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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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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통상 전쟁 불똥 K-배터리에도…中 기업과 합작 지연·취소 이어져

산업 일반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의 영향이 K-배터리에도 미치고 있다. 한국이 배터리 기업들이 추진하던 중국 기업과의 협업이 중단되거나 미뤄지고 있다. 2023년 8월 7일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저장성 화유코발트 본사에서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 계약 체결식’을 열었다. 이후 중국 장쑤성 난징시, 저장성 취저우시에 각각 전처리 공장과 후처리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JV의 공장 건설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미국 내 사업은 순항 중이다. 미국 내 최초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인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은 절반 이상 완료됐고, 내년 중순에 시제품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CNGR이 함께 추진했던 이차전지 소재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2023년 6월 양사는 한국 포항에 황산니켈 및 전구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을 확보해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손을 잡았다. 지난 2월 전기차 시장의 변화 및 배터리 소재 수요 둔화 등의 이유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지난 2월 1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회사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 해산을 결의하고 청산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CNGR과 추진하는 전구체 합작법인의 지분 취득도 1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중국의 GEM이 2023년에 추진했던 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 설립도 중단됐다. GEM은 배터리, 전자 폐기물 등 다양한 재료를 재활용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2022년 11월 서울 종로구 SK서린 빌딩에서 인도네이사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2024년까지 새만금 국가사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중단 이유는 여러 변수로 인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LG화학이 중국의 화유그룹 산하 기업 유산과 매년 5만t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을 모로코에 건설하고 양산하기로 했던 시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K-배터리 업계가 중국과 손잡고 진행했던 대형 프로젝트가 연달아 중단 혹은 연기되는 이유가 있다. 2023년 12월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외국 우려 실체’(FEOC)에 대한 규칙을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FEOC가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의 생산·가공·재활용에 관여하면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FEOC는 중국·러시아·이란 등의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지난 3월에는 미국 하원이 국토안보부의 중국 배터리 기업으로부터 배터리 조달을 금지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K-배터리 기업이 중국과 손잡고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트럼프 발 관세 정책과 더불어 미중 통상 갈등이 K-배터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배터리 소재산업 분야인 핵심 광물 자원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024년 11월 산업연구원이 펴낸 ‘전략경쟁시대 중국 신산업정책의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 이차전지 산업에서의 한국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대해 “이차전지 소재산업 분야인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중요하며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2025.04.17 11:08

3분 소요
“매출 5조 달성 목표”...오리온, 8300억 투자해 글로벌 생산량 확대

유통

오리온이 총 8300억원을 투자해 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위한 글로벌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에 나선다고 15일 밝혔다.이날 오리온은 이사회를 열고 충청북도 진천군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생산·포장·물류 통합센터 구축에 4600억원을 투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최근 5년 내 식품기업의 국내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진천 통합센터는 축구장 26개 크기인 18만8000㎡(약 5만7000평) 부지에 연면적 14만9000㎡(약 4만5000평) 규모로 건설된다. 생산부터 포장, 물류까지 연결된 원스톱 생산기지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중순에 착공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 물량에 대한 제품 공급을 담당할 예정이다. 진천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생산능력은 최대 2조3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된다.진천 통합센터 조성에는 중국과 베트남 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사용한다. 오리온은 2023년부터 해외 법인의 국내 배당을 하고 있다. 올해 2900여억원을 수령할 예정이며, 3년간 누적 배당금액은 약 6400억원이다. 오리온은 해외 배당금을 식품사업 투자 및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배당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오리온은 러시아와 베트남 등 고성장하고 있는 해외 법인에 대한 투자도 늘린다.러시아 법인은 현지 판매물량이 최근 6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공장가동률이 12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도 초코파이 공급량이 부족함에 따라 트베리 공장 내 새로운 공장동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트베리 신공장을 가동한 이래 3년 만이다.총 투자 금액은 2400억원 규모이며 파이·비스킷·스낵·젤리 등 16개 생산라인이 증설된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연간 총 생산량은 현재의 2배인 75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된다. 러시아 법인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베트남 법인은 매년 고신장을 거듭하면서 2024년 연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다. 베트남은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총 13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1등 식품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먼저 올 하반기에는 하노이 옌퐁공장 내 신공장동을 완공하고, 쌀스낵 라인 증설로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 쌀스낵은 출시 6년 만인 올해 마켓쉐어 1위 달성을 목전을 두고 있다.캔디 등 신제품뿐만 아니라 파이, 젤리 등 기존 제품의 추가 생산라인도 순차적으로 확대해 향후 9000억원 수준까지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물류센터와 포장공장이 들어서는 하노이 3공장은 올해 착공해 2026년 완공이 목표다.오리온 관계자는 “1993년 첫 해외 진출 이래 지난 30년간 ‘성장-투자-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완성하며 해외 매출 비중이 65%를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국내를 비롯해 해외 전 법인이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어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중장기 성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5.04.15 18:00

2분 소요
한국기업, 동남아시아 할랄 시장을 주목하라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전문가 칼럼

할랄(Halal). 우리에게는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요즘 그 시장의 거대함과 젊은 층 사이에 인식변화로 인하여 점점 익숙해지고도 있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분야일 것 같다. 할랄이란 단어는 아랍어로 허용된(permissible)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슬람 법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전통적으로 식음료와 관련된 할랄의 개념은 패션, 화장품 및 제약·금융·관광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럼 전 세계 할랄 산업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할랄 산업 중요 분야는 식음료…2030년 7300조원 규모로 성장우선 할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인 식음료는 2023년 2조 달러 (3000조 원) 규모가 되며, 2030년 5조달러 (7300조원)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은행·보험·투자를 아우르는 이슬람 금융은 2022년 4조달러(5800조원)에서 2026년 6조달러(8800조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패션은 2024년 4261억달러(621조원)에서 2030년 5714억 달러(834조원)으로 성장 할 것으로 보인다. 무슬림 여행자들의 독특한 수요를 충족하는 여행의 경우 2024년 2600억달러(3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랄 시장 전체는 2030년까지 연 5%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할랄 시장의 성장 원인은 전세계 무슬림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청년층의 구매 잠재력 및 ESG 기조 확산에 있다. 비 무슬림 소비자 중 위생, 품질 및 안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천연 및 유기농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소비층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이 주요축이다. 각 나라는 나름대로의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할랄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제조, 인증, 수출을 통해 성장의 한 축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최대 이슬람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약 2억8000만 인구 중 2억3000만명이 무슬림으로 할랄시장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23년 인도네시아 할랄시장 규모는 2790억달러(407조원)이었는데 2030년까지 연 14.2% 성장하여 8070억달러(1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할랄시장 성장배경에는 할랄인증 의무화에 있다.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할랄 라벨 및 비할랄 정보 부착 의무(로고표기)를 유예기간을 거쳐 식음료 제품을 시작으로 2024년부터 할랄 의무화를 적용하고자 했다. 다만 2026년 10월 17일까지 인도네시아 영세·중소기업 및 수입제품에 대해 인증의무를 유예하였다. 현재대로 간다면 한국 기업이 식음료·화장품·약품·의류 등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2026년 10월 17일까지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중산층 소득의 증가와 함께 음식료품에 있어서도 고단백, 기능성 식품 등 점차 프리미엄 시장이 넓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포괄적인 할랄 생태계와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으며 할랄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꾸준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에서 발행한 할랄 인증은 47개국에서 인정을 받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할랄 산업이 말레이시아 GDP의 11%를 차지함과 동시에 말레이시아를 할랄 허브로 키우겠다는 할랄 산업 마스터 계획 2030 (HIPM 2030)을 2023년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할랄 산업 투자 진흥을 위한 국가 공인 산업단지(Halal Park) 운영과 더불어 최신 기술을 사용하여 할랄인증 프로세스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려고 한다. 할랄인증 신청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소비자가 인증서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할랄인증서 검증 시스템 도입하는 등 할랄인증 과정을 투명하고 간편하게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 중심지로 세계 최대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5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할랄 제품은 이슬람 국가 뿐만 아니라 중국·미국·한국·일본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농심·CJ제일제당·삼양식품 등 할랄 시장에 적극 진출 전체 인구의 10%가 무슬림인 태국도 할랄 식품 생산과 관광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태국에서 할랄 식품 수출액은 2023년 10조원에 달한다. 태국에는 의외로 술을 팔지 않는 등 무슬림을 위한 호텔이 많으며 필자도 태국 출장시 몇 번 자본 기억이 있다.한국의 기업들 특히 식품 기업들은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이다. 농심, CJ 제일제당, 삼양식품, 동원 F&B, SPC, 교촌치킨 등이 신 시장개척을 위하여 이미 할랄 시장에 뛰어 들었고 동남아시아, 중동 등에서 유통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할랄 인증을 받은 한우가 말레이시아에 처음 수출되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의 관세 등으로 인해 촉발될 향후 무역전쟁에서 새로운 시장의 개척은 매우 중요하다. 할랄은 K 문화가 전세계에서 인기가 있는 가운데 우리의 미래 산업이 되고 경우에 따라 이슬람 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의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할랄을 종교적 관점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접근을 하고 문화에 대한 존중을 보임과 함께 관련사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리고 할랄 산업 진출을 위해 동남아시아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중요한 지역이다.

2025.04.12 09:00

4분 소요
소프트 AI 시대, 투자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스페셜리스트 뷰]

증권 일반

주식시장에서의 ‘인공지능(AI) 관련주’와 실물시장에서의 ‘AI 생산성’은 약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은 ‘미래 가치’를 ‘현재 가격’으로 할인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 전반부에서는 ‘주식시장에서의 AI’를 다루고, 말미에 가서는 ‘실물시장에서의 AI’에 대해 다뤄보겠다. 현재 주식시장은 ‘버블’이 나타날 환경이 조성돼 있다. 그 이유는 ‘과잉완화’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중앙은행의 과잉완화는 거의 항상 금융시장에 ‘버블’을 만들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살펴보자.중앙은행은 언제 금리 인하를 할까? 당연히 경기사이클이 위축될 때 금리를 인하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방어하려고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때는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과열을 막는다. 통화정책에 아주 기본이 되는 사항이다. 과잉완화는 이것을 거스르는 상황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경기가 확장되는데도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하는 것을 과잉완화라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경기가 좋으면 금리를 인상해야지, 왜 인하를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실제로 지금 그런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 전후를 기록했다. 그런데 연준은 작년 9월 50bp(bp=0.01%포인트)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3차례에 걸쳐 75bp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리고 추가 금리 인하 여지도 남겨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매우 드물지만 과잉완화가 있었던 적이 있다. 과거 40여년 동안 2번 있었는데, 1998년 하반기와 2021년 초다. 그러면 연준은 왜 과잉완화의 유혹에 빠지는 것일까? 과잉완화가 있었던 시기에는 두 가지 매크로 공통점이 있다. 첫째, 이 시기엔 모두 물가가 낮거나 낮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1998년에는 아시아 금융위기와 유럽 경기침체(동유럽 붕괴)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물가가 낮았다. 2020년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생으로 세상이 격리에 들어갔다. 그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물가가 낮아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 둘째, 실업률이 상승했다. 이 시기엔 GDP 성장률이나 기업이익 증가율이 높았지만, 실업률도 상승하는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1998년과 2024년에 경기가 좋았음에도 실업률이 상승한 원인은 기업 간 거래(B2B) 투자에 있다. 이 시기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이클은 매우 부진했던 반면, 대규모 B2B 투자(인터넷 투자·AI 투자)가 경기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B2C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반면, B2B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경기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현상은 연준이 경기를 오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낮은 물가와 반등하는 실업률은 연준을 과잉완화 유혹에 빠트린다. 이런 과잉완화는 잘못된 통화정책이지만, 어쨌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몫이다. 그리고 이미 단행된 과잉완화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잉완화, “금융시장에 버블을 낳다”그렇다면 과잉완화는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이를 알기 위해 1998년 하반기와 2021년 초 과잉완화 이후 주식시장을 살펴보자.1997년 3월 연준은 2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때 ‘인상’은 단발에 그쳤다. 왜냐하면 당시 금리 인상이 ‘달러 초강세’를 불렀고, ‘달러 초강세’는 ‘아시아 외환위기’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경제가 침몰하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급락했고, 달러 초강세로 미국 수입물가가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대까지 하락했다. 아시아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홀로 강세를 이어가던 미국증시에 뜻하지 않던 충격이 닥쳤다. 1998년 10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한 것이다. 당시 LTCM 파산은 월가 투자은행(IB)들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공포에 질린 연준은 ‘긴급 금리 인하’(FOMC가 열리는 날이 아닌데, 긴급하게 모여서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것)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과잉완화였다. 당시에는 단순 ‘유동성’ 문제였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아닌 ‘지급보증’ 정도로 충분했다. 하지만 당시 CPI가 1%대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 과잉완화의 유혹을 불렀다. 결국 이후 3차례 금리 인하(75bp)가 진행됐고, 과잉완화는 주식시장에 버블을 불렀다. 그리고 이는 ‘닷컴버블’의 시작이 됐다. 닷컴버블을 단순히 90년대 후반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린 것이다. 왜냐하면 1998년 긴급 금리 인하가 있기 전까지는 S&P 500과 나스닥의 상승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며, 나스닥 주가수익비율(P/E)도 25~30배 수준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1998년 중반까진 실적장세였지, 버블이 존재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잉완화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스닥 지수가 급등했고(1년 5개월간 약 4배 상승), 나스닥 P/E가 25배에서 75배까지 오버슈팅했다. 다시 말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확대가 주식시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닷컴버블이 무서운 기세로 시작된 것이다. 2021년의 과잉완화도 주식시장에 버블을 불러왔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급등하던 주식시장은 2021년 초에 급격히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조정의 원인은 ‘긴축 우려’였다. 당시 주식시장에는 ‘경기과열과 인플레’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곧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이것이 주가 조정으로 이어졌다.그런데 2분기부터 증시는 되레 반등하기 시작했다. 바로 파월의 연설 때문이었다. 2021년 파월은 IMF 연설에서 시장 우려와는 정반대로 긴축이 아닌 완화를 선언했다. 그 유명한 ‘노숙자 텐트촌’ 발언이었다. 파월이 출근하는 길에 공원이 있었는데, 팬데믹 이후 노숙자들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파월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래서 그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바로 통화정책 완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경기가 과열로 향하고 있었음에도 통화완화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증시에서는 ‘하락장 진행’이 멈추고 그해 가을까지 ‘버블장세’(메타버스 랠리)가 펼쳐졌다.경기가 좋은데도 중앙은행이 돈을 퍼부었으니, 주식시장에 버블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버블장세’에서의 주도주우리는 과잉완화는 버블장세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이런 버블장세에서는 어떤 주식들이 시장을 주도할까? 이를 알기 위해 2021년과 1999년 버블장세를 되돌아보자. 2021년 버블장세를 이끈 것은 ‘메타버스 관련주’였다. 그러면 그때 우리는 왜 메타버스 세상을 상상하게 됐을까?메타버스라는 생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2020년에는 ‘언택트 시대’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경험이 확장돼 우리가 ‘메타버스 세상’을 상상하게 만든 것이다. 다만 2020년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언택트 관련주의 랠리’와 2021년에 있었던 ‘메타버스 관련주의 랠리’의 주가 동력은 완전히 다르다. 언택트 시대를 주도한 주식들, 예를 들어 아마존·줌·페이스북 등의 주식은 언택트 시대에 이익이 급증했다. 즉, 이익성장이 주가를 이끈 실적장세였다. 반면 메타버스 랠리는 실제 이익증가는 거의 없었고, 밸류에이션 확장이 이끈 버블장세였다. 물론 ‘내러티브’(이야기 구조)만으로 주가가 그렇게 급등한 것은 아니다. 몇몇 데이터와 새로운 기술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예를 들면 ‘제페토(네이버에서 만든 가상현실 게임) 가입자 증가 추이’ 혹은 ‘로블록스 액티브 유저’ 등 데이터들이 메타버스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이것들이 실제로 기업들의 실적을 급등시킨 것은 아니다. 실적이 급등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밸류에이션 확장을 가져왔을 뿐이다. 이번에는 1999년을 살펴보자. 1990년대 중후반까지 증시를 이끌었던 주도주는 잘 알려져 있듯 ‘시스코’였다. ‘인터넷 인프라 투자’에 통신장비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기업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지금의 엔비디아가 종종 닷컴버블 당시 시스코와 비교된다. 하지만 1999년에 버블장세가 시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물론 시스코도 1999년에 100% 가까이 급등했지만, 주도주로 는 어림도 없는 수익률이었다. 당시 주도주는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 기업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미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 인터넷 인프라가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까’에 관련된 기업들이 주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중 주도주는 ‘퀄컴’이었다. 1999년에 퀄컴 주가는 27배나 급등했다. 퀄컴의 이런 주가랠리를 이끈 것은 주당순이익(EPS)이 아닌 밸류에이션이었다. 1999년은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퀄컴의 실적이 좋았을 리 없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대규모로 투자된 인터넷 인프라가 어떻게 쓰일지 상상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인터넷 투자가 곧 ‘무선통신 시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됐고, 이것이 시장의 버블을 만들었다. 물론 투자자들의 꿈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 꿈은 그로부터 수년 뒤에 현실이 됐지만, 1999년 주가랠리는 분명 실적 급증을 동반하지 않았던 버블장세였다. 당시 퀄컴 주가가 27배 올랐는데, 이것을 현재 시점에서 계산하면 이미 1999년에 퀄컴의 20년치 이익을 당시 주가에 반영한 것이었다. 실제로 퀄컴 주가는 2000년 고점을 2021년에서야 다시 넘게 된다. 이런 사실들을 기반으로 본다면, 버블장세에서의 주도주 특징을 몇 가지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이익증가보다는 밸류에이션 확대를 기반으로 주도주가 형성될 것이란 점이다. 둘째, 밸류에이션 확대는 기존에 있었던 현상이 확대되며 적용될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면 언택트 시대가 메타버스 세상을 상상하게 했고, 인터넷 인프라 투자가 인터넷 활용을 상상하게 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하드’에서 ‘소프트’로 넘어간다고 이름 붙일 것이다. 예를 들어 초기에 실적 급증을 기반으로 주가가 랠리 하는 주식은 ‘하드 인터넷·하드 AI’, 후기에 밸류에이션 확장을 기반으로 가는 주식은 ‘소프트 인터넷·소프트 AI’로 부른다. ‘소프트 AI’, 선택은 국가마다 다르다결국 버블장세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프트 AI’ 주식들이다. 다만 국가와 증시 특성에 따라 어떤 소프트 AI를 사야 하는지는 좀 달라진다.미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등 선진화된 첨단 AI 기술을 비롯한 대부분의 AI 기술에 강점이 있다. 따라서 ‘AI 소프트웨어’ 등 첨단 AI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된다. 하지만 한국기업이 AI 산업의 핵심을 이끌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시대에 한국에서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제조업이 강했다. 따라서 인터넷 시대에 휴대폰·반도체·부품소재 등 제조업과 관련된 것을 담당했다. AI 시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프트 AI 중에서 제조업과 관련된 산업이 좀 더 한국증시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우주·방산·로봇·원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소프트웨어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상대적으로 후순위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중국증시 등에서도 어떤 기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그림이 나온다. 중국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T) 플랫폼과 전기차 등에 강점이 있다. 따라서 소프트 AI 관련 투자도 IT 플랫폼과 전기차 관련 주식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증시 급등에서 주도주를 보면, 전기차와 IT 플랫폼 기업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소프트 AI 중에서 투자할 주식을 고를 때 또 한 가지 생각할 것은 이익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익이 적게 날수록 더 큰 상승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예를 들어 테슬라를 생각해 보자. 테슬라는 소프트 AI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소프트 AI 주식 중에서는 후순위에 둔 바 있다. 그 이유는 이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다. 만약 자동차 판매가 예상치를 하회하면 자율주행에 대한 추정치도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어차피 버블장세에서는 멀티플(주가수익배율) 확대가 주가를 이끌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상상력의 천장이 없는 주식들이 더 긍정적이다. 또한 본업에 대한 실적이 주가를 가르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AI 비즈니스가 미치는 영향이 반감될 수 있다.따라서 한국증시에서 소프트 AI 우선순위를 본다면, 제조업을 베이스로 하면서, 멀티플의 무한 확장성을 가진 방산·로봇 등이 가장 선호될 수 있다. 방산에서도 우주가 조선보다는 더 확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은 상상을 하다가도 그만큼 생산능력(도크)이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면 현실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등은 그다음으로 주목해 볼 수 있는 업종이며, 그 다음은 AI 소프트웨어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버블장세에서 주의해야할 것들 하지만 버블장세에서는 주의해야 할 것들도 있다. 첫째, 버블장세에서는 ‘단기 급락’이 자주 나타난다. 왜냐하면 버블은 실적보단 ‘밸류에이션 확대’(미래 기대수익을 현재 가격에 반영)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래에 대한 낙관이 ‘위험선호도’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며 버블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작은 리스크에도 쉽게 주가가 급락한다.1999년 버블장세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91~1998년에 나스닥은 450% 급등했지만, 단기급락(약 10% 이상 급락)은 1년에 0.8회로 매우 드물게 나타났다. 하지만 1999년 버블장세 땐 1년 3개월 동안 무려 8회나 단기급락이 발생했다. 거의 2달에 한 번 꼴이다. 하락의 주된 요인은 위험 선호도를 후퇴시키는 리스크 요인들이나 연준의 긴축 우려다.둘째, 버블은 반드시 붕괴한다. 과잉완화는 주식시장에 상승을 가져오지만, 버블에 올라타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버블은 결국엔 붕괴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증시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블이 주는 열매는 매우 달콤하지만, 음악이 멈추기 전에 먼저 뛰어내리지 못한다면 결국 쓰디쓴 잔을 마셔야 한다. 버블이 끝나는 시기를 정확히 전망할 ‘비밀의 법칙’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추론을 통해 우리는 그 끝을 알 수 있는 시그널들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버블 붕괴의 시그널은 무엇일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연준의 긴축’이다. 연준의 긴축이 하락장의 시그널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첫째, ‘고물가 시대’에는 금리 인상이 하락장의 트리거다. 작년 여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하락장이 올 거란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어색하다. ‘돈을 푸니까 하락장이 온다’는 것은 이상한 논리다. 물론 ‘저물가 시대’에는 금리 인하가 하락장의 트리거가 맞다. 다만 이는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가 꺾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금리는 경기가 꺾였기 때문에 인하한 것이지, 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증시에 하락장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선후 관계가 잘못된 것인데, 어쨌든 저물가 시대에는 금리 인하 시기에 하락장이 펼쳐지는 것이 맞다.하지만 고물가 시대에는 반대다. 금리 인하가 아니라, 금리 인상이 하락장의 시그널이 된다. 저물가 시대와 완전히 반대가 되는 것이다. 1965~1985년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시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고물가 시대였던 당시에는 금리 인상이 하락장을 불러왔음이 명확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2022년 하락장도 금리 인상이 트리거가 됐으며, 물가가 꺾인 후 2022년 4분기에 증시 바닥이 나왔다. 분명 고물가 시대의 반응이다.그렇다면 우린 아직 고물가 시대에 살고 있는가? 그렇다. 고물가 시대의 구분에는 ‘CPI가 얼마인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즉, 사람들이 여전히 인플레에 집중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 알기 위해 구글 트렌드를 참고할 수 있다. 검색량을 보면 2020년대 이전까지 사람들은 물가(inflation)에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최근 CPI 안정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에 대한 관심은 과거보다 훨씬 높다. 우리가 아직 고물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증거다.둘째, 밸류에이션 버블을 붕괴시키는 극약은 바로 긴축이다. 과잉완화가 버블장세를 만든다면, 버블붕괴는 과잉긴축이 만든다.과잉긴축이란 과잉완화의 반대 현상이다. 과잉완화는 경기가 확장되는데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라면, 과잉긴축은 경기가 꺾이는데도 금리를 계속 인상하는 것을 말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추세적 긴축’에 대한 시장의 ‘전망’(expectation)이 형성될 때 버블이 붕괴한다. ‘이제 모두 틀렸어. 앞으로는 계속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라는 절망이 생기면 버블은 붕괴한다. ‘희망’이 버블을 만든다면 ‘절망’이 버블을 붕괴시킨다. 그런데 왜 경기가 꺾였는데도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오히려 금리 인상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이런 경우의 수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면, 경기가 꺾여도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날 것이냐가 투자자들이 지켜봐야 할 매우 중요한 포인트 중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다만 아직 너무 빨리 버블붕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분간은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기는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의 관세와 감세 정책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쪽으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은택 연구원은_ KB증권 리서치본부 주식전략가 (Strategist)이다. 연세대학원 경제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삼성 반도체사업부를 거쳐 2008년부터 DB투자증권에서 애널리스트를 시작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매경, 한경, 조선일보 등 각종 언론에서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5년 연속으로 선정되었으며, 2021년에는 대한민국 증권대상을 수상했다.

2025.04.06 08:00

12분 소요
뉴욕유가, 美 상호 관세 발표 앞두고 위험 선호 회복…WTI 3%↑

국제 경제

뉴욕유가가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뉴욕증시에서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유가도 탄력을 받았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12달러(3.06%) 급등한 배럴당 71.4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1.11달러(1.51%) 뛴 배럴당 74.74달러에 마무리됐다.이날 유가의 강세는 상호 관세가 일부 윤곽을 드러내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는 개장 전 급락세로 출발했으나 장 중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약보합으로 낙폭을 줄이거나 강세로 전환했다.트럼프는 오는 4월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한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상호 관세 발표에는 국가별(country-based) 관세가 포함될 예정이며 분야별 관세는 이번 발표의 초점이 아니라고 밝혔다.트럼프가 러시아를 겨냥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25~5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점도 공급 압박 우려를 자극하며 유가를 밀어 올렸다.트럼프는 지난 주말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휴전 협상 결렬이) 러시아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난 러시아에서 나오는 모든 원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2차 관세는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도 이른바 '세컨더리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다.트럼프는 "그것은 당신이 러시아에서 원유를 구매한다면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모든 원유에 25~5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UBS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분석가는 "(트럼프의) 러시아와 이란의 원유에 대한 2차 관세 위협은 원유 시장 참가자들이 주시하는 요인"이라며 "당장은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으나 앞으로 공급 위험이 커질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노무라증권의 유키 타카시마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관세가 석유 공급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의 공급 상황을 평가하는 가운데 WTI는 당장 65~75달러 범위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5.04.01 07:48

2분 소요
연간 흑자 가능성 커진다...SAMG엔터, 티니핑 앞세워 실적 개선

유통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이하 SAMG엔터)가 2024년 연간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SAMG엔터가 18일 제출한 사업보고서 공시 내용에 따르면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1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5% 손실 폭을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지난해 4분기 90억원 흑자전환 실적이 반영된 결과다.SAMG엔터의 지난해 4분기 실적 턴어라운드 주요 요인으로는 ▲체화재고 처리와 유통망 내재화에 따른 수익구조 개선 ▲라이선스 매출 상승에 따른 원가율 감소 ▲제품 매출의 지속적인 상승 ▲글로벌 성장세 확대 등의 성과가 꼽힌다.SAMG엔터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점으로 비주력 사업군 정리와 체화재고 처리가 완료됐고, 상장 당시 힘줘 진행했던 유통망 내재화도 성과를 거두고 있어 4분기를 기점으로 매출원가율과 판관비율이 각각 22%가량 줄었다”고 비용 구조가 개선된 이유를 설명했다.라이선스 매출의 상승세도 SAMG엔터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선스 매출은 지난해 3분기 영화 ‘사랑의 하츄핑’ 흥행을 기점으로 라이선스 협업 기업의 규모와 수가 크게 늘면서 2024년 연간 211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90% 이상 급증했다.더불어 지난해 12월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품 매출액도 전년 대비 16% 이상 증가하며 약 894억원을 기록, 애니메이션 IP의 누적 흥행에 따른 성과를 확인시켰다.SAMG엔터의 해외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4년 연간 해외 매출액은 약 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이상 올랐다.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중국 진출 이후 해외 매출액은 매년 70억원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지난해 10월 일본 MD 진출과 러시아 진출에 이어 동남아 등 글로벌 무대 추가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성장세가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SAMG엔터는 지난 2월 중순 발표한 SM엔터테인먼트와의 포괄적 협업에 따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양사는 10대와 MZ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협업 콘텐츠와 MD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여러 글로벌 기업과의 추가적인 협업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SAMG엔터 김수훈 대표는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회사의 많은 부분이 개선되며 연간 전체 흑자 달성이 가능한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올해는 타깃 연령층 확대에 따른 다양한 컬래버레이션과 글로벌 시장 추가 진출, OSMU 사업의 확대를 포함해 그동안 당사가 누적시킨 데이터들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실적 성과를 거두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03.18 17:54

2분 소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창업가가 본 한국 창업 생태계의 미래[이코노 인터뷰]

CEO

그를 설명하는 단어는 ‘도전’이 맞을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모하다고 말할 정도의 도전을 그는 멈추지 않고 있기에 글로벌 혁신 생태계 액셀러레이터를 꿈꾸는 창업가가 됐다. 202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액셀러레이터 2080벤처스의 공동대표 최성안은 어렸을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두려움이 없는 기질 덕분인지 중고등학교를 혼자서 캐나다에서 유학했고, 아시아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에 대학은 일본의 리츠메이칸 APU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10년 넘게 프로덕트 매니저, 경영 컨설턴트로 다양한 M&A와 IPO 등을 성사하면서 일본 시장에도 안착했다. 하지만 그는 아시아 시장에 머물기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에 2018년 미국 헐트 국제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안착했다. 이후 마인드 더 브릿지라는 벤처캐피탈에서 아시아 총괄 대표를 지냈고 스페이스X 등의 7개사의 엔젤투자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2022년 3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출신인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2080벤처스라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미국 실리콘밸리에 창업하면서 어릴 때 꿈인 사업가로 나섰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를 지향하는 2080벤처스는 현재 20명이 넘는 팀원들과 함께 10개국에 지사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지사를 내고 기관·기업과 손을 잡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그동안 신한은행·현대자동차·창업진흥원·부산경제진흥원·서울대·울산대 등과 손잡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리 프로그램의 장점은 로컬화 즉 현지화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탑 액셀러레이터들은 오랫동안 진행해온 자신들의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 대표는 2080벤처스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은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2080벤처스는 ‘로컬화’와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로컬과 글로벌을 놓치지 않고 프로그램에 녹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의 프로그램이 글로벌 진출에 무게를 두는 것은 2080벤처스의 해외 네트워크가 좋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현재 10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한국을 포함해 러시아·일본·아프리카·중동 등에 지사를 설립하면 그 지사 운영은 그 지역 출신에게 맡기고 있다. 현지화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는 “2080벤처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은 현지화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어느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최 대표는 “러시아에서 잘 되고 있다”는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러시아의 국영은행과 손을 잡고 있고, 그들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을 접목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전쟁 중이지 않으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와 국영은행은 러시아 스타트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웃었다. 2080벤처스가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수 천개의 스타트업이 지원할 정도다. 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러시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AI 등의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고, 글로벌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그는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모습만으로 시장을 판단하면 안된다” 라고도 덧붙였다.한국 스타트업 지원금 받기보다 스스로 성과 내야2080벤처스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생기는 스타트업이라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현재 2080벤처스가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은 10여 개다.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연질 캡슐 장비 제조 스타트업 젤코, 케이팝 글로벌 팬서비스 플랫폼인 ‘쿠키’(Kooky)를 운영하는 라이터스컴퍼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젤코는 2080벤처스의 투자 이후 2000만원대의 매출이 10억원대로 껑충 뛰기도 했다. 최 대표는 “젤코는 해외 수주도 하고 있는데, 2080벤처스의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다”면서 “2080벤처스는 현재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2080벤처스의 철학 덕분이다. 일본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한 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팔로우가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넘버 2가 빠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한국 스타트업이 잘 사용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스타트업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 정부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태계에 활력은 없고 굳은 느낌이 든다”면서 “지원금보다 스타트업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또한 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글로벌화’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역이 문제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어떤 지역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찾고 그 지역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2080벤처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있다. 최 대표는 “이야기가 잘 진행되고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려면 앵커(딜을 주도하는 투자자) 투자자가 필요한데, 이 부분만 해결하면 1000억원 규모의 펀드 레이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 안에 마무리를 짓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2025.03.10 07:00

4분 소요
밸류업 vs 돈잔치…빚더미 에너지 공기업, 줄줄이 배당에 논란

산업 일반

국내 에너지 공기업이 잇따라 배당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성과를 바탕으로 배당을 늘려 주가를 부양하는 밸류업의 일환이라는 해석과 독점 기업이 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손쉽게 번 돈으로 잔치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한국전력공사는 한 주당 214원을 배당키로 했다고 지난 2월 28일 공시했다. 한국전력이 주주 주주 배당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배당금 총액은 1373억원 수준이다. 한국전력이 배당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호실적에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4조1315억원, 영업이익 2조403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7.1%, 영업이익은 25.7% 늘어난 규모다.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영향으로 전력 조달단가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전력 판매 이익률이 개선됐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도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당을 재개 소식을 알렸다. 두 회사는 기획재정부가 ‘배당협의체’를 개최한 다음 날인 2월 26일 배당을 발표했다. 가스공사는 1주당 1455원, 지역난방공사는 3879원을 배당한다고 밝혔다. 배당액 총액은 각각 1269억원, 449억원 수준이다. 공기업의 이런 배당 정책에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지난해 상장 공기업의 경영평가를 할 때 주주가치를 높인 업체에 유리하도록 평가 기준을 변경했다. 이익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해 주식 투자자에게 혜택을 늘리고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정책이다. 문제는 배당을 결정한 공기업의 현 상황이 절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부채 총액이 202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8조원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200조원이 넘는 부채 탓에 내야 하는 이자만 연간 3조원에 이른다. 일수로 계산하면 하루 이자가 125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조7483억원인 것을 고려할 때 이자를 내고 나면 사실상 남는 돈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이렇게 부채가 쌓인 것은 이전 정부의 탈원전과 요금 인상 억제 정책 탓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었지만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이번 정부에서 전기 요금을 인상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 한국전력은 부채 상환 대신 배당에 나선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공기업의 이익을 배당으로 빼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은 한국전력의 최대 주주로 지분의 32.9%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대한민국정부(18.2%)다. 정부가 산업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한전의 최대 주주는 정부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한국전력 배당의 절반을 받아 간다는 뜻이다. 핵심은 정부가 한국전력의 배당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정한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배당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배당협의체에서 결정한다. 한국전력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9.7% 인상한 정부가 흑자를 이유로 배당을 받아 가는 상황이다.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의 사정도 비슷하다. 정부의 배당금 빼먹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3% 늘어난 3조34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149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역난방공사도 327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두 공기업 모두 ‘미수금’ 문제를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수금은 가스공사나 지역난방공사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연료를 공급했을 경우 나중에 받을 ‘외상값’을 장부에 기록한 금액이다. 사실상 적자로 볼 수 있지만, 양 사는 회계장부에 ‘자산’으로 표기한다. 나중에 받을 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미수금의 경우 사실상 받기가 쉽지 않고, 돌려받으려면 가스 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 부담이 전제된다고 말한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4년 사업연도 기준 약 14조원, 부채는 47조원에 달한다. 지역난방공사 역시 누적 미수금 5595억원을 기록했다. 배당 발표 직후 주가 하락하거나 제자리 걸음 이들 기업의 주가는 배당 결정 이후 오히려 하락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28일 한국전력의 주가는 전날보다 8.57%(2000원) 내린 2만1350원을 기록했다. 가스공사의 경우 2월 26일 주가가 1.71% 하락했고 다음날에는 4.83%, 28일에도 1.69% 떨어졌다. 가스공사와 같은 날 배당 계획을 발표한 지역난방공사는 26일 주가가 4.45%올랐지만 이튿날 하락 반전하며 27일 1.78%, 28일 3.22% 떨어졌다. 배당 계획 발표날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셈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전력의 배당 정책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전기 요금 인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될 수 있다”며 “1월 전력 정산 단가가 급등하며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이를 감안해도 배당 매력은 여전히 높다”고 4일 밝혔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같은 날 보고서를 내고 “배당으로 줄어드는 현금 흐름을 보충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 폭을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한전이 4년 만에 배당 지급을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2025.03.08 06:00

4분 소요
“기업용 AI 시대 개막”...B2B 신사업으로 수익 창출 나선다

산업 일반

기업용 AI(인공지능)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2년 챗GPT가 등장한 이후, 직장인들이 AI 활용이 일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일반 사무직들이 업무용 AI 기술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 ‘직장에서의 AI 사용’에 따르면 근로자 5334명 중 80%가 AI가 업무 성과를 높였다고 답했다. 이 같은 흐름에 업무를 돕는 AI 기술이 새로운 B2B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업무용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내부 직원용 서비스로 운영하다, 이를 외부 기업에게도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업무 특화 개발로 돈 버는 AI 가장 최근 업무용 AI 기술 사업성에 포부를 밝힌 기업은 SKT. 유영상 SKT 대표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을 앞두고 스페인 현지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수익 창출 전략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돈버는 AI를 시작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에서 시작해 AI B2B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가 말한 SKT의 대표적인 AI B2B 기술로는 올해 출시 예정인 ‘에이닷 비즈’가 꼽힌다. 에이닷 비즈는 SKT의 AI 기술 에이닷의 업무 특화 기술로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 등 업무 전반에서 사용하는 ‘에이닷 비즈’와 법무, 세무, 인사 등 특화 영역에서 기능을 제공하는 ‘에이닷 비즈 프로’ 등 두 가지로 제공된다. SKT는 에이닷 비즈를 올해 그룹 내 계열사 직원용으로 사용하다 외부 판매 서비스로 확산할 계획이다.KT 역시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KT는 이번 MWC에서 KT 광화문빌딩 WEST 사옥을 모티브로 해 전시 부스 안에 사무 공간을 마련해 관련 업무용 AI 기술을 보였다. 먼저 KT는 통신시장 경쟁분석 에이전트 기술을 선보였는데, 이 기술은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내부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해 각 도메인 영역에 맞는 맞춤형 분석 결과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사용자의 질문을 받은 후 적절한 답변을 생성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직접 분석하며 유용한 정보를 발굴한다. 사용자는 이를 바탕으로 이메일 발송이나 일일 보고서 작성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보유한 GPU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GPU 할당 에이전트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실시간 GPU 자원 현황과 사용자의 수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GPU 자원을 할당하고 스케줄링한다.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프로젝트 우선순위와 GPU 활용률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롯데와 삼성도 업무용 AI 기술을 개발하고, 외부 판매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롯데이노베이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AI 기술인 ‘아이멤버’는 롯데그룹 내 직원들만 사용하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대외 서비스가 가능한 SaaS(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바뀌며 타 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아이멤버에 회의록 자동 생성 기능, 보고서 자동 생성 기능을 추가하는 등 업무 특화 AI 기술을 발전시켜 대외 사업 확장을 목표하고 있다. 롯데이노베이트 관계자는 “앞으로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이멤버의 지속적인 고도화 및 개선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삼성SDS도 지난해부터 기업용 생성 AI 기술인 ‘패브릭스’를 앞세워 AI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사용자는 패브릭스를 활용하면 해외 신제품 출시를 위한 보고서 초안을 5분 안에 작성하는 등 업무에 필요한 서류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삼성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패브릭스 운영과 동시에, 업무 자동화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 이 기술은 세계 최초로 3개 이상의 언어를 동시에 인식해 통·번역을 지원하는 기능을 자랑한다. 한국어·영어·중국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 10개 언어 음성을 인식해 실시간 통역을 제공하고, 러시아어·헝가리어·아랍어 등 15개 언어에 대해선 번역 서비스를 지원해 해외 사업자와 회의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확장하는 AI 에이전트 시장AI 기술의 원천으로 통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업무용 AI 기술 출시에 나서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웹 브라우저에서 업무를 대신하는 ‘오퍼레이터’를 올해초에 공개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앤스로픽이 키보드 입력부터 클릭, 마우스 커서 이동과 같은 컴퓨터 조작을 대신 해주는 AI 기술 ‘컴퓨터 유즈’를 내놨다. 이처럼 업무를 돕는 개인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AI 기술, AI 에이전트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세계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51억 달러에서, 연평균 47.3% 성장해 2030년엔 618억 달러까지 확대할 것으로 바라봤다.

2025.03.07 10:00

4분 소요
호된 신고식 치른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부동산 일반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최근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고배를 마신 데 이어 지난해 실적 마저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이한우 대표를 공식 선임했다. 1970년생인 이한우 대표는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한 이른바 ‘현대맨’이다. 현대건설 사상 첫 1970년대생 CEO이기도 하다. ▲2017년 건축기획실장 상무보로 승진했고 ▲2018년 주택지원실장 ▲2019년 건축주택지원실장 상무 ▲2021년 전략기획사업부장을 거쳤다. ▲2022년 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았고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로 내정됐다. ‘주택통’의 첫 패배,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 삼성물산에 밀려이 대표는 ‘주택통’으로 불린다. 현대건설이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 2조8322억원의 도시정비 수주고로 1위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도시정비부문 ‘왕좌’ 자리를 한 해도 놓치지 않고 있다. ▲2020년 4조7383억원 ▲2021년 5조5499억원 ▲2022년 9조3395억원을 달성하며 3년 연속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2023년에는 4조612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브랜드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를 앞세우며 성남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과 신반포2차아파트 재건축 등을 통해 수주6조612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CEO로서 첫 신고식이었던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는 삼성물산에게 패하며 고배를 마신 모습이다. 지난 1월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을 누르고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삼성물산은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조합원의 수익성 극대화와 공사비 절감 ▲해외 유명 설계사와의 협업을 통한 한강 조망권 확보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 등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결과는 현대건설에게 밝지 않았다.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교회에서 열린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에서 현대건설은 조합원 1153명 중 335표를 얻어 사업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이날 삼성물산은 675표(58.5%)를 얻어 시공사로 확정됐다.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해 총 51개동 2331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이 제시한 사업비가 1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남4구역은 강북 한강변 노른자 땅으로 여겨지는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입지가 좋은 데다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한남뉴타운 구역 내 사업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이번 패배가 현대건설에 아쉬운 것은 한남4구역은 향후 압구정3구역 등 한강변 대어 도시정비사업 수주의 전초전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압구정 3구역은 기존 아파트 단지를 5800가구 규모의 50~70층 높이의 대형 마천루 아파트로 재탄생시키는 초대형 사업이다. 한남 4구역 수주전의 결과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원들의 평가가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압구정 3구역 수주전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도 이 대표 입장에서는 향후 해결과제다. 현대건설은 최근 실적 발표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조2209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1년 이래 첫 연간 영업손실이다. 현대건설은 2001년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기간 3828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지난해 적자는 실적 발표 전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5448억원)를 크게 벗어난 어닝 쇼크였다. 1조원 넘는 영업 손실도 해결과제현대건설의 이번 적자 배경에는 해외 현장에서의 사업비 증가가 주원인으로 손꼽힌다.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약 1조2000억원의 손실을 작년 4분기 실적에 한꺼번에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사업을 시작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대건설의 주택 브랜드 ‘힐스테이트’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가 여전히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부동산R114가 전국 성인남녀 54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 결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위에는 삼성물산 ‘래미안’, 3위에는 GS건설 ‘자이’가 이름을 올렸다.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종합 순위는 ▲브랜드 상기도 ▲선호도 ▲인지도 ▲투자가치 ▲주거만족도 ▲건설사 상기도 등 6개 항목의 응답률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정한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주거만족도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THE H)’도 브랜드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는 지난 2024년 프리미엄 브랜드지수(KS-PBI)에서 ‘하이엔드 주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하는 해당 지수는 ▲브랜드 인지도 ▲마켓 리더십 ▲브랜드 애호도 ▲브랜드의 사회적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디에이치는 제품 간 품질수준의 객관적 비교 및 소비자의 권익 보호 강화를 위해 품질의 우수성 및 만족도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표준협회 주관 2024 한국품질만족지수(KS-QEI) 하이엔드 주거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평판지수에서는 35개월 연속 1위를, 부동산R114와 한국리서치를 통해서는 2023~2024 2년 연속 하이엔드 주거 1위를 차지했다.

2025.03.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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