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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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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바꾸는 철도 지하화의 정치와 경제[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산업 일반

모든 건축물이나 구축물을 지하화하는 데는 생각보다 큰 비용이 소요된다. 지하공사는 지상공사에 비해, ▲굴착 ▲지하수 처리 ▲지반 보강 등 추가적인 공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공사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비용을 다 지불하면서 각종 도시개발을 추진한다면 아마 이를 감내할 수 있는 도시나 지자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고 제도와 행정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때로는 주민들이나 환경단체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기도 하지만,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정치적 역량에 달렸다. 세계 주요 도시들의 사례를 보면 철도 지하화 사업의 가장 일반적인 자금조달 방식은 민간자금 유치다. 철도 지하화로 새롭게 조성되는 지상 부지의 개발권과 개발 후 이용권으로 수익을 담보하는 구조다. 지하 공사비가 많이 들수록 민간사업자는 고밀개발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공원이나 주차장 등의 공공 공간 확보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그래서 이경우 공공부문은 행정과 계획에 관여하며 일부 자금을 넣는 민-관협력방식(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관 협력 방식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 공공성 확보와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 추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 찾기의 열쇠는 결국 공공(정부)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철도 지하화 사업 관련 민관협력 방식의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이중 수익 모델: 철도회사의 도시개발 전략일본 오사카의 ‘우메다 화물선 지하화 프로젝트’는 가장 일반적인 공공-민간 협력 사업(PPP)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오사카역 인근 지상 철도를 지하화한 뒤 철도 부지를 재개발해 상업시설 및 오피스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정부는 JR서일본이라는 철도 운영 회사와 민간 부동산 개발사 등 민간 투자사들이 철도 부지 상부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 높이 제한이나 용적률 등 다양한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고 그곳의 개발을 허용한 것이다. 그 수익으로 지하화 공사비용을 충당하게 했다. 일부 재정 투입이나 세금 감면 등과 같은 혜택은 사업 이익에 비해 투자 비용이 더 클 때 공공 부분이 민간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수익 보정 방식이다.특이한 점이 있다면 일본의 철도 지하화 사업은 사철(私鐵)이라 불리는 민간 철도 회사들의 역할이 컸다는 점이다. 일본의 사철들은 철도 지하화 사업을 통해 여러 가지 경제적, 경영적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우메다 화물선 지하화와 같은 프로젝트는 단순한 철도 시설 개선이 아니라 철도 회사들에 도시 개발과 부동산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원래 일본 사철 회사들은 단순한 철도 운영에만 의존하지 않고 부동산 개발과 연계된 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철도 지하화로 인해 기존 철도 노선이 차지했던 지상 공간을 개발하면 그곳에 ▲백화점 ▲쇼핑몰 ▲오피스빌딩 ▲호텔 ▲주거 단지 등 다양한 부동산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의 철도 수익(승객 운송) 외에 부동산 임대 및 판매 수익을 추가로 창출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다른 도시들의 경우에도 철도 지하화 사업에는 철도운영주체(공사 등)들의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철도 위에 초고층 빌딩 건축, 허드슨 야드의 해법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미국 뉴욕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프로젝트’는 허드슨 강변에 낙후된 철도 역사와 주차장, 공터가 있던 곳을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대규모 복합개발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다. 뉴욕시가 설립한 허드슨 야드 개발 공사, 허드슨 야드 기반 시설 공사가 마스터플랜 수립과 기반 시설 투자 등을 총괄했다. 민간사업자는 체인 릴레이티드 컴퍼니스가 참여해 11만3057m2(3만4200평) 부지에 ▲오피스 ▲아파트 ▲호텔 ▲판매 ▲공연예술센터 등 16개 초고층 타워와 광장, 공원 길이 들어서는 총사업비 약 250억달러(약 35조원)의 사업이다. 당연히 민간의 참여가 절실했다.이 프로젝트는 철도 차량기지의 운영을 지속하면서 그 위에 건축물을 세우는 첨단 건설 공법을 활용했다. 선로 위에 거대한 플랫폼을 설치해 그 위에 건축물을 세우는 방식이다. 선로 사이사이에 파일(pile)을 설치하고 그 위에 구조물을 지지하는 기초를 구축해 건축물의 하중을 분산시키는 공법인데 장기간 철도 운영을 중단하지 않고 공사를 할 수 있어서 주목을 받았다. 땅값이 비싼 뉴욕에서 이 프로젝트는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기존 인프라와 조화를 이뤄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주목할 점은 첨단기술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과 제도가 사용됐다는 것이다.대표적으로 개발권 양도(TDR) 제도가 있다. 뉴욕시는 허드슨 야드 지역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특정 구역의 개발 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밀도가 낮은 토지의 개발권을 인접한 부지로 이전하는 TD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추가적인 건축 용적률을 확보(최대 3300%)할 수 있었다. 이는 프로젝트의 경제적 타당성을 높이고 지역 개발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게 됐다.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용적이양제도와 유사한 방식이다. 물론 뉴욕시는 추가 용적률을 허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저렴한 주택과 임대주택, 공원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꼼꼼하고 주도적인 공공의 역할, 선투자와 개발이익 환수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프로젝트 (Paris Rive Gauche Project)’ 는 파리의 철도 차량기지(오스테를리츠역 주변)를 지하화하고, 상부에 주거·업무·문화 공간을 조성한 사업이다. 지하화 후 개발될 상부 부지를 미리 판매해 초기 자금을 확보한 뒤 개발 이후 토지 가치 상승에 따른 개발 이익의 일부를 추가로 공공이 환수한 사례다. 추가 이익은 대부분 이 지역의 인프라 조성에 재투자 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개발권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화 후 부동산 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사후 조치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철도 지하화 사업을 도시계획과 연계함은 물론 장기적 관점으로 가치 상승((LVC, Land Value Capture)을 예측하고 이를 사업비용으로 관리 활용하는 것이다.철도 지하화를 단순 교통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개발과 연계된 장기적인 공공투자로 인식한 사례들은 더 있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이다. 이는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는 장기적인 계획이었다. 사업 주체는 독일 연방정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 슈투트가르트시 정부, 그리고 독일철도회사(Deutsche Bahn)가 공동으로 추진했다. ▲철도기지의 구조를 개선해 열차의 속도를 높이는 철도 현대화 사업 ▲유럽 주요 고속철도 노선(파리-브라티슬라바)을 연결하는 허브로의 개발 ▲기존의 터미널 역을 지하로 옮겨 십자형 직통형 역으로 전환 ▲16개의 기존 노선을 8개의 지하 노선으로 통합 ▲새로운 지하 연결망 구축 등 유럽 내 주요 철도노선의 현대화와 효율화를 포함하는 도시 전체의 철도 인프라 개선 계획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공공이 먼저 주체적으로 인프라 투자에 나섰고 민간투자는 도시개발 분야 등에서만 진행이 됐다.철도 지하화, 명분과 실리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아직 밑그림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철도 지하화 사업들은 앞으로 다양한 접근을 통해 큰 비용이 드는 문제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순히 철도만 지하화하고 그 상부에 주택이나 공원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특색에 따라 도시 인프라를 재편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명분도 명확해야 하고 공공의 이익도 분명해야 한다. 정치의 힘은 바로 그런 것이다. 비용을 제도와 정책, 그리고 지혜로 감내하는 것이다.

2025.03.02 12:00

5분 소요
오세훈, 수서철도 차량기지 복합개발 추진…“파리 리브고슈처럼”

부동산 일반

서울시가 수서 철도차량기지 복합개발을 우선 검토한다. 도심 단절을 야기하는 철도 차량기지 부지 상부를 주거·상업시설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복합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수서 차량기지를 우선 후보지로 두고 사업성을 검토하는 한편, 중앙정부 관할인 용산 차량기지는 정부에 복합개발을 건의하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23일(현지시간) 철도 상부를 덮어 입체적·복합적으로 재개발한 지역인 리브고슈(RIVE GAUCHE)를 찾아 이런 구상을 밝혔다. 리브고슈는 철도 상부에 약 30만㎡ 면적의 인공지반을 조성해 철도로 단절된 주변 낙후지역을 복합적으로 개발한 곳이다. 주택과 도서관, 학교, 연구소, 사무실, 공원 등 다양한 용도가 한데 어우러졌다. 시설 유형별 면적은 ▶업무·상업 35% ▶주거 30% ▶교육 10% ▶도로·녹지 25%다. 파리시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건물의 고도제한을 37m에서 137m로 완화했다. 리브고슈는 녹지와 보행자 중심의 공공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철도로 단절된 도시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도심 균형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과 함께 국립 도서관 건립, 대학 유치, 연구기관 이전 등이 이뤄지면서 파리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했다. 시는 리브고슈 사례를 참고해 이용이 저조한 철도 차량기지를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서울에는 시가 관리하는 9곳(수서, 신정, 창동, 방화, 신내, 군자, 고덕, 천왕, 개화)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관리하는 수색, 용산 등 6곳이 있다. 오 시장은 “지금은 다들 철도 차량기지를 시 외곽으로 옮겨달라고 하지만 경기도 등에서 받을 곳이 없다”며 “주민이 원치 않는 형태로 활용되는 것이 문제인데, 리브고슈와 같은 (복합개발) 방식을 서울 철도 차량기지에 적용한다면 토지 이용도와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브고슈에 실제로 와보니 소음·진동이 없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쾌적하고, 주거나 업무 공간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을 뿐 아니라 주변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시는 철도 차량기지의 활용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민간의 창의적인 제안을 폭넓게 수용하고, 중앙정부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수서고속철도(SRT), (GTX-A) 등 광역교통 결절점으로 서울의 동남권 관문 역할을 하는 수서 지역의 중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수서 차량기지의 입체복합 개발을 우선으로 추진한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곳 중 대표적인 곳이 수서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며 “다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고 우선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수서차량기지 외에 코레일이 운영하는 용산차량기지의 복합개발 추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용산 차량기지는 서울시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데가 아니라 관리권을 가진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복합개발 검토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2022.10.24 17:59

2분 소요
국토부, 인수위 업무보고 임박…尹 부동산 공약실행 로드맵은?

정책이슈

국토교통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업무보고가 이번 주에 진행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택공급이나 정비사업 규제완화 등의 공약실행 방안이 전달될 전망이다. 22일 인수위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부의 인수위 업무보고는 24일 또는 25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인수위 업무보고는 크게 현안 보고와 공약 이행계획 보고 등 두 축으로 이뤄진다. 현안 보고에는 주택시장 동향 등 국토부 담당 업무 중 주요 현안에 대한 내용이, 공약 이행계획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국토부 소관 정책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다. 국토부는 현안 보고에서 현재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국지적으로 불안 요소도 있다는 진단 하에 이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 이행계획 보고에는 이 같은 시장 동향과 함께 집값 안정을 위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계획, 새 정부의 공약 이행 방안 등이 상세히 담길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실패 심판론’이 이번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감안하면 보고의 주된 내용은 주택 공급과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 주택 250만호 공급 계획·일정 담긴 로드맵 제시 앞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주택 250만 가구를 임기 내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최대 150만 가구를 수도권에 배치해 공급난을 해소하고 시장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현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주택 물량은 206만호 규모다. 구체적으로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142만호(수도권 74만호)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47만호(수도권 30만5천호) ▶도심·역세권 복합개발로 20만호(수도권 13만호)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로 18만호(수도권 14만호)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10만호(수도권 6만5천호) ▶매입약정 민간개발 등 기타 방법으로 13만호(수도권 12만호)를 각각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청사진의 실현 가능성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공급 계획과 일정 등이 담긴 '로드맵'을 보고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청년층을 위한 ‘청년원가주택’ 30만호 공급 계획이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반값 주택인 '역세권 첫 집' 20만호 공급 계획에 대한 검토 의견도 포함된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 방안도 보고 대상이다. 윤 당선인은 수요가 많은 서울 등 도심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되도록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등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30년 이상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면제 ▶역세권 민간재건축 용적률 500% 상향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등을 약속해, 최근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용적률의 법정 상한 등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이뤄질 전망이다. ━ 정비사업 규제 완화·임대차 3법 등 제도 재검토 이와 함께 분양가 규제 완화 방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방안, 신속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 등 법·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보고된다. 아울러 낮은 가점으로 청약 기회가 적은 20∼30대를 위한 청약제도 개선 방안과 전셋값 폭등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임대차 3법'도 재검토해 보고한다. 임대차 3법은 전면 폐지보다는 부분 개정을 통해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방안이 제시될 전망이다. 이밖에 현 정부가 추진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수정 방안이 담길지, 담긴다면 어떤 수준에서 조정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또한 최근 발표한 용산 집무실 이전 방안에 대해 도시계획과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입각한 다양한 분석도 함께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3.22 10:57

3분 소요
서울 新 도시계획 펼친다…‘한강변 르네상스’ 부활 기대감↑

부동산 일반

서울 내 주거지역의 35층룰이 폐지된다. 이에 따라 개별단지별 정비계획을 통한 유연한 스카이라인이 조성될 전망이다. 특히 압구정·여의도·성수·이촌 등은 초고층 재건축 길이 열리게 돼 ‘한강변 르네상스’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3일 발표했다. 도시기본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른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2040년까지 서울시가 추진할 각종 도시계획의 지침이 된다. 크게 6대 공간계획으로 구분해 ▶‘보행 일상권’ 도입 ▶수변 중심 공간 재편 ▶중심지 기능 강화로 도시경쟁력 강화 ▶다양한 도시모습, 도시계획 대전환 ▶지상철도 지하화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등의 내용을 담았다. ━ 아파트 층고 제한 폐지…용도지역 규제 개편·완화 서울시는 이번 계획안에서 종전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이하 '2030 계획')에 명시된 높이 기준을 삭제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수립된 '2030 계획'은 무분별한 돌출 경관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주거용 건축물의 높이를 서울 전역에서 일률적으로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뒀다. 시는 이런 높이 규제가 한강변 등의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이끌었다고 보고 2040 계획에서는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개별 정비계획 심의 단계에서 지역 여건에 맞게 층고를 허용해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용도지역제’는 새로운 도시계획 패러다임인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으로 전면 개편에 나선다. 용도지역은 한 공간의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땅의 용도를 정해 건물의 높이와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제도다. 서울 내 용도지역은 크게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구분되는데, 지금까지 경직적으로 운용돼 복합적인 공간 구성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이었다. 이에 정부와 학계, 전문가 등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론화해 국토계획법 개정 등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실현 단계에 접어드는 2025년부터는 서울 전역에 단계적으로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또 용도지역의 엄격한 구분을 대체하는 새로운 공간 개념으로 '보행 일상권'을 도입한다. 보행권(도보 30분 이내) 안에 일자리와 여가문화, 수변녹지, 상업시설, 대중교통거점 등 기능을 모두 갖추게 해 자립적인 생활권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 3도심 등 중심지 기능 강화…철도 지하화 등 시는 기존 '2030 계획'에서 확립한 중심지 체계(3도심·7광역중심·12지역중심)를 유지하되 3도심(한양도성내·강남·여의도)의 기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도심은 남북 방향의 4개 축(광화문~시청 ‘국가중심축’, 인사동~명동 ‘역사문화관광축’, 세운지구 ‘남북녹지축’, DDP ‘복합문화축’)과, 동서 방향의 ‘글로벌 상업 축’의 ‘4+1축’을 조성해 서울도심에 활력을 확산하고,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는 미래 도심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목표다. 여의도는 용산정비창 부지에 개발 예정인 국제업무 기능과 연계해 '글로벌 혁신코어'로 발전시킨다. 테헤란로를 따라 업무 기능이 집적한 강남은 중심 기능을 잠실·서초 등 동서 방향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또 경부간선도로 입체화,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 등과 연계해 가용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내 61개 하천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공간 재편도 이뤄진다. 전체 하천을 위계에 따라 한강과 4대 지천(안양천·중랑천·홍제천·탄천), 소하천·지류로 나누고 접근성 강화, 명소 조성 등 수변 활성화 전략을 펼친다. 이밖에 총면적 105.8㎢(선로 101.2km, 차량기지 4.6㎢)에 달하는 지상철도를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고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을 도시계획적으로 지원한다. 서울시는 올해 공청회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 협의, 시의회 의견청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친 뒤 연말까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오세훈 시장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는 비대면·디지털전환 및 초개인·초연결화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고민 또한 충분히 담아냈다”며 “차질 없이 실행해 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3.03 12:37

3분 소요
GTX-C, 상록수역에도 선다…‘총 14개역 정차’

부동산 일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에 상록수역이 포함되며 정차역이 기존 10개역에서 14개로 늘었다. GTX-B노선에도 향후 3개역이 추가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GTX-C노선에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왕십리·인덕원·의왕·상록수역을 추가해 상반기 내 체결할 실시협약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해당 실시협약은 향후 KDI 검토 및 민간투자심의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이번에 추가된 4개역 중 왕십리·인덕원·의왕역은 지자체 등 건의에 따라 지난해 GTX-C 노선에 포함됐으며 최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자체와 협의를 진행하며 상록수역을 새로 제안한 바 있다. 국토부는 이밖에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GTX-A노선을 2024년까지 개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정사업인 동탄역~삼성역 구간은 2023년 12월, 민자사업인 파주 운정역~삼성역 구간은 2024년 6월까지를 준공목표 기간으로 잡았다. 이 같은 목표에 따라 올해에는 차량제작과 임시차량기지 건설, 신호시스템 설치에 착수하려 한다. GTX-B노선은 3개 노선이 추가로 제안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산~상봉까지 구간은 재정사업, 송도~용산과 상봉~마석은 민자사업으로 분리해 추진 중이다. 재정구간에 대해서는 지난달 설계적정성 검토를 완료한 상태이며 올 상반기까지 기본계획을 고시한다. 민자구간은 KDI에서 민자구간시설사업기본계획(RFP) 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추가역은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사업자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RFP에 반영된다. 일명 'GTX-D'라 불리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에 대해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사전타당성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내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안재혁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은 “2022년은 GTX-A에 이어 후속사업들의 조기착공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수도권 교통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GTX가 적기에 개통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2.24 17:10

2분 소요
용산 경의중앙선 일대, 대학생 기숙사 들어선다…2022년 착공

부동산 일반

서울 용산구 경의중앙선·경부선 일대에 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학생 기숙사가 들어선다. 국토교통부와 교육부는 30일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대학생 연합기숙사 건립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국토부가 서울시 용산구 소재 철도 유휴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한국장학재단이 부지에 기숙사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제공 부지는 총면적 5851㎡ 규모로 용산구의 경의중앙선·경부선에 인접한 5개 필지가 대상지다. 수용인원은 750여명으로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로 건설된다. 내년 착공을 시작으로 2024년 1학기에 개관한다는 목표다. 기숙사 이용비는 2인실 기준 1인당 약 15만원으로 책정됐다. 부지 매입비와 토지 사용료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일반적인 사립 민자 기숙사비 약 40만 내외보다 저렴하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7년에도 국유재산 부지를 제공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대학생 연합기숙사를 마련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최근 민자철도역사, 차량기지 등을 건물형으로 건설하는 철도-주택 복합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철도시설을 활용해 새로운 주거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이번 사업으로 대학생들이 주거비 부담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주거의 질은 높이고 주거비 부담은 낮출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2021.12.30 10:57

1분 소요
[수도권 교통지도 바꿀 GTX는 지금] ‘여유로운 아침, 함께하는 저녁’ 언제쯤…

산업 일반

A노선 늦어도 2024년 6월 개통 기대... B노선 이르면 2022년 착공 전망 ‘여유로운 아침, 함께하는 저녁’. 정부가 지난해 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식 때 선보인 슬로건이다. GTX를 통해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GTX가 개통하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20분대에 출근이나 퇴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직장인의 평균 통근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58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수준이다. 이 같은 바람이 현실이 된다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아침은 한결 여유롭고, 저녁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수도권 직장인의 삶을 바꿀 GTX 3개 노선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는 8월 21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에서 GTX B노선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노선 등을 변경해 2017년 8월 예타 대상으로 재선정된 뒤 2년 만이다. 이로써 정부가 추진 중인 GTX 3개 노선 사업이 모두 확정됐다. 현재 사업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이 2023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이어 C노선이 2021년, B노선이 2022년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르면 2027년께 3개 노선이 모두 개통돼 수도권 교통혼잡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우여곡절 많았던 B노선 예타 통과 GTX는 지하 40~50m 아래에서 일반 전철보다 2~3배 빠른 속도로 달릴 예정이다. 그래서 ‘대심도(大深度) 고속전철’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기반시설인데, 한국형 GTX는 평균 시속이 100㎞, 최고 시속이 180㎞에 이른다. 이 속도를 낸다면 정부 주장대로 수도권 외곽에서 업무시설이 밀집한 서울 도심까지 20~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이 같은 GTX A~C노선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남북과 동서를 엑스(X)자 형태로 가로 잇는다. 3개 노선의 총 사업비는 약 14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도 이미 반영했다. 국토교통부가 세운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예년보다 2조2000억원이나 많은 49조8000억원이다. 노후 SOC 유지 보수는 물론 GTX 사업 등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쓰기 위해서다. 이 중 예산은 올해 17조6000억원 대비 12.5% 증가한 19조8000억원, 기금은 올해 25조6000억원 대비 17.0% 증가한 30조원이다. 정부 전체 SOC 예산은 올해 19조8000억원 대비 12.9% 늘어난 22조3000억원으로 2년 연속 증액됐다. 국토부 소관 SOC 예산도 18조원으로 올해 15조8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증가했다.A노선은 지난해 말 착공식에 이어 공사에 들어갔다. A노선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까지 총 83.1㎞ 길이로 수도권의 남과 북을 연결한다. A노선은 지난해 1차 실시계획이 승인됐고 착공식까지 치렀지만 공사에 필요한 실시설계가 추가로 남아 반년 넘게 착공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6월 국공휴지를 시작으로 가까스로 첫 삽을 떴다. 민간이 소유한 토지는 현재 한국감정원에서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다. 9월 말까지는 협의통지 등의 절차가 차례로 이뤄질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재 지장물 조사나 토지보상 작업이 필요 없는 국공휴지부터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남은 구간도 토지 보상이 완료되는 대로 조속히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대 여론도 넘어야 할 산 경기도 수원과 양주를 잇는 C노선은 지난해 말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데 이어 지난 6월 기본계획수립에 착수했다. 기본계획를 수립하는 데는 약 1년 6개월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계획 수립이 끝나는 2021년 말께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것 같다. 예정대로라면 2025년 말 개통될 예정이다. B노선도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 연내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는 현재 B노선 사업추진 방식을 결정을 위해 민자적격성검토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신청했다. 만약 사업추진 방식 결정과 설계 등 후속 절차에 차질이 없는 경우 이르면 2022년 말께 공사에 들어가 2027년께 개통될 것으로 기대된다. B노선은 인천 송도에서 출발해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를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이어(총 연장 80㎞)진다. 정거장은 13곳이며 사업비는 5조7351억원(3기 신도시 반영 시나리오 기준)이 투입될 예정이다. 송도~망우 간 55.1㎞가 새로 건설되고 망우~마석 구간은 기존 경춘선 노선을 공유하게 된다.B노선은 A·C에 비해 출발이 가장 늦은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른 노선에 비해 사업성이 특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2월 나온 예타 결과에선 B/C(비용 대비 편익)값이 0.33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송도~청량리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노선을 연장해 2017년 9월부터 예타를 재추진해왔다. 올해 들어선 지난 3월 예타 면제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지방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면제 사업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B노선이 개통하면 인천에서 서울 도심까지 20분대면 오고 갈 수 있게 된다. 인천에서 남양주 마석까지도 40분대면 주파할 수 있다. 인천 송도지구에서 서울역까지는 82분에서 27분으로 1시간 가까이 단축되고, 여의도에서 청량리까지는 35분에서 10분으로 확 줄어든다. 그간 이들 지역에서 서울을 가려면 광역버스나 지하철 환승 등에 의존해야 했던 만큼 서울 서부권의 교통 편의성이 크게 좋아지는 것이다.B노선뿐 아니라 계획대로 GTX가 건설되면 정부는 ‘교통 사각지대’에 있던 경기 북부 등 수도권 외곽지역의 교통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족시설이 부족한 경기 북부는 그동안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 강남 등지와 연결되는 광역교통망을 목말라하고 있었다. GTX가 운행을 시작하면 이들 도시에서 강남으로의 이동시간이 20분대로 확 좁혀진다. 현재 지하철로 80분 걸리는 일산~삼성(강남구)은 20분으로, 의정부~삼성은 74분에서 16분으로 줄어든다. 수도권 남부도 마찬가지다. 지하철로 80여 분이 걸리는 수원~삼성은 22분으로, 동탄에서 삼성은 19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사가 순조롭게 이어져 개통했을 때 얘기다. GTX 사업은 사업비가 14조원이 넘는 데다 지하 40~50m에 전철을 놓는 대공사다. 이에 따라 실제 개통까지는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당장 A노선만 해도 개통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A노선의 개통 시기를 1년 늦췄다. 목표는 2023년이지만 시공사와 지자체 간의 사업추진 상황에 따라 2024년 6월 말로 늦춰 잡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대로 2023년 개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다만 시공사가 지자체 인허가, 도로점용허가 등의 다양한 이유로 공사기간을 2024년 6월까지 여유 있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업계에서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노선만 해도 첫 정부 고시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까지만 수년이 걸렸다. 8월 말 착공하는 신안산선 역시 수차례 부침을 거쳐서야 실시계획 승인을 받았다.특히 GTX는 사업비의 60% 가량을 민간사업자가 조달해야 한다. 경제성이 없다면 참여할 업체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은 크지만 민간사업자 참여를 위한 유인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제성 논란도 계속해서 일고 있다. B노선만 해도 경제성 연구를 수행한 기관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2014년 예타에선 B/C가 0.33에 그쳤다. 그러나 5년 새 경제성이 껑충 뛰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7년 맡았던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서는 B/C가 1.2쯤으로 높게 나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중간보고 때까지만 해도 B/C가 0.8 남짓이었던 B노선이 예타를 통과하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종합적인 리스크 대책 마련해야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8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2014년 B/C가 0.33 밖에 안 나왔던 상황에서 갑자기 정부가 노선을 연장하면서 아직 터도 닦지 않은 3기 신도시를 예타 평가에 인위적으로 끼워 넣어 구색 맞추기를 했다”며 “엉터리 발표”라고 지적했다. 사업 반대 여론도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다. 경기 파주나 고양, 서울 용산구 후암동과 강남구 청담동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경로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구청도 지난해 말 A노선 착공식 직전 성명을 내 “안전과 소음, 진동 등 주거환경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주민들에게는 설명조차 안 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는 A노선의 환경영향평가 승인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기술적인 문제도 넘어야 한다. 지하 40m 이상 파 들어가야 하는 대심도 공사는 정부는 물론, 건설사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할 계획이지만 GTX가 지나는 지하공간에 어떤 지장물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근 지역에 지반침하(땅꺼짐) 현상이라도 나타나면 GTX 공사는 멈춰 설 수밖에 없다. 한 대형 건설회사의 임원은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사가 수시로 중단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이 같은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9.08.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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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철도정비창·서부이촌동 분리 개발 유력

산업 일반

잇단 소송전에 2~3년은 개발 추진 불투명 “정부·서울시 적극 나서야” 목소리 커져 코레일이 9월 5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하 용산개발사업)의 땅값으로 받은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197억원을 대한토지신탁에 납입하면서 총 2조4000억원의 토지대금을 모두 상환했다. 코레일이 토지소유권 등기 이전을 하게 되면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땅을 되돌려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드림허브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보유한 토지는 전체 개발 대상 토지의 66.7%에서 59.6%로 줄어든다. 현행 도시개발법상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면 사업 시행사 자격을 잃게 된다.통상적으로 등기 이전은 일주일이면 완료된다. 코레일은 9월 16일 현재 등기 이전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애초 9월 12일자로 51만㎡에 이르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지구지정 해제를 고시할 예정이던 서울시도 등기 이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자 일정을 미뤘다. 용산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에 새로운 사장이 부임한 뒤 용산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등기 이전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지구지정 해제 때 31조원 사업 종지부코레일이 토지 대금 상환 후 곧바로 등기 이전 절차에 착수하지 않은 것은 용산개발사업 중단에 따른 손실이 너무 큰데다, 사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간의 갈등의 골이 너무 깊고 사업성과 사업 방식에 대한 인식 차가 현저해 사업 재개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구지정이 해제되면 총 사업비만 31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린 용산개발사업은 첫 삽을 떠보지도 못하고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다.용산개발사업 무산은 사업참여자들의 과욕이 빚은 참사다.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막대한 개발이익에 눈이 멀어 너무 크게 사업을 벌였다. 특히 시장 환경이 급변했는데도 장밋빛 미래에 취한 나머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결국 사업 좌초로 이어졌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의욕만 앞섰기 때문에 사업 무산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용산개발사업은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의 옛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까지 포함해 51만5483㎡ 부지에 사업비 31조원을 들여 주거·업무·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사업 시작은 2006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레일은 고속철도(KTX) 건설로 불어난 부채 4조5000억원을 해결하기 위해 철도정비창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철도경영정상화 정부 종합대책’을 내놨다.애초 용산차량기지로 한정된 사업이었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 프로젝트에 자신의 주요 정책인 ‘한강르네상스’를 연계시킬 것을 요구해 2007년 8월 서울시와 코레일은 서부이촌동을 포함하는 통합개발 합의안을 발표하고 사업자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 서부이촌동 통합 개발은 나중에 두고두고 용산개발사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같은 해 12월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개발사업자로 선정되고 시행사와 자산관리위탁회사(AMC)를 설립할 때만 해도 사업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했다. 그러나 곧 엄청난 암초를 만났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것이다. 이미 2007년을 기점으로 침체기로 접어든 국내 부동산 경기는 금융위기 탓에 급격하게 얼어붙었다.건설경기가 침체가 빠지자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자금난이 불거지자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의 갈등이 시작됐다. 자본금 확충이 절실한 코레일은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이에 반발해 2010년 9월 대표 주관사 지위를 반납하고 주요 주주로만 남았다.사실상 사업에서 발을 뺀 것이다. 삼성물산의 주관사 지위 포기는 용산개발사업의 주요 변곡점이 됐다. 삼성물산으로서는 추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의사결정이었지만 국내 최대 기업군인 삼성그룹이 용산개발사업을 끝까지 주도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드림허브 자본금 1조원 허공으로삼성물산이 내놓은 용산역세권개발(AMC) 지분 45.1%는 2대 주주였던 롯데관광개발이 인수했다. 지분 70.1%로 최대 주주가 된 롯데관광개발과 2대 주주인 코레일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밀월관계’를 유지했다.그러나 투자 유치가 안돼 용산역세권개발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사업 방식을 둘러싸고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1·2대 주주 간의 갈등은 첨예화됐다.코레일은 사업 환경의 변화에 맞춰 철도정비창 부지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자고 주장했고,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민간 출자사들은 애초 계획대로 서부이촌동을 포함해 일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결국 지난해 말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놓고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을 비롯한 민간 출자사들의 갈등이 폭발했고, CB 발행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CB 발행 무산으로 자금난에 봉착한 용산역세권개발이 3월 12일 만기가 도래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000억원에 대한 선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하면서 용산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였다. 코레일은 연말까지 필요한 26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대신 사업 주도권을 쥐고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사실상의 마지막 제안을 했다. 하지만 민간 출자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4월 8일 코레일 이사회는 사업 청산을 결의하고, 토지대금 상환 절차에 들어갔다.용산개발사업 무산을 놓고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사업참가자들은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 드림허브의 자본금 1조원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코레일 2500억원, 롯데관광개발 1510억원, KB자산운용 1000억원, 삼성물산 64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490억원 등이다. 코레일의 경우 드림허브에 투자한 자본금뿐아니라 선매입한 랜드마크빌딩의 1차 계약금 4161억원도 날렸다.드림허브 자본금 1510억원에다 CB 226억원 등 총 1763억원을 투자한 롯데관광개발은 사업 중단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 3월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나마 대주주가 11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고 출자전환 등을 통해 8월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삼성물산은 랜드마크빌딩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인수한 800억원의 CB가 손실로 남게 됐다.이처럼 막대한 손해만 입힌 채 용산개발사업이 무산되자 책임소재와 자본금 회수를 두고 출자사 간의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 출자사들은 2월에 코레일을 상대로 7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코레일도 정상화 방안을 끝내 거부한 민간 출자사들에 사업 무산의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다 사업 대상지로 편입되면서 6년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현재 6000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다. 사업 무산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문제의 근원은 사업참가자들의 경험과 준비 부족이다. 코레일이나 민간 출자사 모두 30조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리고 준비없이 뛰어들었다. 준비 부족은 자본금 규모에서 드러난다.사업기간이 10년이 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자본금이 사업비의 10% 정도 돼야 시장 환경 변화에도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용산개발사업의 경우 자본금이 최소한 3조원이 돼야 하는데 1조원에 불과해 사업기간 내내 자금난에 시달렸다.무엇보다 사업 규모가 너무 컸다. 용산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던 2006년은 집값이 다락같이 오르고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팔리던 호황기였다. 금융권도 대형 PF사업에 ‘묻지마 대출’을 해주던 시절이었다. 사업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시장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특히 서부이촌동까지 사업 대상지를 확대한 것이 패착이 됐다는 분석이다.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개발 주체의 자금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사업도 지체됐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에 대한 보상금 규모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흔히 대형 개발 프로젝트는 활황기가 끝나갈 무렵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다. 경기가 호황기를 누리면서 돈이 많이 풀리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 더 높은 건물을 짓게 되지만 건물이 완공될 시기가 되면 경기가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불황이 시작돼 텅텅 비게 되는 등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용산개발사업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당분간 소송전 줄 이을 듯사업 무산의 결정적 원인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외부 요인을 꼽는 이들이 많지만 내부 요소도 간과할 수 없다.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리고 같은 배를 탔지만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들은 ‘동상이몽’이었다.부채 감축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던 코레일은 대형 개발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시행사와 AMC에 주주로 참여하면서 민간 출자사와 이해 충돌을 일으킬 여지를 만들었다. 토지주로서 땅값만 받아도 부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음에도 과욕을 부렸다.민간 출자사들도 의욕 과잉이었음은 매한가지다. 특히 롯데관광개발이 대표적이다. 30조원이 넘는 사업을 주도하기에는 기업 규모가 너무 왜소했다.투자금 1700억원 때문에 회사가 휘청거렸다는 점이 잘 말해준다. 건설투자자(CI)와 재무투자자(FI)는 몸을 너무 사렸다.건설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으나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간의 틈바구니에서 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했다.CB 발행 등 추가 자금 조달에도 소극적이었다. 과실만 따 먹으려 했지 정작 농사는 등한히 한 격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용산이라는 지역 특성을 고려할 때 공공성이 어느 정도 담보돼야 하는 사업이었지만 민간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이 되면서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앞으로 용산개발사업은 어떻게 될까. 서울시의 구역 지정 해제와 함께 용산개발사업은 당분간 휴지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간, 코레일·서울시와 서부이촌동 주민 간의 소송전이 이어질 경우 향후 몇 년간은 사업 진행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업계에서는 용산개발사업이 용산 철도 정비창과 서부이촌동이 분리돼 별도 개발이 추진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당장 서부이촌동에 대한 개발제한이 풀리게 되면 2300여 가구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땅이나 주택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고, 노후된 아파트나 단독주택은 개별적으로 조합을 결성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실제로 지난 6년여 동안 거래다운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서부이촌동은 서울시의 구역지정 해제 발표 이후 저가 매물을 찾는 외부인들의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 직접 찾아와 매물을 확인하는 이들도 생겨났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B공인의 한 관계자는 “단독 주택지에 2억~3억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물건을 찾는 사람이 최근 여기저기 매물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외국 대형 개발사업 50년 장기 계획일각에서는 구역지정이 해제된 후 서부이촌동 일대가 난개발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업 무산으로 용산역부터 한강변까지 걸쳐 있는 서부이촌동 일대 56만여㎡를 체계적으로 개발할 계획이 없어진 탓이다. 구역지정 해제로 서부이촌동이 사업 계획이 수립되기 전인 2001년 당시의 지구단위계획으로 환원됨에 따라 서울시가 올해 말까지 도시관리계획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내년에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세우기로 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체계적인 개발이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이 때문에 주거환경이 불량하고 낡은 구역을 골라 가로 정비나 마을 만들기 등 지역 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부이촌동 지역 주민의 의견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울시가 미리 나서서 계획을 결정할 수는 없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개발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44만여㎡는 코레일이 독자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은 상업·업무시설의 규모를 축소하고 주거시설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개발계획을 다시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정부의 주택정책에 보조를 맞춰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도 많이 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간 출자사와의 소송 때문에 당분간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겠지만 서울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을 장기간 폐허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 역시 독자 개발을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용산개발사업이 재추진 되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짜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군 기지가 주둔하던 자리에 용산평화공원이 조성되고 주한유엔사령부·주한미군수송사령부 터도 개발되는 등 도시구조상 용산이 향후 서울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개발이익도 함께 얻을 수 있는 사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철도정비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용산개발사업은 국가 경제나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민간이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것이 사업 좌초에 이르게 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SH공사를 통해 드림허브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고,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용산개발의 가장 큰 패착은 공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중국 상하이 로완구는 지분 5%만 가지고도 민간 디벨로퍼를 모두 컨트롤해 지금의 신천지를 만들어냈듯이 서울시도 인허가권자라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개발 파트너로서 적극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영국의 도크랜드 개발 사업이나 프랑스 라데팡스, 일본 록본기 힐스 등 외국의 대형 개발사업이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40~50년에 거쳐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긴 안목과 호흡을 가지고 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단기간의 개발 이익만 좇다 보면 사업성이 부풀려지고 경기 상황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공공 중심의 사업구조를 만들되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3.09.25 12:52

9분 소요
[Hot Issue] KTX 민간사업자 참여 논란 - “113년 철도 독점 깨야 효율 높아진다”

산업 일반

#1. 국토해양부는 1월 12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동부건설, 대우건설, 두산산업, 금호그룹 등 20개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철도 경쟁체제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2015년부터 수서발 KTX 경부·호남선 운영을 민간에 개방하는 정부 계획과 관련한 첫 설명회 자리였다. 설명회는 애초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철도노조의 물리적 저지가 예상되자 하루 전 과천 정부청사로 간담회 장소를 바꿨다.#2.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KTX 기장과 고속기관차 승무사업소 직원 427명은 1월 1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간 운영사로 이직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국토부가 사회적 합의도 없이 졸속으로 민간 대기업에게 철도운영권을 넘기는 등 특혜를 제공하려 한다”며 “모든 직원은 민간 운영자 소속의 철도운영기관으로 이직을 절대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각 역에 민영화 반대 펼침막을 내걸고,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했다.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철도구조개혁 논의철도시장에 민간·공공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국토해양부가 지난해 12월 27일 새해 업무보고에서 2015년 개통할 수서발 KTX 경부·호남선 운영을 민간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국토해양부는 ‘2012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철도산업의 서비스 개선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지역간 철도운영시장을 민간이 참여하는 경쟁체제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4년 말 수서와 평택을 연결하는 수도권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2015년부터 수서에서 출발하는 호남선(수서~목포)과 경부선(수서~부산) 고속철도 운영권을 민간에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인선 개통 이래 113년간 이어진 코레일의 독점체제가 깨진다.KTX 경쟁체제의 효과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철도 운송사업에 민간업체가 참여하면 효율성이 높아져 요금이 평균 20% 내려갈 것이며 방만한 경영 탓에 일어나는 잦은 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철도가 경쟁체제로 운영되면 요금 낮추기 경쟁이 심화돼 안전설비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효율성만 중시하면 결국 비수익 노선의 운행이 줄어 철도의 공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 혈세로 대자본의 배만 불릴 것이란 비난도 나오고 있다.이처럼 쟁점별로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선 정권 말기의 특혜 논란이다. 전국철도노조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역에서 ‘KTX 분할 민영화 음모 저지를 위한 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주장하는 경쟁체제는 사실상 민간자본에 대한 특혜이며 철도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민영화”라면서 “국민 혈세로 민간자본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인천공항 매각, 영리병원 도입에 이어 정부가 공공부문을 팔아 외국 자본의 이윤만 챙겨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정부의 주장은 다르다. KTX 경쟁체제 도입은 독점 운영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고 철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역대 정부의 철도개혁 시도의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5차례의 법 제·개정으로 철도구조 개혁을 추진했다. 다만 철도청과 철도노조의 반발, 정부의 추진 동력 부족 등으로 철도공사를 설립한 것 빼고는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했다. 정부가 2015년부터 수서에서 출발하는 호남선과 경부선의 고속철도 운영권을 민간에 개방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건 2004년 마련한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계획’의 일환이다. 철도산업구조개혁은 2004년 철도 시설(철도시설공단)과 운영(당시 건설교통부)의 분리(1단계), 2005년 철도 운영의 코레일(당시 철도공사) 이관(2단계), 2010년 여객과 화물 운영 분리(3단계), 철도 운영 민간에 개방(4단계) 등의 단계로 추진하고 있다. 철도 운영의 민간 개방은 철도구조개혁의 마지막 단계다.이번 사안을 둘러싼 용어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코레일과 철도노조 측은 KTX 노선의 민간업체 참여를 민영화라고 보고 있다. 민영화란 민간사업자가 기존 공공서비스를 수익 원리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란 뜻에서다. 민영화에는 공기업의 지분을 파는 방식이 있고, 정부가 시설은 소유하되 운영권만 불하하는 방식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분 매각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 들어선 운영권을 넘기는 방식이 국제적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철도산업은 국가 핵심시설로 간주돼 민영화 하더라도 선로 시설을 제외하고 운영권만 불하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정부는 KTX 시설은 국가가 계속 소유하고 운영권만 민간에게 주는 것이므로 ‘경쟁 도입’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는 1월 2일에 경쟁 도입을 위한 신설 KTX 민간운영자 선정계획과 관련 “일부 언론과 코레일 등에서 민영화나 특혜 등을 언급하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항·항만처럼 철도기반시설은 국가 소유이며, 코레일도 공사 형태로 존속하는 등 민영화 대상이 없고, 공공지분과 기반시설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도 아니므로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경쟁 도입은 서비스 개선, 요금 인하 등 국민편익 증진을 위해 113년간 코레일이 향유해온 독점의 폐해를 타파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경쟁 도입을 민영화라고 왜곡하는 것은 독점 폐해의 방만함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코레일의 방만경영도 도마에경쟁체제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르다. 코레일의 정정래 전략기획처장은 “경쟁체제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진 않지만 지금의 정부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낮은 요금과 수요 부족으로 적자가 나는 일반철도는 그냥 두고 왜 수익을 내는 KTX를 민간에 넘겨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정부의 계획은 ‘팔이 아픈데 다리를 치료하는 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코레일의 영업적자(4700억원)는 대부분 공공성 유지를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적자 노선이나 인력 의존도가 높은 새마을·무궁화·화물열차 등에서 났는데 정부는 돈벌이가 되는 사업을 민간에 넘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코레일은 고속철도에서 흑자를 내서 일반철도와 화물철도의 적자를 보전하고 있는데 수익 노선인 고속철을 민영화하면 철도공사의 재정적자는 불 보듯 뻔해 제2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국토해양부의 구본환 철도정책관은 “코레일이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며 “해마다 수천억원씩 적자를 내는 조직에 더 이상 새로운 사업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철도구조개혁은 독점에 따른 방만경영을 깨고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목표로 추진해왔다. 부채가 9조7000억원에 이르는데도 인건비는 2005년 공사 설립 때보다 20% 늘고, 평균 연봉이 5800만원에 이르는 건 독점에 따른 코레일의 방만경영 탓이라는 분석에서다.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서비스 품질 향상, 요금 인하, 불필요한 비용 절감 등의 다양한 효과가 있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설명이다. 현재 민간이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 등의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요금에 대한 전망도 제각각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재훈 철도연구실장은 “민간 기업이 효율적으로 경영을 하면 KTX 요금이 20% 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는 요금인상 우려에 대해서 “고속철도 요금은 철도사업법에 따라 정부가 공공요금으로 지정·고시하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임의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며 “오히려 경쟁을 통해 요금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사업자는 기존 적자 노선을 보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욱 합리적인 가격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적정 수익률을 초과하는 금액은 국가가 선로사용료 형태로 징수하므로 대기업에 대한 특혜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속철도는 국가 기간산업인데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면 공공성이 약화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는 “더 많은 사람이 더 싸게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을 내리고 다양한 요금 제도를 만드는 게 진정한 공공성”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코레일의 한문희 기획조정실장은 “앞서 민영화된 영국은 1995~2010년 사이 장거리 철도 운임이 107%나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소속 부장급 이상 중간 간부 2000여명은 한국교통연구원이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보고서에서 ‘민간기업 진입 때 운임을 20% 인하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코레일이 마치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왜곡했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안전문제도 쟁점이다. 민간기업이 KTX 운영에 참여하면 안전관리 체계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 코레일이 담당하던 관제권을 정부가 회수해 철도시설공단이나 별도 조직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관제와 운영이 분리되면 크로스 체크를 할 수 있어 더욱 안전해진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측은 “지난해 2월 11일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 산천 탈선 사고를 비롯해 지난해 이틀에 한 번꼴로 열차사고가 발생했다”며 “코레일의 방만한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서 경쟁체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반면 코레일 관계자는 “명령체계에 혼선이 생겨 사고가 늘 것”이라며 “영국도 민영화 후 6건 사고로 56명이 희생됐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사고를 겪은 영국은 2002년 선로관리 회사만 다시 공영화했고 이후 인명사고는 2건(희생자 7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방만한 경영 탓에 사고가 잦다는 주장에 대해선 오히려 정부의 예산 축소가 KTX 사고를 부추겼다고 반박했다. 국회 국토해양위 현기환(한나라당) 의원은 “고속철도 선로의 유지보수 예산이 5년 동안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부품 노후화와 제작 결함 등과 더불어 이런 예산 축소가 KTX 고장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올 상반기 안에 민간사업자 선정논란 속에 국토해양부는 올 상반기 안에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자가 운영준비를 갖추려면 적어도 30개월은 걸리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1월 12일 오전 열린 설명회에서 “2015년부터 코레일이 운영할 서울발 경부선을 편도기준 63회, 민간 개방 검토 중인 수서발 경부선을 27회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선은 용산발 44회, 수서발 24회를 고려 중이다. 또 코레일과 민간사업자가 공동 사용할 구간(평택 이남 구간)의 운행 시간은 정부가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차량기지와 역사는 국가가 소유하고 민간사업자에게 임대하게 된다.한편, 이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근혜)는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 추진에 대해 “당정 협의를 통해 수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대입장이라는 해석이다. 국토해양부 측은 “그동안 설명이 부족했다”며 “비대위 측을 설득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올해 총선·대선 정국 속에서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남승률 이코노미스트 기자 namoh@joongang.co.kr

2012.01.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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