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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 경쟁 “이제 시작인데, 뭘…”…후발업체 “우선투자국 지정” “점포 확장 중”

할인점 경쟁 “이제 시작인데, 뭘…”…후발업체 “우선투자국 지정” “점포 확장 중”

왼쪽부터 롯데마트·까르푸·홈플러스. 할인점 후발 주자들은 내년부터 본격적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K마트가 월마트에 역전당할 줄 누가 알았나?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할인점 업계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할인점 시장은 이미 이마트가 압도적인 1위에 있지만 최근 까르푸의 ‘우선투자국’ 지정,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대규모 투자 등 후발업체들이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올 한해 움츠렸던 홈플러스·롯데마트·까르푸 등 후발업체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반격에 나설 태세다. 지난 9월15일 프랑스계 다국적 유통업체인 까르푸는 한국을 ‘우선투자국’으로 지정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우선투자국’이란 까르푸가 점포를 낸 30여개 국가 중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매년 골라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지역을 가리킨다. 아시아지역에서는 한국 외에 중국이 ‘우선투자국’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까르푸의 필립 브로야니고 사장은 “본사로부터 우선투자국 지정 통보를 최근 받았다”며 “2005년부터 매년 2,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2006년 이후 매년 5개 이상의 신규 점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인허가 문제로 개설이 늦춰지고 있는 매장 세곳(화성점·인천점·전주점)을 내년에 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까르푸 “한국은 우선투자국” 장기적으론 현재 7개인 서울지역 매장을 25개까지 늘리고, 신도시의 점포도 계속 확충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18개 매장의 리모델링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점포당 평균 100억원을 투자하는 리모델링은 기둥을 제외하곤 완전히 새로운 매장으로 탈바꿈시키는 대대적인 공사다. 점포 디자인이나 운영스타일을 철저히 한국식으로 맞춰 소비자를 재공략하겠다는 것. 까르푸의 한국 투자 확대 소식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지난해 초 서울 사당점을 폐쇄하면서 ‘할인점 철수설’까지 흘러나왔던 까르푸가 1년 만에 한국을 우선투자국으로 지정함으로써 한국 내 할인점 사업에 강한 관심을 보였다. 또 이미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할인점 업계의 선두 그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까르푸가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향후 할인점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할인점이 머지않아 포화상태에 이르고 적극적인 M&A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까르푸의 한국 투자 확대는 현 시점보다 2~3년 뒤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까르푸의 고승태 이사는 “본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한국 시장을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통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할인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롯데마트도 최근 할인점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4월 이철우 사장이 사령탑에 취임한 뒤 롯데마트는 조직 개편, 인센티브제도 도입, 공격적인 마케팅, 점포 컨셉트 변화 시도 등을 잇따라 추진하며 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는 완전한 독립경영 체제를 마련, 롯데쇼핑 본부 체제 때와는 달리 자금을 제외한 예산·투자·인사·노무 등에서 완전한 자율권을 갖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또 올 들어 3개의 점포를 오픈했으며, 연말까지 3개 점포를 더 개장해 38개 점포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2005년 이후에는 매년 10~12개가량의 점포를 오픈해 2008년에는 80개의 점포와 7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 할인점 시장 점유율을 25.6%까지 끌어올려 업계 2위 자리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10개 이상의 점포를 오픈하는 다점포 전략과 함께 리뉴얼을 통한 기존 점포의 내실화와 신규 점포 차별화, 인프라 강화를 구상하고 있다. 기존 점포의 내실화를 위해 2003년 5월 서울 월드점을 시작으로 2004년 울산·청주·주엽·부평·영등포 등 오래된 점포를 단계적으로 리뉴얼해 2005년 말까지는 리뉴얼을 모두 마칠 예정이다. 또 신규 점포 차별화를 위해 2005년 4월 개점 예정인 구로점에는 국내 최초로 영국의 세계적인 홈 인테리어 카테고리 킬러인 ‘B&Q’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인프라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3년에는 새로운 머천다이징 시스템을 개발, 상품군별 특성에 맞는 정보 관리에 들어갔고 물류센터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일죽·양산·양지 물류센터 이외에 오산에 부지면적 3만3,000평, 연면적 1만1,00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도 건설 중이다. 2005년 11월 오픈 예정인 오산 물류센터는 80개 점포에 물건을 보낼 수 있는 대규모 센터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내년 10개 출점” 현재 2위 업체인 홈플러스는 ‘2위 수성’이 아니라 업계 1위를 목표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홈플러스는 자체적으로 2007년까지 73개의 점포망을 갖춰 1위 업체인 이마트와 경쟁 체제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신규 부지도 24곳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경쟁상권에 있는 점포 중 상당수가 우세 속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이승한 사장은 “경쟁 입지에서 홈플러스가 강하다는 것은 앞으로 시장상황에서 유리하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2~3년 후면 대부분의 할인점이 경쟁상권 체제로 갈 것이고, 그때 홈플러스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측은 “우리는 다른 할인점과 달리 처음부터 ‘가치점’을 지향했기 때문에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점포 스타일에서 알 수 있듯이 홈플러스가 한국형 할인점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경쟁 체제로 들어가면 충분히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후발주자들이 투자 확대와 점포 확대를 통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지만 선두업체인 이마트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까르푸가 이번에 투자우선국 지정을 받았지만 투자금액은 예년에 비해 500억원 정도 늘어난 수준”이라며 “500억원은 고작 매장 하나 정도를 더 낼 수 있는 자금이라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올해 신규 점포 출점수도 이마트의 경우 11개를 목표(8개는 이미 출점)로 하고 있는 등 오히려 2위 그룹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이 확보한 신규 점포 부지보다 더 많은 수의 신규 부지를 확보한 상태”라며 “최소한 2~3년간은 현재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마트도 2~3년 뒤 할인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M&A를 통해 시장 판도가 변할 수 있으리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내년부터 2위 그룹이 10개 내외의 신규 점포를 출점할 경우 3~4년 내에 국내 할인점 점포수가 300개가 넘어가는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시장상황이 이렇게 바뀔 경우 경쟁업체간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이 경우 할인점의 판도 변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까르푸에서 촉발된 투자 확대가 업체간에 경쟁을 촉발할 경우 이마트는 모든 상권에서 경쟁점 체제로 싸워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사실상 독점체제였던 이마트로서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할인점 싸움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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