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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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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한수원, 신한울 3‧4호기 발전소 공사 수주

건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국내 3조1000억원 규모 대형원전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방사선보건원에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컨소시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 3조1000억원 규모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 공사의 계약 서명식을 가졌다고 25일 밝혔다.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설비 공사는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일원에 1400M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약 115개월이다. 현대건설은 두산에너빌리티, 포스코이앤씨와 함께 이 공사에 참여한다. 주간사인 현대건설의 수주 금액은 전체 규모의 55%에 해당하는 1조7157억원이다.이번에 진행된 신한울 3‧4호기 입찰은 국내 원전건설 최초로 공사 수행 능력, 시공 계획 및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기술력 중심의 선진적 입찰제도 ‘종합심사낙찰제’를 적용했다. 현대건설은 이번 심사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지만 기술 분야에서 높은 배점을 얻었다.현대건설은 1970년 최초의 원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 최다 원전 건설’ ‘해외 첫 원전 수출’이라는 이정표를 세워왔다. 이번에 수주한 신한울 3·4호기 원전을 포함하면 국내외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에 시공주간사로 참여하게 된다. 특히 현대건설은 신한울 3‧4호기에 적용하는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새울 1‧2호기, UAE 바라카 1~4호기, 신한울 1·2호기에 성공적으로 시공했다.대형원전 외에도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체, 사용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전 생애주기에 대한 밸류체인을 구축해온 현대건설은 2021년 미국 원자력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SMR 최초 호기 설계 착수, 동유럽 등 15개국 이상 공동 진출을 추진하며 글로벌 원전 선진사로 도약하기 위해 영향력을 확장 중이다.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대한민국 원전 반세기를 이끌어온 현대건설의 초격차 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받은 결과”라며 “현재 준공을 앞둔 신한울 2호기에 이어 3‧4호기까지 무결점으로 시공해 원자력 발전의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주목받는 K-원전의 위상 강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최근 유럽지역은 그린 택소노미에 이어 넷제로 산업법까지 원전이 포함되며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원전사업 확대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 중이다. 이미 UAE 바라카 원전 등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탁월한 역량을 입증한 현대건설은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는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에 지사 설립을 추진해 유럽 원전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현대건설은 신한울 1‧2호기에 이어 3‧4호기를 울진군에 연속 시공하는 만큼 지역사회와의 상생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오프라인 네트워크로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을 신규 구축하여 협력사, 자재, 인력 정보 등을 공유하는 등 동반성장 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023.12.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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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SK에코플랜트, 원전‧플랜트사업 위해 손잡았다

건설

대우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국내외 원전‧플랜트 시장 진출 공동협력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대우건설은 지난 26일 서울시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SK에코플랜트와 ‘원자력 및 플랜트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MOU 체결식에는 대우건설 백정완 사장과 SK에코플랜트 박경일 사장 및 양사 관계자가 참석해 국내외 원전 및 플랜트 사업분야 전반에 걸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양사는 기술과 인력을 교류하고 필요시 상호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내외 원자력 및 플랜트 사업 분야에 공동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수소 등 미래에너지 사업분야에서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대우건설은 국내 기업 중 원자력분야 종합적인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라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신월성 1·2호기 등의 상용원전 대표사로 참여해온 대우건설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1,2단계 공사 수행, 상용원전에 대한 설계 인증까지 갖추고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 설계, 시공, 폐기물 처리 전반에 대한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월성1호기 해체공사 및 공정설계’ 용역을 수행하면서 원전 해체분야까지 원자력 전반에 걸친 종합 솔루션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체코‧폴란드 신규원전 사업을 위한 한국수력원자력의 팀코리아에 참여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신고리 1‧2호기를 시작으로 새울 1·2호기, 신한울 1·2호기 등의 원전 건설 공사에 참여해 원전 관련 역량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산 통합 솔루션을 확보하며 에너지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SK그룹 등 협업을 통한 원전 연계 에너지 분야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인 테라파워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지난 7월 4일 국가 차원의 SMR 사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설립된 ‘SMR 얼라이언스’에도 SK가 초대 회장사로 참여하고 있다.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로 대체 에너지원인 원자력이 주목받고 있고, 대형원전뿐 아니라 안전성·경제성·유연성을 갖춘 SMR이 등장하면서 시장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는 원전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특히 조만간 발주 예정인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설비공사 입찰은 국내 원전사업 최초로 종합심사낙찰제(고난이도)특례안 공사 방식을 적용하는 만큼 양사는 기술제안서 경쟁력과 원전 전 영역에 걸쳐 강력한 ‘원전 원스톱 솔루션’을 앞세워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대우건설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 경험이 풍부한 SK에코플랜트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이번 입찰에서 SK에코플랜트와 긴밀한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무엇보다 수년간 다양한 원전분야의 기술제안서 작성경험을 토대로 가격, 기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반드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수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7.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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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전동맹’에 웃음 짓는 기업들…제3국 시장 점령하나

산업 일반

한국과 미국이 원자력발전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간의 ‘원전 동맹’은 반도체, 배터리 등 경제 동맹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특히 두 원전 강국의 협력은 중국과 러시아에 빼앗겼던 세계 원전 건설 주도권을 되찾아 올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원전 사업을 강화해 온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 ‘기술력’ 보유 미국과 ‘시공력’ 보유 한국의 전략적 협력 양국 정상은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탄소제로 전력의 핵심적이고 신뢰할 만한 원천이자, 우리의 청정에너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며, 글로벌 에너지 안보 증진을 위한 필수적인 부분으로서 원자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원자력 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수출 진흥과 역량 개발 수단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보다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선진 원자로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의 개발과 전 세계적 배치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원전협력’에 관해 ▶미국 주도의 제3국 SMR 역량강화 프로그램(FIRST) 참여 ▶한미 원전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시장진출 등 협력 강화 ▶제3국 원전시장 진출 방안 구체화 ▶조속한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 개최 등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이 원전 협력을 공식화한 데는 원전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한국과 미국이 대내적 이유로 원전 건설에 소극적이었던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세계 원전 시장 점유율 1위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고, 중국은 신뢰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세계적 수준의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이 힘을 합쳐 글로벌 원전 시장을 이끌겠다는 것이 양국 정상의 계산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부상한 에너지 안보 문제로 원전 도입을 저울질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이를 선제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 양국의 전략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는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 제3국으로의 공동수출을 목표로 협력을 심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에너지 수급을 염려하는 유럽 국가들도 향후 공략 시장으로 떠오른다. 양국의 원전 협력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SMR 기술 협력’이다. SMR은 출력은 300㎿ 안팎으로 기존 1000~1500㎿급 원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이다.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고 도서·산간 지역에도 건설할 수 있어 미래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 수 년째 지분 투자해온 韓 기업…최근엔 MOU 체결 현재 SMR 기술이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SMR 기술력을 앞세운 뉴스케일파워는 SMR기업으로 최근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는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희소식은 이들 기업과 국내 기업들이 이미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SK㈜와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SK는 “테라파워와의 공동 기술개발 협력, 국·내외 진출 및 상용화 협력은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의 SMR 핵심 기술 확보와 차세대 원전 운영 등 관련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원전 관련 신기술의 확보는 물론, 원전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GS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와 손을 잡았다. 지난달 26일 뉴스케일파워와 전 세계에 SMR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한 것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부터 뉴스케일파워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1억380만 달러의 지분을 투자하며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받아 2021년 1월 완료했다.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차세대 원전 기술인 SMR 시장 진출을 위해 뉴스케일파워에 지난해 2000만 달러, 올해 5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5.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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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미국 홀텍社 소형모듈원자로 독점 공급한다

건설

현대건설이 친환경 저탄소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을 선도할 초석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원전 솔루션 업체 홀텍 인터네셔널(Holtec International)과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및 사업 공동진출을 위한 협력 계약(Teaming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홀텍 인터네셔널과의 계약을 통해 소형원자로의 상업화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마케팅과 입찰에도 공동 참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홀텍 인터네셔널 소형 원전에 대한 세계 시장 독점권과 북미시장 사업 참여권을 확보했다. 미국 대표 원전 솔루션 기업인 홀텍 인터네셔널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형원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홀텍 인터네셔널의 SMR-160은 160메가와트(MW)급 경수로형 모델로 사막이나 극지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배치가 가능하며 작은 부지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이미 후쿠시마 사태 및 테러 상황 등 잠재적 위험에 대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거쳐 안전성 또한 검증됐다. 모듈형 원자로의 특성상 소형 모듈 배치 이후에 기존 모듈에 새 모듈 원전도 연계할 수 있다. 현재 해당 모델은 캐나다 원자력위원회(CNSC)의 원자로 설계 예비 인허가 1단계를 통과한 상태다. 이 밖에 미국 원자력위원회 (USNRC) 미국에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미 미국 에너지부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 모델로 선정된 바 있다. 이처럼 안전성 및 상업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미국 뉴저지주 소재 오이스터 크릭(Oyster Creek)에 최초 SMR-160을 배치하기 위한 협의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뉴저지주 홀텍 인터네셔널에서 열린 사업협력 계약 체결식에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크리스 싱(Dr. Kris Singh) 홀텍 인터네셔널 회장이 참석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건설은) 금번 계약체결을 통해 과거 수주·시공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미래 신기술 개발, 글로벌 영업에서부터 구매, 시공 등 건설 전 단계 솔루션 파트너(Expanded EPC)로의 전환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면서 “향후 건설 자동화, 스마트시티 등 신사업 추진에도 총력을 기울여 투자개발과 운영까지 건설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 크리에이터(Total Solution Creator)’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1.11.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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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이슈] 현대건설 6%대 상승… “원자력 기술 경쟁력 주목”

산업 일반

현대건설 주가가 27일 급등했다. 혁신원자력연구단지를 수주한 이 회사가 향후 원전 분야에서 추가적인 수주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이 확산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은 이날 전일대비 6.43%(3400원) 오른 5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이 해외 원전 시장에 함께 진출하기로 합의하며 우리 원전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현대건설의 원전 추가 수주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6일 리포트에서 “한미 해외 원전시장 진출 협의로 신규 원전 추진 국가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원자력 기술력에 대한 평가가 높은 점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건설에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7일 리포트에서 “글로벌 국가들이 그린수소 개발에 힘쓰는 가운데, 원자력 발전은 재생에너지 대비 그린수소 생산에 효율적”이라며 “대형 대비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안정성이 개선된다는 점 때문에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은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뿐 아니라 원전 관련주로 꼽히는 두산중공업도 이날 전일 대비 4.35%(700원)오른 1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5.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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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르네상스 시대 열리나] 중동·중국·동유럽 등지에 원전 건설 붐

건설

원자로 기술-원전 건설력 보유국 수주전 치열… 미국, 한국과 손잡고 시장 진출 제안 ‘번영을 위한 에너지(Energy for Prosperity)’. 지난 9월 9~12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24회 세계에너지총회(World Energy Congress)의 모토다. 세계에너지총회는 1924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돼 현재 세계 94개국이 참여하는 에너지 전문 국제민간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World Energy Council)가 3년마다 여는 행사다. 권위와 규모, 영향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는 에너지 관련 이벤트이자 플랫폼으로서 컨퍼런스와 전시회를 함께 연다.올해 행사는 전 세계에서 추진하는 미래 에너지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아울러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러시아의 로사톰과 중국의 CNNC 등 국영원자력 회사들이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치열한 홍보전을 벌였다. 미국이 빠지고 오랫동안 무주공산이 됐다가 최근 다시 살아나는 글로벌 원전시장을 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현장이었다. ━ 중국·러시아 등 기업 치열한 홍보전 원전의 원천기술국인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기존 원전 99기는 계속 가동했지만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했다. 최근 기존 원전에 추가 설립을 추진하던 2기도 건설을 중단했다. 프랑스의 국영 원자력회사 아레바는 핀란드에서 신규 원전을 건설하다 추진력을 잃고 중단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에서 건설 노하우 부족이 원인이다. 한국은 자체 개발 원자로인 APR-1400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인증까지 받은 것은 물론, 자체 건설력도 있다. 다만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과 비교해 최근 국내 시공 실적에서 밀린다.올해 세계에너지총회는 공식적으로는 미래 에너지 전략에 대한 논의가 주류를 이뤘다. 이번 행사로 3년 임기를 마감한 김영훈 세계에너지협의회장(대성그룹 회장)은 개막 연설에서 “서로 장단점이 있는 화석연료·원자력·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믹스’로 에너지 확보와 환경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와 강조했다. 값싸게 구할 순 있지만 환경오염원을 다량 배출하는 화석연료, 탄소 배출은 ‘제로’지만 폐기물 처리문제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 원전, 그리고 청정 에너지이지만 가격이 비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조화롭게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세계에너지총회 개최국인 UAE의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에너지·산업 장관은 개막 연설에서 “UAE는 ‘2050 에너지 전략’을 수립해 청정에너지를 발전용량 기준으로 50%까지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바라카에는 한국 원전을, 아부다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에너지 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 대비해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균형을 추구하는 핵심으로 원전과 태양에너지를 거론한 것이다.바라카 원전은 UAE 원자력공사(ENEC)가 한국의 한전·한국수력원자력·한전기술과 2009년 12월 4기에 200억 달러 규모로 계약해 건설에 들어간 원전이다. 이 원전에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을 장착하기로 했다. 지난해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UAE의 무함마드 빈자이드 알나흐얀 왕세제(군주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아흐얀은 와병중)와 함께 1호기를 준공했다. 바라카 원전은 UAE 최초일 뿐 아니라 아랍 지역의 첫 원전이다. 이 때문에 이 원전은 UAE의 자랑일 뿐 아니라 아랍 세계 전체의 자긍심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알 마즈루에이 UAE 에너지·산업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UAE는 미래 에너지 전략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고 있다”고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 UAE, 화석연료·원자력·신재생의 ‘에너지 믹스’ 이런 발언은 UAE가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 통계로 2018년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 310만6077배럴로 세계 8위, 수출량 하루 229만6473배럴로 세계 6위인 에너지 부국 UAE의 장관이 한 말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 나라의 경제 발전을 지탱해온 석유와 가스는 수출품으로 쓰고 자국의 에너지 소비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재생에너지가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추구하겠다는 이야기다.실제로 UAE의 국영기업인 에미리트 수도전기회사는 지난 7월 ‘누르 아부다비’라는 이름의 세계 최대 규모 개별 태양 에너지 발전을 시작했다. 320만개의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원자로 하나와 맞먹는 최대 1177MW(1.177GWe)의 발전용량을 가진 세계 최대의 솔라 파크다. 미국이 보유한 기존 세계 최대의 태양에너지 발전설비인 솔라스타는 최대 발전용량이 누르 아부다비의 절반 이하인 569MW(0.569GW)에 지나지 않는다. 이 솔라파크는 90만 인구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고 아부다비의 탄소배출을 100만t이나 줄인다고 UAE 정부는 주장한다. UAE는 이를 통해 자국 전기 공급망에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UAE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최대 발전용량 2000MW(2GW) 규모의 또 다른 프로젝트도 마련했다. 두 개의 태양에너지 발전소가 동시에 가동하면 UAE는 중동 유일의 원자력발전 국가에 이어 최대의 재생에너지 활용 국가가 된다. 중동은 물론 전 세계 에너지 전략의 벤치마킹 국가가 되는 것이다.누르 아부다비는 아부다비의 정부와 중국의 진코 솔라, 그리고 일본의 마루베니 상사의 컨소시엄이 만든 합작사가 사업을 맡았다. 아부다비는 UAE를 이루는 7개의 토후국 가운데 가장 크고 전체 석유 생산의 98%를 차지한다. 석유로 일어선 아부다비가 탈석유에 나서고 있는 점이 주목 대상이다. 진코 솔라는 직원수가 1만3500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태양전지 패널 제조 업체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가 있는데 2010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2018년 1만1400MW(11.4GW) 규모의 태양전지 모듈을 판매해 36억4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938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국과 UAE·미국·인도·독일·캐나다·브라질 등 세계 15개국에 지사를 두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도 이슬람 성지 메카에 2600MW(2.6GW) 규모의 태양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슬람 성지 메카는 매년 수많은 순례객이 모여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우디는 원전에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30년까지 1000억 달러(약 110조원) 이상을 들여 10~17기의 원전을 건설해 원자력 비중을 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 사우디도 원전에 태양에너지 발전소까지 추진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하루 평균 1504만30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한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830만 배럴을 수출한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이다. 세계 석유생산과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지역 국가들이 앞다퉈 석유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야심찬 계획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UAE의 아부다비는 ‘탄산가스 배출 제로’를 추구하는 마스다르 시티도 건설하고 있다. 9월 초 방문한 마스다르 시티 건설 현장은 낮 최고 기온 42도의 혹서에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마스다르 시티 모형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빈 공간에는 빼곡하게 태양에너지 패널로 채우고 있었다. 자율주행차의 시험 주행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4인승 무인 전기승용차를 직접 시승해봤더니 운전기사 없이도 정확하게 건물을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16인승 무인 전기승용차를 탑승해 거리를 주행했는데, 행인이 갑자가 차 앞에 나타나자 순간적으로 차가 멈춰 사고를 막았다. 안내를 담당한 미국인 스티브는 “상상 이상의 것을 실현해 인류의 미래 청정 에너지 도시를 만드는 야심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올해 세계에너지총회의 전시장은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의 원전 수주 대결장이었다. 중국은 CNNC 등이 대규모 부스를 설치하고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였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의 보안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중국은 세계적인 원자력 발전국가라는 점을 앞세운다. 실제 발전 실적과 건설 실적을 앞세운다. 전체 원자력 발전 용량과 실제 발전량에서 세계 3위다.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원전의 발전량은 294.4TWh(테라와트시=1000GWh)로 자국 전체 발전량의 4.2%를 맡았다. 2017년 247TWh에 비해 3.9% 증가한 수치다.중국의 원자력 분야는 독특하다. 핵무기 원료를 공급하는 군사용과 원자력 발전에 쓰는 민수용이 결합돼 있다. 1955년 중국 정부가 원자력 분야를 총괄하기 위해 베이징에 설립한 중국핵공업집단유한공사(China National Nuclear Corporation·CNNC)는 국무원 총리가 사장과 부사장을 임명하는 국유기업이지만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이 회사는 12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중국 원자력 산업의 중앙기업으로, 직원이 모두 10만 명이 넘는다.중국의 ‘제13차 전력발전 5개년 계획(2016~2020년)’에 따르면 중국의 전력 수요(발전량)는 2015년 5690TWh에서 2020년 6800~7200TWh로 3.6~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발전 설비용량을 2015년 1530GWe에서 2000GWe로 5.5% 늘릴 계획이다(발전설비 용량은 단위가 와트(We)이며 발전량은 여기에 시간을 곱한 Wh로 서로 다르다).눈여겨볼 점은 중국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석탄 발전보다 원자력 발전에 무게를 둔 계획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는 발전원별 전력 생산비중 계획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설비용량에서 2015년 현황과 2020년 계획을 비교하면 낙하식으로 발전하는 재래식 수력발전은 297GWe에서 340GWe로 2.8%, 낮에 펌프를 이용해 물을 상류로 올려뒀다가 밤에 낙하식으로 발전하는 양수식 수력발전은 23GWe에서 40GWe로 11.7%, 원자력은 27 GWe에서 58GWe로 16.5% 각각 증가하게 된다. 재생에너지인 풍력은 131GWe에서 210GWe로 9.9%, 태양에너지는 42GWe에서 110GWe로 21.2% 늘릴 계획이다. 화석에너지 중 심각한 환경오염원인 석탄 발전은 900GWe에서 1100GWe 이하로 4.1% 증가에 그칠 예정이다. 화석에너지 중 비교적 환경오염은 적지만 가격은 비싼 가스 발전은 66GWe에서 110GWe로 10.8% 늘어나게 된다. 대규모 토목 공사와 이에 따른 환경 파괴가 불가피한 재래식 수력발전과 환경오염이 심각한 석탄발전은 중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보다 적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원자력은 핵심이다. 미국 원자력 컨설팅 업체 UXC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전체 설비용량 32GWe인 36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설비용량 21GWe인 20개가 추가 건설 중이다. 2020년이 되면 설비용량 46GWe의 49개의 원전이, 2030년에는 설비용량 103GWe인 99개의 원전이 중국에서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중국은 이를 위해 원자로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중국은 전 세계 원자로의 전시장이라고 할 만큼 외국의 주요 원자로를 고루 들여와 기술을 확보하고 사용 경험을 축적했다. UXC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캐나다의 CANDU형 2기, 러시아의 VVER형 2기, 프랑스의 M310형 2기와 EPR형 2기,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4기를 가동하고 있다. 중국이 개발한 원자로도 다수 운용 중이다.중국은 이미 2007년 ‘원자력 발전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3세대 가압경수로(PWR) 원자로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외국 원전을 들여오면서 3세대 원자로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축적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프랑스 국영 아레바의 EPR 등 2가지 원자로를 바탕으로 3세대 원자로 국산화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CAP 계열의 CAP1000·CAP1400·CAP1700 등과 ACPR-1000 등 원자로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획득하고 발전시킨 기술을 집약해 HPR-1000을 내놓았다. 이렇게 자체 원자로를 개발한 만큼 중국은 더 이상 외국 원자로를 들여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국에서 개발한 HPR-1000과 미국산 AP-1000을 바탕으로 개발한 CAP 계열을 미래 원전의 원자로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러시아는 최근 원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초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원자력회의(WEC) 전시장에서 만난 러시아 국영 원자력 업체인 로사톰의 홍보 담당 마리아나 로셰바는 “로사톰은 현재 31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거나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4기를 짓고 있으며 해외 11 개국에서 27기의 원전을 건설을 진행하거나 협상 중으로 이는 글로벌 원전 건설 시장의 30%에 해당한다. 로사톰이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한 국가는 옛 소련권인 벨라루스·우즈베키스탄은 물론 옛 동유럽권인 헝가리와 북유럽의 핀란드, 중근동의 터키·이집트·이란, 아시아의 인도·방글라데시·중국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 러시아 로사톰은 ‘떠다니는 원전’도 소개 로사톰의 원전 수출 프로젝트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올해에만 838억 달러에 이른다. 로사톰의 원전 수출은 2011년 195억 달러였지만 2015년 700억 달러를 거쳐 올해 8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로사톰은 3세대 원자로인 VVER-1200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4년이면 원전을 건설해 40년 이상 운용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아울러 발전용량 500MW의 소형 원자로를 2개를 선박에 적재해 북극해 연안을 비롯한 오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떠다니는 원전’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아부다비의 세계에너지총회 전시장은 사우디와 UAE 등 중동 산유국의 원자력 열망과 중국과 러시아의 수주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미국이 한국에 함께 손잡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 진출하자고 제안한 이유가 선명하게 보이는 현장이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10.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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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지 말고 기술을 벌라

산업 일반

우진은 국내에서 원전 계측기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여서 원전산업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일면서 우진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2007년 25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0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유계현 우진 대표이사. 국내 유일의 원전 계측기 전문기업 우진에 올해는 남다른 해다. 창립 30주년이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해이기 때문이다. 우진은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우진은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원자력 발전에서 필수인 원전용 핵심 계측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원전 계측기는 원전 안의 핵분열 상태나 냉각재 온도·수위 등을 파악하는 장치다. 원전 계측기가 없다면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원전산업 성장의 최대 수혜자1980년 설립된 우진은 철강용 계측기를 시작으로 원전용 핵심 계측기로 사업 분야를 꾸준히 넓혀왔다. 특히 1990년대 들어 누구도 국산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원전 계측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해 세계에서 셋째로 원자로 내 핵분열 상태를 측정하는 ICI를 개발했다. 원전 운영의 핵심인 계측기 국산화에 선두주자로 나선 우진은 원자로 내 4개 계측기로 불리는 ICI, RSPT(제어봉의 위치 전송), HJTC(원자로 내 냉각재의 수위 측정), 그리고 Fast Response RTD(냉각재 온도 측정)를 개발해 국내 원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우진은 원전용 계측기를 중심으로 계측과 관련된 사업 다각화에도 힘을 기울였다. 철강용 플랜트, CMS(설비진단 시스템), 유량계, 신소재 등의 분야에 진출했다. 유계현(55) 대표는 “계측기 산업에서 안정성과 신뢰성을 얻어 창사 이래 흑자 경영과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며 “30년간 쌓은 독보적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우진은 국내에서 원전 계측기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여서 원전산업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일면서 우진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2007년 25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0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42%에 이르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5억원, 당기순이익은 106억원이었다.“우진은 원자력 계측기 부문에 꾸준히 투자해 원자로에 들어가는 모든 계측기를 국산화한다는 목표입니다. 특히 30년간 쌓아온 전문 인력과 경쟁력, 그리고 기술 노하우는 아무나 따라오기 어렵죠.”원자로 내 모든 계측기 국산화 목표이 회사가 처음부터 원전 계측업에 뛰어든 건 아니다. 원래 철강용 계측기 분야가 전공이었다. 지금도 포스코와 관련된 매출이 전체의 29%에 이를 정도다. 특히 이 회사가 1995년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원전 계측업에 출사표를 던질 수 있었던 것도 철강용 계측기에 대한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누구도 국산화 엄두를 내지 못할 때 중소기업이 도전한다고 하니 모두 비웃었죠. 그러나 결국 프랑스, 미국과 더불어 우리가 세계 3대 원전 계측기 생산국이 됐습니다.”남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웃었지만 유계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돈을 벌지 말고 기술을 벌라’는 남다른 기업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측기 역사의 산 증인인 창업자 이성범 회장의 기업 정신이자 경영철학이다.이 회사의 기술 제일주의는 인력 구조에서도 잘 볼 수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유 대표를 비롯해 주요 임원 대부분이 공대 출신이다. 특히 인력의 20% 이상이 R&D(연구개발)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것도 기술력 강화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서 마련한 돈으로 인재를 확보하고 첨단설비를 도입해 기술 개발에 더욱 정진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원자로 내 모든 기자재를 국산화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원전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입니다.”원전은 ㎾당 제조원가가 현저히 낮아 경제적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어 다시금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EU(유럽연합)를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까지 거의 모든 나라가 원전을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원전이 400기 이상 건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세계 원전시장의 20%를 차지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이미 기술과 품질을 인정 받은 우진은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더욱 각광 받을 전망이다.유계현 대표는 그런 측면에서 기술 개발과 더불어 마케팅에도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우진은 고객의 요구에 따른 특별한 맞춤형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마케팅이 어느 기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감성경영도 미래 성장을 뒷받침할 한 요소다. 경기도 화성의 우진 사옥에 있는 연못과 조경은 마치 외국 휴양지를 떠올리게 한다. 우진의 사옥은 아름다운 공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자율경영도 빼놓을 수 없다. 우진은 설립 당시부터 출퇴근을 체크하는 타임카드를 두지 않았다. 1995년에는 팀제를 도입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 1999년부터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우진은 원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로 및 NSSS(증기발생기) 내 계측기의 70~80%까지 국산화에 성공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원자로 내 모든 계측기의 국산화를 완료할 목표다. 이 목표를 이루면 우진은 원전 계측기 분야에서는 글로벌 리더로 한 단계 도약할 전망이다. 우진은 국산화와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2016년까지 매출 1500억원을 올릴 계획이다.

2010.08.09 14:16

4분 소요
설땅 잃는 한국 원전

산업 일반

몇 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국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 정례 보고서 초안을 받아든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눈을 의심했다. 한국이 만든 신형 경수로 ‘APR1400’ 원전이 일본 제품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APR1400은 한수원이 한국 표준형 원전 ‘OPR1000’을 토대로 1992년부터 10년간 230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신형 노형이다. 원천 기술은 미국에 있으나 개발 주체는 엄연히 한국이다. 우리가 수출에 주력하는 노형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OECD에 연락을 취해 한국 제품으로 바로잡았다. 정례 보고서 초안은 OECD 내 원전 전문가가 작성한다. 일반인도 아닌 원전 전문가가 한국 제품을 일본산으로 오인했다는 말이다. 결국 국제사회에 ‘APR 1400=한국 원자로’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홍보가 덜 된 탓이다. 서 교수는 10년간 공들여 만든 신형 원전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홍보를 못했나 싶어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고 돌이켰다. 한국 원자력산업은 “홍보에서 수출까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자세로 일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단계”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은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완공 이후 총 20기의 원전을 건설하면서 인력과 기술을 키워왔다. 따라서 한국 원전의 평균 이용률이나 원전 운영 경험은 세계적 수준이다. 80년대 이후 원전 건설이 없었던 유럽·미국과 달리 한국은 90년대 들어서만 11기를 건설하고 가동해 본 경험이 있다고 유승봉 한수원 해외사업처장은 밝혔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전 부품과 인력 수출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에 더 지을 원전은 많아야 7~8기뿐이다. 따라서 지금의 산업 규모와 기술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반드시 원전 수출이 활발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한국 원전의 중국 진출에 최근 몇 년간 지나칠 정도로 집착해 왔다(관계기사 22쪽 참조). 하지만 한국은 플랜트 수출의 전제조건인 원천기술이 없고,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장악으로 부품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 원전산업의 가장 큰 위협은 세계 원전업계의 재편이다. 한국의 몇몇 원전 전문가는 지난 2월 일본 도시바의 미국 웨스팅하우스 소식을 접하곤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 가압경수로 공급업체인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월 일본의 도시바에 54억 달러에 매각됐다. 도시바는 2015년까지 원전산업을 지금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균렬 교수는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우리가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큰 지각변동”에 비유했다. 비등수형원자로(BWR)만을 판매해온 도시바가 가압수형 경수로(PWR)를 가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다면 원자력업계의 천하통일에 버금간다는 사건이라는 뜻에서다. 따라서 원전 전문가들은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한국 원전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부품 수출과 원천기술 확보 양쪽에서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웨스팅하우스를 대신해 한국에 핵심 원전 기술을 공급하게 될 도시바가 기술 사용료를 올려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생산하지 못하는 원자로 냉각제 펌프 가격이 벌써 들썩인다고 서 교수는 전했다. 자체 부품 생산 기지를 두지 않은 웨스팅하우스는 새 원전을 수주하면 두산 등 국내 기업들에 하청을 줘왔다. 원전 2기를 지으면 어림잡아 2억 달러 이상의 부품과 기자재를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하는데 이 중 상당액이 국내 기업을 통해 공급됐다. 도시바가 끼어들면서 사정은 변했다. 비록 노형은 다르지만 도시바는 부품 생산 경험과 시설을 갖추었다. 궁극적으로 부품과 기자재를 자체 공급하려 들 게 분명하다. 국내 기업들에 떨어지는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도시바는 아시아지역 원전 수출에 상당한 야심이 있다.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투자한 자본을 2015~2020년까지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플랜트 수출 시장뿐 아니라 한국이 상대적으로 강한 부품·기자재, 인력까지도 도시바가 잠식하리라고 프랑스 원자력에너지 그룹 아레바 코리아의 이진우 부사장은 내다봤다. 도시바 때문에 원전 플랜트 수출(원자력 발전소를 통째로 건설해 납품하는 경우) 가능성은 지금보다 더 희박해졌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30년간 한국과 거래해 온 웨스팅하우스는 기존의 신뢰관계에 기초해 몇몇 기술을 한국에 양보할 여지가 있었다. 새 주인이 된 도시바는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챙기려 들지 모른다는 분석이다. 아레바 코리아 이진우 부사장은 “도시바 뒤에 있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원전 플랜트 시장 참여를 허용할 리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업계의 시각을 전했다. 특히 요즘의 한·일 관계나 일본 정부의 일방적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아시아권 원전 플랜트 시장 석권을 노리는 일본이 원천기술로 한국의 발목을 잡는다는 시나리오다. 한국수력원자력 이희용 사업전략팀장도 “중국, 베트남, 동남아 등 곳곳에서 한국과 일본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느긋한 쪽은 정부다. 이인호 산자부 원자력산업팀장은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다소 우려를 낳지만 여건이 크게 바뀌진 않는다고 했다. 이 팀장은 “원전 수주는 기존 방식대로 하면 되고, 단지 기자재·부품을 공급하는 두산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이 수출에 차질을 빚는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생각하듯이 파장은 간단치 않다. 서균렬 교수는 “문이 열리면 수출이 문제가 아니고 역수입이 우려된다”고 했다. 도시바가 저가의 물량공세를 펼칠 경우 한수원 등 원전업체들이 국내산을 두고 외국산 부품과 기자재를 구입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원자력발전소 기자재 공급과 시공 분야는 1997년부터 개방됐다. 설계 엔지니어링과 원전 연료 부분은 머지않아 개방이 불가피하리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개방경제 하에서 시장의 논리는 예외없이 적용되는 법이다. 물론 정부나 한수원이 정책적으로 국내 산업 보호에 나서겠지만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한국 원전산업의 대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타개책은 제한적이다. 우선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확보하는 방안이 하나다. 그러자면 지금까지 원자력 연구개발에 투자해온 비용과는 비교하기 힘든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쏟아부을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기술 선진국들이 한국의 독자개발을 순순히 도와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기술 지원 중단 시사 등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다른 기술 지원 통로의 개척도 한 방법이지만 한·미 간 특수관계를 고려하면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위험부담을 피하고 싶고, 엄청난 기술 투자가 버겁다면? 플랜트 수출을 포기하고,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과 앞으로 지을 원전을 관리할 기술 정도만 보유하면 된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막대한 돈을 들여 육성해온 설계, 건설, 운영, 검사 기술과 인력은 오갈 데 없어진다. 2004년 말 원자력산업 종사자는 2만1200명에 이른다. 만약 국내 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플랜트 수출의 길이 열리지 않으면 이들 인력이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사람을 잃으면 기술도 잃는다. 기술을 버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제주대 정범진 교수는 말했다. 한수원 해외사업처 윤용우 부장도 “원천기술의 독자 개발이 정부와 업계의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플랜트 수출로 한국 원자력 산업의 규모를 계속 키워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의 원전 수출은 지금까지 민간이 아니라 정부 재투자기관이 주도해 왔다는 문제가 있다. 그만큼 수출의 추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원자력산업계는 한국전력 그룹을 중심으로 특화된 원전사업체들의 집합으로 연결돼 있다.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력이 100% 출자해 만든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재투자기관으로서 국내 원전시장을 독점해 왔다. 그 주변에서 엔지니어링을 맡은 한전기술㈜ , 주요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 유지보수를 맡은 한전기공㈜ 등이 분야별로 지원하는 체계다.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동아건설, 대림산업 등이 원전 건설에 참여한다. 현재 한국 원전의 해외 홍보와 원전 플랜트 수출의 마케팅은 한수원이 도맡아 한다. “어설프게 엮인 데다 일부 업무는 상충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서울대 서균렬 교수는 지적했다. 경희대 황주호 교수팀이 ‘원자력 산업기술 개발사업 중·장기 추진방향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던 2003년 당시로 돌아가 보자. 황 교수팀은 당시 산업자원부, 학계, 업계의 원전 전문가 26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원전 핵심 관계자들은 직접 만나 인터뷰도 했다. 한전 계열사 관계자들을 접해본 황 교수팀은 “현재 차지하는 역할과 위치에 만족하고 배고프지 않은 듯했다. 수출 열의도 그리 뚜렷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피력했다. 공기업이다 보니 실적 부담이 많지 않아 악착같이 덤비는 맛이 덜했다는 지적이다. 두산중공업의 실무자들이 황 교수팀과의 면담 과정에서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한전 같은 정부 투자기관의 그런 모습은 일견 당연하다. 지배계층의 시각이다. 두산의 경우 당장 실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먼 산 바라보듯 뒷전에서 여유를 부릴 순 없다. 배고픈 이리떼와 배부른 이리떼가 들판을 거니는 차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원전 수출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한전과 한수원을 바라보는 민간 기업의 시각이 차갑다 못해 냉소적이다. 학계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 교수는 “한수원 입장에서는 수출이 되면 좋고 안 되어도 그만이다. 발전소만 돌리면 이익이 남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수원 중심의 원전 수출은 구조적으로 탄력을 받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어떤 방향으로 구조를 변경해야 하는지 업계는 이미 잘 안다. 원전 관련 장비 개발업체 한빛파워서비스의 전재풍 회장은 “한국도 원전을 플랜트 단위로 수출하려면 더 늦기 전에 수출전략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전 회장은 원전 수출에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도입하자고 했다. 그래서 원전 건설 경험이 있는 두산중공업 등 국내 민간 건설업체와 원자력 증기 계통 설계능력을 갖춘 한국전력기술이 결합해 수출을 주도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나 프랑스의 아레바 등 해외 대표적인 원전 수출 업체들은 하나같이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다. 이들은 한수원처럼 직접 원전을 운영해 전력을 생산해 파는 일이 주요 업무가 아니다. 원전 설계와 주요 부품 제조를 전문으로 하면서 플랜트 해외 수출에 주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 같으면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중공업이 합하면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양사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수출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난 3월 15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원자력계 조찬 간담회에서 김대중 두산중공업 부회장도 지금의 체제로는 경쟁력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자력 기술 도입 초기에는 지금처럼 사업기능을 여러 기관에서 분담토록 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체계로 간다면 외국 기업에 견주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김 부회장은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당장 원전산업 체제의 방향을 제시할 수 없지만 어떤 방향이든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체제, 의사결정이 일사불란한 체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체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은 “인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원자력 기술 자립단계에서는 기관별로 업무를 분장했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선도적 역할(leading role)을 하는 구심점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산업자원위 소속 최철국(열린우리당) 의원도 “한전이 자회사로 분리된 이래 한전원자력연료, 한전전력기술과의 연계마저 약화됐다. 세계시장 진출도 설계회사, 운영회사, 연료회사, 시공회사가 각개약진하는 실정”이라며 변화를 다그쳤다. 학계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는 “기술이 부족하면 민간 기업의 투지로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의 해외시장 마케팅은 이미 한계에 왔다는 의미다. 제주대 정범진 교수는 “지금까지 배부르고 편안한 수출을 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나 도시바는 민간 기업인데 반해 프랑스의 아레바는 국영기업이다. 결국 지배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성원들의 자세가 승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 반응은 시큰둥하다. 산자부 이인호 원자력산업 팀장은 “지금 같은 한수원 주도 수출 시스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간 비즈니스 마인드가 도입되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를 댔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도 무시하기 힘들다고 했다. 따라서 산자부는 “원전 수출 구조 개편에 관해 당장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런저런 부작용 때문에 못하겠다는 얘기다. 수출 시스템 변화가 힘든 이유를 정범진 교수는 “주도권 다툼의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표방하며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중공업은 자세를 낮춰야 한다. 한국전력기술은 한수원과 같이 한전의 자회사고, 두산중공업은 협력업체 격이기 때문이다. 따로 자기 몫을 챙겨오던 기관들이 통합하게 되면 불협화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국내 관련기관 간의 공조체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원전업계에서는 오래된 얘기다.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한국이 우위를 가진 분야마저 해외 업체들에 내줄지도 모른다. 서균렬 교수는 “사람이나 기계를 떼어다가 한 울타리에 가둘 순 없겠지만 지금처럼 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원전 건설, 운전 분야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미국·일본이나 유럽 업체들이 원전 건설과 운전 노하우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결국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가진 구심점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는 최고권력자가 작심하고 밀어붙이지 않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서 교수는 덧붙였다. 정부의 무관심과 업계의 먹이사슬 구조가 수출구조 혁신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누가 수출을 주도하느냐는 문제 못지않게 그렇다면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플랜트 수출을 하려면 기술이전을 해줄 만한 원천 기술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어느 수준일까? 원자력 발전의 출력면에서는 세계 6위의 강국이다. 2005년도 한국 원전의 평균 이용률(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은 95.5%로 세계 평균 79.3%를 훨씬 앞지른다. 2000년 이후 6년 연속 90% 이상의 이용률을 기록했다(2004년 원전 이용률은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원전 가동률(365일 대비 실제 가동시간)도 1990년 이래 평균 80% 이상이다. 하지만 원자력계 내부의 평가는 냉담하다. 한수원 안전기술처와 서울대 기초전력연구원은 얼마 전 ‘원전 기술 고도화사업 종료 이후 원전 기술의 선진화 및 후속사업 기획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원전 기자재, 원전 설계, 기계 설계, 원전 시공·건설, 원전 운영, 유지 보수, 인허가, 산업기술 기준 등 8개 요소로 분류했다. 8개 요소 모두 선진국 기술 수준(90~100%의 기술 획득)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정부가 자랑하는 원전 운영과 시공·건설도 85%에 그쳐 선진국 수준과는 격차가 여전하다. 나머지 6개 요소는 아예 중진국 기술 수준이다. 독자적 원전 기술을 확보하려고 99년부터 2006년까지 3100여억원을 투자한 ‘원전기술 고도화 사업’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 기술 확보와 기술 고도화 실적이 미흡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기술 수출을 활성화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가 2003년 작성한 ‘원자력산업 기술 개발사업 중·장기 추진방향에 관한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조사에 응한 원전 전문가 260여 명 중 45%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당장 플랜트 수출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반면 48%는 최소 3년에서 최장 5년 정도의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마저 기존 원전의 복제 건설이라는 제한된 가정 위에 이뤄진 조사다. 원전을 독자적으로 수출하는 데 필요한 원천기술의 개발은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더 걸린다고 학계와 관련업계는 추산한다. 현재까지 확보된 원자력 기술은 대부분 국내 실시권(사용권)만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 기술 수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기술진은 말한다. 정범진 제주대 교수는 “원전 기술 개발은 천재가 필요한 분야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기술력은 투자된 돈과 시간에 비례한다는 말이다. 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92년 과기부에서 원자력 기술 개발 중장기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까지 고작 수천억원이 투자됐다. 원전은 거대 과학이다. 그에 걸맞은 투자 없이 독립은 없다. 한국의 원자력 산업 기반도 옹색하기 그지없다.” 인력만 해도 그렇다. 원자력 공학과 6개 학과, 전공 교수 50여 명이며, 원자력·방사선 전공자는 1500여 명에 불과하다. 원전 기술 독립에 성공한 프랑스의 예를 보자. 원천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들여왔지만 3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독자 노선을 걷는다. 프랑스는 1950년대 후반 원천기술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사왔다. 이후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연구개발을 추진, 독자적인 설계·운영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그들만의 설계 코드와 설계 언어를 개발하고 반복되는 실험으로 성능을 검증했다. 81년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의 기술 협정을 폐지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미국으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일절 받지 않았다. 이런 게 기술 독립이다. 물론 한국과 프랑스는 출발 당시 기술 수준이 다를 뿐더러 원전 개발에 투자하는 예산 규모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진우 아레바 코리아 부사장은 “기술개발비가 적어도 10배 이상은 차이가 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70년대 미국에서 기술을 수입한 이래 지금도 기술 종속국이다. 10년 단위로 미국 측과 기술사용협정서를 맺어 원천 기술을 제공받아 왔다. 내년 6월이면 또 10년 단위의 기술사용협정 계약을 갱신한다(재계약이 성사될 전망이지만 확정적이지는 않다. 한수원의 실무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이전을 계속 받을지, 아니면 프랑스의 EPR노형으로 제휴선을 바꿀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재계약 쪽이 경제적이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기술 독립은 요원하다. 서균렬 교수는 지금이라도 확고한 국가전략으로 세워 왕창 몰아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국 원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한국 기술 독립에 대해 회의적이다. 어떤 기술을 개발하다가도 문제가 터지면 외국에 지원을 요청하기 일쑤다. 핵심 기술을 왜 외국에서 들여다 쓰는가. 일단 개발하는 것보다 값이 싸고 당장 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플랜트 수출을 못한다. 지금이라도 누군가가 악연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기술 독립에는 위험부담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확고한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밀고 나가야 한다. 정부가 확실하게 밀어주면 된다.” 그는 또 “인력이 지금의 10배는 돼야 승산이 있다”고 했다. 투자 규모도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늘리겠다는 각오도 필요하다고 한다. 원전 1기를 수출하면 2조원이 굴러들어온다. 그런 원전을 독자 개발하자면 상상 이상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정범진 교수도 공감했다. 정부는 원전 건설과 운영 분야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원전기술고도화사업(1999~2006)을 시행 중이다. 총 179개 과제에 3128억원을 투자한다. 이 사업이 종료되는 대로 원전기술선진화사업(2007~2015·예산 6339억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랑스처럼 기술적으로 완전 독립하자면 원전 설계 코드 등 핵심 기술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투자돼야 한다고 서균렬 교수는 말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정부의 원전 선진화 사업으로는 불충분하며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대 정 교수도 “일단 우리 실력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고 부문별로 부족한 기술을 알아내야 한다. 자체적으로 확보할 기술과 돈 주고 사와야 하는 기술을 가려내자. 그러지 않을 바엔 원전 플랜트 수출이라는 말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바로 플랜트 수출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원자핵 공학과)는 플랜트 수출이 원천기술만 확보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56년 체결돼 올해로 50주년이 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의하면 우리는 핵물질, 장비를 변형 또는 이동하는 경우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원자력 기술 이전에는 웨스팅하우스로부터의 동의와는 별개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따른 미국 정부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도 “민간 차원의 동의와 정부 차원의 동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나 기업과의 신뢰구축이나 사전정지 작업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 한·미 간의 미묘한 기류도 원전 분야의 협조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은철 교수는 정부가 중국 플랜트 수출에만 집착해 정상회담 때마다 이를 중국에 거론해온 일을 빗대어 “정부의 행정력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원전을 통째로 팔 능력을 갖춘 나라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정도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가 보기에 한국의 원전산업은 능력보다 의욕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과욕을 부리게 된다. 수출도 좋지만 지금처럼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외국에 원전을 팔아서 뭐가 남느냐고 묻는다. 이 교수는 “공기업이 그런 욕심을 버리면 인력과 부품 수출에 더욱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정범진 교수도 플랜트 수출보다 인력, 부품 수출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80년대 이후 원전을 건설하지 않은 미국에서는 원전기술 인력이 태부족이다. 캐나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인력이 풍부한 한국에 눈독을 들인다. 정범진 교수는 눈 뜬 채 인력을 빼앗기지 말고 체계적인 인력 수출과 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주도하든, 민간이 주도하든 외국 현지에 법인을 만들어 인력 송출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부품 수출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 인력의 우수성이 인정받고, 국내 원천기술이 확보되면 그때 가서 플랜트 수출도 해보자. 그런데 산자부는 인력관리에 관한 어떤 플랜도 없는 듯하다.” 원천기술 개발에 매달리자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한국에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웨스팅하우스(도시바)가 내세우는 주력 노형은 ‘AP 1000’이다. 한국이 보유한 ‘OPR1000’이나 ‘APR1400’과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결국 한국이 보유한 ‘OPR 1000 ’이나 ‘APR1400’ 기술은 한국이 알아서 발전시켜야 한다. 미래 원전 시장은 웨스팅하우스의 ‘AP 1000’과 아레바의 ‘EPR’이 양분할 공산이 크다. 어렵게 원천기술을 확보한들 주력 기종이 아닌 ‘OPR 1000’이나 ‘APR1400’이 시장성을 갖겠느냐는 분석 때문이다. 한국 원전산업은 기로에 섰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 헛발질에만 열중이다. 업계와 학계는 발만 동동 구른다.

2006.08.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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