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로 찾아 변신하는 TV 저널리즘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리처드 샤윈(60)은 3~4년 전과 비교하면 TV 뉴스 프로그램을 별로 보지 않는다. 큰 사건이 있으면 영상도 충실한 MSNBC와 CNN 사이트를 검색한다. 뉴욕 타임스도 먼저 인터넷판을 보고 자세하게 알고 싶은 기사가 있을 때만 인쇄된 신문을 읽는다. 최근 1~2년 사이엔 e-메일과 휴대전화도 뉴스를 전달받는 중요 도구가 됐다. 기술업계와 해외 동정도 정기적으로 배달되는 e-메일 형식의 뉴스로 확인한다. 휴대전화 문자정보 서비스를 이용, 인터넷에 접속하기 힘든 버스나 전철 속에서 NBC의 뉴스 속보를 서비스받는다. 요즘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가 있다. 2004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서비스되는 모비TV(www.mobitv.com)다. 휴대전화 대상 TV방송 서비스다. 이용료 월 9.99달러를 내면 ABC·NBC 뉴스, CNN, CNBC(경제 전문 뉴스 채널), ESPN(스포츠 전문 채널), 날씨 채널 등 30개 채널의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미국 팜사의 스마트폰(인터넷 접속기능과 소형 키보드를 갖춘 휴대전화) 트레오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최신 뉴스를 본다. 휴대전화의 작은 화면도 택시 안이나 기다리는 시간에 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앞으로 3년이나 5년이 지나면 휴대전화와 휴대정보단말기는 ‘줄곧 켜두는 TV’로 이용될 전망”이라고 샤윈은 말했다. 그런 시대가 정말 올까? 모비TV 가입자는 50만 명을 돌파했지만 휴대전화 화면으로 TV를 보겠다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영상이나 음성의 질이 일반 TV수상기보다 떨어지고 전지 용량이 지금 이대로라면 ‘계속 켜두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신문기사를 신문으로 읽지 않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TV 프로그램을 수상기로 보지 않는 사람도 늘어간다. 기술 발전은 TV 방송사와 포털 기업에 새로운 과제와 도전을 가져다준다. “대화형 콘텐트와 TV의 생중계 콘텐트를 잘 접목하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는다”고 MSN(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의 글로벌 세일즈 책임자 애덤 손은 말했다. 앞으로는 시청자가 뉴스를 휴대전화나 소형 게임기 또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모니터로 보게 될지 모른다. 기사와 영상을 함께 보거나, 팟캐스팅한 음성이나 비디오를 i팟으로 듣거나 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TV 방송사가 해야 할 일은 각각의 시청자 환경이나 제공 채널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래밍 형식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NBC 뉴스 부사장 마크 루카세빅스는 말했다.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택사항을 많이 준비해 두는 일이다. ABC는 2004년 인터넷을 이용하는 유료 채널 ‘ABC 뉴스 나우’를 개시했다. 1년에 39.95달러 또는 한 달에 4.95달러의 이용료를 내면 ABC의 각종 뉴스 프로그램뿐 아니라 장르별 목록에서 보고 싶은 뉴스만 골라 본다. 광대역 환경에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보고, 지상파 방송보다 광고가 적다. ABC에 따르면 가입자가 이미 500만 명을 넘었다. 주제별로 세분화된 뉴스는 출퇴근이나 이동시간, 커피숍에서 쉬면서 보기 쉽도록 건당 5~6분 길이로 정리돼 있다. ABC뉴스닷컴의 PD 마이클 클레멘테는 이런 서비스를 “정보의 스낵화”라고 부른다. “드라마와 영화는 집에 돌아가서 50인치 화면으로 보고 싶어하겠지만, 뉴스는 스낵 과자처럼 빈 시간에 조금씩 집어 먹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클레멘테는 말했다. “인터넷은 매일 개인과 미디어가 올리는 여러 가지 영상뉴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실제로 뉴스 자료의 대부분은 종래의 프로그램이 잘게 나뉘었을 뿐 뉴스 보도의 개념을 바꿀 정도의 스타일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ABC 서비스는 여전히 무료 콘텐트가 판치는 인터넷에서 유료 모델을 확립해 간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광고 의존도가 낮은 만큼 스폰서나 경기(景氣)의 동향에 신경 쓰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ABC 뉴스의 일부는 프로그램 전에 흐르는 광고를 보면 무료 시청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내용에 시청료를 부과하기보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든 보고 싶은 내용을 보게 해주고, 데이터베이스 활용하듯이 이용하는 방법에 요금을 부과한다는 발상이다. ABC가 시청환경을 다양화해 광대역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려 한다면 CNN은 전혀 새로운 뉴스 콘텐트 제공을 시도한다. CNN은 지난해 12월 ‘CNN 파이프라인’이라는 인터넷 대상의 유료 라이프 채널을 개설했다. 케이블 방송 CNN과는 완전히 독립된 내용으로 연 29.95달러 또는 월 4.95달러의 이용료로 4개의 작은 화면(파이프 1~4)에 나오는 생중계 뉴스 영상의 시청이 가능하다. 광고는 없다. 파이프 1만 제작 프로그램을 방영하며 파이프라인 전속 진행자가 현장에 있는 기자와 독자적으로 대화한다. 파이프 2~4는 모두 현장 생중계로 해설도 없다. 일반 TV와 같은 프로그램 편성표는 없고 프로그램의 길이라는 개념도 없다. 대통령 연설이나 주목할 만한 행사가 몇 시에 어디서 있으며 그 시간에 “곧 중계하겠습니다”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사건이 일어나면 그쪽 중계로 바뀐다. 시간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파이프 1에서는 배경이나 분석을 길게 내보내기도 하지만 기본개념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편집도 해설도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는 형식이다. 교통사고나 화재가 나면 헬리콥터에서 계속 중계하고, 백악관과 유엔의 기자회견도 그대로 전달한다. 태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때는 통역 없이 태국어로 그대로 중계했다. 인터넷에서 누구라도 자유롭게 정보를 게재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신문이나 TV 방송에 기대하는 내용은 잡다한 뉴스를 정리해 그 가치를 판단하는 ‘편집력’이다. 파이프라인은 그런 기대에 역행하는 시도다. CNN은 2년에 걸쳐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는데, 소비자 조사를 여러 차례 실시한 결과 이런 형태에 도달했다고 한다. 근무 중에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뉴스의 의미와 배경을 진행자와 해설가가 아주 친절하게 전해주는 기존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 기능을 원한다. “초마다의 변화를 알고 싶은 소비자 욕구,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의 발전, 게다가 전 세계에서 실시간 영상을 모아 전달하는 CNN 특유의 능력을 조합해 만들어낸 작품이 파이프라인”이라고 데이비드 페인 수석부사장은 말했다. 한편 ABC와 같은 점은 뉴스 아카이브(보관소)를 구축해 나중에 언제라도 보게 해주는 주문형 기능이다. 음악의 경우 인터넷 내려받기가 보편화됐기 때문에 듣고 싶은 곡이 있으면 앨범이 아니라 한 곡 단위로 곧바로 구입하는 습관이 붙었다. 바로 그 모델을 참고했다고 페인은 말했다. “i팟이 일으킨 변화를 영상세계에서도 실현하고 싶다.” 파이프라인은 일반 TV에서 인질 대치 사건 등이 있을 때만 했던 완전 중계를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실시하려는 시도다. 일반인들을 뉴스의 목격자로 만들고 또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뉴스를 조합하는 편집 기회마저 건네준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신선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영상을 그저 내보내기만 한다면 블로거가 카메라를 현장에 가져가면 해결된다. 일반 TV가 인터뷰를 편집 없이 방송하지 않는 이유는 요점만을 알고 싶어하는 시청자의 욕구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시청 환경과 종류를 늘릴 뿐 아니라 인터넷의 쌍방향성과 시청자의 “거리상 가까움”을 이용해 기존 뉴스 프로그램에 깊이와 넓이를 더하려는 TV 방송사도 있다. NBC는 1996년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MSNBC를 설립했다. MSNBC는 지난해 가을 야후 뉴스에 밀려나기 전까지는 뉴스 사이트에서는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했다. 이제 NBC가 역점을 두는 사업이 블로그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매일 오후 6시30분에 방송되는 뉴스 프로그램 ‘나이틀리 뉴스’의 간판 진행자 브라이언 윌리엄스의 블로그다. 그날 프로그램에서 보도했던 뉴스의 감상, 그 주제를 다룬 이유, 인터뷰에서 왜 그 질문을 했는지 등을 윌리엄스가 매일 직접 글로 쓴다. 거기에 시청자가 댓글을 달아 윌리엄스와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지난 1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 당시 백악관 담당기자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몇 분 단위로 ‘실황 해설’을 실었다. 부시의 발언을 진지하게 해설하거나 농담 섞인 듯 빈정대는 등 그레고리가 올린 글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인터넷 대화방에서 사용하는 문체를 똑같이 사용했다. “그렇게 해서 같은 방에서 보는 듯한 감각으로 지금 일어나는 사안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보통의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그레고리는 말했다. 이처럼 인터넷은 TV 뉴스에 변화를 강요했다. 그렇다면 인터넷이 언론인 본연의 임무에도 영향을 미칠까? CNN 특파원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는 기술이 많은 도움이 되지만 편리함에 빠져 정보의 질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만푸어는 많은 전쟁 보도와 각국 지도자와 가진 시원시원한 인터뷰를 통해 이름을 날렸다. 지난 1월 아만푸어는 취재차 이란을 방문했다. 위성송신용 설비를 수배하지 못해 비디오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를 이용해 구미 방송사로는 유일하게 핵위기의 긴장이 높아가는 이란에서 리포트를 했다. 수마트라 대지진 때문에 일어난 쓰나미(지진해일)를 취재할 때도 비디오 휴대전화가 도움이 됐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예외라고 아만푸어는 말했다. “TV는 영상이 전부다. 영상을 통한 이야기 전달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은 가장 좋은 정보와 가장 좋은 영상을 전달하는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한다.” 블로그와 같이 개인의 의견을 주장하는 매체가 보급될수록 감정이 아닌 사실에 기초한 객관적인 보도를 하는 전문 언론인의 중요성이 높아진다고 아만푸어는 주장했다. 언론은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늘어가는 “장인(匠人) 기술”과 같으며, 블로거라고 아무나 언론인이 되지는 못한다고 NBC의 루카세빅스는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기존 매체가 필요한지, 불필요한지도 확언하기 힘들다. 지난 1월 공개된 테이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인들에게 일독을 권해 화제가 된 ‘불량 국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안내서’(The Rogue State: A Guide to the World’s Only Superpower)의 저자 윌리엄 블럼은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이 TV나 신문에서 접하지 못했던 견해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블럼은 베트남전쟁에 실망해 국무부를 사직하고 탐사보도 전문기자로서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을 추적해 왔다. ‘불량 국가’는 부시 정권의 “제국주의적” 외교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한 책이다. “나의 글에 충격을 받는 사람과 분개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상에는 다른 시각도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한다”고 블룸은 말했다. “미디어가 노골적인 오보를 전달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전달해야 할 바를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와 시청자를 오도한다. 그 틈을 메우는 작업이 나와 블로거들의 사명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저널리즘이란 무엇일까? 그런 면에서 야후 뉴스의 시도는 아주 흥미롭다. 월간 이용자 수가 2700만 명으로 MSNBC와 CNN을 능가하는 뉴스 사이트가 된 야후는 신문사와 TV 방송사에서 받아 뉴스를 수집해 연결을 제공하는 역할을 철저히 수행한다. 그런 야후가 처음 본격적으로 착수한 독자적 콘텐트가 ‘케빈 사이츠 인 더 핫 존’(Kevin Sites in the Hot Zone)이다. 케빈 사이츠는 NBC와 CNN에서 활약한 기자다. 발칸 반도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를 전전하며 직접 촬영하고, 현지 보도를 하고, 블로그에 기사도 썼다. 대형 미디어가 국제뉴스 취급을 축소하는 경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이츠 기자와, 대형 미디어와 다른 내용과 방식으로 독자성을 내세우고 싶은 야후의 생각이 일치했다. 디지털 비디오카메라와 PC, 최소한의 통신기기를 휴대한 사이츠가 홀로 분쟁지역을 돌고 비디오와 음성, 사진, 문장으로 현지의 모습을 블로그처럼 매일 보도한다. 전속 직원은 사이츠와 미국에 있는 PD, 그리고 조사원 3명뿐이다. 내용은 대부분 전쟁 지역에 사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시민의 시각에서 보도되기 때문에 현장감이 넘친다. 블로그식의 해설란에는 매일 수백 건의 댓글이 오른다. 사이츠가 이란에서 보도했을 때는 이란인과 미국인 사이에 약간의 논쟁도 일었다. 그런 “온라인 논쟁”도 목표의 하나라고 PD 로버트 바다빅은 말했다. “기술의 발달로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과 똑같은 제품을 아주 낮은 비용으로 만들어내기 어렵지 않다. 문장과 사진, 영상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까지 포함,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일도 인터넷이 아니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저널리즘의 새로운 형태란 무엇이며, 인터넷은 어떻게 활용돼야 할까? ‘케빈 사이츠 인 더 핫 존’의 목적 중 하나는 그 질문의 답을 구하는 일이라고 야후 뉴스의 닐 버드 편집장은 말했다. 그것은 독자와 시청자에게 주어진 질문이기도 하다. 오하이오주에 사는 간호원 바버라 히긴스(51)는 신문이 없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히긴스는 지방신문 두 가지, 그리고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보스턴 글로브도 구독한다. 그런데도 휴대정보단말기 블랙베리로 뉴스를 점검한다. 중요한 의료재판의 판결이 내려졌을 때 같이 일하는 의사들보다 먼저 결과를 알아두는 편이 일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술 덕분에 세계가 아주 좁아졌다”고 히긴스는 말했다. “극히 소수의 사람에게만 의미 있는 뉴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견해와 의견을 알고자 기술을 잘 활용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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