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천국 러시아 이제는 옛말
Not Quite Paradise 군용 헬기를 타고 가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유럽 최고의 가루 눈 스키를 즐긴다. 프랑스나 스위스가 아니라 남부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의 해발 2800m에 위치한 크라스나야 폴리야나의 이야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 “러시아의 쿠르슈벨(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프랑스 스키 휴양지)”을 즐기는 스키광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이 스키장 얘기를 들어본 외국인은 거의 없다. 그게 바로 문제다. 푸틴이 국가 경제에 관광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 관광산업은 침체일로에 있다. 올해의 외국 방문객 수는 10% 가까이 줄어 300만 명에 머물렀다. 옛 소련 시절의 외국인 방문객 700만 명의 절반도 안 된다. 풍부한 문화와 자연환경을 가진 “러시아 같은 나라의 방문객치고는 어처구니없는 수준”이라고 세르게이 슈필코 러시아관광연맹 회장이 말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러시아의 관광산업이 호황을 누린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특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국제적 도시의 새로운 부유함으로 넘친다. 그러나 이제 내리막길에 들어섰음이 확연하다. 관광업계 간부들은 관료주의와 열악한 하부구조, 형편없는 서비스, 안전 우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비용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주일 방문에 드는 경비는 최근 4년 사이 세 배로 올라 1700달러가 됐다. 다른 동유럽 이웃 국가(유럽에 더 가깝고 볼거리가 더 많은 곳도 많다) 방문 비용의 몇 배다. “프랑스나 독일의 일반 중산층 관광객이라면 비용이 3분의 1밖에 안 드는 폴란드나 터키를 더 선호한다”고 모스크바 아에로투어의 루드밀라 시레노바는 말했다. 그 다음 문제는 호텔이다. 요즘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묵을 곳을 구하는 일조차 어렵다. 최근 수년 사이 사업 출장자들이 몰려들면서 숙박비가 급등했고, 주머니가 넉넉지 않은 관광객들이 할인 가격으로 묵을 만한 호텔방들을 모두 차지해 버렸다. 모스크바 시 정부는 수요에 맞춰 더 많은 호텔을 짓는 대신 호텔 죽이기에 나선 듯하다. 최근 모스크바 시내의 최대 호텔 몇 곳이 철거되며 방 수천 개가 사라졌다. 그중에는 붉은광장에서 몇 발짝 떨어져 있던 상징적인 호텔 모스크바도 있다. 이제 이 호텔은 스톨리치나야 보드카 병에 붙은 그림으로만 남게 됐다. 전성기 소련 시절의 또 다른 대형 호텔로 방값도 비싸지 않고 성바실리 성당을 코앞에서 바라보는 전망으로 유명한 로시야도 곧 사라진다. 여기에는 모스크바의 부동산 붐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새 콘도와 아파트 수요가 계속 늘어나자 호텔 건설 같은 장기 투자가 외면당하게 됐다. 그 결과 모스크바 시가 2010년까지 연 5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간혹 관광객들은 러시아 당국이 관광객을 전혀 반기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러시아어 외에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표시된 표지판이 거의 없다. 지난 9월에는 새로운 외국인 방문자 카드(러시아어로만 표기된)가 도입됐다. 그런 관료주의 때문에 방문객들은 러시아에 도착도 하기 전에 좋은 기분을 망친다. 동유럽 국가들과 동남아시아가 비자 규정을 완화하는 데 반해 러시아는 더욱 시대착오적으로 변해간다. 개별 관광객들도 사업 목적의 방문자와 마찬가지로 비자를 신청하는 데 공식 ‘초청장’을 구입해야 한다. 그 비용이 평균 140달러며, 최고 300달러까지 든다. 러시아 국민이 유럽에 갈 때 내는 42달러와 한번 비교해 보라. 우크라이나의 경우 비자 규정을 완화한 뒤 관광객이 늘었다. 러시아 관광의 진수라고 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중 여덟 번째로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방문객이 19%나 감소했다. 범죄(강도 건수의 급증)뿐 아니라 경찰을 비롯한 각종 관리들의 자질구레한 갈취 행위가 부분적인 이유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회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지난 10월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지역의 거리 순찰을 담당할 자원봉사자 훈련 계획을 발표했다. 관광업계 대표들은 정부의 도움을 원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해외 국가 홍보비로 겨우 300만 달러를 썼다.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가 쓴 돈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들은 ‘미안, 금방 러시아 투데이에 3000만 달러를 썼어’라고 말한다”고 러시아 연방 관광청의 세르게이 시니친은 말했다. 러시아 투데이는 크렘린이 만든 새 뉴스 방송채널이다. 시니친은 반문한다. 정부 관리들은 방송국이 왜 외국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러는 동안 크라스나야 폴리야나의 슬로프는 헬기를 탈 여유가 되는 대담한 외국인 몇몇을 제외하고는 텅텅 빈다. “나는 솔직히 그곳에서 스키 타는 게 다른 어떤 곳에 못지않다고 평가한다”고 엘레멘털 어드벤처의 제임스 몰런드 사장은 말했다. 그 여행사는 크라스나야 폴리야나 3일 방문에 1226파운드(항공료 별도)를 받는다. 만약 푸틴 대통령이 원한다면 금방 바뀔지 모른다. 러시아 정부는 소치의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크라스나야 폴리야나를 세계적 수준의 휴양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러시아 내 다른 지역의 관광여건이 개선될지도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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