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오일] 기름 수송으로 돈 번다
[아제르바이잔 오일] 기름 수송으로 돈 번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시내 한복판에서 자동차로 10분만 달리면 유전 탑들이 늘어서 있는 유전지대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은 그냥 멈춰서 있지만 그중에는 아직 펌프질을 하며 석유를 캐내는 것도 있다. 유전지대 바로 옆에는 낡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불의 나라’라는 아제르바이잔. 나라 이름만 봐도 예부터 석유가 널려 있었음을 말해 준다. 아제르바이잔의 원유 생산 역사는 그만큼 깊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원유를 캔 역사는 14세기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도 나온다. 19세기 초 세계 최초로 상업 유전이 개발된 나라다. 우리나라 온천 지역이 온양(온양온천), 온정리(백암온천) 등 촌락 이름에서 ‘따뜻할 온(溫)’자가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래전부터 땅에서 불기둥이 솟구쳤던 까닭에 ‘배화교(불을 숭배하는 종교)’라고 불리는 조로아스터교가 성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조로아스터교가 발생한 곳이 지금의 유전지대가 집중 분포된 고대 페르시아였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20세기 초 세계 생산량 50% 차지 하지만 이 ‘불의 나라’는 그동안 환한 불빛은커녕 오히려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19세기부터 최초로 상업유전이 채굴됐던 아제르바이잔은 20세기 초만하더라도 전 세계 석유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였다. 아제르바이잔의 오일 생산량은 당시 미국의 그것보다 25% 정도 많았다. 불의 나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1917년 볼셰비키 혁명 후 생산량이 급감하고, 그 후 소련 연방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위치로 전락해 버렸다. 1900년 연간 8000만 배럴에 달했던 아제르바이잔 원유 생산량은 1918년에는 연간 2500만 배럴로 떨어졌다. 이후 ‘물의 도시’ 바쿠는 소련의 에너지 창고로 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의 탱크·전투기·무장차량의 70%가 바쿠에서 생산된 오일로 움직였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사회주의 제국의 동력이 바로 바쿠였던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가 바쿠를 차지하기 위해 진격했고, 스탈린이 바쿠를 사수한 것이 독일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전쟁사에서 잘 알려진 얘기다. 70년대 1, 2차 ‘오일 붐’(소비국 입장에서는 ‘쇼크’지만)으로 중동이 오일 달러를 끌어모으는 동안에도 아제르바이잔은 조용했다. 소련은 철저하게 아제르바이잔을 이용했으며 바쿠의 오일은 사회주의 체제를 위해 쓰였을 뿐이다. 아제르바이잔의 국영 석유회사인 SOCAR(State Oil Company of The Azerbaijan Republic)의 마마드 미르조예프(Mammad Mirzoyev) 공보실장은 “소련 시절 아제르바이잔의 석유가 다른 15개 공화국으로 나눠졌다. 모든 공화국을 평등하게 발전시킨다는 모스크바의 생각 때문에 우리 석유의 이익을 우리가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91년 소련 연방이 해체된 뒤 아제르바이잔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 석유를 모스크바가 아닌 자기를 위해 쓸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94년 9월 20일. 당시 대통령이던 게이다르 알리예프는 서방 오일 회사들과 ‘세기의 계약(The Contract of the Century)’을 맺었다. 획기적인 개방정책으로 해외의 석유 메이저들과 아제르바이잔 유전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서방 자본의 투자가 밀려왔고, 아제르바이잔 오일 역사에 새로운 장이 펼쳐지게 됐다. 개발 가능한 오일 매장량은 공식적으로 75억 배럴, 천연가스는 5000억㎥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 탐사가 계속되고 있어 나머지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잔은 전체 수출에서 오일 관련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86%다(2003년 기준). 국가 예산의 50%, 정부 수입의 65%가 오일 수출에서 나온다(2005년 기준). 오일을 빼곤 아제르바이잔을 논할 수 없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의 하루 생산량은 38만 배럴로 ‘세기의 계약’이 맺어지던 해의 19만 배럴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난 양이다. 수출량도 21만 배럴로 당시 4000배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뒤 서양의 투자를 받아들여 10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아제리(Azeri), 치라크(Chirag), 귀네실리(Guneshli) 유전으로 구성된 ACG 유전은 예상 매장량만 54억 배럴로 97년 생산되기 시작했다. 예상 매장량 25억 배럴의 샤데니즈(Shah Deniz) 유전 역시 내년 가을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이 두 개의 유전은 서방의 오일 메이저 컨소시엄이 개발하고 있다. 최대 지분을 소유한 기업은 BP다. 이처럼 9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한 해외 자본의 투자는 2004년 23억 달러로 이웃한 석유대국 카자흐스탄에 이어 카스피해 연안국 중 두번째다. 투자 금액이 이처럼 커진 것은 유전 개발 때문이기도 하지만 BTC 파이프 라인이 더 큰 이유다.
油田이 아니라 油管에 주목 사실 아제르바이잔은 유전(油田)이 아니라 유관(油管)에 더 주목해야 한다. 바쿠는 오일 생산의 역사가 긴 만큼 오일 무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생산량에서는 카자흐스탄에 한참 뒤지지만 카스피해 오일의 출발지로서의 역할은 여전하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이 사용하는 루트는 두 개.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의 노보로시스크로 가는 ‘북쪽 루트’와 바쿠에서 출발해 그루지야의 숩사로 가는 ‘서쪽 루트’가 있다. 이 둘은 모두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연결된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의 국영 석유회사 SOCAR은 북쪽 루트의 송유량을 점차 줄이고 있다. 명목은 노보로시스크 파이프 라인 수송 중 원유를 도둑 맞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미 완공된 BTC 라인으로 송유량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다.
올 5월 완공된 BTC 라인은 중앙아시아의 석유 유통구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BTC 라인은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러시아 영토를 지나지 않는다. 이는 러시아의 통제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애초 러시아는 송유관이 체첸을 통과하는 안(案)을 제안했었다. 체첸은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이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BTC 라인을 주도한 서방 국가들은 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컨소시엄에 러시아 업체의 참여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아제르바이잔 북쪽으로는 러시아가, 남쪽으로는 이란이 위치해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 두 나라를 피하는 좁은 길을 통해 지중해로 파이프 라인을 끌고 갔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 원유까지 이 파이프 라인을 타게 된다면 미국은 중앙아시아 원유 확보 경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BTC 라인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투자금액이 회수되는 동안에는 투자자들이 상당 금액을 가져가지만 그 뒤에는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상당액을 가져 가게 된다. BTC 라인을 주도하고 있는 BP 아제르바이잔의 마이클 타운셴트(Michael Townshent) 부사장은 “2008~2009년 이후에도 지금처럼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유지한다면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해마다 오일 관련 수입이 2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이 나라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버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에서 출발해 이란에 이르는 수송로도 협의 중이다. 2004년 당시 이란 대통령이던 모하마드 하타미가 바쿠를 방문해 이 수송로에 대해 협의했다. 만약 이 협의가 현실화된다면 아제르바이잔은 명실상부한 중앙아시아 오일 수송의 허브가 될 수 있다. 동서남북으로 뻗은 오일 루트는 아제르바이잔을 ‘불의 나라’에서 ‘관(管)의 나라’로 만들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 오일 수입을 관리하는 스테이트오일펀드의 사마르 샤리포프 부사장은 “우리는 서양과 중앙아시아 간의 허브가 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이란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남북 철도를 건설하고 있고, 그루지야를 거쳐 터키까지 이어지는 철도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서양과 중앙亞 간 허브 될 것” 이처럼 아제르바이잔은 산유국에서 중앙아시아 오일 유통의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아제르바이잔에 함께 흘러들어온다. 99년에 전임 대통령 게이다르 알리예프가 만든 스테이트오일펀드에는 벌써 12억 달러라는 돈이 쌓여 있다. 이 돈은 앞으로 아제르바이잔의 인프라 투자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쓰일 계획이다. 인프라 건설에는 도로·항만·철도·주택 건설과 상하수도 시설 확충, 교육시설 투자, 제조업 건설 등이 포함된다. 스테이트오일펀드의 샤리포프 부사장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만 유지해 줘도 15년 안에 1000억 달러는 충분히 모일 것”이라고 했다.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돈이다. 오일에서 번 돈을 인프라 건설에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전쟁 덕분에 아제르바이잔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불이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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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세계 생산량 50% 차지 하지만 이 ‘불의 나라’는 그동안 환한 불빛은커녕 오히려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19세기부터 최초로 상업유전이 채굴됐던 아제르바이잔은 20세기 초만하더라도 전 세계 석유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였다. 아제르바이잔의 오일 생산량은 당시 미국의 그것보다 25% 정도 많았다. 불의 나라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1917년 볼셰비키 혁명 후 생산량이 급감하고, 그 후 소련 연방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위치로 전락해 버렸다. 1900년 연간 8000만 배럴에 달했던 아제르바이잔 원유 생산량은 1918년에는 연간 2500만 배럴로 떨어졌다. 이후 ‘물의 도시’ 바쿠는 소련의 에너지 창고로 쓰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의 탱크·전투기·무장차량의 70%가 바쿠에서 생산된 오일로 움직였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사회주의 제국의 동력이 바로 바쿠였던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가 바쿠를 차지하기 위해 진격했고, 스탈린이 바쿠를 사수한 것이 독일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전쟁사에서 잘 알려진 얘기다. 70년대 1, 2차 ‘오일 붐’(소비국 입장에서는 ‘쇼크’지만)으로 중동이 오일 달러를 끌어모으는 동안에도 아제르바이잔은 조용했다. 소련은 철저하게 아제르바이잔을 이용했으며 바쿠의 오일은 사회주의 체제를 위해 쓰였을 뿐이다. 아제르바이잔의 국영 석유회사인 SOCAR(State Oil Company of The Azerbaijan Republic)의 마마드 미르조예프(Mammad Mirzoyev) 공보실장은 “소련 시절 아제르바이잔의 석유가 다른 15개 공화국으로 나눠졌다. 모든 공화국을 평등하게 발전시킨다는 모스크바의 생각 때문에 우리 석유의 이익을 우리가 갖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91년 소련 연방이 해체된 뒤 아제르바이잔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 석유를 모스크바가 아닌 자기를 위해 쓸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94년 9월 20일. 당시 대통령이던 게이다르 알리예프는 서방 오일 회사들과 ‘세기의 계약(The Contract of the Century)’을 맺었다. 획기적인 개방정책으로 해외의 석유 메이저들과 아제르바이잔 유전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서방 자본의 투자가 밀려왔고, 아제르바이잔 오일 역사에 새로운 장이 펼쳐지게 됐다. 개발 가능한 오일 매장량은 공식적으로 75억 배럴, 천연가스는 5000억㎥에 달한다. 하지만 아직 탐사가 계속되고 있어 나머지 지역에서도 비슷한 양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잔은 전체 수출에서 오일 관련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86%다(2003년 기준). 국가 예산의 50%, 정부 수입의 65%가 오일 수출에서 나온다(2005년 기준). 오일을 빼곤 아제르바이잔을 논할 수 없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의 하루 생산량은 38만 배럴로 ‘세기의 계약’이 맺어지던 해의 19만 배럴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난 양이다. 수출량도 21만 배럴로 당시 4000배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뒤 서양의 투자를 받아들여 10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아제리(Azeri), 치라크(Chirag), 귀네실리(Guneshli) 유전으로 구성된 ACG 유전은 예상 매장량만 54억 배럴로 97년 생산되기 시작했다. 예상 매장량 25억 배럴의 샤데니즈(Shah Deniz) 유전 역시 내년 가을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이 두 개의 유전은 서방의 오일 메이저 컨소시엄이 개발하고 있다. 최대 지분을 소유한 기업은 BP다. 이처럼 9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한 해외 자본의 투자는 2004년 23억 달러로 이웃한 석유대국 카자흐스탄에 이어 카스피해 연안국 중 두번째다. 투자 금액이 이처럼 커진 것은 유전 개발 때문이기도 하지만 BTC 파이프 라인이 더 큰 이유다.
油田이 아니라 油管에 주목 사실 아제르바이잔은 유전(油田)이 아니라 유관(油管)에 더 주목해야 한다. 바쿠는 오일 생산의 역사가 긴 만큼 오일 무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생산량에서는 카자흐스탄에 한참 뒤지지만 카스피해 오일의 출발지로서의 역할은 여전하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이 사용하는 루트는 두 개.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의 노보로시스크로 가는 ‘북쪽 루트’와 바쿠에서 출발해 그루지야의 숩사로 가는 ‘서쪽 루트’가 있다. 이 둘은 모두 흑해를 통해 지중해로 연결된다. 최근 아제르바이잔의 국영 석유회사 SOCAR은 북쪽 루트의 송유량을 점차 줄이고 있다. 명목은 노보로시스크 파이프 라인 수송 중 원유를 도둑 맞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미 완공된 BTC 라인으로 송유량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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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중앙亞 간 허브 될 것” 이처럼 아제르바이잔은 산유국에서 중앙아시아 오일 유통의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돈이 아제르바이잔에 함께 흘러들어온다. 99년에 전임 대통령 게이다르 알리예프가 만든 스테이트오일펀드에는 벌써 12억 달러라는 돈이 쌓여 있다. 이 돈은 앞으로 아제르바이잔의 인프라 투자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쓰일 계획이다. 인프라 건설에는 도로·항만·철도·주택 건설과 상하수도 시설 확충, 교육시설 투자, 제조업 건설 등이 포함된다. 스테이트오일펀드의 샤리포프 부사장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만 유지해 줘도 15년 안에 1000억 달러는 충분히 모일 것”이라고 했다.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돈이다. 오일에서 번 돈을 인프라 건설에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전쟁 덕분에 아제르바이잔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불이 붙고 있다.
BTC 파이프 라인은… BTC(Baku~Tbilish~Ceyhan) 파이프 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중앙아시아 오일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출발, 그루지야의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의 세이한 항구에 도착하는 BTC 라인은 총 길이가 1770km에 이른다. 이 정도 거리면 런던에서 로마까지다. 경부고속도로(417km)를 두 번 왕복하는 거리다. 단일 파이프 라인 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공사 기간만 11년, 투자금액은 36억 달러에 달한다. 건설 비용만 매일 400만 달러가 넘는다. 3개국을 지나는 이 공사는 30만 명의 지주와 협상을 벌였다. 밭·나대지·과수원 등의 지주와 협상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지도를 보면 아제르바이잔에서 터키까지 직선으로 공사하지 못하고 위로 꺾여 있는데 이는 아르메니아 때문이다. 아제르바이잔과 휴전 중인 아르메니아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 국토의 20%를 점령한 상태다. 아제르바이잔은 사실상 BP가 오일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그루지야는 오렌지 혁명으로, 터키는 EU 가입을 목표로 친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BTC 라인이 통과하는 이들 3개국은 친미 국가로 분류된다. BTC 라인이 단순히 경제적인 석유 파이프 라인이 아니라 정치·안보적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BP 관계자도 “BTC 라인을 건설하는 데 최우선 과제는 안전”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파이프 라인이 지나가는 국가는 서방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 보장을 받은 셈이다. 하루 운송량은 100만 배럴이다. 세계 소비량의 1.3%에 해당한다. 현재 아제르바이잔 생산량(38만 배럴)을 감안하면 충분한 용량이지만 2009년 정도면 아제르바이잔 하루 생산량이 100만 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파이프 라인의 수익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파이프 라인은 운송량을 채워야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전에도 문제는 없다. 지금도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카자흐스탄 정부 간에 BTC 라인 이용을 두고 협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카스피해 동안(東岸)에서 생산되는 카자흐스탄 원유도 BTC 라인을 통해 지중해로 나갈 수 있다. 카스피해 동안에 있는 아티라우·악타우·카샤간 등 대형 유전들은 유조선에 오일을 싣고 바쿠 앞에 있는 상가찰 터미널(집유소)에 접안하면 BTC 라인을 통해 지중해로 수출할 수 있다. BTC 라인을 이용하면 좋은 점은 또 있다. 카스피해에서 채굴되는 오일은 상대적으로 정유하기 쉬운 경질유(light-oil)들이다. 반면 러시아에서 생산된 오일은 중질유(heavy-oil)가 많다. 그동안 CPC 라인 등을 이용할 경우 서로 다른 유질이 섞여 카스피해 오일은 배럴당 4~5달러 정도 손해를 봤다. BTC 라인은 카스피해 원유만 수송할 수 있어 불필요한 디스카운트를 막을 수 있다. 올 5월 완공 후 지금까지 파이프 라인에 원유를 채우고 있다. 10월 말 기준으로 그루지야의 트빌리시까지 도달한 원유는 내년 초 터키 세이한으로 나오게 된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면 아제르바이잔은 운송료로만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입이 생기게 된다. 아직 본격 가동하기도 전에 아제르바이잔 내에서는 BTC 라인과 나란히 가는 제2 BTC 라인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
인터뷰ㅣ사마르 샤리포프 스테이트오일펀드 부사장 “사람을 키우는 데 투자하겠다”
아제르바이잔의 유전 개발 역사는 오래됐다. 그런데 아직 발전 속도가 느린 것 같은데…. “소비에트 시기에 우리는 오일의 혜택을 거의 못 받았다. 그리고 독립 후에도 사회적·정치적 위기에 몰려 제대로 개발할 수 없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유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유지할 돈도 없었다. 아제르바이잔이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에 나선 것은 이제 겨우 5~6년 된 일이다.” BTC 라인이 석유 유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아제르바이잔은 유전지대로서뿐만 아니라 수송 중심지로서도 중요하다. BTC는 그런 면에서 충분히 수익성이 있는 파이프 라인이다. 유럽 남부의 국가들에 오일을 공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이 열린 셈이다. 유럽도 그동안 노르웨이와 러시아에 의존하던 오일 공급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에 오일을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프로젝트다.” BTC가 아제르바이잔에는 어떤 의미인가? “BTC로 아제르바이잔은 명실공히 중앙아시아 오일 수송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우리는 서양과 중앙아시아의 통로가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우리나라와 그 지역(유럽)에 유리하다. 우리는 이웃 국가와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오일펀드 돈이 12억 달러 정도 모였다고 들었다. 그 정도면 충분한가? “무엇을 하기에 충분하다는 말인가? 펀드는 앞으로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면 15년 내에 1000억 달러가 모일 것이고, 40달러면 2000억 달러가 될 것이다. 이 정도 돈이면 우리나라에는 큰 돈이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는 겨우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를 넘었다. 이제 시작이다.” 그 돈은 주로 어디에 쓰이나? “절대 사치스러운 프로젝트에 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대단히 신중하다. 의회를 통해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받는다. 펀드의 첫 프로젝트는 전력 공급이다. 고압 송전 라인을 건설 중이고, 발전소도 현대화할 것이다. 이웃 나라로 가는 세 개의 고속도로도 건설 중이다. 그루지야의 트빌리시, 러시아·이란으로 각각 연결된다.” 아제르바이잔이 발전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사람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인 수준과 맞서는 인적 자원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오일 머니의 상당 부분을 젊은 아제리인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는 데 쓰고 있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싶지만 돈이 모자라 아쉬울 뿐이다.” 카자흐스탄에 비해 좀 처지는 느낌인데…. “발전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다. 다만 우리보다 카자흐스탄이 여러 면에서 더 큰 나라다. 인구·영토·자원 등에서 그렇다. 카자흐스탄은 금융분야에서 상당한 개혁과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특수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휴전 중이고, 난민도 있다.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이 한국과 전통적인 유대를 맺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아제르바이잔도 한국과 비즈니스에서 협력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오일로 집중된 경제구조를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이 그 과정에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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