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 건설, 의류, 통신, 전자, 식품 등 분야와 종목을 막론하고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는 어마어마하다. 브랜드 파워가 막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신뢰한다는 뜻이다. 대기업들이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웨딩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대기업들은 예식장 사업은 물론, 컨설팅 업무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들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기존 웨딩시장에 고급화·차별화를 내세워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다. 고유 서비스 상품을 개발하거나 고급스럽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SK에너지는 9월 서울 서소문동 올리브타워에 예식장인 ‘오펠리스(Ofelis)’를 열었다. 오펠리스 정영호 총지배인은 “내년 3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라며 “문을 열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올해 매출 목표를 묻자 ‘일단’ 90억원이라고 자신 있게 답한다. 예식장 문을 연 지 석 달이 채 안 됐는데 폭발적 수요라…. 그 비결이 궁금했다. 정 지배인은 “무엇보다 ‘대기업 브랜드’의 힘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SK 하면 고객이 신뢰를 갖게 되니까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이라고 브랜드 파워 하나로만 밀고 나갈 수 없다. 잘나가는 호텔 웨딩은 가격이 비싼 만큼 품격과 빼어난 서비스를 자랑하기 때문. 그래서 대기업이 내놓은 예식장들은 규모나 서비스에서 호텔에 뒤지지 않는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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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모리스, 오펠리스, 엠.아모리스 |
서비스와 시설은 호텔 수준 보통 호텔 예식은 1인당 단가가 8만~9만원대. 이곳 단가는 3만~4만원대. 호텔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달 오펠리스에서 예식을 치른 박미영(31)씨는 “예식장을 고르러 한번 둘러보러 왔다가 저렴한 가격대에 비해 인테리어와 20층에서 서울 도심이 내다보이는 전망이 너무 좋아 예약을 서둘렀다”고 한다. 게다가 현대백화점 요리사들이 준비하는 특급 호텔식 뷔페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것 또한 일반 예식장에서 볼 수 없는 강점이기도 하다. SK에너지 측은 “내년에 오펠리스 강남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며 2012년까지 20개의 예식홀을 계속해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CJ홈쇼핑도 ‘디어컨벤션’을 오픈하면서 웨딩시장에 뛰어들었다. 잠실 신천동과 답십리에 이어 목동에 3호점을 낸 것. 디어컨벤션은 CJ푸드시스템이 참여해 메인 요리는 주문식, 샐러드바는 패밀리레스토랑의 뷔페식으로 운영한다. 디어컨벤션 관계자는 “정확한 매출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오픈부터 매출이 꾸준히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CJ가 만든 ‘디어컨벤션’이라는 예식장 브랜드는 반드시 효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브랜드가 정착되면서 기업 브랜드 홍보는 물론 덩달아 매출에도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존 업자들이야 손님을 빼앗기니 불편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예식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대기업이 반갑기만 하다. 합리적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컴플레인을 즉각적으로 처리하는 등 서비스 개선이 빠르기 때문이다.
디어컨벤션 관계자는 “웨딩시장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기업이 내놓은 만큼 소비자가 믿을 수 있도록 거품을 최대한 빼고 가격을 내려 관심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LG그룹에서 분리된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99년 GS타워에 ‘아모리스(AMORIS)’를 열었다. 2005년에는 메리츠타워에 ‘엠.아모리스(M.AMORIS)’를 추가로 선보였다. 이곳은 고급 호텔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상품을 개발해 화제다. 올해 4월 엠.아모리스에서 예식을 치른 김정현(29)씨는 “무엇보다 프라이빗 웨딩(Private wedding)을 연출해 특별한 결혼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컨셉트 웨딩은 결혼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예식장을 찾는 하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엠.아모리스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과 컨셉트로 예식장을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각각의 컨셉트를 설명했다. 자연의 푸름을 표현하는 ‘내추럴 가든 스타일’, 기품 있고 세련됨을 보여주는 ‘시티 엘레강스 스타일’, 소녀스러운 감성이 포인트인 ‘소프트 로맨틱 스타일’ 등이 그것이다. 이런 다양한 시도로 엠.아모리스에서는 원하는 컨셉트로 자신만의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내년 1월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는 양명희(28)씨는 “시티 엘레강스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어느 호텔 못지않은 시설과 서비스는 물론 소품과 장식이 아기자기한 맛까지 갖췄다”고 자랑했다.
컨설팅사 만들어 토털 서비스도 한 해 탄생하는 신혼부부는 평균 40만 쌍. 신혼부부 기준, 평균 결혼비용은 주택마련 비용을 제외하고 적어도 남자는 3000만원, 여자는 3300만원 정도다. 한 쌍의 부부가 탄생하는 데 6300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추정된 결혼시장 규모만 20조5380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큰 시장 개척에 대기업이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대기업들은 예식장 사업은 물론 웨딩 컨설팅까지 사업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SK에너지는 ‘OK웨딩클럽’을 운영한다. 전국 7개 도시에서 1대1 상담을 제공하고, 구매금액 0.5%를 OK캐쉬백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CJ홈쇼핑은 각종 웨딩상품 패키지를 판매하는 토털 웨딩컨설팅 ‘디어포웨딩’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도 결혼 포털서비스를 제공한다. ‘LG웨딩클럽’에서는 맞춤 상담 서비스는 물론 대규모 결혼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할인마트 최초로 웨딩컨설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홈플러스 웨딩서비스’는 웨딩컨설팅업체 ‘라비에아르’와 손잡고 전문 플래너가 웨딩컨설팅에서 결혼설계까지 담당해준다. 또 서비스보증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웨딩서비스 론칭을 기념해 무료 신혼여행, 다이아몬드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제공한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호텔 웨딩은 지나치게 비싸고 일반 예식장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판박이라 대기업이 웨딩사업에 나서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대기업이 웨딩시장에 진출해 가격을 낮추고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소비자 니즈를 잘 읽은 틈새시장 공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존 웨딩시장이 대기업 시장 진출로 인해 가격과 서비스 등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소비자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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