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외제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기가 부쩍 치솟자 그레이 임포터(신차 병행수입업체)들과 중고차 수입업자들의 발걸음도 한결 빨라지고 있다. 덕분에 신차든 중고차든 외제차의 국내 반입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고 수입차 유통경로상의 문제점도 적잖이 드러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먼저 외제차 수입통계부터 살펴보자. 업계 전문가들은 “신차는 작년에 비해 두배로, 중고차는 몇배로 크게 늘었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새 외제차가 국내에 반입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현지 완성차 메이커로부터 새차를 사오는 공식 딜러들이고, 또 하나는 현지 딜러들로부터 새차를 사오는 병행수입업체들이다. 공식 딜러를 통해 들여온 새차의 경우 1∼4월 누계 판매량이 4천1백59대로, 전년동기의 2천1백99대에 비해서 89%나 늘었다. 올해는 1만대 판매목표를 돌파할 전망이다. 수입자동차협회측은 올해 수입차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이, 1987년 수입차 시장 개방 이후로 처음으로 1%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98년 0.36%에서 2001년 0.71%로 꾸준히 올라서고 있는 추세다. 비공식 루트인 그레이 임포터를 통한 수입도 만만치 않다. 그레이 임포터들이 들여온 신차 대수는 공식딜러측 판매대수의 10∼15%으로 1천∼1천5백대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IMF 이전엔 그레이 임포터들의 비중이 공식 딜러측 판매대수의 20%까지 갔었다. 그런데 IMF를 거치면서 그레이 임포터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원화환율이 치솟으면서 새차 병행수입업 자체를 영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0년 들어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서고 외제차 인기도 되살아나자, 그레이 임포터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고 수입차 대수는 정부에서도 통계를 잡지 않고 있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2천5백대 정도의 중고 수입차가 들어올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는 작년보다 ‘엄청나게 많이’ 늘어난 수치라는 진단이다. 중고 수입차는 부산항과 인천항을 통해서 들어온다. 인천항을 통해서 들어온 외제 중고차는 올 1∼4월 동안 3백38대나 된다. 전년동기에는 불과 32대만 들어왔었다. 10배나 급증한 것이다. 따라서 그레이 임포터가 들여온 신차와 중고 수입차 대수가 공식 딜러측 신차 대수의 30∼40%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그레이 임포터들과 중고차 수입상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는 업체 수 증가에서도 금세 나타난다. IMF 전에는 30여개 그레이 임포터들이 활약하다, IMF 때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었다. 그러다 99년부터 중고차 수입이 자유화되고, 2000년부터 경기가 살아나자, 그레이 임포터들도 다시 살아났고, 이젠 20여개가 성업 중이다. 자동차 수입업계에선 전시장 매장도 없이 인터넷 홈페이지 하나만 달랑 갖고서 새차나 중고차 수입에 나서는 미니 그레이 임포터, 혹은 미니 중고차 수입상까지 합치면 그 수가 1백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본다. 숫자로만 따지면 외제차 수입업계는 이미 IMF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고, ‘그 이상’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레이 임포터들은 신차 수입도 하지만, 고객이 원하면 중고차 수입도 대행해 준다. 그리고 미니 수입상들은 대개 중고차 수입이 전문이다. 외제차의 경우 새차 수요가 주류지만, 그레이 임포터를 통한 중고차 수요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그레이 임포터들은 “공식 딜러들이 사용하는 광고비·판촉비·인건비 부담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새차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면서 “대개 15% 정도 저렴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외제차라면 1천5백만원 정도가 더 싸다는 얘기다. 가격 메리트만 따지면 외제차 매니어들에겐 중고 수입차가 최고다. 새차를 사려면 보통 1억원 이상을 써야 하지만, 중고차는 1천만∼3천만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 자금여력이 뒤지는 외제차 매니어·비즈니스맨 등이 중고차 시장을 휩쓸고 다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외제 중고차 판매방법은 크게 나눠 두 가지. 하나는 국내에 이미 반입된 중고차를 외제차 중개상을 통해 사는 방법인데, 대개 70∼80%가 이런 식으로 차를 구한다. 또 하나는 중고차 수입업자를 통해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차종, 예를 들어 페라리·람보르기니·스포츠카 같은 차종을 구하는 방법이다. 이 비율이 20∼30%가 된다. 일부 중고차 수입업자들이 자기 돈으로 잘 팔릴 것 같은 중고차를 미리 수입했다가 파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극히 드물다. 큰 돈이 장기간 묶일 수도 있는 위험 때문이다. 보통 중고차 1대를 수입하면 차값 외에 약 53%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관세·인건비·수송비 등이 더 든다는 얘기다. 중고차 수입업자들은 “독일이나 일본 현지 자동차 경매장에서 중고차 1대에 보통 1천만원 정도 들여 사온다”면서 “일단 국내로 갖고 들여오면 세금 등이 붙어 원가가 1천5백30만원으로 뛴다”고 말한다. 그런데 중고 수입차 1대를 팔려면 최소 8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영세한 수입상들에게는 그 기간이 너무 길다. 따라서 요즘은 수입상들이 손님 입맛에 따라 주문을 받고, 차값의 30∼40%를 미리 받아서 특정 차종을 수입한 후에 넘겨주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중고 수입차를 들여왔다고 해서 바로 끌고 다닐 수 있는 게 아니다. 관세 같은 세금만 물면 세관 통과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 다음이 문제다. 한 중고차 수입상은 “중고 수입차의 경우 모두 환경처 산하 국립환경연구원 자동차공해연구소에서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 합격을 받아야 형식승인을 받을 수 있고, 그 다음에 번호판을 붙여 정식등록을 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인증을 받아내는 게, 심하게 말해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경험칙상 중고 수입차들이 이 인증시험에서 합격하는 비율이 30%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불합격을 하면 또 몇개월 후에 인증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인천 자동차공해연구소에 인증신청을 하면 내년 2월쯤 되어서야 겨우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인증을 받으려는 중고 수입차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는 얘기다. 이 수입상은 99년에 중고차 수입이 처음 허용되었을 당시에는 한두달이면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형식승인을 모두 다 받아냈지만, 요즘은 7∼8개월을 기다려도 어림도 없다고 밝혔다. 요즘 수입상들은 소비자들에게 “국내에 없는 중고 수입차를 들여와 타려면 한 15개월은 넉넉잡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인증받는 게 워낙 까다롭자, 등록대행 브로커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고차를 파는 인터넷 사이트나 구청에 가보면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돈만 주면 한두달 안에 형식승인·배출가스 및 소음인증을 모두 해결해 주고 번호판까지 달아준다”는 게 이들의 주장. 하지만 브로커 말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게 수입상들 얘기다. 1년 정도 걸리는 일을 어떻게 한두달 안에 결판낼 수 있냐는 말이다. 지난해엔 인증 및 등록작업 대행의뢰를 받은 브로커가 임시운행 허가판을 단 중고 수입차 7대(시가 약 2억원)를 들고 그대로 달아나버린 사건도 발생했다. 임시운행 허가판을 단 중고차는 등록이 된 게 아니라서 법적인 소유권이 확정되어 있지 않다. 인증작업을 대행해 주는 전문업자들에게 주는 비용도 크게 늘어났다는 게 수입상들 얘기다. “세관을 통과한 중고 수입차에 책임지고 번호판을 달아주는 대행업자에게 드는 돈이 예전에는 대당 3백만∼5백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증작업 기간이 늘면서 요즘엔 5백만원∼1천만원으로 급등해 버렸습니다.” 인증작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불법 운행이다. 중고 수입차의 경우 구청에서 보통 40일 정도의 임시운행 허가를 내준다. 그렇지만 번호판을 받고 정식등록을 하려면 보통 1년이 걸린다. 따라서 기간이 지난 임시번호판을 붙이고 다니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수입상들 얘기다. “밤에 서울 압구정동에 가보면 임시번호판을 단 수많은 중고 외제차들이 마치 폭주족처럼 집단으로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임시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외제차의 경우 운행허가 기간을 넘긴 경우가 허다하다는 겁니다.” 중고 수입차 시장에서의 인기품목은 BMW·벤츠 같은 독일차다. 독일차는 신차시장에서도 똑같이 인기를 끌고 있다. 98·99년 독일식이 잘 나가는데, 예를 들어 99년식 BMW318(배기량 1천8백cc), BMW320(2천cc)은 2천5백만∼3천만원선이다. 물론 싼 것도 있다. 93·94년 BMW318, 320이면 1천만∼2천만원이면 살 수가 있다. 그랜저XG도 사려면 2천만원이나 드는데, 그 돈이면 중고 벤츠나 BMW를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게 수입상들 얘기다. 일제 중고차는 96년식이 인기를 끄는데, 혼다 어코드는 1천2백만∼1천3백만원선, 아발론은 1천8백만∼2천만원, 캠리는 1천5백만원선이란 얘기다. 수입상들은 벤츠·BMW·아우디 같은 독일차는 중고라도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지만, 란시아나 푸조 같은 이탈리아차는 부품조달이 잘 되지 않아서 중고차 가격이 쉽게 떨어진다고 귀띔한다. 미국차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서 별로 인기가 없단다. 중고 수입차 중개상들은 “요즘은 인터넷으로 수입차 직거래도 크게 활성화되었다”면서 “중고차 매장을 통해서 사면 직거래보다 3백만∼4백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말한다. 매장마진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한 거래를 위해서는 매장거래가 더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MZ세대 공략" 뉴트리, 지노마스터 ‘Time to G’ 캠페인 온에어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 발전 저해 행위 중단하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영끌 후폭풍 무서워”…고가 아파트 포기하는 계약자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미분양에 발목 잡힌 대방이엔씨, 불어난 미수금에 차입 부담 과중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비보존, 비마약성 진통제 본격 판매…5년 내 매출 1000억 정조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