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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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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목숨 걸고”…삼성전자, 美 ‘260조원 투자계획’ 영향 끼쳤나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향후 20년에 걸쳐 미국에 약 2000억 달러(260조원)을 투입하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 텍사스주에 반도체 생산라인 11개를 신설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지난 5월 삼성그룹이 국내외 450조원 투자계획을 밝힌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목숨 걸고 (투자) 하는 것”이라고 했던 언급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일 텍사스주 감사관실에 이런 내용이 담긴 세제혜택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오스틴에 생산라인 2개, 테일러에 9개의 생산라인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투자 규모는 1921억 달러(약 252조6000억원)에 달한다. 테일러 공장에 1670억 달러(약 220조4000억원)를 투자해 생산라인 9개를 만들고, 오스틴에는 245억 달러(약 32조2000억원)를 투입해 생산라인 2개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신청서에 이를 통해 1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생산라인은 오는 2034년쯤 완공될 예정이다. 나머지는 향후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완공될 전망이지만 정확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은 텍사스주 공공회계관리국이 웹사이트를 통해 삼성전자가 제출한 ‘챕터 313’ 신청 안건이 테일러 독립교육구 ISD와 기존 오스틴 공장이 있는 매너 ISD에서 각각 승인됐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챕터 313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주 정부가 10년 동안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세제 혜택 프로그램이다. 올해 소멸하는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삼성이 움직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이재용의 “목숨 걸고”…미국 투자도 포함됐나 삼성전자의 이런 투자 계획을 두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과거 “목숨 걸고 (투자) 하는 것”이라고 했던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이 부회장은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450조원 투자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숫자는 모르겠다”며 “앞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에만 360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반도체였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늘려 ‘초격차 전략’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팹리스(설계)는 ▶고성능 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5G·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분야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파운드리(위탁생산)도 차세대 생산기술을 개발·적용해 미래 시장을 개척해 나갈 예정이다. 이 밖에 바이오, AI, 6G 등에 대한 투자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 계획에 미국 투자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밑그림도 없이 나올 리 없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투자 계획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 통과를 후방 지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가시화하면 미국이 자국에 대한 투자를 확고히 하기 위해 지원법 통과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과 인센티브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법을 추진하고 있다. ━ “Thank you, Samsung” 이미 오스틴에 반도체 생산라인 2개를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170억 달러(약 22조원)을 들여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확정하자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 주지사는 일제히 환영입장을 밝혔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텍사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역사적 발표’”라며 “고맙다(Thank you, Samsung)”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5월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찾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지난해 5월에 약속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07.24 12:22

3분 소요
‘워싱턴 거물급 인사’ 스카우트 경쟁하는 재계…그 속내는?

산업 일반

국내 주요 기업들의 미국 정·관계 인사 영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영입된 인사들의 면면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을 정도로 미국 행정부와 백악관에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국내 기업들의 ‘워싱턴 인맥’ 잡기에 적극적인 이유는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한 무역분쟁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경제 안보’를 중시하자 저마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 LG는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 삼성은 전 주한 미 대사 영입 최근 재계에 따르면 LG는 조만간 워싱턴사무소를 개소할 예정이다. 4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워싱턴에 사무소를 두지 않았던 LG가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셈이다. LG는 개소하는 워싱턴사무소 공동소장에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낙점했다. 조 헤이긴은 한국에서 파견된 임병대 전무와 함께 워싱턴사무소를 이끌 예정이다. 40년 넘게 백악관 안팎에서 일한 조 헤이긴은 워싱턴 인맥이 폭넓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등 4명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 및 부통령을 백악관에서 보좌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부비서실장으로 지내며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기도 했다. ‘공화당 맨’이지만 민주당에서의 관계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 조 헤이긴은 미국 정계와 의회, 정부와 기관 등을 대상으로 대외협력 관련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워싱턴 거물’을 영입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 겸 본사 부사장에 임명한 것이다. 리퍼트 전 대사는 미국 민주당과의 관계가 긴밀하다. 2005년 당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외교보좌관을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자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는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다. 삼성·LG에 앞서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9월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를 포스코아메리카 고문으로 선임했다. 비건 전 부장관과 트럼프 행정부에서 손발을 맞췄던 알렉스 웡 전 대북협상특별부대표(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해 8월부터 쿠팡 워싱턴사무소 총괄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 전직 고위 관료 모시기 전쟁에 나선 이유는 미국에서의 사업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고,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으로 빠르게 정책 기조(America First)를 바꾸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 헤이긴을 영입한 LG는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제1공장(35GWh 이상), 테네시주에 제2공장(35GWh 이상)을 건설 중이다. 지난달에는 미시간주에 제3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고 제4공장 증설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2차전지소재 사업 확장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신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과 유럽 등에 양극재 공급망을 갖춰 생산량을 2030년까지 40만 톤(t)으로 늘릴 계획이다. ━ 워싱턴사무소 낸 한국기업 10곳 넘어 미국이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미국 행정부와의 조율은 필수적이다. 특히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받기 위해서도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워싱턴 정계 및 관가와의 접촉을 늘릴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당시 워싱턴DC를 찾아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을 잇달아 만나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부여 등의 지원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 7일 통과한 ‘미국경쟁법안’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쟁법안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미국 내에 제조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면 약 62조원 규모의 연방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한 미·중 무역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도 인맥이 탄탄한 전직 고위 관료들을 활용한 정보 수집 등의 대관 업무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소재와 관련해 미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등 각종 입법·규제·제재와 수출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계에 정통한 인사들의 활약이 절실한 셈이다. 한편 미국 워싱턴에 사무소를 낸 우리나라 대기업 수는 10곳을 넘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기아·SK그룹·SK하이닉스·포스코·한화디펜스·LIG넥스원·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이어 LG그룹과 현대제철이 조만간 사무실을 개소한다. CJ그룹은 워싱턴DC 사무소를 설립해 뉴저지법인이 맡아 오던 대관 업무를 이관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2.26 14:00

4분 소요
지금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한국은 패권 유지할 수 있을까?

국제 경제

2021년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과 ‘반도체 겨울’이 도래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뒤섞인 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도체는 수출 ‘대들보’ 역할을 했다. 2021년 11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153억 달러로 집계됐다. 1년 새 28.5% 늘었고, 역대 최대 수출액인 2018년(1267억 달러)에 근접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관심과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반도체 공급망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별 패권전쟁이 본격화했고 기업들은 앞다퉈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2022년에도 ‘반도체 강국’ 타이틀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22년 세계 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022년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 경제활동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경제가 회복하면 반도체·석유화학 등 제조업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사이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 인공지능·메타버스·자율주행 뜨면 반도체도 뜬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 서비스가 성장궤도에 오르면 반도체 수요처 역시 확대된다. 수요산업에 대한 전망이 좋아서, 반도체는 2022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 전반으로 번진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2023년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수요는 많아지는데 생산기업들의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삼성전자, TSMC(대만 반도체 제조사) 등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가 앞다퉈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처가 다변화하고 반도체 주원료인 웨이퍼 품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은 2~3년 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반도체 품귀현상이 이어지면 ‘반도체 제조’의 키를 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공급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2021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왕좌’를 탈환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2021년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6%로 인텔(13%)을 3%포인트 앞질렀다. 메모리반도체로 1위를 탈환한 삼성전자는 2022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향해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확정하면서 한국(경기 용인·화성·평택)과 미국(텍사스주 오스틴·테일러)을 잇는 시스템 반도체 벨트를 구축했다. 20조원에 달하는 신규 파운드리 투자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경제안보’로 내세우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양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키워 시장 1위인 TSMC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1년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4%로 2위지만 1위 TSMC(58%)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양사의 파운드리가 모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 역시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 ‘파운드리 확대’로 시스템반도체 속도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등 고객사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최근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과 GM, 포드 등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면서 이들의 생산을 맡을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퀄컴 등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자들이 군림하고 있어 팹리스사들의 수주 역시 파운드리로 몰릴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미국 신규 공장에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미만 최첨단 파운드리 라인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의 3㎚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생산능력 확대와 초미세공정 기술력 우위를 선점해 TSMC를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역시 2021년 ‘폭풍 성장’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1년 3분기 점유율은 7%로 전 분기(6.2%)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전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48% 늘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시장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은 2021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앞으로도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0월 17년 전 매각했던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키파운드리를 다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8인치 파운드리는 반도체 주원료인 웨이퍼의 크기가 200㎜라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8인치’에 집중하는 이유는 차량용반도체 수급난으로 8인치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8인치 웨이퍼 기반 칩이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어가던 8인치 웨이퍼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응용수요처가 다양해지면서 수요처의 요구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은 파운드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파운드리 시장은 이미 TSMC와 삼성전자라는 절대강자들이 양분하고 있다. 이 두 기업에 비해 파운드리 역량이 부족했던 SK하이닉스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8인치 집중’ 전략을 꺼낸 것이다. 두 기업의 캐시카우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역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2021년 10월 급격하게 하락했던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우려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격은 하락해도 수요 시장이 견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에는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요 시장 회복이 빨라지자, 증권가에서는 정보기술(IT)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는 2022년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메모리와 메모리반도체는 스마트폰·서버·PC 등과 일반적으로 실적,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이슈 및 세트 교체 수요 단기 종료 등의 영향으로 PC 및 모바일 판매가 부진하고, 서버업체의 보유 재고는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2분기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내년 메모리반도체 수요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반도체 자립’ 위한 국가별 패권 전쟁 본격화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21세기 석유’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별 패권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차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2015년부터 자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파격 지원을 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필수 요소인 반도체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장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가능해서다. 미국 하원 승인을 앞둔 ‘반도체생산촉진법(CHIPsforAmericaAct)’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액의 40%를 세액 공제로 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역시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경제안보’로 인식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반도체는 미·중 공급망 경쟁의 핵심이다. 중국은 칭화유니, SMIC, 화웨이 등을 통한 ‘반도체 굴기’를 꿈꾸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ASML,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글로벌 최상위권 반도체 장비기업이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텔의 중국 공장 증설을 막기도 했다. 인텔이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에 따라 중국 청두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백악관은 아예 반도체 기업의 해외투자 심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나섰다. 최근 10㎚ 이하 초미세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공장을 유럽 내에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인텔,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의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과 세제혜택을 내걸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약 6000억 엔(약 6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중 4000억 엔(약 4조원)은 TSMC의 구마모토현 신규 공장 건설에 지원하고 나머지 2000억 엔(약 2조원)은 마이크론과 키옥시아의 공장 증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반도체 시설투자가 ‘국가전’으로 번지면서 한국의 입장이 애매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추가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없으면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지고, 중국을 포기하면 가장 큰 시장을 잃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 수입된 반도체 장비 중 일본산 비중이 39.3%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산이 21.9%로 2위를 기록했다. 2020년 국내 반도체 소재 수입 국가는 일본(38.5%)이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중국(20.5%), 미국(11.3%) 순이었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2020년 기준 수입량의 93.8%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는 중국이었다. 2020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의 43.2%(약 412억 달러)는 중국이 차지했으며 홍콩은 18.3%(약 174억 달러)를 차지해 이들 중화권 국가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61.5%에 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을 벗어난 반도체 공급망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중국과의 연계성이 매우 높아 미국의 대중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생산공정의 대중국 의존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핵심기술의 보안 및 보호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공급망에 있어서 취약 분야는 미국·일본·유럽 등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여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2.01.08 10:00

7분 소요
[단독] 文정부 5년, 리쇼어링 ‘대기업' 한 곳도 없었다

산업 일반

문재인 정부 재임 5년 동안 해외에서의 사업을 접고 국내로 되돌아온 리쇼어링(유턴기업) ‘대기업’이 사실상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일 정부는 2022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을 통해 "3년 연속 유턴기업 20개 이상 유치를 목표로 유턴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고 자평했지만, 유턴기업이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된 사실을 애써 감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집계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국내로 돌아온 우리 기업 가운데 ‘유턴기업’으로 신청한 곳은 총 66곳. 이 가운데 대기업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측에서 “국내로 돌아오기 위해 해외 사업을 철수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을 고려하면 국내로 복귀한 대기업 수는 ‘0’인 셈이다. 중소기업은 47곳, 중견기업은 16곳이 돌아왔지만 해외로 나간 대기업은 국내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셈이다. 일자리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대기업 복귀와 연계 기업들의 집중화가 필요한데, 당분간 이런 성과가 나기는 힘들 것이란 평가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지원법)을 본격 시행해왔다. 유턴지원법은 유턴기업에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을 완전 청산하거나 50% 이상 생산량을 감축하고 돌아오는 기업에 법인세 5년 면제 등의 혜택을 줬는데, 그럼에도 돌아오는 기업은 늘지 않았다. 2018년 정부는 이 요건을 완화해 해외 생산량을 25%만 감축해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해주기로 했고, 올해 6월에는 첨단산업 또는 공급망 안정 핵심품목의 해외사업장의 경우 해외 사업장을 축소하지 않고 돌아와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비수도권지역에 2개 이상 기업이 협력형으로 복귀하면 해외사업장 축소요건을 25%에서 10%로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유턴기업 소득‧법인세‧관세 감면 기한을 2024년 12월까지 3년 연장하고 유턴기업이 수입하는 자본재에 대해 완전 복귀시 100%, 부분 복귀시 50% 관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유턴 보조금은 500억원에서 최대 57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외국인투자기업만 자유무역지역으로 들어올 경우 임대료 감면 혜택을 주던 정부는 비수도권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하는 국내 유턴기업도 임대료를 줄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국내 복귀를 고려하는 곳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진출한 지 10년 이상 경과한 한국 기업 512개사 중 85.5%가 올해 투자환경이 10년 전과 비교해 악화했다고 평가했는데, 그래도 한국으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상당수는 ‘동남아, 인도를 포함한 신 남방지역(67.2%)’으로 사업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에서의 이점이 한국보다 크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나 동남아지역을 찾아 이동하는 기업은 중소‧중견기업에 국한된 경우가 많다는 견해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비단 인건비 때문은 아니다. 수출, 세금, 판매 등 복합적인 환경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 SK가 미국에 수 십조 원을 투자하는 게 인건비 때문이겠냐”며 “대기업을 불러오기 위해선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2.2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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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반도체 기업 모시기’…세금 90% 환급해주고 투자비 절반 지원

산업 일반

‘30년간 세금 90% 감면’, ‘공장 설립 투자금의 절반 지원’ 미국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산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파격 지원을 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필수 요소인 반도체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장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가능해서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지로 테일러시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도 텍사스주와 테일러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일러시는 30년간 최대 90%의 재산세를 환급하기로 했고 테일러시 독립교육구는 3억 달러(약 3500억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테일러시 윌리엄슨카운티도 첫 10년간 재산세 90%를 환급하기로 했고 이후 10년은 85%를 환급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여기에 텍사스주는 텍사스 산업 펀드(TEF)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2700만 달러(약 320억원)의 보조금도 지급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의회가 ‘칩스 포 아메리카’라는 반도체 기업 지원 관련 법이 통과되면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 당시 텍사스주뿐 아니라 애리조나주와 뉴욕주 등 후보 5곳을 놓고 고민했다. 이 중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기존 오스틴 공장과 가까워 기반시설 공유가 가능하고, 부근에 첨단 IT기업이 대거 들어서고 있어 인프라 조성 차원에서도 가장 큰 이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텍사스주가 이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내건 이유는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와 존 코닌 상원의원은 지난 24일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에 수차례 감사 표시를 했다. 이번 투자로 직접적인 일자리만 2000개가 창출된다. 현지 언론은 2년간 공장을 짓는데 필요한 건설노동자나 자재 수급자 등 간접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표하고 있다. ━ ‘반도체 격전지’ 떠오른 미국…파운드리 경쟁 본격화 삼성전자뿐 아니라 TSMC, 인텔 등 반도체 공룡들의 연이은 시설 투자로 미국이 반도체 산업 격전지로 떠올랐다. 미국은 그동안 반도체 설계와 장비, 수요 등 반도체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5대 반도체 업체 중 8개가 미국 회사다. 하지만 ‘생산’에서 뒤처졌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생산은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부터 반도체 품귀현상이 발생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됐다. 미 정부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걸친 ‘자립’을 결정했다. 일본 역시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경제안보’로 인식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첨단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약 6000억 엔(약 6조원)을 배정할 예정이다. 이 중 4000억 엔(약 4조원)은 TSMC의 구마모토현 신규 공장 건설에 지원하고 나머지 2000억 엔(약 2조원)은 마이크론과 키옥시아의 공장 증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용인에 조성되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클러스터 추진에 최대 2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대표 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10년 동안 120조원을 용인 클러스터에 투입해 공장 4개를 가동할 예정이다. 첫 번째 공장은 2024년 초 착공할 계획이며, 2025년 첫 번째 공장의 양산 준비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국가에 비해 지원금이나 세금감면 혜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약속했던 '반도체 특별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부가 소위 'K-반도체 전략‘을 제시하고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건 지난 5월이지만 여전히 발의 된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강화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은 타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 유치를 위한 보조금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자국 기업 밀어주기’라는 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 있다”며 “정부가 기존 반도체 특별법을 국가전략핵심산업특별법으로 확대해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11.2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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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삼성!” 텍사스 축제 분위기···반도체 공장 유치에 백악관도 환영

산업 일반

"Thank you, Samsung" 삼성전자가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확정하자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 주지사가 일제히 환영 입장을 표했다.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신규 공장을 텍사스에 건설하기로 한 데 대해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기여할 것이라며 반긴 것이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 경제·안보 분야에서 각각 최고위급 책임자인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공동성명을 내는 등 삼성의 투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급망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우리의 공급망 보호를 돕고 제조업 기반을 활성화하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삼성의 텍사스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삼성의 투자 결정에 매우 기쁘다”며 “반도체의 국내 생산은 가장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혁신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삼성의 투자가 텍사스에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이 국가안보 및 경제 안보에 핵심적”이라고도 했다. 같은 날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투자 유치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애봇주지사는 삼성의 이번 투자에 대해 “텍사스뿐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끼칠 ‘역사적 발표’”라며 “고맙다(Thank you, Samsung)”는 말을 5번 이상 반복해서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텍사스주에 건설을 추진하는 파운드리 신규 라인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오는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약 170억 달러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텍사스 내 외국인직접투자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로 텍사스 지역 내엔 2000개가 이상의 기술 분야 일자리와 6500여개의 건설 분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이와 연관된 수천 개의 취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2021.11.25 10:33

2분 소요
이재용, “냉혹한 현실 체감”하고 ‘뉴 삼성’의 길 제시하다

CEO

“현장의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 10박11일 간의 북미 출장을 마치고 24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회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방문 이후 13개월 만이었다. 북미 출장은 2016년 이후 5년4개월 만이다. 5년여만의 미국행이라는 점, 그리고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첫 글로벌 경영 행보라는 점에서도 그가 내놓을 성과에 관해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지난 19일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34주기 추도식도 불참하며 출장길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의 미국 방문이 가진 의미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 부회장의 입에서 “마음이 무겁다”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시장 경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의 기틀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미국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치고 가시적인 성과도 도출했기 때문이다. ━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위한 통큰 투자…냉혹한 현실도 체감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성과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약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이번 파운드리 공장 건설은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이라는 삼성전자의 목표를 실현시킬 승부수라는 평가다. 앞서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이후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203 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7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기준 대만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52.9%로 글로벌 1위 지위를 탄탄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7.3%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5G, 메타버스 등 IT산업을 이끄는 미국 한복판에 파운드리 공장을 만들어 시스템 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 부지가 결정되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놨다. 브라이언 디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좌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급망 보호는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대 우선 과제”라며 “오늘 삼성의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백악관을 비롯해 미국 정가 인사들도 연쇄적으로 접촉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를 중심으로 미국 연방의회 핵심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의 통과 등에 대한 협조를 강하게 요청한 것이다. ━ 인텔 등 현지 반도체업체 집중 견제 뚫고 안착할 수 있나 해당 법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발의한 반도체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으로, 핵심 IT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할 수 있도록 520억 달러(약 62조원)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상원을 통과했지만, 현재 하원에 계류 중이다. 삼성전자·TSMC 등 해외 기업에도 보조금을 주는 것에 미국 반도체업계에서 반대하고 있어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생산비가 아시아보다 30∼40% 비싸서는 안 된다”며 “이 차이를 줄여 미국에 더 크고 빠른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미국 정부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이튿날인 19일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도 만났다. 백악관이 외국 기업의 대표를 개별적으로 초청해 핵심 참모들과의 면담 일정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투자를 사실상 결정하고, 백악관 측에 이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글로벌 이슈로 부상한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 첫 행선지로 정한 AI센터…삼성의 미래 증명해 두드러진 성과는 ‘반도체’였지만 이번 북미 일정에서 가장 많이 할애한 부분은 AI·메타버스 등 차세대 소프트웨어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였다. 이 부회장의 출장 첫 일정이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삼성 AI센터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석방 후 첫 해외 출장지로 AI센터를 택했다는 것은 AI가 삼성의 미래사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토론토센터는 스벤 디킨스 토론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센터장을, 엘런 젭슨 토론토대 교수가 부사장 겸 수석과학자를 맡고 있다. 두 교수는 ‘AI의 눈’으로 불리는 컴퓨터 비전 분야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AI는 이 부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후 삼성은 지난 8월 3년간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삼성은 “AI·로봇 등 미래 신기술·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일 개최된 ‘삼성 AI 포럼 2021’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은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AI 기술은 사람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드는 기술이며 삼성리서치의 모든 R&D 영역에 AI가 적용되고 있다”고 전사적으로 AI가 쓰이고 있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 구글과 ‘안드로이드 동맹’ 굳건히…빅테크 CEO와 ICT 집중 논의 이 부회장은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전 마지막 날인 22일(현지시간)에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를 만나 AI를 비롯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ICT 분야의 다양한 공조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10여년 전부터 스마트폰 사업에서 오랫동안 협력 관계였던 삼성전자와 구글은 시스템반도체로 협력 분야를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자체 설계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탑재하기로 한 가운데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시스템 반도체, AI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경우 이른바 ‘안드로이드 동맹’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ICT 기술 협력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버라이즌 경영진도 만났다.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모바일 ▶VR ▶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 및 소프트웨어(S/W) 생태계 확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을 방문한 자리에선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한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를 만나서는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사업 등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방안에 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2018년 세계 최초로 5G 홈(5G FWA) 서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2019년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 ‘제2 반도체 신화’ 꿈꾸는 바이오…모더나 CEO로 물꼬 틀까 이 부회장이 빼놓지 않고 만난 인사는 누바아페얀 모더나 공동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 계획을 발표하며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로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모더나와 삼성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사업 파트너’ 관계로 올라섰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모더나와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8월부터 생산에 나섰으며, 10월부터는 삼성이 생산한 백신이 국내에 출하돼 전국의 방역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아페얀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사업에서의 공조 방안과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아페얀 의장은 1999년 설립한 바이오 제약 관련 투자회사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을 통해 모더나를 포함한 100개 이상의 혁신적인 바이오텍을 발굴해 투자하는 등 업계 리더로 꼽히는 인물로 업계 영향력이 크다. 야페얀 의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향후 글로벌 바이오업체들과의 활발한 교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글로벌 기업 CEO와의 만남은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귀국 후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 항공센터에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보고 회포를 풀 수 있었고, 또 미래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참 좋은 출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말한 “시장의 냉혹한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재다. 그가 광폭 행보를 통해 보여준 ‘뉴 삼성’이 본 궤도에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가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11.24 18:24

6분 소요
삼성전자 美 테일러시 신규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1위' 위한 전초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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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 20조원에 달하는 이번 투자로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삼성의 새로운 목표에도 속도가 붙었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파운드리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규모로 건설될 신규 파운드리는 2024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이로써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투트랙 체제로 가동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경제안보’로 내세우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오스틴 사업장과 25km 떨어져 있어...첨단 반도체 생산 삼성전자가 신규 공장 부지 후보 5곳 중 테일러시를 최종 선택한 이유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와 공급 안정성이다. 여기에 지방 정부의 세금감면 혜택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테일러시에 마련되는 약 150만평의 신규 부지는 기존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있다. 기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 테일러시는 최근 2억9200만 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의결하며 제2파운드리 공장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텍사스 지역에는 다양한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이 있어 파운드리 고객과 우수인재 확보에도 많은 이점이 있다. 텍사스는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텍사스로 향하고 있고 오스틴에만 5500개 이상의 IT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해있다. 테슬라 역시 지난 10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는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은 텍사스에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마련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규 라인 건설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다양한 신규 첨단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확대하겠다”며 “4차 산업혁명 가속화 등 차세대 IT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시스템 반도체 1위' 향한 일발 장전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투자는 ‘시스템 반도체 1위’를 향한 일발 장전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위기 때마다 압도적인 투자로 경쟁자를 따돌려온 ‘초격차’ 전략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미국에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이 부회장의 수감으로 최종 투자 결정이 늦어졌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된 지 3개월 만에 미국으로 출국해 대규모 투자 의사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키워 시장 1위인 TSMC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4%로 2위지만 1위 TSMC(58%)와 격차가 크다. TSMC 역시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양사의 파운드리가 모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미국 신규 공장에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미만 최첨단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의 3㎚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2025년에는 GAA 기반 2㎚ 양산에 돌입하는 등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생산능력 확대와 초미세공정 기술력 우위를 선점해 TSMC를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 공장 신설과 평택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2026년까지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3배 가까이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11.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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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美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투자 결정…170억 달러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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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의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 시를 최종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테일러시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해당 공장 건설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신규 라인에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으로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은 텍사스 중부 주민들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텍사스의 특출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1.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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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미국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가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로써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은 텍사스주 오스틴과 테일러 투트랙 체제로 가동될 전망이다. 23일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는 오후 5시께(국내 24일 오전 7시)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부지 선정과 관련한 공식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0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해외 단일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대규모 투자 의사결정이기도 하다.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악관 고위 인사와 미 의회 핵심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2공장 투자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과 19일 잇따라 미국 정계 핵심 인물들을 만나 파운드리공장 투자와 반도체 공급망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부회장이 만난 백악관 인사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사실상 결정하고 백악관 측에 설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이 들어설 테일러시는 오스틴 제1공장과 약 40㎞ 정도 떨어져 있다. 테일러시는 최근 2억9200만 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의결하며 제2파운드리 공장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양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서 펼칠 파운드리 경쟁 역시 관전 포인트다. TSMC 역시 120억 달러(약 14조)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키워 시장 1위인 TSMC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4%로 2위지만 1위 TSMC(58%)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양사의 파운드리가 모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등 고객사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최근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과 GM, 포드 등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면서 이들의 생산을 맡을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퀄컴 등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자들이 군림하고 있어 팹리스사들의 수주 역시 파운드리로 몰릴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미국 신규 공장에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미만 최첨단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의 3㎚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2025년에는 GAA 기반 2㎚ 양산에 돌입하는 등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생산능력 확대와 초미세공정 기술력 우위를 선점해 TSMC를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2021.11.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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