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장기' 검색결과
4 건
![사람에게 ‘돼지 심장’ 이식 가능할까 [이코노 인터뷰]](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4/05/30/ecn20240530000050.353x220.0.jpg)
질병이나 사고로 장기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장기 이식’은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수는 매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장기 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는 5만명을 넘겼다. 10년 전인 2013년까지만 해도 2만6036명이던 장기 이식 대기 환자의 수가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여러 장기 중에서도 신장은 대기 환자가 많은 장기다. 2022년을 기준으로 장기 이식 대기 환자 4만9993명 중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3만2227명이다.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신장 이식 대기 환자는 2017년 2만명을 돌파했고, 2022년 3만명을 넘겼다. 신장 외 간장과 췌장, 심장, 폐 등을 이식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의 수도 상당하다.대기 환자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환자가 이식할 장기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유병 인구는 늘고 있지만, 장기 기증자는 줄고 있다. 장기 기증 희망 건수는 2022년 기준 12만4536건으로 전년 대비 23.5%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20만건을 넘기지 못했다. 장기 기능을 희망했지만, 이를 취소하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 환자에게 이식되는 장기의 수는 부족하다는 뜻이다.김현일 옵티팜 대표가 ‘이종장기’ 이식에 주목한 이유다. 5월 23일 충북 청주 흥덕구에 있는 옵티팜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다보니 200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의 많은 기업이 이종장기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최근에는 미국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이종장기를 이식한 수술도 진행됐다”고 했다.이종장기는 다른 종(種)의 장기와 기관, 조직, 세포 등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일이다. 동물의 장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사람의 장기보다 공급이 쉽다. 동물 중에서는 돼지가 주로 사용된다.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해서다. 침팬지와 원숭이 등 영장류와 비교했을 때 장기 이식의 위험도 낮다.
실제로 이종장기를 이식한 환자 사례도 있다.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과 듀크대 의대 연구팀은 사람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각각 진행했다. 말기 심장병을 앓는 환자들이 대상이었다. 거부 반응(면역 반응)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모두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종(種)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이종장기 기업은 이식 환자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형질전환’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형질전환은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이식된 장기의 거부 반응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종장기 시장은 미국의 리비비코(Revivicor)와 이제네시스(eGenesis)가 선두에 있다. 옵티팜은 이들 기업의 형질전환 돼지와 유사하거나, 더 우수한 돼지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옵티팜은 거부 반응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4개 유전자를 탐색하고 있다. 대식세포의 반응을 줄이는 유전자가 후보다. 옵티팜은 내년 중 검증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선두 기업의 형질전환 돼지는 10개 유전자가 조작돼 있다. 옵티팜은 올해 3월 이미 같은 수의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의 모돈(母豚)을 확보했다. 새로운 유전자를 더하면 선두 기업보다 1~2개의 유전자를 더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할 수 있다.옵티팜은 앞서 유전자를 조작한 형질전환 돼지도 개발했다. 이 돼지로 심장과 간·신장·피부·각막 등을 이종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빠르게 성과가 기대되는 장기와 기관은 췌도와 피부다. 옵티팜은 지난해 돼지의 췌도를 영장류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르면 내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상 환자를 위한 의료기기로 개발 중인 돼지 피부도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다.문제는 신장 등 질환이 많은 장기는 이식 대기 환자가 유독 많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2027년까지 형질전환 돼지의 고형장기(신장·심장 등)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목표”라며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생존율이 길어지는 추세라, 이종장기의 성과를 더 빠르게 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우선 돼지 신장을 이식한 영장류 실험에서 1년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며 “현재 최고 기록은 221일이라, 생존 기간이 더 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옵티팜은 돼지 각막을 영장류에게 이식한 실험에서 최근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김 대표는 “형질전환 돼지의 각막을 영장류에 이식했는데, 200일 이상 각막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심장 연구도 순항 중이다.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이식한 영장류가 100일 이상 생존하면서다. 심장은 기능을 멈추면 환자가 사망하기 때문에, 이종 이식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다른 영장류 실험에서는 심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900일 이상 생존한 기록이 있다.이종장기 기업이 갈 길은 멀다. 기업이 사람에게 이종장기를 이식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을 제외하면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한 국가는 아직 없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 자체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이종장기에서 특정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김 대표는 “이종장기 연구가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 해외 연구를 보고 국내에도 장기 공급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옵티팜을 매출과 연구 부문으로 나눠 경영하고 있다. 이종장기 연구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이종장기 연구는 결승선이 어디인지 모르는 경주”라며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재무구조를 잘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했다. 옵티팜의 지난해 매출은 174억원이다. 2020년 130억원, 2021년 143억원, 2022년 160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다.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내년에는 흑자를 기대 중이다. 세균 사멸 기능이 있는 박테리오파지의 해외 매출이 기대돼서다. 동물진단과 동물용 의약품 등 공급 제품도 확대할 계획이다.
2024.06.01 09:01
4분 소요
“지수는 2500까지 밀릴 수 있겠지만, 좋은 주식은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24년 차 투자 경력의 슈퍼개미 배진한 진한TV 대표는 최근 불안한 주식시장에 대한 대응 전략을 이렇게 밝혔다. 최근 〈투자를 잘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펴낸 그는 ‘5원칙에 따른 투자’, ‘텐배거 종목 찾기’ 등을 통해 장기적 유망 종목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다. 젊은 시절엔 그도 ‘흙수저’였다. 매월 50만원씩 모은 500만원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든 것이 1998년. 예상은 적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매수한 LG정보통신은 6개월 만에 10배 가까이 상승했고, 1999년 말에 1만원에 매수한 KTF 비상장주식은 상장 후 주당 30만원까지 올라갔다. “남들이 활황일 때 주식을 매수해서 폭락할 때 매도하는 투자로 손해를 입는 것을 보면서 ‘반대로 하면 돈을 벌겠군’ 생각했죠.” 본격적으로 전업투자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후엔 그도 실패를 빗겨나지 못했다. 섣불리 상한가 따라잡기, 스톡론(stock loan) 등에 손을 댔다 처참한 손실을 경험했다. “스톡론 할 때는 모니터 뒤에 CCTV가 달려 있나 싶었어요. 결제일이 다가오면 귀신같이 주가가 밀렸습니다. ‘상한가 따라잡기’도 제가 잡은 종목은 빠지더라고요. 세력들이 수익을 보고 판 종목이었던 거죠.” 결국 직접 발로 뛰며 스스로 공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원칙’이 가장 중요한 성공 법칙…금융, 철강, 건설 등 유망 뒤늦게 공부를 통해 그는 ‘원칙’을 세웠다. 이른바 ‘대‧재‧수‧심‧차’라는 5가지 투자 원칙이다. 대주주, 재료, 숫자, 심리, 차트까지 다섯 단어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기업의 성공은 최대주주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대주주의 사업 의도와 최대 지분율을 살펴보고, 시장에서 주목받을 재료(인수합병, 최대실적, 턴어라운드 등)와 성장성 등을 빠짐없이 체크한다. 이 ‘5가지 원칙’을 지켰던 경우에 투자에 성공하고,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5가지 원칙의 관점에서 주목하는 유망 섹터‧종목은 금융, 건설, 철강 등이다. “건설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 등의 악재가 있었지만 정부의 대규모 건설 공약으로 기대감이 큽니다. 하반기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철강 수요도 증가할 것이고요. 금리 상승기, 시장이 어려움에도 상승하는 금융주, 증권주도 주목할 만합니다.” 자율주행도 관심 분야다. “전기차 시대에 이어 자율주행 시대가 오잖아요. 자율주행에 쓰임이 많은 카메라 렌즈 관련 기업도 성장성이 기대됩니다.” 텐배거(10배 이상 오를 종목)으로는 메타버스와 로봇 분야를 주목했다. 메타버스‧로봇 분야의 주가가 최근 많이 올랐지만 성장성이 있는 분야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 그는 “네이버의 제페토처럼 실제 사업을 하는 곳의 주가는 오히려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4차 혁명 분야와 더불어 헬스케어 분야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 그는 이종장기, 줄기세포 관련 기업과 도심항공모빌리티( UAM) 관련 신기술 기업도 선점해나가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 삼전‧카카오 등 매수 기회…공모주 '따상' 쫓아가면 고점 물려 “단타로 성공하는 사람은 프로게이머와 같다.” 그는 개미들의 섣부른 단기 투자는 경계한다. 단기 투자로 성공하려면 최소 3년 이상의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며, 체계적인 훈련이 없어도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 투자의 관점을 추천한다. 그런 면에서는 조정을 겪고 있는 설 연휴 전후도 저가매수의 기회로 바라본다. “시총 1‧2위인 ‘국민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동반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하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실적의 증가가 기대되고, SK하이닉스는 이르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았다. “쏟아진 악재에도 더 이상 주가가 크게 밀리지 않는다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 가치가 크게 훼손된 경우는 주가가 폭락했어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대상이다. “최근 폭락한 HDC현대산업개발은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라고 너무 많이 빠지면 한번 튀어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추세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단기 악재가 아니라 기업가치가 훼손된 곳은 반등구간에 털어내는 전략이 낫다는 조언이다. 지난 27일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IPO(기업공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공모 청약에는 114조1066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고, 상장 첫날 단숨에 시총 2위로 뛰어올랐다. 다만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99% 높은 59만7000원에 형성했지만, 매도가 거세지면서 상장 이틀째 급락세다. 이러한 공모주 열풍에 대해서는 "현재 상장을 준비하는 SSG닷컴, CJ올리브영, 마켓컬리 가운데 실제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도 있다"며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상장 후 '따상'을 쫓아서 뒤늦게 매수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2022.02.02 12:35
3분 소요![[Technology] ‘DNA 재단사’ 유전자 가위 - 잘못된 유전자 자르고 붙여 난치병 치료](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5/ecn16160656.353x220.0.jpg)
지난해 12월 29일,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는 서울대 화학부 김진수 교수팀이 개발한 ‘유전자 가위’를 ‘올해의 기술(Method of the Year 2011)’로 선정했다. 네이처 메소드는 생명과학과 화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학술지다.‘네이처’의 자매지인 이 학술지는 매년 전 세계에서 개발한 실험기술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한 가지를 뽑아 소개하는데, 국내 연구자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한 연구기술이 ‘올해의 기술’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올해의 기술에 선정되었다는 건 이 분야에서 10년 안에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김진수 교수의 설명이다. ‘유전자 가위’는 어떤 기술이기에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일까.인체의 차이는 유전자 차이인간의 체형이나 외모, 질병 등의 차이는 유전자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가령 어떤 사람은 살이 쪄서 고민이고 어떤 사람은 바짝 말라서 고민이다. 또 어떤 사람은 쌍꺼풀이 너무 커서 고민이고 어떤 사람은 없어서 고민이다.인간의 DNA는 23쌍의 염색체로 이뤄졌다. 이를 연결하면 폭 1000억 분의 5㎝, 길이 152㎝가 된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의 유전체는 이 안에 30억 쌍의 염기서열로 구성돼 있다. 사람들의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공통적으로 같다. 하지만 각각의 사람의 모습과 행동이 다르듯, 유전자를 들여다 보면 다른 부분이 많다. 인종마다 다르고 세계인구의 개개인마다 다르다.그런데 간혹 이 염기서열에 미세한 구조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가령 수백만 개의 염기쌍이 삽입되거나 일부 결여되거나 중복되어 나타나곤 한다. 이를테면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 등 4가지 염기로 이뤄진 DNA 염기서열 가운데 AGCT가 정상이라면 AGCC(중복), AGC(결여), TCGA(뒤집어짐) 같은 염기서열 변이가 일어난다. 문제는 이런 구조변이가 생겨 유전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면 암이나 혈우병과 같은 유전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바로 잡아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막는 연구가 국내외 생명과학자들의 최대 관심거리다.유전자 가위(Zinc Finger Nuclease)란 특정 염기서열만을 인식해 절단하도록 만들어진 인공 제한효소다. 세포 안에 있는 유전자의 특정 위치를 선별해 원하는 부위만 잘라내고 붙이는 ‘DNA 재단사’ 역할이다. 최근 생명과학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신기술로, 인간세포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세포에서 문제가 발생한 특정 유전자 일부를 잘라 중간 부분을 뒤집거나 없애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사용한다. 다시 말해 고장난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절단한 후 건강한 사람의 원래 위치로 교정하는 것이다.잘못된 DNA 부위를 유전자 가위로 자르고 그 부위에 정상 염기서열을 삽입하면, 마치 외과의사가 환자의 환부를 잘라내고 치료하는 것처럼 유전자 수술이 가능하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유전자 변이로 인한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유전자 가위는 자연에 존재하는 제한효소와 달리 더 정교하게 원하는 부위만 절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한효소도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식별하여 절단하는 효소로, 생물 세포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나 외래 유전자 DNA를 절단하여 제거하는 미생물의 자기방어 기구이다. 이러한 미생물에서 분리한 천연 제한효소는 유전공학에서 재조합 DNA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데, 보통 염기 6쌍을 인식해 분리(절단)한다. 반면 실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인간배양세포에 도입한 실험에서는 14만 염기쌍에 달하는 염기서열을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한효소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것이 인공 유전자 가위인 셈이다.보통 제한효소는 시험관 수준에서 DNA를 자르고 붙이는데 쓰이는 반면 유전자 가위는 생체 수준에서 DNA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이다. 김진수 교수팀은 유전자 가위를 짧은 시간에 대량 합성하는 기술과 유전자 가위로 돌연변이가 일어난 세포와 정상 세포를 쉽게 선별하는 방법을 개발해 2011년 1월과 10월 ‘네이처 메소드’에 발표했다.또 최근에는 유전자 가위를 통해 뒤집어진 혈우병 유전자를 다시 뒤집어서 원상 복구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혈우병은 상처가 나면 혈액이 응고되지 않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8번 혈액응고인자 유전자의 일부가 뒤집어져 혈액응고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유전자 가위 기술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유전자 가위로 에이즈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하여, 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해 감염률을 낮추려는 연구도 이러한 목표의 하나이다. 이 연구는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유전자 가위를 활용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유전자·세포 치료제 개발, 농작물·가축·어류의 개량 등 다양한 생명공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대부분의 연구가 가축과 농작물의 개량을 위해 적용되고 있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특히 돼지 췌도 이식을 통한 이종장기 이식을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다.궁극적 목표는 인간 질병 치료인슐린을 만드는 췌도 이식은 당뇨병 완치에 가장 근접한 기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돼지 췌도를 우리 몸에 이식할 경우 면역거부 현상이 일어나는 게 문제였다. 따라서 돼지 세포에 있는 면역거부반응 유발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제거하면 이종간 장기이식이 쉬워져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유전자 가위 기술은 현재 세포 실험을 마친 단계이다. 동물 실험을 거쳐 실제 환자 임상 실험까지 가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유전자만 정확히 골라내 교정할 수 있는 확률이 지금으로는 매우 낮아 가능성을 높이는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김진수 교수는 “앞으론 의과학계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어 유전병을 앓는 사람들이 유전자 수술을 하러 한국에 올 것”이라며 유전자 가위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날이 하루빨리 찾아와 우리 경제에도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2.01.16 16:08
4분 소요![[2020 People for The Future]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5/ecn03185415.353x220.0.jpg)
장기를 이식하기만 하면 살 수 있다. 환자는 겨우 웃는다. 그런데 이식할 장기가 없다…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의술은 과거 상상치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장기 공급만은 아직까지 성역이다.바이오이종장기 이식 기술은 미래성장사업이 부각될 때마다 주목 받았다. 김상준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의과대 교수)은 “바이오이종장기 이식은 부족한 동종 간 이식을 대체할 방법 중 실제 적용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현재 이종장기 연구에 이용되는 동물은 돼지다. 가축으로 인간과 밀접하고 해부학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원숭이나 침팬지가 인간과 가장 닮았다고 하지만 번식력이 약해 실험에 적합하지 않다. 돼지의 심장 판막, 뼈 등은 이미 질병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췌도, 각막 같은 조직뿐 아니라 췌장, 심장, 신장, 폐 등도 인간의 몸에 이식할 수 있다. 이 장기들은 적합한 인간 장기를 구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하지만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면역거부반응이다. 돼지 세포나 장기를 이식했을 때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거부반응을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면역억제 요법이 있지만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실제 인간에게 이식한 사례가 없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국내에서는 2009년에 면역거부반응 유발 유전자인 Gal-T를 없앤 형질전환 복제 돼지 ‘지노-1’ ‘지노-2’가 생산됐다. 이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면역거부반응 유발 유전자인 Gal-T와 MCP를 제어한 형질전환 복제 돼지 ‘믿음이’를 생산하는 등 면역거부반응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김 단장은 “형질전환 돼지를 대량 생산하려면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서울대 이종장기사업단은 무균상태에서 직접 사육한 미니돼지를 실험에 사용한다. 김 단장은 “무균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췌도와 각막이다. 췌도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는 내분비선 조직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면 인슐린 투여량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김 단장은 “각막 이종장기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현재 원숭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췌도는 2013년께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 단장은 “보통 원숭이 8마리 가운데 5마리 이상이 이식 후 6개월 넘게 정상 혈당을 유지하면 안정적 수준으로 여긴다”며 “2~3년 후면 안정적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03.03 18:55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