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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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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발자국은 ‘기업의 경쟁력’...탄소 문맹 韓, 구원투수로 나선다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시간이 없다. ‘탄소 규제’를 위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 정작 국내 기업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현황과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의 53%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측정조차 곤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탄소 문맹’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기업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ESG 수출규제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지목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EU)로 수입되는 역외 제품에 대해 EU 배출권거래제(EU-ETS)와 동등한 탄소가격을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2023년 10월부터 6개 품목(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 중인데, 오는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CBAM은 제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업계는 향후 ▲석유․화학 ▲플라스틱 등 대상 품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대응 수준이다. ESG 수출규제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과 대응 수준은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주요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 및 대응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ESG 수출규제 인식 수준’은 ▲대기업 55점 ▲중견기업 42점 ▲중소기업 40점으로 나타났다. ‘대응 수준’도 ▲대기업 43점 ▲중견기업 36점 ▲중소기업 31점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대응 노력도 부족한 셈이다.탈탄소를 향한 글로벌 규제는 계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다. 정작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제품 공급망에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정확한 ‘탄소 발자국’(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 탄소의 총량) 수치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글래스돔코리아(대표 함진기)는 우리나라의 ‘탄소발자국 구원투수’로 통한다. 세계 최초 LRQA 인증 획득초기 글래스돔은 제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를 주된 과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글래스돔의 기술력은 괄목할만하다. 글래스돔은 국제 공인 인증기관 로이드인증원(LRQA)으로부터 제품 탄소발자국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 14067’ 검증을 획득했다. 이는 세계 최초다.LRQA는 국제 공인 인증기관이자 EU에서 인정한 EU-ETS 검증기관이다. LRQA는 EU지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제품탄소발자국 보고서의 검증을 수행한다. 또 국제 표준 준수 여부를 따져 검증 보고서를 발행한다.‘ISO 14067 검증’은 LCA(전 과정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 14040’과 ‘ISO 14044’를 기반으로 정의된 제품탄소발자국 계산법과 보고방식에 따라 기업을 평가한다. 해당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ISO 14067 검증’이 주어질 만큼 국제적인 검증이다.업계에 따르면 ‘탄소 발자국 관련 수치’ 글로벌 인증 비용은 1회 당 수천만원 가량이 든다. 또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ISO의 기준으로 계산이 됐는지, 해당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도출이 됐는지 등 세부적인 평가를 거친다. 이는 기업들의 지불 비용으로 환산된다.함 대표는 “탄소 발자국 관련 수치는 결국 제 3자 검증을 받아야한다. 제 3자 검증은 주로 글로벌 인증기관이 수행하는데, 해당 기관들이 보증하는 인증용 보고서가 있어야 믿을 수 있는 수치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탄소 발자국에 대한 글로벌 인증 기관의 인증이 없으면 결국 무용 지물이다. 글래스돔은 LRQA에게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자체를 인증받았다. 이를 통해 심사원들은 글래스돔의 솔루션이 적용된 기업들의 데이터 60~70%가량을 온라인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즉, 나머지 30~40% 정도만 확인하면 일련의 인증 과정이 끝나 시간과 비용 모두 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래스돔의 ‘플러그 앤 플레이’글래스돔의 탄소발자국 솔루션의 가장 큰 특징은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다. 일반적인 탄소발자국 데이터 수집 솔루션의 경우 각 설비 및 계측기에 ‘유선 배선 공사’를 실시한 뒤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에 반해 글래스돔의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은 별도의 유선 배송 공사가 필요 없다. 또 클라우드 기반 응용 프로그램(SaaS) 기반으로 개발된 솔루션은 ISO 국제 표준에 맞춰 제조 공정 과정의 탄소배출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리포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글래스돔의 설명이다.함 대표는 “탄소 발자국을 측정을 위한 비용절감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게도 중요하다. 탄소 측정을 위해 수개의 계측기를 설치하는 행위는 비용적인 문제에서 불리하다”며 “글래스돔의 탄소발자국 계측기의 경우 별도의 유선 배선 공사 없이 데이터 정보가 전달돼 저비용으로 빠르고 탄소 배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소요 비용을 최적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의 생산라인에 한번 계측기를 설치할 경우, 라인이 바뀌거나 사용되는 원재료가 더 들어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외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탄소발자국은 곧 ‘기업의 경쟁력’문제는 기업의 대응 역량이다. 대기업의 경우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탄소배출량 관리를 추진 중이다. 다만, ‘n차 협력업체’ 밑으로 내려갈수록 데이터 확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탄소 관리체계 관련 인력과 시스템이 미비해 원청업체의 요구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함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협력사들에 탄소배출량 관리와 관련된 지시사항을 내린다”며 “만약 협력사들이 지시 사항과 관련된 실행 계획이 없으면 사업에 아예 넣어주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국내 대기업 제조사의 경우 탄소 발자국 데이터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의 데이터도 정확히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협력사들의 데이터 계산이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산 양식에 맞춰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글로벌 공식 인증 기관의 기준이 아닌, 대기업의 편의에 맞춘 계산 방식으로 탄소발자국을 집계할 경우 데이터의 정확도를 누구도 보증할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탄소발자국의 핵심은 ‘데이터의 정확도’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탄소 발자국 관리 능력이 업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제품의 원가 및 품질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이 납품하는 탄소발자국 수치 데이터의 정확도도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 협력사를 선정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탈탄소의 종착역은 ‘DPP’글래스돔은 글로벌 탈탄소 움직임의 종착역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DPP)를 지목했다. DPP는 제품의 원산지와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EU는 오는 2026년부터 DPP를 도입해 2030년까지 모든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함 대표는 “디지털 제품 여권에는 제품 하나를 생산할 때 원재료부터 최종 조립 단계까지 총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했는지 수치가 포함돼야 한다. 이밖에 재활용 비율 및 원산지 이력 정보도 제공하는데, 내년 하반기 가장 먼저 시작될 EU 배터리법을 시작으로 나머지 규제의 방향성도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탈탄소 규제에 발맞추기 위해 우선 관련 지원 사업들이 많이 나와야한다”며 “비용적인 문제를 포함해 탈탄소 규제 관련된 정보를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이 있는 중견·중소 기업들이 탈탄소 규제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도록 세미나 및 홍보 자료를 꾸준히 배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첨언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탈탄소 규제와 관련된 정보를 모르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다수”라고 우려했다.

2024.10.07 09:00

6분 소요
내 폰에 '온라인 쓰레기'가?…기업들 '디지털 탄소' 줄이기 나서

IT 일반

# 취업준비생 노희성씨(25)는 얼마 전 자신의 메일함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년도 더 지난 첨부파일들이 메일함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과학실험을 위해 첨부한 보고서, 대입을 위해 수십번 수정한 자기소개서 등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흔적들이 그대로 메일함에서 발견했다. 일시적인 저장창구로 활용됐을 뿐인 메일함에서 불필요한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확산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크게 높아졌다. 특히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만큼 흡수를 늘려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 그 중심이다. 그동안 탄소중립 캠페인은 폐플라스틱, 비닐 등 ‘오프라인’에 한정된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데이터가 오가는 온라인에서도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이를 지표로 나타낸 것이 바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탄소 배출량,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사람의 디지털 기기 활동 흔적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징화한 개념이다. 디지털 탄소가 발생하는 과정은 이메일, 전화 통화, 동영상 시청 등으로, 일상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 한 개의 이메일을 전송하는데 4g, 전화 통화 1분에 3.6g, 동영상을 10분 시청하는데 1g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정리 안 된 메일함 서버 유지를 위해 연간 17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33억 kWh의 전기가 낭비되는 현황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해도 전체 탄소발자국에서 디지털 탄소발자국 비중은 약 1%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18년에는 수치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2040년에는 14%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일상에서 ‘디지털 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탄소 배출이 이뤄진다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대중에게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포탈에서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공익을 위해 디지털 탄소발자국 공론화에 힘써야 한다. 담배의 해로움을 명시토록 한 광고와 비슷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러 기관, 기업에서 디지털 탄소 감축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야놀자’는 메일함을 정리한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선물을 지급하는 ‘디지털 탄소 감축 캠페인’을 진행했다. 제주관광공사 역시 공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탄소발자국 지우기의 날'을 지정해, 불필요한 메일과 파일을 삭제하도록 유도했다.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도 친환경챌린지를 진행해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에 문 교수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메일을 통해 탄소 배출 완화에 접근하는 방식은 바람직하다”며 “시민단체 등 다양한 종류의 단체가 주축이 돼 캠페인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2022.10.12 16:54

2분 소요
“재생에너지 안 쓰면 거래처 끊긴다”…현실화하는 ‘RE100’ 부담

산업 일반

글로벌 거래처로부터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라고 요구받는 우리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는 등 RE100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 중 대기업은 28.8%가, 중견기업은 9.5%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산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지만, ‘2025년까지’(33.3%) 요구받는 곳도 적지 않았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특정 국가나 정부가 나서기보다 민간에서 주도하는 운동이다. 구속력은 없지만,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이들끼리 거래를 지속할 경우 다른 기업은 글로벌 영업망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애플, 구글, BMW 등 379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국내에서도 SK그룹 7개사,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22개사가 RE100에 가입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RE100 캠페인이 세계적인 흐름이 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2021년 글로벌 RE10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중 77개사는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실제 해외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받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꺼리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A사는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할 것으로 요구받았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수주의 기본 조건이 된 셈이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배터리 제품의 탄소발자국 분석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데 이에 맞추려면 A사는 물론 협력사들까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A사는 우선 재생에너지 조달이 쉬운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위주로 납품하는 한편 국내 생산 제품의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로드맵을 협력사와 함께 논의 중이다. 글로벌 기업에 기저귀 등 위생용품 소재를 납품하는 B사는 최근 납품 과정에서 해당 회사 제품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경우 탄소감축이 얼마나 되는지 제출하도록 요청받았다. 아직 재생에너지 사용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시일에 해당 요구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RE100요구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RE100 참여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35.0%)을 꼽았다.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정보 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을 지적한 곳이 뒤를 이었다. RE100 조건을 이행하려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짓거나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통해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야 한다. 아니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이 세 가지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에 드는 비용이 각각 유럽의 1.5~2배 수준”이라며 “특히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등은 수십 년 동안 일회성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중소·중견기업에는 큰 부담”이라고 했다. ━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7.5%, OECD 4분의 1수준 이런 어려움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상위 30개 기업의 한전 전력 판매실적을 보면, 국내 전력소비 상위 5개 기업이 47.7 테라와트시(이하 TWh) 전력을 소비했는데 같은 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3.1 TWh에 불과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에서도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43%로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약 30%)의 4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의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적지만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위해 희망하는 정책과제로는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1%)가 가장 많았다.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의견이 23.2%로 뒤를 이었다.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9.8%),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6.5%)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PPA 주민참여형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 ▶녹색요금제구매시 부가비용 면제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대형사업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6개 정책 지원과제를 제안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협력사가 1만 개 이상으로 파악되는 만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08.28 13:00

4분 소요
기업이 ESG 경영을 통해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려면 [신지현의 ESG 수업]

전문가 칼럼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도입한다는 것은 현재의 상태를 벗어나 조직 내부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에서 ESG 관련 대외 홍보 메시지가 나갈 때는 사전 협의를 통해 일관된 비즈니스 철학에 따라 메시지를 작성하고 검토해 겉으로 드러내는 것에만 치중한 ESG 워싱은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ESG 경영은 ESG 담당자 또는 담당 부서에서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 내 다양한 부서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ESG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내재화’다. 영어로는 ‘Integrate(통합시키다)’를 쓰기도 한다. 충분한 내재화가 이루어지면 자기 것으로 행동화할 수 있다. 조직원이 ESG 경영을 내재화하면 경영진에서 모니터링하지 않아도 임직원 개개인이 ESG 경영에 대한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여 ESG 경영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면 그 조직은 분명 ESG 지표만 따라잡기에 급급한 조직과는 차원이 다른 성과가 나올 것이다. ━ 미쉐린은 어떻게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했는가 최근 ESG 경영의 부상과 함께 환경, 특히 탄소 배출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생산 과정에서의 책임’을 넘어 ‘생산부터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까지의 모든 책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관점이 힘을 받고 있다. 이에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은 제품 판매 단계에서 그들의 상품을 단순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화’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트럭 운송회사에 타이어 관련 ‘마일 단위 지불’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예컨대 트럭 운송회사는 타이어를 개수 단위로 구매하는 대신 10만 마일(약 16만km) 상당의 타이어 사용량을 구매한다. 그리고 트럭이 해당 거리를 운행하는 동안 미쉐린은 타이어의 설치, 유지, 교체, 재활용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럭 운송회사가 타이어를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계약 방식은 미쉐린에겐 더 많은 사업 기회와 안정적인 비즈니스 수익모델을 제공하고, 트럭 운송회사에는 고정비용을 변동원가로 바꿔 사업 리스크를 줄여 서로 ‘윈윈’하는 모델이 되었다. 특히 이 사업모델은 트럭의 탄소발자국을 줄여주는 효과까지 있다. 타이어 제조업체가 직접 최적의 상태로 유지한 타이어는 수명이 길고 회전 저항이 작기 때문에 트럭의 연료 소비량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타이어 교체 주기도 늘어남에 따라 제품의 제조 수량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 전략기획 부서, ESG 경영의 비전을 제시해야 미쉐린의 경우처럼 ESG 경영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비즈니스를 지속하기 어렵다. ESG는 투자자, 소비자, 고객사에서 바라는 단기적인 요구 사항들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후 위기, 산업 안전 이슈 등 다양한 리스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강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지침과 기준이 될 수 있다. 가령 기업의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조직이 같은 비전과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여러 부서와 소통하고 협업하는 전략기획 부서가 ESG 경영에 집중하면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강점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장기적인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비즈니스 전략기획을 수립할 수도 있다. 또한 전략기획 부서는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관찰하며 유기적으로 전략적 대응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ESG 경영은 전략기획 부서에서 필수적으로 살펴야 할 중요한 어젠다이다.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현재 비즈니스를 어떻게 개선하거나 전환할지 구체적인 실행안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기업의 전략기획 부서는 세계 ESG 현황과 시장 조사를 하고, 자신들만의 ESG 경영 철학을 토대로 중장기 비즈니스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된 여러 부서에 실행안을 전달하고, 해당 계획이 잘 수행되고 있는지 모니터링과 평가를 하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중장기 계획에 반영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그리고 ESG 경영에 미치는 부정적·긍정적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크게는 비즈니스 중점 수익모델을 바꾸거나 공정 과정을 개선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외부 컨설팅, 전사 임직원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ESG 경영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정된 자원으로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행할지 결정하여 각 부서에 임무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전체가 동일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부서별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ESG 경영을 중점 과제로 삼을 수 있도록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맞춤형 정책 추천-신청 서비스 스타트업 웰로에서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다. 자칭 ‘Sustainfluencer’(지속가능성을 위해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부르며 다국적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마케팅 분야에서 20년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ESG(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이 있다. 신지현 웰로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

2022.03.05 14:00

4분 소요
[4차 친환경차 보급계획 ‘첨병’ 나선 아이오닉5] E-GMP에 기대 건 정부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보급”

산업 일반

넓은 공간에 가격 경쟁력 앞장… 주행거리·친환경차 인증 관건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가 공개된 2월 23일, 정부는 4차 친환경자동차 보급계획(이하 4차 계획)을 확정했다. 아이오닉5에 거는 정부의 기대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부분이다. 전기차 보급이 앞선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앞서보다 더 공격적인 전기차 생태계 보급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가 공개한 아이오닉5가 정부의 4차 계획의 첨병이 될 수 있을지 짚어봤다. ━ 보급 목표 하회한 전기차… ‘공간’ 앞세워 성공 거둘까 아이오닉5가 맡은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내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친환경차 보급 계획을 담은 제3차 친환경차 보급계획(이하 3차 계획)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목표로 했던 보급 대수를 초과 달성했지만, 핵심인 EV 보급 대수는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3차 계획에서 2020년 목표로 했던 EV 보급 대수는 20만 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실제 보급된 전기차는 13만4962대에 그쳤다. 연도별 계획했던 목표 대수를 달성한 것은 2016년(1만대) 뿐이었다.전기차의 판매가 저조했던 것은 ‘매력적인 제품의 부제’가 가장 문제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6년 현대차가 아이오닉 EV를 출시했고, 2017년 GM의 볼트EV 등이 출시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이 뜨거워지는 듯했지만, 이후 볼륨 후속 모델의 출시가 지연됐다. 2018년 출시한 코나 EV와 니로 EV 등이 기대를 모았지만 전기차 대중화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매력적인 상품이 전기차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테슬라가 증명했다. 지난해 보급형 모델인 모델 3를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인도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모델 3는 1만1004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전체 전기차 보급 대수(4만5044대)의 4분의 1에 달한다.아이오닉5는 정부의 전기차 보급에 기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2020년까지 목표로 했던 3차 계획이 정부 주도 기반 조성을 목표로 했다면 4차 계획은 민간주도 시장 활성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정부가 4차 계획에서 잡은 전기차의 누적 보급 목표는 2025년 113만대다. 앞으로 5년간 100만대를 보급한다는 얘기다. 2025년 연간 판매목표는 27만대다.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내년부터 연간 10만대 규모로 잡았다. 올해 국내 판매 목표는 2만6500대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정부의 보조금 지급차종(7만대)의 38% 수준이다. 곧 출시될 기아차의 CV와 함께 국내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석권하겠다는 목표다.이런 포부를 밝힌 아이오닉5에 요구되는 것은 소비자에게 전기차 구매를 유인할 특별한 장점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력을 느낄 요소는 충분하다는 게 아이오닉5를 접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기존 자동차가 보여주지 못했던 공간 활용과 새로운 기술들이 집약돼 현대차가 이를 악물고 만들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차별화된 전기차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아이오닉5는 기존의 전기차와는 차별화된 상품성을 제공한다. 가장 큰 장점은 내연기관차는 물론 기존 전기차와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의 전장 길이는 투싼보다 5㎜ 긴 4355㎜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000㎜로 투싼의 휠베이스(2755㎜)보다 245㎜ 길다. 이는 쏘렌토는 물론 현대차에서 가장 큰 SUV인 팰리세이드(2900㎜) 보다도 100㎜나 긴 압도적인 수치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전기차로써 프론트·리어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공간보다도 눈에 띄는 건 별도의 제어기나 연결장치 없이도 일반 전원을 전기차 내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110V나 220V 등의 가전을 운용할 수 있다. 차에서 드라이기나 커피포트 등을 사용하고, 캠핑을 위해 별도의 발전기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전기차 보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 경쟁력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2월 25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아이오닉5 롱레인지 가격은 트림별로 기본형 익스클루시브 5200만~5250만원, 고급형 프레스티지 5700만~575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경쟁모델로 꼽히는 테슬라 모델Y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테슬라 모델Y는 국내 보조금 기준을 의식해 모델 Y 스탠다드 레인지(60㎾ 배터리)의 판매가격을 5999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마저도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아이오닉5 구매시 보조금을 적용하면 가격은 동급의 내연기관차와 비슷하다. 개별소비세 혜택(최대 300만원)과 구매보조금(서울시 기준 1200만원)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 가격은 익스클루시브 3700만원대, 프레스티지 4200만원대다. 현대차의 중형 SUV 싼타페의 2.5 가솔린 터보 모델 최고 트림(AWD 제외) 가격이 3839만원이고 2.2 디젤 최고트림(AWD 제외) 가격이 3986만원 수준이다. 아이오닉5는 익스클루시브 트림에도 경우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등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이 포함된다. ━ 기대보다 짧은 주행거리… 초고속 충전 기대감 아이오닉5의 또 다른 과제는 전기차 충전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공개된 아이오닉5의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이하 주행거리)는 기대보다 짧다. 앞서 E-GMP를 공개할 당시 현대차는 해당 플랫폼으로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는데, 아이오닉5의 주행거리는 410~430㎞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흥수 상품본부장(전무)는 “E-GMP 기반의 차량은 500㎞ 이상의 주행거리를 구현할 수 있지만, 아이오닉5의 경우 현재의 고객패턴을 최적화한 것”이라며 “앞으로 출시되는 E-GMP 기반 차량들도 차의 특징이나 고객의 니즈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서로 다른 주행거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출력을 제한하거나 배터리 용량을 키워야 하는데, 전자의 경우 차량 매력도가 떨어지고 후자는 차량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로선 긴 주행거리를 내세우기 보다 아이오닉5의 고객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최접점을 찾았다는 얘기다.비교적 짧은 주행거리에 대해 현대차가 내세운 무기는 ‘초고속 충전’이다. E-GMP를 기반으로 한 차는 800V 시스템 충전이 가능해 기존에 사용하던 400V 고속 충전 시스템보다 이론상 두 배의 충전 속도를 낼 수 있다. 350㎾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 할 수 있고, 5분만 충전해도 최대 100㎞ 주행이 가능하단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 충전에 대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자가 충전이 불가능한 사람도 공용 초고속 충전기를 이용해 전기차를 운용할 수 있다.물론 여기에는 과제가 있다. 바로 충전기 보급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800V를 지원하는 충전기는 현대차가 최근 설립한 EV스테이션 강동이 유일하다. 현대차는 “올해 초 전국에 걸쳐 120기 이상의 초고속 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800V 충전기를 전국 주요 고속도로 12곳과 도심 8곳에 구축할 방침이다. ━ LCA 측면에서 ‘친환경차’ 인정받아야 현대차가 기여할 부분은 초고속 충전기 보급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4차 계획에는 2025년까지 누적 50만기의 생활거점중심 전기차 충전기와 1만7000기의 이동거점(휴게소 등)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에 발맞춰 2만 기의 충전기를 무상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협력사를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4차 계획에서 정부는 “탄소중립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자동차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체계(LCA) 도입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CA란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운행되고 폐기될 때까지의 탄소발자국을 평가하는 걸 말한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재료의 채취와 가공, 자동차 운행에 소비되는 전기 생산을 모두 평가하는 걸 말한다.이는 국내 전기차의 ‘표준’이 될 아이오닉5가 단순히 ‘전기차’라는 것 이외에 친환경적인 자동차임을 입증해야 한다. 먼저 차량이 팔려 사용되는 단계에서 완성차 회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은 ‘전비’를 높여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더 적은 전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오닉5의 전비는 공개된 주행거리와 배터리 용량을 고려할 때 6㎞/ 남짓이다. 이는 코나EV, 니로EV와 비슷한 수준이다.물론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5 개발 과정에서 LCA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내장 곳곳에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원사로 직물을 제작해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팔걸이)에 적용하는 등의 노력이 더해졌다.다만 이 제품이 탈탄소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증명할 필요가 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전용 전기차 ID.3의 ‘기후 중립적인 제품’ 인증을 받은 바 있는데, 현대차 역시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물론 쉽지 않은 일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폭스바겐은 유럽 내 공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이를 달성했다.전기차의 생산 과정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배터리’와 관련한 솔루션을 찾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및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리스 및 폐배터리 재활용 등의 솔루션을 만들 예정이다. 폐배터리를 ESS 등으로 재활용하면 LCA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어 테슬라 및 완성차 업체들은 폐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1.02.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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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심장’ 울산을 가다] 굴뚝 산업 넘어 ‘친환경 발전 생태계’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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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세계적 부진 속 체질 개선 필요 커져… 수소·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로 재도약 추진 울산은 한국 제조업의 성지다. 한국의 석유·화학·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분야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으며, 막대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했다. 수출 최전선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며 ‘태화강의 기적’을 이루었다.그러나 달이 차면 기울 듯 울산의 영광도 영원하지는 못하다.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열풍과 소재 재활용 여파에 울산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이 주춤하고, 자동차·조선 산업도 2000년대 호황을 끝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변화의 때가 도래한 셈이다.이에 울산광역시는 정부의 뉴딜정책에 발맞춰 ‘9개 성장다리’라는 정책을 세우고 산업 체질개선, 스마트시티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 등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가꾸고 디지털 경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 글로벌 경제 변화 한가운데 선 울산 경제 울산은 장면 내각 시절이던 1962년 정부가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해 토지수용과 기간산업 건설에 나서며 한국 최대의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울산광역시 남구에는 울산석유화학공단, 울주군에는 온산석유화학공단, 북구에는 자동차산업단지, 동구에는 조선소 등이 위치하는 등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업도시로 탈바꿈했다.SK이노베이션·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현대제철·에스오일·삼성SDI·효성·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이수화학 등 내로라하는 국내 석유·화학·철강·자동차·조선 대기업들이 밀집해있다. 화학 기업만도 200여 개 달한다. 바스프·에보닉·윌로펌프·솔베이·NOV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도 울산에 공장을 두고 있다.큰 부가가치를 만드는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지역내총생산(GRDP)는 2019년 74조9297억원(시장가격 명목 기준)으로 광역시 중에서 부산·인천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1인 당 GRDP로는 6535만원(2018년 기준)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1위며,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8번째로 높은 덴마크(5만9822달러)와 비슷하다.대부분 공장이 24시간 운영되고 근로자들이 교대 근무하기 때문에 밤이 없는 도시로도 유명하며 지역 내 네트워크도 공고하다. 2차 산업이 부흥한 영향으로 지난 20년 새 도매·소매·운송·건설·정보통신 등 3차 산업도 크게 성장했고, 종사자 수도 불어나며 균형 있는 성장을 일구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시 인구는 광역시로 승격된 1997년 100만9652명에서 2020년 11월 113만7345명으로 12.64% 늘었다. GRDP는 1998년 26조6630억원에서 21년 새 281% 증가했다.그러나 영원히 좋은 것은 없다. 울산 경제는 2017년 GRDP 75조75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정체되는 양상이다. 울산의 핵심 산업인 석유·화학·조선·자동차 산업의 세계적 부진으로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딜로이트의 석유 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1년 석유 수요는 크게 반등할 전망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동력원이 전기로 전환하는 가운데, 석유 수요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사용 기류 속에 유가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의 석유·가스 회사들은 2020년 정규직 직원의 14%를 해고한 상태다. 이는 증시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9년 12월 상장한 세계 최대 석유 회사 아람코의 주가는 지난해 9월 21일 36.95리얄로 고점을 기록한 뒤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2020년 1월 6일 주당 27.15유로였던 로얄더치쉘 주가는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뒤 반등하지 못하며 12월 24일 14.48유로를 기록하고 있다. 브리티시페트로놈(BP) 역시 같은 기간 504.1페니에서 263페니로 떨어져 부진한 상태다.석유로부터 파생되는 화학 산업 역시 비슷하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가운데 소재 재활용과 대체품 수요가 커지고 있고, 완제품 생산업체들의 제품 난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딜로이트는 보고서에서 “화학제품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순환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탄소발자국(생산·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에 기반을 두고 제품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며 “화학회사는 탈 탄소 기술을 가속하고, 기존 자산을 재검토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획기적인 녹색 기술을 상업적 규모로 도입하기 위해 고급 재활용에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2020년 18% 감소한 자동차 산업은 2021년 15% 증가할 전망이나, 생산라인 효율화와 전기차 판매량 증가 등의 구조적 변화를 맞았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주력 수출 시장이던 중국이 자국 회사들을 육성하며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의 산업 담당 안나 니콜라스 이사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광범위한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미·중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 제3 국가들은 두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제조업 생태계 전환’으로 울산 경제에 활력 글로벌 산업 환경이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생존 대책이 필요해졌다. 실제 울산 경제는 석유·화학 분야에 앞서 구조조정이 시작된 조선업의 업황 부진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울산의 경제활동별 부가가치를 보면 ‘기계 운송장비 및 기타 제품 제조업’은 1998년 16조7598억원(기초가격 명목 기준)에서 꾸준히 오르다가 2012년 70조1544억원을 정점으로 하락, 2018년 56조121억원으로 떨어졌다.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한국 경제 전체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4.92%를 고점으로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2019년에는 3.89%로 1%포인트 가량 쪼그라들었다.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구 역시 2015년 117만3534명을 기록한 뒤로 매년 1만명씩 감소하고 있다.국내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기업으로, 국내 최대 완성차 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수소전지 자동차로 변신에 나서듯 울산도 정책과 산업 인프라의 변신을 꾀해야 할 때다.울산은 민선 7기 송철호 시장이 당선된 2018년부터 제조업 생태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 산업 변화에 대비해 ‘9개 성장다리(9 BRIDGES)’라는 산업 체질 개선 및 인프라 구축 목표를 세웠다. 최초 7개 성장다리로 시작했으나 울산경제자유구역, 반구대 암각화 보전 등 과제를 추가했다.울산광역시의 최역점 사업은 에너지 분야의 생태계 전환이다. 울산은 현재 석유·화학 산업을 지탱하는 한편, 수소경제의 산업 생태계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고,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수소는 석유 등 화석 연료의 화합물 형태로 포함돼 있어 세계적 석유·화학단지를 가진 울산이 추진하기 좋은 분야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절반에 달하는 82만 톤 가량을 울산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다. 울산은 이미 대규모 석유·화학설비가 가동하고 있어 부생 수소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수소 배관망·수소 전기차 및 충전소 보급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추진하기에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이미 울산에서 만들어진 수소의 80% 이상은 석유·화학 공정에 다시 투입돼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활용되고 있고, 나머지 10~15% 정도는 정제해 반도체 공장 및 소비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은 석유·화학단지에서 생산하는 부생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구축과 수소·연료전지 연구, 수소 품질 시험 사업화가 가능한 친환경 전지 융합 실증화 단지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국제표준화기구(ISO)의 수소 품질 기준에 맞출 수 있는 분석 장비와 수소의 품질을 분석하고 표준화하는 한편, 수소 생산 유통업체에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부생 수소를 실증화 단지에 공급하는 수소 배관 등 인프라는 2017년에 구축을 마쳤다. ━ 정부 그린뉴딜과 보조, 글로벌 수소 패권 겨냥 이런 인프라 사업을 기반에 두고 수소를 사용한 교통수단 확충 및 수소를 통한 전기 생산 등 ‘수소 에너지 사회’를 지향한다. 실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 상용 모델 투싼ix 수소차를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울산광역시는 2016년 12월 환경부, 현대자동차, 울산지역 택시회사 등이 함께 국내 최초로 울산 지역에서 수소 연료 전지 택시 시범 운행을 하기도 했다.정부도 2020년 그린뉴딜 정책의 하나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밝혀 정책의 합을 맞추는 모습이다. 울산광역시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과 더불어 수소를 지역 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울산광역시는 더불어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도 도입해 2025년까지 동해정 인근에 1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 기술개발·제작생산·운영보수·인력양성 등 부유식 해상풍력의 모든 주기를 아우르는 연관시설 집적화로 비용을 감소시키고 기술을 한 단계 높일 방침이다. 쉘처럼 부유식 해상풍력과 그린수소를 연계하는 구상을 통해 에너지 미래 역사를 쓰는 청사진도 염두에 두고 있다.울산광역시는 6GW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면 430만 가구에 필요한 전력 공급이 가능해지고, 100개 이상의 관련 기업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에 현대중공업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계·설비 기업을 안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또 울산을 동북아 오일·가스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에너지 주도권을 둘러싼 주요국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에너지 거점 전략은 외교·안보적으로도 유의미하다.울산광역시는 2030년까지 울산항 68만4000㎡ 부지에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을 구축해 에너지 허브로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연계해 ‘동북아 에너지거래 시장(RUS-SAN 마켓)’도 개설한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LNG를 추가해 2020년 3월 북항 항만공사를 시작으로, 2024년 4월 상업운영을 목표로 잡고 있다.세계적으로 탈원전 조류 속에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원전 해체산업에서도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국산화 기술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경제자유구역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정보통신기술·바이오 등 혁신기업 유치에도 나선다. 수소그린모빌리티·게놈서비스산업·강소연구개발·이산화탄소자원화 등과 관련해 규제자유특별구역을 만들고,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도 설치한다. ━ 인프라 증설 및 문화관광 경쟁력 강화도 울산광역시는 한국 제조업의 심장에서 스마트시티로서 도약하기 위해 도시환경 개선과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먼저 도로 및 철도망을 증설한다.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해 울산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트램·울산권광역철도를 놓아 사통팔달 물류망을 뚫는다는 계획이다.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2025년 시민 모두를 위한 산재전문 공공병원의 문을 열고, 지역 의과대학 정원 증원, 게놈바이오메디컬 산업도 육성한다. 자연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아 태화강을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는 한편 40㎞ 길이의 대나무 숲도 조성한다.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먹는 물 확보도 추진한다.과거 굴뚝 산업 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문화관광도시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울산광역시는 이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1년 3조3820억원의 예산을 끌어들이며 2년 연속 3조원대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했다.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 등 울산의 4대 주력 산업에 수소 경제 생태계와 원유·LNG 등 에너지 산업을 추가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에너지·제조 산업 변화에 맞춰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1.01.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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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탄소배출 제로’ 약속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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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업체와 운송업체에 영향력 행사하고, 운영상의 문제에 대처하고, 더 많은 신재생 에너지 방안 추진해야 아마존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로 수십억 개 품목을 배송하면서 환경 관행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그 대책으로 아마존이 발표한 ‘배송 제로(Shipment Zero)’는 모든 배송을 탄소 중립적(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의 균형유지)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 이니셔티브다. 우선 2030년까지 배송의 절반을 탄소 배출 제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아마존의 글로벌 사업 담당 선임부사장 데이브 클라크는 지난 2월 회사 블로그에 올린 메시지에서 ‘이는 우리의 탄소발자국을 설계하는 첨단 과학모델을 개발해 우리 업무팀들이 감축 방법을 찾아내도록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난 2년간의 광범위한 프로젝트를 따른다’고 썼다. ‘우리가 매일 일하고 사는 환경에 미치는 피해의 감소도 비용절감에 포함된다. 배송 제로의 달성을 향해 노력하는 과정을 계속 공지할 계획이다.’배송 제로는 올바른 방향을 향한 큰 발전이지만, 만만치 않은 목표다. 아마존의 배송은 항공과 육상 운수 양쪽에 의존해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가 더 어렵다. 게다가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는 공공전력으로 가동한다. 상품 배송은 USPS·페덱스·UPS 등 다수의 제3자 업체가 맡는데 차량과 화석연료 사용과 관련해 독자적인 절차를 갖고 있다.아마존이 배송 제로 프로그램에서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려면 공급업체와 운송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운영상의 문제에 대처하고, 더 많은 신재생 에너지 방안을 추진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다음은 아마존에 제안하는 탄소 발자국 대처법이다. ━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킨다 아마존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는 납품업체·직원·고객에게서 가장 좋은 제안이 나올 수 있다. 이들 개인과 단체는 아마존의 개선방안에 대해 가치 있고 정확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포장 중량과 공간을 축소해 배송의 영향을 줄이고 포장재 재사용과 재활용도를 향상하는 방법을 납품업체로부터 제안받는다.◎ 포장 중량과 공간을 줄이는 방법을 운송업체로부터 추천받는다.◎ 포장재 사용과 배송통합 개선 방안에 관해 직원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수집한다.◎ 배송절차 개선방법뿐 아니라 전반적인 환경영향 축소 방안에 관해 고객의 피드백에서 조언과 제안을 구한다. ━ 고객을 참여시킨다 아마존의 성공은 상당 부분 고객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는 능력에서 비롯됐다. 그들의 충성스러운 고객기반을 탄소 감축 노력에 참여시킴으로써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감축 의지를 고객에게 인식시키고 그런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배송 방안을 제시하는 편이 유익하다. 고객에게 대량 주문을 권유해 배송 횟수를 줄이거나 탄소 발자국을 기준으로 물품 배송비를 달리 부과하는 방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예컨대 특정 품목의 운송에 따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운송 정보에 포함할 수 있다.◎ 고객이 익일 배송을 원할 경우 운송 방식은 ‘항공+밴’으로 이산화탄소 23㎏에 상당한다.◎ 2일 배송의 경우 운송방식은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로부터 ‘트럭+밴’으로 이산화탄소 4.5㎏에 상당한다.◎ 4일 배송의 경우 운송방식은 ‘트럭→통합물류센터→트럭→밴’으로 이산화탄소 3.6㎏에 상당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드롭박스 픽업의 경우 ‘트럭→드롭박스’ 다수의 고객 주문품이 같은 장소로 배송돼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아마존이 제안한 한 가지 아이디어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프라임 회원들이 주중 하루를 주문받는 날로 지정할 수 있게 해 배송 빈도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이다. 아마존 센터로 되돌아오는 품목 수가 늘어날 수 있는 반품 과정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특정 가격 이하의 품목을 반품 불가로 지정하거나 선물 배송을 받는 사람이 배송 전 해당 품목의 세부항목 등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 ━ 운송방식 재평가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온실가스 중 약 28%가 교통에서 배출됐다. 다음 도표는 같은 품목을 같은 거리만큼 운반할 때 각 방식의 상대적인 탄소 배출량을 보여준다.극히 단순하지만, 이 정보는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해운이 항공운송의 10~20배 거리를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불행히도 아마존 에어가 신설됨에 따라 아마존이 가까운 장래에 항공 배송 방안을 확대해 거기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아마존은 항공운송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추가금액을 부과해 늘어난 환경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일견 해상운송이 더 환경친화적인 방안인 듯하지만, 배달을 완전히 마치려면 항상 다른 운송방식이 필요해 아마존의 탄소 발자국이 늘어난다. 철도운송뿐 아니라 미 연방항공국(FAA)의 승인을 기다리는 전기무인기 배달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이다. 아울러 운송에 전기 자동차를 대규모로 도입할 수 있게 되면 아마존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체적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아마존이 새로운 운송방안을 재평가하거나 선택하는 유일한 최선책은 없다. 하지만 이상의 정보를 이용하면 환경친화적인 운송에 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직원과 작업 아마존은 실제로 소비자에게 물품을 배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 시설과 사내에서 환경영향을 줄일 수 있다. 작업할 때 태양광 전력, 전기 지게차, 수소장비 등을 장려 또는 의무화하는 환경 절차나 정책을 새로 시행하는 식이다. 직원 차원에서도 카풀이나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직장과 자택에서 전기와 화석연료 소비를 의식하고, 이런 목표를 달성하거나 직접 새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팀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훌륭한 지도자는 솔선수범한다. 아마존 경영진과 제휴사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할 때도 마찬가지다. 멀리 떨어진 납품업체를 방문할 때 항공편 이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판매자를 비롯한 기타 파트너들과는 화상 회의를 이용해 국내외 다른 지역으로의 전체적인 항공 여행을 줄여야 한다. 직원이 출장을 가야 한다면 가장 환경 영향이 적은 이동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권장하고 연비 좋은 차량만 허용하는 렌터카 정책을 도입하는 식이다.아마존의 탄소발자국은 상당히 크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현재와 미래의 노력이 환경에 큰 혜택을 주고 다른 조직에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들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와 자원은 이미 존재한다. 이제 아마존이 실천만 하면 된다.- 웬디 테이트, 리자 M. 엘램※

2019.04.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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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안 먹으면 기후변화 막을 수 있다고?

산업 일반

축산업이 온실가스의 주범이라는 믿음은 잘못 … 식량 확보와 영양 위해선 환경 발자국 줄이는 과학적인 가축 사육 필요 기후변화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육류가 대응 조치의 표적으로 자주 거론된다. 일부 운동가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특별소비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발상은 세계적으로 육류 생산이 운송(교통) 부문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는 믿음을 근거로 한다. 이런 잘못된 믿음이 널리 확산되면서 육류와 기후변화 사이의 연관성과 관련해 터무니없는 추정이 정설처럼 자리 잡았다.나는 유축농업이 대기의 질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연구했다. 사람들이 동물성 단백질 식단을 선택하거나 채식을 택하는 데는 여러가지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연구 결론은 대다수의 주장과 달리 육류 섭취의 포기가 환경을 살리는 만능 해결책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극단적으로 육류를 피하면 심각한 영양 문제가 나타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육류가 받는 부당한 비난의 많은 부분은 축산업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최대 출처라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예를 들어 미국 워싱턴 D.C.의 환경 분야 전문기관 월드워치연구소가 2009년 발표한 보고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가 가축 사육과 육류 가공 산업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출처는 발전 부문(28%)과 운송 부문(28%), 그리고 산업 부문(22%)이었다. 농업 부문은 전부 다 합해도 9%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유축농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농업 부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해 미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유축농업이 기여하는 비율은 3.9%였다.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운송 부문과 같거나 더 많다는 주장과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축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는 내용이었다. FAO는 이 보고서에서 모든 형태의 운송수단을 합친 것(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율 14%)보다 가축이 기후에 더 큰 피해를 끼친다는 놀라운 결론을 제시했다.그러나 이 결론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나자 보고서의 선임저자 헤닝 스타인펠드는 나중에 그 부분을 수정했다. 문제는 FAO 분석가들이 기후에 미치는 축산업의 영향을 조사할 때는 종합적인 ‘전 과정 평가’ 방법을 사용했지만 운송 부문을 분석할 때는 그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축산업의 경우 그들은 육류 생산과 관련된 모든 요인을 분석했다. 목초 재배에 필요한 비료 생산과 토지 전환(숲에서 목초지로 변경하는데 따르는 영향), 사료용 곡물 재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만이 아니라 가축이 트림과 배설물을 통해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까지 포함시켰다는 뜻이다.그러나 FAO 분석가들이 운송 부문의 탄소발자국을 분석할 때는 소재 생산과 부품 제조, 차량 조립, 도로·교량·공항 보수와 유지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제외하고, 완성된 승용차·트럭·기차·비행기의 배기가스만 고려했다. 그 결과 축산업과 운송업의 온실가스 배출의 비교가 크게 왜곡됐다.나는 2010년 3월 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료 과학자들 앞에서 이 결함을 지적했다. 그러자 언론이 이 문제를 크게 다뤘다. FAO는 즉시 오류를 인정했다. 그 점은 높이 살 만하지만 안타깝게도 축산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FAO의 초기 주장은 언론을 통해 심각한 문제로 널리 퍼뜨려진 상태였다. 지금도 우리는 그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애쓰지만 한번 만들어진 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FAO는 가장 최근의 평가 보고서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14.5%라고 추정했다. 운송 부문의 경우 그와 비슷하게 종합적인 ‘전 과정 평가’가 실시된 적이 없다. 그러나 스타인펠드가 지적했듯이 ‘전 과정 평가’가 아닌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만 보면 운송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 축산업은 5% 정도다.아직도 미국인 대다수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 육류를 안 먹어도 기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자신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식탁에서 고기를 멀리해보자는 취지의 ‘고기 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 캠페인도 확산 중이다. 그러나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이 모든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완전히 제외시킨다고 해도, 다시 말해 육류를 전혀 섭취하지 않는다고 해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6% 줄어들 뿐이다. 또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우리가 실시한 연구는 모든 미국인이 일주일에 하루 육류 섭취를 안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 비율은 겨우 0.5% 정도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구나 지난 70년 동안 미국 농업에서 일어난 기술·유전학·경영 측면의 발전으로 육류 생산의 효율성은 높아졌고 온실가스 배출은 줄었다. FAO의 통계를 보면 미국의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1961년 이래 11.3% 감소한 반면 육류 생산은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육류 수요는 중동·북아프리카·동남아 등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국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 지역의 일인당 육류 소비는 여전히 선진국보다 크게 떨어진다. 2015년 통계를 보면 선진국의 연 평균 일인당 육류 소비는 92㎏이었다. 그에 비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24㎏, 동남아는 18㎏이었다. 개발도상 지역에서 예상되는 인구 증가를 고려하면 미국 같은 나라가 지속가능한 가축 사육 기법을 그들에게 이전할 수 있을 것이다.미국 농업에서 가축을 없애면 온실가스 배출은 약간 줄겠지만 영양 측면의 기준을 충족시키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유축농업의 비판자 다수는 농민이 가축 사육을 하지 않고 작물만 재배하면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 일인당 섭취 열량(칼로리)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필수 미량·다량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물론 미국이 칼로리 부족에 시달린다고 신빙성 있게 주장하기는 어렵다. 성인만이 아니라 아동 중에서도 비만율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배되는 작물에서 줄기 같은 부분은 식용에 적합하지 않고 처치하기도 곤란하다. 따라서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 작물농업에 영양적·경제적 가치를 부가하는 좋은 방법이다.일례로 가축이 방목지에서 뜯어먹는 작물의 에너지는 주로 셀룰로스에 들어 있다. 인간이나 다른 포유류가 소화할 수 없는 섬유질이다. 그러나 소와 양을 비롯한 반추동물은 셀룰로스를 분해해 그 속에 들어 있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그뿐이 아니다. FAO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든 농지의 약 70%는 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고 반추동물을 위한 방목지로만 사용할 수 있는 땅이다.세계 인구는 2050년이 되면 98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 많은 사람을 위한 식량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중대한 도전이다. 육류는 곡물과 채소보다 영양소가 더 많다. 또 반추동물은 대부분 사람이 섭취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작물을 먹고 성장한다. 그 외에도 가축 사육은 개발도상 지역의 소규모 영농인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세계 전체에서 가축 사육은 약 10억 명의 생계를 책임진다.모두가 인정하듯이 기후변화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문제다. 축산업은 전체적으로 공기·물·땅에 남기는 환경 발자국이 상당히 크다. 거기에다 세계 인구의 급속한 증가를 더해보라. 유축농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이전보다 더 많이 필요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과학에 기초한 ‘팩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프랭크 M. 미트로너※

2018.11.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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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에너지 전환, 아직은 신기루?

국제 경제

전력 대부분을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이 현실과 정치의 벽에 부닥치며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 늘어 지난 8월 유난히 무더운 어느 날 독일 발트해 무크란 항만에서 200여 명의 관광객이 해수욕 대신 아르코나 해상풍력발전 공원에서 열린 ‘매혹의 해상풍력’ 전시회를 찾았다. 바다를 바라보고 선 그들은 하얀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풍력터빈 날개를 넋을 잃고 쳐다봤다. 76m에 이르는 그 날개는 보잉 747 제트 항공기의 날개보다 더 길었다. 전시회 안내자는 그 날개들이 머지않아 해안선에서 30여㎞ 떨어진 바다에 세워질 풍력터빈 60대 위에서 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내년 초가 되면 아르코나 해상풍력발전소는 385㎿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0만 가구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전력이다. 아르코나 프로젝트의 간부 실케 스테엔은 “여기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대중에게 실감나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이 ‘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도록 말이다.”바다를 바라보던 그들이 내륙 쪽으로 몸을 돌리자 그와 비슷하게 거대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쪽은 그날의 일정에 들어 있지 않았다.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힌 거대한 강철 파이프가 5층으로 쌓여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항만 책임자는 길이 12m, 직경 1.2m인 그 파이프가 수없이 많이 쌓여 있는 광경을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 건설에 사용될 파이프다. 내년에 완공되면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약 1280㎞에 이르게 될 거대 프로젝트로 현재의 파이프라인보다 두 배나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아르코나 해상풍력 발전소와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이라는 서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이 두 프로젝트는 신재생 에너지 천국을 만들겠다는 독일의 꿈과 저렴한 러시아 천연가스라는 정치적 현실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독일은 2050년까지 전력의 80%를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생산하겠다는 야심적인 목표를 일찌감치 2010년 발표했다. 그 다음해엔 남아 있는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2022년까지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공약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확고히 다졌다. 또 독일 정부는 태양력·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개인 가구와 기업에 보조금으로 60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그 결과 신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 역량이 크게 강화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독일이 생산하는 전력의 3분의 1이 풍력·태양력·수력·바이오가스에서 나왔다. 1990년엔 그 비율이 3.6%에 불과했다.그러나 독일의 그런 원대한 비전은 엄연한 현실의 벽에 부닥쳤다. 세계 최대의 산업국가 중 하나인 독일에서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교체하는 것은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에 따라 독일은 야심적인 신재생 에너지 프로그램에 제동을 걸고 화석연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지구 차원의 싸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당분간 포기할 수밖에 없다.문제는 독일의 전력망에 있다. 태양력과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려면 기존의 대형 발전소보다 훨씬 정교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전력 분배망이 필요하다. 저서 ‘에너지 민주주의: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펴낸 아르네 융요한은 “독일은 풍력이나 태양력 발전 같은 신기술을 시장에 내놓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려면 독일은 송전 네트워크 전체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풍력 발전이 인기를 끌면서 예상치 못했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생겼다. 대형 풍력터빈, 특히 아르코나 같은 연안 풍력발전소는 고도로 응축된 전력을 생산한다. 전력이 필요한 공장이 바로 부근에 있고 근무 시간인 낮 동안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그런 발전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공장들이 발전소에서 수백㎞ 떨어져 있다면 풍력발전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독일에선 풍력발전 단지가 바람이 많이 부는 북부 지방에 많이 건설됐다. 한편 독일의 큰 공장들은 대부분 남부에 있다. 또 그 지역은 독일의 원자력발전소 대다수의 가동이 중단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부에서 생산된 전력을 남부로 끌어가는 것이 문제다. 바람이 많은 날엔 북부의 풍력발전 단지에서 전력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력을 생산해 송전선에 과부하가 걸린다. 그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전력망 관리 당국은 풍력발전 단지에 터빈을 전력망에서 분리하도록 요청했다. 관광객이 감탄해 마지않았던 그 우아한 풍력터빈 날개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뜻이다. 전력 공급을 유지하려면 관리 당국은 비싼 비용을 들여 예비 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 지출한 비용이 지난해 16억 달러에 이르렀다.해결책은 북부의 풍력발전 단지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을 남부 지방의 공장으로 보낼 수 있도록 더 많은 송전선을 건설하는 것이다. 현재 그 목적으로 전력망 확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8000㎞에 이르는 새로운 송전선 건설 비용 수십억 달러는 전력 사용 고객이 부담하게 된다. 지금까지 계획된 송전선의 5분의 1도 채 건설되지 않았다.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8월 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에 “전력망 확장이 예정보다 많이 지연된다”고 인정했다. 장애물 중 하나는 고압 전선이 통과하는 곳에 사는 주민이 케이블의 지하 매설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추가된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 전에는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독일의 마지막 원자력발전소가 폐쇄되고 3년이 지난 시점이다. 그렇다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이처럼 공사가 지연되자 정부는 풍력발전에 제동을 걸었다. 발전 단지의 신규 계약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에 지원금을 삭감했다. 독일 하원 기민당 대변인 요아힘 파이퍼 의원은 뉴스위크에 “과거 우리는 신재생 에너지 역량의 확대에만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전력망 확장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전력 생산은 늘었지만 그 전력을 송전할 전력망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른 한편으로 신재생 에너지 옹호론자들이 들고 일어나 정부가 친환경 산업을 질식시킨다고 들고 일어났다. 독일 풍력에너지협회의 CEO 볼프람 악스텔름은 풍력발전 산업에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내년과 내후년에 풍력발전 산업이 큰 곤경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그와 대조적으로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독일의 발트해 연안에서 바지선 카스토로 10호가 거대한 강철 파이프 수십 개를 싣고 용접기로 연결한 뒤 바다 바닥으로 내린다.110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업체 가스프롬과 유럽의 5개 투자기관이 비용을 댄다. 따라서 독일 납세자의 직접적인 부담은 없다. 파이프라인은 독일·러시아·핀란드·스웨덴·덴마크의 영해를 통과하도록 건설된다. 덴마크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건설 노선을 승인했다. 노르트스트림 2 프로젝트 대변인 옌스 뮐러는 “4개국 정부가 승인했기 때문에 덴마크도 이 파이프라인 통과를 곧 승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핀란드 연안의 파이프라인 건설은 지난 9월 시작됐다. 내년 말이면 천연가스가 그 라인을 통해 공급될 수 있다. 그에 따라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3분의 1을 공급한다. 2030년 네덜란드가 천연가스 생산을 중단하면 그 비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라인을 두고 “러시아가 독일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나토에 아주 좋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이 프로젝트에 관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노르트스트림2가 건설되면 자국의 영토를 통과하는 기존 파이프라인이 쓸모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독일 지도자들도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산업계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주 세다. 실제로 노르트스트림2의 투자 기관 중엔 자사의 공장을 가동하고 싶어 하는 독일 기업들이 포함된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의 에너지 전문가 키르스텐 베스트팔은 “독일이 순진한 게 아니라 실용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필요하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올바른 판단이다.”송전 문제로 갈탄 산업도 새롭게 빛을 보게 됐다. 갈탄은 탄소발자국이 가장 큰 연료로 독일 전력의 약 4분의 1이 여기서 나온다. 광업업체들이 기회를 노리고 갈탄을 대량으로 캐내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약 250㎞ 떨어진 포델비츠에선 대다수 주택 마당에 독일 광업회사 미브라그의 로고가 그려진 흰색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미브라그는 이곳 주민 130명 거의 전부에게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 아래 땅속에 매장된 갈탄을 캐내기 위해 이 마을은 곧 완전히 철거될 예정이다.이처럼 석탄이 다시 연료로 부상하면서 2015~2016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했다(지난해는 약간 줄었다). 그로써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의 40%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이전의 약속을 폐기했다. 메르켈 총리 산하 석탄정책위원회의 여러 위원은 함바흐 숲에서 에너지회사 RWE의 갈탄 채굴을 정부가 허용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몇 년 전만 해도 파리 기후변화 대책 협상에서 독일은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삭감하는 야심적인 계획에 EU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지금 독일은 생각을 고쳐먹은 것 같다. 최근 미겔 아리아스 카네테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EU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40%가 아니라 45%까지 줄이도록 목표를 재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메르켈 총리는 “이전에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계속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니엘라 체슬로 뉴스위크 기자

2018.10.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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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최대 배출 도시는 서울

산업 일반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이 전 세계의 1만3000여 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그중 100개 도시가 세계 전체 탄소발자국의 약 20%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발자국이란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화석연료 오염원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리킨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 도시는 서울이었다. 그 다음으로 광저우, 뉴욕, 홍콩,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싱가포르가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소득을 탄소배출량의 강력한 지표로 간주하는 패러다임을 적용해 소득과 소비형태, 지역 구매력 자료, 국가별 통계 등을 근거로 각 도시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인구밀도와 소득 수준이 높은 소수의 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 조사를 이끈 다니엘 모란 박사는 “시당국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면 한 국가의 전체 탄소발자국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시카 웨프너 뉴스위크 기자※

2018.07.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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