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의 사랑
| 일러스트 : 조태호 | 요즘 많은 사람들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구경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앙코르와트 사원은 풍광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조상들이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 때문에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보려고 하는 것은 사원이 갖는 캄보디아인의 신앙과 그들이 창조한 종교적 내용이라기보다는 그곳 석조물에 조각된 에로틱한 모습의 조각들인 것 같다. 앙코르와트 사원의 에로틱한 조각들보다 더 노골적인 조각이 있는데, 인도의 카주라호 힌두 사원에 조각된 다양한 섹스 포즈의 조각상들이다. 유연하게 그려진 유방의 곡선, 허리와 둔부로 이어진 섹시한 매력, 그리고 남녀의 어지럽게 헝클어진 교합 장면 등 조각상에는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여러 가지 형태의 아크로바트한 섹스 장면들이 가득 차 있다. 그들이 왜 성스러운 사원에 이런 음란물(?)을 창조해 놓은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답은 없지만, 아마도 섹스가 생식이라는 종족 보존의 수단, 좀더 확대 해석해 보면 농업적 풍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마치 동부 유럽에 거대한 페니스를 가진 남성상 프리아푸스 신상을 건립해 풍요를 기원하던 풍습과 비슷하다고 추측할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섹스야말로 절묘하고 신비로운 신의 능력이라고 믿는 의미도 함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늦가을 인도의 들판을 가득 메운 잠자리를 보며 아크로바트식 섹스 포즈가 고안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리도 한다. 사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곤충 중 하나가 잠자리라고 알고 있다. 일찍이 프랑스 시인 레미드 구르몽은 나비의 감미로운 색채를 잠자리의 움직이는 빛깔의 뉘앙스가 압도했다고 잠자리를 예찬한 바 있었다. 좀더 상세히 설명하면, 금속의 푸르름, 거므스름한 적갈색 금빛, 무지개의 보랏빛, 국화의 녹모색(鹿毛色)으로 비치지만 본래의 색이 무엇이건 잠자리의 움직이는 빛깔은 하나의 환상을 보는 것과 같다고 찬미했다. 고작 3㎝에 불과한 ‘얇은깃노란잠자리’는 적도 부근이 원산지인데, 태평양 넓은 바다를 건너 캄차카 반도까지도 장거리 비행을 하는 발군의 스태미나 소유자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잠자리의 힘이 아니라 교미 형태다. 레미드 구르몽은 잠자리를 유심히 관찰하고 그 교접의 멋진 광경을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수컷은 오랫동안 자기가 바라는 연인의 뒤를 쫓고 장난치며, 마침내 복부의 끝에 달린 두 개의 침으로 암컷의 목을 움켜쥐고, 뱀처럼 몸을 구부리며 몸을 앞으로 수그리고 계속 날아간다. 그것은 마치 네개의 날개가 있는 한 마리의 벌레와 같다. 이 자세로 수컷은 아무렇지도 않게 곤충들을 잡아먹는다. 이러는 동안 암컷은 마침내 항복하고 복부를 아래쪽으로 구부려 수컷 가슴 부분의 페니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생식공을 이동시켜 활짝 열어준다. 이렇게 해서 두 마리의 작은 곤충은 두 개의 보석이 달려 있으며, 생명의 불이 타오르며 빛나는 가락지 모양이 된다. 천천히 그 푸른 몸뚱이를 구부리면서까지 수놈의 페니스를 맞이하는 암컷의 동작을 보노라면 카주라호 사원 벽면을 가득 메운 조각들 속의 여인들이 떠오른다. 암컷이 이처럼 적극적인 생식 욕구를 표현하면 수컷은 앞발을 당겨 근육을 긴장시키고 그 운동에서 야기되는 모든 중력을 지탱한다. 자웅 두개의 생각이 필연적인 하나의 청랑한 생각 속에 융합되는 듯한 인상이다. 그만큼 그 광경은 비물질적이고 순수하다.” 잠자리 예찬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카주라호 사원의 에로틱한 조상들을 보면 자연의 섭리인 성의 진지함, 그로 인한 아름다움과 창조적 미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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