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연임'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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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4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서울 세운지구와 용산 개발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8일 정부기관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112석 가운데 약 3분의 2에 달하는 76석을 차지했다. 위원 11명 전원이 민주당이었던 도시계획관리위원회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며 종묘에서 퇴계로로 이어지는 종로구 세운지구 44만㎡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종묘와 퇴계로 일대 건물 높이 제한을 완화해 고밀, 복합 개발할 계획이다. 주변에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의 4배가 넘는 약 14만㎡의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용산정비창 부지를 활용해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도 부동산업계의 기대를 받고 있다. 오 시장은 용산정비창 부지의 주택 비중을 30% 안으로 줄이고 상업·업무 기능을 강화하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용산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조만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의 연임으로 '2040 서울도시 기본계획'의 일환인 수변감성도시, 용산정비창과 세운지구 용적률 완화를 통해 도심 고밀 개발 등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2022.06.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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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2주가량 남은 가운데 유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유력 후보들 모두 부동산 공약으로 주택 공급 확대와 과도한 규제 완화 등을 주요 골자로 내세우면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도시정비사업 자체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도시정비업계에서는 지자체 및 공공기관과 정치권이 정비사업을 ‘집값 상승의 원흉’, 또는 ‘민간·임대주택 공급의 도구’로만 보는 이분법에만 갇혀, 수십 년간 이어진 구조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볼멘 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린다. 이번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역시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보다는 단순 표심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 ‘조합 돈은 쌈짓돈’ 끝없는 조합 비리 실제로 이번 대선 후보들 공약 중 조합장 등 조합 집행부의 비위행위와 조합에 집중된 각종 이권 싸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공약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도시정비사업은 조합 내부의 고소·고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벌어졌다. 이로 인해 주택공급 차질 및 부실공사는 빈번히 발생했다. 2018년 말 입주한 송파구 가락동 소재 헬리오시티는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해 탄생한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대표 신축아파트로 유명하다. 2000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은 총 사업비가 3조원에 육박했던 만큼 큰 이권이 걸린 사업이었고 조합 비위 문제로 여전히 해산을 못 한 채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구속, 또는 직무 정지된 가락시영재건축 조합장 및 조합장 직무대행은 3명에 달한다. 조합설립 초기부터 조합장을 연임했던 김모 조합장은 2016년 일감을 주겠다며 협력업체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으며 이듬해 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았다. 김씨가 체포된 이후 조합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신모씨 역시 조합 임원으로서 김씨의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2018년 임원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 조합장 역시 당선 당시와 달리 조합원들에게 추가분담금을 요구해 직무 정지된 상태다. 조합은 뒤늦게 8호선 송파역과 단지 내 지하통로를 만든다며 분담금을 늘리고 조합해산을 미뤄왔다. 해당 논란으로 ‘소유권 보존등기를 위한 총회’가 늦어지며 새로 입주한 아파트 소유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소유권 등기가 나지 않은 집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매도를 할 수 없고 전·월세를 놓기도 어려운 점이 많다. ━ 늦어지는 사업, 커지는 비용 헬리오시티 사례처럼 조합 갈등의 핵심엔 결국 재건축사업 이권 문제, 조합자금 유용문제와 사업지연 문제 등 세 가지가 얽혀 있다. 조합 집행부가 권력을 남용해 사업과 관련된 정비업체, 시공사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공적자금을 사적으로 활용하고, 이 같은 이권 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사업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흔하다. 21일엔 부산광역시 진구 소재한 재개발 조합장이 사업관리업체로부터 8번에 걸쳐 4억358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업체는 이 조합장에게 사업관리업체계약과 분양대행계약 등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올해 서울 ‘재개발 대어’로 불리는 한남뉴타운2구역에서 조합장 해임안이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전 조합장이 자기 소유 건물에 조합 사무실을 임차하면서 보증금 12억원을 개인 통장으로 받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일부 조합원들은 전 조합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현금이 필요해 조합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 손해는 조합원·수분양자 몫, 법제도 개선 필요해 이 같은 내부 갈등에 소송전과 집행부 해임 및 신규 선임 절차를 겪다 보면 사업 진행은 더뎌진다. 2019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를 앞두고 있었던 흑석뉴타운 9구역은 2020년 6월 전 집행부가 해임되고 이후 조합원 간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 흑석9구역 사례와 달리 조합장이 연봉과 판공비, 사업 이권 등을 욕심내며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는 고스란히 조합원과 수분양자 몫이 된다. 조합과 사업자 간 짬짜미로 인해 사업비용이 늘 뿐 아니라 아파트 품질 역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연되는 기간만큼 금융비용도 커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사업이 신속히 진행돼서 분양을 빨리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데 갈등을 겪으면서 지연되는 재개발 현장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다”면서 “기본적으로 정비사업 조합은 사업 초기부터 차입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금융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재개발 비대위 관계자는 “지자체가 정비구역지정 이후 조합을 지원해주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조합 집행부 감시나 비위행위 처벌 측면에서 손을 놓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조합장은 물론 조합 이사나 감사 자격 기준을 높이고 조합 회계감사를 투명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 더 힘써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2.23 10:27
3분 소요![[상생·문화·관용 도시 건설 ‘박원순의 몽(夢)’] 그는 떠났어도 ‘사회적경제’ 시정 비전은 유효](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4/ecn3698936108_5M4AOdrw_1.353x220.0.jpg)
스마트시티 구축은 거스를 수 없는 길… 세계적으로 도시 경쟁력 전쟁, 시민행복이 인재·자본 끌어와 “사람이 행복한 서울은 시정 좌표가 될 것이며, 시민들 삶 곳곳의 아픔과 상처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하겠다.”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54.4%의 득표율로 승리한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당선소감으로 시민의 행복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당시 불공정·불합리를 타파하자는 사회 여론은 박 후보를 무난하게 서울시장으로 만들었고, 박 시장도 이에 화답한 것이다. 시민들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 등 시민사회 활동에 일생을 바친 박 시장에게 비정치의 문법을 기대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사회적 경제’를 시정 가치로 내세웠다.박 전 시장은 거침이 없었다. 시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이루겠다며 생활 안전과 복지 정책에 힘을 쏟았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주력하던 전임 시장들과 달리 반값등록금·무상급식 등 정책을 펼쳤다. 박 전 시장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3180일간 정책 전반의 변화를 주문했고, 서울의 가치를 전반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관성에 젖은 늘공(늘 공무원)들과도 항상 부딪혔다.그 결과 3연임에 성공하며 역대 최장기 서울시장이 됐다. 유력 대권 후보로도 성장했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9일 돌연 고인이 됐다. 박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들에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은 떠나도 철학과 가치는 남는다. 이에 박 전 시장이 펼쳤던 사회·경제 정책을 돌이켜보고, 그가 남긴 숙제와 의미를 짚어봤다. ━ 취임 뒤 문화교류·교통접근성 향상 추진 서울은 거대한 도시다. 세계에서 18번째로 많은 1001만명(2020년 기준)이 살고 있다. 82만여개의 기업이 경제활동을 벌이며, 연 422조원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만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2%에 달한다. 매일 11만6000 배럴의 석유를 쓰고, 2818톤의 쓰레기를 방출하며, 연 28억 명이 지하철로 이동한다.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38명의 억만장자가 살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이런 거대한 도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과 인프라가 잘 닦여서다. 국제연합(UN)과 럿거스대학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도시며, IESE비즈니스스쿨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중교통망을 가진 도시다.이런 서울에도 개선해야 할 점은 있다. 일본 모리기념재단은 세계 주요 도시들을 대상으로 경제·연구개발(R&D)·문화교류·거주·환경·교통접근성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종합한 ‘세계 주요 도시의 국제경쟁력평가(GPCI)’를 매년 내놓는다. 서울은 2008년 13위에서 2011년 7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꾸준히 6~7위를 지키고 있다.세부 항목별로는 박 전 시장 취임 전인 2008년에 경제 11위, R&D 4위, 문화교류 19위, 거주 28위, 환경 37위, 교통 접근성 17위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경제 22위, R&D 5위, 문화교류 9위, 거주 34위, 환경 34위, 교통 접근성 11위 등을 나타냈다. 박 전 시장 재임 동안 문화교류와 교통 접근성 순위는 크게 올랐지만, 경제·거주 순위는 하락했다. 이런 항목별 순위 변화는 박 전 시장의 시정 철학과 최근의 도시가치 변화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박 전 시장의 지난 9년을 돌이켜보면 시민 중심의 시정 활동이라는 뼈대 위에 생활·거주 안정, 협동조합 강화, 녹지·대기 등 환경 개선, 안전한 도시 생활, 창조형 혁신도시 구축, 일자리 확보 등을 실천 전략으로 추진했다. 박 전 시장은 취임과 함께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경제를 서울의 발전 모델로 제시했다.그는 취임 첫해인 2011년 외신기자간담회에서 “토건 사업에 투입됐던 재원을 복지·환경·교육 등 삶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하겠다”며 “지출구조 개혁을 위해 추진 중인 모든 사업을 검토해 재정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시정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실제 박 전 시장은 서울시의 중앙집권적 시정을 지역공동체 기반으로 옮기고, 토건 사업에 집중된 예산을 시민들이 직접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업에 썼다. 도시재생·마을재생·청년수당·은퇴자 재취업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 사업이다. 박 전 시장은 시민사회 활동을 할 때부터 “다수 공동체의 민의를 모으면 새로운 문화·경제적 가치가 형성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재임 시절 사회적 경제 비전을 공유하는 국제엑스포 개최를 추진하는 등 거버넌스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그러면서 재정 지출에 허리띠를 졸라맸다. 예산이나 제도는 한 번 정해지면 줄이거나 없애기 어려운데, 이런 사업들을 전면 조사해 불필요한 사업을 없앤 것이다. ━ 협동조합·대주택 정책 추진은 난항 박 전 시장이 취임 초기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사업은 협동조합 육성이다. 협동조합이란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끼리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을 협동하는 조직단체다. 육아·친환경 식자재 조달 등 같은 목적을 가진 시민들끼리 여러 니즈를 사기업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정책 당국으로서는 복지 등 행정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시민들은 대기업의 사업 독점과 일방적 서비스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스페인의 명문 축구단 FC바르셀로나·선키스트·서울우유·농협 등이 국내외 대표적 협동조합이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경우 협동조합 400여 개가 활동 중이며, 지역 경제 활동의 45% 이상을 협동조합이 차지하고 있다.박 전 시장은 2013년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을 밝히며 “서울에서만 2022년까지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속할 수 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2014년에는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확대 계획도 내놨다. 땅콩주택·타운하우스 등 아파트에서 벗어난 다양한 방식의 주거 형태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각자 삶에 적합한 맞춤형 주택단지들을 사업 초기부터 입주자들이 만들어가는 주거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당시 주택 경기 침체로 박 전 시장이 내걸었던 8만 가구의 임대주택 공급이 사실상 어려워 이런 계획을 내놓은 측면도 있다. 건설·매입형 임대공급은 택지와 재원 부족으로 사업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이 뉴타운 등 대규모 주택 사업을 벌인 결과 서울주택도시(SH)공사의 부채비율이 크게 올라 임대주택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2013년 SH공사의 부채비율은 311%에 달했다. 이에 박 전 시장 취임 후 택지 매각과 장기전세 주택리츠 전환 등을 통해 부채 비율을 2016년 226%, 2019년 191%로 크게 떨어트렸다.그러나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은 조합원들 간에 이견 조율이 어려웠고, 시민들은 재개발·재건축에 익숙한 영향으로 넓게 확산하지 못했다. 부엌, 식당, 세탁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점도 시민들의 참여를 가로막았다. 나중에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위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크게 낮춘 서울리츠 행복주택이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서울 시내 시민들의 쉼터 마련도 박 전 시장은 주요 정책 중 하나다. 2014년 9월 서울역 고가를 미국의 뉴욕 하이라인파크에 견줄 수 있는 도심 고가 녹지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 5월 ‘서울로7017’을 열었다. 또 미군 용산공원 부지 243만㎡를 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에도 관여했다. 2018년에는 광화문광장을 지금보다 4배가량 키운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그러나 이런 사회 기반 강화 정책은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책 효과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또 도시의 이미지와 정책 평가는 국내외 전문가가 인정하고 대중적 인식이 쌓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임기가 4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구체적 성과가 나오는 토건 사업 등에 정책과 예산을 집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대선을 바라보며 마음 급한 박 전 시장도 임기 중반 이후부터는 가시성 높은 정책을 늘리기도 했다. ━ 도시 재생·개발 ‘전시성 정책’ 비판도 서울의 스마트시티 전략이 대표적이다. 1조4000억원을 들여 서울 전역에 5만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 시민 행동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2022년까지 스마트시티 서울을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 2022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해 태양광 발전용량을 8배 가량 늘리는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도 발표했다.2018년에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를 마무리한 뒤 강북 발전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했던 비강남권 4개 철도노선 사업 추진과 청년임대주택 확대, 구립도서관 확충, 서울시 산하기관 강북 이전 등을 추진했다. 강남에서는 코엑스부터 GBC, 잠실을 잇는 초대형 마이스밸리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용산·여의도 개발에 불을 지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고 서울역∼용산역 철로를 지하화하는 한편, 그 위에 마이스 단지·쇼핑센터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유관부처와 여당 지지층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계획 발표 및 추진을 전면 보류했다.박 전 시장의 정책은 여러 논쟁을 낳았지만, 국제적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시티처럼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시티 개발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미국 시카고와 같은 문화 도시들은 저이용 공공건물을 활용해 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 재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 오사카는 대기업-중소·벤처기업 간 이노베이션 인재 육성 도시로 전환을 꿈꾸고 있고, 교토는 지속가능한 관광 도시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전국 120여개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이런 변화는 세계적으로 부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산업 환경의 변화가 가속하면서 도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민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선진 인프라를 갖췄으며, 기업 활동을 뒷받침해주는 제도를 갖춰야 인재와 자본이 몰려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자유로운 예술 활동과 관용적 시민 문화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삶의 질이 곧 도시 경쟁력, 가치창출 노력 지속해야”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의 책 에서 “2030년까지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이며, 고숙련자 중 다수가 어디에 정착하느냐 가장 큰 문제”라며 “도시의 커뮤니티의 만족도와 행복은 세련되고 안전하며, 녹지, 학군, 경영 환경 등이 경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실리콘밸리나 헬싱키처럼 생활이 안정되고 문화가 개방돼 있으며, 치안이 뛰어난 녹지 많은 도시가 세계적으로 경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삼정KPMG도 보고서에서 “미래 도시 대전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비용 외 요소와 삶의 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도시의 내재 자원을 기술적으로 재창조하고, 시민의 다양성을 포용하며, 자연재해 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도은 전 서울시 대외협력보좌관은 “세계적 도시로 성장한 서울은 브랜드가 필요하며 함께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하향식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벗어나 시민 생활 안정과 국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7.18 15:03
7분 소요
자산 팔아 매출 올린다는 지적 나와 … 비통신업 다각화는 가시적 성과 KT 정기주주총회가 지난해에 이어 또 소란 속에서 진행됐다. 3월 1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 31기 주총장. 일부 주주들이 이석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경호원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나마 주총은 50여분 만에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당 2000원의 배당도 그대로 됐다.지난해 이 회장의 3년 연임, 사외이사 선임 건 등으로 야기된 ‘고성 주총’이 재현된 건 KT 내부에 반목과 불화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KT를 둘러싼 잡음은 KT 노조원·소액주주의 이석채 회장 사퇴 요구, 사측의 종업원 고소 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이석채 회장 배임 혐의 고소 건 등 어지럽게 얽혀있다.늘어난 22개 계열사 중 15개 적자 통신 업계에서는 KT 논란을 크게 4가지로 꼽는다. 통신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무리한 확장, 그에 따른 그룹의 전반적인 영업실적 저조, 부동산을 비롯한 회사 자산을 팔아가면서 진행한 주주 고배당, 외부영입 인사 등이다. 노조·소액주주·시민단체들은 이석채 회장이 이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회장이 취임한 2009년 1월 당시 KT의 계열사 수는 23개였다. 올 2월28일 현재 계열사는 51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오너가 있는 10대 그룹 평균(49.9% 증가) 대비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방송·영화·교육 등 콘텐트뿐만 아니라 금융업(비씨카드) 등에도 뛰어들었다. 건설, 커피 유통, 지하철 광고에 이어 카지노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대부분 본업인 통신을 벗어난 사업이다.이 회장은 2010년 금호렌터카를 사들이고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했다. 금호렌터카 인수는 사실상 금융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이후 BC카드 인수의 발판이 됐다. 스카이라이프 인수 이후에는 IPTV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상을 확보했다. 그 해 11개 계열사를 신규 편입하고 4개사를 통합 또는 매각해 계열사를 23개사에서 30개사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이때까지만 해도 KT의 M&A를 ‘전략적’이었다고 평가한다.그러나 이듬해 KT는 보폭을 넓혀 10여개사를 새로 편입하면서 계열사를 45개로 늘렸다. BC카드 인수 외에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기업인 넥스알, 동영상 검색 플랫폼 기업인 엔써즈, NHN와 합작해 설립한 광고회사인 칸커뮤니케이션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교육 자회사인 KT에듀아이를 매각하고 ㈜OIC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면서 학원업에 진출하는 등 10개의 계열사를 늘렸다. 올해 들어서는 프로야구 10구단의 주인이 되면서 프로야구에도 진출했다.지난해 80억원 규모인 ‘사후 면세 환급제도’ 시장에 뛰어들어 비난을 받은 KT는 최근 강원랜드가 발주한 카지노 슬롯머신 납품 사업자로 선정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증축한 신규 객장에서 사용할 슬롯머신 400대가 필요했고, KT 등 5개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슬로머신 납품업은 시스템 통합(SI) 작업이 필요하지도 않고, 설치할 때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 업무”라며 “카지노 입장에서야 경쟁이 붙으면 단가가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 일한 중소기업은 어떻게 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KT, “본격적인 성과에는 시간걸려”문제는 이렇게 뛰어든 사업의 성과다. 지난해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 CEO 스코어에 따르면 KT가 2009년 1월부터 2011년 말까지 새로 편입한 22개 계열사 중 15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잠식 상태가 3개사, 부채비율 1000%가 넘는 기업도 2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KT는 부동산·자동차리스·장비도매·경영컨설팅 등 통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에 진출했다”고 말했다.지난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각각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한결같이 전년만 못한 실적을 기록했다. 4세대 LTE 네트워크에 대한 과도한 시설투자와 보조금 출혈 경쟁으로 큰 돈을 쓴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4조3700억원과 1조1660억원이었다. 2011년에 비하면 매출은 10.8% 늘어났지만 당기순이익은 19.4% 줄었다.KT는 전체 실적은 다소 부진하지만 비통신업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유선통신 등 주력 사업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성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KT의 비통신 계열사 영업이익은 2008년 323억원에서 2012년 3498억원으로 늘었다.KT 관계자는 “KT와 KTF 합병을 통한 유·무선 인프라 융합, 아이폰 도입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BC카드·KT스카이라이프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타 사업 분야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성과를 내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린다”며 “초기 투자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실적에 대한 주주 불만을 고배당으로 무마했다는 지적도 있다. KT는 지난해에 올해도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엔 현금배당에 4866억249만원을 썼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4420억원)의 30% 수준이다. 이 같은 현금배당은 KT의 ‘주주 달래기’ ‘지분 48%가 넘는 외국인 주주 달래기’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문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상당액이 부동산 매각, 자회사인 러시아의 NTC 매각으로 나온 일회성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 순이익의 50% 넘는 금액을 현금배당으로 나눠준 셈이다. KT인권센터 조태욱 위원장에 따르면 KT는 2010년과 2011년, 전화국 건물을 각각 10개와 20개씩 팔아 4330억원을 벌었다.2015년까지 450개국사(전화국·분국의 건물) 중 50개만 남기고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줄어드는 매출을 자산 매각으로 벌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교수는 “그동안 설비투자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는 설비투자 축소에 따른 비용 절감 몫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준 셈”이라면서 “그 결과 고배당-저투자-저성장의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참여연대는 2월 27일 이석채 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혐의는 이 회장이 적자가 예상되는 지하철 5~8호선 광고사업(스마트 애드몰)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지배구조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8촌 지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과 함께 OIC를 설립한 뒤 60억원을 투자해 만든 교육자회사 KT에듀아이를 이후 7000만원에 매각해 KT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일부 반(反)회사 세력이 의도를 갖고 생산한 루머”라고 반박했다. 그는 “스마트애드몰 사업 계약은 이 회장 취임(2009년 1월) 이전인 2008년에 이뤄졌고 재투자도 계약 당시 연대보증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당시 계약이 잘못됐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 회장의 업무상 배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 회장은 근래 외부 영입인사를 핵심 요직에 앉혔다. KT 내 대표적인 ‘이석채 사람’은 김홍진 글로벌&엔터테인먼트(G&E) 부문 사장이다. 김 사장은 브리티시텔레콤 글로벌서비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던 도중 2010년 9월 KT에 합류했다.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엔 김은혜 당시 GMC전략실장 전무와 오세현 신사업전략담당 전무를 각각 커뮤니케이션실장, 신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오세현 전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이다. 서유열 KT 홈고객 부문 사장은 부회장 승진을 통보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은 이석채 회장의 오른팔로 통한다.사외이사도 친분있는 인사가 많다는 평가다.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는 이 회장과 고교 1년 선후배 사이,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KT의 제휴회사인 SAP랩코리아의 사외이사다. 새로 선임된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KT의 2G(2세대) 종료 가처분 사건의 법률 대리인을 맡아 이해상충 등의 문제가 있다.현재 KT의 사외이사는 모두 7명. 이들은 지난해 모두 11번의 이사회에 올라온 68개의 안건 중 67건을 원안 그대로 가결했다(1건은 수정 가결). 7명의 사외이사 중 단 한 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KT, 외부 인사 영입 활발2월 말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3’ 참석 차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은 이 회장은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제민주화라는 주장 때문에 시끄러웠는데, KT의 거버넌스 시스템이 안정되고 성공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KT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고 국민에게 존경 받는 기업이 되려면 지배구조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 인사설이 솔솔 나온다. KT가 여전히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까지가 임기다. 금융권의 경우 정부는 이미 금융지주사에 ‘인사 태풍’을 예고했다.
2013.03.27 17:16
6분 소요얼마 전 국내 중견기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너인 회장이 주요 임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중 오너가 얘기를 나누던 한 임원을 가리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 내일부터 사장해!” 멈칫 하던 분위기는 오너가 폭탄주를 한 잔 제조해 건네면서 “우리 회사에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필요해”라고 하자 금세 풀렸다. 모두 해당 임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날 그 임원은 만취가 됐다. 하지만 다음날 그 오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출근한 해당 임원은 물론이고 그 얘기를 들었던 이들까지 오너의 다음 조치를 기다렸지만 말이 없었다. 기다리다 못한 당사자가 고심 끝에 찾아가 물었다. 그랬더니 오너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내가 그랬어? 술이 좀 취했나 보네.” 직원들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평판이 좋았던 이 임원은 결국 그날로 사표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후유증은 그 임원 혼자만의 마음의 상처로 끝나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든 임직원이 오너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 사례를 들려준 한 서치펌(헤드헌터) 관계자는 “이후 핵심 직원들의 이탈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개별적으로 (이직)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하는 말은 한결같았다. “내가 이 직장에서 어디까지 승진할지, 언제까지 생존할지 내 스스로 예측하지 못하고, 오너나 상사의 한 마디에 좌우되는 곳에서 언제까지 있으란 얘기냐.” 한마디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방향 못잡는 리더, 흔들리는 조직 최고 리더와 조직은 조직원들에게 명확한 방향설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의 기본이다. 이 방향설정을 위해 리더가 제시한 기준과 잣대는 명확해야 한다. 모든 조직원이 자신들이 향하고 있는 곳을 알고, 나름대로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조직은 최고 리더가 모든 것을 지시하지 않는다. 방향을 제시하면 조직원들이 자신의 위치와 직급과 상황에 맞춰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 ‘좋은 조직’이란 여전히 ‘먼 산’인 게 현실이다. 유행처럼 각종 제도를 화려하게 도입하지만 정작 바뀌어야 할 1인자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은 일사불란해야 한다’는 1인자의 의지와 리더십은 있지만, 합리적·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곳은 많지 않다. 기업에 조언하는 컨설턴트들이 최근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는 흔들리는 조직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기업만이 아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의 치부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언론에는 근래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후보 사퇴를 하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인 것이다. 남자의 눈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 사회에서, 더구나 국회의원의 눈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는 왜 눈물을 보였을까? 요즘 유행하는 감성정치를 위한 제스처였을까. 박 의원은 “오늘은 웃으면서 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시작했지만 “6개월 동안 준비해 오다 갑작스러운 오세훈 바람에 밀렸는데 억울하지 않으냐”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고 끝내 손수건을 꺼내야 했다. 그는 눈물을 여러 번 닦은 후 “우리나라 정치문화가 제대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언론들은 이 말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미지 정치’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전했다. 꿈(서울시장)을 포기한 데 대한 아쉬움으로 본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요즘 정치권을 지켜보고 있는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개인의 눈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눈물샘의 깊이가 꽤 된다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 정치에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은 지금도 늙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3김이 어땠습니까. 누구한테 뭘 줄지, 언제 뭘 할지에 대해 본인만 알지 아무도 몰랐어요. 목표지점 없이 등산하는 것과 똑같죠. 맨 앞에 선 사람은 쉬고 싶으면 쉬고, 자기 마음대로 길을 택할 수 있지만 뒤따라가는 이들은 언제 쉴지, 어느 길로 갈 건지 모르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맙니다. 한 시간마다 쉰다고 하면 스스로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잖아요. 한마디로 불투명·불확실한 거지요. 이런 3김 스타일이 지금도 여전해요.” 20년 가까이 정치 컨설팅을 하고 있는 박성민 MIN 대표는 “바로 이런 상황이 한나라당의 공천 비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과거 중앙당이 갖고 있던 권한을 시·도당으로 분권화하는 과정에서 명확하고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언제 뭘 할지, 경선으로 갈지 외부 영입으로 갈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향 설정이 이뤄지지 않자 속이 탄 후보자들이 반칙(뇌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정치권에서 전략가로 꼽히는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도 이에 동의했다. “특히 국회의원보다 자치단체장에 이권이 많다는 것을 안 후보자들이 발로 뛰는 노력만으로는 공천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지름길(뇌물)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연간 예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성남시의 경우 공천 호가가 20억원에 이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중국 학생이 외면하는 한국 기업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가 않다. 불확실한 앞날이라는 수렁에 빠진 이들이 후보자들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물을 받은 이른바 중진들도 앞이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과거만큼 영향력을 갖지 못해 뇌물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리가 성립되는 구조다. ▶최근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번 사태는 그의 1인 체제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차라리 과거의 1인체제 시절이 일하기 좋았다는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3김의 결정은 오너의 결정과 같았거든요. 정치적 고민도 안 했어요. 오더(지시)가 내려오면 소신이고 뭐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죠. 중진들은 더해요. 예전엔 5선은 일정한 영향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속된 말로 구닥다리일 뿐이에요. 5선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가 있느냐 없느냐죠. 5선 관록보다 이미지 좋은 초보가 더 유리하니 계보정치가 될 이유가 없죠. 이게 오늘의 현실입니다.”(박성민 대표) 강력한 구심력으로 줄을 세우던 1인체제가 무너지자 중력을 잃은 채 파편화된, 좀 과장하면 춘추전국시대라는 의미다. 표출되는 양상은 다르지만 기업이라고 이런 현실에서 비켜서 있는 건 아니다. “요즘 중국에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과 나란히 경쟁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많습니다. 회사 규모도, 직원 연봉도 대등해요. 그런데 중국 대학생이나 엘리트를 대상으로 ‘가고 싶은 회사’를 꼽으라고 하면 한국기업은 한참 처지거나 순위에 들지도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네끼리 다 해먹는다’‘너무 막 대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아닌, 직급을 인간적으로 차별하는 계급으로 여긴다는 거죠.” 다국적 인사조직 컨설팅회사인 한국왓슨와이어트 김광순 사장은 “우리가 그동안 상호 인정하는 대등문화가 아닌, 서열화에 익숙한 권위주의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사장은 “협력업체를 을(乙)로 대해왔던 대기업 임직원들은 중국 협력업체도 그렇게 대한다”면서 “하지만 당사자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아는데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냐’고 되묻는다”고 말했다. 회사 메커니즘이 그렇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김 사장에게 “오너도, 오너에게 총애 받는 힘 있는 부서장들도 모두 자신의 한마디에 회사가 팍팍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어찌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컨설턴트 출신의 한 대기업 임원은 “오너는 항상 제도 위에 있는 ‘말하는 법’”이라고 했다. 어디나 그렇듯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머리를 돌리기보다 리더의 머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의 현대자동차 사태도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김 사장은 풀이했다. “밀어붙이라”고 하면 일사불란하게 이를 실행하는 조직문화에서는 힘 있는 사람의 판단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사불란 속에 있는 이들은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 점도 있다. “부분이 전체를 대변한다는 프랙탈 이론이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마치 벽지가 부분 모양과 전체 모양이 비슷한 것처럼, 리더의 행태는 그대로 전체 조직의 행태(문화)가 되는 겁니다. 조직에 권위주의가 사라질 수가 없는 구조죠.” 국내 대기업을 주로 컨설팅하는 회사의 한 임원은 “우리 사회 전체를 이런 방식(프랙탈 이론)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의 모든 부분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김광순 사장에게 프랙탈 이론을 들려주자 그는 “기업과 (정치권)권력의 관계에서 모든 것들이 파생된다”고 말했다. 그 관계가 무한하게 복제돼 사회 전체로 퍼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뭡니까. 누구나 예측할 수 있게 하라는 겁니다. 기업도 그렇지만 정부도 권위주의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문제는 이런 권위주의가 눈에 보이는 위로부터의 개선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그것도 물에 불은 흙처럼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국회의원 아니라 영업사원 같다” “(정당이)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권한이 중앙당 내에서도 분화되고 있고, 시·도당으로도 내려가면서 옛날 같은 리더십이 없어졌어요.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의장이 있지만 실제 주도하는 사람이 없죠. 이니셔티브만 쥐고 있을 뿐이고.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아예 이니셔티브도 없어요. 이 리더십 공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당원에 의한 경선 방침을 정한 탓에 여기서 비리가 나옵니다. 당원 모집 과정이나 당비 대납 비리가 대표적이죠. 한나라당은 시·도당으로 권한 위임을 했기 때문에 이곳에서 (공천)비리가 생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중진들끼리 서로 조정하면 됐지만 요즘에는 동네마다 계파가 다 있어서 서로 견제하느라 돈을 받은 만큼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비리가 되는 거죠.”(박성민 대표) 힘 있는 조정자, 모두를 결집시키는 어젠다를 제시하는 리더가 없으니 도토리 키 재기 하듯 건건이 충돌하는 권력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성민 대표는 “이번에 공천 비리가 터진 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제한적 권위주의에 반대한다고 한 후 (당이 지향해야 할) 방향 설정은 하지 않고 절차적 민주주의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1인체제가 권력 절차에 대한 리더십까지 장악했던 탓에 공백이 더 커지면서, 최근에는 소속 당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이들이 없을 정도가 됐다. 권력의 원천이었던 ‘1인’이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권력의 원천이 대중으로 드러나자 초선은 물론 중진들까지 이 다수의 대중을 좇아가느라 사분오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명확한 노선을 제시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요즘 웹사이트를 운영하지 않는 정치인이 없어요. 저도 매일 들어갑니다. 젊은 의원들은 벌써 인터넷 카페들을 찾아 다니며 연계를 시도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대중을 조직했는데, 이제는 조직화된 대중(카페)을 찾아가 ‘나도 당신들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죠.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구체적인 이슈를 가지고 인터넷에 들어와 있거든요.” “꼭 영업사원이 된 것 같다”는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의 한탄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도 50대 이상에서는 느낄 수 없다는 게 정치권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소위 대중정치가 시작되면서 한나라당은 한 번도 정권을 잡아본 적이 없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중진들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외부 환경에 의해 억지로라도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터진 한나라당 공천 비리, 현대차 사태가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여기’란 시대 흐름을 외면한 채 권위주의적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 고정관념에 붙들려 있는 지점이다. 정치권과 기업의 문제가 사실은 하나의 뿌리라는 것이다. “악마는 세부적인 데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점은 본질을 덮어버린 채 유야무야 끝나는 것이다. 지난 18일 허태열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그동안 진행된 모든 감찰을 마무리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도 “적당한 수준에서 흉내만 내고 덮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본질은 검찰의 수사가 아니라 기업 조직 내부의 체질 변화에 있다. 검찰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보화 시대의 생존은 제도의 혁신보다 마음의 혁신에서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너무나 지쳤어요. 6개월 동안 서울의 48개 지역구를 구두가 닳도록 뛰었습니다. 하지만 4월이 되도록 언제 경선을 한다는 말은 물론이고 어떻게 경선을 한다는 기준이나 잣대가 전혀 없었어요. 깨끗하고 당당한 정치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후보자 간은 물론이고 조직 전반에 원칙을 지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룰(rule)은 신뢰 아닙니까? 그런데 ‘당신이 순진한 거야’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더구나 경선 후보자 인터뷰 날 아침 90세가 넘으신 부친을 뇌 수술실에 보내드리고 갔는데 ‘외부 영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만 하는 겁니다. 외부 영입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불임 조직이라도 됩니까. 당에서 만든 아이를 놔두고 이렇게 입양을 해도 되는지 당혹스러웠어요. 상향식 공천? 물론 좋은 겁니다. 하지만 레이스(경선)를 하게 하려면 트랙이 어떤 건지, 타임테이블(일정표)은 또 어떻게 되는지 제시해 줘야 할 게 아닙니까. 내일 할지 모레 할지 이유도 없이 계속 연기되다 보니 긴장은 높아지고 경쟁이 과열돼 인신공격까지 하게 되는 겁니다.” 눈물의 사퇴를 했던 박진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변화의 와중에 있는 한국 정치의 모든 것이 포함된 하나의 좋은 케이스스터디 감”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원칙과 세부적인 룰(절차)을 매뉴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문법처럼 명문화하자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서양 속담 하나를 인용했다. ‘악마는 세부적인 데 있다(devil is in the details)’. 프랑스는 시대에 맞는 체제를 찾기 위해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에서 1968년 ‘68혁명’까지 200년 가까운 혁명을 통해 ‘구체제’(앙시앵레짐)를 벗어 던졌지만 단두대를 등장시키는 등 참혹한 대가를 치렀다. 물에 불은 흙더미는 임계점을 넘으면 산사태가 되는 비극을 불러온다. 무너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국내 조직이 겪는 의사결정 허점 기업이나 정당이나 국내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문제는 확립된 의사결정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의사결정에 관한 메커니즘은 단독 또는 소수 의사결정자만 참여하는 ‘오너형’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 수뇌부 및 그룹 회장단을 상시적인 의사결정의 축으로 삼고 있는 삼성그룹은 오너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나름대로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너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른 기업에서는 이런 보완장치가 흔치 않다. 이런 기업에서는 자신이 결정해야 할 일을 계속 위로 미루는, 권한 회피 현상이 일어난다. 한 대기업에서는 공장의 화장실 수리업체 선정까지 오너 결재를 받는 웃지 못할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성공한 벤처기업에서도 덩치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한 인터넷기업의 경우 창업 초기에 시작한 전원합의제 때문에 비효율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작건 크건 전원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리더십과 독선을 혼돈하는 리더들에게 있다. 리더가 앞에서 방향을 제시하면 어떠한 이견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성과를 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독단적 리더십의 특징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사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분히 설득하고 대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기보다 권위와 명분을 앞세워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하는 것이다. 최근 연임에 실패한 KAIST의 로버트 로플린 총장이 이런 경우다. 마지막으로 가부장적 조직 구조와 유교적 분위기다. 3김으로 대표되는 과거 국내 정당 정치는‘따르는 것이 바로 선’이라는 맹목적 추종을 만들었다. 기업에서도 ‘줄을 잘 서야 한다’ 거나, CEO를 사석에서 스스럼 없이 ‘형님’으로 부르는 임원들까지, 직위가 아닌 개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강조하는 현실이 많다. 의사결정 과정은 리더가 제시하는 방향에 손을 들어주는 과정이 아니라 경영진 간에 충분한 토론과 의견 개진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내 의사결정을 위한 기본규칙(Governing Rule)을 명확하게 확립해야 한다.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누가 참여할지, 최종 결정은 누가 내려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그대로 실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직은 궁극적으로 단기적 목표가 아닌 중장기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단기 실적에 목을 매는 미국식 전문 경영이 가지지 못한 한국형 오너 경영의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은가. 이진희 더모멘텀그룹 이사·jhlee@the-momentum.net 서광원 기자 (araseo@joongang.co.kr)
2006.04.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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