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폰에 '온라인 쓰레기'가?…기업들 '디지털 탄소' 줄이기 나서
메일 폭탄·유튜브 스트리밍 등 ‘온라인’에서도 배출되는 탄소
전문가 “‘디지털 탄소발자국’ 개념 생소해…다양한 미디어 통해 공론화 필요”
# 취업준비생 노희성씨(25)는 얼마 전 자신의 메일함을 보고 깜짝 놀랐다. 10년도 더 지난 첨부파일들이 메일함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과학실험을 위해 첨부한 보고서, 대입을 위해 수십번 수정한 자기소개서 등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흔적들이 그대로 메일함에서 발견했다. 일시적인 저장창구로 활용됐을 뿐인 메일함에서 불필요한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확산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크게 높아졌다. 특히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만큼 흡수를 늘려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 그 중심이다. 그동안 탄소중립 캠페인은 폐플라스틱, 비닐 등 ‘오프라인’에 한정된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데이터가 오가는 온라인에서도 환경오염이 발생한다.
이를 지표로 나타낸 것이 바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탄소 배출량,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사람의 디지털 기기 활동 흔적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징화한 개념이다. 디지털 탄소가 발생하는 과정은 이메일, 전화 통화, 동영상 시청 등으로, 일상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
한 개의 이메일을 전송하는데 4g, 전화 통화 1분에 3.6g, 동영상을 10분 시청하는데 1g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정리 안 된 메일함 서버 유지를 위해 연간 17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33억 kWh의 전기가 낭비되는 현황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해도 전체 탄소발자국에서 디지털 탄소발자국 비중은 약 1%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 후인 2018년에는 수치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2040년에는 14%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일상에서 ‘디지털 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탄소 배출이 이뤄진다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대중에게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많은 데이터를 소비하는 포탈에서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공익을 위해 디지털 탄소발자국 공론화에 힘써야 한다. 담배의 해로움을 명시토록 한 광고와 비슷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러 기관, 기업에서 디지털 탄소 감축을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야놀자’는 메일함을 정리한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선물을 지급하는 ‘디지털 탄소 감축 캠페인’을 진행했다. 제주관광공사 역시 공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탄소발자국 지우기의 날'을 지정해, 불필요한 메일과 파일을 삭제하도록 유도했다.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도 친환경챌린지를 진행해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에 문 교수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메일을 통해 탄소 배출 완화에 접근하는 방식은 바람직하다”며 “시민단체 등 다양한 종류의 단체가 주축이 돼 캠페인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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