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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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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LG생건 이어 제약업계도 가세…더마 시장 재편되나

유통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업계에서 더마코스메틱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 ‘빅2’가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K뷰티, ‘더마’로 경쟁력 강화최근 K-뷰티는 중국 시장 내 ‘애국소비’ 등에 막혀 실적 부진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K-뷰티 업계는 새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며 소비자 수요가 높아진 더마코스메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체들까지 더마코스메틱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더마’는 더마톨로지(피부과학/Dermatology)의 줄임말로 기능성 화장품 등을 더마 화장품 또는 더마코스메틱이라고 부른다. 기능성이 돋보여 ‘약국 화장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화장품 업계는 더마 브랜드 규모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더마 제품 개발에 착수하거나 이미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시장 선점에 한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1년 더마 화장품 브랜드를 본격 육성하기 위해 자회사인 에스트라를 흡수 합병했다.에스트라는 병·의원 유통을 기반으로 한 더마 화장품 브랜드로 대표 제품인 ‘아토베리어 365’는 올리브영 더마 화장품 인기 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피부 여드름을 해결하는 여드름 케어 제품과 데일리 케어로 토너, 로션, 클렌징, 에센스 등의 품목이 있다. 특히 에스트라는 일본 시장을 필두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일본 최대 뷰티 전문 플랫폼이자 브랜드숍 ‘아토코스메’(@COSME)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일본을 시작으로 베트남, 중국 등 아세안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더마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알엑스(COSRX)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해외 매출이 90%에 달하는 코스알엑스를 통해 해외 시장 매출을 다변화하는 한편 중저가 더마 화장품 라인을 확보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G생활건강도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더마 화장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4년 CNP 차앤박화장품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태극제약, 2020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로부터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을 품었다.앞서 지난 2022년 주주총회에서는 의약품 관련 사업 목적을 변경하기도 했다. 기존 ‘의약품, 원료의약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등 제조, 가공, 판매와 소분 매매’에서 수입에 대한 내용을 추가했다. 이는 독일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피지오겔의 제품 육성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 측은 차후 더마 카테고리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해 미국, 중국, 일본 현지 법인을 활용해 피지오겔을 선보이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화장품 업체뿐만 아니라 기존 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원천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제약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동아제약은 흉터치료제 ‘노스카나’의 주성분을 함유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파티온’을 2019년에 선보였다. 동국제약은 헬스케어 사업부에 속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인 ‘셀텔리안24’의 ‘더 마데카 크림’을 출시해 메가 히트상품으로 등극시켰다. 이후 후속을 잇따라 출시해 돌풍을 일으키며 ‘엑스퍼트 마데카 멜라 캡처 앰플’은 지난해 5월 누적 판매량 1000만병을 돌파하기도 했다.2025년 글로벌 시장규모 93조…뷰티·제약 경쟁 가열더마 화장품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더마 화장품 시장은 2017년 5000억원대 규모에서 2020년 1조2000억원, 2021년 1조5000억원까지 2배 이상 급성장했다. 수출 전망도 밝다. 글로벌 더마 화장품 시장은 2025년까지 93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중국 시장은 2013년부터 매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다. K-뷰티업계는 더마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뷰티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동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객의 개인 위생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단순 피부 관리를 넘어 이제 건강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뷰티 제품도 믿을 수 있고 효능이 보장된 제품이 인기가 많아져 더마코스메틱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건과 국내 대표 뷰티 기업이 중국·일본·북미 등 글로벌 더마코스메틱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더마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여기에 뷰티 업계를 중심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더마코스메틱이 제약업계로 확산되면서 경쟁은 더욱 불 붙을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명 제약 회사들이 최근 캐시카우 개발 차원에서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며 “기존 뷰티 기업들은 물론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제약사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1.26 08:00

4분 소요
치약형 잇몸치료제, 잘 키우니 효자 됐네

바이오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찾는 환자가 늘면서 제품을 내놓은 기업 매출도 고공행진 중이다. 환자들의 반응이 특히 좋은 제품 대다수는 양치질을 하면서 치주질환까지 관리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기존에 나온 치약형 잇몸치료제들은 사용 후 다시 양치질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제품들은 양치질로 치주질환을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등 치아 관리를 위한 성분은 다소 부족했다.하지만 동화약품의 ‘잇치’를 비롯해 최근 몇 년 사이 개발·출시된 치약형 잇몸치료제에는 연마제와 기초제(계면활성제) 등이 포함돼 있다. 양치질 한 번으로 치아 표면의 치태나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약품 사용 후 따로 양치질을 하지 않아도 돼 환자 편의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치약을 바꾸는 것만으로 양치질과 치주질환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실제 동화약품의 치약형 잇몸치료제 잇치는 2023년 단일 제품 기준, 연매출 300억원을 돌파했다. 동화약품이 잇치를 출시한 때는 2011년인데, 출시 첫 해 매출 37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해 3년 뒤인 2014년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2020년 매출 200억원을 넘겼고, 2021년 247억원, 2022년 278억, 2023년 333억원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출시한 지 10년을 넘긴 현재,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고속성장하는 모습이다. 잇치는 국내 치약형 잇몸치료제 시장 자체를 이끄는 대표 제품이기도 하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이 시장에서 잇치의 점유율은 94%에 달한다. 치약형이 아닌 다른 제형의 잇몸치료제와 비교해도 매출 규모는 높다. 국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잇몸치료제로는 동국제약의 인사돌플러스, 명인제약의 이가탄에프 등이 있다. 두 제품은 모두 먹는 형태의 의약품으로, ‘잇몸약’의 대표주자들이다. 이들 제품의 연간 매출 규모는 각각 200억원대로 잇치와 비슷하다.잇치 외에도 많은 기업이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시장에 내놨다. 잇치가 선점한 시장의 틈을 노리는 곳도 많다. 일동제약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6년 치약형 잇몸치료제 덴큐헬스를 출시했다. 회사는 먹는 형태의 잇몸치료제 덴큐를 판매해 왔는데, 이를 치약형으로 출시한 것이다. 덴큐헬스도 잇치처럼 양치질과 치주질환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이 의약품에는 잇몸의 염증이나 부기를 완화하는 생약 성분은 물론 발포제와 연마제도 들어있다.다만 일동제약이 치약형 잇몸치료제로 잇치와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잇치가 단일품목을 기준으로 연간 매출 300억원을 노리는 가운데 덴큐헬스의 매출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잇치가 출시 첫해 3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점과 비교해도 성과가 아쉽다. 태극제약과 조아제약 등 뒤늦게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출시한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치약형 잇몸치료제인 옥솔을 출시한 오스템 파마도 아직 성과를 내긴 이르다.‘약’ 되는 치약…유통사도 눈길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치약형 치료제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일반 치약을 생산해온 유통 기업들이 시장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기존에 일반 치약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치약형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의약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최근 유통 기업들은 신사업 개발의 한 축으로 헬스케어를 꼽고 있기도 하다. 식품이나 음료, 생활용품 산업에서 성장의 한계를 직면해서다. 치약형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예를 들어 오리온은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히며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인 하이센스바이오와 치약형 치료제를 공동 개발 중 있다. 하이센스바이오는 다양한 치주질환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은 이 기업의 R&D 역량을 자사의 해외 시장 지배력과 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오리온은 제과 사업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는데,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또한 중국 시장 내 치약형 치료제 시장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LG생활건강도 자회사인 해태htb를 통해 일찍이 치약형 잇몸치료제 정연탁효를 출시했다. 정연탁효는 동화약품의 잇치처럼 치주질환을 관리하며 양치질도 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항산화 물질인 토코페롤아세테이트가 주요 성분이라 잇몸의 혈액순환을 돕는다. 염증을 완화하는 에녹솔론, 항균제인 세틸피리디늄 염화물도 첨가돼 있어 염증을 치료하거나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균을 없앨 수 있다.LG생활건강이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내놓은 것도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치약형 치료제를 출시하기에 앞서 해태음료의 사명을 해태htb로 변경해 의약품과 의약외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도 밝혔다.

2024.01.21 08:00

3분 소요
칫솔질 한 번에 잇몸 질환 예방…치약도 ‘약(藥)’ 된다

바이오

환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진료과는 어디일까? 치과에서 주로 다루는 치주질환은 때론 신경치료 등을 동반해 치료 시 고통이 상당하다. 치료 비용도 만만치 않아 치과라면 아예 기피하는 환자들이 많다. 아울러 음식을 먹은 뒤 제대로 치아를 관리하지 못해 충치가 생기면, 치과에 가기 싫어 아픔을 참는 아이들로 부모는 골머리를 앓는다.치주질환 예방법은 간단하다. 식사 후 양치질을 꼼꼼히 하고, 치실 등을 사용해 치아를 철저히 관리하면 된다. 매년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중에서도 양치질은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양치질 효과를 높이기 위해 좋은 칫솔, 치약을 선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최근에는 입안을 더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기능성 치약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기능성 치약은 일반 치약에 미백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치약을 의약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치주질환은 환자가 치아를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약품이 치약 형태라면 환자가 양치질을 하는 것으로 질환 발생 가능성을 낮추거나 질환에 따른 증상의 정도를 완화할 수 있어서다.치약이 의약품?…슈퍼마켓·온라인 쇼핑몰선 못 사이렇게 의약품으로 개발되는 치약은 일반 치약과 다르다. 기능성 치약과도 구분된다. 입안을 관리할 때 쓰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치약 자체가 ‘약’이라서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ETC)이나 일반의약품(OTC)으로 허가받은 치약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치약은 치주질환과 잇몸질환 등을 예방하거나 치태, 치석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효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의약품이기 때문에 슈퍼마켓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매할 수 없고,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의약품에 해당하는 치약은 동화약품의 ‘잇치’, 일동제약의 ‘덴큐헬스’, 태극제약의 ‘이클린탁스’, 조아제약의 ‘잇케어’, 오스템파마의 ‘옥솔’ 등이다. 이 중 잇치에는 카모밀레와 라타니아, 몰약 성분이 들어있다. 덴큐헬스는 세틸피리디늄과 토코페롤아세테이트, 에녹솔론 성분을 포함한다. 옥솔도 에녹솔론이 주요 성분이다. 이들 성분은 염증이 생겨 부은 잇몸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다. 잇몸의 출혈이나 고름, 부기를 완화하거나 염증을 줄일 때도 쓴다.치약이 의약품이라고 사용 방법이 별다른 것은 아니다. 의약품에 따라 용법과 용량은 모두 다르지만, 잇치와 덴큐헬스, 옥솔 등은 하루 2~3회 잇몸에 바른 뒤 칫솔로 마사지하면 된다. 물론 치약 형태라도 엄연히 ‘약’인 만큼 사용 방법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반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용법과 용량을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치약형 잇몸치료제는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고 몇몇 의약품은 물로 헹궈서는 안 된다.일반의약품 넘어 전문의약품으로…치주질환 환자 수↑치약형 치료제를 향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로 인해 치주질환 환자 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어서다. 환자가 더 편하게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한치주과학학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치주질환 환자 수는 1673만명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노인 환자의 수가 가장 많은 질환도 치은염과 치주염 등을 포함하는 치주질환이다. 치주질환 환자의 수는 5년 전과 비교하면 40%가량 늘기도 했다.치주질환이 다른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선 치주질환은 전신질환으로 번질 수 있다. 또 치주질환은 우리 몸의 다른 질환 악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성질환인 당뇨병이 치주질환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치주질환 자체가 염증을 일으키는데, 당뇨병은 우리 몸의 염증 상태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 이외에도 치주질환이 췌장암과 대장암 등 여러 암종과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 질환과도 연관돼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기업들도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더 편리한 치약형 치료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치약형 잇몸치료제는 의약품을 사용한 뒤 양치질을 따로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잇치나 이클린탁스 등 몇 년 사이 출시된 치약형 잇몸치료제는 입안 청결 유지 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양치질을 여러 번 하지 않아도 된다. 치약형 잇몸치료제를 치약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양치질로 치주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잇몸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질환에 대한 의약품을 치약 형태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시린이 치료제를 치약 형태로 개발 중인 하이센스바이오가 대표적이다. 시린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약은 현재 의약품이 아닌 의약외품으로만 나와 있다. 제품의 효과도 시린이 자체를 치료하기보다, 증상을 다소 완화하는 데 그친다. 하이센스바이오는 국내 유통사 오리온과 세운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시린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오리온바이오로직스에 시린이 치료제 후보물질도 일부 넘겼다.

2024.01.21 07:00

3분 소요
[양상 달라진 코스메슈티컬 2차전] 병원·제약사→화장품 제조사로 주도권 이동

바이오

한국콜마, CJ헬스케어 인수로 더마 화장품 공략 강화…제약사 지분 인수하거나 자체 경쟁력 강화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로 잘 알려졌다. 의약품 영역에서도 위탁생산(CMO) 사업을 펼쳤지만 화장품 사업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몇 년 새 화장품에 검증된 효능을 지닌 의약 성분을 접목한 ‘더마 화장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더마’는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를 의미한다. 한국콜마가 제조·개발한 더마 화장품인 닥터자르트 세라마이딘 크림, 이아소시카라인 등이 매출을 주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더마 화장품 의뢰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며 “자극이 덜하면서 피부 개선과 진정에 효과적인 더마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한국콜마는 2월 20일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하며 본격적으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은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그 결과물이 더마 화장품이다. 기존 화장품이 피부 관리나 미용에 초점을 맞췄다면 코스메슈티컬 제품은 기능성과 치료에 무게를 둔다. 이번 인수의 배경에는 일찍이 더마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를 눈여겨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의사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CJ헬스케어 인수로 한국콜마는 더마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날개를 얻었다. 그동안 부족했던 제약 기술과 유통망을 한번에 확보하면서 기존 화장품 개발·제조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CJ헬스케어의 전문의약품 개발 기술 능력과 유통망 등을 활용해 더마 화장품의 신규 판로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통합연구소 출범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국코스메슈티컬 교육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2012년 320억 달러(약 34조2800억원)에서 지난해 470억 달러(약 50조5600억원)로 성장했다. 인구 고령화로 안티에이징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안팎이다. 전체 화장품 시장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15% 이상 성장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선전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관련 제품이 하나 둘 탄생해 병원과 제약사를 중심으로 시장을 키웠다. 최근 양상은 조금 다르다. 한국콜마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기업이 앞다퉈 제약사업에 진출하며 ‘코스메슈티컬 2차전’ 경쟁이 불 붙었다. ━ 5000억원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성장세 가팔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태극제약의 지분 80%를 44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한 데 이어 2월 주식 3540만주를 850여억원에 취득했다. 이로써 자회사 태극제약에 대한 LG생활건강의 지분율은 91.7%가 됐다. 태극제약은 기미·주근깨 치료제 ‘도미나크림’, 흉터 치료제 ‘벤트락스겔’, 멍·붓기 치료제 ‘벤트플라겔’, 화상 치료제 ‘아즈렌S’, 여드름 치료제 ‘파티마겔’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일반의약품 매출액 중 70% 이상이 피부흉터·여드름·화상치료 기능제품이 차지할 정도로 피부연고 분야에서 강세다. LG생활건강은 이미 2014년에도 차앤박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해 더마 화장품 시장을 공략 중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마 화장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태극제약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아모레퍼시픽은 자체적으로 전문 의약품·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아토피피부염신약의 안정성 및 유효성에 대한 임상3상 시험을 식품안전의약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또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의 사명을 ‘에스트라’로 변경하고 더마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제조, 병·의원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에스트라는 지난해 매출액 11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9% 늘어난 34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에스트라가 효자 역할을 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가 최근 ‘더마 리페어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KT&G 계열사 코스모코스는 2016년 피부과학 연구소 노하우를 앞세운 더마 화장품 브랜드 비프루브를 선보였다. 색조 화장품 전문이었던 클리오도 지난해 9월 선보인 더마 화장품 브랜드 ‘더마토리’ 매출을 4개월 만에 2배로 키웠다. 에이블씨엔씨의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와 네이처리퍼블릭은 기존 브랜드에 더마 라인을 추가했다.화장품 업계가 제약 사업 강화에 나선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해외 사업 부진도 한몫을 했다. 지난 2016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한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315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선전한 부문이 더마 화장품을 생산하는 에스트라다. 중국 내 환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며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항(抗)오염’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뷰티 분야에서 안티폴루션 기능을 갖춘 더마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드 여파에도 중금속 배출이나 항산화, 해독 기능을 갖춘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더마 화장품만이 돌파구라는 게 중론”이라며 “일반 화장품 브랜드에서도 더마 라인을 준비할 만큼 기술력에 대한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 화장품 업계, 중국 사업 부진으로 새로운 활로 모색 국내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계절과 상관없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더마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아름 융합연구정책센터 연구원은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으로 피부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해 성분이 배제된 순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또 시장이 세분화되며 여드름이나 악건성 등 본인의 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마 화장품을 판매하는 채널이 다양해진 점도 국내 화장품 업계가 코스메슈티컬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 더마 화장품은 약국과 병원에서만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온라인 쇼핑몰로 유통채널이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더마 화장품을 접할 기회가 늘었다”고 말했다.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국내 고객의 더마 화장품 구매경험 비율은 2014년 16.1%에서 지난해 25.7%로 증가했다.한편 제약기업의 화장품 사업 진출은 최근 수년 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16년 기준 25개 제약사와 18개 바이오 업체도 더마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2015년 더마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 24’를 선보인 동국제약은 상처치료연고인 마데카솔의 성분을 활용한 ‘마데카크림’을 출시해 1년 반만에 20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홈쇼핑과 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 등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하며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FDA 등록과 유럽에서의 임상테스트 등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동국제약 측은 홈쇼핑 채널을 먼저 공략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병·의원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칠 때보다 구매력이 높고 입소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며 “지난해부터는 신규 라인업을 추가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액 역시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코스메슈티컬 제품 유통채널 다양해져 대웅제약은 2016년 자회사 디엔컴퍼니를 통해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이지듀’를 선보였다. 이지듀는 대웅제약의 특허 기술인 상피세포성장인자(EGF)를 함유한 화장품을 개발했다. 체내에서 생성돼 피부의 세포를 성장시키는 인자로, 피부 재생과 주름 완화, 피부 탄력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지듀가 내놓은 ‘DW-EGF 크림 프리미엄’은 소비자 사이에서 ‘단백질 크림’으로 입소문을 타며 출시 1년 만에 175만개 팔렸다. 대웅제약은 국내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홍콩·일본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그룹의 건강기능식품 계열사 종근당건강에서 내놓은 ‘콘트라마크 크림’도 홈쇼핑 방송 2회 만에 단품 기준 3만5000개 주문을 기록하며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종근당은 앞서 독일 에스테틱 전문 제약사 ‘멀츠’와 제휴해 피부개선 화장품을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기도 했다. 일동제약은 2013년 미백·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고유에’를 시작으로 ‘퍼스트랩’ 등 화장품 브랜드를 연달아 론칭하면서 화장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화장품 사업을 사내에서 신사업팀을 통해 운영해오다 지난해 5월 화장품 법인 유한필리아를 설립, 2월에 유아용 스킨케어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화장품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바이오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지난해에만 3개 바이오벤처가 화장품 브랜드를 내놨다. 세포배양 전문 테고사이언스는 화상 피부 재생용으로 개발한 동종 유래 피부 줄기세포 치료제인 ‘칼로덤’ 기술을 적용해 ‘액트 원 씬 파이브’를 선보였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파미셀은 ‘셀바이텐’ 브랜드를 출시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동화약품과 공동사업체를 설립하고 줄기세포 배양액 화장품 브랜드 ‘배내스템을 내놨다. 바이오기업인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2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자회사 에스트라의 필러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파마리서치는 히알루론산 필러 ‘클레비엘’ 브랜드를 확보해 피부과 등을 통한 전문 피부미용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이처럼 제약·바이오 기업이 화장품 사업을 전방위로 펼치는 까닭은 브랜드보다 성분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체 특허기술을 보유한 제약사의 경우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도 높다. 이들은 피부에 좋은 유효 성분 함량이 높으면서도 안전하고 저렴한 제품군을 꾸준히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했다. 주름 제거 등 미용 시술에 주로 쓰이는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이나 필러, 여드름 흉터 제거용으로 사용되는 연고 등이 보편화되며 생활건강(뷰티·헬스케어)과 치료의 경계가 흐려진 점도 한몫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몸에 좋은 성분을 찾아내 제품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신약개발과 화장품사업은 비슷한 측면이 많고 여러 임상실험을 거쳐야 하는 의약품에 비해 화장품에 대한 진입장벽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사업을 안정적인 캐시카우(수익 창출원)로 삼아 오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는 구조도 확립됐다는 설명이다. ━ 더마 화장품 법적 규제 없어 … 신뢰도 확보 과제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확대됐지만 더마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은 아직 없다. ‘더마’라는 용어 사용에 대한 규제조차 없다. 예컨대 임상시험이나 전문의의 소견 없이도 더마 화장품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 연구소 제품이 아니거나 검증된 수준의 기능성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코스메슈티컬 제품임을 강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김강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무관은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지만 해외에서도 아직 관련 규정은 없다”며 “국내에서만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자칫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더마 화장품이라고 해도 기능성 면에서 의약품에 비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업계 차원에서 일시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보다는 새로운 원료와 기술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04.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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