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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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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사업’ 이 손에…‘조합장 자리’ 두고 갈등 격화

부동산 일반

지난 5월 20일 한남2재정비촉진구역(한남뉴타운 2구역)에서 세 번째 조합장이 탄생했다. 2021년 말 해당 재개발사업의 첫 리더였던 김성조 조합장이 해임 총회를 통해 물러난 지 불과 1년 반 만이다. 김 전 조합장의 남은 임기를 보궐선거를 통해 채웠던 이명화 조합장 또한 연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두 조합장들의 불통과 독단적인 업무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달 3일엔 조합원 102명이 이사회 회의록 허위 게시 혐의 등으로 이 조합장을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기총회에서 조합장 선거를 예정대로 진행됐고, 결국 이 조합장은 세 명의 후보 중 2위를 차지해 상근이사로 재직 중인 홍경태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2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이처럼 조합 집행부와 반대 조합원들 간 갈등으로 인해 조합장이 교체되는 사례가 일상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유주들의 무관심이나 빠른 사업진행을 위한 의지로 어려웠던 일이 정보 공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정비시장에서 ‘제왕적 조합장’이 득세했던 시대가 점차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계·감정평가 둘러싼 갈등, 조합장 교체로 조합 내부 갈등과 이에 따른 조합장 교체 현상은 주로 설계문제와 감정평가 결과 등을 두고 발생한다. 설계는 새로 탄생하는 단지의 품질을 결정하고 공급 가구 수, 완공 후 시세 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특히 서울에선 사업시행계획 인가 뒤 시공사 선정 절차가 시작되면서 조합원 간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되는 등 갈등이 표출되곤 한다. 통상 관리처분과 함께 정비사업의 ‘빅 이벤트’로 꼽히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들이 설계와 조합운영의 투명성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조합장 등 집행부가 특정 시공사나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다는 의혹 역시 이때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감정평가에 대해선 주로 재개발 조합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지지분은 물론 다세대·연립이나 다가구·단독주택, 상가부터 건물, 도로지분까지 각자가 보유한 부동산 종류가 매우 다양해 종전자산평가 직후 공정성에 불만을 표출하는 조합원들이 다수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남2구역 갈등 역시 2021년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을 앞둔 상태에서 당시 설계가 논란이 되며 처음 불거졌다. 통풍, 채광에 불리한 동 배치부터 설계업체 선정 과정 역시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가 있다. 지난 2월 일부 조합원이 결성한 ‘고급화·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설계업체 선정 및 기존 설계상 타입 구성 문제로 이흥수 조합장 해임총회를 열어 안건을 가결시킨 바 있다. 2021년 한남3구역에서도 조합원 분양신청에 앞선 종전자산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구역 내 아파트, 연립, 다가구 소유 조합원들이 일제히 조합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기도 했다. 2019년 1군 건설사 3곳의 치열한 수주전으로 유명세를 탔던 한남3구역은 공사비만 2조원, 총 사업비 7조원 규모 ‘메가 재개발 사업’으로 조합원 수가 3880명인 만큼 이해관계 역시 복잡해 현재까지 갈등이 빈번하게 불거지고 있다.이미 세 번 연임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이수우 당시 조합장은 선거관리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선관위를 해산하는 등 강수를 두었으나 결국 11월 열린 조합장 선거에서 조창원 현 조합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온라인 통한 집단행동, 여론 형성에 효과적한 부동산 전문가는 “예전에는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생활에 바쁘고 정보를 찾아보기가 어려워 조합 일에 관여를 못했지만, 요즘은 모든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공유돼 조합원들이 조합 업무에 불만을 갖고 행동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임원진이 옛날 방식으로 조합을 운영했다간 해임에 직면하기 쉽다”고 설명했다.현재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및 시도조례에 따라 각 지자체는 조합별 용역업체선정 결과, 총회 의사록, 회계감사보고서 등을 온라인을 비롯한 방식으로 공개토록하고 있다. 서울시 소재 각 조합과 추진위는 정비사업 관리 플랫폼인 ‘정비사업 정보몽땅(옛 클린업시스템)’에 예산, 회계 장부도 올려야 한다. 해당 자료들은 조합원이면 누구나 접속해 확인할 수 있다.최근 조합원 등 소유주들은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조합과 추진위의 업무진행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포털 카페 및 밴드, 오픈 카카오톡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결집하고 있다. 결국 조합 집행부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집단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모바일 채널의 역할이 크다. 동시에 자리를 지키려는 기존 조합장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조합장 자리에서 갖가지 공격을 받기 때문에 해임을 당하거나 연임에 실패하는 것 자체가 개인에게 불명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수4지구에선 해임된 조합장이 업무를 이어가며 물러나지 않아 조합원들이 법원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연봉과 성공보수 등 공식적 수입뿐 아니라 ‘비공식적 소득’과 권력도 조합장 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의 유인이 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설립은 물론 추진위도 생기지 않은 추진준비위 단계부터 위원장에게 다수 업체가 접근해온다”며 “한번 그 자리를 맛본 뒤 놓기가 쉽겠나”라고 말했다. 기존 조합 집행부는 통상 ‘속도론’을 내걸어 빠른 사업진행을 원하는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그러나 최근 공사비가 3.3㎡당 700만원 선으로 급등한 한편,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분양시장이 침체에 들어서자 손도론도 힘을 못 쓰는 분위기다. 오히려 시장이 정상화할 때까지 속도 조절을 하자는 주장이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행부 교체 시도가 잦은 서울에서 조합장 해임이 더욱 앞당겨질 분위기다. 서울시가 오는 7월부터 사업시행계획 인가가 아닌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조례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자금을 미리 수혈 받고 사업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된 반면, 정비사업 초기단계부터 조합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조기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2023.06.02 06:00

4분 소요
한남3구역 조합장 선거 앞두고 터진 각종 의혹의 ‘진실은’

부동산 일반

오는 29일 조합장 선거를 앞둔 한남뉴타운 3구역이 시끄럽다. 4번째 연임에 도전하는 이수우 조합장과 반대파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면서 각종 의혹과 반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조합과 일부 조합원들이 ‘비례율 상향을 위한 근린생활시설 3층 누락’과 ‘현대건설에 판매시설 헐값 매각’ 등 의혹을 두고 논쟁에 한창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이 통상 도시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보여주는 ‘비례율’을 높게 조작하기 위해 기존 관리처분계획 서류에 있던 근린생활시설(근린상가) 3층을 조합원 분양신청안내서에 누락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합과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분양신청안내서 단순 표기에 따른 오해라는 입장이다. 조합 및 시공사 관계자는 “안내문 22~23페이지에 2-1블록 301~336호와 2-2블록 301~313호가 표기된 부분이 오해를 산 것”이라며 “‘30X’호로 표시된 호실이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3층이 아닌 도로에서 직접 출입할 수 있는 지상1층으로 설계됐으며 편의상 30X호로 표기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 헐값이라던 판매시설 분양가, 전용면적으로 계산하면 높아 이 외에도 일부 조합원들은 현 조합 집행부가 시공사에게 판매시설을 저렴한 값에 넘기기 위해 낮은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남 3구역 조합은 현대건설이 현대백화점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한 판매시설 분양가를 1㎡ 당 5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은 상가 조합원이 분양받는 근린생활시설 평균 분양가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조합원들은 현대건설이 ‘상가 대물변제’ 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해 준공 직후 빠른 청산을 빌미로 상가를 헐값에 인수하려고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공사는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시설을 우선 분양받을 권리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분양가는 용산구청에서 선정한 감정평가 업체에서 책정하며, 시공사는 이 부분에 전혀 관여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대건설이 시공권 입찰 당시 제안한 내용은 준공 이후 미분양된 상업시설에 대해 공사비 대신 대물로 변제 받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구역 상업시설 분양가를 시공사한테 유리하게 책정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들 역시 “조합이 상가를 일반분양한 후 팔리지 않을 경우 건설사가 대물변제 형식으로 인수할 수는 있다”며 “이를 건설사가 판매시설에 대한 우선권을 가진 것처럼 풀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판매시설의 분양가가 근린생활시설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는 주장 역시, 판매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의 차이를 알지 못하고 추측한 낭설이라는 게 현 조합의 설명이다. 판매시설은 전용률이 근린생활시설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기 때문에 분양면적이 근린생활시설과 같더라도 실평수(전용면적)는 훨씬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평당(전용면적 3.3㎡) 가격도 근린생활시설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근린생활시설의 전용률이 평균 76.5% 수준인 데 반해, 판매시설의 35.6%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감정평가 결과를 평당가로 환산하면 판매시설이 근린생활시설보다 높다”며 “판매시설이 헐값에 책정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수우 한남3구역 조합장도 ‘판매시설 헐값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조합장은 “근린생활시설은 분양신청 책자상 금액보다 실제 감정평가액이 다소 낮아진 반면, 판매시설은 감정평가액이 분양신청 책자상 액수보다 높아졌다”며 “아파트 대비 근린생활시설 및 판매시설의 가격변동이 큰 이유는 추정액 산정 시점과 감정평가 수행 시점 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략적인 분담금 추정 당시에는 일반적인 상가와 다른 한남3구역만의 특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남3구역은 지난 2020년 6월 현대건설 디에이치(THE H)를 최종 시공사로 선정했다. 2021년 6월 조합원 분양 신청을 완료했고 이달 말 9년만에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11.24 17:37

3분 소요
강북 최대어 한남뉴타운 3구역, 소송전에 첫삽까지 ‘첩첩산중’

부동산 일반

한남뉴타운 3구역 감정평가액을 둘러싼 소송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추가 소송 가능성이 커지며 해당 재개발 사업이 혼돈에 빠지게 됐다. 2일 취재에 따르면 현재 한남3구역 주택(단독 및 다가구) 소유주 68명이 이수우 조합장을 상대로 분양신청 공고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하루 전인 1일에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도 열렸다. 이와는 별개로 또 다른 조합원 집단과 정비업체까지 이 조합장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오는 7일까지 조합원 분양 신청을 마치고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진행하려고 했던 한남3구역 입장에선 변수가 더욱 많아졌다. 한남3구역 내 주미아파트를 보유한 한 조합원은 “조합이 약속한 감정평가 재검토 결과를 확인하고 이의신청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아파트 소유주들이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라면서 “관리처분인가 취소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들쭉날쭉 감평 기준, “쪼개기 물건보다 불리해” 이들 조합원이 말하는 한남3구역 감정평가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평가 기준이 공정하지 않고 분양 신청 또한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감정평가란 재개발 물건(종전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이다. 감정평가 결과 조합원 간 권리가액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각 조합원이 신청할 수 있는 새 아파트 타입 및 추가분담금이 결정된다. 특히 단독주택과 아파트 소유주들은 이번에 일명 ‘지분 쪼개기’를 한 다세대·빌라의 3.3㎡ 당 감정평가액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분 쪼개기란 단독주택 또는 다가구 주택을 구분등기 하는 방식으로 입주권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가처분신청 심리에 참석한 한 단독주택 소유주는 “통상 대지지분이 많은 주택보다 쪼개기를 한 빌라가 3.3㎡(대지지분) 당 감정평가액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른 뉴타운 구역은 빌라가 최대 150%정도 비싸게 나오는 반면 한남3구역은 이 차이가 2배 이상 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남3구역 내 주택 감정평가액은 주택이 3.3㎡ 당 5000만원, 다세대·빌라가 1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아파트 소유주들도 통상 다세대·빌라보다 아파트가 공시가격 및 시세 면에서 높게 평가받는 점이 이번 감정평가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평가 상세내역에선 같은 층 세대의 층별지수가 다르게 적용되는 등의 오류 의심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 권리가액 무시한 분양신청, 인기 타입 누구에게 가나? 분양신청 방식에서도 조합원들이 권리가액 순위대로 원하는 주택규모(면적) 및 타입을 공급 받을 수 없다는 평이 나온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르면 동일규모의 주택분양에 경합이 있는 경우에도 권리가액이 많은 순서대로 분양해야 한다. 현재 분양신청 방식에선 면적별 평면과 상관없이 주택규모 7가지만 지정할 수 있게 돼있다. 판상형, 타워형 등 내부 구조나 베이(bay) 수, 향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갈리는 점이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권리가액 순으로 주택규모는 물론 타입별 선택도 가능한 방식을 제안했던 ‘파크앤시티’의 분양신청서는 이번 분양신청 과정에서 제외됐다. 해당 업체는 10년 동안 진행한 업무에 대한 용역비용을 정산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미 조합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1순위로 신청한 면적에서 탈락할 시 2순위 면적을 분양 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2순위 면적에 잔여 물량(해당 면적 1순위 신청자가 분양 받고 남은 물량)이 없으면 3순위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수우 조합장은 와 인터뷰에서 “조합원 요구에 따른 감정평가액 재검토 결과가 3일 나올 것”이라면서도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민보름 min.boreum@joongang.co.kr

2021.06.02 06:10

3분 소요
[시공사 선정부터 시끄러운 한남3구역] 분양가 보장, 혁신설계, 임대 0…

분양

7조원짜리 대공사에 입찰 과열 양상…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회피 움직임도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부동산시장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보기 드문 대규모 사업장에서 시공사 수주전이 벌어지고 정부가 정비사업을 겨냥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임박해서다.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규제를 피하기 위한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위법 논란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10월 18일 마감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은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장이 됐다. 업계도 놀란 파격적인 조건들로 넘쳐나고 있다.한남3구역이 주목받는 것은 덩치가 워낙 크고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38만여㎡에 이르는 한남3구역은 뒤로 남산, 앞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다. 주변에 유엔빌리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최고급 주거단지가 형성되고 있다. 용산민족공원 조성,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재개발 규모는 197개동 5816가구다. 강북 최대다. 예정 공사비가 3.3㎡당 595만원인 1조9000억원이고 총사업비가 7조원에 달한다. ━ 한남뉴타운 첫 사업장… 후속 수주전에서 유리 한남3구역은 5개 구역으로 이뤄진 한남뉴타운의 첫 시공사 선정 사업장이다. 이번에 시공사로 선정되면 후속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업체 간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와 서울시 등이 위법 여부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정도다. 현재 위법 소지가 있는 쟁점은 2017년 하반기 뜨거웠던 강남권 재건축 시공사 수주전과 달라졌다. 당시엔 금품·향응·이사비·재건축부담금 등이었다. 직접 현금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간접적이다. 분양가 보장, 혁신설계, 이주비, 부담금 납부 시기 등이다. 그런데 이게 관련 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도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한남3구역에 입찰한 건설사들이 화려한 조감도를 만들었다. 조합이 만든 설계에 없는 내용을 보탰다. 대안설계나 혁신 설계라는 명목이다. 국토부가 2017년 말 시공사 입찰 때 설계 관련 규정을 만들었고 서울시가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사업 승인 받은 설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설계의 허용 범위를 경미한 변경으로 간주하는 10% 이내로 못 박았다. 건설사들은 10% 이내 변경을 대안설계로, 10% 범위를 초과하는 설계안을 혁신설계로 제시했다.업체들은 혁신설계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이어서 법 위반이 아니라고 말한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조합과 협의해 설계 변경 등 적법한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혁신설계대로 짓는 데 상당한 금액이 업체 부담으로 들어가는 만큼 이는 재산상 이익 제공을 약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체는 혁신설계 비용을 700억원대로 잡고 있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700억원대의 재산상 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업체들의 ‘무상제공품목’도 마찬가지다. 업체에 따라 금액이 1500억~2000억원가량 제시됐다. 말 그대로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이주비·사업비 무이자 대여, 추가분담금 납부 시기 연장 등도 재산상의 이익 제공으로 볼 수 있다.한남3구역에서 이주비 무이자 조건은 없지만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이주비 80% 무이자’를 제시했다. 이주비로 기존 주택 감정평가금액의 80%(LTV, 담보인정비율)를 무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뜻이다. 무이자 조건은 이자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주는 것이다.이주비 무이자는 명백한 위법이다. 원래 이주비는 지난해 9·13대책에서 대출 억제를 위해 LTV 40%로 제한됐다. 다만 재개발은 영세한 주민이 많다며 건설사에서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다만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상 지원만 가능하다. 업체들이 무이자로 빌려주겠다는 사업비 한도가 1조~1조5000억원이다. 조합에 수백억원의 이자를 대주는 셈이다.한남3구역 입찰에서 GS건설의 분양가 보장도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조합원 분양가다. GS건설은 조합원 분양가로 3.3㎡당 3500만원 이하를 제시했다. 금액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만큼 재산상 이익을 주겠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사업 불법은 국민에게 악영향이 큰 생활적폐”라며 “법 위반이 있는지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내용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위법이 아니더라도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 입찰에 제시한 ‘임대 0’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추진하는 일반분양분 임대사업자 통매각이다.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 입찰에 ‘임대 없는 아파트’를 제안했다.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처분하는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임대주택은 자격 제한이 없고 임대기간 8년 뒤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하면 일반아파트가 된다.법적으로는 가능하다. 2018년 8월 국토부는 ‘재개발임대주택을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지’를 물은 민원 질의에 “조합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구청장에 신고한 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양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재개발 임대는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이다. 공공임대 성격이 짙어 서울시는 매입해 이를 해당 구역 세입자, 저소득가구 대학생, 도시계획 철거민 등에게 주거안정 목적으로 임대한다.서울시에서 매입하게 법에 명시돼 있는 재건축 임대와 달리 관련 법령은 재개발 임대에 대해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서울시장이 매입할 수 있게 돼 있다. 대림산업은 이 여섯 글자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시장에게 매입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민간에 매각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강남구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조합과 송파구 잠실동 진주 재건축조합이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 통매각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찾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제한이나 이 가격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임대사업자에게 팔 때 가격 제한이 없다.재건축·재개발사업 일반분양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청약 제한 없이 통분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7년 일반분양분을 모두 임대사업자에게 넘기로 했다. 현재 이 단지는 공사 중으로 준공하면 임대사업자가 인수해 민간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하지만 신반포3차 등이 통매각하기가 쉽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받으면 임대사업자 통매각을 할 수 없다. 정부는 10월 말 관련 법령 개정이 되는 대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지정할 분위기다. ━ 정부 규제 더 강화될 수도 통매각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임대사업자 통매각을 반영해 조합정관부터 조합 설립, 사업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다시 밟아야 한다. 관악구 강남아파트도 통매각 대상자를 찾은 뒤 사업절차를 다시 진행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주전이 과열되고 상한제를 피하려는 시도들이 나오면서 이를 막으려는 정부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2019.10.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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