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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비해 고배당 … 노사 갈등도

실적에 비해 고배당 … 노사 갈등도

자산 팔아 매출 올린다는 지적 나와 … 비통신업 다각화는 가시적 성과



KT 정기주주총회가 지난해에 이어 또 소란 속에서 진행됐다. 3월 1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제 31기 주총장. 일부 주주들이 이석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경호원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나마 주총은 50여분 만에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당 2000원의 배당도 그대로 됐다.

지난해 이 회장의 3년 연임, 사외이사 선임 건 등으로 야기된 ‘고성 주총’이 재현된 건 KT 내부에 반목과 불화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KT를 둘러싼 잡음은 KT 노조원·소액주주의 이석채 회장 사퇴 요구, 사측의 종업원 고소 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이석채 회장 배임 혐의 고소 건 등 어지럽게 얽혀있다.



늘어난 22개 계열사 중 15개 적자
통신 업계에서는 KT 논란을 크게 4가지로 꼽는다. 통신사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무리한 확장, 그에 따른 그룹의 전반적인 영업실적 저조, 부동산을 비롯한 회사 자산을 팔아가면서 진행한 주주 고배당, 외부영입 인사 등이다. 노조·소액주주·시민단체들은 이석채 회장이 이에 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회장이 취임한 2009년 1월 당시 KT의 계열사 수는 23개였다. 올 2월28일 현재 계열사는 51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오너가 있는 10대 그룹 평균(49.9% 증가) 대비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방송·영화·교육 등 콘텐트뿐만 아니라 금융업(비씨카드) 등에도 뛰어들었다. 건설, 커피 유통, 지하철 광고에 이어 카지노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대부분 본업인 통신을 벗어난 사업이다.

이 회장은 2010년 금호렌터카를 사들이고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했다. 금호렌터카 인수는 사실상 금융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이후 BC카드 인수의 발판이 됐다. 스카이라이프 인수 이후에는 IPTV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상을 확보했다. 그 해 11개 계열사를 신규 편입하고 4개사를 통합 또는 매각해 계열사를 23개사에서 30개사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이때까지만 해도 KT의 M&A를 ‘전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듬해 KT는 보폭을 넓혀 10여개사를 새로 편입하면서 계열사를 45개로 늘렸다. BC카드 인수 외에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기업인 넥스알, 동영상 검색 플랫폼 기업인 엔써즈, NHN와 합작해 설립한 광고회사인 칸커뮤니케이션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교육 자회사인 KT에듀아이를 매각하고 ㈜OIC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면서 학원업에 진출하는 등 10개의 계열사를 늘렸다. 올해 들어서는 프로야구 10구단의 주인이 되면서 프로야구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80억원 규모인 ‘사후 면세 환급제도’ 시장에 뛰어들어 비난을 받은 KT는 최근 강원랜드가 발주한 카지노 슬롯머신 납품 사업자로 선정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증축한 신규 객장에서 사용할 슬롯머신 400대가 필요했고, KT 등 5개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슬로머신 납품업은 시스템 통합(SI) 작업이 필요하지도 않고, 설치할 때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 업무”라며 “카지노 입장에서야 경쟁이 붙으면 단가가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 일한 중소기업은 어떻게 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KT, “본격적인 성과에는 시간걸려”문제는 이렇게 뛰어든 사업의 성과다. 지난해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 CEO 스코어에 따르면 KT가 2009년 1월부터 2011년 말까지 새로 편입한 22개 계열사 중 15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잠식 상태가 3개사, 부채비율 1000%가 넘는 기업도 2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KT는 부동산·자동차리스·장비도매·경영컨설팅 등 통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각각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한결같이 전년만 못한 실적을 기록했다. 4세대 LTE 네트워크에 대한 과도한 시설투자와 보조금 출혈 경쟁으로 큰 돈을 쓴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4조3700억원과 1조1660억원이었다. 2011년에 비하면 매출은 10.8% 늘어났지만 당기순이익은 19.4% 줄었다.

KT는 전체 실적은 다소 부진하지만 비통신업에선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유선통신 등 주력 사업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성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KT의 비통신 계열사 영업이익은 2008년 323억원에서 2012년 3498억원으로 늘었다.

KT 관계자는 “KT와 KTF 합병을 통한 유·무선 인프라 융합, 아이폰 도입 등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BC카드·KT스카이라이프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타 사업 분야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성과를 내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린다”며 “초기 투자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실적에 대한 주주 불만을 고배당으로 무마했다는 지적도 있다. KT는 지난해에 올해도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엔 현금배당에 4866억249만원을 썼다.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4420억원)의 30% 수준이다. 이 같은 현금배당은 KT의 ‘주주 달래기’ ‘지분 48%가 넘는 외국인 주주 달래기’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상당액이 부동산 매각, 자회사인 러시아의 NTC 매각으로 나온 일회성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 순이익의 50% 넘는 금액을 현금배당으로 나눠준 셈이다. KT인권센터 조태욱 위원장에 따르면 KT는 2010년과 2011년, 전화국 건물을 각각 10개와 20개씩 팔아 4330억원을 벌었다.

2015년까지 450개국사(전화국·분국의 건물) 중 50개만 남기고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줄어드는 매출을 자산 매각으로 벌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교수는 “그동안 설비투자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는 설비투자 축소에 따른 비용 절감 몫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준 셈”이라면서 “그 결과 고배당-저투자-저성장의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2월 27일 이석채 회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혐의는 이 회장이 적자가 예상되는 지하철 5~8호선 광고사업(스마트 애드몰)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지배구조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8촌 지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과 함께 OIC를 설립한 뒤 60억원을 투자해 만든 교육자회사 KT에듀아이를 이후 7000만원에 매각해 KT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일부 반(反)회사 세력이 의도를 갖고 생산한 루머”라고 반박했다. 그는 “스마트애드몰 사업 계약은 이 회장 취임(2009년 1월) 이전인 2008년에 이뤄졌고 재투자도 계약 당시 연대보증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당시 계약이 잘못됐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 회장의 업무상 배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근래 외부 영입인사를 핵심 요직에 앉혔다. KT 내 대표적인 ‘이석채 사람’은 김홍진 글로벌&엔터테인먼트(G&E) 부문 사장이다. 김 사장은 브리티시텔레콤 글로벌서비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던 도중 2010년 9월 KT에 합류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엔 김은혜 당시 GMC전략실장 전무와 오세현 신사업전략담당 전무를 각각 커뮤니케이션실장, 신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오세현 전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생이다. 서유열 KT 홈고객 부문 사장은 부회장 승진을 통보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사장은 이석채 회장의 오른팔로 통한다.

사외이사도 친분있는 인사가 많다는 평가다.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에 재선임된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는 이 회장과 고교 1년 선후배 사이,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KT의 제휴회사인 SAP랩코리아의 사외이사다. 새로 선임된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KT의 2G(2세대) 종료 가처분 사건의 법률 대리인을 맡아 이해상충 등의 문제가 있다.

현재 KT의 사외이사는 모두 7명. 이들은 지난해 모두 11번의 이사회에 올라온 68개의 안건 중 67건을 원안 그대로 가결했다(1건은 수정 가결). 7명의 사외이사 중 단 한 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KT, 외부 인사 영입 활발2월 말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3’ 참석 차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은 이 회장은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제민주화라는 주장 때문에 시끄러웠는데, KT의 거버넌스 시스템이 안정되고 성공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KT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고 국민에게 존경 받는 기업이 되려면 지배구조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 인사설이 솔솔 나온다. KT가 여전히 정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까지가 임기다. 금융권의 경우 정부는 이미 금융지주사에 ‘인사 태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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