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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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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자동차 “러시아 공장 중단”…생산물량 한국으로 올까

산업 일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르노자동차 러시아 공장이 운영을 중단한다. 프랑스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도 한 배경이 됐다. 이곳 생산물량이 르노 한국 공장으로 이동할거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르노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이날부터 바로 모스크바 공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르노 모스크바 공장의 자산가치는 약 22억 유로(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르노는 아브토바즈 운영도 중단할지 고심 중이다. 르노는 아브토바즈의 지분 69%를 갖고 있는 아브토바즈 최대주주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국민차 라다 브랜드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르노 측은 “러시아 근로자 4500여명에 대한 책임도 달려 있어 아브토바즈 지분에 대해선 안팎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다국적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르노는 운영을 계속 유지했다. 르노는 지난달에 모스크바 공장 가동을 멈췄으나 일시적이었을 뿐 재 가동에 들어갔다. 르노는 20여년 전 러시아를 신흥 자동차 시장으로 보고 뛰어들었다. 시티뱅크는 르노의 핵심 이익의 8%가 러시아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부분 아브토바즈 지분 수익이다. 르노의 올해 그룹 영업이익률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당초 4%대에서 3%대로 하향 조정했다. ━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랑스 기업들에 “러시아 사업 중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기업들의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프랑스 화상 연설도 르노의 중단 결심에 한 배경이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상·하원 동시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프랑스 대기업들에 대해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러시아에서 돈을 찾으려 하고 있다”며 “러시아라는 전쟁 기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프랑스인들에게 제1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프랑스 북부 도시 베르됭을 상기시키며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그는 “러시아 군이 표적을 구분하지 않고 민간의 주택·병원·학교·대학 등을 파괴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프랑스에 도움이 절실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프랑스가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국일 때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이 가능하도록 힘써달라”며 “역사적인 결정을 내려주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르노 보이콧을 주창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르노가 러시아 철수를 거부하고 있다. 나는 소비자와 전 세계 업체들에게 르노 그룹을 보이콧할 것을 촉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르노코리아 XM3 인기 힘입어 해외 수출 실적 증가세 이 때문에 르노 모스크바 공장의 생산물량이 가까운 한국 공장으로 유입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르노코리아는 원활한 내부 공급망 덕에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르노삼성에서 삼성 브랜드를 뗀 르노코리아는 오랜 기간의 부진을 씻고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소형 SUV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1월 생산·내수·수출 실적도 두드러질 정도로 증가했다. XM3는 2020년 7월 해외 수출을 시작한지 17개월여 만에 5만대를 돌파했다. 이를 기반으로 같은 해 12월엔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며 지난해 3월엔 전세계 28개국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전세계 코로나 대유행과 반도체·부품 공급난 속에서도 그룹 공급망 관리로 독일·벨기에·스페인·영국·이탈리아·폴란드·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그 결과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판매실적은 총 13만2769대(내수·수출 합산)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수출물량이 2020년 2만227대에서 2021년 7만1673대로 급증했다. 르노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러시아 모스크바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외부의 경제적·정치적 압박이 극심하자 지난달 모스크바 공장 가동을 멈췄으나 이내 재 가동에 들어갔다. 르노의 모스크바 공장 가동 두 번째 중단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이번엔 장기화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서 프랑스 대형 기업들을 콕 집어 러시아 철수를 촉구한 연설이 프랑스 의회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 달이 된 지금도 현재 러시아에서는 프랑스 대기업들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코카콜라·맥도날드·펩시콜라·스타벅스 등이 러시아에서 철수를 선언했지만 유통업체 오샹, 주거·원예용품 판매업체 르루아 메를랭, 스포츠용품점 데카트롱 등을 거느린 프랑스 기업 ‘뮐리에 가족연합’(AFM)은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2.03.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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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의 부상과 몰락의 19년] 경영 영웅에서 비리 경영자로

산업 일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닛산 개혁해 르노·닛산·미쓰비시 이끌어…회사돈 유용 등 혐의로 日 검찰에 체포돼 ‘재건의 카리스마가 추락했다’(요미우리 신문 11월 20일자).‘변절한 카리스마-장기 군림 사내에 불만’(니혼게이자이 신문 11월 20일자).일본이 충격을 받고 있다. 일본 닛산자동차와 프랑스 르노자동차,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회장을 동시에 맡고 있던 카를로스 곤(64)이 11월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구속된 사건의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곤은 2010년 이후 급여 중 총 50억엔을 과소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0년 8억9100만엔을 시작으로 매년 9억~10억엔을 적게 신고했다. 올해도 7억3500억엔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 검찰의 꽃’ 도쿄지검 특수부 나서 눈여겨볼 점은 ‘일본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도쿄지검 특수부가 나섰다는 사실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1976년 7월 미국 항공기 제작 업체 록히드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혐의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1918~1993년, 재임 1972~1974년) 전 총리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16선 의원이자 집권 자민당에서 계파의원을 80명이나 둔 전직 총리를 잡아넣은 이 조직의 기개는 지금도 회자된다. 다나카 전 총리는 기소돼 1983년 10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다나카는 항소했지만 1985년 2월 뇌경색으로 쓰러졌으며, 대법원 상고 중 1993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사건 관련자 11명은 전원 뇌물판결을 받았다. 도쿄지겁 특수부의 철저한 수수와 집념을 보여주는 일화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잡범이나 잡아들이는 조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조직이 곤을 체포했다는 것은 사건이 쉽게 마무리 될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곤의 탐욕이 부른 개인 비리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보다 큰 그림이 배후에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주목할 점은 곤 회장이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되자 닛산 CEO인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 사장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사이카와 사장은 곤 체포 당일인 11월 19일에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는 “회장인 곤 용의자가 보수를 적게 신고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복수의 부정을 저지른 것을 발견했다”며 “회사는 이러한 내용의 내부 제보를 받은 후 수개월간 조사해 이를 확인하는 한편,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가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도쿄지검 특수부의 인지수사가 아니라 닛산 측의 고발에서 시작된 것임을 밝힌 셈이다. 사이카와는 “이는 결코 용인할 수 없으며 곤은 물론 함께 체포된 켈리에 대한 해임을 11월 22일 이사회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11월 22일 열린 이사회는 사이카와의 제안을 받아 들여 만장일치로 두 사람을 해임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다. ━ 장기 집권에 거버넌스 무너져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닛산을 이른 시일 안에 정상화하기 위해 제3자 위원회를 설치해 부정의 배경을 조사하고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곤이 닛산과 르노의 CEO와 회장을 오랫동안 겸임하면서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거버넌스가 무너졌다고 지적하고 장기간에 걸친 곤의 통치가 기업에 부담이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사이카와 사장은 곤 회장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피해보상을 청구할 것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회사 차원에서 체포된 회장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부정의 주체가 회사가 아니라 곤임을 강조한 셈이다. 그런 자리에서 곤의 장기 재임에 따른 문제까지 거론했으니 곤의 등을 찔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이카와는 물러나지 않고 곤을 비난했다. 사이카와는 2016년 11월 곤과 함께 공동 CEO를 맡았으며 곤이 지난해 4월 1일자로 닛산 대표이사 직은 내놓고 회장만 유지하자 대표이사 사장 겸 단독 CEO가 됐다. 닛산 이사회에는 이번에 체포된 곤과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 외에도 르노가 파견한 외국인 이사와 사외이사가 각각 한 명씩 있다.카를로스 곤은 체포 직전까지 일본 닛산자동차의 회장과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회장 겸 CEO,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3개 자동차 업체의 회장을 동시에 맡은 것은 유례가 드물다. 지난해 4월까지는 닛산 CEO도 맡았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 3개사 간의 출자 관계다. 르노자동차는 닛산의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고, 닛산은 르노 지분의 15%를 소유해 이런 자본 제휴를 통해 상호 지배를 하고 있다. 르노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15%를 보유하고 있다. 닛산은 미쓰비시 자동차의 지분 34%를 보유하며 휘하에 두고 있다.미묘한 것은 11월 20일 열린 르노 이사회에서는 곤을 회장 겸 CEO에서 해임하지 않고 일단 사건을 지켜보기로 했다는 점이다. 일본과 프랑스의 대응방식 차이를 넘어서서 뭔가 알력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곤이 르노를 중심으로 3사를 아예 합병하려고 추진했다는 주장도 있다.일단 이번 사건이 어디로 흘러가든 곤의 명예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한때 일본에서 구조조정 신화의 역사를 썼던 곤은 탐욕의 인물, 비리 인물, 거버넌스 혼란의 주범으로 몰리게 됐다. 그런 곤과 닛산과의 인연은 1999년 시작한다. 그해 3월 닛산은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와 자본 제휴를 맺는 데 합의했다. 닛산·르노 연합의 탄생이다. 당시 르노는 닛산 지분 36.8%(현재는 43.4%)를 확보했다. 이렇게 닛산과 르노의 자본 제휴가 시작되면서 ‘외국인’ 곤은 일본에 둥지를 틀 수 있게 됐다. 르노의 수석 부사장이던 곤은 그해 6월 닛산 대표이사 겸 최고집행책임자(COO)로 선출되면서 닛산에 부임했다.일본에 도착한 곤은 ‘칼잡이 본능’을 보여줬다. 닛산에서의 첫 작품부터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곤은 향후 3년에 걸쳐 닛산을 뿌리째 개혁해 경영을 재건한다는 내용의 ‘닛산 자동차 리바이벌 플랜(NRP)’을 그해 10월 발표했다. 연간 비용을 1조원 줄이고 2000년 연결재무제표를 흑자로 전환하며 2002년까지 영업이익률 4.5%로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곤은 이런 재생계획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겼다. 계획을 실천하거나 집행했다기보다 밀어붙였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과감했다. 일본 고유의 기업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무라야마(村山) 공장과 닛산차체교토공장, 아이키(愛知) 기계공업 공장 등 관계회사를 포함한 3곳의 완성차 조립공장과 2곳의 트레인 생산공장을 폐쇄했다. 아케보노 브레이크를 비롯한 자회사 15개도 매각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부품 구입사를 기존의 절반 수준인 600군데로 줄였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직원 1만4000명을 해고했다. 일본 초유의 대량 해고다. 직원과 부품 공급사의 희생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협력사와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직원의 고용을 우선시하는 일본 기업 문화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거센 반발이 닥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 결과인지 1999년 277억엔의 적자를 냈던 닛산은 2000년 결산에서 3310엔의 흑자로 돌아섰다. 2001년 5월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닛산 부활’을 선언했다. 곤 회장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곤 회장은 2000년 닛산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 올랐으며 2001년에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차지했다. 2002년에는 닛산 재생계획을 애초 계획보다 1년 먼저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자산 매각과 직원 해고, 신규 채용 중지 등 인력 감축이 가장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2002년 닛산의 르노 지분 보유율을 15%로 올렸으며 2003년에는 중국에 합작사인 둥펑(東風)자동차를 설립하며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했다.2005년 곤은 르노자동차 사장 겸 CEO로 취임했다. 일본의 닛산과 프랑스의 르노의 사장 겸 CEO를 함께 맡게 된 것이다. 이어 2008년에는 닛산자동차의 대표이사 회장 겸 CEO에 올랐다. 닛산과 르노가 모두 곤의 천하가 된 것이다. 2010년 닛산과 르노는 독일 다임러와 3각 자본 제휴에 들어가 소형차 개발과 지구환경 대책 강화 등에서 공동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2012년 닛산과 르노는 러시아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의 지분 25%를 공동 매수했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최대 자동차 브랜드인 라다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닛산과 르노와 생산·개발을 비롯한 4개 부문의 기능을 통합했다. 곤은 2016년 다시 한번 ‘확장 본능’을 발휘했다. 그해 10월 연비 과장이 발각돼 경영난에 빠진 미쓰비시(三菱)자동차를 닛산이 인수하면서 곤은 마쓰비시자동차 회장에도 올랐다. 자동차 3사의 경영권을 움켜쥔 것이다.미쓰비시자동차는 원래 미쓰비시중공업의 일원이었으나 미국 크라이슬러가 지분 15%를 인수하면서 독립시키고 1993년까지 OEM 생산기지로 활용했다. 이후 2000년 독일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합병해 다임러클라슬러가 된 후 미쓰비시와 제휴했으나 제품 결함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곤경에 처했다. 결국 2005년 다임러클라이슬러는 미쓰비사 자동차와 결별했다. 2016년에는 연비 부정 사실마저 공개돼 위기에 처했다. ━ 세계 판매 1위 눈앞에 뒀던 닛산·르노·미쓰비시 연합 이를 구한 것이 곤이 이끄는 닛산·르노 연합이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소형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관련 기술력을 탐낸 조치로도 평가된다. 그 결과 닛산·르노 연합은 미쓰비시자동차의 지분 34%를 확보하고 3사가 연합에 들어갔다. 2016년 10월 닛산·르노·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연합)의 출범이다. 3사 연합은 2016년 996만대를 판매해 폴크스바겐, 도요타, GM에 이어 세계 4위의 자동차 기업에 올랐다. 2017년에는 닛산 581만대, 르노 376만대, 미쓰비시 103만대를 각각 판매해 연합 전체로는 1060만대를 판매해 세계 2위의 완성차 메이커로 떠올랐다.닛산·르노·미쓰비시의 3사 연합을 이룬 곤은 지난해 4월 닛산 대표이사 CEO에서 물러나 회장을 맡았다. 2선 후퇴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더욱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웠다 2017년 8월 ‘얼라이언스 2022’라는 그랜드 플랜을 발표했다. 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 2022년까지 연간 1400만대 이상의 판매와 2400억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세계 1위 자리를 넘보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번에 날개가 꺾이면서 추락했다. 높이 비상한 만큼 추락에 따른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닛산·르노·미쓰비시의 3사 연합은 세계 자동차 1위 등극의 꿈은커녕 연합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일본과 프랑스 이사진은 사건에 대한 태도부터 다르다. 더구나 르노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 15%를 가지고 있다. 개인 비리, 또는 민간 기업의 문제가 자칫 프랑스와 일본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계가 외국인 CEO를 대하는 일본 기업과 국민, 정부의 차가운 태도를 문제 삼을 가능성도 있다.곤은 프랑스나 일본을 넘어 글로벌 경영인으로 통한다. 성장 배경부터가 글로벌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레바논에서 태어나 브라질로 이민 간 마론파 기독교도다. 현재 시리아와 이스라엘에 둘러싸인 근동 국가 레바논은 중세 이래 무슬림이 지배한 이 지역에서 드물게 마론파 기독교도가 다수를 차지했던 곳이다. 1516~1918년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영토였으나 19세기 이래 프랑스의 영향이 강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으로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면서 1923년 프랑스의 위임통치령이 됐다. 레바논은 1944년 독립을 이뤘지만 적지 않은 레바논인이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이 때문에 독립 후에도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곤은 이런 레바논 배경을 지니고 1954년 브라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비위생적인 물을 마시고 병이 든 그는 6살 때 어머니, 여동생들과 함께 할머니가 살던 레바논으로 이주했다. 레바논에서 가톨릭 예수회가 운영하는 고교 과정을 다닌 그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파리의 명문 생루이 고교를 마쳤다. 프랑스의 엘리트 대학인 그랑제콜을 목표로 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 예비학교다. 그는 그랑제콜인 에콜폴리테크를 1974년에 마치고 또 다른 그랑제콜인 파리광산학교를 1978년 졸업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견주는 프랑스 최고의 공대를 다닌 셈이다.국립광업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슐린에 입사했다. 미주 담당으로 일하면서 능력을 발휘한 그는 1996년 르노자동차로 옮겼다. 운명의 전직이었다. 그는 그해 12월에 수석 부사장에 올랐다. 1999년 닛산이 르노자동차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자 닛산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으면서 본거지를 일본으로 옮겨 지금까지 화려한 ‘경영 신화’를 쌓았다. ━ 도쿄지검 특수부장 출신 변호인 선임 현재 곤은 전 도쿄지검 특수부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등 추가 수사와 재판에 대비하고 있다. 곤이 프랑스 정부와 르노 본사의 지원과 변호인의 선방으로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때 경영 영웅이었던 인물의 추락을 보는 입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비용 절감으로 일어선 인물이 회사 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는 사실, 장기 집권과 경영 전횡에 회사 직원들이 염증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든, 기업이든 권력 집중과 장기 집권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곤이 지닌 품성의 한계일까. 이번 사건을 보면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2018.11.25 17:01

8분 소요
[World] 미국에서 브랜드 파워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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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위.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닛산자동차가 2011년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결산에서 매출 9조 4090억엔, 영업이익 5458억엔, 순이익 3414억엔을 달성했다. 토요타자동차를 앞지르고 순이익 상 일본 업계 최고치다. 글로벌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15.8% 증가한 484만5000대를 기록했고 덕분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6.4%로 늘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1999년 프랑스 르노자동차와 제휴를 맺은 후부터 닛산자동차의 기업 체질은 크게 변화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닛산자동차는 2016년도까지는 세계시장 점유율 8%, 영업이익률 8%(2011년 5.8%) 달성이란 과감한 목표를 세웠다. 카를로스 곤 사장 겸 CEO에게 앞으로의 성장과 비전에 대해 물었다.닛산은 최근 13년간 본질적으로 무엇이 변화했는가?과거 닛산에 없었던 세 가지 요소를 키워내는데 힘썼다. 우선 명쾌한 전략을 가지고 그것을 회사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다. 모든 전략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사내의 각 부서와 지역이 서로 보조를 맞추도록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사원들이 전략의 우선순위를 제대로 이해하고, 계획에 정확히 참여하려는 의식을 가지도록 유도했다.두 번째로 2000년 초 진행된 ‘닛산 리바이벌 플랜(Nissan Revival Plan)’이나 ‘닛산180’ 등을 통해 적절한 위기감 형성한 것을 들 수 있다. 닛산 리바이벌 플랜은 1999년 최고운영책임자(COO)였을 당시 발표한 회사 재건계획으로 사내의 젊은 중역 간부를 중심으로 조직을 꾸렸다. 국내 공장을 폐쇄해 연간 생산능력을 3분의 1가량 축소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2만 명이 이상의 인력 삭감과 하청 기업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 등이 주 내용이다. 또 회사 보유주식을 매각해 하청기업의 합병과 재편을 빠르게 진행시켰다. 이 계획 이후 매출 등 회사 실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고 2003년까지 4년 동안 2조 1000억 엔에 가까운 거액의 채무를 변제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사내 재건계획을 통해 닛산은 위기 대응력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동일본 대지진이나 태국 홍수 등 갑작스러운 위기에도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마지막으로 신흥국에서 지역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현지에 있는 경영진이 현지 부품 메이커를 사용해 현지에 적당한 상품을 만든다. 닛산은 상위 100개 관리직 중 40%가 일본 이외 12개국 출신자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다양성이 닛산의 큰 무기다.경영에 있어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브랜드력(이미지) 향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면에서 우리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지역적으로 볼 때 중국이나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는 브랜드력이 강한 반면 미국에서는 경합하는 타사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급차 브랜드인 ‘인피니티’ 는 2016년 50만대(2011년도 약 14만대)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피니티 강화 계획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달성을 위한 열쇠는 세 가지다. 우선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중국 시장에서는 롱 휠베이스(Long Wheelbase) ‘M’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차축간 거리가 길어 더 안정적인 롱휠이 사랑 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현지화다. 지금까지 인피니티는 일본 도치기 공장에서 생산해 왔으나 앞으로 도치기가 주요 거점이 아니다. 얼마 전 발표한대로 중국 및 타국에서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가격만으로는 불충분하지만 일단 가격 면에서 불리하면 살아남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현지화는 기본조건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판매망에 손을 뻗치며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힘쓸 계획이다. 올 4월 홍콩에 인피니티의 새로운 글로벌 본사가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고급차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판매해왔지만 앞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의 동향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망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들여 다양한 팀을 발족시킬 예정이다.그래도 국내 생산 100만대는 유지 가능한가?가능하다. 2011년 지진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국내에서 약 120만대를 생산했다. 2012년도는 중국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멕시코나 브라질의 신 공장 건설에 착수할 예정인데 그럼에도 비슷한 수준의 국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늘 공언한대로 100만대는 달성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도치기 공장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재고 조정이나 모델 교체 등에 따라 감산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인피니티의 판매대수를 3배 이상 늘려가면 증가분을 현지에서 생산할 것이다. 도치기 공장의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에코카 보조금 제도가 끝나면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든 타당한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인센티브가 작동하는 법이다. 지금 진행중인 보조금이 끝나게 된다고 해서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그 반동으로 국내 시장의 판매량이 20% 하락하더라도 생산은 100만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만 정부에 부탁한다면 환율이 타당한 수준이 되도록 더 노력해줬으면 한다.과거 업계에서는 ‘400만대 클럽’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자동차 메이커가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의 볼륨이 필요한가?나는 그런 사고 방식에 찬성한 적이 없거니와,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적도 없다. 만일 대수가 성공여부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째서 최대 자동차 메이커였던 미국 제너럴 모터스가 경영파탄을 맞이했나? 중요한 것은 정합성을 갖추고 일관된 전략을 가지는 것이다. 정합성이 필요한 이유는 그러한 정합성이 효율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업적을 올리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는 명쾌한 전략을 가지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그 점이 가장 중요하고 몇 대를 판매했는가는 그 다음이다. 요컨대 판매 대수는 전략을 극대화한 것이지만 전략 그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판매대수는 전부 자비로 늘릴 필요가 없다. 제휴에 의해 획득 가능하다는 뜻이다. 닛산의 판매대수는 2011년도 484만대였지만 르노와의 제휴를 통해 800만대로 늘어났다.타사의 경우 제휴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닛산만은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는 듯 하다.르노와 닛산의 제휴에는 자립성이 있는 동시에 규율성도 있다. 그리고 단순히 말 뿐이 아닌 실행도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러시아의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압토바즈(AvtoVAZ)에 대한 출자를 결심했다. 목적은 러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현지 메이커와 손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쪽에서는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압토바즈는 생산설비를 제공한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후원도 받는다. 압토바즈의 주력 차종인 ‘라다(LADA)’브랜드는 그대로 남길 계획인데 르노닛산과 함께 시장 점유율 40%를 노리고 있다.전기자동차 ‘리브’의 판매 동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지진도 있었고 엔고까지 겹쳐 2011년도 판매실적은 기대를 밑돌았다. 리브를 출시할 당시만 해도 엔고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지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2012년도는 미국과 유럽에서 배터리나 차량 조립사업을 시작한다. 현지생산에 착수하게 되면 엔고로 인한 악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 올해는 판매 대수를 늘릴 계획이다.

2012.05.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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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글로벌 경영 강화하는 포스코

산업 일반

올 초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 목표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연간 3700만t)은 세계 4위권이다. 세계 1위는 연산 7000만t이 넘는 아르셀로미탈이다. 단순히 생산 능력만 놓고 보면 포스코가 한참 뒤진다. 이게 다는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따지면 다르다. 포스코가 정상권이다.포스코는 1월 25일 캐나다의 경제 리서치 & 매거진인 코퍼레이트 나이츠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에서 30위에 올랐다. 세계 철강기업 가운데 1위였다. 국내 다른 기업으론 삼성전자가 73위를 기록했다.삼성전자보다 순위 높아다보스포럼은 2005년부터 세계의 유수 연구기관의 평가를 토대로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을 발표하고 있다. 전체 1위는 덴마크의 제약회사인 노보노디스크가 차지했다. 일본의 토요타(21위)와 히타치화학(28위)도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가항목은 다양성, 안전 효율성, 연구개발(R & D) 투자를 통한 혁신역량, 임직원 채용·고용 유지, 에너지·온실가스·수자원 효율성 제고 등 11개 지표다.포스코는 세계 경기 침체에도 지난해 39조1720억원의 매출(단독 기준)을 기록했다. 2010년 매출(32조5820억원)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사상 최고치였다. 포스코가 지분 50%를 가졌거나 30% 이상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 지위를 가진 계열사의 실적까지 더한 연결 기준 매출도 2010년보다 40% 넘게 늘어난 68조9390억원이었다(영업이익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과 철강 수요 감소로 다소 줄었다).포스코는 그러면서도 t당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용수 사용량은 해마다 줄이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가장 먼저 2010년부터 해마다 탄소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또 광석에서 금속을 빼고 남은 찌꺼기인 슬래그를 해양의 갯녹음(백화) 현상을 막는데 활용하고 있다. 갯녹음 현상은 연안 암반 지역에서 해조류가 사라지고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달라붙어 암반지역이 흰색으로 변하면서 어장이 황폐화되는 걸 말한다.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에서도 경쟁력을 인정 받고 있다. 세계적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지난해 6월에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로 선정했다. WSD는 세계 34개 철강회사를 대상으로 기술력, 수익성, 원가 절감, 재무 건전성, 원료 확보를 비롯한 23개 항목을 평가한다. 포스코는 2002년, 2003년, 2004년, 2010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해외 투자 확대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파이넥스를 비롯한 선진기술을 적극 개발한 덕이 컸다. 포스코는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약 303억9800만 달러로 조강 생산량 세계 1위인 아르셀로미탈(281억2500만 달러)을 20억 달러 가량 앞섰다.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기업의 실력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주가를 적극 관리한다. 정준양 회장은 2월 2일에 임원진 72명과 자사주 4351주를 매입했다. 정준양 회장과 최종태 사장은 각각 100주씩을, 다른 임원은 50주에서 100주 내외를 매입했다. 전체 금액으로는 약 18억원 규모로 크진 않지만 회사의 실적에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정준양 회장의 올해 첫 해외 출장도 투자자를 만나는 자리였다. 정 회장은 2월 13일부터 사흘간 런던·뉴욕·보스턴에서 ‘최고경영자(CEO) 포럼’을 열고 해외 투자자에게 포스코의 올해 사업계획과 중장기 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정 회장은 2010년부터 해마다 연 초에 해외를 돌며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은 고(故) 박태준 회장의 유훈을 실현하는 첫 목표로 주가를 제시했다. 포스코는 올해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금 창출 능력 범위에서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국내외 철강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다른 투자는 필요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70조6000억∼74조3000억원, 단독 기준으로 37조7000억∼41조20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투자는 연결 기준으로 8조3000억∼9조5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키움증권의 김종재 애널리스트는 “포스코뿐만 아니라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포스코파워 같은 상장 자회사와 포스화인, PNR, 포스코피앤에스 등 비상장 자회사의 매출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정준양 회장은 “올해 경영계획 화두는 철강사업의 경쟁력 유지와 미래 성장사업의 성과 창출”이라며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 노력에 힘을 쏟아 경쟁사와 수익성 격차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시나리오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최선·보통·최악의 경우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잘게 나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상황에 맞게 재빨리 경영 전략과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라는 것이다.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 초 취임한 정 회장은 늘 위기관리를 강조해왔다. 정 회장은 올 초 패러독스 경영으로 수익성을 높이자고 말했다. 패러독스 경영이란 차별화와 낮은 원가 전략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해 성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정 회장은 새해 구상 프리젠테이션에서 “임진년인 올해는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제하고 “고유의 신제품 개발과 원가 절감 프로세스, 글로벌 토털 솔루션 마케팅을 접목하는 포스코식 패러독스 경영으로 글로벌 경쟁사와 영업이익률 격차를 현재보다 2%포인트 이상 더 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비용 줄이는 게 원가 절감 아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올해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을 40종 넘게 개발하고, 원가 절감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지난해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을 99종에서 124종으로 늘려 2010년보다 18.2% 늘어난 553만t을 팔았다. 정 회장은 이와 더불어 스피드와 리스크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원가절감·품질관리·안전관리를 모두 실시간으로 이뤄 실행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그는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에 포스코 패밀리(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모든 계열사로 확대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포스코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위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 강조하는 원가 절감이 단순한 비용 절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기관리 차원에서 추진하는 원가 절감이 무조건 모든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며 “경영성과를 증대시키는 활동도 원가 절감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정 회장은 이런 특유의 위기관리 경영으로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어왔다. 특히 그가 취임한 2009년 초만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세계 유수의 철강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며 허덕였다. 정 회장은 기술 경쟁력 확보, 원가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강화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그 결과 포스코는 2010년에 글로벌 경쟁력 1위의 철강회사로 지위를 다졌다. 포스코는 2010년에 초고강도강(TWIP강)을 비롯한 고부가 전략 제품의 생산기반을 늘려 영업이익률 20% 수준의 월드 베스트 & 퍼스트 제품 판매량을 468만t으로 늘렸다. 같은 해 세계적인 생산성을 자랑하는 연산 530만t 규모의 포항4고로 개수를 완료하고, 연산 200만t 규모의 광양 후판공장을 준공하는 등 신·증설 설비를 본격 가동했다. 이와 더불어 대우인터내셔널·성진지오텍을 인수해 인수·합병(M & A)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정 회장은 단순한 철강회사를 넘어 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제고를 기본으로 마그네슘·리튬·지르코늄·티타늄을 공급할 수 있는 종합소재기업으로의 도약할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포스코는 2010년에 국토해양부와 각각 150억원씩 모두 3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2015년 3월을 목표로 리튬 상용화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포스코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리튬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휴대폰, 노트북PC에 쓰이는 2차전지 원료로 세계적인 전략금속 자원이다.포스코는 티타늄 생산에도 나섰다. 티타늄은 부식에 강하고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아 화학 플랜트와 원자력 발전, 담수설비에 쓰인다. 가격도 일반 철강재보다 20배 넘게 비싼 고급 제품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카자흐스탄에 연산 6000t 규모의 티타늄슬래브 공장을 착공했다. 일본과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티타늄 판재의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포스코는 카자흐스탄의 UKTMP사와 50%씩을 투자했다. 올해 말 준공 예정이다. 공장을 가동하면 UKTMP사는 티타늄 슬래브 제조 원료인 티타늄스펀지를 공급하고 포스코는 카자흐스탄에서 생산한 슬래브를 국내로 들여와 포항제철소의 열연·스테인리스공장에서 판재로 제작해 공급한다.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일본 토요타통상과 마그네슘과 신소재 사업의 상호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두 회사는 마그네슘 소재 공급과 제련사업 공동 투자, 기타 신소재 사업에서 공동 협력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완공하는 포스코의 강원도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만드는 마그네슘괴를 토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부품 회사에 판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에 마그네슘 수출 루트를 확보함에 따라 마그네슘 사업이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포스코와 지난해 11월에 르노자동차와 ‘마그네슘 합금 판재를 이용한 경량 자동차 부품 개발’ 기술 협약도 맺었다. 르노는 지난해 ‘공동 혁신 프로그램’이란 새로운 개발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처럼 공급사가 만든 부품을 사다 쓰는 게 아니라, 아예 기술 개발부터 자동차에 적용할 때까지 공급사와 비용을 나눠 내며 개발을 진행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의 마그네슘 프로젝트는 르노의 첫 번째 실험이다. 마그네슘은 철강의 5분의 1, 알루미늄의 3분의 2 수준으로 가벼우면서도 진동 흡수나 열 전도 능력이 뛰어나고 100% 재활용 할 수 있어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숙제인 차량 경량화와 연비 향상에 필요한 최적의 소재로 꼽히고 있다. 마그네슘의 가격은 기존 소재보다 10배 가까이 비싸 현재 대부분 휴대폰·디지털카메라의 케이스 제작에 쓰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이 일부 부품에 쓰고 있다.리튬·마그네슘 등 고부가 소재사업도 활발포스코는 지난해에 강원도 강릉에 올해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연간 생산량 1만t의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착공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해마다 약 1만4000t을 중국에서 전량 수입했던 마그네슘괴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남 순천에 광폭 마그네슘 판재 주조공장도 짓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동차 판재용으로 쓰려면 얼마나 넓은 폭으로 찍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재 폭 1500㎜까지 한 번에 찍어낼 능력을 갖췄다”며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포스코는 이밖에 스테인리스스틸 제품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필수 원료인 니켈과 고부가 탄소 소재인 등방흑연소재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등방흑연소재는 반도체,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장비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올리겠다는 포스코의 비전 2020이 종합소재 사업에서도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2012.02.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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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조립라인  우리 제품이 최고”

산업 일반

우신시스템이 만든 차체 제작 라인과 우신시스템의 라인에서 생산한 르노삼성차의 SM3. 이코노미스트-VIP투자자문 공동기획 수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는 기계 기술의 결정체다. 그러나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부품이 잘 연결돼야 자동차도 움직인다. 우신시스템은 자동차와 관련해 흩어진 구슬을 꿰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자동차 차체 부품을 용접해 조립하는 ‘차체 조립 자동화 라인’ 설비를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1984년 2월 설립 이후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자동화 라인 설계부터 최종 설비 설치를 마친 다음 생산한 제품의 테스트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10년 이상의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자동차 차체 자동 용접 라인 산업은 자동차 회사가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발주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과정을 엔지니어링 회사에 완전히 일임하는 미국·유럽식 턴키 방식이다. 엔지니어링 회사가 차체 조립 적합성 분석부터 라인 전체의 엔지니어링 및 설계·제작, 품질육성까지 책임진다. 다른 하나는 한국·일본에서 선호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회사의 엔지니어링 조직이 설계한 라인을 제작하는 것이다. 우신시스템은 국내에서 이 분야의 전 과정을 일임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자체 설계한 라인을 단순 제작하는 부분만 외주를 준다. 그러다 보니 기술력보다 가격경쟁에 의해 수주가 결정되는 경향이 크다. 수주한다 해도 수익이 별로 남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우신시스템은 그래서 해외수출로 돌파구를 찾았다. 턴키 방식 수주가 가능한 높은 기술력을 지닌 덕분이었다.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맡으면 단순 제작에 비해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어 수익성도 높다. 우신시스템의 수출 비중은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중국·인도·이란·러시아 등 개발도상국 위주로 영업하고 있다. 우신시스템은 선진국의 경쟁사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스템을 공급해 호평받고 있다. 또한 GM의 최우수 공급업체로 선정됐고, 르노자동차 월드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주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신시스템의 2004년 매출액은 637억원, 당기순이익은 41억원을 기록하며 2003년 대비 각각 25.89%, 51.97% 성장했다. 차체 자동 용접 라인 산업은 자동차 산업의 경기변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매년 1~2종의 신규 모델과 3~4종의 기존 모델을 변형한 모델을 개발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속적인 물량이 공급된다. 우신시스템은 거래하는 자동차업체가 다변화되는 추세라 위험도 분산된 편이다. 우신시스템에도 약점은 있다. 분기별 실적의 진폭이 크다는 것이다. 수주산업이라 신규 수주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실적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수주 내용에 따라 수익성이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다. 회사 측에서 고려 중인 신규사업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점도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

200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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