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에이즈 검사 20분 만에 끝낸다

에이즈 검사 20분 만에 끝낸다

Investing in AIDS Testing

오라슈어 테크놀로지의 최고경영자(CEO) 더글러스 미셸스는 사뿐사뿐 걸으며 작은 막대 하나를 갖고 다닌다. 그 막대는 흰색의 플라스틱 에이즈 바이러스(HIV) 검사기다. 구강 체액을 사용하며, 검사 결과가 곧바로 나온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보건 종사자들에게 사용을 승인했다.

미셸스는 어디를 가든 그 막대를 가방에 챙겨 넣는다. 지난 10월 미셸스는 워싱턴의 에이즈 운동가들과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에게 그 막대를 꺼내 보여주었다. 또 일본에 가서 도매업자들에게도 보여주었다. 11월 내로 FDA 과학자들 앞에서도 시범을 보일 예정이다. 거기서 통과될 경우 이르면 내년 일반 판매 승인을 받을지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오라슈어 테크놀로지는 대약진의 발판을 마련한다.

미셸스는 시범을 보일 때마다 자기의 위아래 잇몸을 솜막대로 문질러 막대에 달린 흡수 패드로 항체를 채취한다. 그런 다음 막대의 화학물질들이 HIV 항체와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상액 병에 담근다. 20분 후면 결과가 나온다. 정확도는 99%다. “어디든 이 기기를 갖고 다닌다”고 미셸스는 말했다. “영향력이 크다.”

오라퀵 어드밴스 래피드 HIP-1/2 항체 검사기가 종업원 235명을 거느린 오라슈어 테크놀로지의 수익에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2004년 FDA의 검사 승인을 받았고, 올해 처음으로 확실한 수익을 낼 전망이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 7000만 달러(지난해보다 30% 증가)를 무난히 달성하리라고 전망했다. 구강 체액은 오라슈어의 전문 분야다. 작업장에서 불법 약물 복용 여부를 판별하는 약물 검사에 주로 사용되며, C형 간염 속성 검사기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전력을 다해 매달리는 것은 HIV 검사기다. 일반 판매 승인만 획득하면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오라슈어의 현대식 건물은 펜실베이니아주 베슬리헴에 있다. 베슬리헴 제철소의 오래된 용광로가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기술이 이 도시를 구했다”고 론 티코 부사장은 말했다. 이제 오라슈어는 자신들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아공의 거대 광업회사인 앵글로 아메리칸은 13만 명의 종업원 중 다수를 오라퀵으로 검사한다. 조기 발견이 생존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앵글로 아메리칸은 HIV 검사율을 마치 주가 변동처럼 추적한다. 병든 종업원들의 낮은 생산성과 무단결근이 회사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종업원들의 검사와 치료는 도덕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경제적이기도 하다. 지난해 앵글로 아메리칸의 종업원 HIV 검사율은 약 20%였다. 그 전해의 두 배였다. 앵글로 아메리칸 남아공의 보건 담당 수석 부회장 브라이언 브링크 박사는 종업원들이 오염된 주삿바늘이 두려워 자발적인 검사를 거부한 일이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종업원들이 훨씬 더 자발적으로 ‘칫솔’(오라퀵 검사의 별명)을 받으려 한다고 브링크는 덧붙였다.
미셸스는 자신의 직업에 인도주의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도국에는 한번 검사에 5달러씩 받고 기기를 판다. 미국 내 가격의 약 3분의 1이다. 또 백악관의 에이즈 퇴치 총책임자를 지낸 스콧 에버츠도 고용했다.

에버츠는 지난 10월 아프리카의 보건장관들을 만나 오라퀵이 보건소를 통해 보다 널리 이용되도록 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에서는 오라퀵이 이미 널리 활용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오라퀵을 대량구매해 병원, 심지어 이동 검사시설에까지 나누어준다. 이 검사를 실시하는 데는 의사가 필요 없고, 생물학적 폐기물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자신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사람의 수도 오라퀵 때문에 크게 늘었다. 예를 들어 공공자금으로 운영되는 뉴저지의 한 검사소 통계에 따르면 2주가 걸리는 옛날식 검사의 경우 피검사자의 34%는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20분이 걸리는 새 검사가 도입됨에 따라 거의 100%가 자신의 검사 결과를 확인한다.

다음 단계로는 사람들이 집에서 검사를 받도록 허용해도 되는지 여부를 고려 중이다. 미셸스는 오라퀵이 자가 임신 진단 기기처럼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결정을 둘러싼 윤리적인 문제들로 인해(양성반응이 나오면 의사가 통보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상담사가 통보하는 게 좋을까?) 미셸스는 FDA로부터 테스트 막대를 흔드는 것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받게 될 듯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2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3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4"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5"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6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7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8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9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실시간 뉴스

1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2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3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4"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5"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