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드비어스 50년 만에 美 영업 재개
| 드비어스사가 개발한 4인치 원판형 다이아몬드. 우주탐사선·방사광가속기 등의 광학창으로 쓰이는데 순도가 99.9999% 돼야 한다. |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가 조만간 미국에서 영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계류돼 온 미국 사법당국과의 독과점 소송을 마무리졌기 때문이다. 드비어스의 지난해 다이아몬드 매출은 전년보다 7% 늘어난 55억2,000만 달러(약 6조6,200억원), 순익은 10% 늘어난 4억8,400만 달러(약 5,800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전 세계 보석 판매량의 5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에서는 온전히 장사를 할 수 없었다. 그게 거의 50년이나 됐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법무부가 드비어스를 공업용 다이아몬드 가격담합 혐의로 기소하자 미국에서 철수했다. 그런데 드비어스가 지난 6월13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연방지법에서 산업용 다이아몬드 가격담합 혐의를 시인했다. 유죄 인정으로 드비어스에겐 최고 1,00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이아몬드 원석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드비어스가 독과점을 인정함에 따라 그동안 거래해 온 회사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드비어스가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담합을 시인한 것은 더 이상 미국 시장을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비용을 치르고라도 미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본 것이다. 그동안 드비어스는 미국에서는 중개상을 통해서만 영업할 수 있었다. 영국·일본 등 주요국에는 직영매장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미국에선 그럴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드비어스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소송을 취하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부시 행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드비어스는 미국 사법당국에 머리를 숙이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내겠다는 뜻을 지난 연말 전했던 것이다. 드비어스의 입장 변화는 가공 다이아몬드 시장 진출 계획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비어스는 그동안 다이아몬드 원석 비즈니스에 치중해 왔다. 그러다 얼마 전 세계적 유명 브랜드 그룹인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과 제휴한 것을 계기로 600억 달러(약 72조원) 규모의 가공 다이아몬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럴 경우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1888년 창립된 드비어스는 남아공과 보츠와나·나미비아·탄자니아 등에서 라이벌 광산을 하나씩 접수하며 독점력을 키워왔다. 드비어스는 독과점 비난이 거세지자 4년 전부터 나름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러시아·캐나다·호주 등에서 다이아몬드 생산업체들의 부상을 ‘묵인’하면서 카르텔을 완화해 왔다. 그동안 경쟁업체들의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여 가격 결정력을 높여온 드비어스는 지난 3년간 매년 10억 달러어치씩 다이아몬드 재고량을 줄이기도 했다. 주식 시가총액이 160억 달러(약 19조2,000억원)에 이르는 이 회사의 지분은 세계 2위의 광산 재벌인 앵글로 아메리칸과 아프리카 최대 재벌인 오펜하이머 가문이 45%씩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10%는 보츠와나 정부가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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