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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노하우 ⑤] 기본에 충실한 ‘투자 정석’지켜라

[자산관리 노하우 ⑤] 기본에 충실한 ‘투자 정석’지켜라

"3000만원이나요? 아버지, 어떻게 된 거예요?” 전업주부 이모(34)씨는 최근 아버지 이모(67)씨의 전화를 받고 기절초풍했다. 평생 교직자로 꼬장꼬장하게 사시다 퇴직한 양반이 설마 주식 투자에 손을 대리라고는 꿈조차 꿔본 적이 없었던 탓이었다. “어머니도 아세요? 얼마를 투자하셨기에 그 큰돈을 날리신 거예요?” “얘, 네 엄마는 이거 모른다. 어찌하든 내가 다시 벌어놓을 거니까, 일단 돈이나 꿔다오. 추석 전엔 갚으마.” 자초지종은 이랬다. 지난해 주가 상승 뉴스를 본 아버지는 ‘용돈이나 좀 벌어야겠다’ 싶어 올해 초 30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그런데 5월 중순에 들어서자 ‘멀쩡하게 좋던’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사들이며 ‘물 타기’를 하다 보니, 투자 원금만 7000만원을 넘어버렸다. ‘그래, 아버지가 그 깐깐한 성격에 근거 없이 종목을 고르셨을 리는 없어. 어쩌면 좀 기다리면 주가가 다시 오를지 몰라’.

돈 버는 이들은 많아야 5% 아버지가 보유한 종목은 한국카본, 오리엔탈정공, 성광밴드, SK증권, 한화석화, 코닉시스템 등. 직접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이씨가 보기엔 다 낯설기만 한 이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선택을 믿어보기로 하고, 남편 몰래 아버지 통장에 1000만원의 ‘물 타기 자금’을 입금했다. 한 달 뒤, 아버지는 다시 ‘물 타기’를 요청했다. 내가 이씨의 e-메일 상담 요청을 받은 때는 6월 22일. 아버지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봤다. ‘물 타기’는 하지 말아야 했다. 선택한 여섯 종목 중 다섯 개가 지난 한 달간 계속 손실을 봤다. 손실 폭이 가장 컸던 코닉시스템은 한 달 동안 29%, 연초 대비 57%나 주가가 내렸다. 연초 대비 33% 상승률을 보인 효자종목 한국카본조차 그 한 달 동안엔 2%가 하락했다. 정보화 시대에도 이런 식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주식에 ‘엮이는’ 사람은 뜻밖에도 많다. ‘오른다 카더라(하더라)’ 하는 소문을 들었든, 신문기사에서 봤든, 친지나 친구가 권했든 문제의 원인은 같다. ‘충분한 정보 수집과 분석의 부족’. 이씨가 직접 정보를 수집, 분석할 수 있었다면 3~4개월 안엔 주가 회복이 힘겨운 종목들을 찾아 손절매했을 것이다. 인터넷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발달한 21세기의 주식투자자한테 ‘정보의 바다’는 곧 ‘돈의 바다’다. 만약 돈이 지천에 널려 있다면 그 돈을 줍지 않고 그냥 지나가겠는가? 하지만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주식투자에 완전 초보자라면 이것부터 시작해 보자. 아니 초보자가 아닌, 중급 투자자라도 이것만은 짚고 넘어가자. 주식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통상 1%, 많아야 5%라는 것도 잊지 말자. 알아야 하는 것 1단계. ‘투자 상식 공부하기’. 기본기는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하다. 이원복, 조홍래의 『왕초보 주식교실』은 만화라 초보자가 보기에 편하고 내용도 탄탄하다. 제레미 시겔의 『주식투자 바이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는 기본기를 다져줄 것이다. 『실전에 바로 써먹는 왕초보 주식투자』는 국내 초보 투자자가 궁금해 하는 200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구성돼 실전투자에 들어가기 전에 읽을 만하다. 워런 버핏 식의 가치투자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중고급 교재들’도 찾아서 반드시 읽자. 그리고 투자 기초를 완벽하게 이해하자. 만일 이해하지 않았다면, 아예 주식은 거들떠보지도 말자.

워런 버핏의 책도 읽어야 2단계. ‘투자원칙 세우기’.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투자 스타일과 강점, 약점이 어떤 것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기본적 분석 파트가 재미있다면 가치투자자형(혹은 역행투자자형), 기술적 분석 파트가 재미있다면 순행투자자형일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 분석을 중시하는 사람은 시장심리를, 기술적 분석을 중시하는 사람은 기업과 경제의 펀더멘털을 간과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자신의 강점을 중심으로 투자원칙을 세우되, 그중 몇 개는 반드시 자신의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것으로 넣어보자. 3단계. ‘파이프라인 깔기’.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정보를 끌어올 파이프라인을 깔아야 한다. 우선 증권사에 증권계좌를 트고 HTS 설치 CD를 받아오자. 자동설치 프로그램이므로 컴퓨터에 넣은 뒤 모니터에 뜨는 지시문대로만 하면 설치가 완료된다. 미래에셋증권과 키움닷컴증권 HTS는 거래수수료, 즉 거래비용이 싼 것이 장점이다. 대신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저마다 개발에 공을 들인 HTS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증권계좌를 만들 땐 자금 자동이체용 은행 통장을 가져가 미리 증권사에 등록해 두는 것이 좋다. 또 증권사마다 HTS 프로그램이 다르므로 거래 시작 전에 반드시 손에 익힐 필요가 있다. 해당 증권사 HTS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4단계. ‘정보, 자료 수집하기’.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남들이 아는 건 적어도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떤 종목이 유망하다고 꼽히는지, 해당 기업의 내외 상황은 어떠한지, 증시와 경제 상황은 어떤지 등 말이다. PBR 1배 이하면 알짜기업 네이버증권 stock.naver.com, 야후증권 kr.stock.yahoo.com, 팍스넷 paxnet. moneta.co.kr, 씽크풀 kr.stock. yahoo.com 같은 투자 전문 사이트에 그런 정보와 투자자 커뮤니티가 모여 있다. 에프엔가이드 www.fnguide.com라는 사이트에선 증권사, 경제연구소 등 주요 분석기관이 만든 자료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단 한 달 서비스비가 30만원이다. 하지만 가치주를 골라 장기투자를 하고 싶다면, 정보를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소식이 빠르고 투자 관련 정보가 많은 전문매체로 머니투데이 www. moneytoday. co.kr, 이데일리 www. edaily.co.kr가 있다. 이곳 기자들은 독자가 종목과 관련해 문의한 내용을 직접 취재해 답변해 주기도 한다. 돈 되는 주간지도 하나 구독하자. 주식과 재테크에 강한 이코노미스트를 정기구독하는 것도 돈을 버는 지름길이다. 5단계. ‘분석하기’. 주식 투자란 기본적으로 한 회사의 지분을 사는 것이다. 시장엔 하루 만에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더, 사서 2~3일 만에 파는 스윙트레이더도 있다, 하지만 전업 투자자가 아닌 샐러리맨들이 그런 식으로 투자하면 무리가 따른다. 그러므로 초보 투자자는 짧아도 1년 정도는 투자기간을 잡는 것이 현명하다. 이는 주식투자를 해도, 펀드투자를 해도, 채권투자를 해도 마찬가지다. 짧게는 1년, 좀 길게는 3년간 투자할 생각을 하고,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도 태반이 10년 이상 투자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투자 소요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투자자 본인에게 손해라는 생각을 잊지 말자. 기업을 분석할 땐 나 자신이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라고 상상해 보자. 기업을 잘 분석할 줄 알아야 돈을 번다. 따라서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 수준의 안목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 이 같은 전문가라면 우선 해당 기업의 ‘SWOT(강점-단점-기회-위협요인)’가 뭔지, 기업의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를 수치로 분석할 것이다. 혹은 요즘 같은 주가 폭락장을 맞이해 값이 싸진 알짜 기업들을 골라낸 뒤, 그중에서 더 유망한 기업을 골라내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그런데 이때 기업을 분석하는 방법을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한다. PER·PBR 분석 기법이나, 가치주 분석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알고 넘어가야 한다. 만약 이 같은 기업분석을 하기 싫다면? 그렇다면 모든 주식투자를 이 자리에서 그만두어야 한다. 하지만 돈은 벌고 싶다면? 그렇다면 다시 이 같은 기업분석 노하우를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 이게 ‘돈 잘 버는 고수’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실 이는 주식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채권이든, 부동산이든, 해외펀드 투자든 모두 다 마찬가지다. 투자 전에 분석이 먼저다. 6단계. ‘매수 타이밍 잡기’. 가치투자자들은 가치주엔 매수 타이밍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5단계에서 독자들이 아마 스스로 공부했기에 가치주의 뜻을 알고 있을 게다. 굳이 설명한다면, 가치주란 회사 가치가 주가보다 높은 주식을 말한다. 흔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 혹은 업종 평균 이하 ▶주가이익비율 (PER)이 8배 혹은 업종 평균치 미만인 주식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2% 이상인 주식들이 가치주로 꼽힌다. 하지만 시장 프리미엄을 받는 종목은 시장 평균보다 PER, PBR이 높아도 주가가 오른다. 가령, 6월 중순 삼성전자의 PER이 약 12배, PBR이 약 2배로 시장 평균보다 높은데도 어떤 기업분석가는 “3분기 이후 전망이 좋다”며 매수를 권했다. 이렇게 성장성, 안정성, 수익성이 높은 대형우량주는 ‘블루칩’,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은 ‘성장주’라 불린다. 고PER, 고PBR 종목들은 수급과 투자심리, 증권사 전망 등 시장 분위기를 잘 살펴봐야 한다. 언제든 고평가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그럴 때 이동평균선과 거래량 지표, 갭 등 봉 지표, 지지선과 저항선 등 추세선, 투자심리선을 주로 본다. 단, 자신이 기술적 분석에 강하다고 해도 이런 종목은 시장심리가 급랭하면 주가가 급락할 위험이 있으므로 투자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ROE가 5% 이하인 종목 ▶올해 예상 EPS성장률이 마이너스이거나 5% 미만인 종목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면서, 주주 중 대형 벤처캐피털이나 연기금 등 대형투자자가 없는 종목 ▶순부채비율이 150% 이상인 종목, 특히 ‘관리종목’은 초보 투자자가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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