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 아하는 것으로 승부한다”
“내가 좋 아하는 것으로 승부한다”
MAKING A BIG SPLASH
프랑스 영화감독 프랑수아 오종은 지난 5년 동안 여섯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전작과는 매번 판이하게 만들었지만 그의 작품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다. 자기도취에 빠진 프랑스의 작가주의 감독들과는 달리 그는 전통적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팜므 파탈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여덟명의 여인들’은 카트린 드뇌브, 파니 아르당, 에마뉘엘 베아르 등 여자만 등장하는 뮤지컬 추리영화였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으며 올 여름 유럽과 미국에서 개봉되는 최신작 ‘수영장’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대사가 영어로 나오는 추리영화다. 영국 여배우 샬럿 램플링과 프랑스의 신성 뤼디빈 사니에르(23)가 주연을 맡았다. 오종의 작품들은 그 정교함이 조지 쿠커나 하워드 호크스 등 할리우드의 전설적 명감독들을 연상시킨다. 오종은 결코 관객들의 취향에 영합하지 않는다.
“영화는 내가 좋아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영화 제작은 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문학교수인 모친과 생물학자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 센강의 남부 지역에서 성장한 오종은 틈만 나면 라탱 지구의 극장들에서 할리우드 고전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열여덟살 때 국립영화학교에 입학해 평소 존경하던 누벨바그 운동의 창시자 에릭 로메르를 사사했다. 그 뒤 각종 영화제를 겨냥한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20대 시절을 보냈다. “급할 게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오종은 서른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다. 첫 장편영화 ‘시트콤’은 결손가정을 소재로 한 괴팍한 코미디로 자살과 변태성욕을 잘 묘사했다. 올리버 스톤의 ‘내추럴 본 킬러’를 본 뒤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10대 연인을 소재로 삼은 두번째 영화 ‘범죄자 연인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바람에 오종은 다음 작품에 돈댈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50대 남자에게 자신의 남자친구를 빼앗기는 소녀를 소재로 한 세번째 작품 ‘불타는 바위 위의 물방울’을 찍을 때 오종은 10대 무명배우 사니에르를 발탁했다. 오종은 “그녀는 열정적 연기로 스크린을 불태웠다. 프랑스에 젊은 여배우는 많지만 다들 고만고만하다. 사니에르는 개성이 강하고 매번 완전히 다른 배역을 소화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오종은 2000년 작 ‘모래 밑에서’를 통해 램플링과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간단하게 시작됐다. 오종은 수영복 차림 출연을 마다 하지 않을,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50대 여배우가 필요했다. 램플링이 조건에 맞는 유일한 배우였다고 오종은 돌이켰다. 타이밍도 좋았다. 오랫동안 연예계를 떠나 있던 램플링은 컴백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출연 제의를 기다리던 중 오종이 나를 찾아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실종된 남편 때문에 슬퍼하는 여성 역을 맡아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멋지게 컴백했다.
그 영화를 통해 오종은 ‘여성의 감독’이라는 명성을 굳혔다. 그의 여성 캐릭터들은 스토리의 초점인 동시에 지적이고 관능적이며 복합적이다. 드뇌브는 오종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은 나머지 그를 영화계의 거두 프랑수아 트뤼포와 같은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 사람처럼 제작과정에 일일이 관여하는 감독을 본 적이 없다”고 드뇌브는 말했다. 아르당은 오종과 함께 일하는 것을 “샴페인을 마시는 즐거움”에 비유했다.
‘여덟명의 여인들’ 이후 오종은 램플링을 위해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수영장’을 구상했다. 창작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번민하던 영국인 여류 소설가가 시골에 내려가 쉬면서 삶의 열정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다. 주인공 사만다 모턴(램플링)은 출판사 사장이 빌려준 시골 별장에서 고독을 즐긴다.
어느날 그 사장의 딸 줄리(사니에르)가 느닷없이 쳐들어와 같이 지내게 된다. 섹시한 몸매를 자랑하는 금발의 틴에이저 줄리는 수영장에서 나체로 수영하고 술을 마시며 대마초를 피우는가 하면 마을에서 지저분한 남자들을 데려와 밤새 요란한 섹스파티를 벌인다.
사니에르는 줄리 역을 통해 프랑스에서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차세대 스타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램플링은 ‘모래 밑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영장’에서도 별 대사 없이 캐릭터의 내면적 고통과 좌절을 잘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옷도 과감하게 벗으며 왕년의 사진작가 헬무트 뉴턴이 찍은 자신의 한창 시절 알몸 사진이 왜 그리 대단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수영장’은 구조나 분위기가 히치코크 스타일이어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오종은 “내 작품의 한가지 주제는 정체성이다. 사람들이 섹스라는 것을 통해 어떻게 성격을 형성하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같은 관점은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오종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극소수 감독 가운데 하나다.
당연한 일이지만 오종의 재능은 할리우드의 눈에 들었다. 에이전트와 제작자들이 감독직이나 제작비 지원 등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 왔다. 그러나 그는 모두 거절했다. “내가 할리우드에 갈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그는 말했다. “편집권도 주어지지 않고, 자기네 견해를 강요하는 제작자들과 싸우는 일에는 흥미가 없다. 여기서는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자유롭게 산다”는 게 그의 변이다. 그 자유 덕분에 오종과 그의 여배우들은 무게와 위트가 있으며, 대사가 어느 나라 말로 나와도 자연스러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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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감독 프랑수아 오종은 지난 5년 동안 여섯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전작과는 매번 판이하게 만들었지만 그의 작품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다. 자기도취에 빠진 프랑스의 작가주의 감독들과는 달리 그는 전통적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팜므 파탈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여덟명의 여인들’은 카트린 드뇌브, 파니 아르당, 에마뉘엘 베아르 등 여자만 등장하는 뮤지컬 추리영화였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으며 올 여름 유럽과 미국에서 개봉되는 최신작 ‘수영장’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대사가 영어로 나오는 추리영화다. 영국 여배우 샬럿 램플링과 프랑스의 신성 뤼디빈 사니에르(23)가 주연을 맡았다. 오종의 작품들은 그 정교함이 조지 쿠커나 하워드 호크스 등 할리우드의 전설적 명감독들을 연상시킨다. 오종은 결코 관객들의 취향에 영합하지 않는다.
“영화는 내가 좋아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영화 제작은 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그는 말했다.
문학교수인 모친과 생물학자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 센강의 남부 지역에서 성장한 오종은 틈만 나면 라탱 지구의 극장들에서 할리우드 고전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열여덟살 때 국립영화학교에 입학해 평소 존경하던 누벨바그 운동의 창시자 에릭 로메르를 사사했다. 그 뒤 각종 영화제를 겨냥한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20대 시절을 보냈다. “급할 게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오종은 서른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제작에 뛰어들었다. 첫 장편영화 ‘시트콤’은 결손가정을 소재로 한 괴팍한 코미디로 자살과 변태성욕을 잘 묘사했다. 올리버 스톤의 ‘내추럴 본 킬러’를 본 뒤 모방범죄를 저지르는 10대 연인을 소재로 삼은 두번째 영화 ‘범죄자 연인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바람에 오종은 다음 작품에 돈댈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50대 남자에게 자신의 남자친구를 빼앗기는 소녀를 소재로 한 세번째 작품 ‘불타는 바위 위의 물방울’을 찍을 때 오종은 10대 무명배우 사니에르를 발탁했다. 오종은 “그녀는 열정적 연기로 스크린을 불태웠다. 프랑스에 젊은 여배우는 많지만 다들 고만고만하다. 사니에르는 개성이 강하고 매번 완전히 다른 배역을 소화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오종은 2000년 작 ‘모래 밑에서’를 통해 램플링과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간단하게 시작됐다. 오종은 수영복 차림 출연을 마다 하지 않을,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50대 여배우가 필요했다. 램플링이 조건에 맞는 유일한 배우였다고 오종은 돌이켰다. 타이밍도 좋았다. 오랫동안 연예계를 떠나 있던 램플링은 컴백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출연 제의를 기다리던 중 오종이 나를 찾아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실종된 남편 때문에 슬퍼하는 여성 역을 맡아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멋지게 컴백했다.
그 영화를 통해 오종은 ‘여성의 감독’이라는 명성을 굳혔다. 그의 여성 캐릭터들은 스토리의 초점인 동시에 지적이고 관능적이며 복합적이다. 드뇌브는 오종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은 나머지 그를 영화계의 거두 프랑수아 트뤼포와 같은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 사람처럼 제작과정에 일일이 관여하는 감독을 본 적이 없다”고 드뇌브는 말했다. 아르당은 오종과 함께 일하는 것을 “샴페인을 마시는 즐거움”에 비유했다.
‘여덟명의 여인들’ 이후 오종은 램플링을 위해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수영장’을 구상했다. 창작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번민하던 영국인 여류 소설가가 시골에 내려가 쉬면서 삶의 열정을 되찾는다는 줄거리다. 주인공 사만다 모턴(램플링)은 출판사 사장이 빌려준 시골 별장에서 고독을 즐긴다.
어느날 그 사장의 딸 줄리(사니에르)가 느닷없이 쳐들어와 같이 지내게 된다. 섹시한 몸매를 자랑하는 금발의 틴에이저 줄리는 수영장에서 나체로 수영하고 술을 마시며 대마초를 피우는가 하면 마을에서 지저분한 남자들을 데려와 밤새 요란한 섹스파티를 벌인다.
사니에르는 줄리 역을 통해 프랑스에서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차세대 스타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램플링은 ‘모래 밑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영장’에서도 별 대사 없이 캐릭터의 내면적 고통과 좌절을 잘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옷도 과감하게 벗으며 왕년의 사진작가 헬무트 뉴턴이 찍은 자신의 한창 시절 알몸 사진이 왜 그리 대단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수영장’은 구조나 분위기가 히치코크 스타일이어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오종은 “내 작품의 한가지 주제는 정체성이다. 사람들이 섹스라는 것을 통해 어떻게 성격을 형성하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같은 관점은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오종은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극소수 감독 가운데 하나다.
당연한 일이지만 오종의 재능은 할리우드의 눈에 들었다. 에이전트와 제작자들이 감독직이나 제작비 지원 등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 왔다. 그러나 그는 모두 거절했다. “내가 할리우드에 갈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그는 말했다. “편집권도 주어지지 않고, 자기네 견해를 강요하는 제작자들과 싸우는 일에는 흥미가 없다. 여기서는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자유롭게 산다”는 게 그의 변이다. 그 자유 덕분에 오종과 그의 여배우들은 무게와 위트가 있으며, 대사가 어느 나라 말로 나와도 자연스러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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