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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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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친환경 고농도 폐수 정화기술 개발한다

부동산 일반

SK에코플랜트가 화학약품 사용 없이 미생물로 분해가 어려운 고농도 폐수 정화기술 개발에 착수한다. SK에코플랜트는 ㈜미시간 기술과 ‘고농도 폐수처리를 위한 스마트 전기화학적 산화 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 관훈사옥에서 열린 이날 협약식에는 김병권 SK에코플랜트 에코랩센터 대표와 이병호 ㈜미시간기술 대표가 참석했다. 하폐수 처리기술 전문 환경기업인 ㈜미시간기술은 2002년 설립돼 약 20년간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붕소 코팅 다이아몬드(BDD; Boron dopped Diamond) 전극을 활용한 전기화학적 산화(ECO; Electro-Chemical Oxidation) 방식으로 고농도 폐수를 처리하는 신기술을 공동개발하고 현장 실증을 진행한다. SK에코플랜트는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산업폐수, 매립지 침출수 등 오염도가 미생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식으로 분해 및 정화가 힘들었던 높은 폐수를 전기화학적으로 분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농도 폐수 처리를 위해 화학약품을 다량 사용하거나 화석연료를 쓰는 기존의 물리화학적 방식은 처리단가가 높고 다량의 슬러지가 발생해 2차 오염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 이에 SK에코플랜트와 ㈜미시간기술은 전극을 활용해 전기화학적으로 오염물질을 2번에 걸쳐 분해하는 고도처리 솔루션을 개발하려 한다. 전극에 전류를 흘리면 폐수와 전극사이에서 전자가 교환되는데 이 때 음전극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라디칼’은 직접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또 폐수 내 오염물질인 염소가 물과 만나면 ‘차아염소산’이 생성되면서 폐수 내 유기물을 한 번 더 정화해 결국 깨끗한 물만 남게 된다. 특히 양 사가 이번 연구에 사용하는 붕소(Boron) 코팅 다이아몬드 전극은 3세대 전극으로서 다른 전극에 비해 정화 효율과 내구성이 매우 높아 오염물질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높은 경제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처리시설 구조도 간단해 정화에 필요한 수조 규모나 개수가 적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실증 사례가 없는 탓에 전기화학적 기술은 그동안 수처리 현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양 사는 국내 최초로 실제 현장에 BDD 전극을 활용한 전기화학적 산화 설비를 구축해 1년여간 장기 연속운전 실증에 들어갈 계획이다. 실제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매립지 침출수 처리장과 폐수처리장에서 진행한 단기 테스트를 통해 약 80%의 운영비 절감 효과가 확인 된 바 있다. 김병권 SK에코플랜트 에코랩센터 대표는 “SK에코플랜트의 기술혁신은 환경사업이 당면한 취약점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향점까지 찾아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혁신 기술들을 지속 발굴해 환경사업을 고도화하는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8.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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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부스 유통하는 조광형 에고테크 대표 - 담배라도 마음 편하게 핍시다

CEO

한국은 한때 흡연자들의 천국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면 담배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하지만 2015년 흡연자들이 공공장소에서 머물 곳은 거의 사라진다. 1월부터 대한민국 모든 식당이 금연장소가 됐다. 2014년까지만 해도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중 100㎡를 넘지 않은 곳은 금연구역에서 빠졌다. 하지만 2012년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이 2015년부터 적용된다. 8만 곳이었던 금연 음식점이 60만 곳으로 확대된다. 여기에 담뱃값까지 크게 올랐다. 흡연자들에게 참으로 서러운 세상이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옥상이나 건물밖으로 나와도 흡연 장소는 마땅치 않다. 주차장 구석진 곳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현실이다. 공항이나 버스 터미널 구석 한켠엔 흡연 부스가 있지만 여전히 눈치가 보인다. 온몸 가득 배어버린 담배 냄새탓에 주위 시선이 따갑다. 조광형에고테크 대표는 “담배라도 마음 놓고 피울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 스모크 캐빈을 들여온 이유다.스모크 캐빈은 스웨덴 기업인 ‘클린에어 스칸디나비아’가 제조하는 흡연부스다. 자체 환풍·정화 장치를 갖추고 있어 기존 흡연장치보다 담배연기를 걸러내는 능력이 우수하다. 정교한 공학적 설계로 특수한 공기흐름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5중 필터를 통해 미세먼지와 유해가스를 걸러 낸 공기를 배출한다. 특히 별도의 환풍장치가 필요 없다. 사무실이나 작업장 등 다양한 장소에 간편하게 설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스모크 케빈은 독일 산업안전연구원, 독일기계정기 검사협회의 제품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세계 곳곳의 스웨덴 대사관, 벤츠·BMW·폭스바겐·포르쉐·볼보·SAAB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 필립스·후지쯔·TV도쿄·히타치 등 글로벌 기업 사무실과 작업장에 스모크 캐빈이 설치돼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고객은 현대·기아차 그룹이다. 이들 기업은 공장 내부 금연을 실시중이다. 문제는 공장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짧은 휴식시간이면흡연을 위해 공장 외부로 뛰어가는 근로자들이 늘었다. 스모크 캐빈을 설치한 덕에 작업장 내부에서 흡연이 가능해졌다. 울산 공장에서 시범운행을 하며 호평 받자 다른 공장 근로자들이 노조를 통해 설치 요구를 해왔다. 조 대표는 “탁월한 정화기술과 설치편의성으로 국내 대기업 사업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대형 음식점, 사무실, 방송국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직장 동료로부터의 간접흡연의 피해에서 벗어나 직원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화필터와 내부 재떨이는 연 1~2회 교환되며 한 번 설치되면 지속적으로 관리된다. 제품은 4인용, 6인용, 8인용, 12인용 등이 있다.

2014.12.28 16:59

2분 소요
FEATURES SUSTAINABILITY - 권위주의 정권이 가꾸는 녹색 도시

IT 일반

싱가포르는 오랜 기간 정성들여 나라를 초목으로 가꾸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녹색 도시를 향한 싱가포르의 정성은 창이국제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대개 비슷하기 마련인 공항 풍경과 달리 창이공항의 여객터미널에는 선인장, 종려나무, 난초, 관엽식물이 자연광 아래 무성한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공원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 공항 밖으로는 도심으로 이어지는 대로 양쪽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꽃과 나무들이 줄지어 섰다. 그런 풍경이 섬 전체에 걸쳐 계속됐다.싱가포르는 1940년 영화 ‘편지’에 등장하면서 지저분한 항구도시라는 이미지가 고착됐다. 베티 데이비스가 음침한 중국인거리 출신의 한 수수께끼 여성에게 배신당하는 살인자역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다. 오늘날 싱가포르에서는 그 영화에서 나타났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요즘엔 오히려 방콕보다 미국의 고급 주택지 베벌리힐스에 가깝다.1960년대엔 싱가포르가 어둡고 지저분하며 더러운 장소라는 인상이 들어맞았다. 영국에 이어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도 독립을 쟁취한 당시 싱가포르는 개발도상국이었다. 아직까지도 그 시기의 문제 일부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100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수준과 근로환경을 둘러싸고 긴장이 계속되며 정부는 전체주의적인 성향을 버리지 못했다.무단횡단이나 쓰레기 투기 같은 경범죄에도 무거운 벌금을 매길 뿐 아니라 아직도 태형이라는 폭력적 처벌 수단을 활용한다. 이는 국제선에서 나눠주는 승객 신고서에도 분명히 드러난다. 신고서엔 누구든 불법 약물을 가지고 입국하는 자는 국적을 막론하고 사형에 처한다고 쓰여 있다.그럼에도 싱가포르는 여러 방면에서 눈부신 성공을 이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녹색도시를 만들겠다는 강한 헌신이다. 지속 가능한 환경은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해외 투자를 유치한다. 무엇보다도 생존에 불가결하다.지난 20년 동안 싱가포르는 전략적 입지에 위치한 항구에 힘입어 외부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선박물류 중심지로 거듭났다. 1인당 GDP로 계산할 경우 전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드는 부자 국가이기도 하다. 싱가포르의 1인당 GDP는 6만 달러로 카타르(10만2000달러)와 룩셈부르크(7만9000달러)에 이어 3위다. 7위인 미국의 1인당 GDP는 5만 달러다. 싱가포르 항구를 거치는 물류 규모는 최근 상하이에 추월당했지만 로테르담과 거의 비슷한 수치로 2위를 겨룬다. 싱가포르 항구를 통과하는 선박은 연평균 14만대로 추산된다.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지속가능성의 대표 주자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간다. 싱가포르 정부가 미국, 중국, 인도 기자들을 초청해 진행한 투어 도중 나눠준 홍보물은 싱가포르가 깨끗한 친환경 “미래 도시”라고 선언했다. 정부가 우리 여비를 지불했으니 의심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싱가포르가 물리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 도시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지속 가능한 환경이나 녹색도시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싱가포르가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라고 미 조경 컨설팅업체 구스태프슨 포터 USA의 캐트린 구스태프슨은 말했다. 이 업체는 싱가포르의 유명한 원예테마공원 가든 바이 더 베이를 설계했다.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 도시를 녹색으로 꾸미는 데 집중한다. 그처럼 권한이 막강한 공원 전담 정부 부처는 처음 봤다.”녹색을 향한 헌신은 단지 미학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시만한 크기에 집약적으로 발전한 싱가포르에선 자연보호, 재활용, 개간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부족한 천연자원과 과도하게 밀집한 인구 탓에 지속 가능한 환경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보다 더 인구가 밀집된 국가는 같은 도시국가인 모나코뿐이다. 싱가포르의 녹색 정책은 환경보존을 향한 실용적 접근 방식이라고 쿠 텡 체 싱가포르 살기좋은도시센터 이사는 말했다. “부유한 도시만이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체는 말했다. “내가 보기에 싱가포르는 그 반대다. 싱가포르가 경제적으로 성공한 까닭은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쓴 덕분이다. 그런 의식은 싱가포르 내에서 정책 결정, 토지 사용, 공동체 참여 등 각종 요소에 영향을 미치며 싱가포르가 보다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발전하는 데 필수적이다.”7000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단지 공원이나 높은 삶의 질만으로 기존 기업을 지원하고 새 기업을 끌어들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안다. 대기업 대부분은 낮은 전력비용과 준비된 전략을 원한다. 정부 기관과 산업 대표, NGO,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싱가포르 지속가능성 연합은 기업이 원하는 그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기존에 들어와 있는 기업이나 새로 진출하는 기업에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그들이 지속가능한 정책을 도입하도록 돕는다. 지속가능성 연합의 사업개발 프로그램에는 지속가능한 제조공정, 지속가능한 수자원 사용,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전력 효율화 등이 포함된다.싱가포르 국가환경국은 싱가포르를 정보통신기술 허브로 성장시키기 위해 휴렛팩커드나 IBM 같은 기존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었다. 두 회사는 각각 제조시설과 정보저장시설을 세웠다. 열대기후로 인한 높은 전력 비용을 줄일 방법이 필요한 시설들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휴렛팩커드와 협력해 전력소모를 줄이고 타 기업들에 본보기로 삼을 새 전력효율 기준을 만들었다. 싱가포르가 아직 전력생산 측면에서 수입자원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중대한 기준이다.싱가포르는 경제개발위원회 정화기술 부서를 통해 환경정화 기술에 특화된 사업도 지원한다. 위원회 이사 고 치 키옹은 사업 부문이 올해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 효율화, 스마트그리드, 녹색 건물, 전기자동차와 수자원 보호 등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2013년에 발표된 전력관리 분야 새 투자 목록에는 아시아우수센터(Asian Centre of Excellence)가 포함됐다. 스마트그리드와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전문업체다. 대형 박막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중국 하너지는 싱가포르에 국제사업 본부를 설립했다. 독일 태양광 기업 세이프레이는 글로벌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 센터를 지었으며, 덴마크 수질환경 연구 자문업체 DHI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싱가포르에 공학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녹색 도시국가를 향한 비전은 리콴유 전 총리 시절부터 시작됐다. 거침없는 언변과 독단적 태도로 유명한 근대 싱가포르의 아버지 리는 30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정부 고문 역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2년이 지나고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던 1965년 리는 화초를 활용해 취약하고 빈곤한 도시국가를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차별화하겠다고 공언했다.싱가포르의 가혹한 현실을 누그러뜨리고 해외투자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바람에서였다. 처음 사업을 시작한 곳은 인구가 많은 빈민가, 싱가포르 강을 따라 줄지은 선상 가옥, 돼지 울타리였다. 오늘날 그 지역엔 휘황찬란한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산책로가 조성됐다.리의 비전은 결실을 맺었다. 싱가포르 인구는 1980년대 이래로 540만 명까지 두 배 증가했으며 세계 각국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몰려들었다. 놀라운 사실은 인구가 늘고 건물들이 들어서는 가운데 녹음으로 우거진 부지가 35%에서 46%로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웡촉팡 살기좋은도시센터 부사장은 말했다.녹색도시 구상이 얼마나 잘 이행됐는지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홍보 문구에서 도시 별칭을 ‘정원 도시’ 대신 ‘정원 속의 도시’로 바꿨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싱가포르의 녹음이 더 이상 겉치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의도다.도시 곳곳의 녹음은 세심하게 디자인된 조경통로들 덕분에 시각적으로 더 강조된다. 비교적 큰 생물다양성 보호구역 4곳을 포함해 싱가포르 토지의 10% 정도는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더 이상 빈 땅이 없는 싱가포르는 위나 아래로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새 건축물이 고층이거나 지하 건물이다.이런 건물들도 환경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 한 가지 예는 벽이나 지붕에 초목을 심어 공기 질을 높이고 건물 냉방비를 줄이는 “공중 녹화작업”이다. 이는 보기에도 아름다운 데다 삶의 질도 향상시킨다. 싱가포르의 친환경 건축물은 독일의 선행 사례를 바탕으로 이끼, 양치류, 넝쿨식물, 난초, 착생식물 등이 풍부한 싱가포르 열대 환경에 맞춰 설계됐다. 친환경 건축물을 설계하는 유니실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의 앨런 탠 이사는 2006년에 처음 건물 미화 차원에서 초목으로 꾸미자는 구상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내장재와 외장재를 막론하고 친환경 설비는 급속도로 인기를 끌었다. 외장재의 경우는 유지하기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유지비가 들지 않는 것은 없다. 나만 해도 매달 머리를 자른다.” 친환경 벽과 천장은 설치비가 비싸다. 제곱미터당 475달러는 든다. 하지만 더 저렴한 자재나 화분을 사용하면 낮은 비용으로도 시공이 가능하다고 탠은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싱가포르에는 6만4000㎡에 달하는 친환경 천장이 시공됐다.친환경 접근 방식은 수자원, 오물처리, 고형 폐기물 재활용, 대용량 송전, 수동 조명과 식물에 물을 대는 관개 시설, 태양열(싱가포르는 아직 다른나라에 비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뒤처지긴 하지만), 조력발전, 그리고 약간은 불안하지만 러시아에서 제작된 공중 소형 핵발전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망라한다. 가든 바이 더 베이에 필요한 전기 일부는 원예작물에서 나온 폐기물을 소각해 가동하는 발전기로 공급한다.눈에 보이는 대부분은 자연이라기보단 자연으로 보이도록 꾸며진 것들이다. 아주 세련돼 누가 봐도 사람이 만든 것이 분명한 데다 때로는 특수 조명을 비롯한 인공적인 효과가 덧씌워진다. 살기좋은도시 센터 회장을 맡고 있는 건축가 류타이커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녹색공간 아시아 심포지움 기조연설에서 “우리에겐 영국이 남긴 풍부한 문물과 녹색 유산이 있지만 그렇다고 녹색이 정글을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몇몇 보호구역을 제외하면 싱가포르의 자연은 아주 정돈된 모습을 보인다. 설계의 산물이다. 탠 역시 고객들이 친환경 지붕이나 벽에 심을 다양한 식물종을 보면서 개미떼를 연상하며, 보다 깔끔한 설비를 택한다고 말했다.도시화된 싱가포르에서 자연은 사실상 머나먼 기억에 가깝다. 19세기 초 싱가포르 열대우림은 농경을 위해 대부분 제거됐다. 완전히 새 옷을 입은 현 싱가포르에 남은 열대우림은 3% 남짓하다. 그외 대부분 지역은 철저하게 개발됐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리콴유의 지도하에 100만 그루가 넘는 나무와 관목이 심어졌다. 함께 심은 넝쿨과 화초는 수가 알려지지 않았다.급박한 도시화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싱가포르 식물원 150주년을 맞이한 2009년 90세가 된 리는 자신이 본래 조경을 “싱가포르가 잘 정돈된 곳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방편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2013년 여름엔 싱가포르가 친환경 도시를 꾸리기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공원에 열대수목을 한 그루 심었다.권위적인 통치로 사랑과 미움을 한 몸에 받은 리는 2007년 뉴욕타임즈에 싱가포르의 성공이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우리에겐 기본 바탕도, 공간도, 돈도 없었다.” 싱가포르는 자주성을 기르려고 분투한다. 친환경 도시를 꾸미려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싱가포르는 자원이 별로 없는 작은 섬이다.기후변화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될 정치적, 경제적 변화에도 취약하다. 이를 보여주듯 리는 싱가포르 정부가 해수면 상승으로 예상되는 피해 방지를 위해 제방을 쌓는 방안을 두고 네덜란드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환경이 당면한, 그리고 예상되는 위협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면 투자와 관광 증진에도 아주 요긴할 수 있다. 싱가포르가 추진하는 친환경 관광의 핵심은 개간한 땅에 지은 가든 바이 더 베이다.무성한 열대 초목이 18개의 ‘슈퍼트리’ 같은 인공 구조물과 뒤섞인 공간이다. 슈퍼트리는 거대한 강철기둥처럼 생긴 전망대를 말한다. 꽃과 나무로 장식된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밤에는 조명으로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이 기둥들은 열대우림을 연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되려 라스베이거스나 두바이를 떠올리게 한다.하지만 주변에 우뚝 솟은 괴상한 건축물 마리나 베이 샌드 호텔과 규모가 큰 돔형 온실들, 테마 정원들, 잘 꾸며진 공연장과 교육용 시청각 자료 전시를 함께 고려하면 슈퍼트리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싱가포르가 모든 것을 친환경으로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든 바이 더 베이는 환경적으로 전력을 자체 조달하도록 설계됐다. 조명이 설치된 슈퍼트리나 온대림과 화초로 가득한 난방 온실을 보면 과장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어에 따라나선 안내원에 따르면 그곳에는 싱가포르 내 조경 유지 프로그램에서 원예작업 후 잘라낸 조각들을 모아 태우는 발전소가 있다고 한다. 슈퍼트리 덮개에는 빗물을 모아서 관개에 활용하는 물받이 시설도 있다.가든 바이 더 베이의 ‘헤리티지 가든’은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싱가포르의 역사에 바치는 헌사다. 말레이시아 화초부터 인도의 꽃들, 중국 철학과 식민지배 시기를 보여주는 정원들도 있다. 그 근처에는 ‘원예공원’이라는 단조로운 이름이 붙은 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는 20개 이상의 식물원이 있는데 그곳엔 지붕이나 주차장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품종도 있다. 공원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보면 화초가 가득한 도로변을 따라 차 3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야외 주차장도 마련됐다. 가장 오래된 정원인 보태닉 가든에는 1만종 이상의 초목이 심어져 있다.싱가포르는 굽이치는 개울로 이어지는 인공수로나 다용도 통합 전선, 지하터널로 연결된 쓰레기 운반벨트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 못지 않게 동작감지 조명이나 에스컬레이터, 쓰레기 재활용, 전기로 움직이든 대중교통 등 전통적인 보호수단도 활용한다. 재활용은 가장 많이 내세워지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 싱가포르의 고형 폐기물 가운데 57%가 재활용되며 나머지는 소각된다. 소각하면서 발생하는 재는 인공 맹그로브 습지로 둘러싸인 인공 해안에 버려진다.많은 강우량에도 불구하고 깨끗한 물 확보는 싱가포르의 영원한 과제다. 영토에 비해 너무 많은 인구 탓이다. 소비하는 물의 절반 가까이를 말레이시아에서 수도관으로 끌어온다. 정부는 저수지, 담수화공장, 뉴워터라 홍보하는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어떻게든 자율적으로 수자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싱가포르 전체 하수의 70% 정도는 재활용되며 나머지는 바다로 버려진다.친환경 도시를 향한 노력은 ‘2002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종합계획’ 하에 진행된다. 현재도 계속 진화 중인 계획이다. 팡부사장은 싱가포르가 반 세기 전만 해도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으며 지금도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새 아이디어를 실험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싱가포르를 살아 있는 실험실이라고 생각한다.” 팡은 말했다.실험 결과가 나오는데 5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엔 결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문제가 남는다. 한 예로 싱가포르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녹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저분한 환경에서 산다. 넒은 도로에 비해 횡단보도는 거의 없다. 무단횡단이 심각한 불법이란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다. 공공건물은 대체로 냉방을 지나치게 가동한다. 날로 세를 더하는 창이국제공항조차도 환경친화 공원과 자연보호 프로그램을 갖췄지만 온실가스 배출물 문제가 불거지면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될 항공여행 붐에 크게 의존한다.한편 싱가포르는 얕은 해안가 땅을 개간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부터 모래와 돌을 계속 수입하지만, 개간으로 인해 해안습지와 산호초 생태계가 희생된다는 인식이 있다. 몇몇 개간지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맹그로브 습지를 다시 조성했으며, 60% 가량 손실된 산호초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산호초관리기구를 발족했다.한때 악취를 풍기던 싱가포르 강도 정비하고 싱가포르 인구의 약 80%가 거주하는 공공주택 건설에는 친환경 설비를 대거 도입했다. 고층 아파트단지에는 일반적으로 공원과 마트가 있으며 일부엔 공동 정원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런 고층 아파트 단지는 적도선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동서축 대신 남쪽과 북쪽으로 창문을 낸다.싱가포르 정부는 공들여 개발한 지속가능성 기술을 수출할 지역을 찾고 있다. 세계가 급속도로 도시화되는 가운데 싱가포르는 최초로 자연보호 노력을 평가하는 도시 내 생물다양성 지표를 고안해냈다고 자부한다. 중국이나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 등 인접국에 지속가능한 환경 사례를 알리고 있다.2014년 개최되는 세계도시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으면서 자국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 보여줄 계획이다. 독립 3년 후 한 연설에서 리콴 유가 밝혔듯이 싱가포르의 변치 않는 목표는 역경을 극복하고 선견지명으로 다가올 위기를 이겨내는 것이다. “우리는 해냈다”고 리는 말했다. “우리는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남아시아에서 가장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국가로서 위치를 굳건히 하는 것보다 더 차별화되고 의미 깊은 성공의 징표는 없다.”

2014.01.15 13:42

10분 소요
[CEO]권혁인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br>“광해 방지 기술 해외에서 주목”

CEO

10월 14일 권혁인(55)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은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베트남 석탄광물공사와 광해방지 기술협력사업 계약을 맺기 위해서다.광해관리공단은 베트남 퀸닝성 광산지역의 광해방지와 석탄광 탐사 개발협력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퀸닌성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하롱베이 내에 인접한 석탄광산 탓에 광해가 심각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공단은 최근 태국전력공사와도 광해방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공단 측은 “이번 협약으로 태국전력공사가 보유한 현지 최대 갈탄광인 매모 광산의 광해방지사업 참여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환경과 개발을 하나로 묶는다공단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광해(鑛害)’란 산림 훼손, 오염수 유출, 폐석·광물찌꺼기 등 광산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피해를 말한다. 광해관리공단은 광해를 방지하고, 광산 개발로 발생한 환경 피해를 복구할 목적으로 2006년 6월 지식경제부가 설립한 준정부기관이다.관련 업계서는 광해방지시장 규모를 아시아 지역만 약 60조원으로 추정한다. 세계시장 관련 정확한 통계는 없다. 일반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해 방지는 매우 중요한 국가 과제다. 광산은 폐광 이후에도 적게는 50년, 길게는 100년 동안 철·망간 등 중금속에 오염된 물이 흘러나온다. 이를 방치하면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하천으로 흘러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자원 개발에만 치중했던 동남아·중앙 아시아 국가 등이 환경과 지속 가능한 개발에 눈을 돌리면서 광해 방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광해관리공단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배경이다. 권혁인 이사장은 “국내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해외의 광해 방지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10월 23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2011 광해방지 국제심포지엄’는 우리나라의 광해방지 기술을 널린 알린 기회였다. 지식경제부의 후원으로 2007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고 있는 이 행사에는 미국과 독일, 일본, 호주 등 세계 광해관리 관계자 400여 명이 모여 기술협의, 광해방지시장 창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권 이사장은 “올해로 세 번째 맞는 행사지만 그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이라며 “우리 광해관리 기술의 우수성을 해외에서도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공단의 역사는 5년에 불과하지만 광해방지 핵심기술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공단의 핵심기술은 자연정화 수처리기술, 광물찌꺼기 무해화기술, 오염토양 정화기술, 지반계측기술, 광산지리정보시스템 구축기술 등 5가지다. 이 중 자연정화 수처리기술은 선진국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공단 측 설명이다.자연정화 수처리 기술은 광물질이 용해돼 수소이온지수(Ph)가 낮은 광산수를 석회석에 접촉시켜 중화시킨 후 인공적으로 조성한 소택지(인공 호수와 늪지로 구성)에서 산화, 흡수, 흡착 등의 작용을 거쳐 정화하는 것이다. 공단에서는 46개 폐탄광에서 흘러 나오는 갱내수 정화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43개소가 자연정화처리방식을 활용한다. 권 이사장은 “한국은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기술 노하우를 습득했다”며 “현재 선진국의 기술력을 100이라고 보면 우리 기술력은 86% 수준”이라며 “2016년에는 9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탄광지역 복원해 리조트산업 메카로국토가 좁은 우리나라는 광산과 주거지가 가까운 탓에 광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공단에 따르면 전국에는 일반광산 4996개(금속광산 2166개, 비금속광산 2830개), 석탄광 400개 등 총 5396개소에 이르는 광산이 산재해 있다. 이 중 70%는 광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권 이사장은 “폭설과 폭우 등의 자연 재해에 미리 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복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정부는 2007년 폐광산 인근 환경을 복구하는 ‘광해방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종료를 앞 둔 1단계(2007~2012년) 사업 기간에는 3916억원을 투입해 중금속 등 오염으로 경제적 가치가 없어진 산림·토지 264ha(79만8600평)를 복구했다. 폐탄광 등 총 1190개소다. 내년에 시작하는 제2단계(2012~2016) 사업 때는 2172억원을 투자해 1461ha(441만9525평)를 복원할 예정이다. 또한 폐석·광물찌꺼기 유실방지에 884억원, 수질개선사업에 821억원 등 총 5353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광해관리 사업은 자연환경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공단은 폐광으로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역진흥 사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랜드로 유명한 하이원리조트 프로젝트다.2000년 10월 문을 연 하이원리조트는 해외에서도 벤치마킹 사례로 꼽을 정도다. 카지노호텔 한 개동으로 문을 열었지만 현재는 500만㎡의 부지에 카지노호텔, 콘도, 스키장, 골프장, 컨벤션 호텔을 잇따라 신축해 100배 이상 커졌다. 이 곳은 올해 예상 매출액 1조2000억원, 내방객 500만 명, 정규직 고용 인원 34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최고의 관광 명소로 꼽힌다.권 이사장은 “40여 개가 넘는 탄광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모두 문을 닫았고 이를 대체할 산업으로 강원랜드를 만들었다”며 “강원랜드는 영월·정선·태백지역의 대표적 산업이자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폐광을 복원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권 이사장은 “내년에는 화순에 종합 리조트를 만들 계획”이라며 “앞으로 폐광지역을 복원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권 이사장은 올 여름에 많은 사상자를 낸 우면산 사태와 관련, 광해방지기술을 활용해 그런 종류의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해방지기술로 산사태, 도로사면 붕괴, 지반침하, 각종 구조물 훼손 등 재난의 초기 징후와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계측할 수 있어 돌발적인 도시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1.12.1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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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해외 자원개발에 큰 도움 줄 것”

산업 일반

이이재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은 공단이 국내·외 자연 환경에 부가가치를 더해주는 사업을 한다는 자부심이 넘친다.그는 광해관리공단이 녹색기술의 보급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자원 확보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고 말한다. 최근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이 이사장을 서울시 종로구 한국광해관리공단 본사 이사장실에서 박성현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가 만났다.공단의 이름부터가 낯설다. 어떤 일을 하나?광해 방지 및 복구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회사의 전신이라고 할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의 석탄산업 지원업무와 폐광지역 진흥사업도 한다. 공단이 연구하고 집행하는 모든 기술이 녹색기술이다. 따라서 녹색성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는 자긍심으로 일한다. .광해방지사업의 특징은?광해방지사업은 선진국형 사업이다. 경제개발 단계로 볼 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진행되는 특성이 있다. 예전엔 광물자원 개발에만 총력을 쏟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광산 개발에 따른 환경훼손 문제가 불거졌고, 국민 건강을 해쳤다. 그래서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국내 광산 실태조사를 진행한다고 들었는데.취임 후 국내에서 개발된 광산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지난해 말까지 개발된 광산이 2334개에 이른다. 내년 상반기에 현장 조사가 마무리되면 광산 수가 대략 6000개에 이르리라 예상한다.광해 방지 기술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은?자원개발에선 우리나라가 뒤처진 게 분명하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아시아 국가들의 자원을 수탈했다. 반면, 광해 방지 기술은 세계적으로 전문기관을 둔 나라가 15곳 안팎이다. 출발은 늦었지만 몇몇 기술은 세계가 알아줄 정도로 발전했다. 출범 3년 동안 매년 50억원(전체 광해방지 예산의 5%)을 기술개발에 투자한 덕분에 이룬 성과다. 자연정화기술, 광물찌꺼기 독성 제거기술은 상당히 획기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광해 방지 기술이 자원 확보에도 기여한다는데 어떤 성과를 거두었나?공단은 광해 방지 기술만으로도 국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기대효과는 해외 자원 확보다. 부존자원이 풍부한 개도국들도 산업화 진전과 함께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웬만해서는 자국의 광산개발권을 외국에 주려고 하지 않는다. 광해 방지 기술은 그 빗장을 여는 역할을 한다.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광해방지사업을 우리가 수행해주는 대신 그곳의 무연탄 매장지 탐사 개발권을 갖기로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다. 몽골, 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에도 이런 모델 적용이 가능하다.APEC 기금을 받아 수행하는 역내 광산피해 프로젝트에 큰 애착을 보인다고 들었다.광산 방지와 복구에 관한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의 프로젝트는 이에 대한 국제 기준을 수립하는데 기여하리라 본다. 국제 기준을 정하는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관심이 크다.정부는 공단의 해외 진출에 어떤 입장인가?이명박 대통령도 공단의 자원개발과 광해 방지기술의 패키지 상품화 전략을 알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특히 관심이 크다. 광해방지사업은 기존 시장을 쟁탈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조성될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CEO로서 해외 사업에 어떤 자세로 임하나?해외 사업은 사람의 정성이 중요하다.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을 지내면서 스포츠 국제교류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특히 2014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활동을 하면서 일을 제대로 하려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 우리의 진심과 성의가 전달되면 일의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그래서 나는 인간적인 교감을 중시한다.그런 경험을 했던 적이 있나?공단 가까이에 조계사가 있다. 얼마 전 방한한 칠레 환경장관은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그 인연으로 사찰 경내를 안내하고 법당에서 불공 드리는 법을 알려줬다. 관심사를 공유하면 그만큼 가까워 진다.공단이 해외 진출에 정성을 쏟는데 비해 손에 잡히는 성과는 미약하다는 느낌도 받는데.우리 사업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승부에 집착하면 일을 그르친다. 베트남 무연탄 광산의 경우 개발권 확보에 앞서 탐사에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협상에 2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말레이시아는 광해 복구 추정예산이 5000억원이다. 성사 되면 엄청난 국익으로 돌아온다. 임기 동안 해외사업이 활성화되고 지속적으로 진행되도록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북한도 광해 복구가 시급할 텐데.북한의 광해는 완전히 방치돼 있다. 우리가 나서서 당연히 해줘야 할 사업이다. 때를 놓치면 중국에 다 빼앗길 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큰 틀에서 남북 관계가 풀려야 한다. 남북 간 정치적 타결이 이뤄지는 때를 대비해 여러가지를 준비해놓고 있다. 평양에서도 연탄이 부족에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할 때도 있다. 우리가 연탄공장의 재가동을 도울 수도 있다. ■

2009.12.08 14:21

3분 소요
아시아 광산 클린 시장을 뚫는다

산업 일반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에 설치된 광해관리공단의 전기정화시설. 국내 언론이 큰 관심을 갖진 않았지만 지난 11월 초 정부의 한 산하기관이 국제 무대에서 작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기금(8만6532달러)을 받아 이 지역 내 국가들의 광산 피해(광해)를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한국광해관리공단(이사장 이이재)이 수주했다.이 기업은 향후 이 지역의 광업부문 환경 기준 관련 자료와 광산피해 복구 및 방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광해 방지 기술사례를 연구해 궁극적으로 광해 분야 협력 강화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지원 기금은 한화로 1억원 남짓 하지만 이 사업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미국,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 선진국이 이끌어온 광해 방지 기술시장에 후발국인 한국이 새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이재 이사장은 APEC 기금 지원 결정을 “한국의 해외 광해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국이 광해 분야의 국제 기준을 세우는 데도 선도적 역할을 하는 발판”이라고 평가했다.이번 성과는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과정을 통해 성사됐다. 이야기는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PEC 광업분야 회의 산하 제3차 MTF(Mining Task Force)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자리에서 지식경제부와 광해관리공단 관계자들은 APEC 기금으로 수행하는 ‘지속 가능한 광업개발을 위한 광업과 환경의 조화’라는 새 과제를 제안했다.세계은행과 15개 회원국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대표단이 한국의 새 제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이들과 함께 필리핀이 공식 지원국(co-sponsoring economies)으로 선정됐다. APEC 관례상 여러 회원국의 지지를 얻으면 최종 과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실제로 지난 10월 열린 APEC 예산운영위원회(BMC: Budget and Management Committee) 회의에서 기금 지원 결론이 났다. 7월 회의에 참석했던 지식경제부 한교형(자원개발총괄과) 사무관은 “한국이 APEC로부터 에너지 분야를 통틀어 프로젝트 관련 기금을 지원받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한국의 제안에 많은 참가국이 선뜻 호응해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의 광해방지 및 복구기술 역량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광해관리공단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지난해부터 중국, 몽골, 아세안 국가의 광업 관련 공무원들의 초청 연수사업을 진행해 왔다.광해방지기술을 전수해 그 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자원 외교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몽골 등 10개국에서 43명의 환경 관련 공무원이 한국의 광해 관리 시설을 둘러보고 기술을 배워갔다.광해관리공단의 장민 선임연구원은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한 공무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기술력과 대외 협력 의지를 잘 설명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광해관리공단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기업이다.그도 그럴 것이 2006년 6월 기존의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흡수해 광해방지사업단으로 출범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기 때문이다(전신인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1986년 확정된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그 이듬해 설립됐다). 광해(鑛害)라는 용어조차도 귀에 익지 않다. ▎정선군 고한읍 삼척탄광 폐광 지하 100m 갱도에서 갱내수를 지상으로 퍼올리는 펌프시설(왼쪽). 폐광에서 퍼올린 갱내수는 대형 관을 타고 인근 지장천으로 흘러든다. 광해란 광산 개발에 따르는 환경 피해를 말한다. 오염수 유출, 지반 침하, 토양 오염, 폐석 유출, 먼지 날림, 소음, 진동 등이 있다. 광해는 폐광이 된 뒤로도 계속 발생한다.폐광에서 나오는 이른바 ‘갱내수(坑內水)’엔 몸에 해로운 중금속이 많이 녹아 있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정화처리를 거치지 않고 방출될 경우 하천과 토양, 농작물과 어류에 축적되기도 한다. 결국 이를 섭취하는 사람에게도 고통을 주게 된다.인체에 유해하지 않더라도 갱내수나 침출수(광산 폐기물 적치장에서 유출되는 물)는 산성폐수로 황화현상(철 산화물이 원인)과 백화현상(알루미늄 산화물이 원인)을 일으켜 시각적인 거부감을 준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산골짜기에 자리한 정암사 가는 길이 그렇다.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이 사찰엔 매년 10만 명에 가까운 신도와 관광객이 몰려든다.사찰 계곡을 끼고 흐르는 지장천은 1급수에서나 자라는 열목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지만 이곳에서 아래쪽으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삼척탄광 폐광에선 지금도 계속 차오르는 갱내수가 24시간 내내 쏟아져 나온다. 이 폐광의 지하 100m 아래 갱도에 설치된 대형 펌프 8개가 직경 25㎝의 관을 통해 지상으로 물을 퍼올린다.갱내수를 그냥 방치하면 현재 조업 중인 인근 탄광에도 물이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상으로 뿜어져 나온 물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지장천으로 유입되는 바람에 강물뿐만 아니라 하천 바위와 교각 등이 철 산화물 침전으로 온통 붉은 빛이다. 바로 황화현상이다.광해관리공단은 2~3년내 이곳에 물리화학적 정화처리시설을 설치해 환경개선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공단 측은 크고 작은 광산피해가 발생하는 곳이 전국에 1376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광산개발을 앞서 시도한 선진국들이 광해 방지와 복구 기술에서도 앞섰다. 일부 국가는 50~60년 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쏟아왔다.미국은 1940년대에 광산 폐수 때문에 희생자가 나오자 광해 복구 기술연구에 뛰어들었고, 일본은 1952년 석탄광산 광해 복구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가 향후 10년간 폐광 복구 및 갱내수 수질 개선에 쏟아붓는 예산이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그런 면에서 한국은 광해 방지 및 복구 기술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한국의 광해 방지와 복구에 대한 관심은 길어야 30년, 체계적인 조직과 인력을 갖춘 기관이 출범한 지는 불과 3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절에는 광해라는 개념이 안중에도 없었다.1980년 5공화국 헌법에 환경권이 처음 신설돼 환경 문제가 국가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폐석(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암석 부스러기) 유실 방지용으로 165만원의 사업비를 지자체에 나눠주며 ‘광산지역 공해 방지사업’을 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전후로 가정용 석탄 수요가 급감하면서 석탄광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광산이 급증했다.그후 방치된 폐광에서 광산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신설해 ‘폐광’을 대상으로 하는 광해 방지사업을 시행토록 했다. 이어 2005년 들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광해복구를 위한 ‘광산피해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 한국광해관리공단(당시는 광해방지사업단)이 출범했다.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광산은 총 2334개로 파악된다. 이 중 조업 중인 광산이 581곳, 조업을 중단한 광산이 61곳, 폐광이 1692곳에 이른다. 2006년 정부는 뒤늦게 ‘광해방지 기본계획’을 세워 2026년까지 전국 폐광산에 광해방지사업을 완료키로 했다. ▎갱내수가 아무런 여과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방류되는 바람에 지장천의 물뿐만 아니라 바위, 자갈도 온통 붉은 색을 띤다(왼쪽).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자연정화시설을 통과한 황지탄광의 갱내수는 청정지역 방류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깨끗하다. 광산 광해조사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토양 정밀조사는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광해 원인 제거・복구와 보상은 지식경제부가 떠맡는 등 범정부적 대응체계가 마련됐다. 매년 1100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2000여 개 광산의 광해 방지 및 복구사업을 매듭짓는다는 구상이다.하지만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큰 편이다. 확실한 비교 자료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그 격차를 대략 30%로 본다(선진국을 100으로 보아 한국의 기술 수준을 평가해 볼 때 김선준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70% 혹은 이상”이라고 했고, 정명채 세종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60%”라고 평가했다).그런데도 광해관리공단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국제무대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게 된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공단 측은 기자에게도 가동 중인 국내 자연정화시설을 둘러보길 권유했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3동의 황지탄광 유창갱도에서는 매일 320㎥의 갱내수가 흘러나온다.물은 계곡에 설치된 관을 타고 삼척시 도읍계의 자연정화시설로 흘러든다. 시설 안에서 물은 산화조(갱내수를 공기와 접촉시켜 철의 산화와 침전을 유도)→알칼리 공급조(석회석 및 유기물층을 통과시켜 산성수를 중화하고 철의 침전을 유도)→작은 못(일명: 소택지, 부들이나 갈대를 심어 잔존 중금속을 흡수·흡착) 등의 과정을 거쳐 깨끗한 물로 거듭난다.‘수질 및 수생태 보전에 관한 법’에 따라 청정지역에 배출되는 철과 망간의 농도는 각각 2 ㎎/L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황지탄광 유창갱에서 자연정화시설로 흘러 드는 갱내수에 함유된 철과 망간은 각각 28.5㎎/L, 3.86㎎/L 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다. 하지만 자연정화시설을 거쳐 방류되는 수질은 철 0.11㎎/L , 망간 1.63㎎/L 로 청정지역 방류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자연정화 시설에 대한 광해관리공단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외국의 광해 관리 담당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이 공단을 견학할 때 반드시 이곳을 거쳐간다. 지난해 2월엔 일본 정부 산하 독립행정법인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한국의 광해관리공단과 유사한 기구)의 기술개발과장과 직원이 강원도 황지 및 함태 자연정화시설을 견학하기도 했다.광해관리공단은 현재 이런 유의 자연정화시설을 전국적으로 36곳 운용한다. 국내외 학자들도 국내 시설의 자연정화처리 능력을 높게 쳐준다. 광해 기술 전문가인 제프 스카우센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대 교수는 “한국은 수질 자연정화기술이 아주 뛰어나다”고 뉴스위크한국판에 말했다.정명채 교수는 “정화기술이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평가했다. 자연정화기술뿐만 아니라 폐석(광물찌꺼기 포함)의 독성을 없애는 무해화 기술도 경쟁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광산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폐석은 광산 가까운 곳에 야적한다. 그 주변에는 폐석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축대나 옹벽을 쌓기 마련이다.하지만 방비가 부실한 적치장은 큰 비가 내리면 중금속을 함유한 산성 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환경피해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광해관리공단은 지난해 염화나트륨(Nacl) 수용액에 전류를 흘려보내 금·은과 같은 유가금속은 물론 사람 몸에 해로운 중금속을 분리해 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Nacl을 이용한 무해화 기술은 애당초 호주에서 개발했지만 상업적 관심을 끌지 못하다 광해관리공단이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 국내 특허를 냈다. “광물찌꺼기 적치장의 독성을 제거하는 물리적인 기술도 상당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정명채 교수가 말했다. 선진국들이 이미 진출해 단물을 빼먹고 철수한 개발도상국엔 폐석과 광물 찌꺼기 처리로 골머리로 앓는다.최근 페루 등 남미 국가들이 한국의 앞선 독성제거 기술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광해관리공단의 주요 기술은 선진국의 기술을 국내에 적용했다고 봐야 한다. 자연정화기술, 광물찌꺼기 독성 제거 기술은 본래 미국과 호주가 각각 개발했다.애당초 한국은 이 기술을 흉내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미국 시설을 본뜬 자연 정화 기술의 경우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자연정화에 필수적인 박테리아 증식에 필요한 온도와 pH(수소이온농도)를 한국 환경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버섯퇴비와 석회석 같은 재료의 두께를 수질 농도와 특성에 따라 달리함으로써 정화 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방법도 터득했다.현재 세계적으로 광해 관리 및 복구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은 대략 35개 정도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한국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네 가지 기술 확보에 연구 역량을 집중해 왔다. 네 가지 기술은 ▶자연정화기술 ▶광물 찌꺼기 독성 제거기술 ▶광산 지하 정보를 전산 프로그램화 하는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기술 ▶ 광섬유를 이용한 지반 거동 예측기술을 말한다.권현호 광해관리공단 산하 광해기술연구소 소장은 “이들 4개 기술은 선진국의 90% 수준에 와 있어 세계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충북 음성군 꽃동네 건물 앞마당이 움푹 꺼지는 일이 벌어져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무극광산 채굴 과정에서 생긴 공동(보통 높이가 100m에 이르기도 한다) 위에 건물이 생기면서 지반이 내려앉은 사건이다.무극광산은 조선 말기부터 1992년까지 금을 생산했지만 그 뒤로 방치됐다. 현재 공단이 개발 중인 GIS기술은 지하 광산 정보를 모두 전산도면에 3차원으로 입력하게 돼 유사한 사건을 막는 데 효과적이리란 기대를 모은다. 광해관리공단은 지난해 중국 헤이룽장성 신싱탄광에 5000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받고 이 기술의 일부를 수출하기도 했다.신싱탄광 재난방지용 3차원 전산 시스템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리청 헤이룽장성 전산센터 부주임은 지난해 GIS기술을 견학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광해관리기술의 정보화와 디지털화가 선진적이며, 기술 합작이 성공하기를 희망한다”고 평가했다.광해 방지기술이 경쟁력을 갖추자 해외 진출 의욕도 넘친다. 광해관리공단은 이들 기술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켜 향후 10년 내에 동남아 광해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이른바 ‘10-10’프로젝트)를 세웠다. 그러자면 현지에서 광해 방지기술 선진국들을 넘어서야 한다.권현호 소장은 “우리가 가는 길은 선진국들의 방향과 다르다”고 성공을 자신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광산 개발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광산찌꺼기 무해화 사업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기술이라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작은 비용이 들어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특히 광해 복구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마무트 광산의 광해 복구비용은 5000억원에 이른다고 호주의 한 컨설팅 업체가 분석한 바 있다. 개도국 입장에서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공단 관계자는 “마무트 광산의 경우 복구 비용을 25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말레이시아 천연자원환경부 광물지구과학청의 자이널 아비딘 과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광해관리공단이 말레이시아 광해 복구 작업에 뛰어난 기술과 저렴한 비용으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광산개발권을 얻어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광해 복구비용을 대는 방안도 모색된다.지난 10월 한국 지식경제부와 광해관리공단, 그리고 베트남 정부는 ‘광산지역 환경조사 및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베트남이 기술협력을 요청한 하롱베이 지역은 1994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으로 인접한 석탄광산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광해 방지기술과 무연탄 채굴권의 맞교환 가능성이 타진된다.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광해관리공단이 우위를 가진 점들은 또 있다. 광산 피해는 뭐니뭐니 해도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동남아 국가들과 유사한 집중 호우가 자주 발생했다.제프 스카우센 웨스트 버지니아대 교수는 “한국은 동남아 시장에서 토양 침식, 산사태, 경사면 안정화 등 집중 호우에 따른 광해 대처기술을 적용할 여지가 넓어진다”고 분석했다. 지리적·자연적 조건 말고도 또 다른 이점도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국가가 지분을 가진 사업이 많아 준공기업인 광해관리공단이 선진국의 민간기업보다 더 큰 믿음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정명채 교수는 평가했다.그러나 우리 정부 안에서는 광해관리공단의 해외시장 진출이 자칫 실속 없는 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공기업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해관리공단은 2012년까지 전체 인력(194명)의 11.3%(22명)를 줄여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이런 판국에 해외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할 경우 조직과 인원이 늘기 십상이다. “국익 창출이라는 측면에선 해외 진출에 수긍하지만 해외사무소 개설 등 외형의 확대는 성과를 봐가면서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시각과 무관하게 광해 방지시장은 외화 획득의 중요한 통로가 될지도 모른다.당장은 틈새시장에 머물지만 조만간 엄청난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국민 소득이 4000달러 대에 진입했던 1980년대 후반에 정부가 이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금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소득은 1000~6000달러에 이른다. 앞으로 환경에 대한 수요 증가가 점쳐진다.일각에선 개도국의 경제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세계 광해관리 시장 규모가 20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이와 관련해 김선준 한양대 교수는 “한국이 그랬듯이 개도국들이 투자여력을 가지고 광해 복구사업에 나설 경우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은 개발시대에 성장에 치중하고 환경을 등한시하는 바람에 막대한 복구비용을 쏟아붓게 됐다.한국이 걸어온 길이 개도국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광해관리공단의 박상배 대외협력실장은 “개도국들은 한국의 사례를 모델 삼아 개발과 환경을 동시에 추구하는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해기술 수출은 실리를 떠나 한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생길 한국과 개도국 사이의 연대감은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2009.12.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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