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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필 미샤 사장 … “사상 최악 불황? 매출 5배 늘었다!”

서영필 미샤 사장 … “사상 최악 불황? 매출 5배 늘었다!”

립스틱·파우더 등의 화장품은 웬만한 국산 브랜드도 하나에 2만~3만원은 줘야 한다. 그러나 3,300원~9,800원만 주면 되는 화장품이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미샤’다. 이 초저가 화장품이 올 한해 화장품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미샤의 지난해 매출은 130억원. 이 브랜드를 만든 서영필(42) 에이블씨앤씨 사장이 연초 세웠던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 불황이 깊어가는 점을 감안해 다소 보수적으로 세워놓은 목표였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미샤의 예상 매출은 1,100억원. 당초 목표치와 비교하면 다섯배가 넘는다. 순이익도 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 상반기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10.8%였다. 불황으로 내수산업들이 부진했던 올해, 순이익률 20%는 대단한 기록이다. 올해 에이블씨앤씨는 코스닥 등록심사에 통과, 내년 1월이면 코스닥에도 등록한다. 올 한해 미샤의 급성장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초저가 화장품 시장은 전형적인 불황산업 중 하나”라며 “올해 경기하락이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화장을 안 할 수는 없는 여성들은 미샤에 눈을 돌렸고, 창업 지원자들은 그래도 소비가 이뤄지는 초저가 화장품을 파는 미샤의 프랜차이즈에 몰려들면서 미샤가 급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피죤 연구원 출신인 서영필 사장이 초저가 화장품을 구상한 것은 지난 2000년.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두고 ‘입스’라는 브랜드의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소비자들이 싸고 질 좋은 화장품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홈페이지(뷰티넷)에 올라온 고객들의 글 가운데 그런 내용이 많았거든요.” 화장품이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생활용품이라고 판단하게 된 계기였다.

“화장품은 생활용품” “보통 화장품들은 백화점 1층 매장에 있는데, 미샤 매장은 캐주얼의류 매장 옆에 둔다. 타깃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샤는 생활소품에 가깝다”고 한 김홍조 현대백화점 바이어의 평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미샤의 상징인 3,300원짜리 화장품은 입스 화장품을 무료로 보내주는 이벤트를 하면서 구체화됐다. 제품 배송료 3,300원만 받고도 이익이 남는 화장품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한 결과, 결론은 ‘포장의 거품을 빼자’였다. “대부분의 화장품 값에서 내용물 비중은 불과 4%입니다. 화장품 가격의 90% 이상인 비싼 유리병 용기·포장을 저렴한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 승산이 있겠더군요.” 2001년 1월 에이블씨앤씨를 설립했다. 그리고 뷰티넷 사이트에서 미샤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인터넷쇼핑몰의 장점인 고객과 직접 대화가 미샤 성장의 발판이었다. 20대 전후 여성들은 사이트에 솔직한 사용 소감을 올렸다. 서사장은 이를 통해 제품 아이디어도 얻고 문제점도 개선했다. 그러는 사이에 ‘획기적으로 싼 미샤라는 화장품이 품질도 괜찮다’는 입소문이 났다.

체험식 매장으로 인기몰이 “어느 날 여성 고객들이 제품을 마음 편히 써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더군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2002년 3월 문을 연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 1호점이었다. 7평짜리 이대 앞 1호점은 하루 평균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고 4,500만원까지 팔았던 적도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이 강력히 원했던 체험 위주 화장품 매장이 저렴한 가격과 함께 시너지를 발휘, 들어서는 곳마다 인근 화장품 전문점들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화장품 전문점(시판)에도 다양한 업체 화장품을 판다는 장점은 있었다. 그러나 제품 값이 미샤보다 3~10배가량 비쌌고, 화장품을 발라볼 만한 시제품을 준비한 곳도 거의 없었다. 소비자들은 기존 화장품 가게에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미샤는 ‘화장품 전문점 킬러’로 이름이 알려졌다. 드디어 2004년. 불황이 지속되고 있었지만 ‘미샤 매장은 손님이 들끓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체인점 가맹자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가맹점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올 1월 45개(직영 7개)였던 미샤 매장은 4월에 100호점, 그로부터 네 달 만인 지난 8월 200호점을 돌파했다. 12월 현재 미샤 매장은 244개다. 가맹점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 회사 비즈니스 모델의 강점은 회사 규모가 커져도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보통 화장품업체들은 전문점에 물건을 보낸 뒤 물건 값을 후불로 받는다. 수십~수백 명의 영업사원이 몇 달에 걸쳐 수금하는 구조다. 매출 채권을 떼일 위험도 있고, 밀어내기식 영업으로 이어질 때도 많다. 영업사원 인건비도 부담이다. 그러나 에이블씨앤씨에는 영업사원이 없다. 선불결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도정민 동원증권 책임연구원은 “미샤는 온라인(뷰티넷)에서 시작한 회사라서 선불결제가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가맹점들은 제품이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결제한다. 생산도 90% 이상 외부공장에서 아웃소싱한다. 매장이 늘어나 화장품 수요가 증가해도 부담이 없다.

선불결제 시스템으로 효율 경영 효율적인 미샤의 시스템을 기존 화장품 회사들은 왜 따라오지 못할까? 서사장은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화장품 회사들은 여러 브랜드 제품별로 거액을 들여 브랜드를 키웁니다. 그런데 그중 한 브랜드만 취급하는 매장을 연다고 합시다. 미샤처럼 전문점들의 경쟁상대가 되죠. 그러면 애써 키운 다른 브랜드 제품들이 전문점주들의 눈 밖에 납니다. 전문점에서 찬밥 취급을 당하면 당장 매출이 줄죠.” 올해 출범한 태평양의 단일브랜드 매장 휴플레이스나 LG생활건강의 뷰티플렉스는 엄밀히 말하면 ‘간판에 브랜드를 붙인’ 전문점이다. 휴플레이스·뷰티플렉스라는 브랜드의 화장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매장은 두 회사가 기존 전문점 리뉴얼 비용을 보조해 만든 복합 전문점이다. 일종의 타협인 셈이다. 한영아 삼성증권 소비재팀장은 “에이블씨앤씨의 성장은 앞으로 매장별 매출 증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에이블씨앤씨는 앞으로 점당 효율에 신경 쓰는 한편, 해외 사업으로 성장을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9월 호주 시드니, 10월 싱가포르, 12월에는 홍콩에 매장을 열었다. 내년 2월에는 미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서사장은 ‘화장품도 생활용품’이라는 컨셉트의 화장품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와 초저가·단일 브랜드 매장을 해외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미샤 화장품은...
색조화장품은 3,300원 기초화장품은 9,000원
화장품 가격이 2~3만원을 훌쩍 넘는 일은 예사다. 그러나 미샤의 립스틱, 아이섀도 등 색조화장품은 3,300원, 스킨·에센스 등 기초 화장품은 9,000원대로 매우 저렴하다. 에이블씨앤씨는 매일 화장하는 여성들에게 화장품은 사치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이라고 보고 저렴하게 제품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보통 화장품들은 비싼 유리병에 담아서 종이 상자 포장 안에 사용설명서를 함께 넣어 판매한다. 그러나 미샤 화장품은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단품으로 판매한다. 제품 가격에서 내용물 비중은 4~5%에 불과하기 때문에 포장을 줄이면 값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제품 설명은 용기에 바로 인쇄해 종이포장도 없앴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유독 까다롭게 고르는 소비재다. 그러나 미샤는 소비자들에게 가격 대비 경쟁력이 괜찮다는 반응을 얻으며 20대 전후 여성과 주부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미샤의 성공비결
1. 가맹점 대상 웹 기반 선불결제 시스템 도입
2. 화장품을 발라볼 수 있는 체험식 매장 운영
3. 플라스틱 용기 사용해 거품 뺀 가격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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