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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돼지 심장’ 이식 가능할까[이코노 인터뷰]

옵티팜이 ‘이종장기’ 개발하는 이유
10개 유전자 조작 돼지 올해 태어나
피부·각막·신장 등 영장류 실험 진행
2027년 내 환자 대상 신장 이식 목표

김현일 옵티팜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질병이나 사고로 장기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장기 이식’은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장기 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는 5만명을 넘겼다. 10년 전인 2013년까지만 해도 2만6036명이던 장기 이식 대기 환자의 수가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여러 장기 중에서도 신장은 대기 환자가 많은 장기다. 2022년을 기준으로 장기 이식 대기 환자 4만9993명 중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3만2227명이다.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2017년 2만명을 돌파했고, 2022년 3만명을 넘겼다. 신장 외 간장과 췌장, 심장, 폐 등을 이식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의 수도 상당하다.

대기 환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환자가 이식할 장기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유병 인구는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는 줄고 있다. 장기 기증 희망 건수는 2022년 기준 12만4536건으로 전년 대비 23.5%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20만건을 넘기지 못했다. 장기 기능을 희망했지만, 이를 취소하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 환자에게 이식되는 장기의 수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가 ‘이종장기’ 이식에 주목한 이유다. 5월 23일 충북 청주 흥덕구에 있는 옵티팜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보니 200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이 이종장기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최근에는 미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이종장기를 이식한 수술도 진행됐다”고 했다.

이종장기는 다른 종(種)의 장기와 기관, 조직, 세포 등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이다.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람의 장기보다 공급이 쉽다. 동물 중에서는 돼지가 주로 사용된다.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해서다. 침팬지와 원숭이 등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장기 이식의 위험도 낮다.

옵티팜이 10개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유사한 미니돼지다. 한 마리에서 각막과 신장, 심장 등 여러 장기를 얻는다. [사진 신인섭 기자]

실제로 이종장기를 이식한 환자 사례도 있다.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과 듀크대 의대 연구팀은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각각 진행했다. 말기 심장병을 앓는 환자들이 대상이었다. 거부 반응(면역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모두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종(種)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이종장기 기업은 이식 환자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형질전환’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형질전환은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이식된 장기의 거부 반응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종장기 시장은 미국의 리비비코(Revivicor)와 이제네시스(eGenesis)가 선두에 있다. 옵티팜은 이들 기업의 형질전환 돼지와 유사하거나, 더 우수한 돼지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옵티팜은 거부 반응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4개 유전자를 탐색하고 있다. 대식세포의 반응을 줄이는 유전자가 후보다. 옵티팜은 내년 중 검증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선두 기업의 형질전환 돼지는 10개 유전자가 조작돼 있다. 옵티팜은 올해 3월 이미 같은 수의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의 모돈(母豚)을 확보했다. 새로운 유전자를 더하면 선두 기업보다 1~2개의 유전자를 더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할 수 있다.

옵티팜은 앞서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도 개발했다. 이 돼지로 심장과 간·신장·피부·각막 등을 이종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빠르게 성과가 기대되는 장기와 기관은 췌도와 피부다. 옵티팜은 지난해 돼지의 췌도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르면 내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상 환자를 위한 의료기기로 개발 중인 돼지 피부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다.

문제는 신장 등 질환이 많은 장기는 이식 대기 환자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2027년까지 형질전환 돼지의 고형장기(신장·심장 등)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목표”라며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생존율이 길어지는 추세라, 이종장기의 성과를 더 빠르게 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우선 돼지 신장을 이식한 영장류 실험에서 1년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최고 기록은 221일이라, 생존 기간이 더 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옵티팜은 돼지 각막을 영장류에게 이식한 실험에서 최근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김 대표는 “형질전환 돼지의 각막을 영장류에 이식했는데, 200일 이상 각막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심장 연구도 순항 중이다.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이식한 영장류가 100일 이상 생존하면서다. 심장은 기능을 멈추면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이종 이식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다른 영장류 실험에서는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900일 이상 생존한 기록이 있다.

이종장기 기업이 갈 길은 멀다. 기업이 사람에게 이종장기를 이식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을 제외하면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한 국가는 아직 없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 자체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종장기에서 특정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 해외 연구를 보고 국내에도 장기 공급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옵티팜을 매출과 연구 부문으로 나눠 경영하고 있다. 이종장기 연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이종장기 연구는 결승선이 어디인지 모르는 경주”라며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잘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옵티팜의 지난해 매출은 174억원이다. 2020년 130억원, 2021년 143억원, 2022년 16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내년에는 흑자를 기대 중이다. 세균 사멸 기능이 있는 박테리오파지의 해외 매출이 기대돼서다. 동물진단과 동물용 의약품 등 공급 제품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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