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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종합금융그룹 세울 것”

“베트남에 종합금융그룹 세울 것”

▶ 약력 1958년 서울 출생 1996년 서울대 자원공학과 졸업 2000년 골든브릿지 설립 2004~2005년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브릿지증권 인수 2005년~현재 브릿지증권 대표이사 겸 골든브릿지 회장

국내에선 특화 전략으로 승부… 베트남 증시 초기 버블 단계한국이 골든브릿지의 동북아 본부(헤드쿼터)라면 베트남은 동남아 본부가 될 곳입니다. 그만큼 골든브릿지에 베트남은 중요한 곳이죠. 자본출자 및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베트남 내 골든브릿지의 영향력을 계속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베트남 전도사로 불리는 이상준(49) 골든브릿지 회장이 베트남 금융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골든브릿지 컨소시엄은 최근 베트남 하이퐁증권과 전략적 투자 및 경영 참가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르면 골든브릿지 컨소시엄은 총 120억원을 투자해 하이퐁증권 지분 24.8%를 인수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외국자본이 베트남 증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은 골든브릿지가 처음이다. 하이퐁증권은 베트남에서 영업 중인 55개 현지 증권사 가운데 호찌민과 하노이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3대 증권사 중 하나로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 회장은 하이퐁증권에 골든브릿지의 금융 노하우를 전수해 베트남 주식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여타 베트남 증권사처럼 하이퐁증권 역시 인적, 시스템적으로 낙후돼 있는 상태입니다. 수익원도 브로커리지와 자기매매가 전부죠. 오히려 그 점이 제게는 매력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백지 상태에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죠. 골든브릿지의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이퐁증권을 성장성이 뛰어난 베트남 시장의 리딩컴퍼니로 만들 계획입니다.” 이 회장은 베트남 증권사뿐만 아니라 보험, 자산운용사, 캐피털 등에 대한 M&A도 추진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골든브릿지는 지난 6월 베트남 하노이 현지법인과 별도로 호찌민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골든브릿지자산운용, 골든브릿지캐피탈, 골든브릿지정보통신 등 자회사 전문 인력을 파견해 놓은 상태다. 또 베트남에서 증권 및 자산운용업을 영위할 수 있는 라이선스도 취득했다.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방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진출시 가장 빠른 성장 전략은 M&A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덩치만 키우기 위해 M&A를 이용해서는 안 되죠. 해외진출 성공 여부는 철저한 현지화에 있거든요. M&A를 통해 현지 인력과 문화를 흡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골든브릿지는 철저한 현지화로 베트남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는 투자은행에 특화된 회사로, 베트남에서는 종합금융그룹으로 골든브릿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즉 국내는 전문화, 베트남은 대형화로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M&A 전략으로 대형화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은행·증권·보험 등 영역별로 대형 선두업체들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더욱이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되면 자본의 양극화는 심해질 것입니다. 그만큼 투자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죠. 따라서 국내에서는 섣부른 대형화보다는 특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베트남은 아직 시장이 개척 단계에 있죠. 얼마든지 투자를 통해 대형화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죠.” 이 회장은 베트남 내 골든브릿지의 영향력을 키워 2010년까지 한국(동북아)과 베트남(동남아) 간 3IB (기업금융(Industrial Banking),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국제금융(International Banking))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미래 청사진도 밝혔다. “베트남 진출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남아 교두보 마련과 함께 골든브릿지의 전문 분야인 3IB 시장을 넓혀가는 데 있습니다. 3IB는 골드먼삭스 등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영역이죠. 2010년까지 동아시아 3IB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골든브릿지는 베트남 조선 및 건설, 전력 등 국가 기반산업을 담당하는 10여 개 회사를 대상으로 양국(한국과 베트남) IPO를 준비 중이다. “베트남 정부는 2010년까지 2000여 개 국영기업을 민영화할 예정입니다. 골든브릿지가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죠. 현재 10여 개 업체와 한국 및 베트남 증시 상장을 논의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보입니다. IPO가 활성화되면 한국 고객들도 베트남 우량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겁니다.” 투자은행과 국제금융 부문에서도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골든브릿지는 양국 간 온라인 주식 거래부터 사모펀드를 통한 기업구조조정, 기간산업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단계적으로 실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증시 침체 없을 것” 중국 주식시장과 함께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최고 관심사로 떠오른 베트남 주식시장과 관련, 이 회장은 “버블이 심하다”며 쉬었다 갈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베트남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지금까지 2조원 이상의 국내 자금이 투자된 상태다. “베트남 증시는 초기 버블 단계입니다. 넘치는 유동성이 주가를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태죠. 일종의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해 거침없이 올랐던 증시가 최근 조정 국면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죠.” 실제로 연초 대비 56%나 올랐던 베트남 비나지수는 지난 3월 1170.67포인트를 정점으로 25% 가까이 하락한 후 지금은 게걸음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상태다. 이 회장은 조정 장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0여 개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우량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지면 기존 고평가된 상장기업들의 주가는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재평가 과정 속에서 증시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베트남 증시가 건강한 조정을 거치면 고속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은 경제가 여전히 성장 국면에 있기 때문. 따라서 베트남 주식투자도 3년 이상 길게 보고 결정할 것을 충고했다. “젊은 국가 베트남은 여타 이머징마켓보다 성장 가능성이 뛰어난 나라입니다. WTO 가입 등 정부의 경제개발 의지도 확고하죠. 베트남 주식투자를 고민하는 고객이라면 조정 후 성장을 감안해 3년 이상 길게 보고 펀드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이상준 회장은…


베트남 마지막 왕자의 후손
이상준 골든브릿지 회장의 베트남 사랑은 남다르다. 아니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의 피 속에는 베트남이 흐르고 있기 때문. 화산(花山) 이씨인 그는 1226년 안남국(安南國·베트남)의 반란을 피해 고려로 망명한 리(Ly) 왕조의 마지막 왕자 이용상(李龍祥)의 후손이다. 베트남의 리 왕조는 멸족됐지만 이용상은 한국에 와서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됐고 혈통을 이어왔다. 화산 이씨는 현재 남한에만 1500여 명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이 국내 금융기관 중 가장 먼저 베트남 진출을 시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04년부터 베트남을 왕래하며 현지 금융시장 진출을 준비했고, 2005년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하이퐁증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자산운용사, 캐피털 등의 라이선스를 따내는 등 베트남 종합금융그룹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내에서도 이상준 회장은 왕가의 혈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회장이 2005년 현지 사무소를 설립할 당시, 베트남 언론들은 ‘리 왕조의 귀환’ ‘리 왕조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 회장은 골든브릿지의 베트남 진출뿐만 아니라 베트남 내에 금융한류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그는 베트남 법인과 사무소에 현지 인력을 채용토록 하고, 이들을 금융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MBA에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골든브릿지 베트남 법인과 사무소에는 30여 명의 현지인이 근무하고 있다. 또 자비를 들여 한베재단(Hanviot)을 설립해 베트남 장학생을 돕는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베트남 경제인과 금융인 간 인적 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회장은 폼 나는 왕족 출신이지만 한국에서의 성장 스토리는 파란만장 그 자체다. 서울대 공대 출신인 그는 ‘운동권’에서 활동한 덕에 대학을 졸업하는 데 18년이 걸렸다. 또 전태일 노동자료연구소 정보화팀장, 보험노조연맹 홍보부장 등을 지내면서 수배생활도 겪었다. 사회생활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부동산 시행사, 인테리어회사, 건물철거 회사 등 일곱 번의 사업 실패로 집 없는 신용불량자가 되기까지 했다. 이후 국회의원(김영선 한나라당 최고위원) 보좌관으로 들어간 그는 구조조정 시장을 담당하면서 금융에 눈을 뜨게 된다. 인생역전을 시작한 것은 2000년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인 골든브릿지를 창업하면서부터. 당시 그는 휴스틸, 삼익악기, 프로칩스 등 법정관리 기업들의 구조조정 및 매각 자문을 맡으면서 금융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3년 쌍용캐피탈, 2004년 골든브릿지자산운용(구 뉴스테이트자산운용), 2005년 브릿지증권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자본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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