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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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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은행들이 선도한다

산업 일반

미국 정부가 일련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25년 3월 21일 광화문에서 일본의 프로그맷(Progmat)과 한국의 페어스퀘어랩 및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이 공동 주최한 팍스 프로젝트(Project Pax) 기술검증 킥오프 행사가 진행되었다. 행사에는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 국내 금융기관과 법률 및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내외 지급결제 시장 혁신의 가능성과 국내의 제도적 과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팍스 프로젝트는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여 차세대 글로벌 송금 및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서 2024년 9월부터 일본과 유럽의 대형 은행이 참여하여 진행되고 있다. 동 프로젝트는 각국의 주요 은행들이 협력하여 송금, 환전, 역외 지급결제 등 다양한 분야의 국경간 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성을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기존의 복잡한 국가 간 송금 절차를 혁신하여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거래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번 한일간 진행되는 기술검증 사업은 팍스 프로젝트에 한국의 은행과 분산원장 기술 기업이 참가하여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및 결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기술적 과제를 검토하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페어스퀘어랩의 김준홍 대표는 “팍스 프로젝트는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규제가 마련된 국가 간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규제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서 이번 사업은 페어스퀘어랩과 주요 은행들이 협력하여 국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선구축하고 팍스 프로젝트의 시스템과 연결하며, 이와 병행하여 각국의 관련 제도를 참고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테스트 환경에서 국내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여 해외 은행으로 송금•환전하는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발행될 경우 적용해야 할 컴플라이언스 등 제도적 기준을 참여 은행들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해외 금융시장에서는 채권, 주식, MMF 등 주류 금융상품에서의 토큰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특히 최근 들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성이 부각되면서 시장 수요가 확립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 인프라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토큰화된 금융상품과 더불어 이들을 매매하는 주요 수단인 현금이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됨으로써 미래에는 보다 빠르고 효율적이며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않는 금융거래를 실현시키게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본 프로젝트에서는 먼저 스테이블코인 해외 송금에 대한 국내 은행들의 업무적인 검토와 팍스 프로젝트에 연계하기 위한 기술적인 논의가 함께 진행된다. 이후 테스트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팍스 프로젝트와 접점 수준에서의 스테이블코인 송수신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각 은행 별 업무 체계에 따른 송금과 정산 테스트를 마친 후 6월중 종료 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검증 사업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은행권의 공동대응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이 합법화된 일본,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도국가에서는 비규제 스테이블코인보다 규제 스테이블코인(Regulated Stable Coin)을 선호하며 컴플라이언스와 외환관리의 중요성이 높은 한국에서도 규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프로젝트 참여사인 국내 은행들과 페어스퀘어랩, 한국디지털자산수탁은 프로젝트 결과를 참고하여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며, 필요 시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축할 계획이다. KYC/AML 등 컴플라이언스,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등의 관점에서 가장 앞선 역량을 가진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부응하여 규제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확산 및 성장을 선도할 예정이다.

2025.04.03 16:21

3분 소요
왓챠, LG유플러스 기술탈취 의혹 제기…LG유플 “법적 대응할 것”

IT 일반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왓챠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부터 약 10개월간 왓챠 인수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올해 5월 투자 계획을 돌연 파기했다. 왓챠는 LG유플러스가 실사 명목으로 핵심 기술을 탈취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에 LG유플러스를 기소한 상태다. 왓챠는 19일 설명자료를 내고 LG유플러스에서 테스트 중인 콘텐츠 추천·평가 서비스 ‘U+tv모아’가 왓챠피디아를 그대로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왓챠피디아는 왓챠가 2012년 ‘왓챠’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영화, 드라마, 도서 감상평을 남기는 플랫폼이다. 2020년 왓챠플레이가 왓챠로, 기존의 왓챠는 왓챠피디아로 이름이 바뀌게 됐다. 왓챠는 “콘텐츠 별점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왓챠피디아와 유사한 수준을 넘어선다”며 “전체적인 서비스 구성과 요소, 버튼 아이콘 모양,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잘못 표기한 '보고싶어요' 같은 기능 이름까지 복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버튼 아이콘의 모양과 왓챠가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오표기한 ‘보고싶어요’라는 기능의 명칭까지 그대로 복제했다”고 강조했다. 왓챠는 매각 협상 당시 기술검증 차원에서 ‘동영상 추천 기술’과 ‘OTT 서비스 설계 자료’ 등을 제출했는데, LG유플러스가 이를 바탕으로 ‘U+tv모아’의 추천 알고리즘을 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G유플러스는 장기간 투자 검토를 빌미로 핵심 기술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 영업비밀 등을 탈취했다”며 “돌연 투자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왓챠로부터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술들을 활용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왓챠 측은 “대기업의 약탈적인 기술 탈취가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며 “법률적, 도의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LG유플러스 측은 왓챠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기능 배치 및 디자인은 미디어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보편적인 기능과 디자인으로, 왓챠의 고유한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왓챠가 주장하는 ‘별점 작성 디자인’과 ‘코멘트·리뷰’ 등은 업계에서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키노라이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도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왓챠가 지적한 U+tv모아 역시 베타 서비스일 뿐, 서비스 출시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LG유플러스는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며 내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저의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지난 10월 13일 왓챠에 허위 주장을 멈추고 언론에 잘못된 사실 유포를 중단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상기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재송부하고, 허위사실 유포를 지속할 경우 가능한 민·형사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왓챠의 매각 추진이 처음 불거진 지난해 7월부터 단독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던 회사다. 지난해 12월 왓챠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LG유플러스의 인수에 반대표를 던지며 한 차례 무산됐지만, 이후 또다시 협상을 이어오다 올해 5월 30일 왓챠 인수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바 있다. 한편 왓챠는 앞서 10월 LG유플러스가 인수 실사 과정에서 자사 핵심 경쟁력인 콘텐츠 추천 기술을 탈취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으나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2023.12.19 18:32

3분 소요
퓨처플레이, “올해 3개 펀드 결성에 AUM 2150억원 달성”

증권 일반

퓨처플레이가 올해 3개 펀드를 결성하며 총 701억원을 확보, 총 투자운용자산(AUM) 215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퓨처플레이는 2023년을 마무리하며 성과 및 규모 확장을 알리는 인포그래픽 ‘FuturePlay : A Decade Ahead’를 18일 공개했다. 투자 혹한기라는 평가를 받았던 올해, 퓨처플레이는 큰 규모의 펀드 결성을 추진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에 나섰다. 2023년 한 해에만 ▲퓨처플레이 파이오니어펀드 제1호 (124억) ▲ 퓨처플레이유니콘펀드2호 (157억) ▲ 퓨처플레이 혁신성장펀드 제1호 (420억) 3개 펀드를 결성하며, 총 701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총 투자 운용 자산 규모 2150억 원을 달성하며 액셀러레이터(AC)로서는 최대 규모 자산 성장을 기록했다.이러한 자산 확장을 통해 퓨처플레이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하고,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속적인 기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또한 AC로는 이례적으로 벤처캐피탈(VC) 라이선스 획득이라는 차별화된 선택을 하게 했다. 회사는 앞으로 창업 시점부터 성장 과정 전반에 걸쳐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듀얼 라이선스 전략을 펼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 퓨처플레이의 신규 투자 건은 총 25건(후속투자 제외)으로, 누적 투자 기업은 233개다. 특히 올해는 원천 기술을 보유한 딥테크 스타트업에 주목했다. 성균관대 교원 창업팀 ▲코리너지솔루션과 서울대 연구팀이 창업한 ▲세코어로보틱스 ▲아그모 ▲아이디어오션이 투자를 받았으며, 카이스트의 ▲하이드로엑스팬드 포스텍의 ▲셀로이드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박상준 교수와 뷰노를 창업한 김현준 대표가 공동 창업한 ▲클롭이 퓨처플레이의 투자를 받았다.또한 ▲세코어로보틱스 ▲테파로보틱스 ▲에이디어스가 딥테크팁스에 합격하며,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지원을 더했다.퓨처플레이는 이노베이션 컨설팅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기업과의 공동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테크업플러스’는 HL 만도 그리고 삼성웰스토리와 함께 했다. 다섯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HL 만도 모빌리티 테크업플러스’에서는 3개 (▲VF Space ▲옵트에이아이 ▲리옵스)의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또한 두 번째 시즌을 함께 한 ‘삼성웰스토리 테크업플러스’에서는 1개(▲세코어로보틱스) 스타트업을 선발 육성했다.아울러 기업의 전략적 투자 및 인수합병(M&A)를 지원하는 ‘버추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서는 이노와이어리스의 딥테크 분야 사업 시너지를 위한 기술 파트너를 발굴하였다. KT와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KT브릿지랩’을 운영하며 스타트업 11개 사를 선발하여 각 사업부와의 기술검증(PoC)을 진행하는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생태계 조성에 앞장섰다.퓨처플레이는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23년의 성과’라고 자부했다. 해외 현지 액셀러레이터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론치패드’ 프로젝트를 맡아 미국, 싱가포르, 중동, 유럽, 일본 5개 권역에서 40개사의 사업개발을 도왔다.퓨처플레이와 협업한 각 권역 액셀러레이터는 실리콘밸리 탑10 액셀러레이인 ‘알키미스트’를 비롯해, 싱가포르의 ‘어썸벤처스‘, 중동의 ‘쇼룩파트너스’, 프랑스의 ‘윌코‘, 일본의 ‘크루’이다. 퓨처플레이는 이들과 교류하며 5개국과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한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공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개인의 강점 진단을 통한 인재 경영 솔루션 ‘태니지먼트’ 비즈니스 부문에서는 커리어 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커리어 리포트>를 신규 론칭했다. 이를 통해 태니지먼트는 작년 대비 매출 31.2% 성장을 달성했다. 23년 신규 검사 인원은 83,000명을 기록했고, 태니지먼트 검사를 통해 인재 성장을 도모한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CJ·신한라이프·카카오뱅크·NHN을 포함해 총 85개 사에 달한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2023년 한 해는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업계의 조정기였지만, 국내 최초의 딥테크 액셀러레이터로서 10년차를 맞이하는 퓨처플레이에게는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시기였다”며, “700억 이상의 AUM 확충, VC 라이센스 취득 등 극초기에서 성장기까지 제대로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토대를 만들어, 향후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서로의 핵심 역량을 나누며 협력하는 테크 길드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또한 권오형 퓨처플레이 대표는 “스타트업과 기업 양측 모두 반드시 글로벌라이즈(globalize)를 해야 하는 미래에 직면한 만큼 새로운 성장 지원과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과 기업들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3.12.18 14:09

3분 소요
DL이앤씨, 스타트업과 협업 통해 친환경 사업 개발한다

부동산 일반

DL이앤씨가 건설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과 친환경 탈탄소 사업 개발을 위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선다. DL이앤씨는 서울경제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 성수·창동과 공동으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을 공모전 방식으로 진행되며 모집 분야는 건설현장에 적용 가능한 신기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술(DT), 친환경 탈탄소 사업, 신사업 모델 제안 등 4가지로 나뉜다. 이들 분야 관련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과 예비창업자, 중소기업 및 연구팀은 오는 7월 25일까지 스타트업플러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공모결과는 8월 중순 개별 안내된다. DL이앤씨는 서류 및 대면심사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선정된 예비창업자 및 스타트업은 실제 현장에서 신기술 및 신사업 프로젝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기술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되는 것으로 지난해엔 심사에서 선정된 7개 스타트업 중 현장 검증을 통해 최종 2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DL이앤씨는 올해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 서울창업허브와 해당 프로그램을 공동 주최함으로써 공모 참여 업체가 지난해보다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종 선정된 기업은 DL이앤씨와 협업 기회, 사업화 자금(기업 당 1000만원)을 지원 받는다. 특히 DL이앤씨는 현장 기술검증 결과에 따라 지속적인 혁신개발 지원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서울창업허브 성수·창동 내 코워킹, 입주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투자자금 유치를 위한 데모데이 참여 기회를 제공 받는 등 사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DL이앤씨 관계자는 “혁신적인 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유한 많은 스타트업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잠재력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이들 기업과 DL이앤씨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6.28 17:43

2분 소요
‘로봇이 지은 아파트’ 머지 않았다…위험한 곳엔 사람 대신 투입

부동산 일반

최근 급격한 건설 현장인력 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고민에 빠진 건설업계가 첨단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짧은 공사기한, 낮은 공사비, 변화가 잦은 날씨 등 국내 건설 환경 상 선진국 같은 현장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설업종이 가장 많은 산업재해를 발생시키며 오랫동안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남아있던 데는 이 같은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에 건설사들은 일부 공정에 인력 대신 기계를 투입하고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시공과정을 효율화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 로봇, 고위험 작업 ‘척척’최근 건설현장에선 위험도가 높은 작업에 이미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이 같은 작업 대부분은 인력이 투입되기에는 사고 위험이 높거나 시공 난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매년 국토교통부 종합시공능력평가 1위, 2위를 각각 차지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건설 로봇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부터 일찍이 전문조직을 설립한 현대건설은 이미 무인시공 로봇을 개발해 천장 드릴 타공 작업에 투입중이다. 삼성물산도 2022년 건설로보틱스팀을 신설해 엑세스플로어(이중바닥) 설치, 앵커시공, 드릴 타공 등 다양한 분야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2년 스마트건설 챌린지에서 ‘건설용 앵커 로봇’으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양사는 국내 건설로봇 분야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지난 11일 건설 로봇 분야 에코 시스템 구축 및 공동 연구 개발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양사는 상대 기업이 개발한 로봇을 자사 현장에 투입하고 로봇 및 사물인터넷(IoT) 어플 개발 시 유사기술에 중복 투자하지 않도록 상시 연구개발 협력체계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다른 건설사와 로봇개발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건설 로봇 연합체를 구축해 관련 분야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이다. 반도건설은 현장에서 로봇 기반 3D(3차원) 프린터를 활용한 시공을 선보이기도 했다. 반도건설은 지난달 대구광역시 서구 소재 ‘서대구역 반도유보라 센텀’ 현장에서 로봇 3D프린터로 조형 벽체구조물을 시공했다. 건축 3D프린팅 기술은 거푸집에 콘크리트나 시멘트를 부어 구조체를 만드는 기존 건설 방식 대비 비용이 20%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30% 가량 단축할 수 있다. 기존 방식보다 복잡하고 독특한 디자인도 구현이 가능하다.첨단 건설 핵심은 3차원 도면이 같은 첨단 건설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핵심으로 꼽히는 분야가 바로 설계도면을 3D로 구현하는 빌딩정보모델링(BIM)이다. BIM은 3차원 가상 공간에서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어 건축설계 및 시공의 오류와 하자 등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 현장에도 상당 부분 도입되고 있다. 공사 난이도가 높은 구조물도 더욱 쉽게 설계 및 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직까지는 도면 변경이 편하고 현장 인력에게 익숙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현장에선 기존 2D 도면의 활용도가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무인 로봇과 3D 프린터, 드론 등의 하드웨어가 건설현장에서 사용 범위를 넓힐수록 이 같은 3차원 도면이 필수 데이터로서 더욱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BIM을 활용한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스마트 도면 솔루션 ‘팀뷰’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팀뷰는 롯데건설이 지난해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B.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한 스타트업 ‘팀워크’에서 개발한 솔루션이다. B.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는 우수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이다. 팀뷰에는 모바일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협업 시스템이 탑재돼 사용자가 도면에 변경된 부분이나 상충되는 사항을 그때그때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협업 속도가 늦어진다는 BIM의 단점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건설은 팀뷰를 일부 현장에 시범 적용하며 사용자 의견을 수렴하고 기술검증을 마친 뒤 적용 현장을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은 상위 30위권 종합건설업체에 한정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하도급이 많은 건설업 특성 상 시공 과정 전반에 첨단기술이 적용되려면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설계·엔지니어링 등으로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종합건설업체가 스마트 기술을 도입한다고 효과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없다”면서 “개별 기업들의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에 대한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전체 산업 관점의 도입 전략과 함께 유관 기업들의 육성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3.05.20 07:02

3분 소요
“스타트업 우리가 키워줄께” DL이앤씨 오픈 이노베이션 성황

스타트업

DL이앤씨가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과 협업을 지속하며 건설 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12월 15일 서울역 서울스퀘어 엔피프틴파트너스 라운지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DL이앤씨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기술검증 과정을 통해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건설 현장의 기술혁신 및 친환경 탈탄소 사업을 비롯한 신사업 발굴을 목표로 기획됐다. 올해 6월 공모전 방식으로 시작되어 187개 회사가 지원했으며, 서류·대면 심사를 통해 최종 7개 스타트업이 선발됐다. 이후 DL이앤씨 현장에서 각 스타트업의 신기술 및 신사업 프로젝트를 실제 적용해 기술검증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 개최된 데모데이 행사는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로 스타트업을 홍보해 투자와 구매로 이어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이다. 주최사인 DL이앤씨, 주관사인 엔피프틴파트너스 및 벤처투자자(VC) 등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해 각 사의 발표에 대해 검토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 스타트업이 각 사의 핵심 기술, DL이앤씨와의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향후 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스타트업들과의 기술검증 과정은 각 사가 개발중인 혁신기술의 건설업에 대한 적용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설명하며 “DL이앤씨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상생 협업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2022.12.16 15:29

1분 소요
‘탄소중립맨’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탄소 바이(Bye) 그린 바이(b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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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5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핏포 55(Fit for 55)’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에는 오는 2026년부터 유럽으로 들여오는 제품에 탄소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일명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유럽연합의 경제 전략에 더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풀이된다. 탄소 배출량 축소, 환경 문제 해결 등에 관한 문제는 EU만의 일이 아니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8월 탄소중립법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과 산업계에 미칠 막대한 피해 등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탄소중립의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음을 알려준다. 그럼 우리는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 “녹색경영·녹색금융 확대” 탄소중립 실현하는 정책 “돈이냐 생명이냐 하는 선택 앞에서 우선순위는 정해져 있습니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기술원) 원장은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로 탄소중립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유 원장은 지난달 30일 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고 있는 세계 경제 흐름과 국내 경제 구조에서 탄소중립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최근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등 환경을 따지는 기업 활동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탄소중립은 경제적인 문제와도 직결된 중요한 화두가 됐습니다. 문제는 자금 사정이 넉넉하고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이런 산업적·사회적 변화를 감당해낼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기술원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해소해나가고, 이와 더불어 환경오염 문제도 개선해나가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을 지원한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물론, 저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인증하는 작업, 기업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의 지원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 기술력을 인증을 받은 기업이 저렴한 금리로 경영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기술원이 관련 혜택을 챙겨준다. 기술원은 보증보험의 한도를 높여 해당 기업이 더 많은 경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는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행위 자체가 투자인데, 이 투자의 길을 넓혀주는 셈이다. “아직 개념도 명확한 정의도 제대로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녹색금융과 녹색경영을 지원하는 것은 탄소중립과 환경보호를 위한 활성화하는 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지요.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입니다.” 그는 탄소중립이 최근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이유에 대해 지구 온난화를 예로 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탄소배출량이 급증하며 기후 변화가 심각해졌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게 지구 온난화라는 설명이다. “이미 수십여 년 전부터 기후 변화로 인한 온갖 부작용과 사회 문제가 점차 심각해졌는데, 우리는 이제서야 그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거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자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탄소중립 정책입니다.” ━ “일회용품 사용 NO”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 그는 탄소 배출 과정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에 대해 안내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목표죠.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배출되는 탄소를 붙잡아 대기 중으로 흘려 보내지 않도록 하는 노력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과제입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고 국가적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힘쓰는 게 기술원의 역할입니다.” 그렇다고 탄소중립을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로 보지 말아 달라는 게 유 원장의 당부다.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의 작은 실천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검소한 삶을 강조했다. “필요한 것 이상으로 물건을 사지 않기, 덜 먹기 등 과욕과 과소비로 인해 버려지는 낭비를 줄이는 것도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유 원장은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방식을 주문을 읊조리듯 반복해 말하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자칭타칭 ‘탄소중립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탄소 배출 감축 캠페인 영상 찍어 퍼뜨리고 있다. 기술원 차원에서 ‘용기내어’ 챌린지도 진행하고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다회 용기(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와 직접 담아가는 소비자에게 친환경 기념품을 주는 캠페인이다. 일상생활에서 일회용 포장재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실천을 장려하는 운동이다. 기술원이 위치한 서울 은평구와 합심해 시작한 캠페인이어서 ‘용기내어 그린 은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향후 지역을 넓혀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녹색 소비를 하자는 취지로 ‘탄소 바이(Bye) 그린 바이(buy)’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기술원은 SNS 인스타그램 ‘미소이야기’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저탄소 생활미션을 공개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를 실천하고 인증 사진을 올리면 보냉백 등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캠페인이다. 녹색소비 생활 미션으로는 대중교통으로만 캠핑하러 다녀온다거나, 캠핑하며 일회용품 쓰지 않기 등이 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캠페인을 진행한다. 유 원장이 생활 속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탄소중립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와 후손을 위한 당면 숙제”라는 생각에서다. “정부를 중심으로 탄소중립 계획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여러 설명회와 토론회도 진행될 예정이구요. 탄소중립이라는 큰 배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기술원도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 환경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환경기술 개발 사업을 기획‧평가‧관리하고 기업의 친환경, 저탄소 경영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을 비롯해 환경오염피해 구제 업무 등을 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 전문 기관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식하고 있다. 우수한 환경기술을 평가해 신기술 인증 기술검증을 하고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에 환경표지 인증도 하고 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09.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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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세 장수 ‘젊음의 샘’ 파지 않는 이유

산업 일반

최근 각 분야에서 노화방지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구글은 2013년 10억 달러 규모의 노화방지 연구개발 업체 칼리코를 출범시켰다. 칼리코는 이듬해 대형 제약회사 애브비와 제휴했다. 또 다른 대형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라파마이신을 개발 중이다. 칠레 이스터 섬의 흙에서 발견된 이 생물학작용제는 면역기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는 이 약이 최초의 항노화제가 되기를 희망한다.하지만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 있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니어 바질라이 박사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노화를 늦추는 데 필요한 약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약은 가격도 매우 싸다. 메트포민은 나온 지 오래된 일반적인 당뇨약으로 혈당강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아주 흔히 쓰이는 약으로 한 알 가격이 약 35센트(약 420원)다. 이 약은 또 동물 연구에서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입증됐다.2015년 6월 바질라이 박사는 비영리기관인 미국 노화연구연맹(AFAR)의 학자들과 함께 미 식품의약국(FDA)에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이라는 연구를 제안했다. 메트포민이 인간에게서도 동물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어떤 약이 인간의 노화를 늦출 가능성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최초의 임상실험이다. FDA가 연구를 승인하자 언론은 ‘젊음의 샘’으로 알려진 이 약품에 대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약이 인간 수명을 120세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하지만 이 연구의 자금을 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21세기의 필수품이 될 값싸고 보편적인 약의 연구를 지원하지 않을 만한 이유는 많다. 제약회사들은 약품의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신약이 시장에 나올 경우 몇 년 동안 마케팅 권한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품 시장에서 이렇게 한시적인 독점권을 보장받는 것은 횡재나 다름없다.어떤 제약회사가 메트포민의 임상실험을 진행해 효과가 입증될 경우 승인 과정을 거쳐 그것을 당뇨병 이외의 용도로 마케팅할 수 있다. 그 회사는 일정 기간 그 약의 마케팅 권한을 갖는 유일한 회사가 될 것이다. 제약회사들이 약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일례로 콜레세브이람은 원래 겔텍스가 콜레스테롤 강하제로 개발한 약이지만 나중에 다이이치 산쿄는 이 약을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용도 변경했다.하지만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려면 FDA가 전례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어떤 약품의 항노화 지표를 승인하는 일이다. 노화와의 연관성을 정량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생물지표가 무엇인지에 관해 과학계 내에서 이론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약품이 여러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존의 모델과 상충된다. 임상실험은 한 약품에 한 가지 질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메트포민의 효능을 입증하는 것이 TAME 연구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닌 이유다. 이 연구는 제대로 이뤄질 경우 향후 연구를 위한 기술검증(proof-of-concept, 어떤 프래그램의 개념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증명하는 것)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는 FDA에 노화가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이 연구를 계획했다”고 바질라이 박사는 말했다. “노화를 늦추는 일이 다음 10년 안에 가능해지리라고 생각한다.” 메트포민이 정말 그런 효능을 지녔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해도 그 다음으로 항노화 실험의 대상이 될 여러 약 중 하나는 효능이 입증될 것이다.TAME 연구는 당뇨병이나 심장부전 등의 질병에 쓰는 약의 효과를 실험하는 데 이용되는 대다수 무작위-통제 임상실험과 같은 형태로 계획됐다. 약 3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그중 절반에겐 메타포민을, 나머지에겐 위약을 지급한다. 약의 성공 여부는 심혈관계 질환·암·인지력 저하 등 노화와 연관된 질병의 발병을 지연시키는 효과로 측정된다. TAME 연구는 참가자의 연령보다 노화 관련 질병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수명연장 보다는 ‘건강 수명(health spans)’ 연장과 더 관련 있다. 노년의 건강한 삶을 말한다. 물론 몸이 건강하면 더 오래 살 확률이 높으니 결국은 수명 연장과 관련 있다고 말할 수 있다.대형 제약회사들이 TAME 연구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연구가 성공할 경우 제약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일대학 노인의학과 교수 메리 티네티 박사는 “대다수 노인이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다”며 “FDA가 메트포민을 항노와 약품으로 승인할 경우 조사관들은 그 약이 여러 질병에 미치는 효과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대다수 노인이 건강상 여러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많은 약을 복용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당뇨병과 심장질환을 동시에 앓는 사람은 매일 항당뇨 약제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베타 차단제와 스태틴을 복용할 확률이 높다. 만약 메트포민(혹은 다른 값싼 약품)이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노인에게 효과가 있다면 그들이 복용하는 약품의 개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 모든 약을 단 한 가지 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환자는 돈을 절약할 수 있지만 제약회사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환자가 복용하는 약의 개수가 줄어들면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만성질환에 처방되는 약들은 금기사항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거나 다른 약의 효과를 떨어뜨린다거나 하는 등이다. 예를 들어 일부 관절염 약은 고혈압 약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TAME 연구는 또 더 광범위한 노화 연구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AFAR의 스테파니 레더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노화가 제약회사들이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증상으로 판명될 경우 이 분야 연구가 활성화되고 노화와 만성질환의 연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대형 제약회사들이 돈을 벌 수도 있다. 레더먼 회장은 “제약회사들이 이 연구에 참여한다면 메트포민보다 노화 방지에 더 효과적인 약을 개발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이 모든 일이 가능해지려면 먼저 누군가가 TAME 연구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3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6년 동안 그들의 건강 상태를 추적하는 이 연구에는 약 6500만 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의 후원 없이 바질라이 박사와 그 동료들이 TAME 연구 진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TAME 연구가 시작될 경우 그 결과에 많은 것이 좌우될 것이다. 2008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항노화 연구에 큰돈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유감스러웠다. 이 회사는 레스베라트롤을 바탕으로 한 약품 개발을 위해 생명공학 분야의 한 신생기업에 7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레스베라트롤은 적포도주에서 발견되는 화합물로 동물 연구에서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에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GSK는 프로젝트를 접었다. 만약 TAME 연구에서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항노화 연구에 또 다른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형 제약회사들은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기를 한층 더 꺼리게 될 것이다.- ALISSA FLECK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2016.01.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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