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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주역들] “외국사만 배 불리는 일 않겠다”

[자본시장의 주역들] “외국사만 배 불리는 일 않겠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국 증시다.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 증시가 최근 버블 논쟁에 휩싸였다. 세계 곳곳에서 중국 증시의 버블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 “중국 증시의 버블 붕괴로 한국은 물론 글로벌 증시가 대재앙을 겪게 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이미 8조원이 넘는 시중자금이 중국 주식펀드에 몰렸고, 최근에도 그 폭발적인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과연 폭주기관차로 불리는 중국 증시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10월 17일 글로벌 증시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조재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사장을 찾아가 물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사장은 1988년부터 11년간 시티은행, 크레디아그리콜, 스탠더드뱅크 등에서 자산운용 업무를 담당했던 정통 해외파다. 이후 99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8년간 탁월한 시장 감각과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자산운용업계의 차세대 리더로 꼽히고 있다. 분석과 검증 없이는 쉽게 증시 전망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조 사장은 중국 증시 전망에 대해 묻자 “걱정이 앞선다”며 미간부터 찌푸렸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상승곡선은 ‘지나치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할 정도입니다. 아무리 경제가 호황이고 전망이 좋아도 상승 속도는 항상 적정범위 내에 있는 법이죠.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인 기업이익이 주가 상승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블 경고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요?” 그는 중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버블 붕괴-대규모 투자 손실-투자심리 위축-증시 침체’로 이어지는 중국발 재앙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 들어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 금리, 거래세 인상 등을 통해 주식시장의 폭주를 잡으려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인상폭이 작았기 때문에 그 효과도 미미했던 것. 조 사장은 “증시 속도 조절을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보다 강력한 처방이 필요할 때”라며 “유동성 압박 등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강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변수를 제외하면 한국 증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쓰면서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투자유망 종목으로는 그동안 소외 받았던 은행, IT, 자동차주 등을 추천했다. “증시 호황 속에서도 은행, IT, 자동차 업종의 주가는 기를 펴지 못했죠. 이익 감소에 대한 우려감이 주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던 겁니다. 저평가된 이들 업종은 앞으로 재평가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 변수에도 선방할 수 있는 업종들이죠.”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조 사장은 사세 확장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부동산펀드 매니저 8명을 채용, 부동산투자본부를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미 싱가포르에는 20억원을 투자해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상태. 국내 자산운용사가 해외에 운용사를 설립한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에 이어 세 번째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로는 처음이다.
조 사장은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해외펀드 운용 능력을 키우는 한편 한국 투자를 원하는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적극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해외펀드 개발 및 운용을 위해 싱가포르 현지에 법인을 설립했다”며 “해외펀드 운용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제휴처도 찾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싱가포르는 국제 금융의 중심지인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두바이에 3000억짜리 빌딩 구입 두바이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해외부동산펀드를 통해 3000억원 규모의 두바이 오피스빌딩(두바이 유보라)을 사들였다. 조 사장은 내년 9월 완공 예정인 이 오피스빌딩의 임대 관리와 중동의 오일머니 확보 등 추가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위해 연내에 두바이 법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업계 내에서도 펀드 운용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지만 그동안 유독 해외펀드만은 취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선보인 상품은 단 1개. 그것도 해외펀드에 재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로 사실상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직접 운용하는 펀드가 아니다. 이처럼 해외펀드 부문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운용 능력이 안 되면 상품도 없다’는 조 사장의 펀드 철학 때문이다. 또 ‘인기에 영합해 외국 자산운용사만 배 불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자존심도 한몫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대부분의 해외펀드는 운용 부문을 외국 자산운용사에 위탁하고 있죠. 해외 투자 경험과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일종의 판매 에이전시 역할만 하는 셈이죠. 따라서 해외펀드가 잘 팔려도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돌아가는 몫(수익)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본질(펀드 운용 능력)보다는 인기에만 치중하면서 외국사들만 배 불리고 있는 격이죠.” 실제 주식형 해외펀드의 총 보수는 평균 2.7% 정도다. 이 중 70%는 판매사(은행 또는 증권사) 몫이고,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30%인 80bp 정도만 가져간다. 또 자산운용사 몫 중 90%가량은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외국 자산운용사에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7일 현재 주식형 해외펀드의 수탁액은 39조4236억원. 즉 연간 3153억원에 달하는 자산운용사의 보수 중 2838억원은 외국사가 챙겨가고, 국내사는 단지 315억원을 번 셈이다. 조 사장은 지금과 같은 해외펀드 구조로는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물론 펀드시장 발전도 없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한국 펀드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스스로 운용 능력을 키우지 않고 의존만 한다면 텃밭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조 사장이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진출을 결심한 것도 이 때문. 그는 “자산운용사의 경쟁력은 펀드 운용 능력에 있다”며 “특히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운용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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