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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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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파마, 아스트로젠에 20억원 규모 지분 투자

증권 일반

#한국파마는 소아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개발기업 아스트로젠에 2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고 15일 밝혔다. 한국파마는 이번 지분 투자로 해당 치료제의 국내 독점 판권을 획득했다. 아스트로젠은 소아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후보물질 ‘AST-001(개발명)’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은 만 2~11세 어린이 151명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2상을 마쳤으며, 어린이 자폐스펙트럼장애 핵심 증상의 치료적 유의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회사는 올해 8월 국내 임상3상에 돌입했고 현재 국내 11개 주요 대학병원에서 소아 170명을 대상으로 시험 중이다. 이번 한국파마의 투자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개발에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자폐스펙트럼장애의 핵심 증상은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결함,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등이 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까지 없다. 지난해 예일 아동연구(Yale Child Study)의 발표에 따르면 소아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국내 유병률은 2.64%,, 미국 내 유병률도 2.3%에 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파마 관계자는 “AST-001 독점 판매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시장을 선점하고 기존 정신신경계 시장 장악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회사는 회사의 강점인 정신신경계용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확대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보한 만큼 지속적인 신제품을 발매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밖에 한국파마는 아스트로젠과 함께 정신신경계 관련 분야 공동연구 개발 계약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본 연구과제에 대해 공동연구개발 협상 우선권을 부여받아 후속 파이프라인에 대한 협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2023.11.15 09:22

2분 소요
사업성↓성공 가능성↓ 그럼에도 코로나19 치료제 도전 계속된다[기로에 선 K바이오①]

바이오

코로나19 변이 확산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7월 들어서면서 오미크론 변이인 BA.5로 인해 7월 18일 하루 전국에서 7만3500여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일주일 전보다 약 2배로 늘어났다. 7월 13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정점 시기를 9월이나 10월, 규모는 최대 20만명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정점 시기를 8월로, 규모는 28만명으로 전망할 정도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와 맞물려 관심을 끄는 것은 K바이오가 도전했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성공 여부다. 지난해 2월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를 이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치료제 개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개발을 포기한다’는 한숨 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지지부진했던 K바이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도전에 기회가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데 2~3년 전부터 시작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계속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부터 나온다. ━ 코로나19 치료제 변이에도 효과 있다는 의견 높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제는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머크사와 글로벌 제약사 MSD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내에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대해서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팍스로비드의 작용기전 등을 고려할 때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하는 일동제약 관계자도 “현재 변이에 대해 임상을 하지는 않았지만, 실험실 결과는 좋다. 다만 확인 절차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은 아니다. 2020년 7월부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그해 말까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부광약품·엔지켐생명과학·신풍제약·종근당·크리스탈지노믹스·대웅제약·셀트리온·제넥신·녹십자·셀트리온·대웅제약·뉴젠테라퓨틱스·동화약품·이뮨메드 등 14곳에 이른다. 마치 치료제 개발 붐이 일어난 것처럼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뛰어들었다. 부작용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것을 의심하기도 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자본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초기에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뛰어든 측면이 있다”면서 “당시 언론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다’라는 문구가 나오면 주가가 올랐던 시기다. 지금이야 관심이 줄어들어서 그런 부작용은 많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분석처럼, 2021년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도 늘어났지만, 개발 포기를 선언하는 기업도 나오기 시작했다. 2020년 5월 임상2상을 허가받은 엔지켐생명과학은 2021년 2월 식약처가 작성한 ‘국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임상시험 승인 현황’에서 빠졌다. 당시 엔지켐생명과학은 치료제 임상 진행 계획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대신 녹십자웰빙은 2021년 2월 라이넥주라는 제품명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a상을 승인 받았다. 판매되고 있는 간기능개선약이 코로나19 치료제 효능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임상에 돌입했다. 지난해 엔지켐생명과학처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중도에 포기한 제약·바이오기업으로는 일양약품과 GC녹십자, 부광약품 등이다. 일양약품은 임상 3상에서 치료제로 개발했던 백혈병 치료제의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 부광약품도 B형 간염 치료제를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했지만, 임상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도전하는 플레이어는 없는 상황이지만, 포기를 하는 기업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큐리언트·종근당·크리스탈지노믹스 등이 임상 진행을 철회했다. 지난 2월 11일 큐리언트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의 어려움으로 텔라세벡의 임상2상 진행을 중단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전했던 흡입형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종근당은 임상3상을 진행했던 나파벨탄주의 임상을 중단한다고 지난 7월 1일 공시했다. 25개가 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17개 기업만 남은 상황이다. 임상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에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본지 질문에 선뜻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 확률은 수만분의 1에 그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 제약사가 2년 만에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던 데는 미국 정부가 180억 달러(약 20조4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치료제와 백신을 2년 만에 만든 미국이 비정상적인데, 그게 가능한 게 막대한 투자금을 정부가 지원했기 때문”이라며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만큼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치료제 개발 성공하면 수출 가능성 높아 또한 시장성 역시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팍스로비드는 머크사의 ‘라게브리오’의 처방량이 10배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와 코로나19 백신을 등에 업고 올해 매출이 10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후발 주자들이 세계 바이오 시장의 중심이라는 미국 시장을 뚫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중증이 아닌 경증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환자 모집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종근당 관계자는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일단 중증 환자가 없어서 임상이 어렵다”면서 “임상을 진행하고 싶어도 진행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들어간 이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개발을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치료제 개발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서 몇 개국이 안된다. 심지어 시장 규모가 크다는 일본도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는 것은 그만큼 신약 개발 제조 기술력에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성공한다면 앞으로 나올 다양한 변이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사업성도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들도 “사업성보다는 기술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치료제가 다양할수록 환자의 선택지는 늘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사업성만 생각하면 치료제 개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도 “환자를 모으는 것도 힘들고 시장성도 높지 않지만, 제약사의 사회적책임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K바이오에 큰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73@edaily.co.kr

2022.07.25 08:59

5분 소요
유한양행, 기술수출한 위장관 신약 후보물질 美 임상2상 돌입

IT 일반

유한양행은 기술수출 파트너사인 미국 프로세사 파마슈티컬즈에서 지난 9월 제출했던 기능성 위장관질환(GI) 치료제 후보물질인 PCS12852의 미국 내 임상 2a상 임상시험계획(IND)이 승인됐다고 13일 밝혔다. PCS12852는 지난 2020년 8월 유한양행이 프로세사에 기술 이전한 기능성 위장관질환(GI)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합성신약이다. 5-hydroxytryptamine 4 (5-HT4) 수용체에 우수한 선택성을 보이는 작용제로, 국내에서 전임상 독성, 임상 1상 시험을 마치고 프로세사에 기술이전됐다. 프로세사의 이번 임상2a상은 중등도에서 중증 단계의 위무력증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PCS12852의 안전성, 내약성, 및 용량에 따른 약동학적 특성 평가 등을 목적으로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조건으로 진행한다. 위무력증은 위 배출지연을 특징으로 갖는 질환이다. 의학적으로 약한 근육수축으로 인해 음식물이 오랜 기간 위에 정체하게 되면서 십이지장 쪽으로 넘어가는 증상을 겪게 된다. 이는 미주신경을 포함한 신경계 기능을 억제하게 되고, 매스꺼움, 구토, 복통, 복부 팽창 등을 느끼게 되는 질병이다. 미국에만 매년 4% 정도의 인구가 앓고 있는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PCS12852의 상업화 성공 시 큰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및 로열티 수익이 예상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PCS12852 물질은 국내 전임상 독성, 임상1상을 통해 심혈관 부작용 없이 우수한 장 운동 개선 효과를 확인한 약물이기에 이번 미국 임상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10.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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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 길 잃은 교보생명·현대카드·호텔롯데·호반건설

카드

풋옵션 탓에 탈출구 IPO뿐인데… SK바이오팜은 신약 판매 ‘적기’ 놓칠까 불안 기업공개(IPO)는 타이밍과의 싸움이다. 기업은 자본금을 확충할 가장 좋은 기회이고, 기존 주주들의 입장에선 구주 매출을 거둘 단 한 번의 찬스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들은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최고의 가치를 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원한다.하지만 문제는 최적의 타이밍이 언제인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점이다. 업황에 따라,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가치산정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수년간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던 기업들은 최근의 코로나19 파고를 피하기 위해 상장시점을 미루는 추세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IPO를 마냥 미룰 수만 없는 기업들은 애가 타고 있다. ━ 엑시트 위해 IPO 요구하는 투자자들 IPO를 하지 못해 궁지에 몰린 대표 기업은 교보생명이다.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풋옵션을 제공했는데, IPO를 하지 못해서 경영권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 등 FI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지고 있던 교보생명의 지분을 사들이며 3년 내 상장하지 않을 경우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투자자들이 엑시트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한 것이다.하지만 교보생명은 3년 이내에 IPO를 성공시키지 못했고, FI들은 결국 2018년 말 풋옵션을 행사키로 했다. FI들의 투자금 회수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면서 교보생명은 2018년 말 정기이사회에서 IPO 추진을 결의했다. IPO는 신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 풋옵션에 대한 비용을 지급할 여력도, 백기사를 끌어들일 여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았고 저금리 시대에 진입하며 생명보험사의 가치가 낮은 시기였음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IPO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교보생명은 지난해 1월 기존 IPO 대표 주관사 2곳 외에 주관사 3곳을 추가로 선정했으며, 이후 지정감사인 감사 절차에 착수하는 등 본격적인 상장작업을 시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진척에 속도가 나지 않았고, 수년을 기다렸던 FI들은 이런 상황을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특히 IPO를 진행한다고 해도 기업가치를 높게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투자금의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FI는 결국 중재 절차를 선택했다.그러나 상황은 교보생명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폭락이 겹치며 IPO카드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생명보험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주가 급락을 겪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격화한 후 주가 낙폭이 더 커졌다. 3월 26일 종가 기준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25배를 겨우 넘고, 한화생명은 0.1배 수준이다. 상장 4사의 단순 평균 PBR은 0.17배 수준을 오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빅3인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평가도 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교보생명의 자본총계는 12조5715억원인데, 위의 PBR을 적용한다면 기업가치가 2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그럼에도 교보생명에게 남은 카드는 IPO 뿐이다. 교보생명은 FI와 원만한 중재절차를 마무리한 뒤 상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실무선에서 상장을 위한 준비 작업은 지속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장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기약없이 IPO 시점을 기다리는 것은 경영상 지속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2021년 IFRS17 도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IFRS17은 보험사가 결산할 때 과거 가입한 사람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금리 때 가입한 보험계약자가 많아 앞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로서는 부채 부담이 커진다. ━ 자본금 확충 급하지만, FI 달래려 울며 고배당 진행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지만 교보생명은 배당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업계에선 중재 과정에 있는 FI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한다. 교보생명은 지난 3월 10일 이사회에서 올해 보통주 1주당 1500원씩 총 1537억5000만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 배당금은 교보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5211억8000만원)의 29.5%에 해당한다. 교보생명 창립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이자 전년 결산배당금 총액(1025억원) 대비 절반 이상(513억원) 늘어난 수치다.금융업계에선 FI를 달래기 위한 교보생명의 고배당 정책을 지적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현재 당기순이익 전액을 사내에 유보해도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모자랄 판에 고액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금융회사 신용의 기초가 되는 재무건전성을 스스로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보험업계나 상장법인 평균 배당성향 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며 “상장을 준비하며 상장사에 걸맞은 수준으로 배당금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투자자들의 상장요구로 덫에 빠진 건 교보생명뿐이 아니다. 현대카드 역시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상장 추진에 나섰지만 업황 부진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길을 잃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10월 IPO 추진을 공식화하며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현대카드가 IPO를 추진하는 이유 역시 ‘투자자의 요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교보생명에 풋옵션을 행사한 어피너티는 현대카드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어피너티를 필두로 한 컨소시엄은 GE캐피털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일부(어피니티 9.99%, 싱가포르투자청 9%, 알프스인베스트파트너스 5%)를 사들였다. 이 거래에도 IPO 추진을 강제하는 옵션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높은 밸류를 받기 위해 2021년 이후 상장을 원한다고 밝힌 것도 이들의 요구에 대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한국콜마에 인수된 CJ헬스케어도 2022년까지 상장을 해야하는 풋옵션이 있다. 한국콜마는 특수목적법인(SPC) 씨케이엠(CKM)을 통해 CJ헬스케어를 1조31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FI로부터 49.3%의 지분을 투자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CJ헬스케어는 약속된 상장 시점이 아직 많이 남은 만큼 향후 주식시장의 회복을 보며 상장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상반기 IPO’ 고삐 당기는 SK바이오팜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도 코로나19 폭락장 속 딜레마에 빠졌다. 올해 상반기가 상장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판단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계획대로 올해 상반기 IPO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중 상장한다는 목표에 변화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시장에선 의문을 제기한다. 기업이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변수를 마주친다면 상장시기를 늦추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K바이오팜 측은 “지난해 말 이미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유효기간(6개월) 내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코로나19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 기간을 굳이 지켜야 할 이유는 없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는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6개월 내에서 상장예비심사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해 줄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기한 연기는 요청이 접수된 후 검토한다”며 “그렇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일정 연기 신청이 들어온다면 이를 거절할 이유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업계에선 SK바이오팜이 상장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주요 신약 상업화 시점에 맞춰 IPO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심은 2분기 미국 판매를 시작하는 엑스코프리다. 국내 신약 중에선 처음으로 독자임상을 거쳐 미국 상업판매에 돌입하는 엑스코프리가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현재 증권가에선 SK바이오팜의 가치를 ‘적어도 5조’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의 감사보고서에 기록된 SK바이오팜의 장부가액이 4787억200만원임을 고려하면 몸값이 10배 이상 뛰는 셈이다. 이 같은 기업가치 산정의 근거는 엑스코프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절대적이다.DB금융투자는 엑스코프리의 신약가치를 2조9000억~3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앞서 FDA의 승인을 받은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의 가치(3000억~5000억원)의 8~9배 수준이다. 이 같은 전망은 뇌전증 신약으로서 엑스코프리가 큰 시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기대에 근거한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엑스코프리의 목표매출을 연간 이익기준으로 환산하면 현대차 그랜저에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물론 엑스코프리의 신약으로서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엑스코프리는 임상2상에서 효과를 충분히 검증한 덕분에 임상3상에서는 FDA로부터 약효시험을 면제받았다. 그만큼 뇌전증 치료에 있어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문제는 약의 성능과 시장에서의 성공은 별개라는 점이다. ‘글로벌 바이오 신약’은 한국 기업이 한번도 가지 못해 본 길이다. 다만 바이오가 아닌 글로벌 신약에선 앞서 미국 FDA의 판매 허가를 받고 시장에 진출했던 경험이 있기는 하다. 2003년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로, 당시 큰 기대를 받았지만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팩티브는 기존 항생제에 비해 독성이 적고 약효가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힘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업계에선 엑스코프리 역시 초기 시장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 판매에 직접 나선다. 미국 현지에 영업인력을 직접 채용해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엑스코프리가 블록버스터급 약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면서도 “뇌전증 치료제는 신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분위기가 크기 때문에 유의미한 매출을 내는데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업화 이후 초기 매출은 투자자들의 기대 이하일 것이 자명하다는 얘기다. 만약 IPO가 늦춰져 초기 매출 데이터가 공개되고 나면 자칫 투자자들의 김이 셀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입으로만’ IPO하던 기업들 이번엔? IPO를 공언했으나 수년째 이를 성공시키지 못한 기업들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호텔롯데가 대표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호텔롯데 상장은 수년간 미뤄졌다. 2015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로 상장이 불발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9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만 호텔롯데의 실적이 고꾸라지고 있는 점에서 IPO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코로나19로 호텔롯데는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무기한 휴점에 들어갔고, 롯데호텔은 다음 달부터 희망자에 대해 유급휴직을 시행할 정도다.호반건설도 IPO에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최근 IPO 추진을 위해 주관사를 본사에 상주시켰다. 2018년 10월 주관사단 확정 후 2년4개월 만에 드디어 IPO 절차를 본격화한 셈이다. 하지만 길은 험난해 보인다. 호반건설은 낙찰받은 택지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자제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몰아준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0.03.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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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신약전쟁 - 신약개발 도전 20년 절반의 성공

바이오

1980년대 국내 제약사들은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의약품을 갖다 팔거나, 값싼 복제약(제네릭)을 만들어 파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뛰어든 것은 물질특허가 국내에 도입된 1980년대 후반이다. 번듯한 제약공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다른 모든 성장산업이 그랬듯 국내 제약사들도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 제약회사의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으로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신약개발에 뛰어든 지 20여년. 국내 제약사들은 18개의 혁신신약을 개발했다.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약으로 만든 천연물 신약도 6개 개발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성적이다. 하지만 이들 신약 중 상업화에 성공한 신약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국산 신약 개발의 방향도 신약기술 보유라는 ‘상징성’에서 보다 현실적인 ‘상업적 성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1980년대 후반 개발 시작2001년 개발된 국산 3호 신약인 동화약품의 ‘밀리칸주’(간암치료제)가 올해 초 조용히 시장에서 사라졌다. 동화약품은 임상3상 시험을 완료하는 조건으로 신약 허가를 받았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보고 임상시험을 포기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은 밀리칸주 연구개발비 43억원만 날리게 됐다. 국산 신약 중에서 시장성이 없어 철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CJ제일제당은 국산 7호 신약 ‘슈도박신주’(농구균예방백신)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2003년 허가를 받은 이 신약이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이들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 개발된 국산 신약들은 상업적인 성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국산 1호 신약 선플라주의 매출은 거의 없고, JW중외제약의 큐록신, LG생명과학의 팩티브, 종근당의 캄토벨 등의 매출도 수십억원대에 불과하다. LG생명과학이 30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항생제 팩티브정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200억원도 안 된다. 여재천 신약개발조합 상무는 “글로벌 신약은 개발에 성공할 경우 1~5년 이내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며 “각종 특허로 15~20년간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 충분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돼 있지만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신약은 팔 수 있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혁신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독점권을 보장받더라도 R&D비용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대한 기초기술을 익히는 단계로 보면 된다”며 “시장성을 고려해 신약개발에 나선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술을 신약으로 현실화하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그나마 2005년 이후 개발된 신약들은 상업적인 성과가 과거보다는 양호해졌다. 유한양행의 레바넥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등 상당수는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기도 했다. 무턱대고 신약개발에 나서기보다는 상업성을 고려한 연구개발을 진행한 덕분이다. 스티렌과 자이데나로 적잖은 상업적인 성과를 올린 동아제약의 김순회 연구본부장은 “신약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뛰어난 약효는 물론 시장성이 높아야 한다”며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비용투자로 개발된 신약이 경제성을 지녀야만 제2, 제3의 신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최근 개발된 신약은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2010년 개발된 국산 15호 신약 보령제약의 ‘카나브’는 발매 10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상업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또 17호 국산신약인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와 18호 국산신약인 일양약품의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신약의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해외 경쟁 제약사의 신약 후보물질이 어떤 것인지, 기존 의약품에 비해 얼마나 효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파악할만한 정보력과 기술력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도 최근 해외 정보력이 좋아졌다”며 “해외 제약사들과 정면승부를 하든지 틈새시장을 공략하든지 각자 상황에 맞는 신약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제약사별로 다양한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 중이며,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개량 신약과 바이오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신약개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출시된 신약들도 시장 영역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정부도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나서는 등 신약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장·기술 동향과 의료 수요 현황 등을 종합으로 분석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잠재력이 큰 전문 특화 분야를 발굴해 이 정보를 국내 제약사에 제공할 계획이다.신약 강국의 꿈 부풀어일부 상위 제약사들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 진출을 넘보고 있다.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등 굴지의 제약사의 신약과 직접 맞붙어 보겠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동아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유한양행, LG생명과학 등 5개 회사의 R&D 파이프라인(후보물질) 중 임상3상 시험 중인 후보물질은 총 26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해외 임상3상 시험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6개였다. 해외 임상3상 시험은 LG생명과학 3개, 동아제약 2개, 녹십자가 1개를 보유하고 있다. 임상2상 시험은 총 24개이며 이 중 해외 임상시험은 10개였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이 해외임상을 각각 4개씩, LG생명과학과 녹십자가 각각 1개씩 보유하고 있다.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신약 파이프라인이 많은 제약사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해외 신약개발 여부에 따라 한국 제약산업 구조는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부 제약사는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좋은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4~5년 내 성과가 가시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동아제약은 미국에서 임상3상 후기시험을 진행 중인 수퍼항생제 DA-7218에 대한 임상3상 시험이 올 연말 종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경우 하반기 미국 시판 신청이 이뤄질 전망이다. 녹십자는 현재 미국 임상3상 시험 중인 면역결핍치료제 글로블린의 임상시험을 올해 안에 마치면, 2014년부터 미국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한미약품은 최근 미국 스펙트럼사와 백혈병치료제 LAPS-GCSF의 글로벌 개발 및 판권이전 계약 체결을 맺어 올해 임상2상 시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LG생명과학은 DPP-4 기전의 새로운 당뇨병치료제를 하반기에는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회사들의 계획대로 신약개발이 이뤄지면 ‘신약 강국’이라는 제약업계의 오랜 염원이 서서히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2012.05.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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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기반기술로 세계시장 노린다

산업 일반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연구소. 신종 플루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쓴다. 국내에서도 이미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치료제인 ‘타미플루’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타미플루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제약회사 로슈가 생산한다. 그런데 그 원천기술을 미국의 길리아드(Gilead)로부터 사들였다. 현대아산병원 안에 위치한 크리스탈지노믹스(대표 조중명)는 길리아드처럼 획기적인 신약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개발해 세계적인 제약회사에 파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바이오 벤처 붐이 일던 2000년 당시 LG생명과학연구소장(전무)으로 있던 조중명 대표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계기는 뭘까? 바로 길리아드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다. 1987년 설립 당시 작은 벤처기업이었던 길리아드가 1999년 타미플루의 원천기술을 로슈에 팔면서 결국 대박을 터트렸다. 2000년 2000억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올해 60조원을 넘어섰다. 그는 신약 개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면서 “우리 회사도 못 해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조 대표의 이런 확신은 오랜 연구 경험에서 비롯됐다. 서울대 자연대를 졸업한 뒤 미국 휴스턴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4부터 16년간 대기업인 LG그룹에서 생명과학을 연구했고, 미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부근에 위치한 세계적인 바이오벤처 ‘카이론’에서도 8년간 일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명멸해가는 벤처기업을 지켜보면서 바이오 벤처기업의 성공에 필요한 아래의 조건들을 마음속 깊이 새겼다. 첫째, CEO와 경영진이 그 분야에 실적(track record)이 있는가? 둘째, 제휴 파트너가 누구인가? 셋째, 자신의 고유한 ‘기반기술(플랫폼 테크놀로지)이 있는가? 넷째, 우수한 연구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가? 조 대표가 이끄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핵심 자산은 뭐니 뭐니 해도 연구인력이다. 회사의 직원 60명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가 23명(석사 29명)에 이른다. 첫 연구 성과는 설립 3년 만인 2003년에 나왔다. 화이자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작동기전을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으로 규명해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했다(화이자도 비아그라를 원자 수준까진 규명하지 못해 ‘재래적’ 방식으로 개발했다). “우리의 구조기반기술(SBDD)이 3년 만에 세계적인 검증을 받은 쾌거였다”고 노성구 부사장(CTO)이 말했다.노 부사장이 말하는 구조기반기술은 무엇을 의미할까? 흔히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예컨대 아스피린은 위궤양을, 비아그라는 종종 두통을 수반한다. 그 이유는 약의 성분이 특정 질환의 표적단백질(target protein) 분자에만 작용하지 않고 유사단백질에도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표적단백질의 분자구조를 3차원으로 치밀하게 규명해 거기에 최적화된 ‘맞춤형’ 약을 개발하면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 게다가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신약후보 개발 과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전임상(pre-clinic: 개발후보를 찾은 뒤 동물 대상으로 약효와 독성을 검사하는 단계), 임상1상(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의 안정성 검사), 임상2상(소수 환자에게 하는 약효 검사), 임상3상(다수 환자에게 하는 약효 검사), 후임상(약품 적용 후 부작용 검사)을 거치게 돼 제품이 나오기까진 길게 10년의 시간이 걸린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수입원은 크게 연구용역과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로 나뉜다. 그중 라이선스아웃 과정은 꽤나 복잡하다. 우선 특정 질환에 작용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3차원적으로 규명하고, 그 단백질을 이용해 신물질을 찾아내 물질특허를 확보한 뒤 그 물질로 신약개발 후보를 발굴한다. 그 후 후보물질을 대형 제약회사에 팔면 제약회사가 이를 토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 상품화하고, 기술수출업체는 판매수익 중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는다. 실제로 크리스탈은 네이처 논문 게재 후로도 신약후보 물질들을 속속 내놓았다. 차세대 관절염 치료제 후보(CG100649)를 첫손으로 꼽을 만하다. 기존의 관절염 치료제는 흔히 복용자의 25%가 위 천공 등 부작용을 겪는 걸로 보고된다. 그러나 “우리가 발굴한 치료제 후보는 임상2상까지 전혀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고 치료효과도 뛰어나다”고 조 대표가 말했다. 차세대 관절염 치료제는 현재 임상3상을 앞둔 상태다(임상3상을 마치려면 국내에선 약 2년 반, 미국에선 3~4년이 소요된다). “성공할 경우 10억 달러(약 12조원) 이상이 팔리고 그중 10% 이상이 우리 수입이 된다”고 그가 말했다. 국내시장과 중국시장 판매는 한미약품에 맡긴 상태고, 미국·유럽·일본시장은 세계 10대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상 중이다. 약에 내성이 생긴 ‘수퍼 버그(세균)’를 물리치는 신개념 항생제(CG400549)도 이미 유럽에서 전임상 단계를 마치고 곧 임상1상에 돌입한다. “항생제는 만성질환인 관절염 치료제보다 투여기간이 짧아 임상2상과 3상 기간도 자연히 줄어든다”고 노 부사장은 말했다. 신개념 항생제는 성공하면 라이선스를 팔아 향후 1000억원 이상의 수입이 예상된다. 체내 적혈구 생산을 늘리는 최초의 경구용 저산소증(빈혈증) 치료제(CG600647)는 전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이를 위해 크리스탈은 이미 지난해 10억 달러 규모의 바이오펀드를 운영하는 미국의 벤처캐피털 ‘프로퀘스트’와 Palkion이라는 합작회사를 미국 현지에 설립했다(Palkion은 ‘발견’의 영어 표기다). 특히 저산소증 치료제는 폐활량을 늘려주는 효과 때문에 한때 유명 사이클 경주 선수인 랜드 암스트롱을 비롯한 운동선수들이 복용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물론 지금은 금지약물로 분류된다). 폐활량 증가 용도 외에 뇌졸중, 뇌신경세포 파괴, 상처 치료 등에도 쓰이는 저산소증 치료제의 세계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넘는다.차세대 관절염 치료제와 신개념 항생제, 저산소증 치료제 등의 기반기술로 내년 한 해 동안 크리스탈이 거둬들일 라이선스 수입만 3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크리스탈의 기반기술 수출이 성공할 때 실현될 이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대우증권의 권재현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크리스탈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 Q/A 조중명 대표“한국의 길리아드로 키우겠다” 2003년 비아그라의 작동기전을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까지 규명한 네이처 표지논문 게재와 차세대 관절염 치료 신약후보의 유럽 임상2상 성공으로 지난주 제3회 대한민국 보건산업 대상을 수상한 조 대표에게 신약개발의 중요성 등을 물었다. BT산업에 대비해 IT산업을 ‘패션산업’에 비유했는데. IT분야는 인기의 기복이 심하다. 게다가 6개월만 지나면 경쟁업체에서 새 제품이 나온다. 그러나 BT분야는 경기와 무관하다. 인간의 생명이나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제품의 특허를 내면 20년간 다른 업체가 똑같은 제품을 절대로 못 만든다(특허 심사과정까지 포함하면 유효 기간이 25년이나 된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 성공 이후 각종 질환의 표적단백질이 500여 가지로 늘었다. 그런데도 신약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 이유는? 표적단백질의 구조를 3차원으로 규명하는 새로운 개발방식보다 비아그라처럼 재래적인 방식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아직 많다. 이 경우 평균 1만 개의 후보에서 한 개꼴로 신약이 탄생한다. 그러나 우리가 개발한 차세대 관절염 치료 신약후보(CG100649)는 다르다. 끝 숫자 649는 649번째 테스트에서 최적의 후보 약을 찾아냈다는 의미로 큰 차이가 난다. 의약산업의 부가가치가 다른 산업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는? 단적인 예로 미국의 산업별 평균 경상이익률을 보면 의약(15%), 통신(5%), 자동차(5%), 식품(3%), 정보(3%), 건설(1%) 순이다. 그러나 아직도 동물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해 사람을 동원한 임상시험이 필수다. 그런 만큼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 그러나 하나만 성공해도 모든 노력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큰 이익을 남긴다. 크리스탈이 발굴한 개발후보 가운데 상품화 가능성이 가장 빠른 것을 꼽으라면. 우리가 개발한 차세대 관절염 치료후보 CG100649가 성공하면 12조원 이상 팔리고 그중 10% 이상이 우리 수입으로 돌아온다. 지금까지 크리스탈의 수익원은 무엇이었나? 라이선스료와 민간이나 정부의 연구과제 수행 등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수입만도 56억원에 이른다. 주로 어느 시장을 겨냥하나? 당연히 선진국 시장이다. 우리의 제휴사도 대부분 미국, 유럽, 일본의 대규모 벤처캐피털이나 대형 제약회사다. 세계 의약시장에서 신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의약품시장은 2007년 6000억 달러 (약 750조원)에서 이미 7000억 달러 (약 880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그 중 신약시장이 약 60%, 특허가 만료된 약품(generic)시장이 약 40%다. 신약일수록 훨씬 많은 이익이 남는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특허가 만료된 약을 단순 복제·생산하는 데 매달린다. 현재 주가(지난주 1만2500원 선) 수준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 미국의 나스닥시장은 미래의 가치로 지금의 기업가치를 평가하지만 코스닥시장은 그런 평가에 너무 인색해 아쉽다. 한국의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지나치게 꿈만 좇는다는 비판도 받는데. 국내 바이오 벤처업체 중 우리와 필적할 만한 업체가 없다. 파이프라인(출시 예정 제품군), 연구능력, 제휴 파트너의 면면을 보면 금방 안다. 회사의 목표는? 우린 반드시 10년 내로 한국의 길리아드가 된다.

2009.08.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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