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품 도둑 잡는 ‘셜록 홈스’
The Purloined Painting
백만장자의 악몽 가운데 한 가지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안에 있던 초고가 미술품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상황일 것이다. 이 이야기가 마치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이런 도난 사건이 미술관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실제로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서 매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작품들이 대담한 절도 행각으로 사라지고 있다.
도난된 고가의 작품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영국 런던 경시청의 예술품·골동품 계장을 지낸 찰스 힐이 나선다면 희망이 있을지 모른다. 힐은 책벌레에다 상냥한 성격이지만 예술품 절도단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존재다. 그는 오슬로의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에서 약 10년 전 도난당한 에드바르트 뭉크의 유명한 그림 ‘비명’을 되찾으면서 이름을 날렸다. 그때부터 힐은 베르메르·고야·터너의 작품을 주인들에게 되찾아주었다. 얼마전 빈의 예술사 박물관은 16세기의 소금그릇(5천만달러 상당)을 도난당하자 곧바로 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사실 힐에게는 일거리가 넘쳐날 수밖에 없다. 도난 예술품을 주인이 되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세계 어느 나라든 경찰은 그보다 더 중요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힐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품 범죄 수사는 여러 나라 수사관들이 공조해야 하지만 전담 국제기구가 없다. 인터폴은 정보전달 시스템일 뿐이다. ‘인터폴이 수사를 맡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예술품 절도범들은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아는 것도 많고 교육수준도 높다. 힐은 “지하세계에서 예술품 절도는 고급 범죄로 여겨진다. 조무래기 절도범으로 시작해 더 큰 도둑이 되려는 이들에게 예술품 절도는 인기 있는 경력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예술품 절도는 개인이 아닌 조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분야에 약 30년간 몸담아온 힐은 그 조직 대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범죄 현장을 보자마자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있다. 그는 “과학수사는 경찰의 몫이다. 난 단지 벌어진 상황을 보고 ‘현장에 남은 흔적 가운데서 이들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단서가 있는가’를 찾는다. 범행 기법·작업 스타일 등을 보면 대개 한 조직으로 귀착된다”고 말했다.
고가인데다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예술품은 훔치는 데 성공하더라도 처분이 쉽지 않다. 힐은 “도난 작품들은 특정 경로를 통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게 돼 있다. 나는 그 경로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티치아노의 그림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경우 1995년 바스 후작 소유의 대저택 롱리트에서 도난당한 이후 흥미진진한 경로를 거쳤다. 힐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한 집시 갱단이 이 그림을 훔친 후 다른 갱단에 넘겼다.
그들은 자신들이 총격을 가해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한 스포츠 프로모터에게 사과의 의미로 그 그림을 주었다. 힐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은 ‘미안하다. 대신 이 그림이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스포츠 프로모터는 당시 그림을 받았지만 한참 뒤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림을 처분했다. 내가 그 그림 이야기를 들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힐이 도난 예술품을 되찾는 데 성공하면서 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티치아노의 작품을 되찾는 데는 7년이나 걸렸다. 결국 그 그림은 지난해 8월 런던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비닐 백에 포장된 채 건네져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보상금 16만3천달러가 지불됐다. 영국 언론은 그 브로커가 절도범들에게 일정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힐은 보상금이 범죄자들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보상금’과 그림의 ‘몸값’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고 인정했다.
힐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화랑에 자주 다니면서 미술에 대한 조예가 생겼다. 그는 되찾은 걸작품을 손에 쥘 때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록 오슬로 국립박물관이나 롱리트에 소장돼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 그런 작품이 도난당하면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잃게 된다.” 그러나 찰스 힐이 사건을 담당하는 한 그런 기회를 되찾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백만장자의 악몽 가운데 한 가지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안에 있던 초고가 미술품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상황일 것이다. 이 이야기가 마치 딴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이런 도난 사건이 미술관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실제로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서 매년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작품들이 대담한 절도 행각으로 사라지고 있다.
도난된 고가의 작품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영국 런던 경시청의 예술품·골동품 계장을 지낸 찰스 힐이 나선다면 희망이 있을지 모른다. 힐은 책벌레에다 상냥한 성격이지만 예술품 절도단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존재다. 그는 오슬로의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에서 약 10년 전 도난당한 에드바르트 뭉크의 유명한 그림 ‘비명’을 되찾으면서 이름을 날렸다. 그때부터 힐은 베르메르·고야·터너의 작품을 주인들에게 되찾아주었다. 얼마전 빈의 예술사 박물관은 16세기의 소금그릇(5천만달러 상당)을 도난당하자 곧바로 힐에게 연락을 취했다.
사실 힐에게는 일거리가 넘쳐날 수밖에 없다. 도난 예술품을 주인이 되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세계 어느 나라든 경찰은 그보다 더 중요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힐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품 범죄 수사는 여러 나라 수사관들이 공조해야 하지만 전담 국제기구가 없다. 인터폴은 정보전달 시스템일 뿐이다. ‘인터폴이 수사를 맡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예술품 절도범들은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아는 것도 많고 교육수준도 높다. 힐은 “지하세계에서 예술품 절도는 고급 범죄로 여겨진다. 조무래기 절도범으로 시작해 더 큰 도둑이 되려는 이들에게 예술품 절도는 인기 있는 경력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예술품 절도는 개인이 아닌 조직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 분야에 약 30년간 몸담아온 힐은 그 조직 대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범죄 현장을 보자마자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있다. 그는 “과학수사는 경찰의 몫이다. 난 단지 벌어진 상황을 보고 ‘현장에 남은 흔적 가운데서 이들이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단서가 있는가’를 찾는다. 범행 기법·작업 스타일 등을 보면 대개 한 조직으로 귀착된다”고 말했다.
고가인데다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예술품은 훔치는 데 성공하더라도 처분이 쉽지 않다. 힐은 “도난 작품들은 특정 경로를 통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게 돼 있다. 나는 그 경로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티치아노의 그림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경우 1995년 바스 후작 소유의 대저택 롱리트에서 도난당한 이후 흥미진진한 경로를 거쳤다. 힐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한 집시 갱단이 이 그림을 훔친 후 다른 갱단에 넘겼다.
그들은 자신들이 총격을 가해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한 스포츠 프로모터에게 사과의 의미로 그 그림을 주었다. 힐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은 ‘미안하다. 대신 이 그림이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스포츠 프로모터는 당시 그림을 받았지만 한참 뒤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림을 처분했다. 내가 그 그림 이야기를 들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힐이 도난 예술품을 되찾는 데 성공하면서 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티치아노의 작품을 되찾는 데는 7년이나 걸렸다. 결국 그 그림은 지난해 8월 런던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비닐 백에 포장된 채 건네져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보상금 16만3천달러가 지불됐다. 영국 언론은 그 브로커가 절도범들에게 일정액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힐은 보상금이 범죄자들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보상금’과 그림의 ‘몸값’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고 인정했다.
힐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화랑에 자주 다니면서 미술에 대한 조예가 생겼다. 그는 되찾은 걸작품을 손에 쥘 때 “온몸에 전율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비록 오슬로 국립박물관이나 롱리트에 소장돼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 그런 작품이 도난당하면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잃게 된다.” 그러나 찰스 힐이 사건을 담당하는 한 그런 기회를 되찾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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