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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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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신길우성2차·우창 재건축에 ‘푸르지오’·‘써밋’ 동시 제안

부동산 일반

다음 달 시공사 선정 총회가 진행될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통합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뜻밖에 GS건설이 빠지면서 대우건설 대 DL건설이 대결구도를 그리게 됐다. 대우건설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와 하이앤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을 모두 제안해 조합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최근 자재비 상승 문제 또한 해당 사업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9일 취재에 따르면 21일 마감한 신길우성2차·우창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대우건설과 DL건설이 참여했다. 대우건설과 함께 1군 건설사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GS건설은 이번 수주전에서 빠졌다. 약 한달 전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대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과 대우건설, DL건설, 호반건설(2021년 시공능력평가 순)이 참석해 수주전 흥행이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재비가 급등함에 따라 일부 업체가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맞붙게 된 대우건설과 DL건설 양사 모두 1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새 단지가 주택시장에서 선호하는 단지명을 달게 될 것은 확실시된다. ━ ‘써밋’은 옵션, ‘e편한세상’과 경쟁 당초 하이앤드 브랜드 제안이 점쳐졌던 대우건설은 제안서에 ‘푸르지오’와 함께 혁신안으로 ‘푸르지오 써밋’을 추가했다. 아파트 단지 명에서 건설사 브랜드 뒤에 붙는 펫네임은 피어나다는 뜻의 ‘에클로(Eclore)’가 제시됐다. DL건설은 모회사인 DL이앤씨와 공통 브랜드인 ‘e편한세상’을 사용해 ‘e편한세상 신길 파크메종’을 단지명으로 제안했다. DL건설이 DL이앤씨 하이앤드 브랜드인 ‘아크로’는 공유하지 않는 다는 점, 시공능력평가에서 경쟁사 및 모회사에 비해 최상위권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우건설에 무게중심이 다소 쏠리는 모양새다. 다만 ‘푸르지오 써밋’이 서울 강남권과 과천신도시 등에서 위력이 입증된 브랜드임에도, 공사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조합집행부 역할을 하는 재건축정비사업위원회와 조합원들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한 위원회 관계자는 “필요한 공사비를 비롯해 특화설계 시 서울시 기준(건축심의 내용에서 10% 내 경미한 변경) 충족 여부를 감안해 하이앤드 브랜드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며 “신탁방식으로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인 만큼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오랫동안 지켜보던 단지라 최근 자재비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입찰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면서 “‘써밋’ 적용은 하나의 선택사항으로 사업대행자 및 재건축 위원회와 조율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L건설 관계자는 “‘e편한세상’은 주택시장에서 가장 오래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라며 “DL건설 전신인 삼호 역시 70년 가까이 주택사업을 해온 곳이라 사내에 축적된 노하우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4.29 11:28

2분 소요
호반건설, 한진칼 지분 인수…못 이룬 항공업 진출로 시너지 낼까

부동산 일반

호반건설이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량을 인수한 가운데, 그 배경과 앞으로의 행보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반건설 측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항공업이 부상할 것으로 보고 투자에 나섰다”며 경영참여 가능성에 대한 업계 시선에는 선을 그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940만주(지분 13.97%) 전량을 5640억원에 취득했다. 향후 콜옵션을 포함해 총 지분율을 17.43%까지 늘릴 수 있다. 이로써 호반건설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20.93%)에 이은 한진칼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이밖에 한진칼 주요 주주는 반도건설(17.02%)과 델타항공(13.21%), 한국산업은행(10.58%) 등이다. ━ 경영참여 가능성은?…조원태 회장 백기사에 무게 호반건설은 지분 인수 배경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경영 참여에 나설지에 주목했다. KCGI가 지난 2018년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기 때문이다. KCGI는 반도건설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칼 지분율 2.59%)과 이른바 ‘3자 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과 대립각을 보여왔다. 하지만 2020년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3자 연합에도 균열이 생겼다. 지난해 4월에는 한진칼 3자 연합도 해체됐다. 재계에서는 호반건설의 이번 KCGI 지분 인수가 조 회장의 백기사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 호반건설이 대주주를 상대로 경쟁적으로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전력이 없다는 점에서다. 또한 기존 주주이자 동종업계인 반도건설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는 전언이다. 호반건설이 오히려 조 회장 측에 사전 지분매입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아직 남은 상황이다. KCGI가 앞서 ‘지분 매각 시 견제 세력에 넘길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이 자금력을 앞세워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항공업 성장 기대”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호반건설이 항공업 진출을 통한 시너지를 노리는 게 유력한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되면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한 항공사의 지분을 갖게 된다. 만약 양사의 결합이 무산되더라도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한공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인수했으니 손해 볼 게 없다는 시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8조7534억원, 영업이익 1조4644억원, 순이익 638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 3곳 중 한 곳을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한진칼은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양사 통합 시 통합 LCC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통합 LCC가 불발되더라도 일부 LCC 인수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미 호반건설은 아시아나항공인수에 뛰어든 바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을 거느린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섰으나 채권단의 거부로 인수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매각에서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참여 당시에 “건설업과 항공업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인수 의지를 보였었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 리솜리조트, 2019년 덕평CC와 서서울CC를 인수하면서 종합 레저기업으로 기반을 넓혔다.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평가다. 풍부한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사세를 확장 중인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재벌 산업으로 불리는 항공업 진출로 재계에서의 위상상승도 노려볼 만하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가 머지않은 지금 항공산업이 다시 좋아질 것으로 판단해 투자했다”며 “투자처를 찾고 있던 가운데 한진칼은 매력적인 M&A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4.04 18:02

3분 소요
대우건설 품는 중흥, 인수대금 또 깎을까

건설

"2000억이나 깎았는데 설마 또 깎을까?"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인수금액 조정 이야기가 업계에 퍼지고 있다. 관련업계 및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최초 입찰 제시금액을 2000억원이나 조정해 준 만큼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중흥건설이 실사 후 다시 한 번 조정을 요청할 경우 특혜 의혹을 비롯한 각종 구설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8월부터 시작한 정밀실사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어 연내 대우건설 대주주이자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양사 간 양해각서(MOU) 상 실사 결과에 따라 기존에 중흥이 제시한 인수금액에 3% 가격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4~5달 만에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번 매각과정에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KDBI가 입찰 참여사인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로부터 무리하게 입찰제안서를 두 차례 받으며 건설 및 IB업계에서도 논란을 낳았다. 당시 KDBI는 “보다 나은 가격과 조건으로 거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며 중흥이 요구한 입찰가 수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흥건설은 최초 입찰제안서에서 2조3000억원을 써 냈다, 수정제안서에서 이를 2조1000억원으로 낮췄다. 이 때문에 “경쟁사인 호반이 입찰할까봐 입찰가를 높게 써낸 중흥이 항의를 하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DS네트웍스가 중흥보다 낮은 약 2조원을 제시하며 결국 무게추가 중흥으로 기울었다. 이밖에 KDBI는 중흥건설이 DS네트웍스와 달리 실사결과와 상관없이 인수대금을 지불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점을 우선협상대상 선정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3% 가격 수정조항이 MOU에 포함돼 인수가격 인하의 여지가 생기며 KDBI 주장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분명 KDBI측에서 (중흥이) 실사와 상관없이 인수대금을 지불한다는 비(非)가격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말을 완전히 바꾼 셈”이라고 밝혔다. 중흥건설은 지난 5일 “심각한 우발채무나 추가 부실 등 특별한 변수가 없을 경우 KDBI와의 SPA도 빠른 시일 내 이뤄질 전망”이라고 발표했으나 다음 주 산업은행 국정감사 이후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인수합병 실사에서 문제가 발견될 경우 3~5% 정도 인수 대금을 조정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담기는 데, 이번 대우건설 인수 MOU에도 이러한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설 업종 특성상 실사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을만한 문제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 중흥이 추가 할인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도급순위 5위의 종합건설사인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이 2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비운의 기업이기도 하다.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승자의 저주’에 빠져 당시 사옥이던 대우센터빌딩 등 알짜자산을 매각한 바 있다. 2018년에는 해외사업 부실 문제로 호반건설과 협상이 무산되기도 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10.08 16:43

2분 소요
청라 숙원 ‘의료복합타운’사업, 메리츠VS하나 2파전 돌입

건설

사업 규모 2조원, 청라국제도시 최대 개발 호재로 꼽히는 ‘인천청라의료복합타운(청라동 1-601일원 26만1635㎡)’ 사업이 2파전에 돌입했다. 4일 취재에 따르면 이번 입찰전은 메리츠화재컨소시엄(이하 메이츠컨소시엄)과 서울아산병원케이티앤지하나은행컨소시엄(이하 하나은행컨소시엄) 간 경쟁으로 압축된다. 두 컨소시엄은 서울에서도 ‘메이저’로 꼽히는 병원을 내세우고 있으며 참여 건설사 역시 국내 최상위권이다. 이밖에 인하대국제병원컨소시엄(인하대병원)·한성재단컨소시엄(세명기독병원)·한국투자증권컨소시엄(순천향대학부속병원)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 송도엔 세브란스, 청라엔 어떤 브랜드? 종합병원 유치는 그동안 청라 주민들의 최대 현안이었다. 현재 인구 293만6214명(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 2위 도시인 인천광역시에 보건복지부 지정 상급종합병원은 3개, 종합병원은 17개에 불과하다. 이 병원들 역시 대부분 구도심에 자리해 청라·송도 등 신도시 주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병원 규모와 이름값이다.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은 2단계에 걸쳐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을 운영하도록 계획돼 있어 ‘대표 의료기관 규모 및 경영능력’이 평가 점수 중 상당부분(전체 1000점 중 150점)을 차지한다. 게다가 올해 2월 송도국제도시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기공식이 열리면서 청라 주민들은 세브란스에 뒤지지 않는 규모와 노하우를 갖춘 ‘브랜드’를 바라고 있다. 이번 입찰전에 뛰어든 5개 컨소시엄 중에선 차병원그룹을 내세운 메리츠컨소시엄과 아산병원이 합류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이 눈에 띈다. 차병원그룹은 7개 나라에 71개 의료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 종사하는 의료·연구 인력만 1만7000명에 달한다. 또한 국내외 48개 자회사를 거느린 차바이오텍과 의료·임상·연구·특허를 연계해 전 세계적인 바이오 사업화를 성공시키려 한다. 때문에 ‘국제도시’로 조성된 취지에 걸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2014년부터 인천시와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 협약을 체결하는 등 해당 사업에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산병원은 아산복지재단에 속해 있으며 서울 풍납동에 자리한 서울아산병원을 중심으로 8개 지방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2715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병원으로 일명 빅5에 속한다. 하나은행컨소시엄에는 카이스트가 합류해 아산병원과 함께 의료 바이오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 스타필드 청라 인접한 알짜부지, 활용 역량이 관건 건설사 간 경쟁도 볼거리다. 메리츠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롯데건설·금호건설이 하나은행컨소시엄에는 HDC현대산업개발·우미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순천향대학교부속병원이 참여하는 한국투자증권컨소시엄에는 호반건설과 DL건설이 이름을 올렸다. 사업자 선정 및 시설 조성 과정에서 이들 건설사의 역할은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청라의료복합타운은 종합병원과 연구소·오피스텔·레지던스(메디텔)·근린생활시설 등 대형 의료바이오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 항목엔 ‘단지배치계획’, ‘도입시설 우수성 및 연계성’, ‘건축계획’, ‘사업이행 및 완공보증 방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 대거 포함됐다. 또한 사업 부지가 2024년 완공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 바로 남쪽이라 인접 시설 간 시너지 창출 역시 염두해야 한다. 이 부분에선 1군 건설사 2곳을 포함한 메리츠컨소시엄에 무게가 쏠린다. 롯데건설은 이미 마곡 MICE복합단지 조성, 인천검단신도시 101역세권 개발 등 ‘조단위’ 복합개발사업에서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메리츠그룹(메리츠증권)과 합을 맞춰 착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7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사업신청자 평가(400점), 사업계획평가(600점) 두 항목에서 각각 70%를 넘긴 사업자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복수의 평가위원들이 공모지침에 기재된 세부항목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06.04 16:32

3분 소요
[현금 쥔 건설업계, 기업 쇼핑에 나서다] 건설 경기 확신 못해 M&A로 사업 재편·다각화

건설

리조트·유통·폐기물처리 등 진출… 호반·중흥·IS동서 등 중견건설사 약진 2015년 건설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상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동부건설·경남기업·남광토건 등 8개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해서다. 이 외에도 6개 건설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은 2008년 시작된 건설경기 침체로 악성 미분양이 쌓이며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고, 결국 대거 매물로 쏟아져 나왔다. 도급순위 10위권이던 쌍용건설은 두바이투자청(ICD)에, 30위권이던 동양건설산업은 EG건설에 각각 매각됐다. LIG건설도 현승디앤씨에 팔렸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건설사들은 사업을 분할 매각해 긴급자금을 수혈하거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불과 5년이 지난 2020년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3년간 주택 경기 호황에 막대한 현금을 쥔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쇼핑에 나서며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것. 건설사들은 불황기에 절치부심한 듯 신규 사업 진출에 지갑을 열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M&A에 가장 활발한 것은 중견 건설사다. 대형 건설사 인수 시도를 비롯해, 부동산·유통 등 연관 산업들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호반건설주택을 합병해 2019년 도급순위 10위권에 진입한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그간 ‘무차입 경영’ 등 보수적 경영 기조를 이어왔으나, 지난해부터 레저·미디어·유통·벤처투자 등 어떤 건설사보다도 공격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 호반건설, 교통정리 끝나면 IPO 나설 듯 호반건설은 2018년 리솜리조트를 2500억원에 인수해 호반호텔앤리조트를 계열사로 출범했고, 지난해 SG덕평CC·서서울CC 등을 사들이며 레저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이 밖에도 제주 중문 퍼시픽랜드와 스카이밸리CC·하와이 와이켈레CC 등을 보유하고 있다.호반베르디움의 경우 지난해 사명을 호반프라퍼티로 변경하고 유통업계에 뛰어들었다.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를 사들여 농산물 유통 사업에도 진출했다. 호반프라퍼티는 금 유통 전문기업 ‘삼성금거래소’도 사들였다. 2011년 광주방송(KBC) 인수에 이어 지난해 포스코가 소유한 서울신문 지분 19.4%를 사들여 3대 주주가 됐다. 포스코 소유의 한국경제 지분 0.15%도 매입했다. 지난해엔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플랜에이치벤처스’도 설립했다. 2015년 우방이엔씨, 2016년 울트라건설을 인수해 몸집을 키운 호반건설이 본격 세력 확장에 나선 것이다. 호반건설은 2018년 자신보다 10배나 큰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2019년 말에는 M&A 전문가 최승남 대표를 선임해 건설산업보다는 신규사업 확대에 무게추가 기울었음을 드러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매출 2조4836억원(연결기준)로 전년 대비 50%가량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217억원에 달했다. 유동자산도 2조8960억원에 달해 기업 인수 여력은 충분한 편이다.호반건설의 이런 행보는 경영권 승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의 장남 대헌씨는 호반건설, 차남 민성씨는 호반산업, 장녀 윤혜씨는 호반프라퍼티의 최대 주주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계열사 일감 처리 등 교통정리가 끝나는 대로 기업공개(IPO)에 나설 전망이다.반도건설은 최근 경영권 분쟁에 빠진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며 항공업 진출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건설은 KCGI·조현아와 손잡고 3자 연합을 구축해 한진칼 지분 45.23%를 확보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 지분 41.30%를 크게 앞선다. 반도건설의 최초 지분율은 10%에 못 미쳤으나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며 단독으로 19.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도건설은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전제로 연합에 참여했으나, 경영공시에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을 ‘경영 참여’로 신고해 여지를 남겼다.HDC현대산업개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항공산업 불황으로 최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의 인수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그간 꾸준히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업에 진출했고, 지난해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와 리조트회사 오크밸리도 인수했다.중흥건설도 적극적 M&A 행보로 주목 받고 있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3년 안에 4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을 인수, 재계 20위권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호남지역 건설사인 중흥건설은 지방건설사라는 인식 때문에 그간 대규모 정비사업을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두산건설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중흥토건·중흥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00억원, 유동자산은 3조3000억원으로 평택·서산 도시개발 사업으로 2조7000억원 정도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건설사들은 또 폐기물 처리 업체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견건설업체 아이에스(IS)동서는 올 상반기 M&A 최대어로 꼽히던 폐기물업체 코엔텍 인수에 성공했다. 코엔텍은 폐기물 매립과 소각, 열 판매 등을 하는 폐기물처리업체다. 하루 평균 매립처리량 344톤, 소각처리량은 488톤으로 SKC·SK에너지·롯데케미칼·현대자동차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해 매출 711억원, 영업이익 284억원을 나타냈다.폐기물처리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일부 수익성을 보장받는 사업이다.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건설사들로써는 진출 유인이 많다. 특히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로 폐기물 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인수전에 태영건설·호반건설 등 건설사를 중심으로 10개 회사가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태영건설도 자회사 TSK코퍼레이션을 통해 폐기물 처리업체 프리텍 등을 인수했다. 베트남 최대 환경기업 ‘비와세(BIWASE)’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동남아와 중국 진출을 모색 중이다. ━ 저성장기엔 전통 건설사 불리, 관리회사 부상할 듯 GS건설이 플랜트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영국 철골 건축 기업 엘리먼츠 등을 인수하며 모듈러 주택 시장에 나서는 등 대형 건설사들도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GS건설은 모든 부채를 일시에 상환할 수 있을 정도로 보유한 순현금이 많다.건설사들의 이런 움직임에 한 시행사 대표는 “앞으로 건설 경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풍부한 자금력으로 바탕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제가 고도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신규 건축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건설 경기는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1990년대 버블 붕괴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도 대형 건설사가 잇달아 도산하고, 147년 역사의 타이세이건설의 사세도 쪼그라들었다. 이에 반해 리모델링과 사업개발, 금융 등에 초점을 맞춘 미쓰이부동산이 일본을 대표하는 건설회사로 떠올랐다.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고층 건물의 경우 새로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의 수익률이 높으며, 1인가구 증가, 인구감소 등의 인구 환경적 변화로 대규모 건설 수요가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그간 국내 건설사들은 주택 시장에 몰입해 연구개발(R&D) 등 혁신 투자가 부족했다. 이런 경쟁력 부족을 M&A 등을 통해 보완하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6.20 16:19

5분 소요
[IPO 시장의 위기] 증시 급락에 얼어버린 ‘IPO(기업공개) 시장’

증권 일반

‘한해 농사 망칠까’ 탄식... “일시적 부진 아닌 증권업계 무게 중심 이동” 지적도 2020년 IPO(기업공개)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IPO를 포기하는 회사들이 속출하면서다. 이미 상장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라 신규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들은 제 값을 받지 못할까봐 상장 시점을 미루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상장으로 자금 유입을 기대하던 기업들은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아쉬운 상황이다.오랜 기간 IPO 작업을 준비하던 증권사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에도 예전의 영화를 되찾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미 증권업의 무게 중심이 기업공개 등 주선 업무에서 자기자본투자(PI)로 옮겨 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 184억원 공모에도 ‘끙끙’ 대어급은 ‘어불성설’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000조원 붕괴를 경험하면서 IPO를 추진하던 회사들이 줄줄이 상장 철회를 선언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SCM생명과학은 3월 20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향후 일정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보다 한주 전인 3월 13일에는 LS그룹 계열사인 LS EV코리아가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배터리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지난 2월 13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2200선 위에서, 코스닥은 600선 후반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예상할 수 없던 증시 급락에 한달 만에 상장 일정을 멈추고 뒷걸음치는 셈이다. LS EV코리아는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이 급격히 하락한 여파로 회사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상장과 관련한 나머지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마케팅 서비스 플랫폼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중이던 메타넷엠플랫폼도 3월 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철회 신청서를 제출했고, 바이오업체로 코스닥 입성을 노리던 노브메타파마도 3월 18일 상장을 철회했다. 노브메타파마는 3월 3일부터 4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으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일정을 한차례 미루기도 했다. SCM생명과학 역시 일정을 뒤로 미루며 상장 의지를 보였으나 냉각된 투심 속에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건축구조솔루션업체 센코어테크는 3월 5일 상장 철회 후 최근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고 상장 작업에 재돌입했다.상장을 준비중인 기업들에게 증시 급락은 치명타가 됐다. IPO에 나서면 해당 기업의 주식 가치를 추정하기 위해 사업구조, 기업규모 등이 비슷한 상장사들의 주가를 참고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모든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는 기존에 염두했던 가격을 받아내기가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훨씬 낮은 가격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식을 살 수 있는데, 이제 상장하는 기업에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권신고서를 고쳐서 대폭 할인에 나서지 않는다면 충분한 수요를 끌어오기 쉽지 않다. 실제로 화장품 소재 기업 엔에프씨는 상장 일정을 강행했으나 일반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장을 철회했다.엔에프씨는 3월 18일과 19일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날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날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457.64, 428.35에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투자자는 청약에 관심을 두기 어려웠고 일각에서는 청약 납입을 취소했다. 그 결과 엔에프씨의 청약경쟁률은 0.44대1에 그쳤다. 저조한 경쟁률 속에 청약에 참여한 일반주주는 500명도 되지 않았고, 결국 엔에프씨는 3월 20일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코스닥 상장 규정상 ‘주식 분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이다.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서는 상장 후 일반주주 수가 각각 700명과 500명이 넘어야 한다. 공모 단계에서 청약에 참가한 일반주주가 이 숫자에 미치지 못하면 상장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엔에프씨의 주식 분산 미달과 관련해 공모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엔에프씨가 일반 공모에 적용한 확정 공모가는 1만200원, 공모주식 수는 180만 주로 총 공모금액은 184억원 수준이다. 이 정도 금액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모 규모가 훨씬 큰 대어급 후보들은 상장 작업을 꿈꾸기 어려워졌다. 2020년 IPO 시장을 빛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SK바이오팜과 CJ헬스케어, 카카오뱅크, 현대카드, 태광실업, 호반건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상장 대어’는 등판조차 기약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여파에 로 기업 공모 일정 연기 및 철회가 이어지면서 올해 IPO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FI, M&A 활성화에 IPO 매력 떨어지기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본질을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PO는 성공한 기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는데 최근 수년간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조 단위 이상 공모에 나서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집계된 2019년 신규 상장 기업수는 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스팩,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를 제외하면 73곳이다. 한해 전인 2018년 77곳에 비해 4곳이 줄었다. 2015년 신규상장 기업수인 73곳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공모금액을 놓고 보면 오히려 퇴보했다. 2015년 한 해 동안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 금액은 스팩을 제외하고 4조371억원인데 비해 2018년 공모 금액은 2조6120억원, 2019년은 3조2101억원에 그쳤다. 2016년과 2017년 상장 기업들의 총 공모금액은 각각 6조3272억원, 7조8188억원으로 최근 공모 규모의 두 배였다. 당시 넷마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어급 IPO가 있었던 만큼 공모 규모가 커질 수 있었다. 2017년 넷마블이 상장할 당시 공모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2018년 한해 상장한 모든 기업들의 공모 총액보다 많다. 대어급 상장사 기근은 현재진행형이다. 2015년에는 코스피 상장사가 16곳이나 됐지만 2019년과 2018년 코스피 신규상장사는 각각 7곳에 그쳤다. 2019년 신규 상장사 가운데 공모 선두는 롯데 리츠와 한화시스템으로 각각 4299억원, 4025억원에 그친다. 2020년 들어서는 3월 중순까지 새로 상장한 9개 기업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투자 유치 행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매각하는 사례가 늘면서 실력을 인정받는 기업들이 상장에 대해 매력을 갖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상장을 추진하려 해도 FI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산정한 기업가치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기업공개 외면의 이유로 꼽힌다. 이 경우 투자금 대비 손실을 봐야 하는 FI의 반대로 상장이 성사되기 어렵다.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꼽히는 쿠팡, 우아한형제들, 위메프, 무신사 등은 모두 해외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거나 인수됐다.이런 상황에서도 2020년은 SK바이오팜과 CJ헬스케어, 카카오뱅크, 현대카드, 태광실업, 호반건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상장 대어’의 등판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유니콘이나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계열사들도 FI의 투자 회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선 현대카드는 과거 합작 파트너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금융 서비스 분야의 사업을 정리하면서 2017년 2월 현대카드 지분 43%를 매각했다. 당시에 FI로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지분 24%를 3766억원 매입했다. 구체적으로는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9.99%, 싱가포르 투자청 9.00%,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 5.01% 순이다. GE가 내놓은 나머지 지분 19%는 현대커머셜이 2981억원에 가져갔다. 당시 현대카드 IPO를 통해 현대카드 FI들의 자금회수를 돕겠다는 주주간 계약(SHA)을 체결했다. 다만 현대차(36.96%)와 기아차(11.48%), 현대커머셜(24.54%) 등 현대차그룹 관계사가 지분의 72.98%를 보유하고 있어 자금회수에 대한 시한은 정해놓지 않았다.CJ헬스케어 역시 H&Q코리아, 미래에셋자산운용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FI들의 투자회수를 위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CJ헬스케어는 2018년 4월 한국콜마를 새주인으로 맞이한다. 당시 한국콜마는 자회사인 씨케이엠을 통해 국내 PE 3곳과 함께 컨소시엄 구성했다. 한국콜마와 FI들은 각각 씨케이엠 지분 50.7%와 49.3%씩을 나눠 가졌다. 한국콜마와 FI들은 5년 내 IPO를 재개하는 조항을 포함한 약정을 맺었다. FI들은 자금회수 문제 때문에 기한 내 상장이 성사되지 않으면 동반매도요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기업 초기 투자 열풍이 불면서 투자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2020년은 또 다른 의미로 IPO 시장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투자 회수를 위한 기업 가치 부풀리기, 무리한 상장 시도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의 본질 가치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공개 앞서 투자받는 기업들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등 FI가 기업 초기 투자에 열을 올리자 증권업의 판도 변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IB 수익 비중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초대형증권사는 물론 중소형사까지 모두 대표이사들의 신년사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마법의 단어가 ‘IB 수익 강화’였다. 전통적인 IB 사업 영역은 IPO와 인수합병, 채권 발행 등을 주선하거나 기업 신용공여 등을 제공하는 분야다. 이 가운데 특히 경쟁이 치열한 곳이 IPO를 주관하는 ECM(equity capital market, 주식발행시장)부서다. 전통적 IB 사업 영역 가운데 그나마 문턱이 낮아서다.ECM 분야 경쟁은 더욱 더 심화될 전망이다. 2020년 1분기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총 15곳인데 상장 작업을 맡은 증권사는 제각각이다. KB증권이 가장 많은 두 곳의 상장 작업에서 대표 주관사를 맡았고 전통의 강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한 곳을 맡았다. 이외에도 미래에셋대우와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각각 한 곳을 담당했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수익 역시 줄었다는 점이다.국내 기업의 상장시 증권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평균치는 공모금액의 150bp(1bp=0.01%) 가량에 불과하다. 쉽게 이야기 하면 공모시 인수하는 금액의 1.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다수의 증권사가 인수물량을 나눈다면 개별 증권사 몫은 줄어든다. 이것도 공모금액이 커질수록 수수료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2019년 일반 상장 기업 가운데 공모 규모가 가장 컸던 한화시스템은 80bp를 적용했다. 공모금액 4025억원을 감안하면 32억원 가량이다. 당시 상장 주관사에는 3개 증권사가 인수단에는 4개 증권사가 참여했다. 33억원을 7개 증권사가 나눠가졌다는 이야기다. 상장 작업에 통상 1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이제 증권업 판도를 좌우할 격전지는 자기자본투자(PI)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증권업 판도 변화 신호탄 국내 대표 증권사들은 모두 자기자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공개 시에도 자기자본투자와 연계는 필수 코스가 됐다. 단순히 상장 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상장하는 주식 일부를 자기자본으로 인수하고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하면 시장에 내다 팔아 수익을 내는 식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IPO를 통해 벌어 들이는 수익보다 자기자본투자 수익이 많아졌다. 2019년 연간 상장 주관 실적 1, 2위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모두 상장 전 지분투자를 활용해 수익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등 국내 초대형투자은행 대부분이 늘어난 자본금을 바탕으로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IPO보다 자기자본투자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증권가 일각에서는 푸념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주니어들 사이에서 ECM은 금융업이 아니라 노동집약 산업이라고 부른다”며 “이미 증권사 IB 업무의 무게 중심이 자기자본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탄은 쏘아올려졌다”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0.03.28 11:23

8분 소요
휴지조각 되는 어음 중소기업 울고 있다

산업 일반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 유통을 위해 도입된 어음. 그런데 지금 어음이 중소기업을 옥죄는 애물단지가 됐다. 일반인들조차 ‘어음’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부도수표’라고 할 정도다. 어음 남발에 따른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엔 어음 위·변조 사건 등 최첨단 신종 범죄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전자어음제나 구매자금대출제 또한 적지 않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경제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어음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한 푼이 아쉬운 중소기업들이 휴지조각이 된 어음을 구기며 울분을 토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되지 않겠는가. “어음만 떠올리면 울화통이 터진다.” 센서·제어기기 전문기업 오토닉스 박환기(54) 대표는 어음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음 탓에 골머리를 앓았던 처참한(?) 기억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82년. 박 대표는 방직용 자동 컨트롤 박스사업체를 운영했다. 주요 납품처는 대구지역 섬유기계 제조업체들. 그러나 이들 업체의 형편은 썩 좋지 않았다. 급작스럽게 불어 닥친 불황의 여파로 줄줄이 도산했던 것. 박 대표에게도 한파는 가혹했다. 납품 대금으로 받은 수많은 어음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때 납품 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대략 1억원가량. 근근이 살림살이를 꾸리는 중소기업엔 큰돈이었다.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 어떡해서든 자금난을 해소하려 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돈줄이 꽉 막힌 박 대표는 부도 일보직전까지 내몰렸다. 빚쟁이들이 집까지 압류했고, 회사 곳곳엔 빨간 딱지가 붙었다. 어음 때문에 빚어진 참사였다. “방만경영으로 초래된 위기였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열심히 만들어서 납품한 제품 대금을 어음으로 받았다는 이유로 이처럼 고생을 했으니, 어음이 싫을 수밖에….” 어음 부도내고도 외제차 타는 사업주 하지만 이는 전주곡에 불과했다. 98년 외환위기 시절에도 박 대표는 어음부도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 납품기업 대부분이 경영부실로 퇴출되면서 어음이 부도처리 됐던 것이다. 이때는 부도어음이 수억원에 달했다. 업계의 알짜기업으로 손꼽히는 오토닉스는 현재 협력업체들과 어음거래를 하지 않는다. 100% 현금결제를 원칙으로 한다. 어음으로 받은 고통을 어음으로 되돌려주기 싫어서다. 이를테면 결자해지(結者解之) 경영학이다. 김의태(58) 동대문운동장상가 협동조합 감사는 요즘 불철주야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매일 날밤을 새운다. 업무가 많아서가 아니다. 부도어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2004년 김 감사는 액면가 1억5000만원의 어음을 받는 조건으로 사업가 A씨에게 1억4700만원을 빌려줬다. 어음은 A씨의 유일한 담보였다. 내심 걱정됐지만 “틀림없다”는 A씨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믿음의 대가는 처참했다. A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어음은 부도처리됐다. 할인(현금화)을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던 것. 김 감사는 어쩔 수 없이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그럼에도 아직 1억5000만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채무자 A씨가 “돈이 없다”며 완강히 버틴 까닭에 법적으로 이기고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A씨는 외국산 고급 차를 타고 다닌다. 그런데 돈이 없다고 주장한다. 입증할 방법이 전혀 없다. 졸지에 어음만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소송에서도 이겼는데…. 어음만 보면 허탈해진다.” 어음의 폐해가 심각하다. 위험수위를 훌쩍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어음의 연쇄부도는 이제 흔한 일이다. 김의태 감사처럼 고의 부도어음에 ‘한 방’ 먹은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엔 어음 위·변조 등 신종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컬러복사기만 있으면 어음 위·변조가 가능하다. 첨단 과학기술이 부른 ‘화’다. 어음결제 비중이 여전히 높은 중소기업들은 애간장이 탄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경우, 납품 대금 중 42.1%를 어음으로 받는다. 가죽·가방 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어음결제 비율은 각각 58.9%, 64.9%에 달한다. 특히 이들 업계에서 전량 어음으로 납품하는 비율은 각각 11.2%, 18.8%에 이른다. 10건 가운데 1~2건은 무조건 어음으로 거래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어음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07년 중소제조업체 532개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업체의 78.3%가 어음제도 ‘폐지’를 원했다. ‘어음제도의 존속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21.7%에 그쳐 큰 대조를 이뤘다. 10개 중소기업 가운데 무려 8개 업체가 어음제도 폐지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중소기업들이 폐지를 요구하는 어음은 진성어음이다. 이는 상거래 대금 결제를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하청업체로부터 물건을 납품 받고 현금 대신 발행하는 게 바로 진성어음이다. 이런 까닭에 상업어음, 물품대금 어음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음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이런 상거래와 관련된 것들이다. 김인석 키움증권 IB사업본부 파트장은 “어음에는 견질어음, 기업어음, 표지어음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상거래와 관련 있는 어음은 주로 진성어음”이라며 “진성어음의 폐지와 어음법 자체의 철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음 받고 120일 넘어야 현금화 그렇다면 진성어음(이하 어음)의 문제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어음 폐해 중 하나는 연쇄부도 가능성이다. 어음은 복수기업 간 배서, 양도가 가능하다. 한 개 어음의 부도시, 연쇄파산이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외환위기 시절, 중소기업들이 고구마 줄기 엮이듯 도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 상태가 좋으면서도 어음 부도로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어음결제 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돼 있다는 점이다. 물건을 납품해도 어음 결제까지 무척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으로선 치명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평균 38.4일이 지나서야 어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 어음이 결제될 때(현금화)까진 평균 87.9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 납품 후 현금을 받는 데까지 총 126.3일이 걸린다는 얘기다. 섬유업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업계의 평균 어음 수취일은 41.2일, 어음 결제까지 걸리는 기간은 90.2일이다. 총 131.4일을 견뎌야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현금으로 결제해 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음거래마저 놓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동대문 도매상 B씨의 사례다. 그는 20여 년째 백화점, 대형마트에 신발류 등 각종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 처음부터 백화점, 대형마트가 납품처였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도매상과 치열한 경쟁 끝에 간신히 납품할 수 있게 됐다. B씨는 “백화점, 마트에 물품을 납품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B씨는 항상 결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납품 후 45일간 어음을 주지 않는 게 업계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물품이 다 팔릴 때까지 현금은커녕 어음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45일을 기다려 간신히 어음을 받아도 결제기간은 최소 3개월, 많게는 6개월. ‘처음부터 현금으로 달라고 하면 되잖느냐’는 물음에 그는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위해 줄 서 있는 도매상들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음 대신 현금으로 결제해 달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나는) 퇴출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음 받는 게 잘리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종합광고대행사 윌윈 커뮤니케이션의 김무현 대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김 대표는 최근 H학원의 광고를 대행했다. 이 학원은 어음을 10개월 안팎으로 끊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전 광고대행사는 “현금으로 결제해 달라”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가 퇴출 당했다. “현금 결제하면 깔끔하고 좋다. 하지만 어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어음을 발행하는 쪽에서 봤을 때, ‘현금 주지 않아도 계약만 해주면 OK다’고 흔쾌히 말하는 대행사는 수없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굳이 현금 결제를 하겠는가.” 김 대표는 이를 영세기업의 애환이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중소기업의 먹고 살기 위한 과당경쟁이 물건을 납품 받는 업체의 배짱만 키워놓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갑’과 ‘을’의 관계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쥐락펴락하고, 중소기업은 ‘고양이 앞의 쥐’ 신세일 수밖에 없다. 이는 좀 더 하위 납품단계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A사가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고 대금으로 어음을 받고, A사는 다시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업체에 어음을 끊어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굳건하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박길준 연세대 명예교수는 “어음의 폐해는 본질적으로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하위 납품업체들의 ‘힘의 차이’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바게닝 파워(Bargaining power)를 바로잡는 게 급선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어음부도액 하루 평균 150억원 선 물론 어음 만기일 이전 금융기관을 통한 할인(어음을 현금화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을 때가 많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어음은 언제든지 할인이 가능하다. 명동 사채시장에서도 환영 받는다. 그러나 그런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어음 당좌개설 업체 1만570개 가운데 신용등급 A 이상을 받은 기업은 단 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기등급(BB+이하) 기업이 어음을 발행한 비중은 무려 77.8%에 달했다. 어음을 발행하는 기업 10개 가운데 8개 업체가 투자부적격 등급에 속해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 어음을 할인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투기등급에 속한 기업들의 할인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컨대 투기등급에 속하는 유력기업 D사의 월 금리는 2.5%. 연리로 따지면 30%에 달한다. D사의 액면가 1000만원 어음을 할인하면 무려 300만원이 깎이는 셈이다. 이 때문에 때론 중소기업이 납품 원가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윈윌 커뮤니케이션 김무현 대표는 “할인율이 너무 커서 남는 게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금고 안에 보관돼 있는 어음이 적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투기등급 기업들이 결제능력 이상으로 어음을 남발, 부도어음이 속출하기 십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신용등급 A 이상 업체가 발행한 어음의 부도율은 평균 0.06%에 불과하다. 하지만 BB등급 이하부터는 BB등급(2.02%), B등급(4.70%), CCC등급(8.87%), CC등급(15.79%), C등급(16.08%) 순으로 부도율이 급상승한다. 월별 어음 부도액도 상당하다. 2008년 1월 현재 어음 부도액은 5361억원, 2·3월은 각각 3154억원, 5452억원에 달했다. 하루 150억원 가까운 어음이 부도나는 셈이다. 부도어음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만 죽을 지경이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어음 발행 규모를 보면, 투기등급 기업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어음 부도율이 심각한 이유도 이 같은 투기등급 기업들이 어음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손해는 물건을 납품하는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석 키움증권 파트장도 “어음은 경기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경기 침체시 할인이 어려워진다”며 “이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숱한 폐해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음제도는 사실 효율적이고 편리한 지급수단이다. 잘 운영될 경우 장점도 많다.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신용창출과 현금화의 수단으로 제격이다. 계속적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 간 신용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상환 가능성도 괜찮은 편이다. 배서·양도에 의해 유통이 가능, 기업의 유동성 관리에도 적합하다. “어음을 폐지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차원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일부 전문가가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동환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명실상부한 성장동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음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어음 대체수단 이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대안으로 그는 ▶어음 발행시 당좌개설 요건 강화 ▶어음 발행인에 대한 신용 조사·평가 ▶위·변조 부도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어음 폐지는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이라며 “대기업,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바로잡으면 어음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뚤어진 상거래 관행을 무슨 방법으로 바로잡느냐는 것이다. 허정 다인회계법인 회계사는 “수십 년째 이어져 온 불공정 거래 관행을 하루아침에 뿌리 뽑는다는 생각 자체가 오류”라며 “최소한 상거래에 활용되는 어음은 폐지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복 국민대 초빙교수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진정으로 상생하기 위해선 공정한 하도급 관계가 설정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에 따라 어음 관행을 철폐하는 대신 현금결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음제도 개선책이 여럿 나오고 있지만 과연 잘 활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개선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어음제도 개선책은 적지 않은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전자외상매출채권은 법인세 공제혜택이 있지만 적용대상이 제한돼 어음을 대체하는 효과가 적다. 전자어음은 분실·도난의 위험이 없고,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실명거래에 따른 영업 비밀 노출 우려로 활성화에 제약이 따른다. 전자어음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인센티브도 부족한 편이다. 매출채권 보험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가입 대상 및 한도가 제한돼 그 효과가 일부 기업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기업구매자금 대출은 구매기업에 자금을 빌려줘 어음을 대체하자는 제도인데, 구매기업이 자금을 어디에 쓰는지 통제하기 어렵다. 가령 물품 대금 지급에 사용하지 않고 운영자금으로 쓰거나 투자를 해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다른 어음은 몰라도 진성어음만큼은 폐지해 현금결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어음 결제를 현금으로 대체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포스코, SK, LG, KT는 100% 현금결제의 대표적 기업들이다. 협력업체들의 자금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엔 어음 결제일을 앞당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CEO가 직접 나서 현금결제를 밀어붙이는 경우도 눈에 띈다. 극세사(가는 실) 클리너 업계의 절대강자 웰크론 이영규 대표는 “어음만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호반건설 장동열 대표도 내실경영을 목적으로 협력업체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결제하고 있다. 협력업체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신도리코도 우상기 창업회장의 ‘현금결제’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경우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거나 기업 CEO의 확고한 경영 원칙에 따라 현금결제를 하는 것이다. 제도가 아니라 기업 사정에 따라 결제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금결제가 우리 기업 전반에 확산되기는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이다. 어음과 달리 현금결제는 할인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자금운용에 큰 도움이 된다. 당장 급한 자금도 유통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거래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높아지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어음 폐지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어음 폐지를 추진하기 위해 은밀히 연구용역을 맡긴 바 있다. 하지만 모든 정권은 어음 폐지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어음을 없애는 것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금융실명제 도입처럼 혁명적인 방법으로 어음을 없앨 수는 없을까. 중소기업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어음 폐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인들은 오늘도 어음 폐지를 요구한다.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과연 ‘어음 절(切)하고 현금과 통(通)하라’는 명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어음 발행 규모 얼마나 되나 총 발행 액수 “며느리도 몰라” 2007년 어음 총 교환금액은 1경9744조원이다. 교환금액은 증권결제원에서 현금화된 어음의 양을 말한다. 이 때문에 어음 교환금액과 발행금액은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어음의 총 발행금액은 얼마일까. 아쉽게도 어음의 발행금액은 집계가 불가능하다. 한국은행도 발행금액에 대한 통계자료가 없다. 이는 97년부터 적용된 새로운 회계기준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받을 어음과 외상매출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통합, 받을 어음에 대한 통계를 따로 잡을 수 없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은 “어음의 총 발행 규모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음의 유통경로를 찾기 힘들다”며 “이 때문에 위·변조 어음이 손쉽게 유통되고, 고의 부도어음이 속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음 총 발행 규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음의 종류 진성어음 어음은 발행하는 사람이 일정한 금전 지급을 약속하거나 제3자에게 지급을 위탁하는 유가증권이다. 외상을 입증해 주는 서류라고 생각하면 쉽다. 어음의 유형은 다양하다. 진성어음은 상거래 대금 결제를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물건을 납품 받고 현금 대신 발행하는 게 진성어음이다. 종종 상업어음, 물품대금어음으로 불린다. 진성어음은 세금계산서가 첨부돼 있다. 액면 규모도 다소 작다. 상거래를 수반하기 때문에 123,456,789원 등 구체적 금액이 기입된다. 융통어음 단순히 운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돈을 빌린 대가로 발행되는 어음이다. 발행인의 신용을 수취인이 이용, 융자를 받는 게 목적이다. 외형상 진성어음과 융통어음의 구분은 쉽지 않다. 발행인 정보, 액면가로 식별할 수 있을 뿐이다. 융통어음은 10,000,000원 등 큰 단위의 금액만 기입된다. 견질어음 어떠한 사물이나 사건, 거래에 대해 약정을 한 사항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약속하는 담보제공용 어음. 통상 대상가격의 20~30% 정도 금액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아예 무기명 백지어음으로 발행하기도 한다. 금융기관이 기업에 대출할 때 담보력을 보강하기 위해 기업으로부터 위임 받은 어음으로 일종의 백지어음 성격을 갖는다. 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자금 회수에 의문이 생기면 이를 교환해 자금화한다. 기업어음(CP) 융통어음 중 신용평가기관 2개 이상에서 투자적격 평가를 받은 기업에서 발행하는 것을 기업어음이라고 부른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공인 받은 융통어음이라 할 수 있다. 신용 상태가 양호한 기업이 상거래와 관계없이 운전자금 등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융통어음으로 상거래에 수반되는 상업어음(Commercial bill)과 구별된다.

2008.05.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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