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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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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예고 없이 갑자기 발표된 윈도 11의 의미 [김국현 IT 사회학]

전문가 칼럼

윈도 11이 갑작스레 발표되었다. 뜬금없이 흘러나온 풍문은 유출 이미지로 퍼져나갔고, 특별한 예고 없이 공식화되었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발표되던 윈도가 아니었다. 좋았던 시절의 윈도를 돌이켜 보면 발표 수년 전부터 그 애칭, 즉 코드네임이 공유되고 비전이 공표되었다. 천지개벽의 신기술이 나올 그날을 모두 함께 기다리곤 했다. 성대한 발표회, 덩달아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세계 곳곳의 전자 상가의 군중들은 뉴스 토픽감이었다. 예컨대 윈도 95의 코드네임은 ‘시카고’. ‘리즈 시절’이었다. IT 업계 최대 관심사를 윈도가 차지하던 시절 이야기다. 하지만 일 처리를 윈도 프로그램이 아니라 점점 웹에서 끝내게 되고, 여기에 모바일 시대까지 열리면서 대중의 관심은 오로지 구글과 애플의 독차지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윈도에게서 새로움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는 데 있었다. 당대 주류였던 윈도 XP와 윈도 7은 적당히 쓸만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대한민국처럼 일국의 모든 전산 업무가 이 버전에 최적화된 액티브X 기술에 의해 점철될 정도였다. 신제품이 나와 평온한 일상이 변할까 걱정할 지경이었다. 업그레이드 때마다 미래를 미루려 대책 마련에 부심했으니 신제품은 부정적 감정을 줬다. 윈도 8의 실패는 상징적이다. 대중의 관심은 달라진 스마트 세상, 그리고 표준화된 웹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 새 시대의 두 축을 지탱하는 기술은 윈도가 아니었다. 안드로이드와 iOS는 물론 커져 나가던 클라우드까지 모두 윈도의 숙적이었던 유닉스(혹은 그 변종 리눅스)의 산물이었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윈도 자체마저 액티브X처럼 밉상이 될 위기였다. 과거와의 손절이 시급한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이야기다. 터치 태블릿 지원, 새로운 프로그래밍 모델, 윈도 스토어 등 윈도 8이 주장하는 모던함을 윈도 XP와 윈도 7에 안주하는 대중은 본체만체했다. 새 윈도 버전이 나오면 사람들이 몰려 들리라 기대했던 때는 흘러가버렸다. PC 대신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폰을, 아마존이 개막한 클라우드를 궁금해했다. 그러니 정작 윈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도 줄어들었다. 존재감이 옅어지며 여차 IBM 전산기처럼 과거의 레거시가 될 위기에 처해있었다. 등판 예정인 윈도 10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윈도 10은 과거에 방치된 윈도를 현대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 소비자가 철 지난 제품에 안분지족 하며 머문다면 PC 시장 전체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윈도가 이끌던 시장은 일종의 디플레, 혹은 장기적 경기침체에 빠져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카드는 마치 양적완화처럼 뿌려 대는 것이었다. 윈도 7에서 10으로의 대대적인 무료 업그레이드 캠페인이 장기간에 걸쳐 펼쳐졌다. “이렇게 거의 거저 뿌리는 데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시렵니까”라고 보채는 듯했다. “굳이 지금 쓰지 말고 다음을 기다려 볼까”라는 디플레 심리를 원천 차단하려는 듯 ‘윈도 10 마지막 윈도설(說)’도 공공연히 유포되었다. 정말 윈도 10이 데뷔하던 2015년에는 MS 직원이 행사에서 버젓이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마지막이라니 한 번 구매하기만 하면 영속적으로 유지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윈도가 단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지 않고 일종의 서비스 제품이 된다는 뉘앙스의 “서비스로서의 윈도(Windows as a service)”라는 개념만은 분명히 말해왔다. “마지막이라고? 그럼 이번에 업그레이드하면 끝인가? 그렇다면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하게 되고, 윈도 10은 무난한 운영체제로 성공한다. PC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혁신을 받아줄 기반으로서 윈도 10은 쓸만했고, 특히 게임방 풍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PC의 단골 소프트웨어인 게임 등에 있어서는 윈도만 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PC는 화제의 중심이 되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의 PC와 2015년에 만들어진 윈도 10은 지금도 손색없이 잘 구동된다. PC는 약간씩은 좋아지고 있었지만, 그 사이 모바일과 클라우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비하면 밋밋하기 짝이 없고, 화제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점진적 개선보다 급진적 변혁이 뉴스가 된다. 리눅스와 맥이 각각 서버와 클라이언트에서 유행을 선도하게 되고, 또 무엇보다도 컴퓨터의 범주가 모바일 단말 때문에 흐려지면서 윈도의 존재감은 또다시 시들어간다. 아무리 반년에 한 번씩 윈도 10 개량판을 출시해도 결국 2015년식. 그 연식은 속일 수 없다. 그리고 정말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리셋이 필요한 기능들도 있다. 새 윈도가 필요한 때가 찾아온 셈이다. ━ 윈도 11에게 맡긴 역할 윈도 11이 공식 발표되자 윈도 10이 마지막 윈도가 되기로 했던 것 아니었느냐고 의아해하고 있지만, 이미 출시 당시부터 윈도 10은 2025년 10월이라는 서비스 종료 기간을 설정해 놓고 공식 언급하기까지 했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윈도 10은 퍼져나가 윈도 생태계가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전진하도록 하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이제 이를 딛고 도약이 필요할 때. 어디로 점프해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윈도는 컴퓨터라는 친근한 존재의 가장 보편적 운영체제. “이거 하나면 있으면 뭐든지 된다”라는 위치를 지켜내야만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역할을 맥이 가져가기 시작했다. 윈도도 돌릴 수 있고 최신 기종에서는 아이폰 앱도 그대로 돈다. 다행히 맥OS는 PC 전체로 확장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크롬OS마저 윈도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크롬북에서는 웹은 물론 이제 리눅스 앱도 안드로이드 앱도 태연히 구동된다. 다들 자기 하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윈도 프로그램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윈도의 의미란 무엇인지 답을 내야만 한다. 윈도 11은 윈도 서브시스템 포 리눅스(WSL), 그리고 윈도 서브시스템 포 안드로이드(WSA)라는 얼개를 통해 PC에서 리눅스 앱도 안드로이드 앱도 간편히 돌릴 수 있게 했다. 전례 없는 포용력이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윈도 전용 프로그램의 미래에 다들 관심이 없어졌음을 모두 알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 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 , 등이 있다. 김국현 IT 평론가

2021.07.18 16:00

4분 소요
[네이버·카카오, 甲의 확장 막 오르다] 네이버리피케이션·카카오드 ‘산업 포식자’ 된 IT 공룡들

산업 일반

정부 이중잣대 속 유통·모빌리티 넘어 금융까지… 독점 깰 혁신 생태계 조성 필요 2017년 미국에서 ‘아마존드(Amazon’d·아마존화)’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온라인 유통 부문을 넘어 오프라인 상점·클라우드서비스·영화·음악·방송 분야에 진출해 시장을 순식간에 집어삼키자 등장한 포비아적 용어다. 비슷한 시기 ‘세상이 아마존화 된다’는 ‘아마조니피케이션(Amazonification)’이란 말도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언론과 각종 경영 전문서적들은 ‘Don’t get amazon’d(아마존화 되지 말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다양한 솔루션을 내놨다. ‘다른 비즈니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라.’ ‘신기술을 접목해라.’ ‘현재 비즈니스를 비판적으로 돌이켜 봐라.’ 등.그러나 이미 막대한 자본과 수많은 사용자 네트워크, 방대한 물류망으로 무장한 아마존의 압력에서 벗어나기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조언이다. 아마존은 화물 수송기와 컨테이너선 등에 투자하는 등 이미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온라인 플랫폼 앞 선택은 종속 또는 포기 이는 비단 아마존만의 얘기는 아니다. 세계 검색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구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모바일 메신저를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 아이폰으로 iOS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 소프트웨어·클라우드의 강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각 분야에서 독점 기업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존 기업·자영업자에게 선택권은 이들 플랫폼에 종속되든가, 아니면 사업을 포기하든가 둘 뿐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갑(甲)’ 세상이 열린 것이다.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디지털 갑’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 e커머스·예약·클라우드 등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는 모빌리티·페이·금융 서비스를 정복 중이다. 이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은 선점 및 네트워크 효과다.PC를 처음 켤 때 윈도 화면이 뜨듯 네이버는 인터넷 초기 화면을 차지했다. 아침에 조간신문을 읽고 퇴근하고 돌아와 9시 뉴스를 시청하던 사용자들이 PC·모바일에서 네이버를 찾게 만들었다. 포털 사이트는 뉴스와 정보의 검색 창이자 사람을 사귀며 취미를 즐기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여러 서비스(form)를 다양한 사용자 요구와 접목(plat)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 네이버 검색 무기로 e커머스 장악력 키워 카카오 역시 플랫폼이다. 모바일 소통 창구로서 모든 사용자를 자사 서비스에 가두었다. 온라인상 업무 소통이나 가족 간 대화, 친구끼리의 잡담은 모두 카카오톡을 거친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사용시간은 220억 분(지난해 8월 기준)으로 네이버 이용 시간 170억 분보다도 많다. 한 사람이 한 달에 440분, 하루에 15분가량 사용하는 셈이다. 생일 선물로 커피 쿠폰을 주고받는 모습은 카카오톡이 불러온 일상의 변화다.이들은 디지털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듯, 회사 내에 여러 소규모 비즈니스를 얹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을 시작으로 모바일메신저 ’라인’, AI 플랫폼 ‘클로바’, 번역 서비스 ‘파파고’, 웹브라우저 ‘웨일’, 지도 ‘네이버맵’, 스트리밍 플랫폼 ‘V라이브’, 만화 서비스 ‘네이버웹툰’, 콘텐트 비즈니스 플랫폼 ‘시리즈’, 증강현실(AR) 카메라 ‘스노우’, 커뮤니티 플랫폼 ‘밴드’, ‘오디오 콘텐트 플랫폼’ 등을 주요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 페이’와 클라우드·스마트 스토어·예약·쇼핑 등의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네이버파이낸셜’이란 독립 법인을 출범해 금융업 진출도 꾀하고 있다.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e커머스다. 상품의 판매상을 입점시키는 방식이 아닌, 검색을 통해 쿠팡·티켓몬스터·위메이크프라이스·G마켓·11번가·옥션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파는 제품을 가격순으로 나열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와이즈앱과 와이즈리테일은 네이버의 지난해 온라인 서비스 결재액을 20조9249억원으로 추정했다.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가장 많다. 2위 쿠팡(17조771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웹툰 등 서비스 결제액도 포함된 금액이지만, 네이버의 e커머스 시장 지배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네이버 매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신세계·롯데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e커머스에 진출해도 네이버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유통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현재는 생태계를 키우는 건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네이버가 독점력을 갖기 시작하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네이버쇼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네이버의 쇼핑 플랫폼 장악은 곧 결제 서비스와 쇼핑광고 시장 진출로 이어진다.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해 사용자를 늘려나가는 한편 쇼핑몰 상위 노출 서비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 네이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쇼핑검색광고의 성장으로 비즈니스플랫폼 부문 매출이 746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4%, 네이버페이가 포함된 IT플랫폼 매출이 136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9% 급성장했다.카카오 역시 사업을 폭넓게 늘려가고 있다. 그 중심축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 더보기를 누르면 카카오의 중점 추진 사업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빌리티 서비스 ‘카카오T’와 음악 서비스 ‘멜론’, 웹툰·웹소설을 모은 ‘카카오페이지’, 게임 플랫폼 ‘카카오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을 통해 은행·결제·송금·투자·보험 같은 금융서비스를 아우르고 있고, 쇼핑과 선물 등 e커머스, 주문·예약 등 서비스로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메일’ 서비스, ‘비즈니스 플랫폼’ 등 B2B 영역으로도 업무를 넓히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총 92개로 SK그룹(121개)에 이어 전체 대기업 중 두 번째로 많다. ━ 카카오T 택시회사 쇼핑, 카카오뱅크는 회원 1000만 돌파 이중 카카오가 차세대 먹거리로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는 모빌리티다. 택시와 대리기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는 택시 면허를 활용해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안 발표 뒤 진화택시·중일산업·경서운수 등 법인택시를 인수했다. 더불어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와 택시 호출 기능을 갖춘 ‘스마트호출’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은 2017년 163억원, 2018년 536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초기 투자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영업적자는 이어지고 있으나 시장 주도권을 잡은 뒤로는 큰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인터넷전문은행으로 금융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뱅크의 시장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3년 만에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1월 17일 한국투자금융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16%를 추가 매입해 33.53%의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더불어 카카오는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증권업 진출에 성공했다. 이미 카카오페이를 통해 보험·증권 등 금융 상품을 판매하며 사용자 기반을 늘려놨다.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여신 순증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카카오뱅크가 현재 취급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 등 집단대출을 빼면 여신 시장에서 순증 1위”라며 “2020년 상장으로 증자가 실현되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금융 산업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했다.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빠르게 다른 시장을 잠식할 수 있게 된 것은 방대한 사용자 기반이다. 네이버는 1월 3일 기준 검색 점유율이 57.09%(인터넷트렌드 조사)에 달한다. 지난 2~3년 새 구글이 약진하며 70%의 벽이 무너졌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 카카오톡의 모바일메신저 사용 비중도 95%에 달한다.네이버·카카오 서비스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들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뉴스·블로그·포스트 등 여러 정보 검색 서비스의 목표는 사용자를 네이버 생태계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카페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도 이 일환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광고·쇼핑 등 수익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다만 사용자를 늘릴 목적에 가짜 뉴스 등 부실 정보를 거르지 않거나 불량 제품의 유통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는 단지 플랫폼으로서 모든 정보·상품을 중개할 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생태계에 제한을 두기 시작하면 공정성 공방 등 논란이 커지는 한편, 사용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다.실제 2018년 네이버 프로그램 다운로드 플랫폼을 통해 악성 암호화폐 채굴 프로그램이 설치된 동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이 유통되면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피해를 본 바 있다. 이에 네이버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으며 네이버 역시 피해자”라는 입장을 전했다. 검색어 조작이나 바이럴 마케팅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여론 왜곡 및 소비자 판단에 착오를 줄 가능성이 있다. 김공회 경상대학교 교수(경제학과)는 “온라인 플랫폼은 사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콘텐트에 별다른 통제를 두지 않으며, 관여할 이유가 없다”며 “이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아니면 말고’ 식의 콘텐트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독점력 무기로 가격·서비스 결정권 확보 카카오톡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톡은 오픈 채팅방을 통해 누구라도 자유롭게 채팅방을 개설해 공통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성매매나 불법 의약품 판매, 주가조작 방이 우후죽순 생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마스크 도매상 대상의 사기행각도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이런 불법 행위와 디지털 생태계 오염을 방치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카카오대리 사용자가 대리기사로부터 성폭행·성추행을 당하거나 사고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안심귀가’ 서비스를 내세웠지만, 결국 말뿐인 홍보에 그쳤다.사용자로선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시장을 네이버·카카오가 독점하고 있어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실정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기존 산업을 해체하며 진입하는 한편, 경쟁 플랫폼을 인수·합병(M&A)하거나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상대를 고사시켜 생존하기 때문이다.문제는 시장을 독점하면 가격 결정권과 서비스 품질, 거래 방식 등을 플랫폼 기업이 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플랫폼을 장악할 때까지 발생한 ‘의도적 적자’를 요금 인상으로 벌충한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난해 7월 모바일 광고료를 평균 30% 인상했다. 높은 시장지배력을 무기로 가격을 대폭 올렸음에도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또 네이버는 상품을 검색하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나 네이버 페이 등 자사 서비스에 등록된 상품을 먼저 노출하는 식으로 e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서비스 역시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카카오T는 택시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2018년 10월 요금 수납을 자사가 하는 방식으로 은근슬쩍 규정을 바꿨다. 그간 택시법인·개인사업자에게 바로 지급되던 요금을 일단 카카오모빌리티가 수납해 택시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수수료를 받겠다는 포석이지만, 택시 회사들은 저항하기 어려운 처지다. 사용자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작 네이버·카카오는 고객 응대 게시판만을 운영할 뿐, 소통 창구는 부족한 실정이다.물론 네이버·카카오의 등장은 소비자 편의를 높이고,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로부터 한국 시장을 지킨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과 거래 방식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 등장 이후 의류 판매의 오프라인 점유율이 2012년 88.2%에서 2019년 77.9%로 떨어졌고, 로드샵·편집샵은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강남 상권 빌딩의 1층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e커머스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정부가 일부 기업에 몰아주면 혁신 안 생겨” 비판도 정부는 이런 IT 공룡들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육성에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에는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삼성 등 기존 대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막아왔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두고도 비판적이었지만,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앱끼워팔기 등 관행에는 관대한 입장이다. 또 카카오 모빌리티는 인정해준 데 비해 렌터카를 활용한 타다는 여객운수법·파견법·우편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막고 있다. 이중잣대인 셈이다.정부로서는 여러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 새로운 규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기존 업체의 독과점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기존의 정책으로는 플랫폼 기업을 판단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태도는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아 혁신을 저해하고 시장 독점을 공고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인스타그램이 등장해 페이스북·트위터의 아성을 허물었듯 혁신 기업이 뛰놀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타다 논란처럼 새로운 기업이 등장할 때 이를 막는 장벽이 있으면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창업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구글의 등장으로 야후는 사라졌고, 페이스북·유튜브는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여러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의 지적을 모두가 곱씹어야 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2.09 10:23

9분 소요
[애플에 퍼진 6가지 ‘毒’ POISON] 거액 배상에 ‘애플 팬덤’ 상실 기로에

IT 일반

10년 지킨 혁신의 공든탑 흔들 … 잇단 제품 결함에 불통·거만함·갑질 도마에 애플의 아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애플은 이해하기 어려운 폐쇄성에도 혁신의 이미지로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은 다르다. 최근 발생한 ‘배터리 게이트’를 비롯한 잇단 품질 논란에도 애플이 고압적 자세로 대응하자 공고했던 ‘팬덤’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애플은 왜 궁지에 몰리게 됐을까. 무엇보다 애플에 퍼진 ‘독(POISON)’이 문제다. 내놓는 제품마다 결함(Product defect)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자세(Overweening)로 일관한다. 특유의 폐쇄성(Isolation)도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무분별한 소송(Suit again) 탓에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삼성과 차이나폰(Other player)의 추월과 추격이 거센데, 이제는 별다른 혁신도 보이지 않는다(No-more Surprise). 경쟁사들이 웃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독소를 치유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고의로 구형 아이폰의 속도를 저하한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곤두박질쳤다. ‘애플에 배신당했다’는 비난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애플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IT매체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공정한 판매 및 고객 서비스 정책 등 부정적인 이슈에도 아이폰은 지난해에만 2억2300만대가 팔릴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1월 5일 현재 국내에서만 30여만 명이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이번 ‘배터리 게이트’에 대한 소비자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이번 집단소송 사태는 단순히 기기 성능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믿었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애플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위험에 처했다”며 “소비자의 충성과 긍정적 인식 위에 세워진 애플에는 치명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집단소송에 따른 금전적 손실은 차치하고 소비자 신뢰 상실과 브랜드 가치 훼손 등 애플이 감수해야 할 타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보다 심각한 건 소비자들이 애플의 폐쇄성과 마케팅 전략 같은 애플만의 철학과 경영방식을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애플이 그동안 안고 있던, 그러나 지금까지는 잘 무마돼왔던 문제들이 부지불식간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런 불안 요소를 6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 제품 결함 Product defect | ‘완벽의 애플’은 더 이상 없다 제품 결함이 너무 많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부문에서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던 애플의 제품에 언제부터인가 ‘결함’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품질 논란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이폰 살 때는 뽑기 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애플이 10년 간 쌓은 ‘품질과 신뢰’라는 공든탑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나온 아이폰4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안테나 게이트’ 혹은 ‘데스그립’이 논란이 됐다. 범퍼 부분을 손으로 잡았을 때 수신감도 표시가 크게 줄어드는 현상이다. 당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출시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공식 해명에 나선 바 있다. 아이폰5와 아이폰 5S는 배터리 잔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결함이 발견돼 무상 교환을 실시했다.2014년 출시한 아이폰6 플러스는 ‘밴드 게이트’ 문제가 발생했다. 이용자가 뒷주머니에 넣고 자리에 앉거나, 손으로 조금만 힘을 가해도 쉽게 구부러지는 문제다. 소비자들은 ‘세계 최초의 플렉서블 스마트폰’이라고 조롱했다. 아이폰7은 ‘쉭’ 거리는 소음과 손쉽게 발생하는 스크래치, 비행기모드 후 먹통이 되는 문제로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외신은 “셔츠로 닦아도 흠집이 나기 때문에 극세사 천으로 닦아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아이폰SE는 액정 화면이 노란색을 띠는 현상이 발생해 ‘오줌액정’이라는 오명을 얻었다.지난해에는 아이폰8에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나타났다.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작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X(텐)도 기술·성능과 관련한 여러 논란이 제기됐다. 추운 날씨에서 아이폰X이 갑자기 꺼지거나 반응하지 않는 ‘콜드 게이트’, 일부 아이폰X 액정에서 녹색 세로줄이 나타나는 ‘그린라인 게이트’가 발생했다. 지문보다 20배 더 안전하다는 얼굴 인식 기능 ‘페이스ID’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도 결국 배터리 결함이 발단이었다. ━ 거만한 대응 Overweening | 일관된 고자세에 소비자 분통 기계적 결함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애플의 태도는 거만하기만 하다. 문제가 발생해도 운영체제(iOS) 업데이트와 제한적인 교환 등 소극적인 조치에 그쳐왔다. 문제에 대해 부인·변명만 하다가 끝끝내 마지 못해 하는 사과는 오히려 사용자의 화만 돋웠다. 오히려 소비자의 사용방식을 문제 삼기도 했다. 후속 조치에 대한 안내마저도 불친절했다. ‘목 마른 사람이 알아서 우물을 파라’는 식이다. 고객의 충성도가 유난히 강하다는 점을 믿고 안이하다 못해 오만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아이폰4 안테나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애플은 ‘사용자가 아이폰을 쥐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해명해 빈축을 샀다. 당시 외신을 통해 유출된 애플의 내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데스그립 현상이 아이폰4 이전 모델인 아이폰3GS에서부터 지속됐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직원들에게 ‘아무 문제 없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주지시키도록 하고, 손으로 아이폰을 잡지 않았을 때도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제외하면 절대 고객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오만한 태도”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이런 태도는 반복됐다. 밴드 게이트가 논란이 됐을 때는 “일상생활에 지장 없다”며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1년 후 차기 모델에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0.2㎜가량 두껍게 설계했다고 강조하며 문제가 있었음을 간접 시인했다. 아이폰6 플러스에서 디스플레이가 깜빡이거나 멀티터치 동작에 문제가 발생하자 소비자에게 19만9000원을 내고 수리 받으라고 안내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아이폰7의 스크래치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에 “아이폰7 제트블랙 모델은 사용할수록 마감에 미세한 마모가 보일 수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결국은 소비자가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별도로 케이스를 사서 씌우라고 권고하기까지 했다. 아이폰8의 스웰링 현상 때는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발표만 했을 뿐 이후 공식적인 추가 발표는 없었다. 지난해 발생한 콜드 게이트에 대해서는 “주변 온도가 섭씨 0~35도인 장소에서 사용하라”는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배터리 방전 현상이 나타나니까 사용자가 주의하라는 뜻이다.이번 ‘배터리 게이트’ 역시 발단은 배터리의 결함과 고의적인 성능 저하였지만,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건 애플의 태도였다. 성능 저하 업데이트를 시도한 발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전후에도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아 사용자가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이어진 사과는 변명에, 보상대책은 미봉책에 그쳤다. 미국 USA투데이는 12월 30일 “애플의 사과는 외부 테스트와 잇단 소송 후 마지 못해 이뤄졌고, 배터리 교체도 예상과 달리 유료로 진행된다”면서 “배터리 게이트에 대한 애플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고객들이 애플로부터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아이폰의 명성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플랫폼의 고립 Isolation |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폐쇄전략 애플의 폐쇄형 생태계에 대한 회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애플의 폐쇄성은 악명이 자자하다. 아이폰의 운영체제부터 브라우저, 하드웨어 제조·판매까지 모두 관장한다. 운영체제를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은 애플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앱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한다. 타사 제품과의 비호환성도 불만 대상이다. 개발자들은 아이폰에 맞춰 앱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소비자도 아이폰 또는 안드로이드폰에서만 가동되는 기능에 아쉬움을 느낀다. 주변 기기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아이폰 사용자들도 전용 충전기를 챙기는 데 지쳤다.사실 폐쇄성은 과거 애플의 성공을 주도한 전략이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처음으로 대중화한 만큼 개척자로서의 이점이 있었다. iOS를 사용하다 안드로이드나 윈도 체제로 전환하는 경우 비호환성으로 인해 들어가는 수고나 비용이 커진다. 이로 인해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는 ‘락인(lock-in) 효과’가 생긴다. 충분한 사용자가 확보된 상황에서는 iOS용으로 개발되는 콘텐트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폐쇄적으로 생태계를 운용하며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모든 정책방향을 정하는 오만한 독재자로 군림하면서도, 광적인 지지자를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그러나 애플의 폐쇄성이 소비자에게 언제까지 먹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기 시장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지만, 이제는 개방성을 앞세운 안드로이드의 거센 반격에 직면해 있다. 기술적으로도 이제는 개방형 모델을 통해 다양한 업체가 참여해 개발하는 안드로이드나 윈도보다 비교우위에 서기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애플도 개방형 전략으로 외부 개발자에게 조금씩 문호를 개방하고,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인 하드웨어끼리의 통합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너무 늦은 감이 있다.사물인터넷(IoT)이 주도할 미래 기술환경도 애플의 폐쇄적 정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스위스계 증권사 UBS의 스티븐 밀루노비치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가 지능화되면서 스마트 기기의 개수보다 소프트웨어 간 연결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플 소프트웨어는 애플 기기에만 적용된다”며 “구글·페북과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대의 수혜를 받겠지만 애플은 하드웨어 업체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팀 쿡 CEO가 “iOS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고 애플이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iOS의 폐쇄성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 거듭되는 소송전 Suit again | 툭 하면 법정 다툼 … 굳어지는 ‘소송꾼’ 이미지 애플은 수년 전부터 크고 작은 기업에 무분별하게 특허권 침해 제소를 걸어 이른바 ‘소송 전문 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역으로 애플이 당한 소송에서는 특허 침해의 고의성까지 드러나면서 여론의 싸늘한 눈총을 받았고 최근까지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애플의 수많은 송사 가운데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삼성전자와의 특허전쟁이다. 삼성이 애플의 대항마로 입지 굳히기에 나서자 애플은 2011년 4월 삼성 갤럭시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차 소송은 2012년 2월 막이 올랐다. 2차 소송은 ‘기술’이 쟁점이었다. 애플은 승소했고 막대한 배상액을 받았지만, 이때부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소송을 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이후 특허소송에서는 패소도 이어졌다. 2014년 일본의 발명가 노리히코는 아이팟의 ‘클릭 휠’이 자신이 발명한 제품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며 100억엔(약 1018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는 애플에게 3억3600만엔(약 30억2,688만원)의 벌금 배상 명령을 내렸다. 애플의 특허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애플은 2015년 필리핀 IT 기업 솔리드브로드밴드(솔리드)를 상대로 한 상표권 소송에서도 패소했다.지난해 10월 애플은 기술특허 전문업체 ‘버넷엑스’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해 4억3970만 달러(약 5000억원)를 물게 됐다. 텍사스법원은 애플의 특허 침해에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배상 액수를 높였고 소송비용과 이자도 애플이 추가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 미국 위스콘신 연방법원은 애플이 위스콘신대학 컴퓨터프로세스 칩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5억600만 달러(약 5700억원)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애플은 자사도 유사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항소했지만 법원은 ‘괘씸죄’를 적용해 1심이 부과한 배상금의 두 배에 이르는 거액을 부과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올해 초 미국에서 시작된 퀄컴과의 특허 맞소송이 격화되면서 애플의 특허권 남용 행태가 인과응보로 돌아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월 퀄컴이 전혀 관련 없는 특허권으로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퀄컴은 애플이 자사 특허 6건을 무단 도용했다며 맞소송에 돌입했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퀄컴은 중국 베이징 지적재산권 재판소에 아이폰의 중국 현지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규제를 청구하면서 애플을 압박하고 나섰다.특허소송뿐 아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태국·호주 등지에서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제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소송 제기 및 항소가 애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비상식적인 소송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의 승패와 상관 없이 소송이 거듭되면서 애플에 ‘갑질’ 이미지가 생기고 있다”며 “소송 비용과는 별개로 이미지 실추로 인한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쟁자의 추격 Other players | 삼성에 밀리고, 차이나폰에 치이고 삼성전자·화웨이·샤오미 등 스마트폰 후발 주자와의 기술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예전 삼성전자는 ‘카피캣(Copycat, 모방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애플의 혁신을 벤치마킹해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이미지도 강했다. 스마트폰 수익률에서도 삼성은 애플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은 빠른 속도로 하드웨어 성능을 올렸다. 실적으로도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가 2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탈환했다.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수익성도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아이폰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애플의 ‘안방’으로 꼽히던 미국에서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아이폰 시리즈를 제치고 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점유율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대표적인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미국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 제품 평가를 실시해 ‘갤럭시S8’ ‘갤럭시S8플러스’ ‘갤럭시S7’을 각각 1~3위에 선정하고 애플의 아이폰8플러스와 아이폰8은 그보다 아래인 4·5위에 올렸다.갈수록 커지는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도 위협이 되고 있다. 초창기 중국산 스마트폰은 ‘짝퉁’이나 ‘싸구려’ 이미지를 벗지 못했으나 최근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디자인과 성능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최신 프리미엄폰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던 중국 제조사들은 최근 인도 등 해외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넓히면서 애플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2016년 화웨이·오포·비보 등 중국 빅3 제조사의 스마트폰 합계 판매량은 애플을 넘어섰고, 출하량 기준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조만간 화웨이에 빼앗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사라진 혁신 No-more Surprise | 기대감 사라진 신제품 발표회 앞의 다섯 가지 내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애플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 덕이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0년 간 혁신의 아이콘으로 추앙 받았다. 애플만의 운용체계를 확보하고 혁신 기술로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했다. 소비자 감성을 사로잡았고, 자기 정체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이용자 문화를 주도했다.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세계 미디어를 장식했다.그런데 이제 이런 기대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을 입은 스티브 잡스가 단상에 올라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이제는 신제품에 대한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다. 애플 특유의 혁신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아이폰X만 해도 ‘페이스아이디(ID)’ 외에는 다른 업체가 먼저 채용하거나 대중화에 성공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페이스 아이디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외신들도 타 회사 제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며 혁신의 부재를 꼬집었다.스마트폰 기술이 극도로 고도화됨에 따라 기술 성장 속도는 한층 더뎌질 수밖에 없다. 애플도 피할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또 그에 따라 후발주자와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 애플 제품의 폐쇄성이 강한 상황에서 차별성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소비자들이 결함도 많고, 고객 서비스는 불친절하고, 호환성도 떨어지는 아이폰을 굳이 쓸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식 맛이 탁월한 욕쟁이 할머니 식당에서 음식도 맛 없고 불친절하기만 한 식당으로 바뀌는 격이다.아이폰 이후를 대비할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애플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에 기반한 구글 글래스와 같은 안경, 자율주행차,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시장에 선을 보인 것은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혁신이 지속되지 못하면 과거 맥킨토시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에 밀렸던 전례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18.01.0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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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솔루션이 아마존웹서비스를 제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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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게는 애석한 일이지만, 전세계 1위 클라우드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이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는 훌륭한 비전, 뛰어난 실행력, 최고의 인재, 그리고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기술업체들에게는 꿈에서나 가능할 법한 고속성장의 요소가 결합된, 우리가 지난 10년간 목도한 진정 위대한 성공신화의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인생은 공평하지 않은 법. 아마존웹서비스와 그 지지자들은 아마존웹서비스가 클라우드업계에서 강자 중의 강자이며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납득할만한 주장을 펼칠 테지만, 사실 기업 고객들에게 더 폭넓은 사업분야에 걸쳐 더욱 많은 클라우드 혁신을 제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클라우드를 통해 이들 고객사에 더 많은 사업의 가치를 구현해주는 기업은 아마존웹서비스가 아닌,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이다. 이는 클라우드 워즈탑10(Cloud Wars Top 10) 순위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1위, 아마존웹서비스가 2위를 차지한 데서도 증명된다. 물론 아마존이 수만 개의 기업에서 IT 비용을 절감하고 핵심 프로세스를 신속히 실행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폭넓은 영역에 걸친 마이크로소프트의 커머셜클라우드(Commercial Cloud) 솔루션은 전세계 모든 지역 모든 산업에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능케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그럼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웹서비스의 경쟁을 매출, 완전한 클라우드 솔루션의 구성, 미래 비전, 전세계에서 가장 방대하고 까다로운 업무량에 대한 확장성, 강력한 첨단기술의 클라우드 적용, 그리고 모든 산업군에 걸친 고객 어필 등을 기준으로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자.매출: 2017년 1/4분기,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의 연간 매출이 ‘14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동기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가 발표한 연간매출수치는 ‘152억 달러 이상’이었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매출에서 10억 달러 이상 아마존을 앞서 나간 셈이다.완전한 클라우드 솔루션의 구성: 아마존웹서비스의 서비스형인프라(IaaS)는 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서비스형플랫폼(PaaS)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서비스형소프트웨어, SaaS) 부분에는 아직 진입하지 않은 상태이다.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세 가지 분야 모두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으며,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과학에 입각한 논리를 주장하는 첨단기술 분야의 순수주의자들은 이 세 개 분야가 각각 별개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하지만, 고객사의 시각에서 보면 고위경영진들은 완전한 솔루션 구성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애초에 함께 연동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다양한 벤더들이 내놓은 이질적인 제품들을 통합하고 구성하는 데 수많은 시간과 재원을 소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첨단기술산업의 순수주의자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코웃음을 칠 지 모르나, 고객사들은 완벽한 솔루션의 구성을 기꺼이 수용하며, 서비스업체가 얼마만큼 클라우드 지향적이며 얼마만큼의 자산을 갖추고 있느냐가 점점 이들 고객사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미래 비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마존웹서비스의 성과는 눈부시다. 하지만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역시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에 올인해 IoT 센서와 모바일 기기에서 수억 대의 PC, 미션크리티컬 서버,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 자체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에 걸쳐 모든 것을 완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러한 접근법은 그만큼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사의 사업 전반에 걸친 니즈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충족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 말은 고객사가 100개의 다른 클라우드 벤더사를 찾아가 100개의 상이한 서비스를 구매하고 다시 이들 서비스의 통합, 관리, 보안, 유지보수에 수천 명의 인력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위 내용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1/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사티아 나델라가 발표한 개회사를 통해 들어보자. 그리고 여기서 나델라가 ‘전체 디지털 생태계’라고 언급한 대목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고객들은) 자사의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되는 하이브리드 지원 및 더 높은 차원의 서비스가 가능한, 가장 신뢰할 수 있고 확장성 있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의 차별화된 접근방식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에서 시작해 오피스 365(Office 365), 다이내믹스365(Dynamics365) 그리고 애저(Azure)에 이르기까지 전체 디지털 생태계를 아우르는 우리 제품의 민첩성, 운영의 일관성, 그리고 보안 성능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 기업의 비용 절감과 새로운 매출원 창출에 기여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업무량에 대한 확장성: 나델라는 세계 최대의 운송 및 물류기업 머스크를 사례로 들었다. 머스크는 1000대의 선박과 130개 국에 이르는 글로벌 사업을 관리하는 데 점점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머스크의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윈도우10의 오피스365와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 및 시큐리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나델라가 실적 발표회에서 한 발언이다.“머스크는 컨테이터 생산 및 유지보수를 간소화하는 데 다이내믹스365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머스크는 공급망 관리 및 글로벌 무역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애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애저가 제공하는 인텔리전트 서비스는 실시간 데이터시각화와 첨단 분석기법을 활용해 수송선의 성능 및 장비활용에 대해 분 단위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머스크는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매출원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연간 컨테이너 수송량이 1700만 톤에 이르는 머스크와 같은 기업의 경우, 신속한 대응능력은 수천만 달러의 추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세 가지 분야에 걸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하나로 통합돼 심도있는 디지털 전환을 가능케 함을 입증하는 훌륭한 사례입니다.”고객사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첨단 기술의 도입: 이 점을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첨단기술 기업들은 IoT에 대해, 그리고 IoT가 얼마나 멋진 기술인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왔지만, 정작 고객사가 IoT에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완전하고 논리있는 전략, 혹은 이같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완전한 구성의 제품, 기술 및 서비스를 제시한 기업은 거의 없다.이 두 가지를 모두 제시하는 기업 중, 마이크로소프트는 IoT 센트럴(IoT Central)을 내세우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나델라는 IoT센트럴을 “고객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기기, 클라우드, 분석기술, 네트워크 및 서비스를 망라하는 전체 IoT 생태계를 관리할 수 있는 완전한(endto-end) 솔루션을 제공하는 최초의 서비스형소프트웨어”라 묘사한 바 있다.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산업전시 박람회에서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시에 참가한 다양한 제조업체와 협력한 바 있다고 말하면서 “이는 이들 기업이 수자원관리 및 식음료포장부터 시작해 생산 현장의 안전성 개선에 이르기까지 제조업의 모든 분야에서 전환을 도모하는 데 우리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 클라우드워즈톱10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 다양한 산업군에 걸친 고객어필 및 역량: 이번 1월 말보다 더 이전에 개최된 실적발표회에서 나델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디지털 생태계’의 모든 차원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강력한 역량을 입증하는 또 다른 사례로 마스(Mars Inc.)를 들었다. 35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소비재 상품 산업계의 강자 마스는 오피스365를 출시 초기부터 활용한 얼리어답터이기도 하다.나델라의 말에 따르면, 이후 마스는 윈도우10을 채택해 “8만여 명에 이르는 전세계 직원들이 보안을 유지하면서 협업하는 방식에 일대 전환을 불러왔다”고 한다. 이 같은 성공을 발판삼아 마스는 클라우드 상에서 생산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했다. 현재 마스는 “애저를 통해 회사의 필수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애저 IoT를 활용한 인벤토리 관리를 포함해 향후 수백 건의 업무를 이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것입니다.”이같은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단지 일부 영역만을 처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하고 완벽히 통합된 클라우드 역량을 동원해 전세계 대기업의 업무량을 처리하고 있음을 명확히 입증한다.인공지능의 대열에 합류: 좋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독자 여러분은 ‘인공지능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인공지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IBM, 세일스포스닷컴 및 SAP와의 경쟁에서 뒤질 것인가? 보다 최근의 실적발표회에서 나델라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인공지능 및 IoT서비스를 기반으로 구축된 실제 생산체계에 대해 인용한 고객사 사례를 들여다보자. “다양한 산업군에 걸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신기술은 IoT부터 시작해 혼합현실과 인공지능 그리고 클라우드입니다.” 나델라의 말이다.“티센크루프 엘레베이터는 판매 및 주문 과정 전체를 디지털화 하는 데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HoloLens)와 애저를 활용해 제품 인도기간을 400% 단축했으며, 철강 사업부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다이내믹스365를 선택했습니다. 의료기술업계의 글로벌 선도 기업인 스트라이커는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자 오피스365를 채택했으며, 외과의, 병원 직원 그리고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해 수술실 디자인을 개선하는 데 홀로렌즈를 활용하고 있습니다.”기자는 아마존웹서비스에, 그리고 최고경영자인 앤디 재시가 보여준 비전과 추진력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아마존웹서비스가 2위를 했다 해도 전혀 타격을 입을 것은 없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타 클라우드 벤더들은 실행할 수조차 없는, 고객사의 디지털 전환을 가능케 하는 필수적인 솔루션을 방대한 분야에 걸쳐 제공하고 있기 대문이다.클라우드워즈탑10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한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확장성 있는 고객 중심의 혁신을 추진하고 선도해 나가는 데 긴장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위대한 야구선수 사첼 페이지가 남긴 말을 상기하라.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무언가 당신의 뒤를 쫓고 있을지 모른다.”- BOB EVANS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7.07.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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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주년 스페셜에디션

산업 일반

인공지능은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장애물을 인식해서 스스로 피해 나는 드론, 날씨나 주식, 지진 등을 실시간 뉴스로 만들어주는 기자, 기상캐스터가 등장했다. 예일대는 고난도의 음계를 작곡하는 인공지능도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도 나타날 것인가. 미지수를 나타내는 ‘X’는 고대 아랍으로부터 시작돼 근대의 철학자인 데카르트가 ‘알 수 없는 수(미지수)’를 뜻하는 기호로 정의하면서 현대까지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미지수. 그 알 수 없는 수에는 수많은 것을 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 덕에 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인간 또한 과학적 성장을 이뤘다. 컴퓨터는 바로 이 미지수 X처럼 알 수 없는 기계다.1950년대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를 고안해냈다. 컴퓨터는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 중 가장 목적이 불분명했다. 냉장고는 음식을 보관하고, 자동차는 이동을 위해서 존재하지만, 컴퓨터라는 기기는 애초부터 특별한 목적이 없었다.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컴퓨터를 사줄 때는 ‘공부에 도움되라’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아이들의 목적은 딴 데 있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컴퓨터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목적이 달라진다. IBM의 토마스 왓슨이 컴퓨터 산업 초기에 컴퓨터는 지구상에 5대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 미지수 X처럼 수많은 대입 가능성 지닌 인공지능 컴퓨터 자체에 특별한 목적이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컴퓨터는 그야말로 다목적 기기가 됐다. 컴퓨터는 프로그램이 주어져야 비로소 어떤 역할을 한다. 스프레드 시트를 깔면 계산기가 되고, 워드프로세서를 깔면 타자기가 된다. 포토샵을 설치하면 스케치북이 되고, 음악을 실행시키면 음향기기가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인간이 의도한 대로 값을 찾아내고 계산해 컴퓨터에 목적을 불어 넣는다.그런데 이런 프로그램 중에서도 목적이 가장 불분명한 것이 있으니, 바로 컴퓨터로 구현하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도 무엇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없다. 다만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낼 뿐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상황과 의도를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학습해서 무엇인가를 해낸다. 만든 사람도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이다.인공지능은 미지수 X처럼 수많은 대입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바둑을 배우면 바둑 인공지능이 되고, 날씨정보를 학습하면 기상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과 예측할 수 없는 변화,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인공지능을 바라보며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갖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늘 그렇듯이 모든 창의적인 생각과 미래에 대한 비전은 문학과 예술작품이 먼저 꿈꾸었던 것들이다. 인간이 아직 달에 가기도 전인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SF영화 사상 최고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발표했다. 이 영화에서 관객들은 ‘인공지능’ 컴퓨터의 이름을 처음으로 듣게 된다. 바로 인공지능 ‘HAL9000’이다. 영화에서 할 (HAL: Heuristically Programmed Algorithmic computer)은 유명한 대사를 한다. “미안합니다. 데이브, 유감이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라는 대사다. 이 대사는 주인공인 데이브가 인간을 배반한 할의 메인 메모리를 중단시키기 위해 격납고 문을 열라고 명령하는데, 할이 이를 거부하며 하는 말이다. 여기에서 보여준 ‘인공지능의 배반’은 컴퓨터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거의 모든 SF 영화의 클리셰가 됐다. HAL9000처럼 붉은 불빛, 기괴하고 음산하며 무미건조한 목소리의 인공지능은 시대가 바뀌자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등장한다.2016년에 나온 영화 에서는 스웨덴의 미녀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고혹적인 모습의 인공지능 로봇으로 등장한다. 인간이 만든 과학실험실 안에 갇혀 있던 이 아름다운 인공지능은 실험실을 방문한 주인공을 바라보며 “나를 여기에서 내보내줄 건가요?”라고 물어본다. 그녀의 눈빛은 지적이며 매혹적이지만 그 안에 놀라울 만큼 깊은 의도가 숨겨져 있다.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면서도 주인공은 그녀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관객들은 로봇이 인간을 완벽하게 닮을수록 불쾌감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겪을 수도 있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통나무를 깎아 나무인형을 만들었는데 살아 움직이는 아이 피노키오가 됐다”는 그런 옛날 동화의 시대는 갔다. 어느덧 아톰, 터미네이터, 스타워즈의 R2D2를 거쳐 아이언맨의 비서 ‘자비스’까지 거의 모든 이야기에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시대다. 인공지능은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가 그 존재를 다시 따져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가 됐다. 우리는 영화 에서처럼 ‘사만다’를 인공지능이 아닌 이성으로 받아들여 사랑에 빠지고,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못 가르쳐주면 마치 사람에게 하듯 짜증을 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튜링은 컴퓨터를 만들면서 ‘생각하는 기계’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그는 컴퓨터와 대화를 나눠 인간인지, 컴퓨터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면 그 기계에 지능이 있을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른바 ‘튜링테스트’다. 이후 존 매카시 박사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이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 인공지능 연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인공지능은 ‘추론과 탐색’이 연구 주제였다. 간단한 문제 풀이는 할 수 있었지만 좀 더 복잡한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이후 1980년대 시도된 ‘전문가 시스템’도 컴퓨터가 지능을 갖게 했다기보다, 지능으로 할 수 있는 많은 일 가운데 특정한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 인터넷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약 기회 맞아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는다. 검색엔진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가 생겼고,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통해 수많은 빅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2006년 제프리 힌튼 교수가 딥러닝(Deep Learning)을 처음 발표한 이후 얀레쿤, 앤드류 응, 요수아 벤지오 같은 ‘인공지능 구루’ 과학자들에 의해서 발전을 거듭해 놀라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IBM이 만든 컴퓨터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천재 카스파로프를 이긴 것이 1997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었다. 딥블루는 인간과 시간제한이 있는 체스경기에서 이긴 최초의 컴퓨터였지만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이때 딥블루는 체스 거장들의 정보와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입력하고 대국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1년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이 미국 최고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해 제퍼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승자 2명과 퀴즈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왓슨의 승리. 우승상금 100만 달러 전액을 통 크게 기부한 왓슨은 4테라바이트의 용량에 2억 건의 구조화, 비구조화 콘텐트를 미리 입력해 놓았었다. 이때 왓슨의 능력은 특정 주제에 맞는 답을 검색해 찾아주는 것이었다. 2016년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5전 4승 1패로 이긴 사건은 인공지능의 혁명을 실감나게 했다. 알파고는 한 해 전인 2015년 유럽 챔피언 판후이와 대결에서 보여줬던 실력보다 훨씬 발전해 있었다.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기보나 바둑의 수를 미리 입력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둑을 학습했다. 알파고의 인공지능에는 다음 번에 어디에 돌을 놓을지 위치를 선택하는 ‘정책망’과 수를 두었을 때 승리를 예측하는 ‘가치망’이 적용됐다고 한다. 구글은 이것을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고급 트리 탐색(Monte Carlo tree search)을 연계해 바둑을 두었다는 것이다. 바둑의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10 )으로 10의 40승(10 )인 체스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복잡하다. 흔히 우주의 원자보다도 많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체스에서 인간을 이긴 지 20년 만에 바둑에서 인간을 이겨 우리에게 그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인공지능을 실현한 선구자는 애플이 만든 아이폰의 ‘시리(Siri)’였다. 2011년 아이폰 4S와 함께 발표된 시리는 사용자에게 ‘개인음성비서’라는 개념을 알게 해주었다. 시리는 음성만으로도 전화번호를 찾고, 문자를 보내고 앱을 실행시켰다. 나온 지 벌써 6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시리와 대화를 처음 해보고 놀라는 사람이 주변에 늘 한두 명씩 있다. 시리는 “넌 사람이니?”라고 물어보면 “우리 사이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하고 “누가 널 만들었지?”라고 물으면 “상자에 적힌 대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에서 디자인되었다”고 대답한다. 시리의 영특함에 초기 사용자들은 일종의 문화충격을 받았다. 시리는 먼저 사용자의 음성을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의 음성인식기술을 활용해 텍스트로 바꾼다. 이어서 이 텍스트 내용을 SRI의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동작을 한다. 이런 기술 때문에 IT기기 입력 인터페이스는 키보드에서 마우스로, 다시 터치로, 또 다시 음성으로 옮겨가게 됐다. 애플과 경쟁회사인 삼성은 이듬해 ‘S보이스’를 내놓았고 LG도 ‘Q보이스’를 내놓는 등 휴대폰 인공지능 서비스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 사생활까지 지원하는 인공지능 비서들 IT 거인들도 인공지능 비서를 앞다퉈 만들었다. 구글은 2012년 ‘구글 나우(Google Now)’를 발표했다. 구글 나우는 명령을 받아 실행하는 방식보다 한발 더 나아가고자 했다. 구글 나우는 사용자의 사용습관을 분석해서 미리 카드 형태로 알려준 것이다. 구글은 검색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자사의 인터넷 정보가 있었고 이를 사용자의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정보와 결합해 유용한 정보로 해석해 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능력 때문에 예를 들어 퇴근할 때면 가족들에게 알려준다거나 나에게 막차 정보를 알려주고, 내 주차 위치를 자동으로 기억해 알려주기도 한다. 출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환율 정보를 보여주는 등 눈치가 빠르다. 하지만 의도를 미리 앞서 읽음으로써 “내 사생활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라는 두려움을 주기도 했다. 음성검색 위주의 구글 나우는 2016년 발표된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에 통합돼 대화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10 운영체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타나(Cortana)를 선보였다. 코타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통해 음성인식 데이터들을 좀 더 자연스럽게 해석하는 머신러닝을 수행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코타나의 학습이 더해질 것이고, 데이터 해석 능력이 점점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는 아직 지원하지 않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인공지능도 나타났다. 아마존은 스마트홈 스피커 ‘에코(Echo)’를 중심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에코는 7개의 마이크, 소음제거 기능 등을 갖춘 원통형 모양의 스피커로 알렉사(Alexa)라는 인공지능이 내장돼 있다. 6~7m 거리에서 명령을 내려도 알아듣는 능력에다 사용자의 영어 발음 패턴을 인식하는 기능도 있다. 특히 제3협력자인 서드 파티에게 개발자도구인 ASK(Alexa Skills Kit)를 제공해 다양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결합한 하드웨어로 구글홈을 내놓았다. 에코를 ‘알렉사’라고 부르는데 반해 구글홈은 ‘OK 구글’이라고 부른다. 구글 크롬 캐스트와 연결해 유튜브 동영상을 TV로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필립스에서 만든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전구 ‘휴(HUE)’와 연동하면 집안 조명색깔도 음성 명령으로 바꿀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SK가 ‘누구(NUGU)’를 내놓았다. 스마트폰 2배 정도의 길이를 가진 하얀 원통형의 ‘누구’는 LED조명을 탑재해서 조명등과 같은 느낌이다. ‘누구’는 음악을 들려주고, 날씨와 일정을 검색하는 것은 물론 집안의 조명을 끄거나 TV를 켜는 일 등을 돕는다. 앞으로 차량용, 신체부착형 기기로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KT는 인공지능 ‘기가 지니(GiGA Genie)를 공개했다. 28cm 높이의 둥근 타원형의 이 기기는 카메라, 인터넷 전화, 스피커를 결합한 셋톱박스에 가깝다. 이용자와 지능형 대화가 가능하고 딥러닝 플랫폼 기반으로 음성인식 및 대화기술이 진화할 수 있다. 카메라가 탑재돼 TV와 연동시켜 화상전화 등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벤처기업인 마인즈랩도 ‘초롱이’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았다. 스피커, 조명, 셋톱박스 등 어떤 형태든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는 이제 점점 집안의 집사가 되고 있다. 조명과 전원, 가스를 통제하는 것은 물론, TV와 음악기기, 전화, 냉장고와 차고문까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해 가정 내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 비서는 점차 사람과 교감을 목적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리와 코타나가 단순한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기계가 아니라 친절하고 똑똑한 여성 이미지로 인격화된 이유는 사무적인 대화보다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가 인간에게 더 끌리기 때문일 것이다. ━ 집안의 집사이면서 인간과의 교감도 시도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떨어져 있는 상대방에게 감정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다양하게 있었다. 키신저(kissinger)는 부착된 실리콘 패드에 입술동작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원격키스 기계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졌다. 필로우톡(pillow talk)이라는 제품은 원격으로 떨어진 연인들이 각자 손목에 스마트 밴드를 차고 스피커를 베개 밑에 두면 서로 상대방에게 심장 박동소리를 들려주는 장치다. 인공지능 애인은 인간끼리의 원격 연애가 아니라 가상의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교감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일본 기업 윈크루가 만든 여자친구 로봇 게이트박스(Gatebox)는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로필과 신체조건을 입력해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이 캐릭터와 채팅앱을 통해 대화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 메신저 ‘위챗’을 위해 내놓은 ‘샤오빙(小氷)’은 인공지능 기반 채팅로봇, 즉 챗봇(chatbot)이다. 샤오빙은 감성지능(EQ)까지 갖추고 있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주는 역할도 한다. 샤오빙에게 자기 속마음을 전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며 살아가는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일기 예보를 알려주고 신문을 읽어주는 장면이 방송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된 파르미(Palme)는 간병 또는 말벗 로봇이다. 이 로봇은 퀴즈도 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할머니의 데이터를 기억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친해지는 능력을 갖췄다. 일본의 독거노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도요타가 만든 키로보는 운전자를 위한 말동무 로봇이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얼굴을 돌릴 수 있고 높이 10cm, 무게 183g의 블루투스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시동을 끄면 “나를 차에 두고 가면 안돼요!”라고 말할 정도로 깜찍하다. 장거리 운전자에게는 졸음도 막아주고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가 될 듯하다. 이외에도 핸슨로보틱스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는 62가지의 표정을 지으며 상대방의 표정을 읽고 대화할 수 있다. 애완용 강아지로봇 아이보(Aibo)를 만든 소니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최근 칩(chip)이라는 강아지로봇을 내놓은 와우위(Wowwee)는 기대가 크다. 이 반려로봇은 주인의 동작을 따라 움직이고 공을 인식해서 공놀이도 할 수 있다. 가격을 저렴하게 하기 위해 구현하기 복잡한 4족 보행보다는 아예 바퀴를 채택해서 구르는 강아지 로봇이 됐다. 궁극적으로 로봇은 인간을 닮아야 더 친근할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닮은 로봇이다. 우리가 흔히 로봇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로봇이기도 하다. 2000년 일본 혼다가 만든 아시모(ASIMO: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oty)는 인간처럼 두발로 걷는 이족 보행에 성공한 로봇이다. 이후 미국 보스톤 다이내믹스에서도 이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휴머노이드 ‘휴보’가 유명하다. 휴보는 2015년 세계 재난로봇대회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가정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로봇들이다. 2005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가정용 휴머노이드 와카마루(Wakamaru)를 출시했지만 너무 비싸 실패했다. 이후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시스템으로 지능형 서비스가 더욱 발전하면서 새로운 가정용 로봇 시장이 열렸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2015년 6월 소프트뱅크는 가정용 로봇 페퍼(Pepper)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페퍼는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상태를 분석해 감정을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감정엔진이 들어있어 사람의 기분을 수치화하고 대화를 반복하면서 학습을 할 수가 있다. 키도 120cm 정도로 작은 초등학교 어린이 정도라서 기계라는 거부감을 줄이고 인간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귀여운 외모와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과 매장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기도 하고, 단골 손님을 기억해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 외에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제작된 지보(Jibo)라는 소셜 로봇, 가족들을 구분해서 돕는 버디(Buddy)라는 패밀리 로봇, 노인이나 장애자를 돕는 HSR(Human Support Robot) 등 다양한 로봇이 만들어지고 있다. 영화 ‘월-E(WALL-E)’를 닮은 젠보(Zenbo)라는 로봇은 비상영상전화를 이용해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고, 경찰이 젠보를 제어해 신고자 상황을 알 수도 있다. ━ 미국 소매 일자리 800만 개 사라질 수도 페이스북은 사진 속에 있는 친구를 알아서 찾아내고 태그를 추천해준다. 구글은 포토 서비스에서 얼굴을 분류해 개인별로 앨범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감정인식 서비스는 선택한 사람의 표정을 분석해 그 사람의 분노·행복·슬픔·놀람 수치를 보여준다. 구글의 페이스넷(FaceNet)은 99.96%, 페이스북의 딥페이스(DeepFace)는 97.25%의 얼굴 인식률을 보인다고 한다. 인간의 평균적 능력 97.5%를 넘어선 것이다. 프리즈마(prisma)라는 아이폰용 앱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진을 유명 화가의 화풍으로 다시 그려내는 앱이다. 러시아 화가 ‘칸딘스키’,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팬시스 피카비아’, 팝아티스트 ‘리히텐슈타인’, 벨기에의 일러스트레이터 ‘길리스 프랑스’까지 다양하다. ‘딥아트’라는 웹사이트도 비슷한 기능을 한다. 모두 인공지능으로 사진을 인식해서 다시 그려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장애물을 인식해서 스스로 피해 나는 드론, 날씨나 주식, 지진 등을 실시간 뉴스로 만들어주는 기자, 기상캐스터가 등장했다. 예일대는 고난도의 음계를 작곡하는 인공지능도 만들었다. 구글의 딥드림은 이미지를 재해석해 추상화를 그리는 인공지능 미술가다. 가전회사들은 사람이 주로 머무는 공간을 찾아 쾌적한 바람을 내보내는 인공지능 에어컨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식 투자와 자산관리를 하는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다.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인간 프라이빗뱅커(PB) 대신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한다. 번역에도 인공지능이 쓰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어 번역은 통계기반 기계번역(SMT)으로 오류가 잦았다. 그러나 2015년부터 인공신경망 번역(NMT)기술이 나오면서 머신 러닝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간의 뇌처럼 문맥을 이해, 스스로 학습하고 시간이 갈수록 정확도가 올라가고 있다. 쓰임새가 다양해질수록 인공지능은 잡킬러(JobKiller)가 되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상황을 가장 잘 보여준 사례는 아마존이 시범 운영하는 오프라인 마트 ‘아마존고’다. 이 매장은 매장 운반직원, 상품 진열직원, 계산원이 없다. 고객은 줄을 설 필요도, 계산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집어들고 가면 된다. 고객이 쇼핑을 하는 동안 자율주행 센서를 가진 카메라가 고객을 따라다니며 구매목록을 확인하고, 고객이 매장을 나서면 앱의 결제수단으로 비용이 결제된다. 컴퓨터비전, 딥러닝 알고리즘, 센서퓨전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아마존의 상품을 기획하는 MD들은 ‘A9’라는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과 경쟁했고 그 결과 로봇에게 패배해 모두 정리해고됐다. 더구나 아마존은 배송도 드론과 자율주행트럭으로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이렇게 사라질 미국 소매 일자리가 800만 개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 “완전한 인공지능은 인류의 멸망” 회의론도 대두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백악관 대통령실 이름으로 발행된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기계가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거나 인간의 수준에 근접할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AI가 자동화를 통해 부를 창출하면서 미국 경제도 좋아지고 혜택도 받겠지만 일부 불이익을 받게 될 미국인을 돕고 인공지능의 혜택을 모든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보고서는 “3개월마다 약 6%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인공지능이 활성화되고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되려면 기술 변화의 속성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좋은 정책과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①가능한 많은 혜택을 창출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개발할 것 ②미국인들을 교육하고 훈련시켜 미래의 일자리에 대비할 것 ③성장의 과실을 많은 이들이 나누도록 전환기의 노동자를 지원하고 역량을 강화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백악관 인공지능 보고서는 “향후 20년 내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거나 비견할 수준이 되어 전 분야에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UN 미래포럼은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웨일이 말한 기술적 특이점인 싱귤래러티(Singularity)가 온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하나로 통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점점 기계처럼 되고 기계는 점점 인간처럼 된다는 것이다. 과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은 나타날 것인가? 초지능은 우리를 배반할 것인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완전한 인공지능은 인류의 멸망을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판 아이언맨이라는 사업가 일론 머스크도 “컴퓨터가 인간을 애완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처럼 기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터미네이터’ 영화 속 배경은 2029년. 핵전쟁 이후 잿더미 속에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고 말살하는 때다. 따져보니 12년 남았다. 대부분의 미래 SF 영화들은 인공지능 로봇의 배신을 다뤘다. 그렇게 수많은 경고를 들으면서도 인간은 왜 인간을 해고시키고 로봇을 더 고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정작 사람들끼리는 서로 가까이 하지 못하면서 왜 인간을 닮은 로봇에게서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아이러니한 일이다. -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

2017.02.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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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메뉴도 바탕화면도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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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환경에 집착해 기존 장점 버려…미국 컨슈머리포트 “당분간 윈도8 PC 사지 말라” 권고 2012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와 태블릿 단말기를 모두 겨냥한 ‘윈도8’ 운영체제(OS)를 출시했다. 새 윈도 출시 준비과정은 윈도7 때와 닮았다. 출시 후 3개월 동안 MS의 제조 파트너가 윈도8 데스크톱, 노트북, 컨버터블(변형) 컴퓨터 수십 종을 출시했고 더 많은 모델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MS는 기존 윈도PC 사용자들에게 5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윈도8을 다운로드 받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했다.윈도 출시 효과 사라져MS는 “새 윈도 출시 3일 만에 업그레이드 OS를 400만 카피 판매했고 제조사 파트너들에게 ‘수천만 카피’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출시 1개월쯤이 지난 11월 27일에는 4000만 카피를 팔았다고 주장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윈도7의 출시 초기 성적 대비 나쁘지 않다.MS 바깥에서 들려오는 내용을 보면 윈도 사업을 둘러싼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2012년 11월 시장조사업체 NPD는 윈도8이 PC 시장 성장에 별 도움이 안 됐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미국서 개인용 윈도PC 판매실적을 보면 데스크톱만 9%, 노트북은 24%, 전체적으로 21%가 줄었다는 내용이다.조사 결과에는 빠진 기업용 PC 시장에서의 성적표도 어둡다. MS가 밝혔거나 조사업체가 제시한 구체적 지표는 없지만, 11월 말 회사가 직접 공개한 윈도8 판매량은 실제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주장할 근거로는 부족하다. 한 MS 전문가는 “4000만 카피라는 판매량에 ‘윈도8 공식 발표 이전 기업들에 공급됐지만 아직 실제 사용을 늦추고 있는 라이선스’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2012년 12월에는 제조사들이 윈도8 판매량에 대한 전망치를 낮췄다는 관측도 나왔다. 몇몇 외신들이 투자자문회사 ‘토페카캐피털마켓’의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아시아 제조업체들이 9~10월 받은 PC 주문량이 2%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애초 예상치를 밑돌뿐 아니라 지난 7년간 월 평균 증가율 5%에 한참 못 미친 결과다.한 글로벌 조사업체가 파악한 국내 3분기 PC시장 규모도 평균 10% 이상 감소를 기록했다. 이 흐름은 2013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제껏 정기적으로 PC 조립 및 생산업체들에게 신제품 수요를 견인하는 구원투수로 인식됐던 새 윈도 출시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기존 PC 역할 일부를 애플과 구글의 태블릿이 대신하면서 일반PC 하드웨어 출하량은 성장이 사실상 멈췄다.MS는 출구전략으로 그간 소홀했던 모바일로 영토확장을 꾀했다. 최신 OS를 ‘PC와 태블릿을 아우르는 윈도’로 포장한 이유다. 이는 일찍이 태블릿 개념을 상용화했지만 여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래 가장 모험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이번에 MS는 윈도8 기반 태블릿이 터치스크린 장치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인식을 심으려 애썼다.최신 윈도의 기본 사용자인터페이스(UI)로 등장한 ‘메트로UI’ 환경을 집중 소개했다. 메트로UI가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됐지만 마우스와 키보드만으로 조작할 때에도 충분히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새 윈도 하나로 기존 PC 시장 지분을 놓지 않으면서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노트북이나 태블릿 사용자도 끌어안고 싶어서였다.메트로UI는 윈도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둥근 ‘아이콘’을 대신해 네모진 ‘타일’ 단추가 배열된 환경이다. 최소한 초기 반응에서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메트로UI는 쾌적했고 뉴스, 날씨, 메일, 브라우저 등 기본 기능과 ‘윈도스토어’라는 자체 앱스토어의 추천 게임과 프로그램을 쓰기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메트로UI의 등장과 함께 윈도 기본 환경에 일어난 변화는 “MS가 터치스크린에 너무 골몰하느라 기존 윈도 사용자들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낳았다.윈도8이 이제 막 출시된 OS인 만큼, 안정성과 편의성이 검증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중순께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당분간 윈도8 PC를 사지 말라”며 윈도7 사용을 권장한 것도 같은 이유다.과거 윈도에서 새 OS로 넘어오며 UI 영역에 생긴 2가지 변화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낳고 있다. 우선 초기 화면의 기본 UI였던 ‘시작 단추’와 ‘시작 메뉴’가 빠졌다. 또 메트로 UI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컴퓨터를 켠 직후 보여주던 바탕화면도 어디론가 숨어버렸다.시작 단추와 그 메뉴는 사용자 문서, 사진, 음악, 컴퓨터를 여는 경로와 제어판, 도움말, 프로그램 및 파일 검색, 모든 프로그램 링크, 시스템 종료 등을 집약한 기능으로 윈도 7까지 발전해왔다. 이름대로 거의 모든 윈도 기능의 ‘출발점’이자 마지막이었다.이용자들 상당수 불편 호소MS가 “여러 사용자들의 습관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시작 단추를 안 써서 빼기로 했다”는 결정은 지나치게 조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윈도7 사용자만 고려했다는 점부터 문제였다. 절반에 가까운 나머지 윈도 사용자 습관을 반영하지 않았다.정작 윈도7을 쓰다가 윈도8로 넘어간 사용자들도 대부분 사라진 시작 단추에 어색함과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부팅 직후 처음 나타나게 된 메트로UI 화면까지 번졌다. 실제로 메트로UI 전용 프로그램 사용시 기초적인 조작법을 직접 알아내기 어려웠고 초보자를 배려도 부족했다. 또 아이콘보다 큼직한 타일은 공간 낭비가 심했고, 화면 스크롤 방식은 직관적이지 못했다.일부 성급한 사용자들은 이미 윈도8의 기술적, 상업적 실패를 논한다. 윈도8이 침체된 PC시장 흐름을 당장 되살리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윈도8의 매력이 부족한 이유가 단지 첫인상 때문은 아니다. 우선 초기 업계 관심이 메트로UI에 쏠린 영향이 컸지만, MS가 기존 윈도를 계승하고 발전했다는 점들을 충분히 알리지 못한 실책도 있다. 제조사들이 윈도8에 대응한 태블릿과 컨버터블 노트북을 만들어 내놓는 노력에도 윈도8의 단점이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나온다.현재 MS는 애플 아이패드와 그 생태계 기반이 되는 아이튠스 앱스토어 및 콘텐트, 구글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콘텐트에 맞설 준비로 분주하다. 윈도스토어에 접속하는 계정을 메일 겸 메신저와 인터넷 전화에도 쓰게 하고, 음악과 영상과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유료화를 추진 중이다. 다만 충분한 현지화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는 경쟁력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문제다.이런 행보가 단순한 경쟁사 따라잡기인지, 변화된 환경에서도 플랫폼 경쟁우위를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지는 더 지켜 볼 일이다.

2013.01.08 14:11

5분 소요
세상을 바꾸는 차세대 칩  - 진정한 스마트 워커(Smart Worker) 시대 열린다

산업 일반

스마트폰은 어디서든 무선 인터넷을 잡아낸다. 노트북 PC는 지금까지 이와 달랐다.‘와이파이존’(Wi-Fi Zone) 안에서만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앞으론 그렇지 않다.스마트폰만큼 빠르게 무선랜을 찾아내는 ‘노트북용(用)’ 칩이 개발돼서다.노트북에 가장 적합한 통신망으로 평가받는 ‘와이브로’도 이전보다 탄탄해졌다.스마트기기의 출현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노트북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칩의 힘이다.지난해 12월 중순, 중소 건설사 CEO 김남식(54)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담낭(쓸개) 제거수술을 받았다. 연말이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술을 미뤘다간 건강이 더 나빠질 공산이 컸다. 수술은 1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그는 회복 직후 스마트폰으로 e-메일을 확인했다. 하지만 설계도면, 원청업체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이 여의치 않았다. 스마트폰의 터치형 자판은 보고서 만들기에 영 불편했다.김씨는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노트북을 갖고 오라고 했다. 내일이면 퇴원이었지만 당장 일을 시작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그는 정보보안을 위해 NHN의 클라우드서비스인 ‘N드라이브’에 문서를 저장해 놨다. 때문에 인터넷이 접속되지 않으면 노트북이 있어도 문서작업을 할 수 없다. 김씨가 입원한 병원에서는 무선 인터넷(Wi-Fi)이 잡히질 않았다. 부랴부랴 간호사에게 무선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우리 병원에는 무선 인터넷이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사용하고 싶으면 돈을 내고 (공유기를) 신청해야 해요.”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 워커(smart worker) 시대라고 호들갑 떨더니 별로 달라진 것도 없구먼.”바야흐로 스마트 시대다.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은 29%에 이른다. 일본·북미 등 선진시장 보급률은 50%를 넘어섰다. 국내 스마트폰·태블릿PC 보급률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스마트폰·태블릿PC의 보급률은 43%를 기록했다. 2010년 5%보다 8배 이상 증가했다.스마트폰으론 문서 작업에 한계스마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마트 워커가 늘고 있다. 스마트 워커는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보는 사람을 가리킨다. 소프트웨어 업체 기스트(GIST)가 2011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 5명 중 3명이 “사무실에 있지 않아도 업무가 가능하다”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분석도 비슷하다. IDC는 “2010년 10억명을 돌파한 세계 스마트 워커는 2015년 13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이 맞다면 2015년 전체 노동자 중 37%가 스마트 워커가 된다. IDC의 스테이시 크룩 책임연구원은 “스마트 워커의 성장세는 한동안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문제는 스마트 워커가 얼마나 많은 업무를 스마트 기기로 처리하느냐다. 스마트 워커의 행동을 분석한 기스트에 따르면 그들은 e-메일 확인(36%)·인터넷 서핑(35%)·독서(12%)를 많이 했다. 나머지 7%는 비디오나 동영상을 봤다. “문서를 작업했다”고 답한 스마트 워커는 없었다. 스마트 기기로 처리했다는 업무는 e-메일 확인이 전부였다. 대부분 취미생활이었다. 엄태준 인텔코리아 기업솔루션팀 부장은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 스마트 워커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이런 결과는 노트북의 단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노트북이 스마트폰·태블릿PC 보다 무거워서가 아니다. 노트북도 무척 가벼워졌다. 인텔의 울트라북, 애플의 맥북에어의 두께는 20㎜가 채 되지 않고 무게는 1㎏ 가량이다. 문제는 휴대성이 아니라 노트북에서 무선 인터넷이 스마트폰·태블릿PC만큼 구현되지 않아서다. 담낭 제거수술을 받은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말이다. 왜 그럴까.이유는 통신기술방식에 있다. 4G(세대) 통신기술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LTE(롱텀 에벌루션)고, 다른 하나는 와이브로(Wibro)다. 4G LTE는 현재 스마트폰·태블릿PC에만 서비스된다. 노트북 PC에 적용되는 LTE는 없다. 노트북처럼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를 처리하려면 와이브로가 필요하다. 또한 와이브로를 지원할 수 있는 노트북용 칩이 있어야 한다.지난해 말까지 이런 칩이 내장된 노트북은 없었다. 휴대용 와이브로 단말기 ‘에그(KT)’가 대체상품이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에그는 모두 4세대까지 출시됐지만 에그모델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더구나 에그는 휴대용 단말기이기 때문에 따로 들고 다녀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전국 85개 도시서 와이브로 이용 가능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KT·인텔이 2010년 손을 잡았다. 인텔은 칩을 개발하고, KT는 망을 확대하고 삼성전자는 인텔칩이 내장된 노트북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진짜 스마트 워커 시대를 열겠다’는 전략에서였다. PC제조업체·통신사·칩 제조사가 협력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관건은 역시 칩의 개발이었다. 내장형 칩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노트북 생산은 물론 망 확장이 무의미했다.인텔은 2년 여의 개발과정을 거쳐 2010년 와이브로 내장형 칩인 ‘커뮤니케이션 칩’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칩은 기존 에그를 노트북 안에 넣었다고 생각하면 쉽다. 무엇보다 와이파이·와이브로를 모두 지원하는 통합 칩셋이기 때문에 노트북에서 자유롭게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다. 와이브로 칩이기 때문에 움직이면서 인터넷을 할 수도 있다. 와이파이의 단점은 일정한 공간(존)에서만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국제표준주파수 대역폭을 지원하는 칩까지 내장돼 휴대폰을 로밍하듯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엄태준 부장은 “이번에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커뮤니케이션 칩은 언제 어디서든지 (노트북으로) 일할 수 있는 진짜 스마트 시대를 창조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올해 1월 3일 인텔의 커뮤니케이션 칩이 내장된 ‘와이브로 내장형 노트북’을 선보였다. 슬레이트PC 시리즈7, 초슬림 초경량 노트북 350U, 실용성이 강화된 시리즈3 300E 등 5종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존 보급형 위주의 4G 와이브로 노트북 제품과 달리 이번엔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남성우 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 사장은 “삼성과 인텔의 기술협력 덕분에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4G 와이브로 내장형 노트북이 전국적으로 보편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KT는 2010년 10월 이후 와이브로망 확충에 힘을 쏟았다. 현재 전국 85개 도시에서 와이브로를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주요 고속도로는 물론 제주도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표현명 KT 사장은 “KT는 삼성·인텔과의 전방위적인 협력으로 와이브로 활성화를 주도할 것”이라며 “노트북을 비롯한 다양한 디바이스에 와이브로를 탑재해 고객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박희준 연세대(정보산업공학) 교수는 “LTE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어서 PC 사용자는 이용이 어렵다”며 “4G와이브로는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는 PC 사용자가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말했다.스마트 워커들은 와이브로 내장형 노트북의 출시를 환영한다. “변화는 벌써 시작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결혼 후 주부로 생활하다 최근 다시 일을 시작한 박정희(35)씨의 직업은 사이처(Cycher)다. 사이처는 사이버(Cyber)와 티처(Teacher)의 합성어로 온라인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을 말한다. 때문에 시간에 맞춰 온라인에 접속해 수업을 해야 한다. 학생과의 약속이자 의무다. 박씨는 “개인약속을 따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빡빡한 생활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특히 노트북에서 무선 인터넷이 잘 구현돼지 않아 밖에 있을 때면 서둘러 귀가하기 바빴다. 하지만 와이브로 내장형 노트북을 구입한 후 상황이 달라졌다. 공원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인터넷이 접속되기 때문에 개인생활을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 박씨는 “와이브로 내장형 노트북이 출시된 이후 길을 걷다가도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결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노트북 활용하는 사이처족(族) “만족”외근이 잦은 중소기업 영업사원 이병진(28)씨는 자타공인 얼리어답터다. 스마트폰·태블릿PC로 e-메일을 확인하고 SNS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정작 외부에서 급한 업무를 처리할 때면 노트북을 이용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로는 e-메일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지만 중요한 문서작성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노트북의 문제는 인터넷 연결이 여의치 않다는 거였다. 이동할 때마다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녀야 했다. 스마트폰의 테더링(휴대전화 단말기를 무선공유기처럼 만드는 기능)을 이용하면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연결이 되지 않아 화가 치밀 때가 잦았다. 이씨는 그래서 ‘문서작성 등 급한 업무를 볼 때는 차라리 PC방을 찾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의 생각은 올 초 와이브로 내장형 노트북을 구입한 후 180도 달라졌다. 그는 “이제 메뚜기처럼 무선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 전전할 필요가 없어져 좋다”며 “진짜 스마트 워커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와이브로 내장형 노트북이 출시되자 ‘노트북 시대는 이제 끝났다’‘와이브로는 대한민국 IT정책의 실패작이다’는 비판이 수그러들고 있다. 손톱만한 칩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칩과 IT환경의 상관관계윈도우95 없었다면 펜티엄도 없어1995년 펜티엄 칩을 탑재한 고성능 PC가 등장했다. 연산능력·반응속도는 기존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펜티엄 PC는 2000년대 중반 노트북이 인기를 끌 때까지 PC업계를 주름잡았다. 그렇다고 이 성과를 반드시 칩 덕분이라고 보긴 어렵다. 펜티엄 PC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은 또 있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1995년 개발·출시한 ‘윈도우95’였다. 윈도우95가 출시되기 전까지 PC의 핵심 운영체제는 텍스트 기반의 ‘도스(Dos)’였다. 낮은 사양의 PC라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그러나 텍스트가 아닌 그래픽 기반의 환경을 채택한 윈도우95는 달랐다. 높은 사양의 PC가 없으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따랐다. 고성능 칩 펜티엄이 없었다면 윈도우95도 없었지만 윈도우95 덕분에 펜티엄은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벤처 모니터 제조사 BRC의 김창준 대표는 “칩 성능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주변 환경이나 기술과 맞물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칩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칩 역시 IT환경과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휴대전화시장이 크게 변했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IT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장착된 고성능 칩이 피처폰 중심의 휴대전화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원동력도 있다. 스마트폰 가입자의 가파른 성장세 이면에는 차세대 이동통신망 ‘4G LTE(롱텀 에벌류션)’가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3사는 올해 1300만명을 4G LTE 가입자로 유치할 계획이다.LTE가 인기를 끌면서 4G LTE폰의 종류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4G LTE폰은 2종에 불과했지만 올 1월 8종으로 늘어났다. 태블릿PC까지 포함하면 단말기 종류는 10종에 이른다. IT업계 관계자는 “어떤 칩이 들어갔든 스마트폰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LTE 같은 통신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최근 온라인 비디오 콘텐트가 크게 늘어나 그 어느 때보다 망의 증설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노트북도 무선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칩을 통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텔이 2010년 상용화에 성공한 ‘커뮤니케이션 칩’이 핵심 무기다.이윤찬 이코노미스트 기자 chan4877@joongang.co.kr

2012.01.30 10:29

7분 소요
[IT월드] 페이스북 `원님 덕에 나팔`

산업 일반

스카이프가 결국 MS(마이크로소프트)의 품에 안겼다. 둘은 5월 10일 인수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몸값은 85억 달러다. 우리 돈으로 10조원에 가까운 거액이다. MS는 이로써 세계 최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보유하며 단숨에 모바일 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랐다.이에 앞서 5월 초에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잇따라 스카이프 인수설에 휘말렸다. 로이터통신이 페이스북이 30억~40억 달러에 스카이프를 인수하거나 합작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내놓은 데 이어, 가디언도 구글이 합작투자 형태로 스카이프에 눈독을 들인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MS와 스카이프의 협상 소식이 급물살을 타더니 급기야 5월 10일 스카이프가 MS 품에 들어갔다.MS와 스카이프가 인수합병 발표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성적표를 보자. 2011년 5월 현재 스카이프 이용자는 1억7000만 명으로, 매일 60만 명씩 이용자가 늘어난다. 한 번에 평균 3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어디선가 스카이프를 사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는 영상통화 이용자다. 회원 계정만 따지면 스카이프 가입자는 5억6000만 명에 이른다.그렇지만 이 수치만으로 MS가 꺼내든 85억 달러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정받긴 어렵다. 스카이프는 지난해 8억6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다. 2006년부터는 분기마다 1억~7억 달러씩 손해를 봤다. 지난해 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손실 폭이 줄고는 있지만,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다.그렇다면 왜 MS는 천문학적 돈을 들여 스카이프를 끌어안으려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짚어볼 수 있다.먼저 이번 인수합병은 스카이프가 가진 모바일 이용자를 내다본 투자로 보인다. MS는 PC 시장에선 따라올 수 없는 군주였지만, 모바일 세상에선 유달리 힘을 쓰지 못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모바일 혁명이 불붙었지만, MS가 야심 차게 내놓은 ‘윈도폰7’은 여전히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멀찌감치 밀려 있다. MS로선 당황스러운 대목이다.이런 MS에 스카이프는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스카이프는 윈도와 맥, 리눅스 같은 데스크톱 OS(운영체제)뿐 아니라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다양한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통신 서비스’다. PC 지배력을 바탕으로 MS가 스카이프란 통신서비스를 앞세워 모바일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올해 2월 맺은 노키아와의 제휴까지 더해지면 모바일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는 배가된다.그러나 정작 웃는 쪽은 따로 있다. 페이스북이다. MS는 2007년 10월 페이스북 지분 1.6%를 2억2000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외부 기업 가운데는 가장 큰 지분을 보유한 주주인 셈이다. 페이스북과 MS는 지금까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지난해 2월에는 MS가 검색엔진 ‘빙’을 페이스북에 제공하는 제휴를 했고, 윈도 라이브 메신저와 페이스북을 연동하는 기능을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이번에 MS가 스카이프를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으로선 자연스레 스카이프를 접목한 영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스카이프에 적용된 P2P 기술도 외부 서비스가 어렵잖게 접목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결국 페이스북은 MS 덕분에 손 안 대고 코 푼 모양새다.

2011.05.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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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Phone 7 어떤 비교도 두렵지 않다

산업 일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는 스마트폰 시장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7이 나타났다. MS는 기존 스마트폰보다 기능이 뛰어나다고 강조한다. “블랙베리의 업무 능력과 아이폰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한곳에 담았습니다.”김 제임스 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은 윈도폰이 모든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은 물론 비즈니스 현장을 달리는 직장인까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초능력’ 스마트폰이라는 것이다.그는 10년 전부터 사용해 왔던 블랙베리와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아이폰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왜 윈도폰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RIM사의 블랙베리는 비즈니스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스마트폰입니다. 어디서든지 e-메일을 확인하며 업무를 진행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기에는 기능이 여러 모로 부족하지요.”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 아이폰에 대해서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활용도는 높지만 PC와의 연관성이 약해 업무량이 많은 비즈니스맨이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윈도폰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오피스, 엑셀 파일을 작성할 수 있다. 여기에 사무용 컴퓨터의 필수품인 윈도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한 운영프로그램(OS)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다. PC와 연결하면 컴퓨터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다. 그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업무는 물론 수만 가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응용할 수 있는 만능 폰”이라고 강조했다.초능력 스마트폰의 상륙 김 사장은 MS의 스마트폰이 실용적인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OS에 대한 노하우와 제작 파트너, 그리고 호환성이다. MS는 누구보다 스마트폰 OS 관련 노하우를 오래 쌓아온 기업이다.2000년 포켓 PC 2000을 출시하며 최초의 PDA용 운영체제를 내놓았다. 포켓 PC는 휴대전화 기능에 인터넷과 e-메일 확인 기능이 있는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꼽힌다.MS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모바일용 OS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업계를 리드해 왔다. MS는 윈도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50개에 달하는 윈도폰 모델을 선보였다.올 상반기에도 30개가 넘는 모델을 소개할 계획이다. MS 윈도폰 기기의 30%는 삼성, LG가 제작했다. 이외에도 노키아, 모토로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최고의 파트너와 함께한 덕에 경쟁사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의 모델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지요.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접근하는 MS의 문화가 반영된 결과죠.”김 사장은 “윈도폰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윈도폰의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사용하는 프로그램까지 내려받을 수 있다. 아이폰은 기존 PC용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어렵고,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을 통해서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제약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하지만 윈도폰은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 게임, 동영상, 음악 등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어디서나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소통의 통로입니다. 윈도폰은 대인관계에 초점을 맞췄지요. 통화,채팅,문자 내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상대방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사진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경쟁사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다 보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가는 길이 옳다고 믿는다. “고객이 가장 만족하는 제품만이 결국 살아남습니다. 자기 제품만 고집하면 당장은 성공할지 몰라도 시장에서 잊혀지게 됩니다. 결국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이지요.”그는 특히 얼리 어답터 마켓으로 꼽히는 한국에서 윈도폰의 호환성은 커다란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IT 기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높은 시장이라 성능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가 선택한 제품을 표준화하면 다른 나라 시장에 진출할 때도 큰 도움이 된다.한국 시장 성공을 확신MS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애플이나 구글과 달리 지난 10년간 국내 이동통신사인 SKT, KT, LGT와 손잡고 일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MS 관계자는 “지금 아이폰이 인기를 끌지만 정작 이를 보급하는 KT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아이폰의 판매가 KT의 실질 매출 성장에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KT가 판매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소비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프로그램을 구매한다. 실제 노력은 KT가 하지만 수익은 애플이 챙기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사장은 “윈도폰은 삼성, LG가 제작해 각 통신사와 협력하며 판매하기에 수익이 한국 기업으로 돌아가는 구조”라고 강조했다.“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MS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적합한 애플리케이션과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한국 기업과 긴밀히 협조하며 출시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희 노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

2010.03.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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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래?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산업 일반

IT 강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 경쟁력은 갈수록 하락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은 작동할 기미가 없다. IT제조업은 비대해졌는데, 정작 고부가가치 분야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시장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기에 빠진 한국 IT산업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 수 있을까? 요즘 한국 IT산업은 트로트 시장 같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트로트는 가요계를 평정했다. 주현미·현철·태진아·송대관 등 대형 스타가 가요대상을 휩쓸었다.전성시대였다. 이후 트로트 시장은 침체의 길을 걸었다. 장윤정·박현빈 같은 신세대 스타가 명맥을 잇고 있지만 과부족이다. IT업계가 그렇다. 90년대 후반 벤처 붐은 숱한 스타 CEO를 배출했다.그들은 ‘신화’였다. 젊고 똑똑하고 야망을 가진 벤처 사장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IT 코리아’를 일으켰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들의 뒤를 잇는 대형 신인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유능하고 패기 있는 청년들은 더 이상 테헤란 밸리를 동경하지 않는다. 시장은 신명을 잃었다.기어이 사람들은 ‘우리가 과연 IT 강국인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세계 1위의 통신 인프라가 깔리고,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전화 가입자가 가장 빨리 포화상태까지 이르고, 세계 선두를 지키는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착시를 일으켰다. 돌아보니 반쪽짜리 IT 강국이었다. IT산업 경쟁력 갈수록 하락우선 한국 IT산업의 현실부터 보자.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한국 IT산업 경쟁력이 2007년 3위에서 작년에는 8위, 올해는 16위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서는 지난해 9위에서 올해 11위로 하락했다.글로벌 IT업체인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가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LECG와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 의뢰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이 경제 발전과 생산성에 기여하는 정도를 측정한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선진국 25개국 중 18위에 그쳤다. 지난 10월 말 일본 총무성은 선진국 IT인프라 조사에서 일본이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고 발표했다.이게 현실인데 사실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계속해서 경고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이석채 KT 회장은 한 강연에서 “국내 IT산업은 새로운 성장엔진이 없어서 정체 현상을 겪고 있다”며 “더 이상 IT 강국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황창규 삼성전자 상담역은 지난 9월 서울대 특강에서 “IT산업의 성장률이 계속 하향세에 있다”고 경고했다.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안다. 지난 9월 ‘IT 코리아 5대 미래전략’이 발표됐던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보고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 IT’라는 현수막을 보고는 “IT가 요즘 기가 죽었다고들 해서 이런 제목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오랜만에 IT산업에 대한 종합 전략이 발표되는 자리였는데 분위기는 한마디로 맥이 풀려 있었다”고 했다.IT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IT산업은 GDP의 24%를 차지하고, 수출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13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을 때 IT분야는 600억 달러 흑자를 봤다. 지난 10월 IT 무역수지는 64억 달러 흑자였다.대표 IT기업들도 흔들하지만 속내는 들여다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우선 불균형 성장이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불균형적인 IT산업, IT 서비스업 육성하자’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45%, 휴대전화와 LCD는 각각 23%와 46%를 차지하지만 IT 서비스 분야는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IT제조업은 훌쩍 컸지만 서비스 분야 경쟁력은 형편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통계로 잡는 IT 수출 품목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가 수출액의 7할을 차지한다. 그나마 1%의 사업체가 생산의 70%,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구조다. 더군다나 주요 장비와 핵심 부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휴대전화의 경우 무선고주파집적회로(RFIC), 통신용 프로세서, 무선통신칩, 위성항법장치(GPS) 칩의 국산제품 채용률은 0%다. 그나마 3개 품목 외에 IT제조업 경쟁력은 자신할 수 없다.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을 넘는 IT장비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IT장비 산업의 기술경쟁력은 선진국의 55~90%, 가격 경쟁력은 후발국 대비 70~95%다.앞은 쫓지 못하고, 뒤에서는 쫓기는 형국이다. IT서비스는 국내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지난해 1.3%에 불과하다. 그나마 무역수지는 매년 적자다. 국내 최대 IT서비스 업체가 2조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데, 이 중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은 600억원 정도다. 대기업 3사가 시장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영세 업체들은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벌인다.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2007년 한국의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은 1.7%다. 고질적인 소프트웨어 산업 부진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이었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은 반도체보다 4배, 휴대전화보다 6배 크다.고용창출 효과도 조선산업의 두 배(10억원당 16명)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 매출은 딱 한 번 1000억원을 넘었을 만큼 전반적으로 영세하다. 이동통신 분야는 포화상태에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와이브로(휴대인터넷)는 좀처럼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사업자로 선정된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서비스 누적매출은 6월 말 현재 140억원이다. 그동안 투자한 금액의 1%가 안 된다. 가입자는 37만 명이다. 정부는 이맘때쯤 300만 명 가입을 예상했었다. 또한 황금알이 될 것이라던 무선인터넷 시장도 휴대전화 가입자 100명 중 13명만 활용한다.특히 각 이동통신 회사가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해외사업 역시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국내 IT업계 대표주자들의 최근 상황만 봐도 IT산업 사정은 녹록지 않다.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티맥스소프트. 이 회사는 요즘 구조조정설에 시달리고 있다.관련 업계에는 “500명이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는 소문이 돈다. 회사 측은 “전체 정원의 10% 정도”라고 했다. 그래도 200명 선이다. 이 회사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대표 주자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매출 370억원에, 220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올 초부터 매각설과 유동성 악화설이 돌았고, 국내시장 점유율 98%에 달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에 대적할 토종 운영체제(OS) 발표는 계속 지연되면서 위기설이 커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리한 공격 경영이 화근이었지만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환경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SK텔레콤은 최근 중국 2대 통신업체인 차이나유니콤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최종 목표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진출했던 카드를 접은 것이다. SKT는 지난해에도 4000억원 이상 투자한 미국 가상이동망서비스(MVNO) ‘힐리오’ 사업을 3년 만에 철수했다.이 회사는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베트남의 ‘S폰’ 사업에도 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KT 역시 “말레이시아 최대 이통사로 키우겠다”며 진출한 U모바일사업을 1년 만에 포기했다. 국내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해외 진출을 신성장엔진으로 삼겠다던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해외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IT업계 “총체적 난국”포스데이타는 지난 7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와이브로 사업을 전격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시장 활성화 지연과 글로벌 경쟁 역량 부족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회사 측이 밝힌 이유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만 와이브로 개발비로 45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와이브로 개발에 착수한 후 1700억원을 투자했지만 누적 매출은 30억원이었다. 와이브로는 정부가 차세대 먹을거리로 육성하겠다던 핵심 전략사업 중 하나였다. 업계에서는 “와이브로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제 정부와 보조금을 타먹으려는 영세업체뿐”이라는 냉소가 흐른다.이명박 정부 들어 업계에선 ‘IT 홀대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토목사업과 녹색성장에 밀려 뒷전이 됐다는 푸념이다.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IT관련 예산이 줄었다는 게 불만의 배경이다. 정부 정책 역시 실천 전략은 없고 생색내기만 한다는 비판을 한다. 지난 9월 정부가 TI산업에 향후 5년간 18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이 중 정부 투자액은 14조원이다. 시장이 흉흉하다 보니 기대와 질책이 정부에만 쏠리는 분위기다. 한국 IT산업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것에 대해 이견은 없다. “길을 잃었다”는 얘기도 나온다.길은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로로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IT코리아는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당장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먹고살 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더 이상 방치하면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다.

2009.11.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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