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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활약하던 기술 인재들...스타트업 CTO된 이유는

[CTO 33인의 大전망]③
해외 기술 인재 영입 열 올리는 스타트업
빅테크에서 국내 스타트업 CTO 된 사례도

구글 로고.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산업의 꽃은 기술이다. 우수한 기술은 시장 경쟁력과 직결된다. 다양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데 있어 기술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토록 중요한 기술의 개발·관리·활용을 총괄하는 사람이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이들은 기업의 기술 전략과 혁신을 이끄는 선봉장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수한 CTO를 모시기 위해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국내 기업들은 단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활약하던 인재 영입에도 열을 올리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은 회사 규모를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빅테크 출신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암 진단 AI 플랫폼 루닛이다. 루닛은 최근 유성원 박사를 CTO로 영입했다. 유 신임 CTO는 구글·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출신으로 소프트웨어 개발·관리를 10년 이상 경험했다.

유 신임 CTO는 업계에서 플랫폼 개발 및 최적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인텔에서 병렬컴퓨팅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구글에서는 클라우드 플랫폼의 성능 최적화 및 IoT 기기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프로젝트를 이끈 바 있다.

성인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월급쟁이부자들은 올해 CTO로 임세준 전 하이퍼커넥트 엔지니어링 디렉터(Engineering Director)를 영입했다. 임 CTO는 개발본부장을 겸임한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 조직 고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임 CTO는 오라클(Oracle)과 LG 등 국내외 대기업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경우 기업용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MBS) 부문 업계 1위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지난 2015년부터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와 맘시터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서 CTO로 재직하며 각 프로덕트의 빠른 성장세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최근에는 하이퍼커넥트 등에서 대규모 조직을 리딩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확장시킨 바 있다.

캐롯손해보험도 미국 애플에서 개발자로 활약했던 이진호 박사를 지난해 CTO로 영입했다. 이 CTO는 애플에서는 본사에 근무하면서 국내에도 친숙한 음성기반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Siri)와 검색 시스템 ‘스포트라이트’(Spotlight)의 웹검색엔진 품질을 개선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아울러 데이터 수집, 분석 및 머신러닝을 사용해 더 나은 결과를 찾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DRI(직접 책임자)로 활약한 바 있다.

미국 덴버의 한 애플 스토어 옆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해외 기술 인재, 무엇이 매력인가

빅테크 해외 기술 인재를 영입하기 전, 국내 스타트업들은 해당 인물이 가진 ‘경험’과 ‘역량’에 중점을 뒀다. 해외 기술 인재들이 보유한 지적 자산을 사내에 잘 이식 시킬 경우, 추후 사업 이어갈 사업에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입 배경이었던 셈이다.

유 CTO를 영입한 루닛은 그가 보유한 실무 경험과 글로벌 역량이 루닛의 기술력 강화 및 글로벌 성장 전략을 실현하는 데 있어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해 영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루닛 관계자는 “유 CTO는 엔지니어링과 의료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가다. 이같은 융합적 전문성은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루닛의 핵심 역량과 직결된다”며 “유 CTO의 현업과 학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경력 또한 루닛의 R&D 역량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의료 AI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캐롯손해보험은 국내 최대 디지털 보험사로서 자동차보험 이외에도 기존 보험사들과 차별화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이진호 CTO 영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캐롯은 디지털 보험사의 강점인 데이터 기반 상품개발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다양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이진호 CTO를 영입했다”며 “실제 이 CTO는 ‘AI사고케어 서비스’ 및 ‘E-Call 서비스’ 등 신상품을 출시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적인 관점도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의 해외 인재 영입 배경으로 기업 규모 확장이 지목됐다. 기존 사업에 더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넓혀나감과 동시에 각 분야 글로벌 전문가 영입을 통해 기업 투자 유치에 집중하겠다는 것. 

김만규 유니코써치 스타트업 헤드헌터 매니저는 “국내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를 받기 위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 출신 인재를 선호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예를 들어 구글, 메타 등 빅테크 출신 인재를 보유 중 일 경우 투자를 받기 조금 더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테크 기업 인재 영입은 채용 브랜딩 구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처럼, 해외 유명 기업 출신과 함께 근무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추후 인재 영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입장과 달리, 굴지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던 기술 인재들이 국내 스타트업 CTO로 새로운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빅테크에서 수십년간 활약하던 유성원 CTO는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위해 국내 스타트업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유 CTO는 “의료 AI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던 중, 루닛으로부터 제안을 받게 됐다”며 “해당 스타트업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혁신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제가 보유한 해외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국내 의료 기술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검색’이라는 분야로 박사학위를 수여 받은 뒤 애플에서 활약한 이 CTO가 캐롯손해보험을 선택한 이유는 명료하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강화하는데 있어 본인만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CTO는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애플처럼 설립 초기부터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해 나가는 캐롯이 인슈어테크(Insurtech)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한 층 더 발전시키는 데 나만의 역할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국내 기업으로 복귀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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