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치'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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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산하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AI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 스모킹 건)’의 데모 버전을 28일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출시했다.스모킹 건은 이용자가 탐정이 돼 사건의 단서를 추적해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찾는 추리 게임이다. 기존 선택지형 추리 게임과 달리 사건 용의자들과 자연어 처리 기반의 자유로운 채팅을 통해 용의자를 심문하고 증거를 파헤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이용자는 데모 버전에서 스탠리 메이슨 회장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아내야 한다. 치명적인 독극물이 사용된 도구는 무엇이고, 사건으로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범죄 현장에서 의심스러운 물건들을 조사해 단서를 수집하고, 수사 상황판에 나열해 단서 사이에 숨겨진 연관성을 찾아내야 한다. 사건이 끝나면 추리 결론을 제출하고 정확도에 따라 평가 점수를 받는다. 시나리오를 반복 플레이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을 찾아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렐루게임즈는 오픈AI가 최근 출시한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의 대화형 AI 서비스인 GPT-4o(포오)를 자체 기술로 게임에 맞춤 적용했다. 이를 통해 게임 속 용의자는 단순히 이용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수준을 넘어, 각자 부여된 개성에 맞는 말투로 실제 사람과 채팅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또한 용의자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했을 경우, 게임 내 시나리오 자체가 변화해 더욱 개연성 있는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렐루게임즈는 지난 1월 인디 게임 유통 사이트인 잇치닷아이오에 스모킹 건의 초기 버전을 공개한 바 있다. 스모킹 건은 당시 신선한 게임성으로 국내외 주요 인플루언서들과 게임 이용자들에게 주목받았다.렐루게임즈는 6월 10일 스팀에서 열리는 신작 게임 소개 행사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 스모킹 건을 출품한다. 이후 이용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을 더욱 개선해 6월 24일 정식 출시 예정이다. 정식 출시 버전은 데모 버전의 시나리오 외에 4개의 시나리오가 추가로 포함돼 총 5종의 시나리오가 공개된다.한규선 스모킹 건 총괄 PD는 “텍스트 제공에만 그치던 대화형 AI 기술을 게임에 적용했을 때, 더욱 깊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 플레이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첫 번째 사례로서 의미가 깊다”며 “AI를 게임 제작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이며, 당사는 앞으로도 AI 기술을 통해 더욱 새로운 이용자 경험을 창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스모킹 건의 데모 버전은 스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으며,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총 8개 언어를 공식 지원한다. 자세한 정보는 스팀 페이지와 렐루게임즈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4.05.28 11:24
2분 소요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찾는 환자가 늘면서 제품을 내놓은 기업 매출도 고공행진 중이다. 환자들의 반응이 특히 좋은 제품 대다수는 양치질을 하면서 치주질환까지 관리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기존에 나온 치약형 잇몸치료제들은 사용 후 다시 양치질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제품들은 양치질로 치주질환을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등 치아 관리를 위한 성분은 다소 부족했다.하지만 동화약품의 ‘잇치’를 비롯해 최근 몇 년 사이 개발·출시된 치약형 잇몸치료제에는 연마제와 기초제(계면활성제) 등이 포함돼 있다. 양치질 한 번으로 치아 표면의 치태나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약품 사용 후 따로 양치질을 하지 않아도 돼 환자 편의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치약을 바꾸는 것만으로 양치질과 치주질환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실제 동화약품의 치약형 잇몸치료제 잇치는 2023년 단일 제품 기준,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동화약품이 잇치를 출시한 때는 2011년인데, 출시 첫 해 매출 37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해 3년 뒤인 2014년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2020년 매출 200억원을 넘겼고, 2021년 247억원, 2022년 278억, 2023년 333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출시한 지 10년을 넘긴 현재,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고속성장하는 모습이다.
잇치는 국내 치약형 잇몸치료제 시장 자체를 이끄는 대표 제품이기도 하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이 시장에서 잇치의 점유율은 94%에 달한다. 치약형이 아닌 다른 제형의 잇몸치료제와 비교해도 매출 규모는 높다. 국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잇몸치료제로는 동국제약의 인사돌플러스, 명인제약의 이가탄에프 등이 있다. 두 제품은 모두 먹는 형태의 의약품으로, ‘잇몸약’의 대표주자들이다. 이들 제품의 연간 매출 규모는 각각 200억원대로 잇치와 비슷하다.잇치 외에도 많은 기업이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시장에 내놨다. 잇치가 선점한 시장의 틈을 노리는 곳도 많다. 일동제약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6년 치약형 잇몸치료제 덴큐헬스를 출시했다. 회사는 먹는 형태의 잇몸치료제 덴큐를 판매해 왔는데, 이를 치약형으로 출시한 것이다. 덴큐헬스도 잇치처럼 양치질과 치주질환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이 의약품에는 잇몸의 염증이나 부기를 완화하는 생약 성분은 물론 발포제와 연마제도 들어있다.다만 일동제약이 치약형 잇몸치료제로 잇치와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잇치가 단일품목을 기준으로 연간 매출 300억원을 노리는 가운데 덴큐헬스의 매출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잇치가 출시 첫해 3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점과 비교해도 성과가 아쉽다. 태극제약과 조아제약 등 뒤늦게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출시한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치약형 잇몸치료제인 옥솔을 출시한 오스템 파마도 아직 성과를 내긴 이르다.‘약’ 되는 치약…유통사도 눈길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치약형 치료제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일반 치약을 생산해온 유통 기업들이 시장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기존에 일반 치약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치약형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의약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최근 유통 기업들은 신사업 개발의 한 축으로 헬스케어를 꼽고 있기도 하다. 식품이나 음료, 생활용품 산업에서 성장의 한계를 직면해서다. 치약형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예를 들어 오리온은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히며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인 하이센스바이오와 치약형 치료제를 공동 개발 중 있다. 하이센스바이오는 다양한 치주질환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은 이 기업의 R&D 역량을 자사의 해외 시장 지배력과 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오리온은 제과 사업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는데,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또한 중국 시장 내 치약형 치료제 시장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LG생활건강도 자회사인 해태htb를 통해 일찍이 치약형 잇몸치료제 정연탁효를 출시했다. 정연탁효는 동화약품의 잇치처럼 치주질환을 관리하며 양치질도 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항산화 물질인 토코페롤아세테이트가 주요 성분이라 잇몸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염증을 완화하는 에녹솔론, 항균제인 세틸피리디늄 염화물도 첨가돼 있어 염증을 치료하거나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균을 없앨 수 있다.LG생활건강이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내놓은 것도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치약형 치료제를 출시하기에 앞서 해태음료의 사명을 해태htb로 변경해 의약품과 의약외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도 밝혔다.
2024.01.21 08:00
3분 소요
환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진료과는 어디일까? 치과에서 주로 다루는 치주질환은 때론 신경치료 등을 동반해 치료 시 고통이 상당하다. 치료 비용도 만만치 않아 치과라면 아예 기피하는 환자들이 많다. 아울러 음식을 먹은 뒤 제대로 치아를 관리하지 못해 충치가 생기면, 치과에 가기 싫어 아픔을 참는 아이들로 부모는 골머리를 앓는다.치주질환 예방법은 간단하다. 식사 후 양치질을 꼼꼼히 하고, 치실 등을 사용해 치아를 철저히 관리하면 된다. 매년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중에서도 양치질은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양치질 효과를 높이기 위해 좋은 칫솔, 치약을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최근에는 입안을 더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기능성 치약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기능성 치약은 일반 치약에 미백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치약을 의약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치주질환은 환자가 치아를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약품이 치약 형태라면 환자가 양치질을 하는 것으로 질환 발생 가능성을 낮추거나 질환에 따른 증상의 정도를 완화할 수 있어서다.치약이 의약품?…슈퍼마켓·온라인 쇼핑몰선 못 사이렇게 의약품으로 개발되는 치약은 일반 치약과 다르다. 기능성 치약과도 구분된다. 입안을 관리할 때 쓰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치약 자체가 ‘약’이라서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ETC)이나 일반의약품(OTC)으로 허가받은 치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치약은 치주질환과 잇몸질환 등을 예방하거나 치태, 치석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효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의약품이기 때문에 슈퍼마켓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매할 수 없고,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의약품에 해당하는 치약은 동화약품의 ‘잇치’, 일동제약의 ‘덴큐헬스’, 태극제약의 ‘이클린탁스’, 조아제약의 ‘잇케어’, 오스템파마의 ‘옥솔’ 등이다. 이 중 잇치에는 카모밀레와 라타니아, 몰약 성분이 들어있다. 덴큐헬스는 세틸피리디늄과 토코페롤아세테이트, 에녹솔론 성분을 포함한다. 옥솔도 에녹솔론이 주요 성분이다. 이들 성분은 염증이 생겨 부은 잇몸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 잇몸의 출혈이나 고름, 부기를 완화하거나 염증을 줄일 때도 쓴다.치약이 의약품이라고 사용 방법이 별다른 것은 아니다. 의약품에 따라 용법과 용량은 모두 다르지만, 잇치와 덴큐헬스, 옥솔 등은 하루 2~3회 잇몸에 바른 뒤 칫솔로 마사지하면 된다. 물론 치약 형태라도 엄연히 ‘약’인 만큼 사용 방법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반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용법과 용량을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치약형 잇몸치료제는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고 몇몇 의약품은 물로 헹궈서는 안 된다.일반의약품 넘어 전문의약품으로…치주질환 환자 수↑치약형 치료제를 향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로 인해 치주질환 환자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어서다. 환자가 더 편하게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한치주과학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치주질환 환자 수는 1673만명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노인 환자의 수가 가장 많은 질환도 치은염과 치주염 등을 포함하는 치주질환이다. 치주질환 환자의 수는 5년 전과 비교하면 40%가량 늘기도 했다.치주질환이 다른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치주질환은 전신질환으로 번질 수 있다. 또 치주질환은 우리 몸의 다른 질환 악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성질환인 당뇨병이 치주질환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치주질환 자체가 염증을 일으키는데, 당뇨병은 우리 몸의 염증 상태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 이외에도 치주질환이 췌장암과 대장암 등 여러 암종과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 질환과도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기업들도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더 편리한 치약형 치료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치약형 잇몸치료제는 의약품을 사용한 뒤 양치질을 따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잇치나 이클린탁스 등 몇 년 사이 출시된 치약형 잇몸치료제는 입안 청결 유지 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양치질을 여러 번 하지 않아도 된다.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치약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양치질로 치주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잇몸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질환에 대한 의약품을 치약 형태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린이 치료제를 치약 형태로 개발 중인 하이센스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시린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약은 현재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만 나와 있다. 제품의 효과도 시린이 자체를 치료하기보다, 증상을 다소 완화하는 데 그친다. 하이센스바이오는 국내 유통사 오리온과 세운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시린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에 시린이 치료제 후보물질도 일부 넘겼다.
2024.01.21 07:00
3분 소요▶잇포도의 매장 안 모습. 교토에는 오래된 차(茶) 가게가 많다. 우선 쓰엔(通圓)이라는 차 가게가 유서 깊다. 서기 1160년에 개업했으니 올해로 9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또 리큐인(一休園)이 1626년에 개업해 그 뒤를 따르고 있고, 잇포도(一保堂) 차포가 1717년 개업해 세 번째로 오래됐다. 잇포도 차포에 가 보니 우선 2층으로 지어진 목조가옥이 보인다. 전통과 관록이 여실히 느껴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 진열되어 있는 차 구경부터 했다. 차를 항아리에 넣어 두고 파는 점이 특이하다. 일본의 차 가게를 다니면서 이런 식으로 차를 파는 가게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실내에는 흰 무명 수건을 머리에 쓰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여종업원 4~5명이 근무 중이다. 점장을 찾아 고개를 십여 번 숙이는 인사부터 했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첫인사가 길다. “잘 부탁합니다”로 시작해 용건을 얘기하면서 또 “잘 부탁합니다”라고 하고, 다시 설명을 마무리하면서 또 한 번 “잘 부탁합니다”를 해야 한다. 우리 나라와 달리 첫인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상대를 최대한 공경하는 자세로 말문을 열지 않으면 비즈니스에 실패한다. 20년간 일본을 다니면서 얻은 교훈이다. 점장이 용건을 다 듣고 나서 담당자를 불렀다. 잇포도의 홍보를 담당하는 아시카가 분코 홍보팀장이 나왔다. 다시 아시카가에게 용건을 설명하면서 ‘잘 부탁합니다’를 연발한 후 본론을 꺼냈다. 일본의 ‘개성상인’ 오미상인이 창업 ‘잇포도 차포(茶鋪)’만의 특징 . □ 50여 개 도매상이 경쟁입찰 □ 우지 산(産) 차 고집 □ 철저한 유기농 재배, 비료는 청어가루 □ 꼭 항아리에 넣어 최고급 질 유지 □ 인간관계 아닌 제품의 질만 보고 거래 □ 차맛 감정사의 까다로운 선별 기준 “300년 된 가게의 실력을 보여주십시오.” 우선 실력부터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아시카가 팀장이 잠시 후 차 두 잔을 내왔다. 한 잔은 말차, 한 잔은 녹차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말차를 좋아한다 했더니, 접대 차원에서 말차 한 잔, 그리고 잇포도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녹차 한 잔이다. 말차 한 잔을 마시고 입을 어느 정도 헹군 후 녹차를 조금 마셨다. 그 순간 나는 녹차의 너무나 강력한 향 때문에 그만 머리가 핑 도는 듯했다. 다시 한 모금 더 마셨을 때 이번에는 그만 쓰러질 것만 같은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아니 녹차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그 어느 것에서도 이렇게 깊고 장대한 맛을 느껴본 일이 없었다. 소주잔만 한 차 한 잔을 간신히 네 번에 나눠 마시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내가 마신 차는 잇포도에서 파는 400종의 차 중 하나며, 차의 이름은 덴카잇치(天下一)로 옥로(玉露)차며, 한 단지 가격은 3만4500엔(32만원)이라는 것이다. 이 가게에서는 녹차를 흔한 종이포장에 담아 파는 것도 있지만 고급차의 경우 모두 작은 항아리에 넣어 판다고 했다. 항아리에 넣어 파는 이유는 항아리가 숨을 쉬기 때문에 습도 조절과 향의 보존에 탁월하기 때문이란다. 차 향은 400종이 모두 다르며 잇포도는 교토 인근에서 생산되는 우지차(宇治)만 전문적으로 판다고 했다. 창업은 1717년. 오미(近江) 출신의 이뵤에(伊兵衛)가 차와 다기를 가지고 교토에 올라와 가게를 열면서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다. 오미상인이라면 일본의 개성상인으로 짜기로 유명하며, 특히 남의 돈을 절대 빌리지 않는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하다. 도요타 자동차도 바로 오미상인의 후손들이 창업한 회사다. 도요타 역시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가게가 자리잡은 데라마치(寺町) 길은 그 유명한 혼노지(本能寺)가 근처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혼노지는 오다 노부나가가 그의 심복인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죽임을 당한 바로 그 절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죽고 얼마 안 있어 천하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데라마치 부근에 상가를 조성했는데, 그 이후 잇포도도 문을 열었다고 한다. 가게 문을 처음 열 때의 상호는 고향의 이름을 따서 오미야(近江屋)라 하였으나, 1846년께 천황가의 친척인 야마시나 노미야(山階宮)가 차맛을 보고 극찬하면서 잇포도라는 이름을 하사, 상호가 바뀌게 된다. “천하 제일의 차맛을 지켜라” “차의 근본을 지키라”는 의미였다. 이후 잇포도는 차의 명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으며 오늘날까지 교토에서는 유서 깊은 차포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차는 동과 서가 확연히 다르다. 시즈오카가 일본의 동과 서를 나누는 분기점인데, 시즈오카 역시 일본 최고의 명차 산지로 불린다. 현재 일본 내 지역별 단위 생산량, 즉 차를 가장 많이 생산·판매하는 지역은 단연 시즈오카다. 연간 1만t 이상의 차를 생산하는데 일본 내에서 그만한 차를 생산하는 지방은 시즈오카와 규슈의 가고시마 두 곳뿐이다. 그 뒤를 이어 이세차, 야마도차, 우지차, 우레시노차 ,야메(八女)차 등이 유명하다. 이 차들은 생산지가 다른 만큼 차 맛이 다른데,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의 차와 교토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의 차 맛은 확연히 구분된다. 도쿄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차인 시즈오카 차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이 즐겨 마시는 녹차와 유사한 것으로 향이 부드럽고 기품이 있는데 반해, 우지차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방의 차는 향이 깊고 장대한 맛이 특징이다. 그런 만큼 두 지역 사람들의 성격도 확연히 다르다. 도쿄 사람들이 부드럽고, 섬세하며 이지적인데 비해 관서 지역 사람들은 강하고, 선이 굵으며 감정적이다. 덴카잇치 차향이 이렇게 강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비법이 있는가 물었다. 아시카가가 말하기를 모든 차가 다 강한 것은 아니지만, 덴카잇치의 경우 상품명 그대로 천하 제일이 되기 위해 제조 단계에서 특수한 비법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우지차를 재배하는 단계에서부터 다르다. ▶1 항아리 차 사진 2 잇포도 매장 3 우지차 밭 풍경 비료에 생선가루 넣는 유기농 덴카잇치의 경우 철저한 유기농과 무농약인데, 비료에 생선가루를 넣는다. 녹차를 생산하는 데 생선가루를 넣는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어서 어떤 생선가루를 넣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절대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녀가 입술이 잠시 움직일 때 입 모양을 보니 ‘니신’이라는 것 같았다. 니신은 청어를 말한다. 과거 일본에서는 채소밭에 북해도 산 청어를 잡아 그 가루를 뿌리는 전통이 있다. 그래야 채소 향이 풍부해지고, 채소 자체의 영양가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녹차의 납품을 직접 차밭 농가에서 받는지 물었다. 그러나 잇포도는 농가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철저하게 도매상에서 납품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도매상이 농가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우지차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도매상은 교토 인근에 50여 개가 있는데 그들이 생산한 차를 가지고 오면 그 맛을 보고, 품목별로 얼마를 구입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300년 된 차포여서 특정 도매상하고만 거래하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50여 개의 도매상이 자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생산을 독려하고 골라온 녹차를 가지고 오면 그중에 가장 뛰어난 맛을 생산한 품목별로 구입한다는 것이었다. 우지차의 경우 우지시 한 곳에서만 녹차가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인근 나라현, 시즈오카현, 오미현 등 산악 경계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산지에 따라 맛이 조금씩 차이가 있고, 또 재배농가의 솜씨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한 재배농가 혹은 특정 도매상하고만 거래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또 잇포도에는 5명 전후의 차맛 감정사가 있는데 그들이 잇포도만의 미각기준을 가지고 선별하고 있다. 이것이 잇포도만의 노하우였다. 그들은 지난 300년간 자신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해 온 맛의 기준이 있는 것이다. 그 맛에 합격해야 납품이 가능하고, 그 맛에 미달될 때는 언제고 도매상을 교체한다. 오직 제품 그 자체가 거래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잇포도가 지난 300년간 망하지 않고 성장해 온 비결은 그것이었다. 현재의 사장은 와타나베 고시(渡邊孝史), 종업원은 130명, 연간 매출은 28억 엔(250억원)이다. 잇포도 가게 안에는 이런 현액이 걸려 있다. ‘만고의 소나무 바람소리, 한 봉에 담아 바친다.’ 지난 300년간, 세월의 무게가 담긴 글귀이자 맛의 기준을 결정하는 함축적인 한 줄의 시였다.
2008.03.24 11:04
6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