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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발자국은 ‘기업의 경쟁력’...탄소 문맹 韓, 구원투수로 나선다 [이코노 인터뷰]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개발…‘플러그 앤 플레이’ 활용 효율적 데이터 수집
탄소발자국은 곧 경쟁력...EU DPP 대응해야

함진기 글래스돔코리아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시간이 없다. ‘탄소 규제’를 위한 글로벌 주요국들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 정작 국내 기업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ESG 규제 대응현황과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의 53%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측정조차 곤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탄소 문맹’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ESG 수출규제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지목됐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EU)로 수입되는 역외 제품에 대해 EU 배출권거래제(EU-ETS)와 동등한 탄소가격을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2023년 10월부터 6개 품목(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을 대상으로 시범 시행 중인데, 오는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CBAM은 제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업계는 향후 ▲석유․화학 ▲플라스틱 등 대상 품목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대응 수준이다. ESG 수출규제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과 대응 수준은 비교적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가 발표한 ‘국내 수출기업의 주요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인식 및 대응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ESG 수출규제 인식 수준’은 ▲대기업 55점 ▲중견기업 42점 ▲중소기업 40점으로 나타났다. ‘대응 수준’도 ▲대기업 43점 ▲중견기업 36점 ▲중소기업 31점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ESG 수출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대응 노력도 부족한 셈이다.

탈탄소를 향한 글로벌 규제는 계속해서 강화되는 추세다. 정작 국내 대기업을 포함한 제품 공급망에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정확한 ‘탄소 발자국’(상품을 생산·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 탄소의 총량) 수치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글래스돔코리아(대표 함진기)는 우리나라의 ‘탄소발자국 구원투수’로 통한다. 

세계 최초 LRQA 인증 획득

초기 글래스돔은 제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DX)를 주된 과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글래스돔의 기술력은 괄목할만하다. 글래스돔은 국제 공인 인증기관 로이드인증원(LRQA)으로부터 제품 탄소발자국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 14067’ 검증을 획득했다. 이는 세계 최초다.

LRQA는 국제 공인 인증기관이자 EU에서 인정한 EU-ETS 검증기관이다. LRQA는 EU지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이 제출해야 하는 제품탄소발자국 보고서의 검증을 수행한다. 또 국제 표준 준수 여부를 따져 검증 보고서를 발행한다.

‘ISO 14067 검증’은 LCA(전 과정 평가)에 대한 국제 표준 ‘ISO 14040’과 ‘ISO 14044’를 기반으로 정의된 제품탄소발자국 계산법과 보고방식에 따라 기업을 평가한다. 해당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ISO 14067 검증’이 주어질 만큼 국제적인 검증이다.

업계에 따르면 ‘탄소 발자국 관련 수치’ 글로벌 인증 비용은 1회 당 수천만원 가량이 든다. 또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ISO의 기준으로 계산이 됐는지, 해당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도출이 됐는지 등 세부적인 평가를 거친다. 이는 기업들의 지불 비용으로 환산된다.

함 대표는 “탄소 발자국 관련 수치는 결국 제 3자 검증을 받아야한다. 제 3자 검증은 주로 글로벌 인증기관이 수행하는데, 해당 기관들이 보증하는 인증용 보고서가 있어야 믿을 수 있는 수치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소 발자국에 대한 글로벌 인증 기관의 인증이 없으면 결국 무용 지물이다. 글래스돔은 LRQA에게 ‘제품 탄소발자국 솔루션’ 자체를 인증받았다. 이를 통해 심사원들은 글래스돔의 솔루션이 적용된 기업들의 데이터 60~70%가량을 온라인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즉, 나머지 30~40% 정도만 확인하면 일련의 인증 과정이 끝나 시간과 비용 모두 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래스돔 제조공정 실 데이터 수집 제품 이미지 [사진 글래스돔]
글래스돔의 ‘플러그 앤 플레이’

글래스돔의 탄소발자국 솔루션의 가장 큰 특징은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다. 일반적인 탄소발자국 데이터 수집 솔루션의 경우 각 설비 및 계측기에 ‘유선 배선 공사’를 실시한 뒤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에 반해 글래스돔의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은 별도의 유선 배송 공사가 필요 없다. 또 클라우드 기반 응용 프로그램(SaaS) 기반으로 개발된 솔루션은 ISO 국제 표준에 맞춰 제조 공정 과정의 탄소배출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리포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글래스돔의 설명이다.

함 대표는 “탄소 발자국을 측정을 위한 비용절감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게도 중요하다. 탄소 측정을 위해 수개의 계측기를 설치하는 행위는 비용적인 문제에서 불리하다”며 “글래스돔의 탄소발자국 계측기의 경우 별도의 유선 배선 공사 없이 데이터 정보가 전달돼 저비용으로 빠르고 탄소 배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소요 비용을 최적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품의 생산라인에 한번 계측기를 설치할 경우, 라인이 바뀌거나 사용되는 원재료가 더 들어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외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글래스돔코리아 직원들이 미국과 지사에 있는 직원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탄소발자국은 곧 ‘기업의 경쟁력’

문제는 기업의 대응 역량이다. 대기업의 경우 ‘1차 협력업체’ 중심으로 탄소배출량 관리를 추진 중이다. 다만, ‘n차 협력업체’ 밑으로 내려갈수록 데이터 확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탄소 관리체계 관련 인력과 시스템이 미비해 원청업체의 요구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함 대표는 “글로벌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협력사들에 탄소배출량 관리와 관련된 지시사항을 내린다”며 “만약 협력사들이 지시 사항과 관련된 실행 계획이 없으면 사업에 아예 넣어주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기업 제조사의 경우 탄소 발자국 데이터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의 데이터도 정확히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협력사들의 데이터 계산이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산 양식에 맞춰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공식 인증 기관의 기준이 아닌, 대기업의 편의에 맞춘 계산 방식으로 탄소발자국을 집계할 경우 데이터의 정확도를 누구도 보증할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탄소발자국의 핵심은 ‘데이터의 정확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탄소 발자국 관리 능력이 업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제품의 원가 및 품질뿐만 아니라 협력사들이 납품하는 탄소발자국 수치 데이터의 정확도도 대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 협력사를 선정하는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탄소의 종착역은 ‘DPP’

글래스돔은 글로벌 탈탄소 움직임의 종착역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DPP)를 지목했다. DPP는 제품의 원산지와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EU는 오는 2026년부터 DPP를 도입해 2030년까지 모든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함 대표는 “디지털 제품 여권에는 제품 하나를 생산할 때 원재료부터 최종 조립 단계까지 총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했는지 수치가 포함돼야 한다. 이밖에 재활용 비율 및 원산지 이력 정보도 제공하는데, 내년 하반기 가장 먼저 시작될 EU 배터리법을 시작으로 나머지 규제의 방향성도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탈탄소 규제에 발맞추기 위해 우선 관련 지원 사업들이 많이 나와야한다”며 “비용적인 문제를 포함해 탈탄소 규제 관련된 정보를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출 경쟁력이 있는 중견·중소 기업들이 탈탄소 규제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도록 세미나 및 홍보 자료를 꾸준히 배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첨언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탈탄소 규제와 관련된 정보를 모르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대다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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