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바코드 의사’가 당신을 진단한다

‘바코드 의사’가 당신을 진단한다


'Doctor on a Stick'

진단 의학 분야는 지금도 종종 원시적인 방법에 의존한다. 예컨대 맹장염은 아직도 미숙련 의사들의 진땀을 빼놓는다. 제아무리 백혈구 수치와 체온을 측정하고 아랫배를 촉진해도 수술해보기 전까지는 정말 맹장염인지 아니면 그저 뭔가를 잘못 먹은 것인지를 확실히 알 수 없다. 잘못하면 환자는 죽는다. 맹장수술 중 다섯 건에 한 건은 불필요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환자의 혈중 단백질을 조사해 특정 질병에 걸렸는지를 판별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독소 제거, 감염원 퇴치, 물질대사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병에 걸리면 단백질은 혈액 속으로 분비된다. 그 중 일부는 호르몬이나 항체이고, 나머지는 손상된 세포나 침입한 박테리아·바이러스에서 온 것이다.

최근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면밀히 조사해보는 소위 ‘바이오마커’(생체지표) 연구 분야에서는 큰 진전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곧 보편적인 진단 방법이 개발돼 더 신뢰할 수 있고 편리한 방법으로 폭넓은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믿는다. 바이오마커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예컨대 높은 수치의 아밀라제 효소 수치는 췌장염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다. 또 다른 효소들을 통해서는 급성 심장발작을 예측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다른 바이오마커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하나의 질병에 하나의 단백질이 1대1로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케임브리지대의 애드리언 울프슨 박사팀은 각각의 질병에 단 하나의 바이오마커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혈액 속의 많은 바이오마커들의 패턴을 분석했다. 수십만개의 인간 단백질들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질병을 진단해낼 수 있는 3백여개의 단백질들이 발견됐다. 이런 단백질들의 수치를 측정함으로써 마치 바코드와 같은 특정 질병 고유의 지표를 얻을 수 있다. 울프슨은 “미래에는 모든 종류의 질병을 위한 진단학 분야에 혁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케임브리지대는 프로틴로직사에 이 기술을 제공했다. 이 회사는 현재 단백질 ‘바코드’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면 컴퓨터는 특정 질병의 바코드가 될 수 있는 특징적 패턴을 찾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게 된다. 데이터베이스에 더 많은 표본이 들어 있을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울프슨은 자신이 ‘막대기 의사’라 부르는 가정용 임신 테스트 기구처럼 간편한 일회용 진단 키트를 개발 중이지만 “진단 키트가 의사를 대신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빈민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고 멀쩡한 사람들이 수술대 위에 오르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서유석 회장 야심작 ‘디딤펀드’…연금시장 새 바람 일으킬까

2식자재 유통 선진 시스템 갖춘 미국, 뭐가 다르길래

3해외서 활약하던 기술 인재들...스타트업 CTO된 이유는

4치솟는 소비자 물가...'식자재 가격' 어떻게 잡아야 할까

5‘넷마블 시너지’ 터졌다…코웨이, 글로벌 공략 ‘속도’

6CTO가 되려면…”기술을 제품·서비스에 접목하는 ‘응용력’ 중요”

7“AI로 세상은 변했다, 다음은?”…33인의 CTO가 답했다

8北김여정 “무모한 도전객기…대한민국, 비참한 종말 앞당길 것”

9"주식도 코인도 못 믿어" 일확천금 마지막 동아줄...4.3조 팔려

실시간 뉴스

1서유석 회장 야심작 ‘디딤펀드’…연금시장 새 바람 일으킬까

2식자재 유통 선진 시스템 갖춘 미국, 뭐가 다르길래

3해외서 활약하던 기술 인재들...스타트업 CTO된 이유는

4치솟는 소비자 물가...'식자재 가격' 어떻게 잡아야 할까

5‘넷마블 시너지’ 터졌다…코웨이, 글로벌 공략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