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걸림돌 많다
앙골라 중부의 카툼벨라 마을은 바나나와 망고 나무들로 가득한 비옥한 고원지대에 있다. 마을 변두리에는 폐쇄된 종이 공장이 있다. 올해 초 그곳에서는 중국인 철도 기술자와 노동자들이 몇 달 동안 숙영생활을 했다. 앙골라 오지에 철도를 부설하려고 파견된 몇몇 중국인 건설공사 팀 중 하나였다. 그 철도는 언젠가는 아프리카 내륙 지대와 서쪽으로 수백㎞ 떨어진 대서양 연안의 항구도시 로비토를 연결하게 된다. 20억 달러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꿈의 프로젝트다. 완공될 경우 앙골라에서는 드물고 노후한 자동차 도로를 보완하는 운송수단이 된다. 아프리카의 대부분 지역처럼 이곳의 차도들은 지뢰투성이인 데다 돌발적인 홍수에 매우 취약하다. 그러나 그 공사가 중단됐다. 한때 중국인 노동자와 장비로 복작거렸던 선로 주변에는 버려지거나 완전히 폐쇄된 숙영지가 최소한 16군데 있다. 아직 남아 있는 몇몇 숙영지에서는 수십 대의 불도저, 증기 롤러, 지게차 등이 멈춰서 있다. 졸린 눈빛으로 경비를 서는 앙골라 병사들만 눈에 띌 뿐이다. 중국인들은 어디 있을까? 카툼벨라 종이 공장 입구에서 앙상한 체격의 한 경비병은 우울한 표정으로 선로를 바라보며 “모두 가버렸다”고 말했다. “언제 그들이 돌아올지 모르겠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키우던 개들을 잡아먹고는 떠났다.” 아프리카가 외부인들의 웅대한 비전에 친절했던 적은 거의 없다. 그것은 리빙스턴 박사나 U2의 보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인들은 자신들도 예외가 아님을 깨달으며 놀라워한다. 로비토 철도는 앙골라와 중국 정부의 갈등 때문에 희생됐다. 또 다른 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비롯해 로비토에 정유소를 건설하려던 다른 수십 개 계획도 마찬가지였다. 미국대사관 측은 철도 프로젝트가 미국 건설회사인 벡텔에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앙골라 수도 루안다의 한 서방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인들은 이곳에 와서 단기간에 떼돈을 벌게 됐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젠 현실을 깨달았다. 여기에선 일하기가 어렵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대체로 매우 성공적이다. 중국 기업들은 수단에서 석유를 퍼 올리고, 기니에서는 목재를 베어내며, 콩고에서는 구리와 아연을 채굴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 전역의 각종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려고 남아공 스탠더드 은행의 과반수 지분을 사들였다. 중국은 미국보다 더 많은 대사관을 아프리카에 개설했다. 심지어 즉각적인 투자 수익을 거둘 확률이 매우 낮은 르완다 같은 나라들에도 많은 돈을 들였다. 지난해 아프리카와 중국의 교역 규모는 500억 달러를 넘었다. 2010년께는 1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그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해서(중국은 세계은행보다 많은 110억 달러의 차관을 앙골라에 제공했다)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이 이 대륙의 허다한 문제들로부터 벗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니제르부터 에티오피아까지 아프리카 전역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은 납치, 살인, 살해 위협 등에 시달린다. 지난해 에티오피아에서는 반군의 기습으로 중국인 석유 노동자 17명이 살해됐다. 현재 앙골라는 중국에 원유를 제공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그리고 중국의 자본 덕분에 지난해 앙골라 경제는 24% 성장했다. 그러나 앙골라는 치열한 내전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고 혼란과 부패가 만연한 나라다. 중국인 기업가와 노동자들에게 앙골라는 항상 긴장해야 하는 위험한 곳이다. 중국인 노동자들은 앙골라의 수도와 대도시뿐만 아니라 밀림 지역까지 파고든다. 그러나 그런 변두리에는 중국제 PMN2 지뢰 수 만 개가 아직도 묻혀있다. 100만 명 이상이 죽은 앙골라 내전의 잔존물이다. 지뢰 제거 요원들이 있지만, 중국인들의 기대에 비하면 턱없이 느리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임시변통으로 지뢰를 제거한다. 카이투 건설회사의 간부인 조젠훙은 “불도저로 흙을 밀어내면서 지뢰를 폭발시킨다”며 “이 편이 훨씬 빠르다. 공사 지연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비용절감 이외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24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 소속의 한 중국인 노동자는 앙골라 남부 벤구엘라 마을 부근에서 광섬유 케이블용 도랑을 파다가 지뢰가 폭발하는 바람에 사망했다. 동료 노동자 두 명은 부상했다. 루안다에서 노르웨이인 지뢰 제거 팀을 지휘하는 레베카 톰슨은 “조심하라고 경고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 파견된 서방 기업 간부들은 고급 빌라에 살면서 현지인들의 적개심을 조장한다. 앙골라에서 훨씬 더 수가 많고 모험적인 중국인 노동자들은 또 다른 문제로 시달린다. 현재 앙골라에는 중국인이 약 10만 명 있는데, 다수는 도로 공사장에서 돌을 깨거나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쏟아 붓는 일을 한다. 대다수가 격리된 숙영지에서 기거하는 이들 중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고, 포르투갈어(앙골라의 사실상 공용어)는 더더욱 못한다. 국가 소유인 중국 기업들은 직원들과 앙골라인들 사이의 교제를 어떤 형태든 금한다. 만일 중국인 직원이 현지인과 연애하거나 성관계를 가지면 즉각 중국으로 소환된다. 앙골라 도처에 사무소를 개설한 대규모 건설회사 중국장쑤의 현지 소장인 시아위화는 “아프리카인과 중국인은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앙골라에서 4년째 근무 중인데, 회사 측은 지금도 중국산 식품이 담긴 소포를 본국에서 그에게 보내준다. 그의 사무실에 있는 모든 물품은 중국에서 왔다. 커피식탁 한 개는 앙골라산 목재로 만들었지만, 디자인은 본국에서 불러온 중국인 목수에게 맡겼다. 인종차별도 심하다. 양측은 상대방을 원숭이 혹은 돼지처럼 생겼다거나 행동한다고 험담한다. 앙골라인들은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개를 잡아먹는다고 (충분한 증거 없이) 주장한다. 대다수 작업장에서는 중국인 감독들이 흑인 노동자들을 감시한다. 중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 앙골라인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인들이 우리를 마구 부려먹는다. 그들 역시 자기네 나라에서는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 말이다.” 뉴스위크 취재팀이 방문한 한 중국 측 건설 공사장에서는 굶주린 흑인 노동자들이 음식을 구걸했다. 그들은 중국인 상사들이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중국인 상사들은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벤구엘라 인근에서 화웨이의 광섬유 케이블 매설 공사를 하는 앙골라인들은 하루에 약 5m씩 땅을 파지 않으면 일당 5달러를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들은 중국인 상사들이 ‘카바르’라는 포르투갈어 한 마디만 거듭 외쳐댄다고 주장했다. ‘땅을 파라’는 뜻이다. 양측 간의 긴장은 상층부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측은 앙골라 정부의 로비토 철도 건설용 자금이 수수께끼처럼 증발했다고 말한다. 앙골라 측은 중국인 노동자들이 선로 예정지의 지뢰 때문에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한다. 루안다의 서방 외교관들은 그런 논쟁이 ‘리베이트’와 관련 있다고 의심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그들은 앙골라 정부의 재정이 믿지 못할 정도로 불투명하며, 특히 중국 측과의 거래 내역이 그렇다고 말했다. 한 서방 외교관은 앙골라의 국고로 쏟아져 들어가는 수십억 달러의 석유 수익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그 많은 돈을 다 도둑맞았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앙골라 정부 안에 그 돈의 행방을 정확히 말해 줄 만한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알 카포네의 회계사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중국의 앙골라 진출은 대체로 성공적이지만, 중국인 기업인들에게는 여전히 골칫거리가 많다. 루안다에 있는 극소수 호텔은 여러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 택시를 잡아타는 일도 운이 따라야 한다. 이 도시에는 공식적인 택시 회사가 하나뿐이다. 자동차 임차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달에 최고 1만2000달러니 말이다. 로비토에서 주택을 임차하는 비용은 그 두 배나 된다. 빈부 격차도 너무 심하다. 루안다에서는 도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밝은 노랑색의 허머 지프와 고성능 체비 블레이저들로 가득 메워진다. 중국인들이 앙골라 정부 각료용으로 지은 대저택들은 루안다의 산허리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언덕 바로 아래쪽에는 판자촌들이 있다. 전쟁 기간에는 수백만 명의 난민이 거처로 삼던 곳이다. 중국 건설회사 광시의 현지 소장인 리에게는 건설붐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그는 로비토의 동굴처럼 생긴 수퍼마켓 창고에서 산다. 창고 내부의 한켠은 빨랫줄에 칸막이용 시트를 걸어 노동자 20명의 숙소로 이용한다. 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멘트를 구하는 데 사용한다. 휘하 인부들이 휴대전화 중계탑의 기반 공사에 사용할 시멘트다. 최근 어느 날 밤 늦게까지 돌아다닌 끝에 다행히 시멘트 12부대를 확보했다. 모두 소매가로 구입했다. 그는 자신이 책임진 공사의 진척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을 걱정하면서 “모든 일이 지체된다”고 말했다. 한 브라질 회사가 루안다에 시멘트 공장 두 개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아프리카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본다. 지금의 투자를 미래를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경제 건설을 도운 나라들은 동시에 경쟁자들에게도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다. 미국 기업인 KBR과 벡텔은 이미 앙골라의 기간시설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했다. 메이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과 셰브런도 앙골라에서 더욱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브라질 건설회사 오데브레치트는 중국의 로비토 철도 건설에 대항해 고속도로를 건설 중이다. 남아공 기업들은 앙골라 북부의 유전지대 부근에서 전력망을 보수 중이다. 포르투갈 기업들은 루안다 안팎의 각종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중국 건설회사 간부인 조젠훙은 로비토의 해변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 나라에서는 1000만 달러에 건설 프로젝트를 따내면 1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정도 수익이라면, 많은 나라가 중국인들이 지금 겪는 곤경과 똑같은 어려움을 기꺼이 감내하려 할 듯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고영테크놀러지, 뇌 수술용 의료로봇 세계 최대 디자인 박물관 전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 발전 저해 행위 중단하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영끌 후폭풍 무서워”…고가 아파트 포기하는 계약자들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미분양에 발목 잡힌 대방이엔씨, 불어난 미수금에 차입 부담 과중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비보존, 비마약성 진통제 본격 판매…5년 내 매출 1000억 정조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