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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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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윤성 전 GS리테일 대표, ‘시공사’ 이끈다…“출판업에 도전장”

유통

GS리테일 대표를 역임하며 GS그룹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 온 조윤성 전 대표가 종합출판사인 시공사 대표로 취임한다. 유통업계 ‘멀티형 인재’로 손꼽히던 그가 다소 생소한 출판업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모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조 대표는 31일을 끝으로 40여년간 몸 담았던 대기업을 떠나 시공사 대표로 취임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취임일은 2024년 1월 1일이다. 조 대표는 “빌게이츠가 ‘나에게 소중한 것은 하버드 졸업장보다 책읽는 습관’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독서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렵다”면서 “대한민국의 독서 수준이 OECD국 최하위로 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한 구절을 생각하며 용기를 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고려대 통계학과 출신으로 1985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경영기획팀에 입사해 동경지사와 재경부서에서 근무했다. 2003년 LG유통(현 GS리테일)으로 옮긴 뒤 GS리테일의 GS25편의점과 GS수퍼사업을 이끌며 마트춘천점장, 물류부문 MD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그간 쌓아온 공적도 남다르다. GS리테일에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도입하며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점포별로 나눠진 서버를 중앙 통합형으로 구축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CFO 재임 시 백화점과 마트사업의 매각과 GS리테일의 성공적인 상장을 주도한 바 있다.여러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그룹 내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지만 2021년 편의점에서 진행한 한 행사 포스터가 ‘디자인 논란’에 휩싸이면서, 대표로써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5년전 BS그룹이 시공사 인수…“전재국씨와 무관” 유통업이 주 무대였지만 조 대표가 평소 와인과 클래식음악에 더불어 책 애호가로 알려진 만큼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경영능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을 고려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인 전재국씨의 설립 회사로 유명하지만, 2018년 매각되면서 전씨는 시공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당시 시공사 지분을 인수한 이는 중소기업 인수·합병(M&A)으로 유명한 박혜린 바이오스마트(BS)그룹 회장이다. BS그룹이 인수한 후 시공사는 영리추구 보다는 책을 읽지 않는 우리 사회에 정신적 가치 함양과 지성의 길에서 나침반 역할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현대문학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오며 ‘국내 단행본 업계 1위’ 출판사 부활을 노리고 있는 만큼 조 대표는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경영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2023.12.31 10:30

2분 소요
‘남혐 논란’ 조윤성 GS리테일 사장 물러날 듯…태광行에 무게

CEO

'한 지붕 두 가족'. GS홈쇼핑과 합병한 GS리테일이 통합 법인으로 새 시작을 알린 지 4개월여.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전에 희망퇴직 시행과 구조조정이 가속화 되는 가운데 연말 인사 시즌이 도래하면서 주요 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입길에 많이 오르내리는 주인공은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이다. 올해 특히 다사다난한 해를 보낸 조 사장은 연말 인사에서 물러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전망이 나온다. ━ 조 사장 물러나고…오 부사장 체제에 무게 11일 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GS리테일 2022년 주요 임원인사에서 물러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플랫폼 BU장으로 GS리테일의 편의점사업부, 수퍼사업부 등 오프라인 사업을 총괄해왔다. 후임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지 않지만, 지난 6월 조 사장으로부터 편의점사업부장직을 물려받은 오진석 전략부문장(부사장)을 중심으로 조직이 재정비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오 부사장에게 실질적 권한과 무게 중심이 많이 이동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GS리테일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조 사장이 외형상으로는 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요 역할과 실무 업무 전반은 이미 많이 내려놓은 것으로 안다”면서 “본인이 합병 전에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그렇게 되면 외부 모양새가 좋지 않고 조 사장이 GS안에서 일궈낸 공적도 많다보니 회사에서도 예우를 갖춰 용퇴를 만들어 주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 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퇴임’하는 모양새를 갖추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질성 인사’에 가깝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 전문경영인 중 핵심인물…오너 일가 신뢰 두터워 조 사장은 GS리테일 내에서 승승장구하던 핵심 인물이다. 1958년생인 그는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경영기획팀에 입사했다. 동경지사와 재경부서에서 근무한 후 2003년 LG유통(현 GS리테일)으로 옮겨 대형마트 점장, 물류 부문장, 생식품 상품구매 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LG상사와 LG유통을 거치며 GS 오너일가 조력자 역할도 톡톡히 했다.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과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신임을 쌓았다. 특히 허승조 전 부회장은 조 사장에 대한 신뢰감이 유독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허연수 부회장과는 ‘동문 파워’를 자랑한다. 조 사장이 고려대 78학번, 허 부회장이 80학번이다. 이런 탄탄한 입지를 배경으로 조 사장은 비오너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지금의 GS리테일 경영구도를 LG유통 시절부터 구축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GS리테일에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도입하는 등 물류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점포별로 나눠진 서버를 중앙으로 통합한 것도 조 사장의 아이디어다. 2011년 GS리테일 기업공개(IPO)에서도 흥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2000년 초반부터 급성장한 편의점 시장에서 GS25를 2위권에 안착시키며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는 공적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 남혐 논란이 발목…실적 악화에 권한도 축소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조 사장에게 이상 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 5월. 편의점 GS25가 때아닌 남혐(남성혐오)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당시 사태가 악화되면서 편의점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고, 사태 수습에 미흡했던 조 사장은 다음달 겸직하던 편의점사업부장직을 내려놨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조 사장의 퇴임 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남혐 논란 이후 GS25의 2분기 실적이 악화되고 그 여파가 계속되면서 조 사장의 권한도 대폭 축소돼 왔다. 지난 7월1일 합병 조직개편을 통해 플랫폼 BU장을 계속해서 이끄는 그림이 그려졌지만 당시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퇴임설이 다시 힘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4월 등기임원으로 재선임된 지 3개월 만에 이사회에서 물러난 것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남혐논란으로 책임자가 면직되고 조 사장은 부장직에서 물러나 플랫폼 BU장직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는 듯 했다”며 “하지만 이사회에서 빠진 것을 두고는 사실상 회사 퇴임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 허승조 따라 태광그룹?…GS리테일 “인사 문제, 알 수 없다” 조 사장의 향후 거취는 태광그룹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연결고리는 허승조 전 부회장이다. 허 전 부회장은 GS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GS그룹을 떠나 처가인 태광그룹에서 직을 맡고 있다. 허 전 부회장은 태광그룹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의 큰 매형이다. 허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허연수 부회장에게 GS리테일을 넘겨준 뒤 태광그룹에 둥지를 틀었고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태광산업 고문으로 미등기 비상근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공식적으론 자문 역할이지만 사실상 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조 사장을 중용한 허 전 부회장이 그를 추천했고, 조 사장 역시 그 뜻을 받아들여 대표직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면서 “조 사장이 다방면에서 경영능력을 쌓은데다 특히 통계 전문가인만큼 숫자에도 능해 태광그룹 재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GS리테일 측은 조 사장의 사임과 향후 거취에 대해 “인사 얘기인 만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조 사장의 사임과 태광행 관련 이야기는 업계에서 자주 나오던 얘기였다”면서 “올해는 남혐논란 등의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더 주목받는 것일뿐 새로울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GS리테일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연말 사업계획 보고도 안했고, 계열사 보고도 안한 상황이다. 인사 관련해서 결정 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조 사장 역시 매일 출근 하고 있다”면서 “몇가지 정황만으로 속단할 것도 아니고, (떠날지 머무를지) 인사란 건 확답을 내릴 수 없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이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11월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인사는 3주정도 빨랐지만 이번에는 기존대로 11월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11.11 09:00

4분 소요
예능 나와 딱지치기? “우리 사장님이 달라졌어요”

유통

최근 유통업계 CEO들의 파격 행보가 연일 화제다. 기존의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를 버리고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미지에 젊은 층이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달라진 경영 공식을 쓰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이건준 사장은 카카오TV의 예능 프로그램 ‘머선129’에서 강호동과 사활을 건 딱지치기 대결을 펼쳤다. 해당 영상은 23일 공개된 지 하루만인 24일 오전 150만에 육박하는 조횟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머선129’는 CEO와 대결을 통해 강호동이 이기는 경우, 해당 기업이 카카오TV 구독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약속한 경품을 카카오톡으로 선물하는 형식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반대로 강호동이 질 경우 카카오TV를 통해 기업 광고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방식이다. 두 사람은 이날 방송에서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인 딱지기치 일대일 대결을 붙었다. 이 대표는 ‘딱지치기 신동’으로 불리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호동에게 직접 필살 딱지 설계부터 세기를 조절하는 방법까지 전수하며 딱지치기에 혼신을 다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 ‘엄근진’ 옛말 … 친구 같은 CEO가 대세 양측의 치열한 논의 끝에 엄선된 CU의 인기 상품은 ‘확!실한 김밥’ 1만개, ‘리치리치 삼각김밥’ 1만개, ‘자이언트 떡볶이’ 5000개, ‘HEYROO 탄산수’ 5000개, ‘HEYROO 콘치즈 그라탕’ 3000개로, 총 3만3000개다. 이 대표는 “승패와 상관없이 CU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출연을 결심했다”며 “앞으로도 CU는 고객의 가장 가까이에서 좋은 친구 같은 편의점이 되기 위해 트렌디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머선 129’는 시즌2까지 진행하며 큰 인기를 끈 유튜브 웹예능 ‘네고왕’과 유사한 형식이다. 네고왕에도 여러 CEO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직접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사 브랜드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재계 소통왕’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스타벅스 코리아’ 유뷰트 채널에 ‘찐덕후’ YJ 고객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날 유튜브에서 정 부회장이 언급했던 ‘나이트로 콜드브루’의 판매량은 2주 만에 3배나 급증했다. 같은달 이마트 유튜브에선 땅끝마을 해남의 배추를 소개하는 장면에 출연해 140만이 넘는 조횟수를 기록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배추밭에서 ‘실한 놈’을 찾기 위해 내달리고, 시장에선 자신을 ‘장사하는 사람’으로 소개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함 회장은 장녀 함연지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에 등장해 기업 회장이 아닌 아버지로서의 모습으로 고객과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함 회장이 처음 등장한 ‘어버이날 특집’ 영상의 조회수는 350만회를 넘겼고 지난 21일에는 함연지가 함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오뚜기 사옥을 방문하는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두 사람은 오뚜기에서 운영하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방문해 함께 식사를 하며 다정한 부녀의 모습을 자랑했다. 친구 같은 이미지를 주기 위한 CEO들의 변신은 앞으로 더 활발해 질 전망이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는 최근 ‘앤토니가 간다’라는 유브트 코너를 만들었고, 네고왕에서 ‘편의점왕’으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조윤성 GS리테일 사장도 꾸준히 유튜브에 출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은둔형의 ‘엄근진’ 이미지가 CEO들의 모습이었다면 이젠 탁월한 예능감을 발산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CEO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들과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실적 견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5.24 12:09

3분 소요
공정해야 고객·협력사와 ‘윈윈’

산업 일반

▶1950년 生·서울고·한양대 공업경영학·럭키금성상사 패션CU 담당 전무·LG상사 유통사업부문장 부사장·LG백화점 사장·GS유통 사장(2002년 7월~) GS리테일은 세심하게 배려하는 회사다. 이런 기업 문화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협력사와 공정하게 거래하며 임직원들의 윤리경영을 챙기는 데에서 드러난다. 세심한 배려는 상생의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GS25 간판을 보면 좌우에 Friendly·Fresh·Fun이라고 쓰여 있다. 이 간판은 2005년 3월 LG유통에서 사명을 바꿔 출범한 GS리테일이 새로 단 것이다. 허승조(57) GS리테일 사장은 “간판에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았다”고 의미를 밝혔다. GS리테일의 조직가치는 Fair·Friendly·Fresh·Fun 등 네 가지다. 이들 가치는 허 사장이 직접 뽑아냈다. 그러나 맨 앞에 세워 가장 강조하는 ‘공정한(fair)’을 정작 간판엔 적지 않았다. 허 사장은 “고객 입장에서 ‘공정한 게 뭐야, 부담스럽다’고 느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넣지 않았다”고 들려줬다. 이처럼 GS리테일은 공정하게 거래한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철저하게 실천한다. 허 사장은 “윤리는 우리 내부적으로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GS리테일의 윤리경영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GS리테일은 전국에서 GS25 편의점 2,600여 개, GS슈퍼마켓 82개, 할인점 GS마트 13개, 그리고 GS스퀘어 백화점 3개를 운영한다. 이 밖에 11개 GS왓슨스 매장에서 건강·미용용품을 판매한다. GS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2조5,134억원과 4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사업부문 중 편의점 매출이 1조1,111억원으로 가장 크다.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GS리테일의 제도 중 하나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결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2002년에 GS25의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을 새로 구축했다. 대상 품목은 삼각김밥·김밥·샌드위치 등이다. 이들 품목의 유통기한은 12시간으로 정해 놓았다. “이렇게 유통기한이 짧으면 점포 근무자가 실수로 판매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이 회사 조윤성 경영혁신부문장(상무)이 설명했다. GS슈퍼마켓, GS마트, GS스퀘어 등의 매장에서는 1997년부터 당일판매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과일·채소·생선 등 신선식품과 잡채·나물·튀김·김밥 등을 매장에 들어온 날에만 판매하도록 한 것. 팔리지 않고 남은 식품은 전량 폐기한다. 초기에는 당일 입고 물량 가운데 7~8%나 남았다. 허 사장은 “적정량을 입고하는 한편 마감 시각이 다가올수록 할인 폭을 넓혀 판매함으로써 이 비율을 2~3%로 낮췄다”고 밝혔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일이다. GS리테일은 고객만족을 위해 김밥·주먹밥·샌드위치·햄버거·도시락 등 식품을 자회사 후레시서브에서 직접 만든다. 허 사장이 배경을 설명했다. “외부 업체에 맡겨두면 비용을 따지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만들지 않아요. 우리는 돈이 더 들더라도 청결하고 맛있는 식품을 계속 개발해나갈 것입니다. 그런 품목으로 돈을 벌지는 못해도 고객들이 그걸 사러 왔다가 다른 제품을 사거든요.” 후레시서브의 첫공장은 올해 3월 제주도에 세워졌다. GS리테일은 앞으로 공장을 더 지어 공급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협력회사와의 관계에서도 역시 공정함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GS리테일은 이를 위해 협력사 자문단을 위촉해 월 1회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듣는다. 또 협력사 고충처리 직통전화를 열어 놓았다. 나아가 협력사와 상생하기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기울인다. 대표적인 성과가 틈새라면, 공화춘 자장면·짬뽕, 박준 헤어케어 제품 등 독자 브랜드(PB) 상품이다. GS리테일의 이의섭 경영혁신팀장은 “PB 상품에 대해서는 우리가 각 매장에서 마케팅을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우량 중소기업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상품을 유통시키고, 우리는 좋은 제품을 싸게 팔 수 있다”며 윈윈 효과를 자랑했다. 허 사장은 2002년 7월에 윤리규범 세부실천지침을 개정해 공포하고 전 구성원에게 윤리규범 실천서약을 받았다. LG백화점, LG상사 할인점 부문, LG유통이 LG유통으로 통합해 출범한 때였다. 허 사장은 고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의 8남.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숙부다. 서울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상사에 입사해 패션사업 등을 담당한 뒤 97년에 유통 쪽으로 왔다. GS리테일은 윤리경영을 내부적인 부분에서 특히 깐깐하게 실천한다. 허 사장은 작은 일이라도 윤리에 어긋나면 엄격히 제재한다. “내부 직원이 보너스카드가 없는 고객의 구매 내역을 자신이나 친척에게로 돌려 포인트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 문제를 지적하며 해당자를 징계하려고 했더니 반발이 일더군요. 그게 무슨 큰 죄냐는 것입니다. 왜 죄가 아닙니까.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것인데. 금액보다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게 큽니다. 사소한 게 용인되면 조금씩 큰 부정에 대해 둔감해지게 됩니다.” 야자타임으로 직원 간 우의 다져 윤리경영 때문에 GS리테일의 조직 문화가 경직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조직가치 중 하나인 Fun이 GS리테일 곳곳에 스며든 덕분이다. 허 사장은 바비큐 파티를 예로 들었다. “이쪽에 오자마자 분기에 한번씩 할인점과 백화점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습니다. 야외 주차장이나 옥상에서 저녁 때 모입니다. 고기 · 술 · 음료수를 다 원가에 조달하니 비용도 얼마 안 듭니다. 1인당 1만5,000원이면 뒤집어 쓰죠. 고기 굽고 술 따르는 서빙 일은 과장 이상 간부들만 합니다. 장기자랑 시간이 지나면 내가 마이크를 잡고 야자타임을 선언해요. 존대하면 무조건 벌주를 마셔야 합니다. 파트타이머 아주머니가 내게 소리칩니다. ‘허승조, 거기만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술 한잔 따라봐’라고요. 하하하.” 부장과 임원들은 위계질서가 무너진다며 야자타임을 극력 반대했다. 허 사장은 “간부들을 이해시키기까지 한 2년 걸렸다”고 말했다. 내부 고객을 잘 모셔야 윤리경영도, 최고의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설득하고 보여주는 데 그만큼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이 아닐까. GS리테일의 윤리경영 철학 1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회사만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2 우리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약한 거래선에게 부당한 요구를 지속하면 우리가 순간적인 이득을 얻을지 몰라도 업체에는 커다란 고통을 준다. 3 페어 플레이를 통해 협력사와 윈-윈 하는 것이 기업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4 내가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것은 당연하고, 윗사람이 내게 그렇게 하는 것은 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느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2007.09.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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