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려준 오묘한 맛
신이 내려준 오묘한 맛
For the Love of Chocolate
제이슨 저드킨스는 평생 동안 아주 특별한 초콜릿을 원했다. 하지만 자판기 등 엉뚱한 곳에서만 찾았다. “주로 오후 2~3시 사이에 스니커스나 트윅스 초콜릿을 하나 먹고 저녁 식사 후에는 초콜릿 케이크나 허쉬스 너깃, 아니면 허쉬스 초콜릿 시럽이 뿌려진 아이스크림을 찾았다.” 하지만 저드킨스의 초콜릿 취향은 블랙 초콜릿 트러플을 맛본 후 바뀌었다.
테네시주에 있는 그의 동네 프랭클린에서 코코아 트리라는 수제 초콜릿점을 발견한 것이다. 블랙 초콜릿과 천연 생크림·버터를 재료로 가게에서 갓 만들어진 트러플은 M&M을 먹을 때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진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물론 트러플 하나 값(1.80달러+부가세)이면 M&M을 잔뜩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루 두 번씩 먹던 초콜릿을 요즘에는 한 주에 두어 번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래도 트러플이 열 배는 더 맛있기 때문에 그가 느끼는 만족감은 훨씬 더 크다.
트러플은 부드러운 초콜릿 볼에 코코아 가루를 입힌 것을 말한다. 1519년 아즈테카 왕국의 황제 몬제주마는 아내들과 침소에 들기 전 뜨거운 코코아 음료를 다량 마셨다고 한다. 트러플을 한입 베어무는 순간 초콜릿이 섹스를 연상시키게 된 이유를 금세 깨달을 수 있다. 풍성한 맛과 도취하게 만드는 향이 먹는 이의 감각을 올올이 일깨우며 즉각적인 희열을 가져다준다(반면 안에 무언가를 넣은 것은 봉봉이라고 부른다. 가령 속에 체리가 든 밀크 초콜릿은 체리 봉봉이다).
모든 식품이 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초콜릿을 포함한 캔디 종류만은 변함이 없었다. 번쩍거리는 포장지에다 어렸을 때의 맛 그대로이고 값도 쌌다. 하지만 결국 어떤 식품이든 미식가의 손길이 미치게 마련이다. 초콜릿 혁명은 코코아·풍미, 그리고 혼합 성분으로 진한 맛을 내는 블랙 초콜릿에서 비롯됐다. 블랙 초콜릿을 밀크 초콜릿과 비교하는 것은 마치 와인을 포도맛 나는 탄산음료와 비교하는 것과 같다.
밀크 초콜릿도 코코아로 만들긴 하지만 분유·레시틴,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양의 설탕으로 희석된다. 전에는 블랙 초콜릿을 파는 가게가 드물었지만 요즘엔 일반 식품점에서도 약 60g의 다고바 오거닉 초콜릿 바를 4.40달러에 판다. 초코빅 오큐메어는 코코아 함량(71%)과 콩의 종류(베네수엘라 크리요)를 표시해 초콜릿 매니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Chocophile. com을 운영하는 클레이 고든은 고급 초콜릿의 매출이 2001년부터 1년에 20%씩 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초콜릿 혁명은 대형 제과업체에까지 확산됐다. 허쉬스는 2003년에 블랙 초콜릿 키세스를 선보였으며 마스는 올해 블랙 초콜릿 트윅스를 출시하고 M&M도 이에 가세했다. “미국인들은 지난 10년 동안 오로지 와인·올리브 기름, 그리고 치즈에 열광했다”며 고든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 사람들이 초콜릿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실제로 초콜릿은 이제 와인과 함께 미식가들이 음미하는 기호식품의 대열에 올랐다. 성공적인 포도주 판매업자였던 존 샤펜버거는 1996년 초콜릿으로 판매품목을 바꿨다. 그의 웹사이트에는 “잘 발효된 코코아의 깊은 맛에 빠져보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와 샌프란시스코(뉴욕에도 상점을 새로 열었다)에 있는 상점에서 36만kg 이상의 트러플과 초콜릿을 팔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인들의 취향이 고급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그는 믿는다. 물론 그가 파는 초콜릿이 싼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가난해서 슬라이스 치즈를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빈부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다.”
실제로 위스콘신주의 레가시 초콜리츠, 오리건주의 문스트럭 초콜릿 등 이제는 많은 지방의 쇼핑몰에서 현지에서 생산된 수제 트러플을 1~2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트러플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초콜릿을 즐기면서도 정상적이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오리건주에서 사는 소아과 의사 크리스탄 콜린스는 트러플을 한 번에 하나씩 한 주에 두세 차례 사먹는다. 그것이 발렌타인 데이나 부활절에 한꺼번에 듬뿍 사놓는 것보다 더 맛있고 건강에도 이롭다는 것이다. 초콜릿을 한 상자 사놓고 그것을 아껴 먹으려고 애쓰면 초콜릿을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다. 그것을 한꺼번에 다 먹으려고 했을 때도 죄책감이 수반된다. 그리고 오전 3시에 얼어버린 밀키웨이를 먹다가 이빨이 부러질 걱정도 없어질 것이다.
초콜릿의 고급화 움직임은 1966년 최고급 초콜릿으로 미국에 진출한 고디바 제품을 봐도 분명하다. 고디바의 제품 중 초고급 초콜릿 ‘G 컬렉션’은 무려 3백50달러에 팔린다. 이 제품의 박스는 동아프리카산 나무를 가져다 수제품으로 만들었고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 뉴욕에서 초콜릿을 판매하는 자크 토레는 정반대의 포장 전략을 편다. 고급 트러플을 오렌지색 비닐 봉지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포장지를 요구하면 나는 초콜릿을 파는 것이지 상자를 파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그들이 지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먹는 즐거움, 음미하는 즐거움, 사치의 즐거움이다. 그것은 아무 생각없이 평범한 캔디바를 씹을 때는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20년 전 자신이 파는 것은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말했다”며 고든은 덧붙였다. “사람들은 3.95달러 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정도는 즐겨야지. 나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그리고 그 돈을 내 자신에게 쓸 거야.’ 바로 그것이 1달러 짜리 보통 커피 한 잔과의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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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저드킨스는 평생 동안 아주 특별한 초콜릿을 원했다. 하지만 자판기 등 엉뚱한 곳에서만 찾았다. “주로 오후 2~3시 사이에 스니커스나 트윅스 초콜릿을 하나 먹고 저녁 식사 후에는 초콜릿 케이크나 허쉬스 너깃, 아니면 허쉬스 초콜릿 시럽이 뿌려진 아이스크림을 찾았다.” 하지만 저드킨스의 초콜릿 취향은 블랙 초콜릿 트러플을 맛본 후 바뀌었다.
테네시주에 있는 그의 동네 프랭클린에서 코코아 트리라는 수제 초콜릿점을 발견한 것이다. 블랙 초콜릿과 천연 생크림·버터를 재료로 가게에서 갓 만들어진 트러플은 M&M을 먹을 때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진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졌다. 물론 트러플 하나 값(1.80달러+부가세)이면 M&M을 잔뜩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루 두 번씩 먹던 초콜릿을 요즘에는 한 주에 두어 번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래도 트러플이 열 배는 더 맛있기 때문에 그가 느끼는 만족감은 훨씬 더 크다.
트러플은 부드러운 초콜릿 볼에 코코아 가루를 입힌 것을 말한다. 1519년 아즈테카 왕국의 황제 몬제주마는 아내들과 침소에 들기 전 뜨거운 코코아 음료를 다량 마셨다고 한다. 트러플을 한입 베어무는 순간 초콜릿이 섹스를 연상시키게 된 이유를 금세 깨달을 수 있다. 풍성한 맛과 도취하게 만드는 향이 먹는 이의 감각을 올올이 일깨우며 즉각적인 희열을 가져다준다(반면 안에 무언가를 넣은 것은 봉봉이라고 부른다. 가령 속에 체리가 든 밀크 초콜릿은 체리 봉봉이다).
모든 식품이 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초콜릿을 포함한 캔디 종류만은 변함이 없었다. 번쩍거리는 포장지에다 어렸을 때의 맛 그대로이고 값도 쌌다. 하지만 결국 어떤 식품이든 미식가의 손길이 미치게 마련이다. 초콜릿 혁명은 코코아·풍미, 그리고 혼합 성분으로 진한 맛을 내는 블랙 초콜릿에서 비롯됐다. 블랙 초콜릿을 밀크 초콜릿과 비교하는 것은 마치 와인을 포도맛 나는 탄산음료와 비교하는 것과 같다.
밀크 초콜릿도 코코아로 만들긴 하지만 분유·레시틴,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양의 설탕으로 희석된다. 전에는 블랙 초콜릿을 파는 가게가 드물었지만 요즘엔 일반 식품점에서도 약 60g의 다고바 오거닉 초콜릿 바를 4.40달러에 판다. 초코빅 오큐메어는 코코아 함량(71%)과 콩의 종류(베네수엘라 크리요)를 표시해 초콜릿 매니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Chocophile. com을 운영하는 클레이 고든은 고급 초콜릿의 매출이 2001년부터 1년에 20%씩 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초콜릿 혁명은 대형 제과업체에까지 확산됐다. 허쉬스는 2003년에 블랙 초콜릿 키세스를 선보였으며 마스는 올해 블랙 초콜릿 트윅스를 출시하고 M&M도 이에 가세했다. “미국인들은 지난 10년 동안 오로지 와인·올리브 기름, 그리고 치즈에 열광했다”며 고든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제 사람들이 초콜릿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실제로 초콜릿은 이제 와인과 함께 미식가들이 음미하는 기호식품의 대열에 올랐다. 성공적인 포도주 판매업자였던 존 샤펜버거는 1996년 초콜릿으로 판매품목을 바꿨다. 그의 웹사이트에는 “잘 발효된 코코아의 깊은 맛에 빠져보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와 샌프란시스코(뉴욕에도 상점을 새로 열었다)에 있는 상점에서 36만kg 이상의 트러플과 초콜릿을 팔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인들의 취향이 고급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그는 믿는다. 물론 그가 파는 초콜릿이 싼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가난해서 슬라이스 치즈를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빈부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다.”
실제로 위스콘신주의 레가시 초콜리츠, 오리건주의 문스트럭 초콜릿 등 이제는 많은 지방의 쇼핑몰에서 현지에서 생산된 수제 트러플을 1~2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트러플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초콜릿을 즐기면서도 정상적이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오리건주에서 사는 소아과 의사 크리스탄 콜린스는 트러플을 한 번에 하나씩 한 주에 두세 차례 사먹는다. 그것이 발렌타인 데이나 부활절에 한꺼번에 듬뿍 사놓는 것보다 더 맛있고 건강에도 이롭다는 것이다. 초콜릿을 한 상자 사놓고 그것을 아껴 먹으려고 애쓰면 초콜릿을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다. 그것을 한꺼번에 다 먹으려고 했을 때도 죄책감이 수반된다. 그리고 오전 3시에 얼어버린 밀키웨이를 먹다가 이빨이 부러질 걱정도 없어질 것이다.
초콜릿의 고급화 움직임은 1966년 최고급 초콜릿으로 미국에 진출한 고디바 제품을 봐도 분명하다. 고디바의 제품 중 초고급 초콜릿 ‘G 컬렉션’은 무려 3백50달러에 팔린다. 이 제품의 박스는 동아프리카산 나무를 가져다 수제품으로 만들었고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 뉴욕에서 초콜릿을 판매하는 자크 토레는 정반대의 포장 전략을 편다. 고급 트러플을 오렌지색 비닐 봉지에 담아 판매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포장지를 요구하면 나는 초콜릿을 파는 것이지 상자를 파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그들이 지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먹는 즐거움, 음미하는 즐거움, 사치의 즐거움이다. 그것은 아무 생각없이 평범한 캔디바를 씹을 때는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20년 전 자신이 파는 것은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말했다”며 고든은 덧붙였다. “사람들은 3.95달러 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정도는 즐겨야지. 나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 그리고 그 돈을 내 자신에게 쓸 거야.’ 바로 그것이 1달러 짜리 보통 커피 한 잔과의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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