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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돼지 심장’ 이식 가능할까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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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나 사고로 장기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장기 이식’은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장기 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는 5만명을 넘겼다. 10년 전인 2013년까지만 해도 2만6036명이던 장기 이식 대기 환자의 수가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여러 장기 중에서도 신장은 대기 환자가 많은 장기다. 2022년을 기준으로 장기 이식 대기 환자 4만9993명 중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3만2227명이다.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2017년 2만명을 돌파했고, 2022년 3만명을 넘겼다. 신장 외 간장과 췌장, 심장, 폐 등을 이식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의 수도 상당하다.대기 환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환자가 이식할 장기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유병 인구는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는 줄고 있다. 장기 기증 희망 건수는 2022년 기준 12만4536건으로 전년 대비 23.5%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20만건을 넘기지 못했다. 장기 기능을 희망했지만, 이를 취소하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 환자에게 이식되는 장기의 수는 부족하다는 뜻이다.김현일 옵티팜 대표가 ‘이종장기’ 이식에 주목한 이유다. 5월 23일 충북 청주 흥덕구에 있는 옵티팜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보니 200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이 이종장기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최근에는 미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이종장기를 이식한 수술도 진행됐다”고 했다.이종장기는 다른 종(種)의 장기와 기관, 조직, 세포 등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이다.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람의 장기보다 공급이 쉽다. 동물 중에서는 돼지가 주로 사용된다.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해서다. 침팬지와 원숭이 등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장기 이식의 위험도 낮다. 실제로 이종장기를 이식한 환자 사례도 있다.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과 듀크대 의대 연구팀은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각각 진행했다. 말기 심장병을 앓는 환자들이 대상이었다. 거부 반응(면역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모두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종(種)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이종장기 기업은 이식 환자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형질전환’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형질전환은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이식된 장기의 거부 반응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종장기 시장은 미국의 리비비코(Revivicor)와 이제네시스(eGenesis)가 선두에 있다. 옵티팜은 이들 기업의 형질전환 돼지와 유사하거나, 더 우수한 돼지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옵티팜은 거부 반응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4개 유전자를 탐색하고 있다. 대식세포의 반응을 줄이는 유전자가 후보다. 옵티팜은 내년 중 검증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선두 기업의 형질전환 돼지는 10개 유전자가 조작돼 있다. 옵티팜은 올해 3월 이미 같은 수의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의 모돈(母豚)을 확보했다. 새로운 유전자를 더하면 선두 기업보다 1~2개의 유전자를 더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할 수 있다.옵티팜은 앞서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도 개발했다. 이 돼지로 심장과 간·신장·피부·각막 등을 이종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빠르게 성과가 기대되는 장기와 기관은 췌도와 피부다. 옵티팜은 지난해 돼지의 췌도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르면 내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상 환자를 위한 의료기기로 개발 중인 돼지 피부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다.문제는 신장 등 질환이 많은 장기는 이식 대기 환자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2027년까지 형질전환 돼지의 고형장기(신장·심장 등)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목표”라며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생존율이 길어지는 추세라, 이종장기의 성과를 더 빠르게 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우선 돼지 신장을 이식한 영장류 실험에서 1년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최고 기록은 221일이라, 생존 기간이 더 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옵티팜은 돼지 각막을 영장류에게 이식한 실험에서 최근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김 대표는 “형질전환 돼지의 각막을 영장류에 이식했는데, 200일 이상 각막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심장 연구도 순항 중이다.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이식한 영장류가 100일 이상 생존하면서다. 심장은 기능을 멈추면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이종 이식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다른 영장류 실험에서는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900일 이상 생존한 기록이 있다.이종장기 기업이 갈 길은 멀다. 기업이 사람에게 이종장기를 이식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을 제외하면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한 국가는 아직 없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 자체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종장기에서 특정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 해외 연구를 보고 국내에도 장기 공급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옵티팜을 매출과 연구 부문으로 나눠 경영하고 있다. 이종장기 연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이종장기 연구는 결승선이 어디인지 모르는 경주”라며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잘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옵티팜의 지난해 매출은 174억원이다. 2020년 130억원, 2021년 143억원, 2022년 16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내년에는 흑자를 기대 중이다. 세균 사멸 기능이 있는 박테리오파지의 해외 매출이 기대돼서다. 동물진단과 동물용 의약품 등 공급 제품도 확대할 계획이다.

2024.06.01 09:01

4분 소요
[꿈틀대는 하반기 바이오기업 기업공개(IPO)] 폭염에도 얼어 붙은 바이오株에 온기 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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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산업 규제 완화,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 등 호재...제약·바이오 주가 하락세에서 반전 조짐 #1. 7월 26일 코스닥에 상장한 한국유니온제약은 31일 단 하루만 제외하면 7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시초가는 공모가 1만8000원보다 27.78% 높은 2만3000원였지만,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앞서 상장한 바이오 기업 아이큐어와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7월 12일 상장한 아이큐오는 8월 8일 종가 4만6200원을 기록하며 공모가보다 30% 가까이 낮은 가격에 거래 중이다. EDGC도 공모가에서 20% 하락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2. 8월 6일 삼성을 방문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바이오산업 규제 완화를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바이오 의약품 원료물질 수입 개선, 약가 정책 개선, 각종 세제 완화 등 세 가지를 요청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비(非)전자 계열사 사장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이 같은 바이오산업 규제 혁신을 건의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일부는 전향적으로 해결하고, 일부는 좀 더 검토해보겠다”고 화답했다.8월 7일 그동안 부진했던 바이오주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대장주 격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종가 대비 2만6000원(6.53%)이 오른 42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최고가는 42만4500원이었다. 셀트리온도 전날 대비 0.18% 올랐고 전체 제약바이오주의 평균 주가는 1.74% 상승했다. 다음날에도 삼성바이오에서 좋은 소식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산업을 포함한 4대 성장 사업에 약 25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일보다 7% 급등한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권에 자리한 셀트리온도 이날 전일보다 0.5% 오른 27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 제약·바이오 주가 기지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악재가 하나둘 해결될 기미가 보이며 한동안 얼어붙었던 제약·바이오 주가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여기에 규제 개혁에 삼성의 추가 투자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장기 침체를 겪었던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에 온기가 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지난 4월을 기점으로 고평가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지수가 계속 하락했다. 최근엔 네이처셀 주가조작 의혹, 장기화되는 삼성바이오로직 분식회계 이슈, 바이오 종목에 대한 회계 감리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었다.7월 유가증권시장은 전월 대비 의약품 업종 지수가 -4.65% 급락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 업종 지수도 -3.34% 주저앉았다. 업종 대장주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두 5% 넘게 하락했으며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한국유니온제약을 비롯해 아이큐어(-16.02%)·EDGC(-2.89%)·올릭스(-4.17%)·세종메디칼(5.00%)·제노레이(-5.42%)·동구바이오제약(-1.41%)·알리코제약(-2.49%) 등 새내기 상장주들도 일제히 타격을 입었다. 특히 7월에 상장을 진행한 바이오기업 세 곳이 모두 공모가 이하라는 성적표를 받았다.그동안 바이오기업은 기업공개(IPO) 후 대부분 승승장구했다. 공모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기록했고 공모가의 10배를 기록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하지만 올해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바이오 감리 강화 등의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일부 기업들은 공모주 시장에 미치는 이들 악재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자신하며 IPO를 진행했지만 모두 쓴맛을 봤다.이런 중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자 분위기가 변했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는 지난 1월 16일 901.23에서 8월 5일 794.05로 11.9%가량 떨어졌는데 코스닥 제약지수는 같은 기간 1만3771.58에서 1만720.09로 무려 22% 하락했다. 바이오 관련 창투사 관계자는 “상반기 금융감독원의 국내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테마감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논란 그리고 공매도 등으로 바이오주가 침체에 빠졌다”며 “하반기 들어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며 분위기가 변했고, 바이오기업들이 대거 상장에 나서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제약·바이오 업체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주춤했던 바이오 기업의 코스닥 상장에도 다시 속도가 붙었다. 8월 20일 상장을 앞둔 바이오솔루션 공모는 경쟁률 176대 1을 기록했다. 상장을 미루거나 기술 심사를 나중으로 미뤘던 기업도 다시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옵티팜이 상장 청구 심사를 신청했고, 싸이토젠·전진바이오팜·노브메타파마·셀리버리 등 기술 평가를 통과한 기업들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특히 코넥스 시장 거래대금 1위 기업 툴젠이 하반기 중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다. 주가지수 추이를 살피면서 상장계획을 하반기로 미뤄온 기업들이 드디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 상장예비심사 청구 기업 늘어 여전히 하반기 IPO가 집중된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청구가 몰리면 공모 기업은 많은데 비해 시장 자금 유동성엔 한계가 있어 상승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바이오라는 종목이 아니라 각 기업의 펀더멘털을 신중히 분석하며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18.08.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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