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특정 업종 내 투자가 짓눌리는 등 내수도 허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의 기초체력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에, 외부 충격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을 때 과거처럼 내수가 받쳐주는 방어가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