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돈 되는 ‘쓰레기’ 무역
대 중국 수출 품목 2위로 무역적자 줄이면서 환경보호에도 이바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직원 50명의 고철 수출업체 크레이머 메탈스의 작업장. 직원들이 회수된 고철들을 부지런히 포장해 14.5t짜리 컨테이너에 싣는다. 모두 아시아로 수출되는 상품들이다. 3대째 이 회사를 운영해 온 CEO 더그 크레이머는 “우리가 취급하는 고철의 약 60%는 수출용 컨테이너에 들어간다”면서 “모두 중국으로 수출되지는 않는다. 일부는 한국으로, 또 일부는 태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과 소비자 안전 옹호자들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온갖 제품이 허섭스레기나 다름없다고 볼멘소리다. 썩은 애완동물 사료, 납 성분이 들어 있는 장난감, 그리고 몬태나주 면적의 쓰레기 하치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싸구려 플라스틱 장난감 등. 그들은 또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드는 중국제 수입품(2006년엔 2880억 달러 규모) 때문에 미국 산업계가 익사해 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제 수입품이 늘어나는 동안 중국(그리고 여타 아시아 국가들)으로 수출되는 미국 제품들도 조용히, 그리고 훨씬 더 빨리 늘어간다. 놀랄 만한 측면이 또 있다. 그런 미국산 수출품의 상당 부분이 ‘쓰레기’라는 사실이다. 거시경제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미국인들이 내다버리는 폐기물들, 예컨대 망가진 자동차 차체, 낡은 나사와 못, 손에 들고 다니던 값비싼 잡지류 등은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 중 둘째로 많은 비중(금액으로 2006년 67억 달러)을 차지한다. 첫째는 우주항공 분야 제품이다. 미국의 폐기물은 아시아의 다른 많은 나라와 유럽·중남미에도 수출된다. 덕분에 미국의 폐기물 산업은 시장 규모 650억 달러에 5만 명을 고용하는 부문으로 성장했다. 폐기물 처리 산업은 놀라운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개발도상국들의 폐기물 수요는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무역적자의 증가폭을 줄이며, 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 또 개도국들은 그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을 다시 미국에 수출한다. 폐자재는 산업 과정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쓰레기를 남기고, 공장들은 그 쓰레기를 재활용해 신제품을 만든다. 개도국의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폐자재 수요도 급증한다. 전미 임업·제지협회(AFPA)의 수석 경제전문가 스탠 랜시에 따르면, 미국이 기원전 100년께 종이를 발명한 나라인 중국에 수출하는 폐지의 양은 1994년 34만8000t에서 2006년 약 910만t(금액으론 10억7000만 달러)으로 급증했다. 올해 중국은 미국의 폐지 수출 물량 중 58%를 수입했다. 중국에서 가장 돈 많은 여성인 장인(張茵·50) 주룽제지(玖龍紙業) 회장은 미국에서 폐지를 수입해 재가공한 뒤 이를 중국 공장들에 판매하는 사업으로 약 15억 달러의 재산을 일궈냈다. 한편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고철 양은 1998년 16만6000t에서 지난해 200만t으로 증가했다. 또 미국의 폐기물 거래업자들은 폐동(銅)을 중국에 팔아 2006년에 15억 달러를 벌었다. 합산하자면, 중국의 게걸스러운 공장들은 2006년 미국이 수출한 폐기물의 42%를 수입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미국의 폐기물 업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캘리포니아주 사우스 엘몬테에 있는 P&T 메탈스의 CEO 커트 렉셔스는 “요즘의 폐품 시장은 판매자 시장(상품 부족으로 판매자가 유리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력 공장에서 가공해 판매하는 폐자재의 약 80%는 중개업자와 해운업자를 거쳐 아시아로 수출된다. 또 시카고 소재 메탈 매니지먼트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2005 회계연도의 약 1억7000만 달러에서 2007 회계연도에는 약 3억7900만 달러로 늘었다. 미국의 폐자원이 중국으로만 수출되지는 않는다. 워싱턴 DC 소재 무역단체인 폐자원재활용산업연구소(ISRI)에 따르면, 2006년 미국의 재활용업자들은 폐기물 3400만t(157억 달러어치)을 143개국에 수출했다. 미국의 고철 수출은 1999년부터 2006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2000년 터키는 미국산 고철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터키는 247만t을 수입해 미국산 고철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메탈 매니지먼트는 2007 회계연도에 판매량의 12%를 터키에 수출해 2억6700만 달러를 벌었다. 또 지난해 미국 업체들은 폐지 62만t을 인도에, 그리고 폐동 3300만t을 한국에 수출했다. 폐자원 무역의 세계적인 호황은 단순히 메탈 매니지먼트의 주식 보유자들에게만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지난 1년간 주가가 67% 올랐다). 환경보호론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중국이나 인도로 수출되는 폐기물이 늘어날수록 미국의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로로 들어가는 쓰레기는 줄어든다. 늘어가기만 하는 아시아의 폐자재 수요는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 이에 고무된 업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 가능한 폐품들을 더 많이 회수하려 노력한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퍼스타 파이버의 재활용 시장 담당자인 리 코널은 “가격 인상으로 늘어난 수익 덕분에 더 많은 쓰레기를 수거해 더 많은 폐자원을 회수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이 회사는 수출 물량의 약 40%를 중국에 보낸다. 퍼스타 파이버는 폐골판지 1t당 130달러, 폐신문지 1t당 122달러를 중국 수입업자들로부터 받는다. 퍼스타 파이버는 수익 증가분을 투자해 좀 더 효율적인 쓰레기 분류 장비를 마련했다. 덕분에 잡동사니가 뒤섞인 쓰레기도 더 많이 처리하게 됐다. 최근 퍼스타 파이버는 오마하의 한 고객(대형 사무용 건물)에게 통지문을 보냈다. 그 건물에서 버려지는 종이, 알루미늄, 플라스틱 물병, 막대사탕 포장지 등이 뒤범벅된 쓰레기라도 기꺼이 수거해 가겠다는 내용이었다. 건물 관리 주체 측에서도 쓰레기 분리 배출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을 줄이는 셈이라 환영했다. 덕분에 이 건물의 폐기물 회수율은 2배로 높아져 약 80%가 됐다. 미국 전역에서도 폐지 회수율은 1990년 32%에서 지난해 53.4%로 향상됐다. 이는 부분적으론 폐자재 가격의 인상 덕택이다. 그러나 미국의 폐지 회수율은 인구 밀도가 더 높은 일본이나 유럽에 비하면 아직 낮다. 이들 나라 역시 폐지를 수출한다. 재활용 가능한 물자를 소각장에서 태우거나 쓰레기 매립장에 파묻는 일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손실이다.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면, 원광석으로부터 알루미늄을 정련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95%를 절약한다고 ISRI 보고서는 밝혔다. 에너지 절약률은 다른 물자의 경우도 상당히 높다. 예컨대 구리는 85%, 플라스틱은 80%, 철은 74%다. 또 폐지 1t을 재활용하면 나무 17그루와 석유 300ℓ가 절약된다. 물론 폐자재 무역 붐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고철 가격이 너무 오르자 금속 기계류를 훔쳐 고물상에 팔아 넘기는 절도범이 늘어났다고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American ScrapMetal.com의 소유주인 데이비드 틴은 말했다. 그러나 장단점을 종합해 보면, 역시 폐자재 사업 호황은 좋은 현상이다. 물론 폐자재 수출 호황만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국의 무역적자를 크게 줄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산더미처럼 쌓이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 또 하나 분명한 점이 있다. 외제 물품을 가득 싣고 미국 항구에 도착하는 컨테이너 선박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는 미국에서 대량 생산되는 쓰레기를 가득 싣고 가게 되리란 사실이다. 폐자재 무역 호황은 또 각종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 환경을 조성해줄지도 모른다. 폐자재 수요 증대에 고무된 서방 기업들은 쓰레기의 분리수거와 재활용 작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장비 개발에 나섰다.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의 중산층은 계속 늘어난다. 이에 따라 그들 나라 소비자들은 훨씬 더 많은 양의 신문·자동차·전자제품을 구입하고 폐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신흥공업국이 자국의 재활용 산업을 발달시키려면 유럽과 미국의 노하우가 필요해진다. 다시 말해, 미국 기업들은 아시아에 폐기물을 수출하는 일 외에도 폐기물 처리 방법까지 수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With reporting by ELEAZAR DAVID MELEND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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