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세 도입'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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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비만율은 서구 국가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비만과 과체중의 건강 위해성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하면 비만 과세의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선임연구원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최 연구원은 ‘비만세 해외동향과 비만세 도입에 관한 소고’에서 “전 세계적 여러 나라 비만율을 억제하기 위해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 비만세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비만세(Fat tax)란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을 제공하는 제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설탕이나 트랜스지방 등이 기준치 이상 함유된 제품에는 별도의 세금을 붙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2011년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한 덴마크에서는 포화지방 1㎏당 16덴마크 크로네(한화 3400원가량)의 비만세를 물렸다. 비만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 부과 이유였다. ━ 영국·프랑스·핀란드 등 도입...유럽은 비만과의 전쟁 중 비만세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비만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42개국에 달한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영국은 설탕 함량이 높은 제품에 비만세를 물린다. 설탕 함량 100mL당 5~8g가량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L당 0.18₤(파운드)의 비만세를 부과한다. 우리 돈으로 약 285원 수준이다. 설탕 함량이 8g/100mL를 웃돌면 L당 추가 세금은 ₤0.24로 올라간다. 프랑스는 가당 음료, 인공감미료를 첨가한 거의 모든 음료에 세금을 매긴다. 100mL 기준 1~11g까지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점진적 과세 방식을, 11g 이상 초과 음료는 L당 0.2유로(한화 약 270원), 제로 칼로리 가당 음료에도 세금을 붙인다. 핀란드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무알코올 음료에 과세한다. 무가당청량음료와 생수에는 1L당 0.11유로(약 149원), 가당 청량음료엔 그 두 배인 1L당 0.22유로(약 297원)의 세금을 매긴다. 미국은 주마다 혹은 지역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비만세를 부과한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는 소다수·에너지드링크·아이스티·인공감미료 등에 부피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콜로라도주 불더에서는 설탕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무알코올 음료에 세금을 매긴다. 필라델피아는 가당 무알코올 음료·소다, 100%가 아닌 과일주스나 향미워터·커피음료·시럽에도 비만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설탕 함유 음료 이외에도 채소 주스(태국), 가당 우유(스페인), 소금과 카페인이 들어간 스낵이나 반조리식품(헝가리) 등 이른바 살찌는 음식에 비만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 한국 비만세 논의 10년, 부작용 우려도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비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작부터 있었다. 유럽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에 별도의 세금을 붙이는 방식이다. 설탕 등 특정 재료나 음식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량이 줄고, 이는 비만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했다. 2011년 7월 보건복지부(복지부) 보건의료 미래위원회는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열량이 높고 상대적으로 영양이 떨어지는 정크푸드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정크푸드가 비만을 유발하는 대표적 음식이라는 논란을 고려하면 포괄적 의미의 비만세 도입의 필요성을 밝힌 셈이다. 그러자 이듬해 보험연구원은 ‘비만세 도입에 대한 검토 필요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만이 국민 건강 문제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악화와 기업의 생산성 저하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당시 김대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저소득층에서 고칼로리성 저가식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며 “(비만세로) 확충한 재원은 저소득층 식품구매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타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4월에는 비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낮추겠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비만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방안 마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비만세 도입을 미뤄왔다. 당장 비만세를 도입할 만큼 우리나라의 비만율이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비만세 도입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있다.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했던 덴마크도 1년 만에 이를 폐지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만이 생산성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을 준다고 판단해 시행한 정책이었지만 고기·버터·우유 등 생활 물가가 훌쩍 뛰었고 국민이 식품을 사재기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 비만세 법안 발의, 통과는 미지수 그러나 성인 비만율 증가세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2019년 기준 33.8%로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26.0%)보다 7.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3월 대한비만학회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전보다 몸무게가 3㎏ 이상 늘었다’고 답한 비율이 46%에 달했다. 지난 2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류가 들어 있는 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일부개정안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비만세를 도입하면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당뇨·비만·고혈압 등의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압적인 조치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건강에 좋은 식품을 권장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 복지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먹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먹방을 폭식 조장 콘텐트로 몰아 개인의 시청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규제'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한발 물러났다. '먹방' 문화의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것이지 법적 규제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최근 복지부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함께 건강친화기업 인증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란 근로자의 건강 증진을 위해 직장 내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고, 직원 스스로 건강관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다. 2019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2021년 12년 4일 시행)을 근거로 올해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기업의 직원 관리 상황이나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친화기업으로 인증받는 기업은 향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지자체 사업에 참여할 경우 가산점을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08.08 18:55
5분 소요
하반기 들어 한국 경제가 만만찮아 보인다. 주가는 떨어지고, 경영 전망은 영 밝지 않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자니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고, 그렇다고 마땅히 투자할 데도 없다. 퇴근 길, 오랜 친구라도 불러 술 한잔 해볼까. 불현듯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현진건의 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남편이 홧김에 집을 나가버리자 아내는 절망한 어조로 이렇게 소근거린다. 예나 지금이나 갑갑한 사회는 술을 부르게 마련이다. 이 작품은 현진건이 1921년 개벽지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배경은 당시의 식민지 조선이다. 무력할 수밖에 없는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를 담고 있다. 유위유망(有爲有望, 쓸모도 있고 희망도 있음)한 뇌를 가졌으나 어디 쓸 데가 없는 지식인은 술 말고는 위안을 찾을 곳이 없었다. 소설 속 술 취한 남편 행각은 현진건 자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진건은 1915년 16세의 나이로 두 살 연상과 결혼했다. 그 뒤 일본으로가 도쿄 세이조 중학교를 다니지만 중퇴한다. 그는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후장대학에서 독일어 공부를 한다. 상하이는 독립투사로 활동했던 셋째형 정건이 있었다. 조국에서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기대를 품으며 귀국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듬해 그는 신문기자가 된다. 그는 소설도 써댔다. 술을 원체 좋아해 갖가지 기행을 남겼다.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며 바느질을 한다. 자정을 넘어 새벽 1시가 다 됐지만 남편은 들어오지 않는다. 결혼한 지 7~8년이 지났지만 같이 있어본 날은 1년이 될락말락한 남편이다. 아내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견뎠다. 남편이 공부를 마치면 도깨비의 부자 방망이라도 갖고 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옷 나오라면 옷 나오고, 밥 나오라면 밥 나오는 그 방망이 말이다. 남편은 귀국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집안의 돈만 낭비했다. 배움이 부족한 아내는 언젠가 남편이 무엇이 될 것이라 믿으며 기다렸다. 하지만 남편은 어느날부터 술에 절어 살기 시작했다. 왜 남편이 술에 빠졌는지 아내는 알 길이 없다. 남편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술에 취해 비틀비틀 간신히 방안에 들어온 남편에게 아내는 물었다. 누가 술을 권했느냐고. 남편은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라며 기가 막힌 듯 웃는다. 하지만 아내에게 ‘사회’란 단어는 너무 어렵다. 조선에 있는 요리집 이름인가. ━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남편이 절망하는 것은 뭉치지 못하는 조선 사회, 지식인 사회다. 회를 조직한지 이틀도 안돼 서로 찢고 뜯고 하는 지식인 사회에 절망하며 주정꾼이 됐다. 아내는 “술을 아니 먹는다고 흉장이 막혀요?”라며 남편을 원망한다. 남편은 “아아 답답해!”를 외치며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집을 나가버린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이 답답할 때 찾는 것이 술과 담배다. 경기가 나쁠수록 술과 담배의 판매량은 늘어난다. 통상 경기가 나쁘면 소득이 줄고, 수요가 줄어 상품 판매가 줄어든다. 하지만 경기가 불황일때 오히려 판매가 늘어나는 상품도 있다. ‘열등재’다. 가난해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제품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불황에 잘 나가는 7대 업종을 꼽았다. ①비디오게임 ②화장품 ③쓰레기 처리사업 ④패스트푸드 ⑤상설 할인점 ⑥건강식품매장 ⑦온라인 취업 전문대학 등이다. 당시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위(Wii)’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기 ‘X 박스’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물며 저렴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게임기를 선호한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도 전년보다 수익이 30% 이상 늘어났다.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 1달러 샵인 ‘달러트리’의 매출도 늘었다. 매출이 줄어든 다른 소매 업종들과 대비됐다. 또 맥도널드·스트레이어에듀케이션 등 패스트푸드점과 온라인 대학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열등재는 라면과 소주다. 라면과 소주는 금융위기 때 판매량이 더 늘었다. 자전거도 열등재다.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한 ‘자출족’이 증가한 때문이다. 자전거 판매량은 2008년 전년 대비 60%가 넘게 증가했다. 불황 때는 콘돔 판매도 늘어난다. 경기가 어려우면 집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나는 반면 아이 낳아 키우기가 부담스러워 피임용 콘돔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 시기에 담뱃값과 소주값 인상에 많은 서민이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세금을 많이 올려 가격이 올라 가면 담배를 끊게 될 것”이라며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민층의 금연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서민들의 세부담만 늘어난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담뱃값 2000원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세에 대해서는 원체 반발이 심하자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물러선 상태다. 한국 담배시장 규모는 10조 원, 주류 출고시장은 7조3000억원 수준이다. 담배는 62%, 술에는 93%(교육세·부가세 포함)의 세금이 붙는다. 담배세와 주세는 대표적인 ‘죄악세(Sin tax)’다. 죄악세란 술·담배·도박·경마 등과 같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죄악세는 사회에서 부정적인 상품을 소비하도록 허용해준다는 의미가 있어 대개 세율이 높다. 죄악세의 새로운 개념으로 ‘비만세(Fat tax)’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햄버거와 같은 정크푸드에 붙이는 세금이다. 한국도 한때 도입을 검토했다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좌절됐다. ━ 담뱃값 인상 논란 여전 정부가 주세와 담배세 인상, 비만세 신설 등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건 이들 과세대상이 ‘열등제’이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기 세수입이 줄더라도 죄악세와 비만세는 세금이 늘어나 재정 충격에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세금은 서민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역진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아내는 남편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들은 동료인 ‘하이칼라’들 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배운 선량들끼리 뭉쳐 주거니 받거니 취해 하세월을 보낸다고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남편에게 술을 강권하는 것은 조선 사회였다. 힘을 합쳐 일제에 맞서야 할 때 좀처럼 뭉쳐지지 않는 조선 사회를 개탄했다. 한국은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2014년 한국 사회는 100여 년 전 식민지 조선과는 비교할 바 아니지만 서민이 살기 어렵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술로도 서민의 마음을 달랠 수 없는 것인지 안타깝다.
2014.10.26 17:34
4분 소요
덴마크가 비만을 퇴치하겠다며 세계 최초로 도입한 비만세(fat tax)를 시행 1년여 만인 지난해 말 폐지했다.덴마크 정부는 전 국민의 13%가 비만이고, 47%가 과체중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덜기위해 이런 세금을 만들었다.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부과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비만세 부과의 목표다.그래서 2011년 10월부터 포화지방 1㎏당 16덴마크크로네(약 3400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 후 고기·버터·우유 등 즐겨 먹는 식품 가격이 오르자 값싼 제품을 찾아 이웃나라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 분야 덴마크 기업들은 매출이 줄고 도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위정자들은 언제나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새로운 법을 만들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결과를 빚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계약직 근로자를 보호한다고 만든 법이 그 꼴 났다. 2년 근무한 계약직을 계속 쓰려면 정규직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법이다. 정규직으로 격상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2년 된 직원을 내보내고 새로운 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2년이란 기간을 4~5년 정도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아닐까 싶다.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도 이런 비난에 직면했다. 국세청은 최근 대상자들에게 처음으로 납부통지서를 발송했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기업의 지분을 3% 이상 가진 대주주 일가가 대상이다. 계열사 덕에 돈을 벌었으니 재산을 증여 받은 것이나 같다고 보고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모두 6200여 기업의 대주주와 그 일가 1만여명이 세금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한 유력지는 이걸 엉뚱한 결과를 빚은 입법사례라고 사설로 비판했다. 1만여명 중 30대 기업집단 일가는 70명 정도로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재벌 기업을 규제한다는 법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중견·중소기업만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2011년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하면서 법이 적용될 기업의 규모를 정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 법을 30대 그룹에만 적용했다면 겨우 70명 잡자고 야단법석을 떤 꼴이 된다. 법의 취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 세금은 여러 사업체를 거느린 기업주 일가가 기업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다고 보고 추진됐다. 부의 편법 대물림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다른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경쟁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시각도 작용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30대 그룹으로 제한하면 안 된다. 모든 기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재벌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요즘은 정부도 안 쓰지만 반대편에선 여전히 고집한다. 그들의 탐욕을 공격하는데 이보다 함축적 의미를 지닌 단어도 없다. 어디까지가 재벌이냐고 할때 흔히 상위 30대 기업집단을 지칭한다. 여신(대출)관리를 하던 과거부터 그래온 때문이다.30대 그룹은 언론과 시민단체·정부로부터 집중 감시를 받아왔다. 그 아래 그룹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 결과 그들의 영업행태나 회계관행 중에는 재벌 못잖게 잘못된 게 많다. 또 중견·중소기업일수록 기업주 일가 친척이 경영에 많이 참여한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자 중 99% 이상이 그들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2013.07.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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