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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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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인기 몰이…‘촬영 장소’는 어디?

산업 일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주도의 사계를 아름답게 보여준 촬영 장소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가 사랑받으면 자연스럽게 촬영 장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웰컴 투 삼달리, ‘우리들의 블루스’ 등으로 제주 사계가 사랑을 받은 만큼,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도 제주 관광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는 7일 1막 공개 후 저녁 신에서 ‘요망진(야무진) 반항아’ 애순이 가족이 등불에 의지해 걸었던 해안길 장면이다. 극 초반 애순이와 가족의 힘겨운 삶의 무게를 보여준 곳이기도 하다. 그곳은 제주시 구좌읍의 김녕해변이다. 현무암 갯바위의 질감이 제주 바다와 어우러지면서 가난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보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해녀였던 애순의 엄마와 동료들이 물질을 마치고 몸을 녹이던 불턱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지지리도 어려웠던 가난이 쩍쩍 갈라져 있는 현무암의 갯바위가 대변한다. 하지만 눈 시린 맑은 제주 바다가 어우러진 장면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4일 공개된 8화에서 보여준 한라춘사제 백일장이 열리는 곳은 제주목 관아다. 시인을 꿈꿨지만 가난에 치여 꿈을 포기했던 애순이가 백일장에서 엄마를 그리워하면 시를 썼던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제주목 관아는 조선시대 제주지방 통치의 중심지로 국가 지정 유산 구역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역사와 문화의 명소로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외에도 성산일출봉과 티저 영상에서 잠깐 비쳐진 오라동 메밀꽃밭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애순이가 아들을 낳지 못해 강제로 3000배 절을 했던 사찰은 성산일출봉 아래에 있는 사찰이다. 제주도는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로케이션 작품 유치 확대 등의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2025.03.16 11:07

2분 소요
운전대 놓으면 구석구석 제주가 보여요~[E-트래블]

여행

여행에 앞서 준비 과정 역시 즐거움이다. 그중 제주 여행에선 렌트카가 필수.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빵빵한 캐리어 끌고 셔틀버스로 렌트카 픽업 장소로 가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결국 경비는 늘고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목덜미를 잡게 될 때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경비가 녹록지 않다. 여기 답이 있다. 제주시티버스 어때?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운전대 놓을 자유...제주시티투어버스고정관념은 깨는 데 의의가 있다. 그대에게 운전대를 놓을 특전이 주어진다면~. 그냥 뚜벅이로 주변을 돌아보며 제주를 즐겨보자. 제주공항 3번 게이트 앞, 오후 6시 2층 버스가 들어온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운영하는 제주시티투어버스다. 이 시간 운영 코스는 제주의 밤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제주시티투어 ‘야(夜)밤버스’다. 제주 시내 야경 명소를 ‘콕콕’ 짚어주는 ‘일타강사’다. 오는 11월11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1일 1시간 간격으로 3회(오후 6·7·8시) 운행된다. 운행 코스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무지개다리로 유명한 도두봉을 시작으로 제주의 대표 야경맛집 어영공원, 제주의 먹거리와 특산품으로 가득한 동문재래시장, 제주의 쇼핑거리 칠성통과 탑동 지하상가를 지난다. 이어 제주의 대표 역사 유적인 관덕정과 목관아의 색다른 밤의 모습도 즐길 수 있다. 1일 3회 1시간 간격 운행하기 때문에 각 정차장의 관광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픈 톱 2층 시티투어버스가 운행되는 1시간 동안 버스 내 ‘야(夜)밤 DJ’가 투어 내내 코스 소개와 제주어 퀴즈 이벤트를 통한 선물 증정과 추억사진인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용요금은 1일 이용권은 일반 8000원, 소인 및 청소년(초·중·고등학생) 6000원이다. 1회 이용권은 성인·청소년·소인 5000원이다. 앞서 제주시티투어버스는 주간 코스도 있다. 도심과 해안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기존 제주국제공항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영된다. 도심 코스는 제주공항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행한다. 공항을 출발해 한라수목원-제주버스터미널-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사라봉-김만덕기념관-동문시장-관덕정-서문시장을 지나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해안 코스는 제주공항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행한다. 공항에서 용담레포츠공원-어영공원-도두봉-이호목마등대-제주시민속오일시장-관덕정-동문시장-용연구름다리를 거쳐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소요 시간은 1시간이다. 제주 야경 돞아보기...시티투어 야밤버스제주하면 한라산 백록담과 360여 개의 오름(기생화산), 해수욕장, 해안드라이브코스 등이 있다. 짧은 여행 기간에 다 돌아보기는 무리다. 이를 잘 버무려 놓은 것이 제주시티투어버스다. 이를 통해 제주의 다양한 여행지를 살펴볼 수 있다. 용해로를 달려 만나는 어영마을이다. 올레길 17코스에 속하는 용해로는 제주도 푸른 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진 후 더욱 짙어진 바다 풍경이 멋지다. 붉게 물든 하늘과 검푸른 바다, 반짝이는 불을 밝힌 어선 등이 눈에 ‘팍’ 꽂힌다. 야밤버스는 이외에도 도두봉·산지천·동문시장·관덕정을 방문한다. 용연구름다리는 오색 불빛이 빛을 발한다. 바다와 맞닿은 용연계곡의 풍경은 밤에도 황홀하다. 기암절벽이 꼬리를 문 출렁다리인 용연구름다리는 야경이 멋지다. 용연구름다리에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용두암은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라는 뜻으로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굳어져 생겼다. 용연계곡에서 살던 용이 하늘로 올라가던 중 한라산 신령의 화살에 맞아 바다에 떨어졌다는 전설이 애처롭다. 나만의 코스 만들기 ▲탐라순방 코스=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볼 수 있다. 이중 민속자연사박물관은 화산섬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의 전통, 의식주, 생활 자료를 전시한 민속 전시실, 제주도의 형성과정, 지형, 동식물을 전시한 자연사 전시실, 해양 생물을 전시한 해양종합전시관으로 구분돼 있다. 민속자연사박물관 근처에는 탐라국 시조에 대한 제사가 이루어지는 사적지인 삼성혈이 있다. 4300여 년 전 제주도의 개벽시조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삼신인이 이곳에서 태어나 탐라국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또 인근에 국수문화거리가 있어서 고기국수는 물론이고 돔배고기, 아강발 등 제주 특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오름 코스=제주도의 노을과 함께 오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이중 사라봉에서 보는 붉은 노을은 ‘사봉낙조’라고 불리며,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영주(제주의 옛 명칭) 10경’ 중 하나다. 사라봉 진입로에 있는 산지등대는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도 포함돼 있다. ▲올레해변 코스=제주의 바다와 올레길을 즐길 수 있다. 이 코스에 있는 용연계곡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용암지형에 하천이 침식작용을 해 만들어졌다. 계곡의 양쪽엔 수직의 주상절리가 대칭으로 있어 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포토타임코스=가족·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코스다. 이 코스의 어영해안도로는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밤에는 어선의 불빛과 길가의 가로등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만든다. 주변에 카페와 횟집이 많이 있으며 해안 산책길을 통해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좋다. 종종 해녀들이 물질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도두봉은 제주도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다. 공항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이호테우해수욕장은 백사장 경사가 완만하고 파도가 약해 어린이들이 놀기 좋다. 인근 동네 이름이 현사마을인데 이호테우해수욕장의 모래가 검은빛을 띠기 때문이다. 밤에는 쌍둥이 목마 등대의 불빛이 야경을 더 아름답게 비춰준다.

2023.08.19 09:00

4분 소요
'나눔의 표상' 제주 거상 김만덕 [김준태 조선의 부자들⑱]

전문가 칼럼

1796년(정조 20년) 11월 25일, 실록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제주의 기녀 만덕(萬德)이 재물을 풀어서 굶주린 백성을 구제해 살렸다고 목사가 장계로 보고하였다. 상을 내리려고 하자 만덕이 사양하면서 금강산을 유람하길 원하니 허락하고, 인근의 고을이 양식을 지급하게 하였다.” 제주도에 사는 만덕이라는 사람이 재산을 내놓아 백성 구호에 이바지한 공을 기려 금강산 여행을 보내주었다는 것이다(당시 제주도민은 나라의 허락이 없으면 육지로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조정의 허가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 실록 기록은 너무 간략하다. 만덕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했는지, 그 소식이 조정에까지 알려진 계기가 무엇인지, 더는 나와 있지 않다. 대신 정조가 직접 쓴 일기인 에 관련 내용이 있다. 같은 해 6월 6일 자에 실린 제주 목사의 장계다. “노기(老妓) 만덕이 스스로 백미 60섬을 바쳤습니다. 만덕은 사리상 진실로 구할 것이 없는데도 재물을 가볍게 여길 줄 아니, 비천한 무리가 그리하기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서 노기란 은퇴한 늙은 기녀를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기녀를 천한 신분으로 여겼는데, 그런 기녀 출신이 무려 백미 60섬을 구휼미로 자진 헌납하니(만덕은 추가로 500섬을 구휼미로 내놓았다고 한다. 560섬이면 동등비교는 어렵겠지만 3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목사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전현직 관리를 제외하면 가장 큰 기부액이었다. 자신들만이 윤리 도덕을 이해하고 공공의 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양반사대부의 시각에서 “아니, 비천한 자가 어찌 이런 기특한 생각을?”이라 여겼다고 보면 된다. ━ 굶주리고 궁핍한 백성 살린 ‘대가없는 기부’ 아무튼 장계를 받아 본 정조는 “노기 만덕은 무엇을 원하기에 이렇게 면 100포에 가까운 백미를 마련하여 굶주리고 궁핍한 사람들을 도와준 것인가? 면천해 주든지 별도로 보상해 주든지 간에 그가 원하는 대로 시행해 준 뒤에 진행 상황을 장계로 보고하라”라고 지시했다. 훌륭한 일을 하였으니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만덕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 제주 목사가 후속 조치를 보고한 7월 28일자 의 기록이다. “신이 삼가 전하의 뜻을 받들어 만덕에게 알리니, 만덕이 고하길 ‘저는 늙고 자식도 없으니 면천을 원치 않습니다. 다만 죽기 전 소원이 있다면 한양과 금강산 구경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라고 하였으므로, 그가 바라는 바에 따라 육지에 다녀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정조는 감탄했다. 많은 재산을 기부했기에 무언가 바라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지 금강산 구경을 한번 하고 싶을 뿐이라니. 정조는 “만덕이 비록 천인(賤人)이기는 하나 의로운 기상은 옛날의 정의로운 협객에 못지않다. 지금은 겨울이니 봄이 올 때까지 양식을 주어 내의원 차비대령 행수(行首, 우두머리) 의녀로 머물게 하고 각별하게 돌보아 주라. 그리고 금강산을 구경하고 돌아가는 연로에 있는 수령들에게 분부하여 양식과 경비를 넉넉히 지급하게 하라”(일성록 11월 25일)고 하교했다. 만덕에게 내의원의 수석 의녀라는 명예직을 하사한 것은 궁궐에 들어와 왕을 알현할 수 있도록 하고(실제로 알현한 것은 중전과 세자빈이다) 한양 체류 경비를 지급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금강산 여행 비용까지 넉넉히 지원해주었으니, 그야말로 최상으로 예우한 것이다. 이는 조선 역사상 전례 없던 일로 당시 지식인들로부터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조가 초계문신을 대상으로 ‘만덕’에 대해 서술하라는 시험문제를 냈고, 이가환, 박제가, 정약용이 만덕을 추켜세우는 글을 지었으며, 재상이었던 채제공이 만덕의 일생을 기록한 전기 을 집필했을 정도다. ━ 전 재산 사회환원으로 ‘부자의 사회적 책임’ 모범 그런데 안타깝게도 만덕에 관한 기록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조금씩 전해지는 흔적을 모아 연결해보면, 그는 양인(良人)으로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 부모를 모두 잃고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제주 관아의 기녀가 되었다고 한다. 기녀 시절에 근검절약하여 돈을 모았는데, 심노숭이 남긴 글을 보면 “품성이 음흉하고 인색하여 남자가 돈이 많으면 따랐다가 돈이 떨어지면 떠나되 옷가지마저 빼앗아서 그녀가 지닌 바지저고리가 수백 벌이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심노숭은 만덕을 싫어한 사람이니 그의 말을 모두 믿을 것은 없겠지만, 만덕이 돈을 악착같이 모았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후 만덕은 기녀를 그만두고 장사에 눈을 돌렸다. 처음 시작한 사업은 객주(客主)였는데, 육지와 제주를 오가며 돈을 버는 상인들을 보고 물류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본래 제주는 물류, 유통과 운송이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우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육지로부터 물자를 공급받지 못하면 독자적으로 생존하기가 힘들다. 특히 땅이 척박하여 쌀 등 곡식이 상시 부족했다. 반면에 최상 등급의 말을 키우는 곳으로, 자연히 최고품질의 양태(涼臺)와 총모(驄帽), 즉 갓을 만드는 두 핵심 재료의 독점적 공급지이기도 했다. 감귤과 같은 특산품, 양질의 해곽(海藿)도 생산했다. 그러니 제주로 들여오는 것이든, 제주 밖으로 나가는 것이든 물류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이윤을 얻을 기회도 많았다. 만덕은 이 점에 주목한 것이다. 만덕은 육지 상인과 연계하여 안전하고 신속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소규모 생산자를 규합하여 제주 특산물의 우월적 공급자의 위치를 확보했다. 그리고 양쪽 물가의 차이를 이용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다. 육지에서 온 장사꾼이 만덕으로 인해 패가망신한 이가 많았다는 기록도 있는데, 상대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공격적인 사업방식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만덕은 그를 시기한 다른 상인들의 허위 신고로 고초를 겪기도 했다. 한데 만덕이 이 단계에서 머물렀다면 그가 얼마나 많은 재물을 축적했든 간에 사업이 위태로워졌을지도 모른다. 그의 사업방식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데다가 기녀 출신이라며 깔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힘을 합쳐 공격했다면 만덕이라도 당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덕이 대규모 재산을 희사하여 백성 구휼에 나선 것은, 물론 순수하고 선한 의도였겠지만, 바로 이러한 공격을 막아주는 효과도 가져왔다. 왕과 재상이 직접 만덕을 칭찬하고, 만덕에게 도움받은 백성들이 그의 덕을 칭송하니, 이후론 누구도 그를 건드릴 수 없었을 것이다. 만덕은 1812년 눈을 감으면서 양아들의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재산을 제주도의 가난한 백성들에게 기부하였는데,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의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에서 한국의 전통철학과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경세론과 리더십을 연구한 논문을 다수 썼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김준태 칼럼니스트

2022.04.09 18:00

5분 소요
한국 관광산업의 블루오션 ‘무슬림’

산업 일반

지난해 98만5858명이 우리나라 찾아 …의료 관광객도 3만3387명으로 전년 대비 23.7% 증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사드 후폭풍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가 관광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여행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1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5억2900만 달러) 대비 135.1% 증가했다. 지난 1~4월 누적 적자 규모(49억9000만 달러)는 지난해 같은 기간(25억1200만 달러)의 2배에 이른다.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 매달 1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 저가항공 시장의 확장과 온라인 티켓 구매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늘어난 반면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 수는 크게 감소한 탓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 4월 중국인 관광객은 22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 줄었다. 국내 면세점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 수는 99만806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급감했다.수출도 비상이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석달 째 고전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 5월 중국에서의 판매량은 5만248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1% 줄었다. 고공 행진하던 화장품 판매 증가세도 꺾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화장품 소매 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으로 관광객이 급감했던 2015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중국 내 한국 유통 업계도 수난을 겪고 있다. 롯데마트는 점포 99곳 중 74곳이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곳은 자율 휴업 중이다. 전체 점포의 90%가 사실상 문을 닫은 셈이다. 1997년 국내 대형마트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한 신세계 이마트는 20년만에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문재인 대통령의 중국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양국의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개선의 여지는 적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7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 시장이 바로 그 대안으로 떠오른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따른 소비력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할랄 산업에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할랄’이란 샤리아(이슬람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세계 인구의 23%에 달한다. 무슬림은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까지 전 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아랍연맹 22개국과 이슬람협력기구(OIC)에 가입한 57개국의 무슬림 인구를 합치면 8억 명이 넘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98만5858명으로 전년(74만1000명)보다 3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30.3%)보다 높다. 올해는 1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국관광공사가 분석한 2014년 무슬림 관광의 경제적 효과는 3조2658억원에 달했다. 요즘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일대는 활력이 넘친다. 무슬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할랄 식당이 호황을 맞았다. 사원 정문을 중심으로 들어선 할랄 식당은 예배가 끝나는 시간이면 무슬림들로 북적인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터키 같은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과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다.사원 주변의 우사단로는 바비큐·치킨·샌드위치·디저트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5~6년 전만 해도 10여 곳에 불과하던 할랄 음식점이 현재는 30여 곳으로 늘었다. 무슬림이 즐겨먹는 고기는 소고기와 닭고기다. 돼지고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소와 닭도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것만 먹을 수 있다. 우사단로의 음식점 대부분은 할랄 인증을 받았다.음식점뿐만 아니라 여행사, 휴대전화·의류 매장 등도 성업 중이다. 직접 고기를 사먹는 무슬림 가정이 늘면서 할랄 정육점도 골목 곳곳에 생겨났다. 5년째 이곳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샤리포브 후르시드(37·우즈베키스탄) 사장은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할랄 정육점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관광객이 늘고 국내 거주자가 많아지면서 손님이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관광 산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는 의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36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23%, 진료 수입은 8606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이 중 OIC 국가의 환자는 3만3387명으로 전체의 9.1%에 불과하지만 진료 수입은 1427억원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다. 다른 나라보다 이슬람 국가의 환자가 진료비를 더 많이 쓴다는 얘기다.실제 국가별 1인당 외국인 환자 평균 진료비를 보면 UAE가 119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평균 진료비(236만원)의 5배가 넘는다. UAE에 이어 태국 524만원, 카자흐스탄 417만원, 인도네시아 398만원 순으로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상위가 태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이슬람 국가다.국내로 유입되는 이슬람 국가의 전체 환자 수도 해마다 증가한다. 2012년 7169명, 2013년 1만1453명, 2014년 2만909명, 2015년 2만6980명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가장 많이 찾은 이슬람 국가 환자는 카자흐스탄 1만 5010명, 우즈베키스탄 4103명, UAE 3562명, 인도네시아 2338명, 사우디아라비아 1691명이었다. 파티마 무하마드 알카비(43·가명)는 불임 치료와 시험관아기시술을 받기 위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10개월째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생활한다. 그는 “한국은 암이나 불임을 치료하는 첨단 의료 기술이 발전한 나라로 잘 알려졌다”며 “국가 차원에서 질병에 따라 병원을 지정해 줄 정도로 한국 의료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무슬림 관광객이 늘면서 전문 서비스업도 생겨나고 있다. 중동 국가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알라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이 여행사를 운영하는 박상원 대표는 지난해 3월 스타트업을 만들어 1년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유튜브 구독자를 각각 5만 명씩 확보했다. 직원과 단 둘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홍보만으로 매년 수백 명에 이르는 가족 단위 이슬람 관광객을 안내한다.그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무슬림을 위한 전문 여행사를 차렸다. 대학 4학년 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최한 글로벌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6개월간 중동에서 지낸 것이 계기가 됐다. 족벌 사회인 UAE와 오만 등지에서 현지인과 쌓은 인맥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박 대표는 “중동에서 생활할 때 무슬림들이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도 언어와 음식 때문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꼭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중국인보다 무슬림이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시가 추진한 ‘관광 스타트업 협력 프로젝트 공모전’에 선정돼 할랄 음식점 홍보와 고품격 요트·한옥호텔 체험 같은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정부와 지자체도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한국관광공사는 시장 다변화의 주요 타깃인 무슬림 관광객을 잡기 위해 올해 ‘무슬림 프렌들리 코리아(Muslim Friendly Korea)’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올해 무슬림 관광객 1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을 전국적으로 136곳에서 17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할랄 음식 정보와 기도실 현황, 주요 이슬람 국가 동향 등을 담은 ‘무슬림 관광객 유치 안내서’도 발간했다.올 하반기에는 말레이시아의 국제관광전, 인도네시아의 이슬라믹엑스포 등 무슬림 국가의 주요 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의 국제관광 전에 참여해 관광 상품을 홍보하는 등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도내 무슬림 친화 식당도 2곳에서 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제주도는 신규 노선 취항을 위해 에어아시아X(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가루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 항공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할랄 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한국할랄수출협회는 지난 5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국내 할랄 식품을 소개하는 할랄특별관을 선보였다. 전시회에는 동원 F&B, 부산식품, 풍기인삼농협, 옹고집 영농조합법인 등 7개 기업이 참가해 각종 할랄 제품을 선보였다.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세미나도 열어 그 전망도 확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계 이슬람 식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880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중국·미국·일본 등 각국의 식품 시장보다 더 큰 규모다.이처럼 무슬림 시장이 우리나라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인프라는 미흡하다. 독실한 무슬림은 해외여행 중에도 하루에 5번 기도하고 할랄 음식만 먹는다. 하지만 그들을 위한 식사와 종교 의식을 할 수 있는 곳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도 남이섬 등 식사와 기도 시설을 갖춘 곳에만 몰리는 등 무슬림을 위한 국내 관광지가 제한적이다.만족도 조사에서도 무슬림 관광객의 불만은 그대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2016년 방한 무슬림 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의 여행 만족도는 평균 3.92점(5점 만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음식(3.46점), 관광지 내 기도실 구비(3.10점) 등 무슬림이 꼭 필요로 하는 관광 인프라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심지어 응답자의 27.4%는 할랄 음식점이 부족해 직접 조리해 먹거나 자국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136곳 중 105곳은 서울·경기·제주 지역으로 몰려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 중구의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서울’ 등은 다른 호텔보다 무슬림 관광객 비중이 높다. 호텔이지만 조리 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프레이저 플레이스 관계자는 “전체 투숙객 중 무슬림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6개월 전에 비해 3%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관광을 위해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는 중동 지역 관광객이 많다. 올 초부터는 조식 뷔페에 할랄 음식을 표기하는 등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의 장건 원장은 “사드 문제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국내 관광 산업과 해외 수출이 한계에 봉착한 만큼 보다 다양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안정적인 관광 시스템을 마련하고 다양한 할랄 제품을 개발해 수출길을 열어간다면 할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우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2017.07.0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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