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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유통 선진 시스템 갖춘 미국, 뭐가 다르길래

[60조 식자재 유통시장, 이제 변화의 시간]②
외형 급성장에도 시장 성숙성 떨어진다는 지적
美 시스코, 선진 시스템으로 현지 시장 재편 성공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시장 경쟁력 키우는 기업들

기업형 식자재 유통사들이 시장에 체계화된 선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 CJ프레시웨이]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식자재 유통시장에 ‘선진화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시장 규모가 연간 60조원 규모로 커졌지만, 시장의 성숙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업계는 선진 물류 시스템 도입 등으로 산업기반을 다져야 관련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 개선, 해외에 답이 있다

식자재 유통업계에는 최근 선진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 시장이 연간 60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식자재 유통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물류센터 및 배송관리 체계 구축 ▲IT 운영 시스템 ▲식품안전관리 ▲구매관리 ▲우수 인적자원 등이 필수다. 하지만 영세사업자가 주축인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식자재 유통업체는 1만여 개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영세업자다.

대형사 부재로 인한 체계화된 시스템 결여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식자재 유통시장의 고질병은 ▲복잡한 유통경로로 인한 지역별 가격 편차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저하 등이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꼽히는 것이 선진 시스템 도입이다. 특히 선진 시스템 도입을 위해서는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형업체의 필요성이 커졌다. 식자재 유통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중간상인 역할을 하는 소매점이 대형화, 체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형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안정적인 물류시스템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 식자재 유통시장을 산업화로 진화하는 선순환 성장구조를 만들고 있다.

미국의 대형 식자재 유통업체로는 관련업계 1위 기업 시스코(SYSCO)를 꼽을 수 있다. 시스코는 1969년부터 식품 및 식품 관련 제품을 음식점은 물론 학교와 호텔, 관공서 등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넓은 국토와 콜드체인(저온 유통 체계) 기술의 한계로 지역 단위 식자재 유통사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장에서 시스코는 설립 초기부터 9개의 식자재 유통회사를 통합해 커버리지를 확장했다.

이후 시스코는 ①북미 전역의 유통망 확장 지속 ②상품 다양화 및 전문성 강화 ③해외 진출의 과정을 거치며 미국 전역과 캐나다에 걸쳐 분포한 158개 식자재 물류센터를 보유하게 됐다. 또 5만여 임직원이 30만개 이상의 상품을 8380대의 배송차량으로 41만5000여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직소싱(국내외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제품을 들여오는 것) 조직을 활용해 상품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자체 상품 개발을 통한 저마진 구조의 단순 식자재 유통 사업에서 벗어나 푸드서비스 기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웰스토리가 최근 개편한 고객사 지원 솔루션 360솔루션 화면. [사진 삼성웰스토리]
지속성장 위한 시스템 구축 나선 기업들

결국 우리도 선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미국의 시스코처럼 대형 체인망을 갖춘 식자재 유통업체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국내에서도 기업형 식자재 유통사들이 체계화된 선진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이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식품 안전 인프라, ERP(기업 자원 관리 시스템) 구축 등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2010년대에는 전국 단위 콜드체인 물류 인프라와 영업망도 구축했다. CJ프레시웨이의 물류 인프라는 현재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천, 수원 등 7개의 광역 물류센터와 19개의 지역 물류센터가 가동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식자재 주문 및 결제, 인공지능(AI) 상품 큐레이션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압도적 네트워크와 첨단 기술을 갖춘 CJ프레시웨이가 식자재를 납품하는 외식 가맹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만곳 이상이다. 회사의 일일 처리 물동량은 약 1200톤에 달한다.

이외에도 CJ프레시웨이는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고객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상품 브랜드 운영으로 경쟁력을 쌓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외식업체 성장을 돕는 ‘외식 솔루션 사업’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년간(2022~2023년) CJ프레시웨이의 외식 컨설팅 진행 건수는 60여 건에 달한다.

삼성웰스토리는 평택, 용인, 오산 강원, 제주 등 총 8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고객사는 9000여 곳이며, 일일 평균 물동량은 1300톤에 달한다. 물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기존 물류 시스템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기도 했다. 시스템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웰스토리도 CJ프레시웨이와 마찬가지로 식자재 공급 고객사의 사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솔루션을 운영 중이다. 공식 명칭은 360솔루션이다. 이는 다양한 솔루션 프로그램과 성공 사례, 상담 서비스 등을 핵심 콘텐츠로 제공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4만여 명이 넘는 고객이 방문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게 삼성웰스토리 측 설명이다.

현대그린푸드는 1500여개 고객사와 2100개의 협력사가 함께 하고 있다. 전국 단위로 운영하는 지정농장과 제조사 직거래, 해외 직수입, 자체 상품 개발 등으로 유통 단계를 축소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전국 8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전 구역 콜드체인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배송 차량에는 GPS와 온도 추적 장치를 부착해 유통 전 과정을 빈틈없이 관리한다.

식자재유통 업계 관계자는 “식자재 유통 전문기업의 등장 등은 산업화와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식자재 유통시장이 산업화는 물론 선진화를 위해 유관기관과 기업이 나서 제도 정비 및 선진 시스템 도입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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