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유전체 분석'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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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놈인사이트테크놀로지(이하 지놈인사이트)가 유전체 검사 시장에 메기를 푼다. 개인의 모든 유전자 서열 정보를 말하는 전장유전체. 이를 분석하는 지놈인사이트 자체 WGS(whole genome sequencing)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암 진단 솔루션 ‘캔서비전(CancerVision)’은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출시 일정은 2023년 4월, 출시 예정국은 한국·미국·홍콩 등이다. 기술력 입증은 이미 끝났고, 가격 경쟁력 역시 갖췄다. 막바지 개발 절차에 눈코 뜰 새 없다는 지놈인사이트의 공동창업자 주영석 대표(40)와 이정석 미국법인 대표(40)를 최근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만났다. “이제 막 전장유전체 분석 시장이 움트는 미국 시장에서 사업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샌디에이고에 나와 있다”는 주 대표의 얘기는 화상 연결을 통해 들었다. 두 창업자는 인터뷰 내내 극명하게 다른 성향·성격을 나타냈다. 그러나 답변이 부족한 지점은 서로 채워주는 합을 물 흐르듯 보여줬다. 흔히 ‘척하면 척’으로 표현되는 관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모두 학계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왔기 때문일까. 기술적 얘기는 물론 사업적 내용에서도 ‘확실한 부분만 확답을 하는’ 진중함은 비슷했다. 자사 기술력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특히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 대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유전체 검사는 유전체의 2% 정도만 들여다보고 결과를 도출한다”고 지적하면서 “지놈인사이트의 기술을 사용하면 같은 가격에 유전체 전체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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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투자금 350억원 돌파
주 대표와 이 대표가 지놈인사이트를 설립한 시점은 2020년 1월. 당시 회사 앞엔 ‘시작부터 남다른’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유전체의학·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각각 차세대 리더로 꼽힌 두 의사과학자의 의기투합은 시장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두 창업자가 지닌 전문성만으로도 경쟁력은 이미 상당 부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놈인사이트는 이내 유전체 진단 분야 딥테크(Deep Tech·연구개발을 기반으로 특정 기술에 강점을 지닌 스타트업)로 부상했다. 이 같은 시장 평가는 투자 유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지놈인사이트는 지난 4월 시장성 입증 후 사업 확장 단계에 추진되는 시리즈B를 통해 285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누적 투자 규모는 설립 3년도 안 돼 350억원을 돌파했다. 두 창업자는 현재 국내 최고 연구진이 모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의과학대학원 교수직을 겸직하고 있다. 주 대표는 “운이 좋았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카이스트 교수직에 도달하기까지의 이력도 화려하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유전체 연구소인 ‘웰컴 트러스트 생어’에서 박사 후 과정을 진행하며 암유전체프로젝트(cancer genome project) 참가하는 등 전문성을 쌓았다. 특히 200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인(한국인)의 전장 유전체를 해석한 논문을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지에 올리면서 나이 마흔도 안돼 ‘한국 1세대 유전체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로도 네이처·사이언스 등 세계 정상급 학술지에 숱한 논문 게재하며 ▶임성기연구자상 젊은연구자상 ▶아산의학상 젊은의학자부문 ▶인간유전체기구(HUGO)의 첸 우수상 등을 받았다. 이 대표 역시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서울대 의대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는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면역학을 공부하며 받았다. 흔히 ‘사이토카인 폭풍’이라고 불리는 과잉 염증반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하는 등 뚜렷한 학술적 성과도 이뤘다.
전문가로서 입지를 쌓으며 ‘성공의 길’을 안정적으로 걷고 있던 두 사람은 왜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창업에 뛰어들었을까. 회사 설립 과정부터 물었다. 이 대표는 “주 대표를 믿었기 때문에”라고, 주 대표는 “이 대표 덕분”이라며 웃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랜 시간 서로가 노력해온 시간을 지켜보며 옆에서 응원을 건네던 사이다. 이 대표는 “주변에선 영석이가 지닌 천재성을 주목하지만, 제가 본 영석이는 그보다 참을성이 더 뛰어난 사람”이라며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심성을 지녀 함께 사업을 꾸려간다면 중심을 잡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연구를 잘한다고 사업에 성공하는 건 아닌데 정석이는 뛰어난 의사로 활약하며 야수성을 키워왔고, 이 지점에 매료돼 사업 참여를 부탁했다”며 웃었다. 물론 창업이란 선택이 우정을 바탕으로만 진행된 건 아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두 사람은 창업 당시 3년 안에 유전자 검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기술의 특성상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곳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 사업적 기회를 잡기 위해 사장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특허 만료·기술 발전·공급 증가 등의 이유로 유전자 검사 비용이 3년 안에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실제로는 2년 6개월 만에 가격 하락 조짐이 나타났고, 이 기간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기에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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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유전체 분석 플랫폼이 가진 파급력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NGS 기반 패널 검사는 지난 2017년 건강보험 조건부 선별급여가 적용되며 시장에 안착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 기술의 한계는 명확하다. 최대 2% 수준의 유전자만 분석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개인의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려면 100~200기가바이트(GB) 정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실제 의료 영역에서 이 같은 방대한 데이터양을 처리하며 치료를 병행하는 일엔 시간·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유전자 패널 검사는 그 대안으로 나온 기술로,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특정 부위만 골라 분석하는 식으로 검사가 이뤄졌다. 이 대표는 암의 발생을 이같이 비유했다. “우리 몸이 움직이는 걸 책을 복사하는 일에 빗대면, 복사할 때마다 글자가 하나씩 틀리는 에러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이게 어느 임계점을 돌파하면 책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게 바로 암이다. 결국 암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정상적인 세포와 암세포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하면 치료제 처방부터 더 적합한 임상 개발까지 다양한 영역이 열릴 수 있다.” 주 대표는 현재 NGS 기반 패널 유전자 검사는 ‘임시방편’이라고 했다. “유전체를 전부 분석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점을 의학계 종사자 모두가 알고 있다. 예를 들어 폐암 진행 과정 중에도 유전자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 때문에 특정 시기엔 대장암·유방암 환자에게 쓰는 약이 더 효과가 좋기도 하다. 유전자를 일부만 보는 패널 검사에선 이 같은 답을 주지 않는다. 전장유전체를 분석한 결과를 그간 쌓아온 데이터와 비교해야만 이런 접근이 가능하다.”
지놈인사이트는 설립 후 전장유전체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필요한 비용은 투자금을 통해 충당하며 ‘의료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플랫폼 개발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1만5000개의 전장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양한 전문가들과 해석하고 있다”며 “특정 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동일한 유전자 패턴을 찾아내는 등의 과정을 거쳐 ‘캔서비전’을 고도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놈인사이트가 준비 중인 WGS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전장유전체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주 안팎이다. 패널 유전자 검사 결과 도출 기간과 비슷하다. 비용 역시 패널 유전자 검사와 동일하거나 조금 낮게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서울성모병원·아주대병원 등에서 플랫폼 성능 검증을 위한 연구 협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퀀싱 비용이 예상대로 낮아지고 있고, 확보한 정보기술(IT) 역량도 상당해 가능한 구조”라며 “제품이 출시되면 적어도 한국 법인은 자생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지놈인사이트는 전장유전체 데이터가 지닌 경쟁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임상 과정에서 치료제가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이들에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주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자사 기술력이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접근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이제 막 이뤄지는 추세다. 시장 가능성을 확인한 두 창업자가 올해 초 법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결단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 대표는 “미국에서 전장유전체 분석 기술이 주목받고 난 뒤엔 이미 늦은 것이라 판단해 선제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승부를 볼 자신이 있어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지놈인사이트는 국내 시장에선 주요 5대 병원을 대상으로, 미국 시장에선 엠디앤더슨(MD Anderson)·캘리포니아 대학 병원(UC San Diego Health)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맥킨지에서 활약한 서제희 파트너를 미국법인 공동대표로 영입하며 투자 유치·고객사 확보 등 현지 사업의 외연 확장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장유전체 분석은 결국 기술의 고도화가 이뤄져서 가능해진 영역”이라며 “기술적 혜택을 의학 분야에서 보다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2022.1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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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GC지놈이 특허청으로부터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아이스크린(i-screen)'의 기술 특허를 취득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이스크린은 신생아의 제대혈이나 발뒤꿈치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해 23쌍의 유전체(염색체)를 스크리닝 하는 검사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법을 활용해 이용해 전장유전체시퀀싱(WGS, Whole Genome Sequencing)을 기반으로 신생아의 염색체 이상을 찾아낼 수 있다.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폐나 지적장애 등 유전질환을 검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선천적인 유전질환은 완벽하게 치료할 수 없지만 조기 진단을 통해 언어능력을 높이고 문제행동을 줄이는 등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기창석 GC지놈 대표는 "신생아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유전질환을 빠르게 확인해, 부모의 궁금증과 두려움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했다. 한편 GC지놈은 지난 4월 GC녹십자지놈에서 사명을 변경한 임상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이다. 주력 사업은 암 유전자 검사로 현재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액체 생검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국내 난소암 표적항암제 처방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상동재조합결핍검사 '그린플랜 HRD'를 신의료기술로 승인받았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2022.06.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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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Omicron)에 감염된 의심 사례가 30일 오후 국내에서도 처음 발견됐다. 보름 전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던 인천 거주 40대 부부와, 부부를 밀접 접촉한 자녀 1명과 지인 1명이다. 부부는 10월 28일 모더나 백신 접종 후 11월 14~23일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11월 24일 오후 3시30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다음날인 25일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변이 PCR 검사를 받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과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이들은 PCR 검사 결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선 음성이, 알파·베타·감마와 오미크론에 대해선 동시다발적 양성이 각각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을 오미크론 감염 의심 사례로 분류한 뒤,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에 대한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전장유전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는 1일 오후쯤 나올 예정이다. PCR 검사로는 오미크론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확진자 검체의 전체 유전자를 분석하는 전장유전체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와 함께 부부가 탑승한 항공기에 동승했던 탑승자들을 추적 중이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 항공편은 나이지리아에서 출발해 에티오피아를 경유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탑승객 81명 가운데 45명이 우리나라에 입국했으며 입국자 국적은 밝히지 않았다. ━ 아프리카 국가 외에도 네덜란드·독일도 위험국 방역당국은 11월 28일 네덜란드에서 들어온 외국 국적자와 29일 독일에서 온 내국인에 대해서도 전장유전체 검사를 진행 중이다. 네덜란드와 독일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견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주변국인 나미비아·레소토말라위·모잠비크·보츠와나·앙골라·에스와티니·에티오피아·잠비아·짐바브웨와 함께 다른 나라들로부터 격리와 출입국 제재를 받는 고위험 국가로 분류된 상태다. 우리나라도 지난 29일부터 나미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레소토·말라위·보츠와나·에스와티니·짐바브웨·모잠비크 8개국을 위험국·격리면제제외국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국가별 위험도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상황을 계속 파악해 아프리카 8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30일 오후 오미크론 의심 사례 발생에 따른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오미크론의 국내 유입 차단·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오미크론 국내 의심사례를 보고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입국방역 강화를 즉각 시행하라”며 엄중한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앞으로 코로나 사태 대응에 중대한 국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오미크론 진단 키트 개발, 전문가 논의, 대응 방역전략 수립 등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 남아공 첫 보고보다 더 앞서 유럽에 퍼진 듯 오미크론 국내 첫 감염 의심 사례는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세를 짐작하게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을 발견했다며 11월 24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한지 6일만에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이는 국내 방역체계가 뚫린 것을 의미하며 11월부터 시행한 단계적 일상회복의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미크론이 발견된 국가는11월 30일 기준 남아프리카공화국·네덜란드·독일·덴마크·보츠와나·벨기에·영국·오스트리아·이스라엘·이탈리아·일본·체코·캐나다·호주·홍콩 15개 나라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남아공이 WHO에 처음 보고하기 전부터 다른 나라에 이미 퍼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 국립공중보건·환경연구소(RIVM)가 11월 19∼23일 채취된 표본에서 오미크론을 발견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즉, 유럽 국가들이 남아공의 첫 보고 직후 아프리카 남부 국가들에 대한 출입국을 막았으나 이미 때 늦은 조치였다는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 WHO 사무총장은 오미크론은 전파력, 백신 효능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의문점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오미크론이 전례 없는 많은 수의 스파이크돌연변이를 갖고 있어 또 한번의 팬데믹(세계 대유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1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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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DNA 분석해주는 유전자 분석업체 23앤미의 최근 연구에서 피부암과 관련된 유전인자 31가지 밝혀져연간 10만 명. 영국에서 비흑색종 피부암으로 진단 받는 사람 수다. 이 병에 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이를 보면 가장 흔한 형태의 피부암인 기저세포암에 취약한 유전체 부위가 새로 확인됐다는 최근 뉴스에 사람들이 기뻐할 만도 하다.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이 연구에서 한 가지 색다른 점은 영리 유전자 분석 업체 23앤미가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했다는 사실이다. 약 19만원을 내면 타액 샘플을 채취한 뒤 DNA를 분석해 유전적 위험요인뿐 아니라 그 밖에 다수의 유전적 특성과 유전병을 알려주는 업체다.그러나 당사자가 동의하기만 하면 수집된 데이터를 또 다른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질병과 관련된 새 유전체 부위를 찾아내는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GWAS)도 가능하다(이 서비스는 미국에서만 허용된다).최근 연구에서 23앤미 고객의 정보를 이용해 피부암과 관련된 유전인자 31가지가 밝혀졌다. 17종은 이전 연구 결과를 뒷받침했고 14종은 새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기저세포암으로 진단 받은 피험자들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약 1만7000명의 환자와 29만 명에 가까운 대조군을 대상으로 피부암과 SNP(단일유전자변이,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유전자 변이인 DNA 복제 오류)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기저세포암의 가족 내 상대위험도(대조군 대비) 중 이들 전체 관련 유전인자 31종으로 설명되는 비율이 11%에 달한다고 말한다.23앤미의 통계 유전학 연구팀장 데이비드 힌즈 박사는 “기저세포암 치료법이 대체로 효과적이고 우리의 발견에서 더 나은 치료법이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다”며 “하지만 고위험군의 유전적 특성에 기초해 더 적극적인 감시와 예방 전략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앞으로 이번 조사와 비슷한 연구에서 23앤미의 서비스같은 상업적 유전자 검사가 갈수록 더 많이 사용되면서 질병과 관련된 과학자들의 지식 향상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암연구에 얼마나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와 환자에게 도움이 될지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거리다.23앤미는 질병의 유전적 결정인자를 이해하려 애쓰는 과학자들에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GWAS 실시에 필요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선별할 수 있다. 유의미한 유전적 연관성을 찾아낼 확률도 높다.힌즈 연구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리서치 모델에선 고객들이 쉽게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 단기간에 많은 인원을 모집할 수 있다. 전통적인 연구 방식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과거의 유전자 연구경험을 통해 확실한 결과를 얻으려면 표본 규모가 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우리 회사의 방식처럼 표본 규모가 크면 유전자가 얼마나 질병을 유발하는지 알아내기가 훨씬 쉽다.”대규모 샘플을 준비하는 작업이 언제나 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암연구자들에게 대규모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 23앤미만은 아니다. 영국 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의 선임 의학정보책임자 저스틴 앨포드 박사는 23앤미의 부가가치가 그들의 주장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취급하는 데이터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진짜 대형 프로젝트가 이미 두 종이나 있다. 가령 표준화된 기법을 이용해 전 세계 과학자들과 협력하는 국제암유전체컨소시엄(ICGC)이 대표적이다. 영리 목적의 유전자 기업이 별도의 어떤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23앤미는 대부분 유전자 검사를 받으려고 회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는 심각한 질환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중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유전자 검사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힌즈 연구팀장은 “23앤미의 데이터는 보편적인 질환을 연구하기에 특히 유용한 도구로 우리 고객들에게 흔히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이지 않거나 희귀한 질병의 경우엔 우리의 정규 고객 기반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데이터가 적다. 하지만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를 적극적으로 모집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예컨대 우리에겐 파킨슨병 공동체가 있다.”23앤미의 과학자들은 특정 암의 유전적 위험인자를 찾아내려 할 때 주로 SNP 규명에 초점을 맞춘다. 힌즈 연구팀장은 “유전체 전반적으로 우리가 검사하는 데이터는 대부분 SNP”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에게 싸고 간단한 좋은 검사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연구를 통해 SNP가 개인의 유전적 위험 중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그러나 SNP만으로 개인이 갖고 있는 유전적 위험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 존재만으로 의학적 감시의 필요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어떤 사람이 암에 걸릴지 정확히 예측하기에는 부족하다. 앨포드 박사는 “SNP가 암과 관련된 유전적 변화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내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23앤미 데이터를 이용해 찾아낸 SNP로는 암 발병 위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없다. 그렇게 발견한 5가지 SNP 전체적으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지 모르지만 그중 한 가지만 갖고 있을 경우 실제로 암 발생 확률이 높다고 확신할 수 없다. 지금껏 확인되지 않았던 잠재적인 유전적 원인을 특정하고 나아가 더 많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그런 연구로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더욱이 23앤미 데이터 기반의 리서치가 항상 환경적 요인의 역할을 감안하는 건 아니다. 23앤미는 참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해 묻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답변은 모두 직접 작성한 것이며 의료기록을 확인하지 않으면 정확성을 증명할 길이 없다.하지만 23앤미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쟁점은 과학 연구에의 참여가 아니라 윤리성 문제다. 일부 의료 전문가는 유전적 상담이나 기타 다른 지원 없이 유전적 위험만 알려주면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걱정을 유발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힌즈 연구팀장은 “우리 서비스에 유전적 상담이 포함되지는 않지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고객을 위해 유전적 상담 서비스 제공단체로의 링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23앤미는 그런 정보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중에는 자신의 유전적 위험 관련 정보를 알게 될 때 사람들이 특별히 더 우려하지는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자신의 위험에 관해 알게 되면 그런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스스로 건강에 더 신경 써서 잠재적으로 사망률을 낮추고 그에 따라 암과의 싸움에 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특정한 예방전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앨포드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특정 SNP를 보유하지만 개입 또는 예방 전략이 없을 경우 그 위험을 알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방암과 관련된 돌연변이 BRCA 유전자의 존재를 알게 될 경우엔 예방 치료나 예방적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진짜 그만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일반적으로 다른 유형 암의 유전적 위험이 클 경우 대처할 만한 특정한 예방 전략이 없다.”결국 이런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본인의 판단에 달려 있다. 한편 23앤미의 발견이 의학연구에 가치를 더할 잠재력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여전히 의학계 전반적으로 열렬한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레아 서루게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6.09.26 10:55
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